련재소설
(제 2 회)
주 몽
제 1 부
탈 출
목동은 아래입술을 깨물며 낯선 사람과 가섭벌 저쪽을 번갈아 살피였다. 그러는 사이에 깨알같은 반점들이 더욱 커졌다. 마침내 결단을 내린듯 목동은 부루말의 곁에서 코를 벌름거리는 오추마에게 다가가 그 고삐를 당겨끌었다. 그는 정신잃고 쓰러진 사람의 곁에 오추마를 세우고 낯선 사람을 버쩍 들어 말잔등에 태웠다. 스르르 미끄러져내렸다. 허리띠를 풀어 그 사람을 발잔등에 비끄러매였다. 낯선 사람은 간간히 신음소리를 냈다. 목동은 오추마의 고삐를 정신잃은 사람의 손에 감았다. 마침내 그는 가섭벌을 바라보며 나직이 숨을 내쉬였다.
목동은 오추마의 고삐를 당겨 궁성쪽과는 반대로 세웠다.
《아무래도 이 사람을 여기 그냥 놔두어서는 안되겠다. 피신시켜야지.》하고 목동은 사람에게 이르듯 오추마에게 말했다. 오추마는 주둥이를 쳐들었다.
가섭벌에서는 먼지구름이 긴 꼬리를 지으며 피여올랐다.
목동은 가섭벌 중간쯤에 닥쳐오는 무리가 틀림없이 군사들임을 알아보았다.
그는 질풍같이 달려오는 무리들을 살피며 천천히 머리수건을 풀었다. 그리고 몸을 홱 돌려 언덕아래쪽으로 향해 휘-익 하는 날카로운 휘파람소리를 냈다. 둔덕아래쪽에서 한가로이 풀을 뜯던 말떼들이 일시에 버쩍버쩍 머리들을 쳐든다.
목동은 또다시 《우-우》하는 소리를 냈다. 이리떼의 울부짖는 소리다. 말떼들이 소란을 피웠다. 이때라는듯 목동은 채찍을 공중에 휘둘러 쫘악 소리를 내며 웨쳤다.
《달려라-》
채찍소리에 놀란 오추마가 벌떡 앞발을 쳐드는듯 하더니 이어 발굽을 놓기 시작하였다. 머리를 들고 웬일인가 하여 사방을 살피던 말떼들이 일시에 오추마의 뒤를 따라 내닫기 시작하였다. 조용하던 벌판이 깨여났다. 말들의 울부짖음소리 -말발굽소리-
들판이 드르륵- 드르륵 울렸다.
목동은 부루말의 고삐를 꽉 틀어쥐고 말떼들이 오추마의 뒤를 따라 뛰는것을 바라보았다. 말들은 앞선 놈의 궁둥이에 바싹 붙어서 점점 속력을 내였다. 마지막말이 저쯤 가는걸 지켜보던 목동은 부루말의 등에 몸을 날렸다. 고삐를 당겨 벌판으로 말머리를 돌리려고 하지만 부루말은 오추마의 뒤를 좇는 말떼들을 따라가려고 갈개였다. 마침내는 목동에게 수그러들었다. 목동은 밀려오는 군사들을 지켜보며 천천히 말을 몰았다.
저 군사들이 과연 낯선 사람을 추격하는걸가? 혹시 어떤 급한 일로 파견되여가는 길일수도 있지 않을가? 그렇다면 좋겠는데… 어쨌든 지금 군사들과 맞서기는 싫다… 목동이 건들건들 가는 사이에 군사들은 아주 가까이 왔다. 매 군사들의 형체를 알아볼수 있게 되였다.
휘파람소리, 고함소리가 한데 엉켜 어지럽게 들렸다.
군사들쪽에서도 이쪽을 알아본 모양이다.
목동은 군사들이 오는편과는 가로방향으로 말머리를 돌렸다.
군사들이 덮칠듯 몰려왔다.
《저놈이다!》 하는 소리가 들렸다.
그때를 기다리기라도 한듯 목동은 발꿈치로 부루말의 옆구리를 세차게 찼다.
말은 껑충 뛰여올랐다가 달리기 시작하였다.
목동쪽에서 별로 서두르는 기색이 없어 숨을 들이려던 군사들은 아연해졌다.
《속았다.》
《서라.》
고함소리가 따랐다.
군사들은 다시금 말고삐를 채며 채찍을 휘둘렀다. 그들은 말갈기에 머리를 붙이고 달아나는 목동을 바라고 쫓아왔다. 목동과 군사들의 사이가 장바 서너기장가량 될가말가. 하지만 빈 시위를 당겼다놓았다 하듯이 그 거리는 가까와졌다 멀어졌다 하였다. 쫓고 쫓기우는 말떼들의 소리에 벌판이 울었다. 말발굽소리에 짓밟혔던 풀대들이 미처 일어날 사이도 없이 연신 뒤따르는 말발굽에 밟히여 넘어졌다.
어찌된 일인지 차츰 목동이 탄 말이 시위를 벗어난 화살인양 군사들을 뒤떨구며 쑥- 나가기 시작하였다. 땅에 닿을듯 내닫는 부루말의 배밑으로 풀대들이 몸부림치였다. 말꼬리쪽으로 말발굽에 밟힌 풀뿌리며 흙덩어리들이 어지럽게 날았다.
어느사이에 가섭벌은 뒤로 물러났다. 이어 잡관목이 무성한 산등성이들이 부딪칠듯 다가왔다가 사라진다. 둥글둥글한 자갈들이 깔린 퍼그나 넓은 강이 나타났다. 목동이 탄 말은 물방울을 사방에 튕기며 순식간에 강을 건넜다. 말이 약간 비칠거렸다. 말잔등에서는 땀인지 물기인지 질벅하고 주둥이에서는 거품이 물뿌리듯 날았다. 목동은 물을 건너서기 바쁘게 몸을 날려 풀판우에 뒹굴었다. 몇고패 굴러 땅에 엎드린 목동은 뒤를 돌아보았다. 산등성이굽이를 방금 돌아선 군사들이 정신없이 부루말을 쫓아간다. 그사이 부루말은 저 앞둔덕너머로 사라지고있었다. 군사들도 내닫던 기세로 강을 건넜다. 목동은 허겁지겁 부루말의 뒤를 쫓는 군사들의 뒤모습을 보며 히죽이 웃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