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동신문

제 3 장

17

  

6월 3일, 이날이 례사로운 날일수가 없다.

여느날과 조금도 다름이 없는 푸른 새벽빛발, 《무드렁》, 《두부드렁》하는 장사치들의 가락맞는 목소리에서 그리고 수도가에서 왁자지껄 떠드는 아낙네들의 승벽내기, 일거리를 찾아 두리번거리는 지게군들의 황황한 걸음발로부터 시작되는 서울의 아침은 언뜻 례사롭게도 보인다.

그러나 3. 24에서부터 투쟁과 투쟁의 련속으로 달려온 불꽃튀는 생활이건만 오늘 그것은 더한층 강렬한 긴박감으로 사람들의 심장을 그러쥐고있다. 등교하는 학생들이 나누는 아침인사, 그 시선들에 사나운 광채가 빛발친다. 턱끈을 졸라매고 학교주위에서 서성거리는 순경들, 그자들의 구두발소리도 오늘 더한층 삼엄하다. 학생들을 바라보는 시민들의 얼굴표정에는 절절한 성원의 빛발이 있다. 지혜의 밥곽은 무거웠다. 어머니는 이렇게 말했다.

《옛날부터 싸움에 나갈 때는 든든히 먹어야 한다고 했단다.》

그들모두가 6. 3의 광장으로 줄달음치고있는것이다.

작업장들에는 아침교대시간이다. 그러나 오늘 밤교대들은 인계를 서두르지 않았다. 뿐아니라 돌아갈 생각을 하지 않는다. 생각하면 도흥령감이 로무자의 대표로 공장주에게 요구조건을 제기한 후 근 4개월, 태업의 쓰라린 참을성만을 견지하여온 그들이 울분에 막혔던 가슴을 활짝 열어젖히고 총파업에로 돌진하는 오늘 가슴의 피가 끓지 않을수 없는것이다.

밤교대의 파업책임을 진 수리공이 지혜에게로 다가왔다.

《힘껏 싸웁시다.》

두사람은 힘있게 손을 잡았다. 전교대 통근생들이 여기저기에 박혀서 새 교대와 함께 그대로 작업을 계속한다. 밤과 낮의 두 교대가 동시에 파업을 시작하기 위해서다. 감독놈이 들어오면 전교대들은 등을 돌리거나 어딘가에 숨었다. 초조한 긴장속에서 그리고 솜먼지와 소음속에서 시간은 가슴을 태우며 총파업개시의 정오를 향해 한초한초 다가가고있다.

《소식이 없습니까?》

호일이가 참다못해 와서 물었다. 지혜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직 ㄷ광산폭동에 대한 소식이 없는것이다. 호외도 신문보도도 없었고 련락도 없다. 그러나 지혜는 불안이 아니라 숨을 죽이는 긴장한 마음을 느끼고있을뿐이였다.

지혜가 만났던 12명 광부의 소박하고 줄기찬 모습, 그들이 높이 울리는 종소리로 땅속에서 소리치며 솟아오를 수천의 광부들의 억센 물결, 동구에서 작별한 강우의 모습… 그 모든 기억이 지혜의 주위를 도도히 흐르고있는것이다.

목이 탔다. 음료수칸에 가서 찬물을 마구 들이키고 오자 땀이 비오듯 한다.

《지혜!》

그 목소리가 가슴을 쳐서 지혜는 휙 얼굴을 돌렸다. 경옥이가 입을 꽉 다물고 꼿꼿이 서있었다. 그의 바른손에는 긴 비자루가 쥐여져있다. 그러나 왼손은 없었다. 네다섯의 녀공들이 그의 주위에 입술을 깨물며 서있었다. 끝내 치료비도 위자료도 내지 않은 공장은 겨우 그를 청소부로 채용한것이다.

《경옥아!》

뭐라고 위로해야 한단 말인가. 무슨 말로 격려해야 한단 말인가.

《나는 오늘 무엇이 있다는것을 알고 왔어. 옥채가 알으켜주었어.》

지혜는 그래도 대답을 하지 못하였다. 경옥은 내심의 격동을 누르는 낮으나 떨리는 목소리로 말한다.

《지혜, 나는 인제야말로 모든것을 각오하였어.》

《네가 말하지 않아도 우리는 알고있어.》

그러자 경옥이가 조용히 지혜곁으로 다가섰다.

《아니, 너희들은 다 모르고있어. 나는 온 세상에 대고 말하고싶다. 싸우려는 생각을 그만둘 때 나처럼 병신이 된다고 웨치고싶다. 앉아서 굶지 말고 일어서서 싸워야 한다는것이 얼마나 훌륭한 진리라는것을 나의 이 왼팔을 증거물로 소리치며 증명하겠다.》

《그만둬. 경옥아, 공연히 가슴을 찢으면서 아파하지 말아.》

옥채가 흐느끼듯 하는 목소리로 소리쳤다. 은실이가 종시 울음을 터뜨렸다.

《울지 마, 나때문에는 울지 마…》 하는 경옥의 목소리는 놀랍도록 낮았다.

《지혜, 지금 나의 결심은 나의 어머니나 나의 언니나 내 조카를 위해서가 아니야. 내가 벌지 못하게 되자 더 참혹해진 집안식구들을 바라보면서 나는 결심을 다지였어. 피눈물 흘리는 모든 어머니들을 위해, 병들어 신음하는 모든 언니들을 위해, 피기없이 자라는 모든 조카들을 위해, 그들을 그렇게 만든 이 모진 세상을 뒤엎기 위해 싸움에서 한걸음도 물러서지 말자고 마음을 다지였어.》

경옥의 시선은 문뜩 그가 일하던 기대로 갔다. 어쩔수없이 끌려가듯 그 기대에 다가선다. 그는 사랑하는 자기의 조카를 어루만지듯 기대주위를 쓸어본다. 동무들은 그러는 경옥을 미여지는 가슴으로 보고만 있었다.

《인제는 이 기대들을 누가 맡아하니?》

기대를 맡은 녀공은 대답을 못하고 서있었다.

《너냐?》

경옥은 그에게 미소를 그려보인다. 그리고 한창 기세좋게 춤을 추듯 돌아치고있는 기계들을 즐거운 표정으로 바라본다. 그런데 그중 한 기계의 날실 한오리가 끊어져 회전이 멎었다. 경옥은 반사적으로 비자루를 집어던지고 한손으로 끊어진 날실의 한끝을 골라잡는다. 그러나 또 한끝을 잡아야 할 왼손이 없다는것을 비로소 깨달은 경옥은 웃으려고 동무들을 둘러보다가 무엇인가 가슴에 충격이 일어난듯 한순간 놀란 표정을 짓는다.

《경옥아…》

동무들이 소리쳤다. 그가 기대에 엎드려 정신없이 울기 시작한것이다. 지혜는 경옥을 일으켜세우며 목메인 소리로 말하였다.

《경옥아, 아픔만을 생각해서는 안돼. 너의 각오가 얼마나 훌륭한것인지를 알아야 해. 너는 조카들에게 훌륭한 이모를 가졌다는 자랑을 넘겨주고있어.》

10시, 드디여 기봉이가 련락을 왔다. 키는 작지만 어른스러워진 기봉이가 빛나는 얼굴로 광산소식을 전한다.

《광산의 주요설비가 파괴되였어요. 그리고 총파업에 돌입했다고 해요. 놈들이 광산마을을 포위하고있어서 련락이 늦었답니다. 파괴조들은 전원이 무사히 피신에 성공했다구요. 모두 굳세게 싸우고있다구요.》

기봉의 말을 듣는 동안 지혜는 심장이 멎어버릴것 같은 압박감에 숨을 쉬지 못하였다.

그의 말이 끝나자 비로소 조용히 숨을 들이키던 지혜는 문뜩 해빛이 흘러들고있는 천장채광창을 뜻도 없이 쳐다보았다. 얼룩이 진 유리로 새여들어오는 빛줄기들이 유난히 황홀해보였다. 그리고 그 빛줄기들은 그의 몸을 포근히 감싸면서 나른한 행복감속에 잠기게 해주는것이다. 그런 그는 기대에 등을 기대고 이마우에 내돋은 땀방울을 손등으로 문질렀다.

《왜 그러우?》

호일이가 달려와 맥없이 기대고있는 지혜를 보자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지혜는 밝은 표정을 지었다.

《광산의 설비가 파괴되였어요.》

호일은 다짜고짜 지혜의 어깨를 잡아흔들며 소리쳤다.

《그게야 기쁜 소식이 아닙니까. 맥없이 서있을것이 아니라 춤을 추고 만세를 불러야 할 일 아닙니까. 지혜선생, 전동기들을 끕시다. 그리고 멋들어지게 모두에게 선포합시다.》

지혜는 세차게 고개를 저으며 스위치있는데로 달려가려는 호일의 팔을 꽉 붙들었다.

《안돼요! 곁의 사람에게 차례로 전해요. 기쁠 때도, 슬플 때도, 고통스러울 때도 투쟁을 앞두고는 침착해야 해요.》

《그렇게 하겠소.》

호일은 조금도 나무라는 기색이 없이 자기 자리로 돌아가더니 함께 일하는 직조공과 곁에서 일하는 수리공에게 전달한다. 기계의 소음은 여전히 온갖 소리를 집어삼키며 요동을 치고있었지만 얼마 안되여 직조공과 수리공들의 빛나는 얼굴과 서로들 바라보는 격동에 넘치는 시선들이 기계의 소음을 억눌러버린다. ㄷ광산 광부들의 승리에 대한 기쁨은 곧 저들의 투쟁에 대한 신심이였다. 지혜는 또 목이 타는것 같아 음료수칸안으로 달려갔다.

그러나 아무리 찬물을 들이켜도 목은 그대로 탔다.

그때 별안간 둘셋의 전교대 직조공들이 헤덤비며 뛰여들어왔다.

《형사들이 왔어. 밤교대사람들을 샅샅이 뒤지고있어.》

지혜는 작업장으로 나갔다. 기대사이를 누벼 자기 자리로 돌아왔다. 출입문아근에 두 형사가 무엇인가 고함을 치고있었지만 기계소리때문에 들리지 않았다. 형사에게 붙잡히운 한 처녀가 몸부림을 치면서 뭐라 대들고있다. 놈들은 무엇인가 알아차리고 수사하러 온것이 분명하였다. 모든 직조공, 수리공들이 일손을 놓고 형사녀석들을 노려보고있었다. 그들이 일손을 놓자 기계들은 공회전을 하면서 소리만 쳤다.

그러는데 출입문이 또 벌컥 열리더니 한떼의 형사들이 와르르 들어섰다.

시간은 이미 11시가 넘었다. 지혜는 마지막순간에 생긴 장애앞에서 터질듯 한 노기와 함께 당황하기도 하였다. 뒤지며 돌아가는 열명이 넘는 형사놈의 눈에 걸리지 않게 칠십명이나 되는 전교대 통근생들이 숨을데는 없다.

기대밖으로 몸부림치면서 끌려나온 직조공처녀가 갑자기 방어에서 공격으로 대들면서 무섭게 소리쳤다.

《가자! 내가 못 갈줄 아냐? 가자! 가!》

형사들은 곳곳에서 끌어낸 수리공들의 뺨을 후려갈기고 쓸어눕히고 마구 걷어차고있다. 한 수리공의 얼굴에서 코피가 흘렀다.

지혜는 불쑥 허리를 펴고 해쓱해진 얼굴로 작업장안을 둘러보았다. 무섭게 공회전을 치고있는 기계들, 그 기계들 사이사이 어쩔줄 몰라 두리번거리며 서있는 직조공들과 수리공들, 형사놈들을 바라보는 그들의 눈에 공포가 있다. 그들 하나하나의 힘은 결코 형사들을 당하지 못한다. 그들은 굶고 헐벗고 가난에 지쳐있지만 상대방은 채찍과 총칼, 감옥 등 모든 포악한 힘을 가지고있다. 그 엄청난 힘의 차이를 두고 개개의 로무자들은 겁을 먹지 않을수 없는것이다.

로무자들은 저들이 한덩어리라는것을 잊고있는것이다. 단결된 힘이 있다는것을 잊고있는것이다.

한손으로 처녀의 팔을 뒤로 비틀고있는 한 형사가 포승줄을 꺼낸다. 지혜의 끓어오르던 가슴은 그 순간에 무서운 힘으로 폭발하였다. 지금 이 시각에 한사람의 희생은 수백수천사람들의 용기를 짓밟을것이다. 불을 지필 책임이 지혜 너에게 있는것이다.

지혜는 놀라서 앞을 막는 곁의 직조공의 손을 뿌리치고 기계사이로 달려나갔다. 그토록 사납게 빛발치는 지혜의 시선을 그 누구도 본 일이 없으리라.

달려나간 지혜는 굴러다니는 씨실목관을 량손에 집어들었다. 그리고 처녀의 팔을 묶고있는 형사에게로 번개처럼 달려들어 그자의 얼굴을 목관으로 후려쳤다. 불의에 얻어맞은 형사는 포승을 잡았던 손을 놓고 다친 이마를 짚더니 짐승처럼 독이 올라 지혜에게로 덤벼들었다. 지혜는 무서운 침착성을 가지고 또 하나의 목관으로 놈의 피발이 선 눈을 갈겼다.

그런 한순간 분명 주위에서 무엇인가 거대한 힘이 솟아오른듯싶다. 뒤를 돌아본 지혜는 불현듯 억한 눈물이 솟구쳤다. 공회전을 치고있는 기계 사이사이로 직조공과 수리공들이 고함을 지르면서 달려나오고있는것이다.

누군가가 스위치를 꺼서 기계소리마저 일시에 멎자 사람들의 고함소리는 폭발음처럼 튀여올랐다.

《사람잡이 개놈들을 죽여라!》

《모든걸 던져라!》

나사틀개, 씨실목관, 수리공들과 직조공들은 자기의 작업도구들을 량손에 움켜잡고 형사들에게로 밀려가고있다. 그러나 형사들도 필사적으로 몽둥이를 휘두른다. 먼저 달려든 한 수리공이 그 몽둥이에 맞아 옆으로 쓰러지자 뒤따르던 수리공들이 멈칫 선다.

로무자들의 표정에는 두려움이 다 가셔지지 않았다. 노기에 차있기는 하였지만 떨리는 다리를 진정시키려고 애쓰고있었다. 매를 맞은 사람들이 도처에서 피를 흘리며 신음소리를 치고있었다. 불은 지펴졌지만 불길은 아직 솟아오르지 않았다.

지혜는 형사에게 팔을 비틀리우고있었다. 옥채가 지혜를 구하려고 그놈의 팔을 물어뜯으려다가 발길에 허리를 채워 쓰러진채 일어서려고 꿈틀거리고있다. 지혜는 아픔을 참으며 목청껏 웨쳤다. 이마에 구슬같은 땀이 비오듯 한다.

《왜 보고만 있어요?! 힘을 합해야 해요!》

큰 산도 허물수 있는 거대한 힘을 가진 로무자들을 불타게 할 힘있는 말을 찾지 못하는 지혜는 가슴이 아팠다. 그러나 결코 자기의 무력을 느끼지 않았다. 저며드는 팔의 아픔을 이겨내면서 또다시 온몸으로 부르짖었다.

《여러분! 우리는 200명이요. 개놈은 10명, 스무명에 한명씩 때려눕혀요! 총파업시간이 다가와요!…》

지혜는 무엇인가 더 고함을 쳤지만 마지막고함소리는 군중의 충천한 함성속에 묻혀 지혜자신에게도 들리지 않았다.

기계들사이에서 무서운 싸움이 벌어졌다. 하기야 20대 1의 싸움이 싸움일수가 없다. 놈들에게 내리는 군중의 단죄였으며 심판이였다.

때마침 정오를 알리는 고동소리가 울렸다.

이미 형사의 손에서 놓여난 지혜는 볼반대우에 뛰여올랐다. 어디서 그토록 날렵한 힘이 생겨나는지 그자신도 몰랐다.

《여러분! 원쑤들은 우리의 힘을 찢어놓으려고 발악하였어요. 그러나 우리의 단결된 힘밑에 짓밟혔어요. 우리의 단결, 총파업 만세!》

《만세! 만세! 만세!》

로동자들은 작업장건물들을 뒤흔드는 함성을 지르면서 사태처럼 밖으로 밀려나갔다. 그 기세 그 힘, 거대한 덩어리가 지혜까지도 휩쓸면서 쏟아져나가고있는것이다.

같은 때 맥드낼드는 자기 방에서 방금 도착한 때늦은 자기 나라 신문을 읽고있었다. 그는 현관의 초인종소리나 혹은 복도를 울리는 발소리가 들리지 않는가 해서 자주 귀를 기울인다. 오늘 청년학생들의 일대 시위투쟁이 있으리라는것을 그들도 알고있었던것이다. 다만 어떤 방법으로 얼마나 많은 군중이 어느 행로를 거쳐 진행되려는지 그것만을 모른다. 맥드낼드의 졸개들이 시간마다 정황을 보고하기로 되여있건만 정오가 가까와오는데도 아무런 소식이 없는것이다.

그는 마음을 진정시키려고 신문을 읽는다. 신문도 그리 유쾌한것은 못되였다. 흑인의 폭동, 파업, 경제공황, 깽사건, 불량소년들의 패덕사건 등 흥미는 있었으나 《대아메리카제국》의 풍모가 기형화되고있음을 단 하루 신문에도 여실히 드러나고있는 그런것들뿐이다.

《저들은 이런 꼬락서니면서도 항상 우리만을 질책하고있지.》

맥드낼드는 공연한 울화가 치밀기도 하였다. 그러는데 전화종소리가 가슴이 철렁하도록 요란하게 울렸다.

《핼로… 오우.》

자주 파티로 초청하던 k회사대리인의 낯익은 목소리여서 여느때 같으면 마음이 유쾌하련만 학생청년들의 계속되는 시위에 시달려오는 그에게 그 소리도 기쁨을 주지 못하였다. 맥드낼드는 비스듬히 누워서 말없이 수화기를 끌어당기다가 k회사대리인의 다음 말을 듣고서야 벌떡 일어나 앉았다.

《ㄷ광산이?… 오… 주여!》

그는 머리를 쇠망치로 얻어맞은것 같은 타격에 더 아무 말도 못하고 상대방이 두서없이 주어섬기는 말을 듣고만 있었다. 대리인은 전화기에 쇠붙이소리가 나게 큰소리로 이렇게 전한다.

《…불상사입니다. 한개 k회사의 불상사가 아닙니다. 나는 대체 무슨 면목으로 본국에 돌아가겠습니까. 기술자들의 보고에 의하면 복구에 시일이 걸리겠다고 합니다. 윁남전쟁이 곤경에 빠질것입니다. 로무자들은 복구를 거절했습니다. 총파업입니다.》

맥드낼드는 아무런 응답도 할수가 없었다. ㄷ광산이 파괴되였다는 소식도 뜻밖이였지만 중앙정보국의 중요성원인 자기가 이런 일을 어째서 한개 장사치 대리인에게서 들어야 하는지 이상한 예감이 뒤통수를 찡하게 울려서였다.

《핼로… 맥드낼드씨, 당신에게도 책임이 있습니다.》

《무엇이요? 국방군녀석들은 뭘 했다는거요?》

《어제 밤 밤새껏 술을 처먹고 곤드레가 되여 아무 짝에도 쓸모가 없었단 말이요.》

《그렇다면 제8군사령관의 책임이요.》

《너무 큰소리치지 마십시오. 그것뿐이 아니요. 우리들만이 알아야 했던 광산매도계약의 성립을 란동자들은 낱낱이 알고있었소. 이것도 당신의 책임이 아니란 말이요?》

맥드낼드는 성이 났지만 대꾸할 말을 찾지 못하였다.

《이곳 경찰이나 정보원은 낮잠만 자고있는것 같소. 광산을 파괴한 녀석들은 하나도 남기지 않고 다 어디론가 새여버렸소. 그 란동을 조직한 주모자들은 허수롭게 볼 녀석들이 아니요. 파괴하였지만 갱들에 침수가 되지 않도록 그 일만을 계속하고있단 말이요. 우리에게 넘겨주는것은 방해해도 저들의 민족재산은 보호한다는 심산이 아니겠소.》

맥드낼드는 온몸의 기운이 일시에 소리도 없이 사라지는것 같았다. 머리에 떠오르는 한가지 생각은 여전히 왜 이런 정보를 대리인이 아는데 자기는 모르고있는가 하는 의문뿐이였다.

《란동은 오래전부터 계획해온것이요. 그러니 복구의 책임은 백창락에게 있소. 기술원조는 우리가 하겠지만 자금문제는 우리가 책임질수 없소. 백창락이 만약 이러쿵저러쿵한다면 ㄷ방직의 특혜조치들을 중지시키면 되리라고 생각하오. 맥드낼드씨, 우리 경제분야는 당신들 정보국의 길안내를 믿고 투자도 무역도 하고있는것이요. 그렇건만 이 무슨 불상사겠소?》

맥드낼드는 아무 대꾸없이 수화기를 놓았다. 하녀가 가져온 커피를 마시는것도 잊어버리고 외출준비를 한다. 그러나 도포자락을 걸치고나자 잠시 방안을 왔다갔다하였다. 눈아래 기미가 푸들푸들 떨렸다. 거미줄처럼 뒤엉킨 허다한 생각들이 머리속에서 요동을 친다.

그는 조선에 발을 붙인지 30년이 된다. 그동안 이 도포를 걸치고 성자의 가면을 쓰고 조선사람들속에 허다한 독소들을 뿌려놓았다. 민족적렬등감, 숭미노예근성 등의 식민지민족이 가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온갖 독소를 불어넣었다.

그뿐인가, 정보국성원인 그는 본국의 지령에 의한 보물들의 허다한 략탈에도 한몫씩 하군 하였으며 지하실에서의 학살놀음도 수없이 감행하였고 그가 맡은 부문에 무서운 정보망도 펴놓았다. 그렇건만 그의 청춘시절을 다 기울인 조선에서 30년동안 그 어느 하루도 살얼음우에 서있는것 같은 불안에서 헤여날수가 없었었다.

별안간 울린 문두드리는 소리에 맥드낼드는 공연히 소스라치게 놀랐다. 그가 거느리고있는 부하인 한 대위가 조심성없이 뛰여들어와 문을 쾅하고 닫았다.

《조용히 움직이지 못하겠소?》

대위는 비웃음을 섞어 빙그레 웃었다.

《그 시커먼 도포자락을 벗으시오. 그리고 이 술이나 마십시다.》

대위는 주머니에서 두개의 양주병을 꺼냈다.

피할길 없는 불길한 예감이 가슴을 걷어차는것 같았으나 맥드낼드는 그 불안을 누르며 말했다.

《행동을 삼가하시오.》

대위는 책상우에 엉뎅이 한짝을 올려놓으면서 소리내여 웃었다.

《무엇때문에 삼가하겠소? 당신은 이미 신부가 아니며 당신과 나는 정보국성원이 아니요.》

《뭘?!》

맥드낼드는 불에 덴것처럼 우르르 떨면서 뒤걸음치였다. 넓은 등판이 담벽에 힘껏 부딪치자 정신나간 사람처럼 소리쳤다.

《나를 파면시켜?》

《당신도 나도…》

《네녀석은 여기 온지 다섯해밖에 안됐어. 나는 30년이다. 내 젊음을 다 바쳤다. 나는 할수 있는껏 했다. 명령에 항상 충실했다. 그런 나를 파면시켜?》

《내게 대고 말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소.》

대위는 허구프게 웃었다.

《정말 오산이요! 백악관의 오산이란 말이요. 이 불모지에서 무엇인가 얻으려고 생각한것이 애당초 터무니없는 욕망이였단 말이요. 조선민족은 괴이한 민족이요. 다스릴수 없는 민족이요. … 절벽우에 서있는 미국이 무너져내리는 소리가 들리오. 설사 이 맥드낼드보다 천백배 총명하고 천백배 포악한 녀석을 대신 보낸다 해도 이 나라에서는 아무것도 얻어가질것이 없소. 얻어가지기는커녕 멸망을 촉진할것이요.》

맥드낼드는 그리고도 맥락없는 말을 신음소리처럼 띠염띠염 지껄이면서 커다란 두팔을 휘저으며 방안을 헤매였다. 대위는 가져온 술병의 마개를 뽑고 병을 꺼꾸로 세우더니 꿀꺽꿀꺽 마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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