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동신문

제 2 장

10

 

교장은 강우의 래방을 무척 기뻐하였다. 학원이 생긴이래 신문사에서 찾아오기는 처음이라는것이다.

아침에 강우는 편집국장에게서 《국민교육의 현 상태》에 대해서 무엇인가 쓰라는 지시를 받았다. 그때 거의 반사적으로 머리에 떠오른것이 지혜가 있는 애청학원이였다. 애청학원의 한심한 수학조건이 국민교육에 대한 당국의 무관심을 단적으로 표현해줄것이며 그리고 지혜가 그런 한심한 애청학원을 떠나려 하지 않는 리유도 알수 있게 해주리라 생각해서였다.

교장은 강우가 찾아온 사연을 듣자 흥분하면서 학교안팎을 보여주었다. 떨어진 담벽들, 비좁고 초라한 교실들, 휑하게 넓으나 눈비를 다 막지 못하는 실습실 그리고 천장도 없는 변소에 이르기까지 그 모든 초라하고 더러운것들이 마치 자랑거리이기나 한것처럼 교장은 약간 허리를 구부정하고 침통하고 근엄한 표정으로 강우를 끌고 다녔다.

적지 않은 학생들이 호기심에 차서 줄줄 쫓아다녔는데 교장은 이따금 저리 비키라고 한마디 하군 하지만 아이들의 헐벗은 모양을 보이는것도 셈에 넣고있는 그는 아주 쫓아버리지는 않았다. 강우는 우울한 얼굴로 그저 덤덤히 따라다녔다.

《보시다싶이 한심한 형편입니다. 그 추운 실습실에서 학교의 경비를 벌어대느라고 손을 비벼가면서도 불평없이 작업을 하는 정경을 볼 때마다 이 늙은 목석도 가슴이 아프지요.》

그 말은 조금도 거짓이 아니였다. 지금도 그 말을 하는 교장의 주름진 눈시울에 물기가 어린다.

《사회의 여론을 환기시켜주십시오. 불쌍한 우리 학생들이 단 하루라도 후더운 방에서 공부할수 있게 말입니다.》

《힘자라는껏 해보겠습니다.》

강우는 진심으로 그렇게 대답하였다. 학원은 그가 상상한 정도를 넘는 참담한것이였다. 학생들의 가긍한 모습은 그의 가슴을 쳤다. 그리고 지혜가 그들을 동정하여 떠나지 못하는 마음도(강우는 그렇게 생각하였다.) 리해할것 같았다. 그 아름다운 마음에 강한 충격을 받기도 한다.

그리고 그는 교장과 함께 학원을 돌아보는 동안 특히 실습실에서 작업을 하는 학생들의 숙련된 작업동작이며 그들이 만든 생산품의 일정한 수준을 관찰하고나자 실습실의 수익이 적지 않으리라는것을 짐작하였다. 그러므로 과중한 실습시간의 부과며 한심한 수업처지뒤에는 누군가의 사기협잡의 더러운 손이 움직이고있으리라는것을 쉽게 간파하였다. 그리하여 그는 퇴락한 교사의 정경이나 학생들의 가난에 쪼들린 모습에 대한 외형만을 보아가지고는 애청학원을 이렇듯 참담하게 만든 은페된 종처를 발가내지 못하리라는것을 신문기자의 촉감으로 느꼈다.

그래서 그는 몇 학생과 담화하였다.

《아버지는 뭘 하시지?》

《ㄷ방직공장에 다닙니다.》

《저기 앉은 학생의 아버지는?》

《…》

《아버지가 뭘 하시지?》

《돌아가셨어요… 기계에 치웠대요.》

얼굴빛이 흐려진 강우는 다음 학생에게 묻는다.

《학생은?》

그 학생도 얼른 대답을 하지 않았다. 강우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아버지가 안 계셔?》

《네… 아니, 계시긴 해요. 감옥에…》

강우는 한숨과 함께 학생들을 주시하면서 가슴아픈 이야기를 시키기가 저어되여 담화를 그만둘 생각도 한다. 하지만 이애들의 불행을 얼마간이라도 제거하기 위하여 종처를 기어이 발가내야 한다.

《실습시간이 하루 몇시간이지?》

《드리없습니다. 일감이 없어 하지 않는 날도 더러 있고… 매일 3시간씩 하기로 되여있어요.》

《그런데 몇시간씩 하지?》

《4시간씩도 하고…》

《그리고?》

《밤 10시, 11시까지 할 때도 드물지 않아요.》

《그럴 때는 힘들지?》

《힘들기는 하지만 어디나 다 그러니까요. 그래도 학원이니까 공부를 할수 있지 않아요?》

《공부를 안하고 실습만 할 때는 없는가?》

《있어요. 방학때라든가 납품기일이 바쁘다든가…》

《그래서 뒤떨어진 학과는 어떻게 하지?》

《며칠씩 공부만 할 때도 있어요.》

그러자 한 학생이 그 말에 이렇게 덧붙였다.

《일주일 실습만 했다면 사흘쯤 공부만 해요. 우리보다도 담임선생이 속상해합니다.》

《학생들의 일솜씨가 아주 대단하던데, 학원에서 배웠나?》

《학원에 와서 배운 애도 있고… 저는 학원에 오기 전에 공장에 다녔어요. 저는 기술을 가지고있다고 해서 월사금을 절반만 냅니다. 그리구 입학금도 내지 않구요.》

강우는 하루 다섯시간 일한다는 그의 로력과 월사금, 입학금을 대비해보았다. 그의 로력은 그가 면제받은 공납금에 비해 50배나 더 많은 돈을 벌수 있는것이였다. 그래도 학생은 고마와하고있는것이다.

《학생들의 소망은 뭐지?》

잠시 생각한 학생들은 조용히 자기 소망들을 대답하였다.

《선생님들이 2시간이상의 실습은 안 시키기로 했다는데 저는 더 많이 실습을 해도 좋지만… 일한만큼은 조금씩이라도… 돈으로 주었으면 해요.》

《학생은?》

《공부시간이 더 많았으면 하지요.》

《학생은?》

《…》

《학생은 소망이 없어?》

《모르겠어요.》

그 학생의 눈빛에는 짙은 애수가 비껴있었다. 세상이 그에게 짊어지우는 모든 고통을 감수하는 그런 애수였다. 이루어지지 못하리라는것을 뻔히 아는 그가 무엇때문에 소망에 대하여 생각하겠는가. 음달에서 자란 학생들의 피기없는 슬픔을 가슴저리게 느끼면서 강우는 학생들과의 담화를 끝냈다.

그리고나서 몇 선생과 이야기하고난 강우는 방금 외출했다가 돌아온 교감을 찾았다. 교감은 시끄러워하는 표정을 드러내면서 아주 실무적인 태도로 대했다.

《용건은 무엇이지요?》

《신문사에서 왔소.》

《그건 짐작할수 있소.》

강우는 수첩을 꺼내들며 랭랭하고 직선적으로 물었다.

《실습시간연장을 반대하는 선생들의 의견에 대해서 리사회는 어떤 조치를 취할 예정이지요?》

《연장할 때도 있긴 있소. 하지만 실습이 없는 날도 계산해야 하오.》

《그건 다 따져보았지요. 이 석달동안에 평균 6시간의 실습시간이더군요.》

《누가 그럽디까?… 나는 그런걸 계산해보지도 않았지만 그럴리 없소. 어떤 선생이 과장했든가 계산착오든가…》

상두교감은 태연하게 대답한다. 강우는 소리내여 웃었을뿐 그 말에는 대꾸하지 않았다.

《학생은 500명, 실습시간 6시간, 결국 150명정도의 로무자를 가진 공장의 수입과 같다고 할수밖에 없지요.》

《기자선생은 그 방면에 그리 통달하지 못한것 같군요. 로무자들은 기능을 가지고있지요. 학생들의 서툰 솜씨는 번번이 물건을 못쓰게 만드오. 그 손해배상액만 해도 이 교감은 골치가 아플 정도라는것을 우선 아시고 그리고 이 큰 학원을 경영하는 비용이 적게 드는줄 아오?》

《다섯명씩 앉는 앉은뱅이책상에 겨울에도 불을 지피지 않는 교실에서 수업을 하게 하는 경비가 얼마나 들지요?》

강우의 공격이 계속되자 상두는 웃으며 말했다.

《물을건 그것뿐이요?》

《또 있소. 그리고 당신은 아직 나의 첫 질문에 아무런 대답도 안했소.》

《내가 대답할수 있는것이 있고 없는것도 있소. 적어도 학교운영문제의것이라면 리사장의 권한에 속하오.》

《그럼 선생들의 항의를 어떻게 접수하는가에 대해서도 리사장이 대답해야겠소? 인제 우리는 이야기가 차츰 통하는것 같구려.》

강우는 별안간 교감의 면상을 후려치고싶은 충동을 느꼈으나 힘들여 참았다.

《학생들에게 과중한 로동을 시키고 그 리익금을 흐지부지 없애버리는것만 당신의 권한에 속하오?》

《흐지부지 없앤다구?》

교감은 눈에 독이 올랐다. 그 표정으로 강우는 그가 경찰이나 관청의 비호밑에 마음놓고 사기협잡판을 벌리고있다는것을 알았다. 교감은 어성을 높인다.

《교육과에 가보시오. 실습실의 모든 지출은 하나도 빠짐없이 기록되여 보관되였소.》

강우는 이자와 더 말해야 아무것도 알아낼수 없다는것을 느꼈다.

《그럼, 우리는 더 할 말이 없군요.》

강우는 수첩을 소리나게 접으며 일어섰다. 순간 교감의 얼굴에는 한가닥의 불안한 빛이 지나갔다.

《가시렵니까? 저도 나가려던 참인데 같이 나가십시다.》

모자를 집어쓰며 그렇게 말하는 그의 얼굴에는 제법 실망한 미소가 그려져있었다. 강우는 웃었다.

《아직 알아봐야 할 일이 있어 가지 않겠소.》 하고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교직원실을 나왔다.

《생각했던것보다 더 참담하오.》

앉은뱅이책상에 걸터앉은 강우는 다시한번 텅 빈 교실안을 둘러보며 말하였다. 창문을 등지고 서있는 지혜는 그저 잠자코 강우를 바라본다. 그의 말에 다 동의하지 않는 초조한 표정이였다.

오늘도 그들은 서로 마음속에 어떤 불만을 지닌듯이 가라앉지 않은 기분이였다. 지혜는 앞가슴밑에 두팔을 깍지끼고 서있었다. 그런 자태도 예전에는 없던 버릇이다. 가슴속에 무엇인가 끓고있는 표현이라고 강우는 생각한다.

《교감은 틀이 잡힌 협잡군이더군. 백창락의 끄나불 아니요?》

《딱히는 모르겠어요. 그렇지만 선생들은 그렇게 짐작하고있어요.》

《시간외 실습을 요즈음은 안하고있소?》

《요즘은 시간만 되면 학생들을 집으로 돌려보내고있어요. 이상한것은 리사회에서 아무런 반응을 나타내지 않는거예요.》

지혜의 목소리는 흥분때문에 떨리고있는것 같았다. 강우는 그것이 자기때문이 아니라 학생들과 학원에 대한 헤아릴수 없는 마음의 충격때문이라는것을 느낀다.

《지혜가 이 학원을 떠나고싶어하지 않는 리유를 인제는 알것 같소.》

지혜의 두눈에 밝은 빛이 지나갔다.

《느끼고는 있었소만 이렇게 눈으로 보기 전까지는 실감이 없었소. 지혜의 뜨거운 마음이 이 가긍한 학생들의 처지를 알고 외면할수 없지.》

그러자 지혜의 표정에 다시 그늘이 비꼈다가 곧 사라졌다.

《이런 수학처지를 해결할 생각은 안하고 사리사욕에만 눈이 어두운 안상두나 백창락을 그대로 둘수 없는 어떤 의분을 느끼오. 그들이 학원을 이 꼴로 만들었소. 학생들은 혹독한 중압에 눌려 떨고있소. 열여섯, 열일곱때 사내애들의 소망이란 허망하도록 큰법이건만 소망이 무엇인가 물었더니 한 학생은 모르겠다고 했고 가지고있는 학생도 겨우 수업시간이 더 있었으면 하는것이였소. 그 보잘것없는 소망에 가슴이 허비여지는것 같았소. 무거운 짐을 덜어줘야 하겠다는 의분이 강렬해지자 학생들에 대한 지혜의 뜨거운 동정이 리해되였던거요.》

《하지만 학생들의 처지를 과장되게 쓰시진 말아요.》

《과장할 필요도 없소. 있는 그대로도 보는 사람들의 가슴을 치오.》

《참담한 정도에 대한것이 아니라…》

지혜는 정확하게 표현할 말을 찾지 못해 깍지낀 두팔을 꽉 그러쥐였다.

《강우씨, 학생들은 결코 참담하지만 않아요. 필사적으로 배우고있는 학생들의 모습을 보시지 못했어요? 수업시간이 더 있었으면 하고 말한것은 중압에 눌려 소망이 작아서가 아니예요. 사나운 바람과 맞받아나가면서 살고있는 그애들이 생활에 발을 붙이고있기에 할수 있는 절절한 바램이예요. 떨어진 담벽도, 멍석도, 추위도 그애들의 줄기찬 생명력을 어쩌지 못하고있어요. 그애들이 얼마나 떳떳하고 훌륭한지 내가 오히려 그 힘을 배워야겠다고 생각하군 해요. 굶주리고있지만 가슴속에는 자랑과 신념이 있어요. 그애들을 저의 제자가 아니라 길동무로… 생활의 길동무로 생각하고있어요. 생활에서는 저의 선배인지도 몰라요.》

어느 한 부분이 아니라 온몸에서 솟구쳐흐르는 저 열기! 강우는 그런 지혜를 바라보면서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지혜는 얼마간 상기된 얼굴로 조용히 강우의 발앞인 멍석우에 앉는다. 그리고 애원하듯 강우의 얼굴을 쳐다보며 말하였다.

《제가 학원을 떠나려 하지 않는것은 그애들에 대한 동정이나 련민때문에가 아니예요. 우리 학생들은 동정을 받기에는 너무도 도도해요. … 그애들곁을 떠난다면 영원히 내가 어떻게 살아야 한다는것을 모르고말것 같은…

그애들은 저에게 생활의 보람이 무엇인가를 가르쳐주었어요. 보람은 따뜻하고 안온하고 편안한 나날에 있는것이 아니라는것, 가시밭속에서도 옳은것을 위해 싸우는 기개, 폭풍속에서도 바람을 맞받아 줄기차게 나가는 힘을 기르는 그런 나날에 있다는것을 느껴요. 이런 저의 마음과 생각을 리해해주셨으면…》

강우는 격하게 움직이고있는 지혜의 표정만 주시하면서 조용히 대답하였다.

《리해하오.》

그러나 그의 목소리는 힘이 없었다. 리해하지 못했던것이다. 강우는 생활의 밑바닥에서 헤매는 사람들의 자랑을 알지 못하였다. 그들에 대한 강우의 성의는 동정과 련민이다. 그런 그는 가난한 사람, 학대받는 사람들을 위해 그들의 가긍한 처지를 온 세상에 전달하여서 그것의 부당성에 대해 항의는 할수 있어도 그들앞에 머리를 숙여야 할 그런 힘과 자랑과 지향이 학생들한테 있으리라는것을 상상할수가 없었다. 다만 그는 그것에 대하여 말하고있는 지혜의 빛발치는 아름다운 눈만을 바라보고있었다. 지혜를 잃는다면 그와 함께 이 세상의 모든 윤기가 다 없어지고 메마른 황무지만이 남을것 같은 일종의 두려움을 느끼면서 리해한다고 말하지 않을수가 없었다.

그런 강우는 지혜와 작별하고 애청학원의 교문을 나서자 마음속이 텅 빈것 같았다.

《덜된 자식, 교감이 그러던가? 리사장이 모든 책임을 진다고?》

오히려 백창락은 그렇게 반문한다. 강우는 백창락의 거만한 앉음새를 보며 입가에 비웃음을 띠고 듣고있었다. 창락은 안락의자에 등을 기대고 배를 내밀고 앉았다기보다도 반쯤 누워있었다. 두팔은 쩍 벌려 팔걸이에 얹고 두다리는 낮은 탁자너머에 앉은 강우의 발앞에까지 와닿아있었다.

《그래서 뭘 묻자는건가?》

《우선 시간외 실습페지에 대한 의향과…》

《그야 간단하지. 실습을 많이 시킨다고 이 백창락이가 동전 한푼 리득을 보는가. 학원을 경영하자니 실습을 안할수가 없고 그걸 또 시간외까지 시키는줄은 바쁘다나니 가보지도 못해서 모르고있다는것이야 내 불찰이지만서두… 그러나 강군, 실습이라는것이 학교경비때문에만 필요한줄 아나? 그걸 통해서 학생들에게 직업훈련을 주고있단 말야. 응? 요즈음같은 취직난에 기술을 가진다는것은 하나의 밑천인줄 군도 알겠지? 암, 밑천이다뿐인가. 리사회는 그렇게 해서 기술이 능해진 학생들에게는 월사금도 공납금도 안 받지.》

《절반을 생각해준다더군요. 그애들이 번 돈의 오십분지 일…》

《어쨌든 시간외 실습은 문제될것이 없지. 선생들이 자기들 로임을 받자고 시키는 일을 내가 매일 감독하러 다닐수도 없고… 응? 그렇지 않은가?》

《선생들이 시킨다구요? 시킨 선생들이 항의를 하겠소?》

《참 그렇군. 그럼 그 문제는 내 알아보지.》

문뜩 강우는 자기가 어떤 절벽앞에서 주먹질을 하고있는것 같은 불가항력을 느꼈다.

《그럼, 선생들의 항의를 거절한단 말씀이겠군요?》

강우도 우둔하게 대응할수밖에 없었다.

《신문기자란 이래서 내 좋아하지 않는다니까. 언제 거절한다고 했나, 응?》

《알아보나마나한걸 알아보겠다고 대답을 피하는거야 거절이지 뭐겠소?》

《임자 <일일신문>이라고 했지?》

그 말에 강우는 백창락을 쳐다볼뿐 대답을 하지 않고 또 물었다.

《실습에서 얻어진 실지수입과 장부상수입에 엄청난 차이가 있더구만요. 례를 들어 전번에 날염보자기 3 000매를 ㅍ백화점의 주문으로 만들었는데 백화점에서 인수한것은 3 000매이고 그중 불합격품이 270매였는데 교육과에 보고한 수자는 3 000매가 아니라 1 000매고 그중 불합격이 750매로 되여있더군요. 사장의 싸인이 있는만큼 아시고계시리라 생각합니다. 물론 이것은 그중 한 례이고…》

별안간 백창락이 소리내여 웃었다.

《그래서? 백창락이가 날염보자기 2 000매를 먹었다고 신문에 낼텐가? 이 백만장자가 말이지? 하하하, 또 그런 기사를 편집국장이 실어준다던가? 이봐 강군, 기자를 할라면 세상물정을 좀 알아야 하잖겠나?》

강우는 이 거대한 재벌앞에서 자기의 정의감과 재능이 휴지처럼 천시당하고있다는것을 느끼면서 피가 꺼꾸로 솟아오르는듯 하였지만 어쩔수 없는 자신의 패배를 느끼지 않을수 없었다. 그러나 그도 할 말은 하였다.

《이 반년동안에 그렇게 해서 착오난 금액이 조사에 나타난것만 3천 7백만환…》

《허… 그래서? 사실이 그렇다치고 그것을 내가 횡취했다고 생각하나?》

《운영리사회가 책임지지 않을수 없지요.》

《흥, 참 별일 다 있군.》

그때 누군가가 방문을 두드렸다. 험상스레 생긴 녀석이 하나 들어왔다.

《저를 부르셨습니까?》

백창락의 고용깡패라는것을 감촉한 강우는 명치끝이 찡하니 울렸다.

《쫑때냐? 안 불렀다. 밖에 있거라. 죔손도 어디 가지 말고 기다리라 해라!》

사내는 고개를 끄덕이고 주먹을 쥔 팔을 굽혔다폈다 하며 나갔다. 강우는 문이 닫길 때까지 그 사나이를 쏘아보았다. 이런 철면피한 야수들의 손아귀밑에서 학원의 어린 학생들이 짓밟히고있다고 생각하자 가슴이 뒤흔들렸다.

《깡패구만요? 댁에서 기릅니까?》

백창락은 또 웃었다.

《왜 무섭나? 하지만 강군은 용기가 있어. 그 험상궂은 쫑때를 보고도 눈 하나 꿈쩍 안하던데?》

《왜 그러겠습니까. 부정축재자들이 깡패를 기르고있는데 그것을 파헤쳐야 할 기자가 그따위 녀석들 한두개쯤 처리할수 있는 재주를 가지지 못하고야 이런데 올념이나 하겠습니까?》

《됐어. 대답이 그만하면 됐거던. 담도 있고 머리도 쓸줄 안단 말야. 강군만 동의한다면 뭔가 함께 일하고싶어지는걸…》

백창락은 유쾌해서 떠벌이고있다. 강우는 밸이 끓어오르는것을 참느라고 쓰거운 웃음을 웃었다.

《강군, 왜 그러나? 왜 그리 길들이지 않은 망아지처럼 갈개나? 애청학원의 코흘리개들이 벌면 얼마나 벌게 이 백창락이더러 성환가? 리익금을 통털어야 몇천만환? 엥, 그만한 돈이 강군에게 요구된다면 내 거저 줄수도 있어. 글쎄, 학생들이 불쌍하다는건 나도 사람인데 왜 모르겠나? 언제 한번 학원에 나가보겠네. 그래서 수리도 좀 하고 내 할수 있는껏 하지.》

강우는 자기가 백창락이와 대결할 준비를 서툴게 하고 왔다는것을 점점 더 강하게 느꼈다. 이 철면피한은 쇠몽둥이가 아니라 소힘줄이였다. 그는 구태여 자기의 정당성에 대한 거짓주장도 하지 않으며 협잡이 드러날가싶어 겁도 내지 않는다. 만약 그가 교활하게 정당성을 주장한다면 강우는 그 부당성을 낱낱이 발가냄으로써 그를 궁지에 몰아넣을수 있었다. 돈과 권세의 위력을 신앙처럼 믿고있는 백창락은 자기의 어두운 뒤구석이 드러나는것을 겁내지조차 않는다. 신문들이 자기를 타매하지 못하리라는것, 경찰은 오히려 그를 보호하리라는것을 조금도 의심하지 않는다. 리승만이대신 바뀐 갖가지 《정권》과 항상 결탁할수 있는 그다.

강우는 그날 저녁 있는 돈을 다 털어 술을 퍼마시였다. 백창락과의 대결에서 받은 패배감은 그의 자존심을 몹시 손상시켰다. 취기가 돌자 얼굴이 해쓱해지면서 보복의 감정이 가슴에 뒤엉킨다.

《흥, 하나의 백창락이가 아니라 백창락이따위가 마음대로 숨쉬고 호통을 칠수 있게 한 너, 사회와의 맞씨름을 하련다!》
이튿날 아침에 눈을 떴을 때까지도 취기가 가시지 않았고 머리가 지끈지끈 쑤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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