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련재소설]

주  몽

 

《너는 태자가 되여야 한다.

그렇게 될거야. 내가 뒤에서 밀어주겠으니까. 장차 네가 왕이 되면 나는 태후가 될거야. 그러자면 어떻게 해야 하지? 먼저 대소왕자를 눌러야 한다. 이번에 서쪽사람의 사건은 절호의 기회다. 대소왕자가 서뿔리 그 사람을 죽이려 한것을 잘 리용해야 하느니라. 이 일을 부왕마마께서 아시면 어떻게 되지? 호호, 대소왕자는 전장판에 나가는게 무서워 쥬신국의 원군요청을 무시하고 부왕마마 몰래 그 사람을 없애버리려 한 비겁쟁이가 되는거야. 그런 비겁쟁이는 태자는 고사하고 사람구실도 못할 머저리취급을 받을거야.

그러되 대소왕자의 시선이 다른데 쏠리게 해야 해. 주몽에게 말이야.

주몽은 대소왕자의 참소를 입어 목동으로 내쳐졌지만 부왕마마의 미움을 받는게 아니다. 게다가 주몽이 비록 태자가 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대소왕자나 너에게는 불리한 사내다. 무슨 일을 치를지 모를 상이란 말이야 … 그러니 대소왕자와 주몽사이를 싸우게 하고 너는 고스란히 앉아 리득을 보는거야. 알겠나이까? 장차 대왕이 될 대이왕자님!》

후궁마마의 계략은 실로 귀신도 혀를 찰만 하다. 그런데 나는 왜 그런 생각을 못할가?

대이왕자가 후궁 우씨의 방에 들어서자 무슨 생각인지 골똘히 하던 어마마마가 가까이 오라고 손짓하였다.

《왕자, 서쪽에서 온 사람이 달아났소이까?》

별스럽게 깍듯한 물음이다.

《어마마마, 달아났소이다.》

《주몽이 방목하는 쪽으로?》

《그렇소이다. 》

《음.》

《어마마마가 내다보신대로 주몽이 그 사람을 빼돌린것으로 아오이다.》

《그럴테지. 주몽은 의협심이 남다른 사내라고 하니까. 그건 그렇고 왕자가 그 서쪽사람을 살려놓은줄은 누구도 모를테지?》

《아마 없을것이오이다.》

《그래.》

후궁 우씨는 잠시 생각에 잠겨 눈을 깜빡이였다. 대소의 측근에는 소소리대사나 그 아들 해리가 있다. 소소리도 그렇지만 해리도 만만치는 않다. 그들이 비밀리에 처치하려던 쥬신국사람을 누군가가 빼돌렸다고 의심하지 않을수 없다. 그렇다면 그 의심이 대이한테로 갈수 있지 않을가? 그들이 영악스럽게 파고들면 저 우악스럽기만 하고 꾀가 없는 대이는 우습게 걸려들수 있다. 그러니 어떤 일을 꾸며야겠다.

《왕자, 지금 대소왕자는 어떠하더냐?》

대이왕자는 턱을 들며 침을 꿀꺽 삼켰다. 그의 닭알만 한 울대가 우로 한번 쳐들렸다 내려졌다. 대이왕자는 우씨의 시선을 피했다.

《왜 또 갑자기 시무룩해지는거야?》

《어마마마, 제 나이가 지금 열일곱이오이다.》

《호-오?》

후궁 우씨의 눈길이 놀랍게 치떠졌다.

《과시 왕자답소이다. 어마마마가 왕자의 성년나이를 몰라보았소이다.》

우씨는 얼굴에 부드러운 웃음을 띠였다.

대이왕자는 어마마마의 그 웃음이 겉은 부드러우나 속은 찬것이라는것을 잘 안다. 늘쌍 그러니까.

왕자는 가볍게 숨을 내쉬였다.

《어마마마, 형님은 몹시 불안해하시오이다. 그 서쪽나라에서 온 사람을 기어코 잡아야 한다고 불호령을 내렸소이다.》

《그럴테지.》 하고 뇌인 후궁 우씨는 다시 무엇을 곰곰히 생각하다가 말을 이었다.

《아무래도 대소왕자에게 그 서쪽나라 사람이 어디 있는가를 알게 해줘야겠구나. 좀더 두고 속타는걸 보려고 했더니…》

우씨는 어떻게 이것을 대소에게 알려줄것인가를 궁리했다.

아들 대이가 대소의 의심을 받지 않게 하려면 다른 사람에게 알려주어 그것이 대소의 귀에 들어가게 해야 한다. 그러자면 누구를…? 대소왕자에게 그림자처럼 붙어다니는 소소리에게… 아니다. 그의 아들인 해리에게 귀띔해주게 하자.

후궁의 고운 낯에는 얼음같은 웃음이 피여올랐다.

 

5

 

례나루가 손녀 을나를 부른지 얼마 안되여 구름을 빠져나온 달같은 처녀가 례나루앞에 뛰여들었다. 얼굴이 젖빛으로 뽀얗고 앵두같은 입술이 반짝거리는 처녀였다.

《부르셨나이까? 할아버님!》 하고 처녀는 풋보리밭우에서 우짖는 청아한 노고지리소리로 물었다.

례나루는 고개를 들었다. 늙은이의 주름잡힌 얼굴이 금시 환하게 퍼졌다. 늙은이에게는 이 손녀가 장중보옥과 같다. 단지 두벌자식이라서만이 아니다. 손녀 을나에게는 사람의 마음을 부드럽게 하는 숨은 매력이 있다. 그만큼 고이 기르게 되고 그만큼 사랑스러웠다. 옥에 티라고 할지 을나에게 한가지 아쉬운점이 있다면 제또래 처녀애들과는 달리 어딘가 사내번지개같은데가 있었다. 하지만 그것으로 해서 흠이 되지는 않는다. 그 벌찬 성격마저도 례을나에게는 오히려 그의 아름다움을 보태줄뿐이였다. 지금도 얌전을 빼려는 티는 꼬물만치도 없고 오히려 야광주같이 반짝이는 고운 눈으로 할아버지를 마주보며 분부를 기다리고있었다.

《원, 계집애도…》

례을나를 바라보며 할아버지는 빙그레 웃었다.

《할아버지, 무슨 일이시나이까?》

《응? 아… 아니다.》

《어디가 편치 않나이까?》

《아니…》

《할아버지는 요즈음 참 별스럽나이다!》

《내가?》

《그렇사옵니다.》

《원, 계집애도 못하는 소리가 없구나.》

《아니오이다. 지금도 그렇지 않나이까? 저를 부르시고는 또…》

《아, 그렇구나. 내가 불렀지, 음 그래…》 손녀의 반응석어린 말에 례나루는 책상우에 놓인 책 한권을 집어들며 물었다.

《네가 내 심부름을 해주겠느냐?》

《무슨 심부름이나이까?》

을나는 례나루가 넘겨주는 책을 받아들었다. 그것을 훑어보던 을나의 눈에는 놀라운 빛이 반짝이였다.

《이것은 단군선인께서 훈시하신 〈삼일신고〉가 아니오이까?》

《허, 네가 알아보았느냐?》

《제가 어찌 이 〈삼일신고〉를 모르겠나이까? 할아버님께서 어린 저에게 배워주시지 않으셨나이까? 그리고 또 할아버님께서는 얼마나 이 책을 귀중히 여기셨나이까?》

《음, 례나루의 손녀답다. 그래 너는 그 책의 내용을 조금 알고있느냐?》

《알고있나이다. 천훈, 〈신훈〉, 〈천궁훈〉, 〈세계훈〉, 〈진리훈〉 이렇게 되여있지 않나이까?》

《옳다. 진리를 통달하고 공을 닦으면 죽어 하늘앞에 가서 영원한 복락을 누릴수 있다는게 단군선인의 훈시였지…》

《그런데 이 책을 누구에게 전해야 하오이까?》 하고 례을나가 다시 물었다.

《주몽에게 전해다오.》

《주몽말이나이까?》

《그래. 실은 내가 가져다주려고 했었는데 오늘은 짬을 낼수가 없구나. 그렇다고 다른 사람에게 시킬수도 없고…》

《제가 가져다주겠나이다.》

손녀가 너무도 흔쾌히 받는 바람에 례나루는 잠시 손녀의 얼굴을 바라보다가 문득 물었다.

《을나야, 너는 그를 어떻게 생각하느냐?》

《주몽말이나이까?》

《그래. 》

《저… 저는 모르나이다.》

을나는 물기를 머금은 앵두입술을 잘근히 깨물며 얼버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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