련재소설

(제 5 회)

주  몽

제 1 부

탈 출

 

어느날 례나루스승에게서 검법의 고수를 익혀 한바탕 검술의 무지개를 펼치고 베천으로 칼날을 씻을 때였다.

례나루스승은 대소왕자를 믿음직한 시선으로 바라보며 말하였다.

《왕자! 왕자의 검술은 이미 절정에 이르고있소! 왕자는 장차 창법, 권법, 진법을 더 익혀 무예에 달통할수 있소. 왕자는 그런 기질이 있소. 하지만 무예는 뜻을 위해 익히는것이요. 왕자는 무예와 학문을 익혀 장차 단군선인의 웅지를 깨치고 부왕의 뒤를 이어 단군선인의 옛성지를 회복하시게 될것이요!》

대소왕자는 칼을 닦던 손을 멈추었다.

《스승, 단군선인의 옛성지는 지금 사분오렬되였소. 쪼각난 이 땅을 되살린다는것은 찢어진 헌옷을 깁는것이나 마찬가지로 가긍한 일이요. 나는 장차 부왕의 지경이나마 보존하려 할뿐이요. 그것도 왕자의 한생을 바칠 일이 아니겠소?》

대소왕자를 바라보는 례나루의 눈빛이 번뜩거린다.

《왕자. 그것은 암닭의 생각이시오. 지금 부여의 서쪽에서는 오랑캐들이 단군선인의 겨레들을 먹을 기회만 호시탐탐 노리고 있소이다. 기필코 오랑캐들은 동쪽으로 밀려들것이니 지금처럼 쪼박쪼박 갈라져있다가는 각개격파될것이요. 부디 새겨듣길 바라오.》

대소는 피식 웃었다.

《스승. 스승은 왕자에게 무예를 가르치는 직분이나 다하길 바라오. 장차 이 왕자가, 그리고 부여가 어떻게 하리라는거야 스승이 간참할 문제가 아닐듯 한데… 스승은 오로지 배워주는것으로 만족하는게 좋지 않겠소?》

《왕자. 그것은 왕자스스로의 생각이시오? 아니면 저 소소리라는 대사가 가르친 말인지?…》

《소소리대사는 왜 껴들면서 그러시오?》

《왕자. 그렇지 않아도 소소리대사가 부왕에게 이 례나루를 참소하는것을 알고있소. 하지만 왕자. 왕자는 장차 이 부여를 넘겨받을분이요. 목전의 리익에만 사로잡혀 헛울타리치기 좋아하는 치졸나약한 사람들의 말을 분간하시길 바라오!》

대소는 발끈 성을 냈다.

《스승. 스승이 배워주는 검술에 대해서는 다른 의견이 없소만 스승이 지나치게 나의 앞날을 간참하려는데는 진저리나오. 지금 부여는 태평성대고 앞으로도 그럴것이요. 그런데 어째서 자꾸 사람들을 겁먹게 하려는거요?》

대소왕자를 바라보는 례나루의 낯빛은 점점 굳어져갔다. 하지만 대소왕자는 태연하게 칼날만 매만졌다.

마침내 례나루는 왕자를 가르치는 일을 그만두게 되였다. 대소왕자는 례나루가 본도에 어긋나게 정사에 가담하려고 하며 또 무예를 가르치는것도 이전과는 달리 지나치게 혹사하는것으로 보아 딴 마음을 두고있다고 부왕에게 하소하였고 소소리대사도 례나루는 부왕의 신임을 악용하여 궁중을 소란시키는 요괴라고 거듭거듭 상주하는데에 금와왕도 한숨을 쉴수밖에 없었던것이다.

금와왕을 상견한 마당에서 례나루는 무언가를 말하려고 했지만 소소리를 비롯한 중신들이 경계하는 눈초리를 감지하고는 그대로 물러나고말았다.

이 사건은 한때 부여의 궁성을 떠들썩하게 하였다. 소소리대사를 위시한 보수세력은 례나루를 태평성대를 시기하는 경계해야 할 사람으로 몰아붙였다. 보수세력에 몰려 금와왕도 한숨을 쉴수밖에 없었다.

그때로부터 여러해가 흘렀다.

그런데 그때 례나루스승이 하던 말이 오늘 사실로 되였단 말인가? 대소왕자는 아래입술을 깨물었다.

야릇할사, 례나루스승이 하던 말을 그 아들이 오늘에 와서 증명할줄이야…

결국 그때 대소왕자자신과 소소리대사는 부왕을 속인것으로 되지 않는가? 아니다. 그럴수 없다. 어찌 수천리밖에서 온 사람의 말을 그대로 믿어 왕자의 권위를 땅바닥에 던져버릴수 있겠는가? 그럴수 없다!

대소는 손가락으로 꺼실꺼실해지는 아래턱을 매만졌다.

《소소리대사 례나루에게 아들이 있다는 소리는 어디서 들었소?》

《왕자, 적을 모르고서야 어떻게 계책을 쓰오이까?》

《례나루가 소소리대사의 적이란 말이요?》

《내 아니면 다른 사람은 다 적이오이다.》

《그럼 나도?》

《왕자님, 왕자님과 이 소소리는 일심동체이온데 어찌 다른 사람이 될수 있겠소이까?》

《그건 그래.》

《참, 왕자. 저 쥬신국의 사신이 례나루의 아들이 틀림없다면 주몽을 경계하셔야 할줄 아오이다.》

《주몽?》

《그렇소이다.》

《그건 왜?》

《주몽은 례나루의 문하에서 배우고있소이다.》

《주몽이 ? 그가…》

《듣건대 주몽이 례나루에게서 이미 무예의 절정고수를 익힌다고 하오이다.》

《뭐라구?》

대소왕자의 해말쑥한 얼굴이 이그러졌다.

《음, 그때 부왕에게 주몽을 죽여 후환을 없애자고 간청했건만 부왕께서 너그럽게 살려주시더니 이제는 그 우환이 더 커졌구나. 내가 딴데 기울어져있는 사이에 주몽이가 크는걸 몰랐구나!…》

《왕자마마, 부디 진정하시오이다. 왕자마마는 누구도 어쩔수 없는 부왕의 맏아들이옵니다.》

《그렇긴 하지만…》

《왕자마마, 그건 그렇고. 서쪽에서 온 사람을 어찌하실 생각이시오이까?》

《대사의 생각에는?》

《부왕마마께 사실대로 고하는것이 어떠하온지, 그리한 다음에 일이 돼가는걸 보심이 좋지 않겠소이까? 왕자마마의 근심이 무엇인지 헤아려지건만 일이 어떻게 되는지 두고봐야 한다고 보오이다. 설사 부왕마마가 저 서쪽에서 온 사람의 말에 수긍하신다고 하더라도 제가들과 대신들의 뜻을 묻지 않을수 없을것이오이다. <영고>가 있지 않소이까?》 대소는 잠시 생각에 잠긴다.

문득 대소가 걸음을 멈추고 소소리를 바라보며 랭소를 지었다.

《그자를 조용히 없애치워.》

소소리의 눈이 커졌다.

《그러다가…》

《쥬신국이 부여에 어떻게 나올지 모른다 그 말이요?》

《그렇소이다. 또 부왕께서 아신다면 일이…》

《흥, 쥬신국이 지금 한창 연나라에게 먹히우는 판국에 우리 부여에 어떻게 원망을 품을수 있겠소? 쥬신국은 쥬신국이고 우리 부여는 부여지. 그렇지 않아도 쥬신국이 커지면 우리 부여에는 불리할게요. 연나라오랑캐들과 기껏 싸워 기운을 빼라지뭐. 내가 알바가 아니야. 그리고 부왕에게는 차라리 상주하지 않는게 이모저모 리로울것 같소. 부왕을 만나 저 쥬신국사신이 횡설수설하게 되면 나나 대사도 부왕의 눈밖에 나지 않소? 나는 그래도 낫지만 대사는 기군망상한 죄로… 그래 대사의 상주가 결국 오늘에 와서 잘못되였다고 부왕마마께서 생각하시지 않겠소? 그러니 감쪽같이 없애버리는게 상수요. 어떻소?》

소소리대사는 온몸을 우들우들 떨었다. 그의 반백의 관자노리로 식은땀이 줄줄이 흘러내렸다.

소소리대사는 고개를 조아렸다.

대소왕자는 누구도 모르게 쥬신국에서 온 사람을 가두게 하고 죽여버리려 하였다. 그 사람만 죽여버리면 궁성은 다시 평온해질것이다.

대소의 생각으로서는 쥐도새도 모르게 그를 죽여버리면 일이 펴질것 같았다. 수면우에 돌덩이를 던지면 그것이 파동을 일으키지만 인차 잦아들지 않는가. 그와 마찬가지로 부왕에게 번거로운 국정을 고할 《국범》을 죽여버리면 일이 무사하리라고 생각하였다.

그러나 하루밤 지나는 사이에 어느 누가 그를 풀어놔주었는지 모른다.

쫓아보았다. 헛탕이다. 과연 누가 그를 놓아주었을가? 우선 서쪽에서 온 사람을 잡아야 한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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