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8 회)

제 4 장

아침노을

 

7

 

강수일에 대하여 제일먼저 입에 올린것은 소문이라고 불리우는 당과류직장의 오복금이였다.

오복금은 설비조립전투가 한창인 당과류직장 2층현장에 들어서는 기사장 림성하를 띄여보자 고무앞치마를 앞에 두른 차림그대로 바람같이 달려와 하소연을 늘어놓았다.

《기사장동지요, 잠간만 시간을 좀 내줄수 없겠는지요?… 내가 그만 실수를 해서 일이 생겼는데…》

림성하는 귀찮아했다. 말이 많기로 유명한 소문이 오복금의 말까지 들어줄 겨를이 없었던것이다.

《왜 그러오? 난 지금 몹시 바쁜데…》

《잠간이면 돼요. 기사장동지요, 실은 내가 맘씨두 고운 기사장동지를 잘 돕자구 생각했는데 그만…》

《아, 좀 간단히 말하오.》

《글쎄 그 강뭐이라구 하는 처장동지 말이예요. 아, 그 성에서 내려왔다는 성격이 팩팩한 사람, 그 처장동지가 기사장동질 단단히 벼르지 않겠어요. 괜히 나때문에 이제 기사장동지가 말을 듣게 되문…》

림성하는 포장도 떼지 못하고 복도와 현장에 꽉 차있는 새 설비들을 휘둘러보고있었다.

《내가 뭣때문에 말을 듣는다구요?》

림성하는 걸음을 옮기며 물었다. 오복금이도 발을 재게 놀리며 그를 따라섰다.

《아 기사장동지요, 우리같은거야 쌀바가지를 쥔 아낙네들이니 별수가 있나요? 시부모들두 모실래, 아이들도 키울래 거기에 또 남편까지 돌보자니 정말 눈코뜰새가 없지요 뭐.》

《그래서?》

림성하는 북대강공작기계공장에서 새로 제작해온 알사탕생산계렬을 조립하고있는 로동자들에게로 가까이 다가갔다. 모두 불수강으로 만든 최신설비들이다. 그는 문옆에 조립하고있는 대형랭각기를 만져보았다. 번쩍거리는 관들, 싸늘한 쾌감… 한순간 오복금이 또 뭐라고 말하는듯 했다.

《뭐라구요?》

《아, 그 처장동지 말이예요. 글쎄 무턱대구 우리 직장장동지한테 야단을 치더니만 나중엔 기사장동지한테 가서 단단히 따져봐야겠다구…》

《나한테?》

오복금은 더 말을 잇지 못했다. 그때 설비를 조립하던 설계실장이 기사장을 띄여보고 급히 다가왔던것이다. 나이지숙한 사람이다. 이전엔 그가 림성하를 많이 가르치군 했었다. 그가 손에 쥔 설계문건을 내밀며 큰소리로 말했다.

《기사장동지! 이걸 좀 봐주십시오.》

《그건 뭡니까?…》

《이겁니다. 이자 여기서 토론해봤는데 아무래도 이 설계도면대로 해야 할것 같습니다.》

《도면대로 하는거야 당연한 일인데 무슨 뻐꾸기같은 소릴 하는거요?》

림성하는 재빨리 설계도면을 훑어보기 시작했다.

설계실장이 손으로 짚어가며 말했다.

《예, 그런데… 여기서부터 이쪽부분의 관들을 간략하라는겁니다, 조립에서 시간과 자재를 효과적으로 리용해야 한다면서…》

《누가? 누가 그렇게 말하오? 표준공정은 순차와 시간이 과학적으로 계산된것인데…》

《저, 그건…》

설계실장은 더 말을 잇지 못했다. 기사장곁에 붙어있는 오복금을 곱지 않은 눈길로 흘겨볼뿐… 그가 무엇때문에 말끝을 가무리지 못하는지 대뜸 짐작이 갔다. 하여 그는 도면을 내던지듯 하면서 어성을 높였다.

《무조건 여기 도면에 있는대로 하시오.》

《예, 알았습니다.》

설계실장이 물러가자 오복금이 또 달라붙었다.

《기사장동지요, 그 처장동지가 우리한테 막 야단을 치더란 말입니다. 사실 난 시아버지가 심하게 앓기때문에 약을 구하러 자리를 좀 떴는데… 그런데 그 처장동진 직장장이나 기사장동지가 고급기능공들을 너무 어루만지기만 하다보니 공장의 제도와 질서가 문란해지구…》

림성하는 증을 내지 않을수 없었다.

《아주머니, 지금 눈코뜰새없이 바쁜 때 도대체 뭘 말하는거요? 시아버지가 앓는데 처장은 또 나하구 무슨 상관이구 제도와 질서는 또 뭐라는거요, 에? 여느땐 그렇게도 말주변이 좋던 아주머니가 오늘은 어떻게 된 일이요?》

오복금은 시무룩해졌다. 두손을 고무앞치마에 문지르며 눈길을 떨구는데 한순간 눈물이 찔끔하는듯 했다.

챠, 이런!… 림성하는 자기에게로 달려오는 엿사탕반장에게로 홱 몸을 돌렸다.

《거기선 또 뭐요?》

《아, 기사장동지.》엿사탕반장이 숨찬 소리로 말했다. 《그 엿절단기 말입니다. 대학선생님들이 말하는데 자기네가 한 설계보다 우리 공장 4. 15기술혁신돌격대에서 내놓은 주기식엿가락절단기가 더 좋다는게 아닙니까. 그래서…》

《그래서?》

《그래서 어느걸 설치해야 하겠는지?…》

《두말할게 있소? 우리 공장에서 만든것이 좋다면 대학선생님들 말하는대로 하시오.》

《예, 그렇게 하겠습니다.》

다시 걸음을 옮긴다. 백합과자와 드롭프스설비들을 전개하고있는 1층현장에 가봐야 하는것이다. 한순간 이상한 느낌이 들어 그는 걸음을 멈추었다. 아닐세라 그림자처럼 묻어다니던 오복금이 그냥 그 자리에 오도카니 서있는것이였다.

《아주머니.》그가 소리쳤다. 《왜 그러구있소? 나한테 무슨 할말이 있다구 하구선?…》

《됐어요.》 오복금은 샐쭉해졌다. 《암만 말해야 듣지도 않는거…》

그리고는 홱 돌아서 갔다.

림성하는 혀를 찼다. 헛참… 내가 또 뭘 잘못했다는건가? 과연 저 녀자는 기사장이 얼마나 바쁜지 모른단 말인가?… 문득 오복금이 《시아버지가 심하게 앓기때문에…》라고 하던 말이 떠올랐다. 들리는 말에 의하면 오복금은 집에 들어가서는 동네에서 제일 착실한 며느리, 충실한 안해, 다심한 어머니로 소문났다고 한다. 직장에서는 또 제일 손꼽히는 고급기능공이기도 하다. 성형기에서 나는 소리만 들어보고도 사탕알이 얼마나 잘 여물었는지 알아맞힌다는 녀자이다. 그런데 왜 소문이라고까지 불리우고있는지… 정말 모를 일이다.

그는 1층으로 내려갔다. 소음으로 가득찬 조립전투장, 무엇보다먼저 새파란 용접의 불빛들이 불꽃을 날리며 눈을 부시게 했다. 부분품을 가득 실은 밀차들과 크고작은 관들을 조립하는 사람들, 무엇인가 목고로 메고가는 사람들이 길을 가로지르군 했다. 여기서는 지금 수만톤능력의 사탕계렬과 드롭프스계렬, 백합과자계통의 설비들이 조립되고있는것이다.

그가 현장에 나타나자 당과류직장장 김진호가 달려왔다.

《기사장동지, 마침입니다. 기사장동지한테 막 가려던 참이였는데…》

《왜, 무슨 일이 있소?》

《예, 있습니다. 그저 아침이 다르구 오후가 다르니… 이거 정말 죽여줍니다.》

말끝마다 죽여준다는 소리를 하는 사람이다. 그는 가까운 배관우에서 용접불꽃이 휘뿌려지자 재빨리 림성하를 아름드리철관뒤쪽으로 잡아끌었다. 날파람있는 사람이다. 기계대학을 졸업하고 공장에 온지 얼마 안되였지만 년로보장을 받은 이전 직장장 욕도령대신 당과류직장장으로 임명되였다. 김윤걸지배인이 직접 선발한 사람이다. 지배인은 자기처럼 지혜롭고 자신만만하며 손탁이 센 일군, 불이 번쩍나게 일을 내미는 사람을 골랐던것이다.

그가 큰소리로 재빨리 말했다.

《아 기사장동지, 우리 처장동지 말입니다. 방금 우리 직장에 와서 저 사탕용해기를 옮기지 말라구 하지 않겠습니까. 정말 죽여줍니다.》

《왜 옮기지 말라는거요?》

《아, 그냥 이 자리에 조립해도 되겠는데 왜 옮기며 역사질인가? 그렇게 하다간 당앞에 결의다진 설비조립날자를 드틸수 있다. 그러면 어떻게 하겠는가? 직장장동무가 변명하겠는가고 하면서…》

림성하는 그를 똑바로 마주보았다. 생각같아서는 《그거야 내가 이미 공정대로 놓아야 한다고 지시하지 않았소? 동문 이 공장 기사장이 누군지 아직 모르겠소?》하고 소리치고싶었다.

공장, 기업소들에서 기사장은 군대의 참모장이나 같다. 공장의 생산전반을 계획하고 조직하며 기술문제를 책임지는 지휘관이다. 다시말하여 계획과 기술지도, 생산을 통일적으로 틀어쥐고 지도하는 지휘관이다. 헌데 상급이라고 하여 전투에서 참모장을 무시하고 제멋대로 지시한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그의 표정을 살피던 김진호가 길게 한숨을 내뿜었다.

《아, 내가 그만 주책머리없이 괜한 소릴 한것 같습니다, 기사장동지.》

《아니요. 그런거야 제때에 보고해야지.》

《하지만 기사장동지, 이 일에 대해선 더 이상 마음쓰지 마십시오. 어쩌겠습니까. 내가 다 알아서 처리하겠습니다.》

《그건 어떻게 한다는 소리요?》

《됐습니다.》

김진호는 벌써 사탕용해기가 서있는쪽으로 걸음을 옮기고있었다. 팔을 내저으며 저 앞쪽에 서있는 사람들을 향해 유쾌하게 소리치고있었다.

《자, 자- 거기선 아직두 무슨 말공부들이요, 에? 이거 정말 죽여주는구만, 응?! 그래 동무넨 용해기가 어디에 있어야 하는지 아직두 모르겠소?》

림성하는 피식 웃고말았다. 그러나 속은 좋지 않았다. 식료일용공업성의 처장인 강수일, 공장의 현대화를 위해 밤과 낮이 따로없이 뛰여다니며 늘 입술이 갈라터지고 눈에 피발이 서있는 사람, 이 공장에 그의 발자국이 찍혀있지 않는 곳이란 하나도 없다. 이 공장에 그가 관심을 두지 않는 대상이란 하나도 없다. 모든것에 관심하고 모든것에 참견하고 모든것에 의견을 아니, 지시를 준다. 마치 우리 평양곡산공장을 위해 태여난 사람인듯… 진정 불같은 열정을 지닌 사람이다. 책임성과 자신심도 하늘에 닿아있는 사람이다. 그러나 그 불같은 열정과 넘쳐나는 자신심때문에 간혹 현장의 일군들은 옆에 우두커니 서서 구경만 할 때가 많다.

그는 다시 걸음을 옮겼다. 수많은 관들이 늘여지고있었다. 한쪽에서는 일여덟명의 로동자들이 사탕용해기를 운반해갔다. 김진호직장장이 고래고래 소리치며 지휘하고있다. 그도 소래기를 지르는데선 이전 욕도령직장장 못지 않다. 다만 욕질이 아니라 앞채를 메고 구령을 치는것이 다를뿐…

《됐소. 이제야 제자리에 들어앉았구만.》

림성하는 다시 2층으로 올라가 과자구이로에로 갔다. 거기 로밑에서는 몇사람이 나사조임작업을 하고있었다. 기사장이 다가온것도 모르고 그들은 웃고떠들고있었다.

《현구아바이, 아바이가 술을 자주 마신다는데 집의 아주머니가 어떻게 참구 견뎌요?》

이렇게 말한것은 젊은 수리공이다.

《술이 어째서?》 아바이의 대답. 《옛날사람의 말을 빌면 사람의 외모는 거울로 보구 마음은 술로 본다구 했지.》

《그러니 아바인 딸잔치때 술 한독쯤은 마셨겠구만요. 사위될 사람의 마음을 보느라구?》

《에끼, 한독은 무슨… 겨우 한동이야. 그것두 자리가 날가봐 술 한고뿌를 퍼내군 그대신 물 한고뿌씩 부어넣었지.》

와! 하고 터진 웃음소리. 젊은 수리공이 남보다 더 크게 웃으며 또 물었다.

《아 기막혀라. 그래 술 한고뿌를 마시군 물 한고뿌를 부어넣었다구요? 하… 그래 어떻게 됐어요?》

《그렇게 한주일쯤 지나니까 점점 술맛이 변하더니만… 그만 맹물이 되구말았어.》

이번엔 더 큰 웃음이 터졌다. 다들 기사장이 들여다보는것도 모르고 배를 그러쥐며 웃고있다.

《아이구, 죽겠구나야. 그래 집의 아주머니한테서 쫓겨나지 않았어요?》

《쫓겨나긴, 아직 모르구있는데.》

계속되는 웃음소리. 림성하는 그들을 탓하지 않았다. 탓할 필요가 없었다. 조립전투에 들어간이래 집에도 들어가지 못하고 현장에서 일하고있는 그들이 아닌가. 눈에 피발이 서있는 그들이 아무런 불평도 없이 오히려 웃고떠들고있으니 얼마나 좋은 일인가. 아마 저 현구라는 아바이도 사람들을 웃기려고 사실을 그럴듯이 과장했을것이다.…

그가 돌아서려는데 아바이의 목소리가 다시 들렸다.

《내 로친에게 지청구를 좀 듣긴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제 로친이 제일이야.》

《그러니까 아바이가 안해들에 대한 노래를 제일 좋아하댔구만요.》

《그럼, 안해란 남편이 젊었을 때는 주인으로 섬기지만 늙으면 아이취급을 하는 법이지. 잘못하면 손자애처럼 되고만다니까. 머리를 염색하라, 옷은 왜 그걸 입었나, 궤도전차에 매달리지 말라.…》

또다시 터지는 웃음소리… 그는 다시 포장기를 설치하는 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사려깊은 안해와 정깊은 가정에 대한 의미깊은 말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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