련재소설

주  몽

(제 6 회)

제 1 부

탈 출

 

어느날 주몽은 피투성이로 들어섰다.

《웬일이냐?》 깜짝 놀란 엄마의 물음에 일곱살난 아들은 대수롭지 않게 《망아지란 놈과 힘내기했어요!》 하고 대답하였다.

《그게 무슨 소리냐?》

《망아지가 말떼에서 달아나군 하니까 말 부리는 서불아저씨가 안타까와하지 않아요? 그래서 제가 망아지꼬리를 잡고 늘어졌던거예요.》

《뭐라구? 네가 제정신이냐?》

《오늘은 내가 질질 끌려갔지만 래일은 꼼짝 못하게 하겠어요.》

《그런 생각 집어치워라.》

그러나 아들은 엄마말을 듣지 않았다.

망아지에 끌려다니고 때로는 엄지말에 채우거나 물린적도 있었으나 몇해 지나서는 몸에서 말땀내가 나도 성한 몸으로 집에 들어서군 하였다. 그후 주몽이 말꼬리를 쥐고 공중에서 도리깨 두르듯 했다는 소리를 들었을 때 류화는 다시한번 놀랐다.

여느 부모라면 떠들썩 자랑할 아들의 그 엉뚱하면서도 놀라운 성장이 어째서 류화에게는 불안스러울가? 지나친 세전토끼 심정일가? 아니다. 스스로 알지 못할 예감에 사로잡힌 류화는 아들에게 아버지에 대한 말을 일체 하지 않기로 마음다졌다. 아들이 물어보아도 엄하게 돌려버리군 하였다.

그러나 불안은 차츰 더해가고…

그날은 왔다.

류화는 주몽의 나이 열넷에 이르러서야 결코 자기의 위구가 헛된것이 아니라는걸 깨달았다.

어느 어슬녘.

주몽은 밖이 어두워지는데도 돌아오지 않았다.

이제 오겠지 하고 심상하게 기다리던 류화는 차츰 속이 끓기 시작하였다. 아들은 초저녁 별이 돋아도 돌아오지 않았다.

류화는 문득 겁이 나기 시작하였다.

마당에서부터 한발 두발 뜨락을 나서고 두루 동네를 찾아보았으나 주몽은 없었다.

불안은 점점 더해갔다.

마침내 어떤 나무군이 주몽이 왕자들과 함께 사냥하러 가는것을 보았다면서 그 향방을 가리켜주었다. 그 향방을 따라 산속으로 들어가던 류화는 그만에야 움쭉 굳어졌다. 눈앞에서 나무 한그루가 마치 마술에 걸린듯이 흔들리고있었다. 처음에는 바람결에 그러는가 했지만 아니였다.

《누구요?》 하고 류화는 가까스로 용기를 내며 소리쳤다.

그러자 세차게 흔들리던 나무가 딱 멈추어섰다.

《누구요?》 하고 재차 물으니 저쪽에서 《어머니오이까?》 되묻는 주몽의 목소리가 들렸다.

《주몽아. 너 거기서 뭘하고있느냐, 응? 날이 이렇게 어두웠는데…》

가까이 다가간 류화는 깜짝 놀랐다. 주몽은 굵은 나무에 꽁꽁 비끄러매여있었다. 얼마나 몸부림쳤는지 옷가지는 다 찢어지고 어깨에서는 피가 흐르고있었다.

《주몽, 이게 웬일이냐? 응? 누가 너를 이렇게 했니?》

류화는 억이 막혀 부르짖었다.

뜻밖에 나타난 어머니앞에 주몽은 그만 맥을 놓으며 어둠속에서 어머니를 한동안 바라보고있었다.

그러다가 하얀 이를 보이며 말했다.

《어머니, 내 힘이 얼마나 센지 내기를 해보았소이다.》

아들의 말에 류화의 가슴은 더욱 찢어지는듯 했다. 차라리 엉엉 울며 설분이라도 토했으면 좋으련만 오히려 어린것이 제켠에서 어머니를 위안하는것이다. 누가 그렇게 했는지 묻지 않고도 뻔하였다.

《왕자들과 사냥을 했다지?》

《그렇소이다. 》

《그래 네가 또 많이 잡았겠구나?》

《그렇나이다.》

《그런데 그게 다 어디로 갔니?》

《제가 힘내기해보는 사이에 그것들이 다 달아났는가 보오이다.》

《그래, 그래. 살맞은 짐승들이 놀라서 달아났구나. 원 녀석두, 됐다! 이젠 집으로 가자.》

류화가 서둘러 바줄을 풀어주니 주몽은 땅우에 스르륵 주저앉았다.

류화의 눈굽이 축축해지였다. 그는 아들을 향해 등을 돌려댔다.

《내게 업히지.》

《아니, 됐나이다. 조금 쉬여서 가시오이다.》 하고 주몽은 맥풀린 손으로 류화의 잔등을 밀었다.

아들은 너무나 숙성하다. 아이 같지 않다. 그것이 류화의 속을 더 아프게 한다. 아들의 정상을 바라보는 류화의 가슴속으로는 피눈물이 줄줄- 흘렀다.

아버지얼굴도 모르고 자라는 아들이 이런 기막힌 일을 당해도 항변 한마디 할수 없는 자기들의 처지가 생각할수록 억울했다. 큰 나무일수록 먼저 찍히기 마련이다.

류화는 아들 몰래 눈굽을 훔치였다.

주몽은 묵묵히 생각에 잠겨 입을 꾹 다물고있었다.

그때로부터 류화는 삽짝문에서 항상 불안스러운 마음으로 주몽을 기다렸다.

나무에 묶이웠던 그때부터 아들은 섬찍하리만치 변하였다. 이전에 류화가 명색이나마 금와왕의 후궁으로 있을 때에는 왕자들과 더불어 어성버성하게나마 어울렸다. 그러나 대소왕자와 대신들이 금와왕에게 집요하게 상소하여 이미 북국의 왕 해모수의 아들을 낳은 류화를 더는 후궁으로 둘수 없다고 하여 마침내 내침을 받게 되고 주몽도 말목장의 목동으로 된 이후부터 언제 그랬냐싶게 왕자들과 주몽사이에는 깊은 곬이 생겨났다. 아들은 말이 적어지고 대신 눈빛이 더욱 세차지였다. 류화는 아들이 변하는것이 어디에 있는가를 잘 안다. 이왕에 주몽이 왕자들과 어울려 뛰놀던 궁전안에서의 생활에서는 볼수 없던 전혀 새로운것이였다.

《힘들지 않냐?》

류화가 지친듯 한 아들을 걱정하여 물을 때면 아들은 도리머리를 저었다.

《어머님, 제가 왕자들의 모함으로 목동이 되였으나 차라리 잘되였다고 보아요. 궁을 떠날 때에는 못살것 같았지만 정작 말먹이는 사람들과 어울리고 많은 하호, 민들과 만나보게 되니 이제는 그들을 떠나서 살수 없을것 같소이다.

저는 백성들의 마음을 비로소 아는것 같소이다.》

《백성들의 마음?》

《그렇소이다. 아직은 무언지 잘 모르겠으나 분명히 백성들의 마음은 궁안에서는 알수 없을것이오이다.》

《장차 어찌할셈이냐?》

《주제넘는 생각인지는 모르겠으나 명망높은 례나루선생님에게서 배우려 하오이다.》

《목동일은 어쩌고?》

《힘들어도 기어코 배우겠소이다. 저에게는 밤이 있소이다.》

류화는 아들의 얼굴에서 그 무엇으로써도 꺾을수 없는 굳은 결심을 보았다.

그후 례나루선생에게서 주몽은 삼년세월을 배웠다. 새벽에야 들어와 꼬꾸라져 잠들었다가 다시 날밝으면 말을 몰고 나가야 하였던 그 삼년세월 주몽은 점점 뚜렷하게 한곬을 타고 나가기 시작하였다.

몸가짐은 더욱 의젓해지고 이따금 깊은 생각에 잠기군 하였다.

그럴수록 류화는 아들에게 더욱 정을 쏟았다.

류화가 이런 생각에 잠겨있는데 주몽이 뜨락으로 성큼성큼 들어섰다.

류화는 버릇처럼 아들의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훑어보았다. 이제는 다 자란 장부다. 어쩌면 신통히도 아버지를 닮았을가? 저 눈빛이며 쩍 벌어진 어깨며…

류화는 저도모르게 빙긋 웃었다.

《어서 옷을 벗으렴.》 하고 류화가 말하니 주몽이 부드러운 눈빛으로 류화를 보며 말했다.

《어머니, 오늘은 그만하시오이다. 그렇게 매일 옷을 빨지 않아도 되지 않소이까?》

《네 옷이 다 젖었구나. 》

《오늘은 별로 힘들게 일하지 않았나이다.》

《그래도 땀배인 옷을 입어서는 안된다. 몸에두 나쁘고 다른 사람이 봐도 그렇고…》

《어머니도 참, 제 옷을 매일 빠시는게 무슨 락이라도 되시는가 보오이다?》 하고 주몽이 정겨운 시선을 어머니에게 보냈다.

《락?!》 하고 아들의 말을 되뇌이는 류화의 입가에는 절로 웃음이 피여오르고 눈귀에 잡힌 주름살은 인두로 다린듯이 펴지는것이였다.

《그래, 그래! 난 네 옷을 빨 때마다 락을 찾군 한다. 너의 기운이 강물에 흘러서 세상 그 어디나 다 가는것 같아서 나는 기쁘더라!》

류화는 아들에게 밥상을 챙겨주고나서 옷을 함지에 담아 이고 개울가로 나갔다. 중천에 떠오른 보름달이 류화의 주위를 환하게 비쳐주고 시내물우에 비낀 또 하나의 달은 얼레얼레 해지며 류화를 올려다보고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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