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옛날에 먹기를 좋아하는 한 로친이 있었다.
어느날 그는 출가한 딸네 집으로 나들이를 갔다. 저녁이 되여 밥상이 들어오고 큼직한 등잔불로 방안도 환히 밝혀놓았다. 로친이 딸과 안사돈과 함께 겸상을 하였다.
방금 음식을 들기 시작하였는데 아래방으로부터 획하고 바람이 불더니 등잔불이 꺼졌다. 딸과 시어머니가 서로 불을 켜러 가겠다고 싱갱이질을 하다가 결국 딸이 등잔을 들고 아래방으로 내려갔다.
컴컴한 속에서 먹기 좋아하는 로친은 앞에 앉아있는것이 자기 딸인줄 알고 귀속말로 속삭였다.
《얘야, 네 시어머니가 불을 켜러 간 사이에 빨리 고기점들을 좀 집어주렴.》
안사돈은 그 말을 듣고 터져나오는 웃음을 억지로 참으면서 아무 소리도 내지 않고 로친의 밥그릇에 고기점들을 놓아주었다.
이윽고 딸이 등잔을 켜들고 들어왔다. 로친은 방금 안사돈앞에서 실수했다는것을 알아차리고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로친은 서둘러 변명하였다.
《이것 보지. 나이가 들면 잠이 많아진다니. 난 어둡기만 하면 잠이 오고 잠만 오면 잠꼬대라니까…》
안사돈은 터져나오는 웃음을 참으며 제법 응수하였다.
《그래요, 사돈님! 나도 나이가 들면서 이제는 어둡기만 하면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