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동신문

제 2 장

15

 

《천천히 한바퀴 돌아서 가세.》

백창락은 승용차의 푹신한 등받이에 기대앉으며 운전사에게 그렇게 분부하였다. 사장의 버릇을 익히 알고있는 운전사는 속도를 늦추고 남산쪽으로 꺾어들었다. 차는 비교적 한적한 유보도를 굽이굽이 맴돌아오르고있었다.

뜻밖에도 맥드낼드는 오늘 반도호텔에서 그를 만나자고 했다. 거기에는 일본 아사히상사 대리인들도 동석한다는것이다. 아사히상사, 그것은 방직공장과 방직기계공장을 가지고있는 일본의 무역상사이다. 그 대리인이라면 셍가가 틀림없었다. 셍가는 상냥하고 약삭바르고 례절있는 일본장사군이다. 오래동안 변덕을 부려 만나주는것은 고사하고 전화도 받아주지 않던 맥드낼드가 별안간 왜놈장사군과 함께 그를 부른것은 무엇때문일가?

어느덧 차는 반도호텔앞에서 멎었다. 《뉴욕앤더슨형제상회 한국지점》, 《서도이췰란드 게로하르트만건설회사 한국주재원실》 등 허다한 간판들이 붙은 방들을 지나 수위는 맥드낼드가 호텔에서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전용으로 쓰고있는 특별실로 안내하였다. 오랜만에 만난 맥드낼드의 검은 도포에 휩싸인 커다란 체구는 전에없이 더 위압감을 준다. 상전은 더우기나 아주 뜬뜬한 표정이다.

《백창락씨, 당신의 광산이 잘돼가오?》

《웬걸요. 신부님, 별 수입도 없는것이 골치만 아파 죽겠습니다.》

《그럴수 있지. 방직공장만도 운영하기 헐하지 않을텐데 더구나 멀리 떨어진 벽촌에 있으니… 참 백사장, ㄷ광산지역에 미군특수군사시설이 들어앉는다는 말 들었습니까?》

《네?!》

그야말로 광산이 무너져내리는 굉음으로 들렸다. 특수군사시설이 들어앉는다면 그 광산이 아무리 나라의 경제운명을 좌우하는 중요한것이라쳐도 페쇄해야 하는것이다. 그야말로 앉은자리의 마른벼락이 아닐수 없었다.

《이 일을 어찌겠습니까? 신부님.》

망연자실한 창락은 정말이지 맥드낼드에게 매여달릴수밖에 없었다. ㄷ광산으로 말하면 설비는 원시적이고 사고도 많지만 그래도 거기서 방직공장 못지 않은 리윤을 짜내고있다. 더구나 최근 광산 기사장의 말에 의하면 광산 광맥에 현대무기제작에 없어서는 안될 희유금속이 적지 않게 함유되여있는것 같다고 한다. 만약 그것이 확증된다면 그는 정말로 채굴공업의 왕이 될수도 있는것이다.

《아직 어느 정도 확실한것인지 알수 없지만 어쨌든 그런 말이 공연히 나온것 같지는 않고 백창락씨도 미리 알아두는게 좋을상싶어 전하는것이요.》

창락은 그저 얼굴빛이 시커매서 구원을 청하듯 맥드낼드를 쳐다볼뿐이였다. 그렇건만 맥드낼드는 여전히 뜬뜬한 표정대로 무슨 선고나 하듯 이렇게 덧붙이기까지 한다.

《각오를 해야 하오. 하나의 광산이 무엇이겠소. 미군은 자유세계의 운명을 걸머지고있소. 윁남의 전쟁은 점점 더 확대되고있고 아프리카와 라틴아메리카에서도 동란에 동란이 거듭되고있소. ㄷ광산이 백창락씨에게는 명줄이기도 하겠지만 미군의 안목으로 볼 때는 하나의 티끌에 지나지 않소.》

창락은 고개를 푹 떨구었다. 이 무슨 흉조란 말인가. 그렇지만 검은 독수리가 사전에 미리 귀띔을 해주는것으로 보아 발버둥친다면 솟아날 구멍이 있는것이 아닐가? 창락은 얻어맞은것 같은 머리로 솟아날 구멍을 이것저것 생각해본다.

그러나 그때 공교롭게도 셍가가 나타났다. 그는 방안에 감돌고있는 무거운 공기를 눈치챈듯 주춤하였으나 곧 아무것도 알아차리지 못한것처럼 두사람에게 다 상냥하게 인사를 하면서 들어왔다.

접대원이 응접탁자에 다과를 차려놓고 나가자 세사람은 별로 흥미도 없는 객담을 한참동안 늘어놓았다. 맥드낼드는 맹주답게 가슴을 버티고 도사리고 앉아 인사말조차 어떤 판결을 내리듯 하는 어조로 말하고있었고 셍가는 두사람에게 다 상냥하고 례절바르게 대하면서도 맹주의 측근자로서의 위치에 서서 백창락에게는 옛 노복을 대하듯 하면서 이전의 종속관계에서 결코 벗어나려 하지 않았다.

《셍가씨.》 하고 갑자기 맥드낼드가 그렇게 불렀다.

《나는 경제에는 문외한인 종교인이며 교육자이며 자선사업가입니다. 실업가인 백창락씨 역시 교육자이며 자선사업가이기때문에 항상 무엇인가 도웁자고 생각하고있습니다.》

상전이 은혜를 베풀 때 노복은 황공해하는 얼굴을 해야 한다. 창락은 웃음을 그리려고 했지만 울상이 되고만다. 오히려 셍가가 상냥한 목소리로 맞장구를 친다.

《맥신부님의 창락씨에 대한 온정에는 정말 눈물을 금할수가 없습니다. 창락씨, 맥신부님께서는 우리 아사히상사가 신형방직기계를 수출하고있다는것을 아시자 저에게 오래전부터 백창락씨가 방직기계를 사들이려고 고심하고있다는 말씀을 하시면서 이렇게 만날 기회를 만들어주셨습니다.》

창락의 시꺼멓게 죽었던 얼굴에 갑자기 혈색이 솟구쳤다.

《자비하신 신부님!》

그는 감격한 나머지 그렇게 불렀다.

《셍가씨도 내 청이니 거절할수 없다는 긍정적대답을 해주었습니다. 기계는 중고품이기는 하지만 신품이나 다름이 없습니다.》

《일본상품인데 중고품이면 어떻습니까. <한국>제에 비기겠습니까.》

창락은 정신을 차릴수가 없었다. 흉조와 횡재가 동시에 들이닥치다니? 장사에 이골이 난 셍가는 자기 욕심을 그대로 드러내는 창락을 비웃는 표정으로 바라보면서 방직기계의 값을 올려야겠다고 생각하였다.

《물론 일개 대리인인 저로서는 확답을 할수는 없습니다만 도꾜에 돌아가는대로 본사에 백창락씨의 뜻을 전하겠습니다. …십중팔구 성사가 되리라 믿습니다만 빨리 되고 안되고는 백창락씨의 지불능력여하에 달려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상사로서는 꼭 딸라로 받아야 하는만큼…》

창락은 들었던 차잔을 도로 놓았다. 그리고 간청하듯 맥드낼드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신부님, 저는 신부님께서 지금까지 저를 돌보아주셨듯이 딸라를 융자하는 길도 열어주시리라 믿습니다.》

실업가인 창락이가 고리대금업자처럼 수백대의 직기를 사들일수 있는 딸라를 쌓아놓고있지 않으리라는것을 맥드낼드는 알고있을것이 아닌가.

맥드낼드는 눈섭 하나 까딱하지 않고 셍가를 보면서 말했다.

《<한국>의 재벌이란 이렇게 렴치가 없습니다. 그러나 그런걸 모르지 않는 나는 백창락씨를 위해 딸라를 구할 방도를 생각해보기는 했소. 미국의 원조자금에서 융자할수 있는 길말이요. <바이 아메리칸정책>에도 저촉되지 않고 융자할수 있는 길말이요.》

창락은 침을 꿀꺽 삼켰다.

맥드낼드는 어째선지 툭 불거져나온 두눈으로 창락을 유심히 살피다가 말을 계속하였다.

《<바이 아메리칸정책>, 미국이 원조국에 준 딸라로는 꼭 미국상품만을 사들여야 한다는 이 정책은 그것이 우선 도의상으로도 지당한것이며 또 <한국>이 요구하는 모든 상품을 미국에서 구입할수 있다는 점에서도 실질적으로 타당한것입니다. 백창락씨를 도우려는 생각에만 정신을 쏟았던 나는 설사 미국상품이 아니라쳐도 그것이 신품이 아니라 마모된 기대를 사들이는 경우에는 <바이 아메리칸정책>도 허용되리라 생각하고 해당 기관과 접촉해보았소. 하지만 문외한의 망상에 지나지 않는다는것을 알았소. 그러니 어쩌겠소? 당신이 <아사히>직기를 사들이기 위해서는 미국의 원조자금이외에 다른 곳에서 딸라를 마련하는길밖에 없소.》

백창락은 숨이 답답해져서 헛기침을 해가며 두 상전의 눈치를 살펴보았다. 무슨 그리 까다로운 법조항을 장황하게 늘어놓는단 말인가. 도대체 법에 걸리지 않고 폭리를 보는 장사속이 어디 있단 말인가. 언젠가도 ㄷ광산에 필요한 설비부속품을 서도이췰란드에서 사들이는데 딸라를 대부받도록 알선해준 맥드낼드가 아닌가.

두사람의 말을 셍가는 발쭉발쭉 웃기만 하며 듣고있었는데 그들의 말이 뜸해지자 조심스러운 어조로 이렇게 끼여들었다.

《신부님, 이렇게 하면 안되실가요? 우리는 꼭 딸라를 받지 않고도 백창락씨에게 직조기를 제공할수 있습니다. 즉 설비는 우리 상사가 제공하고 백창락씨는 그 설비로 임가공비만 받고 직물을 생산해서 우리에게 납품하는 보세가공무역을 한다면…》

《보세가공무역?》

《네, 최근에 <한>일간에는 그런 무역형식에 일체 세금을 부과하지 않기로 계약이 되여있습니다요. <한국>의 산업진흥을 위해서 적절한 무역형식이지요. 실정을 모르는 여론들에서는 마치 일본이 값싼 <한국>의 로동력을 착취하는것처럼 말하고있습니다만 현실적으로 백창락씨같은 경우 그 무역형식을 취한다면 더 많은 생산을 할수 있으니 결국 이런 무역형식이 광범하게 적용될수록 <한국>의 산업은 진흥된단 말입니다.》

창락은 속으로 주먹구구를 해보았다. 보세가공무역을 하면 얼마나 리가 남는가? 기계를 자기 돈으로 사들이는것보다 확실히 리익배당은 적다. 그렇지만 그 경우 원료와 자재입수에 따르는 난관과 비용이 절약되며 판로에 근심도 없다. 그러나 ㄷ방직상표를 붙일수 없는만큼 장래발전을 위해서 불리한건 더 말할것도 없다. 이 창락의 곤경을 거머쥐고 자기 배속부터 채우려는 왜놈들의 약삭바른 장사속이긴 하다. 하지만 전부가 아니라 일부만 보세가공생산을 할 필요는 있다. 어쨌든 원료난, 판매난을 받지 않을테니까. 백창락은 어리숙한 표정을 지어보이면서 이렇게 말하였다.

《저, 보세가공생산도 하고 우리 방직의 천도 생산할수 있게 그렇게…》

《보십시오! 셍가씨, 이렇습니다. 너무 욕심을 부리지 마시오!》

맥드낼드는 표독스럽게 창락을 욱박질렀다.

《기계를 사들일 딸라는 없으면서 보세가공생산도 싫다?》 하는 맥드낼드의 말에 셍가도 창락이도 힐끗 그를 쳐다보았다. 두사람 다 맥드낼드자신이 셍가와 창락이사이에 보세가공무역이 진행되는것을 달가와하지 않는다는것을 느꼈다. 약바른 셍가는 곧 딴 방도를 제기하였다.

《맥신부님, 이렇게 하면 어떨가요? 차관을 제공하는 형식으로… 우리들이 들은바에 의하면 미국무성에서도 <한국>에 대한 원조를 차관형태로 하거나 개인회사들이 직접 투자하는 형식으로 점차 바꾸어나간다고 하지 않습니까.

저희들의 생각에도 그렇게 해야 <한국>이 원조나 받아먹는 락후한 상태에서 벗어나 산업이 진흥할수 있는 좋은 계기를 만들어줄것이라 생각합니다. 우리 일본도 미국의 그 성의를 따라가야 할것이라 생각합니다만 한가지 우려되는것은…》

셍가가 무슨 말을 하려는가를 확증하듯 멀리에서 군중의 함성이 들려왔다. 세사람은 부지중 서로 마주보았으나 태연해보이려고 곧 찡그렸던 얼굴을 펴고 담배를 꺼내든가 식은 차를 들이키였다.

맥드낼드, 셍가, 백창락. 거만하고 간교하고 비굴한 놈들의 추악한 회합은 미제국주의가 아시아침략을 위해 일본군국주의를 재생시키고 일본군국주의는 미제국주의를 등에 업고 남조선에 재침하고있는 전반적정세의 한 단면이기도 하였다. 군중들의 웨침소리가 점점 커질수록 맥드낼드의 표정도 험상궂어졌다. 셍가는 그런 맥드낼드의 얼굴을 주의깊게 바라보며 말을 계속하였다.

《밖에서 들리는 저 웨침소리는 <한국>의 불안정한 현 상태를 웅변적으로 말해주고있습니다. <민족통일>이며 <자주>며 하는 구호들을 들고 <정부>를 반대하는 기운이 이렇듯 농후한 상태에서 투자를 한다든가 빚놀이를 한다든가 하는것이…》

《셍가씨.》 하는 맥드낼드의 뜬뜬한 목소리가 셍가의 약삭바른 표정을 밀어젖혔다.

《<한국>의 현 상태를 바로잡는데 우리 미국과 당신네 일본이 힘을 합치지 않고 될줄 압니까? 우리 미국은 <한국>을 반공의 교두보로 만들기 위해 지난 16년동안 수만의 생명과 수백억딸라를 희생하여왔습니다. 일본도 이에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군사적으로나 적극적으로 가담할 의무가 있지 않습니까. 그러나 아사히상사의 경우 국가가 아니라 개인이니만큼 투자하건 안하건 당신들의 자유입니다만 나로서는 백창락씨를 도웁자고 생각했을뿐…》

셍가는 시종 상냥한 웃음으로 때때로 고개를 끄덕여보이기까지 하였으나 내심에서는 맥드낼드의 검은 도포자락안에 가리운 흉책을 알아내려고 이것저것 모색해보았다. 하지만 아직은 명백치 않다.

《우리 일본도 반공의 같은 전선에서 자기들이 해야 할 의무를 알고 있습니다요. 조선은 옛부터 우리의 생명선…》

《물론 <한국>의 정세는 락관할것이 못됩니다. 4. 19후의 혼란한 틈을 타서 학생들이 위험한 장난을 하고있습니다. 우리 자유세계는 이런 사태를 그저 관망하지 않습니다. 철없는 청소년들의 일시적인 란동이라고 대수롭지 않게 여긴것에 잘못이 있었습니다. <한국>을 구제할 결정적인 대책이 요구됩니다. 가까운 시일내에 단호한 조치를 취할것입니다.》

셍가의 상냥한 미소가 그려졌던 얼굴이 한순간 긴장해서 맥드낼드를 바라보았다. 결정적인 대책이 무엇인지 그는 짐작할수 있었다.

《그 단호한 조치가 성공되기를 충심으로부터 바랍니다.》

창락은 자기 생각에만 골몰하면서 담배만 뻐금뻐금 빨았다. 이 두 상전은 창락을 치부시킬수도 있고 파산시킬수도 있는 명줄을 쥐고있구나 하고 생각하면서 그들사이에 오고가는 정치담화를 알아듣지 못한다.

《하지만 셍가씨.》

맥드낼드가 짚고있던 의자팔걸이를 탁 치면서 그렇게 불렀다.

《창락씨의 결심이 내려지지 않는것 같으니 며칠 시간을 주는것이 어떻습니까? 천천히 생각하면 딸라를 구할 방도도 떠오르리라 믿습니다.》

셍가는 얼마간 놀라는 표정으로 맥드낼드를 쳐다본다. 그가 창락을 손바닥우에 놓고 엎치락뒤치락하고있기는 하지만 결국 딸라까지도 융자하려고 한다는것을 셍가는 알아차렸던것이다. 다만 어떤 리속이 있어 그런 선심을 쓰는지 그것만을 알수 없었다.

《신부님!》

창락이 역시 맥드낼드의 말이 딸라를 융자받도록 해주겠다는것으로 들으면서 감격하여 웨쳤다. 그러나 셍가는 재빨리 두사람을 바라보며 야릇하게 웃었다. 창락은 시계를 보더니 서둘러 말하였다.

《저, 저의 집에 대단찮은 오찬이지만 제 딸년이 자꾸만 두분을 모셔오라고 성화입니다. …더구나 맥신부님을 이 몇달 만나뵈옵지 못했다고 무척 심란해있으니 애비된 마음에…》

《신재양말입니까! 오, 만나고싶습니다. 셍가씨, 당신도 오늘 <한국>의 미인을 만나게 되겠습니다. 아름다움과 재능이 겸비된 매혹적인 처녀입니다.》

순간 《검은 독수리》의 얼굴에는 음란한 표정이 주르르 흘렀다. 셍가는 역시 상냥하게 웃으며 맥드낼드의 얼굴을 못 본체 한다.

《그럼 따님께 실례가 되지 않게…》

그는 오찬회에 갈 옷을 갈아입기 위해 자기 방으로 갔다. 창락은 이 기회를 놓칠세라 서둘러 물었다.

《신부님, 방직공장부지를 확장해야 하겠는데 알맞춤한 부지로…》

《애청학원?》

《네, 그렇습니다. 서울의 체면을 보아서도 그렇고…》

《왜 그리 미련하오?》

맥드낼드는 멸시에 찬 표정을 감추지 않는다.

《하지만…》

밖에서는 시위자들의 함성이 점점 더 커지면서 그 폭발음이 창문유리를 뒤흔든다. 맥드낼드는 입가를 찡그렸다.

《저 소리를 듣지 못하오? 시청에서 페교통첩장을 낸다고 순순히 학원문이 닫길줄 아오? 학생들이 반항하고 학부형들이 반항할것이요. 당신네 방직공장 로무자들이 그 학부형들이란 말이요. 그렇게 되면 공장도 무사하지 못할것이고 무능한 <국무총리>가 그 뒤처리를 할상싶소? 그렇다고 미국제땅크가 당신의 보잘것없는 공장을 위해서 출동하겠소? 기다리시오! 때가 오길 기다리란 말이요.》

그리고나서 맥드낼드는 긴 도포자락을 끌며 초조한 표정으로 방안을 거닐더니 별안간 창락에게로 휙 돌아서면서 말하였다.

《백창락씨! ㄷ광산을 미리 파는게 좋지 않소? 팔 의향이 있다면 되도록 좋은 값을 받을수 있도록 보아드릴수 있소. 딸라를 받아서 방직기계를 사들일수 있고…》

《하지만 신부님, 광산기사들의 말에 의하면 ㄷ광산에서 희유금속이…》

《팔기 싫으면 그만두시오. 페쇄하게 된 마당에서 희유금속이 나오면 어떻고 안 나오면 어떻소?》

맥드낼드의 번뜩하는 시선은 창락을 쏘아본다. 그 눈은 네가 그렇게 마음대로 한다면 앞으로는 내 도움을 바라지도 말라는 랭랭하고 험악한것이였다.

《내 생각 같아서는 ㄷ방직을 확장해서 더 현대적인 공장으로 만드는 편이 훨씬 당신에게 리롭습니다. 그러나 마음대로 하십시오.》

옷을 말쑥하게 갈아입은 셍가가 돌아오자 맥드낼드는 갑자기 유쾌한 목소리로 말하였다.

《자, 가십시다. 신재양에게로!》

창락은 집으로 가는 차안에서 줄곧 생각해보았지만 오랜만에 만난 맥드낼드가 자기에게 행운을 가져다주는건지 아니면 공연히 잡아흔들어놓는것인지 알수가 없었다.

어쨌든 이러나저러나 재산을 횡취하면서 권모술수를 련마하여온 창락은 어떻게 된 감투끈인지 알아내려고 열심히 속궁리를 한다. ㄷ광산… 군사시설… 매도, 점점 자기의 생각이 정리되는가싶다. ㄷ방직확장이 장사속에 더 유리하다구?… 참, 희유금속! 백창락의 머리속에 례의 섬광이 번뜩하였다. 창락은 저도 모르게 소리내여 웃었는데 그의 개기름이 흐르는 얼굴에는 말할수 없이 비렬한 표정이 느물거리고있었다.

(헤헤… 미국나리들이 그 광산을 탐내는 모양이군! 나야 실업가인데 리익만 있으면야 광산이 아니라 그보다 더한것도 팔아드리지 않으리. 하긴 그게 세상에 알려지면 재미없지. 미국나리들이 조선의 재산을 빼앗았다고 할테니까 말이지. 그러니 방직공장을 확장할 밑천이 딸려서 내가 자진해서 광산을 내놓는것으로 해야 한다는거지. 그걸 미국의 개인회사가 사는 형식을 취하겠단 말이지. 헛헛, 이통에 뭔가 좀 그야말로 한밑천 늘여야겠다. 그렇지, 제탕공장을 하나 마련하게 해달랄가? 아니면 몇해동안 면세의 특혜조치를 받을가?… 그런즉 애청학원의 페교를 반대한것도 나를 슬쩍 궁지에 몰아 ㄷ광산을 내놓게 하자는 심산이였군. 그래서 《꽃씨녀인회》도 급작스레 학원에 보내고… 광산만 내놓으면 인제 페교 같은건 문제없겠군. 조사불충분이라 기각했으니 한번 다시 가서 조사하라 하면 될게고…)

창락의 머리에는 갖가지 리권에 대한 상상의 불길이 뒤엉켜 그자신도 정신을 차릴수가 없을 정도였다.

그러나 그의 상전들은 더 음흉한 흉책을 꾸미고있었다. 그것은 검은 독수리가 부지중 입에 담은 《결정적인 대책》을 위한 흉책이다. 놈들은 궁지에서 벗어나기 위한 마지막화투장을 번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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