로동신문

제 1 장

6

 

굳게 닫겼던 쇠창살대문이 활짝 열리고 그 집주인이 탄 차가 천천히 마당에 들어서자 보초를 서고있던 두 엠피놈이 가볍게 경례를 한다.

《누가 오지 않았었나?》

차안에 앉은 맥드낼드는 눈길만 돌리고 엠피에게 묻는다.

《의대생처녀들이 왔었습니다만 신부님말씀대로 들여놓지 않았습니다. 뭐… 열쇠를 달라고…》

《알았다.》

차는 그대로 정원을 지나 현관앞에 멎었다.

그는 마중나온 녀편네와 함께 응접실에 들어가 차 한잔을 마시고나서 혼자 서재에 들어가 안으로 문을 잠갔다. 오늘 그의 축 늘어진 두볼이 자주 실룩거리였는데 그것은 그가 무엇인가 초조해서 불안한 생각에 잠겨있을 때 하는 버릇이다. 그럴 때면 바른편 눈밑에 달린 콩알만 한 기미도 움직거리였고 툭 삐여져나온 두눈은 사납게 빛발쳤다. 미친 사람처럼 혼자 방안을 부산스레 왔다갔다하는품이 가슴속이 뒤번지는 모양이였다.

그는 며칠전 저들의 국무성으로부터 새로운 암호전화의 지령을 받고 소집한 주《한》미고위급관리들의 밀회에 참가하였었다. 맥드낼드가 그 회합에 참가할수 있은것은 그가 ㅊ대학교 명예리사의 자격이나 신학교 교장의 자격으로서가 아님은 물론이다. 그 모든 명예직위들은 그가 입고 다니는 검은 도포자락과 같은 가면이였고 본직업은 미중앙정보국 《한국》지부의 중요성원중 한사람인것이다.

암호전화는 《란동》으로부터 리승만이가 아니라 《한국》 즉 미국의 권익을 구원하라고 하였다. 따라서 봉기의 예봉이 미대사관이나 미국에 돌려지는 일이 절대로 없어야 한다는것이였다. 암호전화는 밀회중에도 또 걸려왔었다.

《여우새끼같은 녀석!》

맥드낼드는 암호전화를 받을 때의 매코노이의 얼굴에 비꼈던 기쁨의 표정을 회상하자 밸이 뒤틀려서 견딜수가 없었다. 정보국성원들은 매코노이한테 4. 19사태때문에 문책조치가 취해질것을 은근히 바라고있었고 놈자신도 적지 않게 우려하고있었던것인데 리승만이가 아니라 미국의 권익을 구원하라는 그 지령은 매코노이에 대하여 아무런 추궁도 하지 않는다는 말이기도 하였기때문에 맥드낼드는 그것부터가 속이 편치 않았다.

매코노이는 암호전화에 대고 이렇게 물었었다.

《리승만의 후임은?》

그 말은 주《한》미정보부가 알선해야 할 후임에 대하여 그들이 아무런 대책도 세우지 못하고있다는것을 상부에 다시한번 상기시키려는 악의에서 오는 질문으로밖에 맥드낼드는 생각할수가 없었다.

암호전화의 대답은 이러하였다.

《서두를 필요는 없소. 그대로 두고 사태를 수습할수 있다면 더욱 좋을것이요. 다만 공산주의세력이 대두하지 못하도록 만단의 경계를 해야 하오.》

그날 밤부터 남조선에 있는 모든 미제침략기관들은 거의 밤을 밝히였다. 3. 15부정선거이후 수집된 온갖 정보들을 종합하였으며 계엄사령부와 경찰의 계엄상태도 재검토하였고 밤늦도록 고위급의 비밀회합도 가지였다.

맥드낼드는 검은 도포자락을 끌며 밤고양이처럼 자주 매코노이의 방문을 두드렸다. 그러나 대규모의 새로운 봉기가 있을것이라는것이 분위기로만 느껴질뿐 그 조직과 조직의 움직임, 준비정형에 대한 정보는 알아낼수가 없었다. 결국 대사관이 이 며칠동안 발악적으로 날뛰여보았지만 이미 정보부에서 장악하고있는것 이상의 자료를 알아내지 못한것이다.

맥드낼드는 심술궂게 말했었다.

《별 신통한 조직이 있는줄 아오? 없소, 최고의 선동자는 평양방송일따름이요.》

매코노이는 쓰거운 얼굴을 하였을뿐 대꾸를 하지 못하였다. 하기야 50고개가 넘도록 동남아나라들의 외교기관을 돌아다니면서 산전수전 다 겪은 그는 정보국성원인 맥드낼드와 틀려서 좋을것은 없다고 생각하면서 되도록이면 정면충돌을 피하군 하였다. 그리고 4. 19의 예상하지 못했던 불안한 정황으로 싸우고있을 계제가 되지 못하였다.

매코노이는 측근자들로부터 아주 침착한 사람으로 알려져있었다. 그가 좀해서 흥분하거나 당황하지 않는것은 사실이였다. 정의감에 의한 내부적인 흥분을 경험해보지 못한 랭혈한인 그는 언제나 실무적일수 있었다. 뿐아니라 백악관의 지시에 항상 충실하였다. 그 지시들을 집행하는데 있어 그자신은 아무런 창조성도 가하지 않았지만 실무가답게 부과된 명령과 지시를 암팡지도록 정확하게 집행하였다.

4월봉기의 행정에서 그가 취한 모든 조치만 하여도 그의 실무가다운 정확성과 백악관의 지시에 대한 충실성을 충분히 증명하고도 남는다.

대구, 마산에서 첫 봉화가 일어났을 때 대사관으로 달려온 내무부 장관은 그의 발밑에 엎드리듯 하면서 이렇게 호소하였었다.

《최루탄만 가지고는 시위를 진압할수 없습니다. 서울에까지 파급되면 어찌겠습니까? 발포할것을 허락해주십시오.》

그 광경을 보고있던 참을성이 없는 맥드낼드는 하마트면 《허락이 무슨 필요가 있소? 허락이 없으면 란동을 그대로 보고만 있겠소?》 하고 소리칠번 하였었지만 매코노이는 쌀쌀한 표정으로 침착하게 말하였었다.

《우리 미국은 언제나 민주주의편입니다.》

하건만 내무부 장관은 무슨 뜻인지를 몰라 벙벙해 서있었다. 매코노이는 말을 이었다.

《미국의 힘은 강대합니다. 당신들에게 민주주의적인 용단이 있다면 명심해 듣소. 강대한 미국의 힘을 믿는다면 학생들의 란동 같은것이 뭐겠소? 즉각 멈출수 있단 말입니다.》

그래도 말귀를 알아듣지 못하는 내무부 장관의 어리둥절한 표정에 곁에 있던 맥드낼드가 참견을 하였다.

《미국이 당신들에게 준 최신식무기들은 장식품이 아니란 말이요. 무기란 원래가 살인을 위한것이요.》

랭혈한인 매코노이는 그 간참에 조금도 성을 내지 않고 미소까지 그리면서 맥드낼드의 말에 동의하였다.

《신부님말씀이 옳습니다. 그 무기들로 자유를 지켜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민주주의용단이 필요하단 말입니다.》

그때야 비로소 흡족해진 내무부 장관은 입을 반쯤 벌리고 소리내여 웃었다.

(이 등신도 인제야 말귀를 알아들었나보군!)

그리하여 잔포한 상전과 등신노복간의 이 간단한 회담은 대구, 마산에서 김주렬을 비롯한 학생들과 시민들에 대한 대량학살로 구체화되였다.

그렇지만 미국상전들은 등신주구와의 회담의 후과들을 다 추산하지 못하였었다. 시위자들에 대한 살륙이 《란동》을 멈추리라고 생각했던 그자들의 예상과는 달리 인민들의 봉기는 천백배로 되는 분노의 폭발로 급속히 확대되여 맥드낼드나 매코노이는 물론 백악관도 정신을 잃게 하였다.

봉화의 불길은 종시 서울에까지 파급되였다. 서울의 시위는 그 어느 도시에도 비길수 없는 대규모적인것이였으며 폭발적인것이였다.

19일 아침, 매코노이는 리승만에게 으름장을 놓았다. 사태는 그로 하여금 언제까지나 침착할수 없게 하였다.

《당신들의 용기는 사소한 살상을 두려워하지 않는데 있소. 당신들의 일신상문제는 당신들의 그 용기에 달렸소.》

리승만이는 매코노이의 그 말이 온갖 만행을 다하여서라도 시위를 진압시켜야 네 목이 붙어있는다는 뜻임을 알았다. 그리하여 매코노이가 권고한 《당신들의 용기》는 바로 전세계를 격분시킨 4월 19일의 참경을 벌려놓고야말았다. 사상자가 많았다. 그러나 인민들의 분노와 기세는 뒤걸음치지 않았다. 머리가 뒤집힐듯이 신경질이 난 매코노이는 그답지 않은 발광적인 목소리로 계엄사령관에게 고함을 쳤다.

《경찰이 뭘 말라죽은거야! 기갑사단은 뭣때메 양성하고있어? 뭐라고? 이 바보자식, 유엔군이 여기 무슨 상관이냐? 연습중에 있는 국방군 사단들이 너의 통수하에 있게 된다는것도 생각이 나지 않는단 말야?》

그의 말 한마디로 그날 밤 서울거리가 땅크와 완전무장한 사병들로 꽉 차버렸던것이다. 그리하여 시위는 하강선을 그었다. 그렇지만 매코노이는 초조와 불안에서 벗어날수가 없었다. 새로운 대규모적인 시위가 있으리라는 예감이 항상 그의 목덜미에 갈마들고있는것이다.

이럴 때에 미국상전들은 아주 적절한 그 지령을 내렸다. 하지만 리승만이가 아니라 《한국》을 《보위》하라고 하면서도 후임에 대해서 생각지 않는 미제통치배들의 태도에 일정한 모순이 없는것은 아니다. 식민지아성에도 허다한 《고충》이 있는것이다. 물론 리승만은 그의 무지하도록 철저한 반공정책, 철면피한 권세욕, 언어도단적인 폭정, 메스꺼울 정도의 노예적굴종 등 괴뢰로서의 훌륭한 성격들을 적지 않게 가지고있었지만 령리하고 록록치 않은 이 나라 백성들은 그의 엉터리와 탐욕과 망동들을 너무도 속속들이 간파하고있는것이다.

그렇다고 리승만을 대신할 새로운 괴뢰는 쉽게 마련되지 않는다. 새로운 괴뢰로 지목한 녀석들 역시 리승만이나 피장파장의 무능한 녀석들이 아닌가. 이 살벌해진 민심을 수습할만 한 놈은 한놈도 없다.

대사관 응접실에는 매코노이가 부른 내외기자들이 벌써부터 대기하고있었다. 그는 맥드낼드에게 잠간 실례한다고 말한 후 응접실로 갔다. 기자들앞에서 봉기에 대한 대사의 성명을 발표해야 했던것이다.

《학도들의 시위는 민주주의와는 먼 강압적인 방법에 의한 부당한 선거를 한것에 기인한다고 생각한다. 이는 <한국>을 원조하는 미국의 체면이나 위신을 심히 손상시키는것이므로 하루속히 이런 강압을 그만두고 언론, 집회, 출판의 자유를 보장하는 대책을 수립하고 비밀투표를 엄수하며 야당에 대한 랭대를 시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등신의 집단인 경무대로서는 청천벽력같은 성명이였지만 따지고보면 무엇 하나 신통한것이 없는 그러면서도 민주주의외피로 훌륭히 가장된 미제의 상투적인 교활한 성명이였다.

매코노이는 헤여져가는 기자들의 표정을 긴장한 눈초리로 주시하였다. 대사의 뜻밖의 성명으로 해서 중요한 기사거리를 얻게 된 기자들이 잠시 직업적인 즐거운 기분으로 흥성거리는것 같았다. 그러나 바보가 아닌 매코노이는 비웃음을 담은 뜻있는 시선을 나누는 그들의 표정을 남김없이 보았다.

그는 정력적으로 활동을 전개하였다. 계엄사령부와 내무부 장관에게는 소름이 끼치는 잔혹한 지시와 욕설을 퍼부으면서 주모자의 체포, 고문, 학살을 추동하였고 경무대에는 수차에 걸쳐 스스로 찾아가 리승만을 황급하게 만들었고 야당인사들은 정동관저에 불러들여 얼렁얼렁 달래두고 군중앞에서는 너그러운 미소로 의젓한 동정을 표시하는 2중3중의 능한 외교솜씨를 상급들도 탄복할만큼 훌륭하게 발휘하였다.

다만 한가지 극히 사소한 사건이기는 하나 모든것을 뒤엎어버릴번 한 일이 있기는 하였다. 한것은 봉기를 진압하기 위해서 표면상 괴뢰가 사들인 《엠1》보총들과 그 탄알, 그리고 최루탄들의 자금이 주《한》미경제협조처에서 지출되였다는것을 일부 보도기관들이 어떻게 해서 알게 된것이다.

철저한 보도관제로 해서 그 기사가 실린 신문을 사전에 압수했기망정이지 그대로 배포되였던들 봉기가 반리승만에서 반미로 급변하였을것은 불을 보듯 명백한것이였다. 왜냐하면 주《한》미경제협조처의 자금은 한딸라도 리승만이 마음대로 지출할수는 없는것이다. 때문에 그 신문이 그대로 세상에 나갔으면 4월봉기의 모든 탄압살륙의 괴수가 미국무성이였다는것이 물적증거까지 곁들여 백일하에 폭로될수 있었기때문이다. 격동된 시위자들은 수많은 사상자를 낸 학살자의 괴수를 결코 용서하지 않을것이기때문이다.

오늘 그 정보를 받자 매코노이는 차디찬 비웃음을 담고 맥드낼드를 쳐다보았다.

《치킨겐이 아니였다면 당신도 나도 이 한국에는 있을 자리가 없을번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까?》

그 기사를 사전에 발견한것이 대사관의 일등서기관인 치킨겐이였는데 매코노이가 그것을 상기시키는 목적은 맥드낼드가 저지른 또 하나의 실책을 발가보이려는 속심이였다. 대꾸할 말이 없는 맥드낼드는 밸이 꿈틀거려도 어쩌는수가 없었다. 일이 뒤틀릴 때면 그렇게 서로 싸우기마련인것이다.

그 모든것을 회상하면서 맥드낼드는 한자리에 앉아있지 못하고 방안을 서성대다 창가림이 철문처럼 무겁게 드리워져있는 창가에 붙어섰다. 중무장한 군대들이 늘어서있는 거리 저쪽에 흰 모금함을 멘 나어린 소녀가 사람들의 발길을 끌고있었다.

그 소녀의 모습을 바라보는 맥드낼드의 가슴속은 또 뒤틀리였다.

수천수만의 함성이 창문을 뒤흔들던 공포의 거리, 그러나 지금은 무거운 군화밑에서 숨결조차 잃은 이 거리에 모금함과 모금함에 다가가는 사람들의 발길은 다시 무거운 폭풍을 알리는 예고인듯 하였다. 차디찬 눈길로 거리를 바라보던 그는 얼굴에 알릴듯말듯 한 쓴웃음을 짓고 돌아서서 방 한쪽구석에 놓여있는 금고를 살펴보았다. 그안에는 비상문건들과 함께 그가 병원에서 거둬온 열쇠들이 들어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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