련재소설

주  몽

(제 6 회)

 

제 1 부

탈 출

 

집집의 굴뚝에서 내굴이 뭉게뭉게 피여오르고 열려진 부엌문들로 솔가지 타는 냄새, 밥짓는 냄새가 구수하게 풍기였다. 조무래기들의 떠들썩한 소리와 거기에 맞장구치는 개들의 컹컹 짖는 소리가 향수를 무럭무럭 자아내는 저녁무렵이였다. 쟁반같은 보름달이 해지기 전부터 동녘에 떠올라 기다리고있더니 어느덧 누리를 은빛으로 뒤덮고말았다.

동네 유측에 있는 집뜨락에서 류화는 아들을 기다리고있었다. 언제부터였는지는 몰라도 이제는 버릇이 되여버렸다. 아무리 할 일이 바쁘고 몸이 고단하다 할지라도 아들을 문밖에서 맞이하지 않으면 금시 모든것이 꺼져버릴것 같았다. 늘쌍 봐야 풋풋한 초원의 냄새, 후덥지근한 땀냄새, 말냄새를 풍기며 돌아오군 하지만 나날이 커지는 키와 체격과 눈빛, 숨소리… 이 모든걸 느낄 때마다 어떤 막연한 기쁨과 자랑과 행복이 부풀었다. 겨우내 얼어터져 거칠어진 대지가 봄맞이한다고 할지, 아직은 칼바람이 맥빠진것이 아니지만 그래도 아지랑이 일어나는 봄날의 대지처럼 아들을 맞이하는 류화의 마음은 야릇하기만 하다. 딱히 무엇을 바라는것이 있어서가 아니다. 그것 자체를 꺼려하는 류화는 어느 한번도 왜 그런지 캐보려고 하지 않았다.

두려웠다. 어쩐지 자기의 행운은 이미 처녀시절로써 끝나버리고 이후부터는 줄곧 슬픔만이 되풀이되였다고 체념하게 된탓인지도 모른다. 하늘의 뜻일게다. 잡으려 하면 할수록 점점 멀어지는 무지개처럼 류화가 바라는것은 멀어져가기만 하였다. 앞길에는 언제나 슬픔과 괴로움만이 기다리고있었다. 지쳐버린 류화는 그 어둠을 보고싶지 않았다. 그리하여 류화는 아무리 유혹이 꼬리를 쳐도 더욱 옹송그릴뿐이였다. 벌써 반생을 넘게 그렇게 살아온 류화였다.

류화는 부지중 한숨을 흘렸다.

그 어떤 행복이요, 기쁨이 있다면 애오라지 그것은 아들, 주몽을 기다리는것이였다. 그 아들의 커가는 모든것이 가냘프다 하리만치 어머니 류화에게 행복이요, 기쁨이였다. 그밖의 어떤 더 다른것은 바라지 않았었다.

언제 오려나 하고 아들을 기다릴 때면 틀림없이 주몽이 어릴적에 있었던 일들이, 그리고 그 또랑또랑한 목소리들이 마치 등불처럼, 수레채에 단 금방울소리처럼 안겨왔다. 아득한 하늘에서 울려오는듯 한 그 소리, 그 모습이…

 

베틀에 앉아 부지런히 바디질을 해가던 류화는 문득 이상한 느낌으로 일손을 멈추었다.

어느새 기여왔는지 아들이 옆에 와있었다. 아들의 눈이 엄마를 바라보았다.

《엄마.》

《어째 자지 않고?》

《엄마 하는거 보았지뭐.》

《무얼?》

《이거 들락날락 하는거…》

아들은 씨실 날실 엮는 북을 가리켰다.

《흠, 그게 무얼 볼게 있냐?》

《그래도…》

《참 애두…》

《재미있어. 엄마, 어서 일해.》

아들을 잠시 지켜보던 류화는 다시 바디질을 시작하였다. 그러자 어린 아들의 눈이 북을 따라 오락가락하였다.

류화는 베를 짜면서도 아들의 모습을 지켜보았다. 별일이였다. 아들은 류화가 지켜 베틀을 물릴 때까지 꼼짝 안하고 북이 나드는걸 보고있었다. 엄마가 베틀에 앉으면 영낙없이 옆에 붙어 북을 바라보았다. 어느덧 엄마는 심상하게 여기게 되였다.

류화는 아들의 이런 행동이 어떤 결과를 가져왔는가 하는것을 후에야 알게 되였다.

어느날 류화는 잠든 아들의 얼굴에 부채질을 해주고있었다.

아들이 눈을 떴다.

《엄마, 뭘 하나?》

《응, 파리를 쫓는다. 우리 아가 단잠자는데 파리가 날아와 성가시게 굴지?》

《나쁜 파리야! 내가 다 잡을래!》

《날개달린 파리를 어떻게 잡지?》

《활로 쏘아잡지뭐…》

《활이 뭔지 아니?》

《알아!》

《어떻게?》

《엄마가 노래불러주었지.》

《노래?》

그 노래-

사내아이 태여나면

뽕나무로 활 만들고

쑥대 꺾어 살 메워서

사방천지 쏘아보세

아가아가 얼른 커서

온 누리를 뛰놀거라

풍습따라 불러온 엄마의 노래였다.

《엄마, 활 만들어주지?》

《이담 큰 다음에…》

《싫어, 싫어… 지금 만들어줘. 내가 화살로 파리를 잡을테야!》

《원, 애두. 그러지 말고… 맛있는걸 줄가?》

《싫어, 싫어. 나 활 만들어줘.》

《그래, 그래. 만들어주지…》

뒤뚱뒤뚱 걷는 아이는 열심히 쑥대화살을 날렸다. 하지만 어림없는 일, 화살은 시위를 떠나기 바쁘게 미끄러지거나 벽에 부딪칠뿐이였다.

《그만둬라. 날아가는 파리를 무슨 수로 잡겠다고 그러느냐? 얼마나 빠르게 날기에?》

《그렇지 않아요. 엄마, 내가 파리를 보면 파리는 멈추어서요!》

《뭐? 날아가는 파리가?》

《그래요. 엄마가 베 짤 때도 북이 움직이지 않았어요.》

류화는 놀랐다. 옛 사람들 이야기에 움직이는 미물을 오래 지켜보면 서있는것으로 보인다고 하던데 아들의 말을 들으면 사실인것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어린아이가 활로 파리를 잡는다는건 믿지 못할 소리다. 하면서도 류화는 아들을 유심히 지켜보게 되였다.

한달, 두달…

엄마가 보기에 맹랑한 놀음을 아이는 벌써 일년가까이 하고있었다. 아들은 화살로 파리를 잡으려고 애쓰며 커갔다.

《엄마! 잡았어!》 하는 아들의 웨침소리가 랑랑하게 울릴 때 엄마는 기쁨보다도 어린아이치고는 지나치게 엉뚱하고 집요한 성격에 놀랐다. 이애가 장차 어찌 되려나 하는 근심이 땅거미처럼 슬며시 스며드는것은 또 웬일이였던가? 담벽에 붙은 파리를 꼭꼭 잡아내던 아들은 그것도 성차지 않아 날아가는 파리를 쏘아맞히군 하였다. 어느덧 이것이 버릇으로 굳어졌다. 아들은 부여의 풍습대로 《주몽》이라 불리웠다. 활을 잘 쏘는 사람을 그렇게 불렀던것이다. 사람들의 경탄과 부러움이 커가고 숱한 또래의 아이들이 주몽을 따라다녀도 마땅히 기뻐해야 할 엄마의 얼굴에는 웬일인지 그늘을 지었다. 엄마를 놀래우는 아들의 맹랑하고도 지꿎은 놀음은 그뿐이 아니였다.

어느날 주몽은 피투성이로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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