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21 회)
제 3 장
뜨거운 겨울
4
교외쪽으로 뻗은 고속도로로 여러대의 승용차들이 눈가루를 날리며 달리고있었다. 격렬하게 땅을 차며 달리는 차바퀴밑에서 뽀얀 눈가루가 회오리쳤다. 방금 평양곡산공장을 현지지도하신 위대한 장군님께서 최전연으로 차를 달리고계시였던것이다. 그중의 어느 한 승용차엔 국방공업부문 사업을 맡고있는 당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이 타고있었다. 그는 한시도 장군님께서 타신 승용차에서 눈길을 떼지 못하고있었다. 장군님께서 타신 승용차의 속도가 너무 높았던것이다. 바람같은 속도였다. 그것은 장군님께서 지금 이 시각 비상한 흥분속에 계신다는것을 말해주는것이였다.
제1부부장은 벌써 몇번이나 운전사를 향해 부르짖었다.
《속도를 더 높이오. 앞차에서 떨어지지 말고 빨리!》
《지금 최고속도입니다.》
《그래도 더 빨리!…》
무리한 요구인줄 알면서도 재촉하지 않을수 없었다.
승용차가 앙- 앙- 용을 썼다. 속도계의 바늘이 파르르 떨고있었다. 그만이 아니라 다른 차들도 속력을 놓으며 안깐힘을 쓰고있었다.
고속도로를 벗어나 얼마간 달렸을 때였다. 별안간 앞서 달리던 차들이 급정거를 하며 멎어섰다. 그가 타고있는 차도 아츠러운 소리를 내며 멎었다. 잠시후였다. 타래치던 눈가루의 회오리가 서서히 가라앉기 시작했다.
그때 누군가 달려왔다. 책임부관이였다. 급히 달려오며 손짓하는것이 시창으로 내다보였다. 그는 급히 차문을 열고 밖으로 나섰다.
《1부부장동지, 장군님께서 부르십니다.》
《예?》
책임부관은 어느새 뒤차에로 달려가고있었다.
그는 급히 앞쪽으로 걸음을 다그쳤다. 발목까지 눈이 푹푹 빠지고있었다. 별안간 그는 우뚝 멎어섰다. 험한 산비탈 굽인돌이에 서계시는 장군님의 모습이 눈앞에 확 안겨왔다. 어딘가 저 멀리를 바라보고 계시는 장군님. 그런데… 장군님께서는 홀로 계신것이 아니였다. 경애하는 김정은동지께서 함께 계시였다.
그새 다른 수행원들도 차에서 내려 달려왔다. 달려와서는 갑자기 못박힌듯 했다. 장군님께서 무엇때문에 차를 멈추고 깊은 사색에 잠기시는지 알수 없어 서로 마주 보기만 했다.
그때 경애하는 김정은동지께서 조용히 말씀하시였다.
《지금 장군님께선 대성산주작봉마루쪽을 바라보고계십니다.》
《예?》
수행원들모두가 뜨거워진 눈길을 들며 장군님을 우러렀다.
저 멀리 금수산기념궁전과 대성산의 주작봉마루!… 거기엔 어버이수령님과 김정숙어머님께서 계신다. 머나먼 전선길을 떠나실 때나 돌아오실 때나 수령님과 어머님 계시는 그곳을 향해 마음속 인사를 올리시는 우리 장군님!
그랬었다. 장군님께서는 그 시각 언제나 그리운 어머님과 절절한 마음속 대화를 나누고계시였다.
…
《어머님! 언젠가 어머님께서 상우에 놓인 다과를 두시고 눈굽을 적시던 그 일이 오늘따라 별스레 가슴에 새겨집니다.》
먼 대성산에서 울려오는듯싶은 어머님의 그윽한 음성…
《아직도 그걸 잊지 않고있구만.… 참, 그날은 해방된 조국에 두번째로 찾아온 1947년 4월의 봄명절이였지.》
《예, 그렇습니다. 그때 어머님과 항일투사들이 차려드린 소박한 생일상을 보시고 수령님께서 하시던 말씀이 생각납니다.
동무들의 성의만은 고맙지만… 내가 어찌 그 상을 받을수 있겠는가고, 해방은 되였지만 우리 인민들의 생활은 크게 달라진것이 없다고, 언젠가 지방에 나가보니 아이들이 길가에서 강냉이대를 씹고있더라고, 우리 아이들이 아직 사탕이란 말도 모르고 살고있는데 내가 어떻게 이런 상을 받을수 있겠는가고, 이런 생일상을 받으면 나의 마음이 과연 기쁠것 같은가고 하셨던 그 말씀…
그날 어머님의 눈언저리에 맺히던 눈물을 정녕 잊을수 없습니다. 어머님의 그 눈물은 아직 펴이지 못한 인민생활을 두고 걱정하시는 수령님의 마음 그대로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어머님께선 다음날 상에 놓았던 그 다과를 싸들고 평양곡산공장을 찾으시지 않았습니까.》
《그래, 그때 함께 갔었지, 내 손을 잡고…》
《예. 그날 공장을 찾으신 어머님께선 어버이수령님께서 현지지도하신 그 길을 처음부터 모두 그대로 밟으시며 물엿은 나오는데 사탕은 왜 만들지 못하는가고, 우리 어떤 일이 있어도 자라나는 어린이들이 사탕을 마음껏 먹게 하자고 간곡히 당부하시던 그 말씀이 지금도 귀전에 쟁쟁합니다.
어머님!… 어머님의 그 소원을 한생토록 잊지 않고 가슴속깊이 새겨온것이지만 아직 그 소원, 그 념원을 다 풀어드리지 못하고있으니… 정말 죄스럽기 그지없습니다.》
《너무 속태우지 마오. 그러지 않아도 지금 온 나라 인민은 장군이 너무 축갔다고 근심하고있는데…》
《어머님! 그래서 더 마음이 쓰립니다. 우리 인민들이 고난의 행군때부터 나를 따라오느라고 허리띠를 졸라매고 고생을 다하지 않았습니까. 그걸 생각하면 정말 잠이 오지 않습니다. 사탕은 없어도 총알만 있으면 된다고 굳게 마음다져온 우리 인민과 어린이들에게 인제는 사탕을 한가득 안겨주고싶어 오늘 평양곡산공장을 찾아갔었는데… 그만 실망했습니다.》
《너무 근심 마오. 이제 다 잘될거요.》
《어머님! 제 이제 기어이 평양곡산공장을 최첨단설비들이 그쯘하게 갖추어진 새 세기의 곡산공장으로, 세계에 소리치며 자랑할 식료공업기지로 꼭 만들겠습니다.》
《난 믿소. 꼭 그렇게 될거요. 일단 장군이 결심해서 안되는 일이 어데 있다구.》
《고맙습니다, 어머님!…》
…
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 경애하는 김정은동지께서는 물론 모든 수행원들은 이윽토록 찬바람에 옷자락을 날리시는 장군님의 모습에서 눈길을 떼지 못하고있었다.
드디여 장군님께서 눈길을 돌리시였다.
《동무들, 한가지 물어보기요. 우리 평양곡산공장을 돌아보면서 생각되는것이 없었소?》
너무 뜻밖의 물으심에 누구도 대답을 올리지 못했다. 권비서도 최고사령부 작전지휘성원들과 1부부장도 찬바람을 들이마시며 눈을 슴벅거리고있었다. 그러니 평양곡산공장의 일때문에 달리던 차를 멈추셨단 말인가?… 마치 그들의 마음속 생각을 읽으신듯 장군님께서 말씀하시였다.
《그럼 먼저 1부부장동무의 생각을 들어보기요.》
《저, 곡산공장… 말입니까?》
그는 놀라지 않을수 없었다. 군수공업부문을 맡고있는 그에게 곡산공장에 대해 물으시였으니…
《왜 말을 못하오?》
순간 장군님의 옆에 서계시던 김정은동지께서 그를 바라보시였다. 《왜 그럽니까. 생각한바 그대로 말씀드리십시오.》라고 하시는 눈빛이였다.
하여 그는 뜨거움에 젖어 말씀드렸다.
《예. 장군님, 평양곡산공장은 우리 나라 식료공장들중에서 제일 력사가 오랜 공장입니다.》
《내가 묻는건》 하고 장군님께서는 여전히 깊은 생각에 잠겨 말씀하시였다. 《현대화를 했다는 그 공장을 돌아보며 생각되는게 없었는가 말이요?》
《저…》
그는 또 김정은동지께 묻는듯 한 눈길을 옮겼다. 무어라고 말씀드려야 할지 주저하는듯…
하지만 김정은동지께서는 깊은 생각에 잠겨계시였다.
장군님께서 평양곡산공장이 현대화되였다는 보고를 받으신것은 어제 저녁 자강도의 강계포도술공장을 현지지도하실 때였었다.
보고를 받으신 장군님께서 얼마나 반가와하시였던가. 나라의 제일 큰 식료공장, 어버이수령님께서 조국에 개선하시여 제일 처음으로 현지지도하신 단위의 하나인 평양곡산공장, 그래서 일군들을 재촉하시였었다.
《어서 가봅시다! 숨이 멎어있던 평양곡산공장이 돌아간다니 얼마나 기쁜 일입니까.》
그밤으로 강행군을 계속하시였다. 크나큰 기대와 믿음을 안고 북방의 자강도에서부터 천리나 되는 밤길을, 눈보라 세찬 길을 헤치며 평양곡산공장으로 달려오시였었다. 그러나… 실망을 금치 못하시였다. 작업장에서 물낙지와 산나물을 가공하고있는 녀성로동자들, 손로동이 많은 단능설비들…
어두운 안색으로 그 모든것을 돌아보시는 장군님께 한 일군이 여기서도 삼일포특산물공장과 같은 생산공정을 꾸려놓았다고 말씀올렸다. 허나 장군님께서는 아무 말씀도 없으시였다.
김정은동지께서는 그때를 상기하며 1부부장을 바라보시였다. 장군님께는 오직 사실대로만 말씀드려야 한다는 의미였다. 1부부장이 한발 나섰다.
《장군님, 제 생각엔 당과류생산을 전문하는 그 공장에서 수산물과 산나물을 가공하는것이 어쩐지 어울리지 않고… 현대화되였다는 인상도 전혀 안겨오지 않았습니다.》
《그렇다?…》
장군님께서는 다른 수행원들에게로 눈길을 옮기시였다. 그러자 권비서가 말씀올렸다.
《예, 저도 같은 생각이였습니다.》
《음…》
장군님께서는 다시 둔덕길을 거니시였다. 걸음을 옮기실 때마다 길바닥을 덮고있는 흰눈이 꽁꽁 다져졌다. 무척 마음이 무거우신듯… 왜 그렇지 않으랴. 삼일포특산물공장과 같은것을 꾸리는 사업은 어디까지나 지방의 특산물로 여러가지 식료품을 생산하기 위한 대중운동이다. 그래서 그이께서 높이 평가하시고 지방산업공장들이 있는 각 도들에도 그런 공장을 내오게 하신것인데 국가적으로 의의가 있는 식료공장에 그런것을 차려놓다니…
마침내 장군님께서 걸음을 멈추시였다.
《그래, 평양곡산공장을 현대화했다기에 가보았는데 기대했던것과는 완전히 딴판이였소. 곡산공장의 본태를 잃고있더란 말이요.》
구배진 언덕아래에서 강바람이 불어왔다. 하늘이 잔뜩 흐려있었다. 장군님께서 말씀을 이으시였다.
《사실 그들이 아글타글하며 공장을 살린걸 보았을 때 난 눈물이 나는것을 겨우 참았소. 아무것도 대준것도 없는데 얼마나 힘들었겠는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 말이요. 거의나 빈터에서 시작하다보니 자그마한 삼일포특산물공장의 생산공정같은것을 꾸려놓았겠지. 그것도 현대화된것이 아니라 손로동이 많은 마누팍뚜라식공정을 말이요.… 일군들이 정보산업시대의 현대화에 대해 잘 모르다보니 그런 결과가 빚어졌소. 아직도 우리 일군들의 안목이 좁단 말이요. 왜 이런 결과가 빚어졌을것 같소?… 바로 우리가 그들을 제때에 도와주지 못했기때문입니다. 우리가!…》
장군님께서는 다시금 일군들의 심각해진 얼굴을 여겨보며 물으시였다.
《어떻게 하면 좋겠소?… 어떻게 하면 평양곡산공장의 본태를 살릴수 있을것 같은가 말이요?…》
《저…》
그는 두손을 마주 비비며 갑자르기만 했다. 다음순간 그는 다시금 기대어린 눈빛을 김정은동지께로 옮기였다.
김정은동지께서 그를 대신하여 장군님께 말씀드리였다.
《장군님, 제 생각에는 우리 국방공업에서 평양곡산공장을 도와주는것이 좋을것 같습니다.》
장군님께서 기뻐하시였다.
《옳소! 나도 바로 그 생각이요. 그래서 나는 1부부장동무가 이 일에서도 한몫 크게 맡아주었으면 하오.》
《예, 제가 말입니까?》
《음, 동무도 곡산공장에서 수입해왔다는 설비들을 봤겠지?》
《예.》
《그래 동무보기엔 어느 수준이요?》
《장군님, 그 설비들은 우리 국방부문의 기계공장들에서 제작하는 것들보다 영 못합니다. 겉만 번쩍거리고 현대화수준도 아주 낮은것들이였습니다.》
《그래서 내 동무한테 한몫 맡아달라고 하는거요.》
1부부장은 다시금 김정은동지께 묻는듯 한 눈길을 옮겼다. 그러자 여전히 그를 고무해주시는 그윽한 미소, 열정과 믿음이 어린 다정한 눈빛!…
다음순간 그는 군인들처럼 허리를 곧추 펴며 힘차게 대답올렸다.
《옛! 장군님, 명령을 주십시오!》
《아니, 나는 명령이 아니라 부탁하고싶소.》 장군님께서는 잠시 동안을 두었다가 말씀을 이으시였다. 《우리 국방공업이 평양곡산공장에 우리 식으로 된 식료설비를 만들어주었으면 하오. 현대적인 최첨단설비를!》
《현대적인… 최첨단설비를 말입니까?》
그이께서 머리를 끄덕이시였다.
《평양곡산공장은 나라의 모체식료공장이고 력사도 제일 오랜것만큼 공장을 현대화하는데서도 다른 공장들보다 앞장서야 할게 아니겠소. 우리 한번 새 세기의 요구에 맞는 공장으로 본때있게 꾸려봅시다. 현대화가 완전히 실현된 본보기공장으로, 식료가공공업에서 자기 체모를 훌륭히 갖춘 세계적인 식료공장으로 꾸려보잔 말이요. 그래서 평양곡산공장에서 질좋은 사탕, 과자가 폭포처럼 쏟아지게 합시다.》
한순간 장군님께서 밝게 웃으시였다.
《바로 평양곡산공장을 현대화하는데서 인민군대가 나를 도와주기 바라오.》
김정은동지께서는 목이 잠기는것을 느끼시였다. 강계에서 눈보라천리길을 달려오시면서 어떻게 하나 사탕문제를 풀어 우리 어린이들이 후날에 가서 사탕을 실컷 먹으며 자랐다고 하면 얼마나 좋겠는가고 하시던 장군님의 말씀이 가슴에 사무쳐왔다. 인민생활향상을 위하여 그토록 마음쓰시는 어버이장군님!… 총알이 귀하던 지난 시기에는 누구도 사탕을 생각지 않았었다. 모두가 사탕이 없어도 총알은 있어야 한다고 웨치며 준엄한 시련을 이겨냈었다. 허나 오늘 우리 장군님께서는 이제는 사탕도 있어야 한다고, 그러므로 인민군대가 공장의 현대화를 적극 도와주어야 하겠다고 하시는것이다.
장군님께서 말씀을 이으시였다.
《어떻소 동무들, 우리 한번 본때있게 내밀어보기요. 그래서 우리 인민들에게 사탕, 과자를 마음껏 안겨주잔 말이요.》
한순간 모든 사람들의 가슴이 뿌듯해졌다. 저도 모르게 목멘 소리로 일시에 대답올렸다.
《알겠습니다, 장군님!》
《알았습니다, 최고사령관동지!》
언제부터였는지… 눈이 내리고있었다. 장군님께서는 손을 들어 함함히 내리는 그 눈송이를 정겨이 받으시였다. 장군님의 손우에서 한점한점 녹아내리는 흰눈송이들…
장군님의 그 모습을 우러르며 김정은동지께서는 뜨거워지는 마음으로 생각하시였다. 하늘가득 내리는 흰눈송이들!… 예로부터 우리 조상들은 함박눈이 내리면 풍년이 든다고 했었다. 우리 인민의 소박한 꿈과 소원을 담고있는 함박눈!… 그렇다. 꿈이 많은 우리 인민, 어버이장군님께 가장 소중한 꿈을 얹고 사는 우리 인민이다. 하기에 우리의 모든 일군들은 그들이 안고 사는 꿈을 실현시켜주기 위해 있는 힘껏 일해야 한다. 그것이 우리 일군들의 사명이다. 본분이다.
장군님께서 말씀하시였다.
《자, 그럼 또 달려보기요.》
장군님께서 먼저 차에 오르시였다. 이어 김정은동지께서도 차에 오르시였다. 이윽고 승용차들은 다시 고속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하늘에서는 눈송이들이 더 커지고있었다. 끝없이 속삭이며 춤추듯 내리는 흰눈… 그것은 보다 새로운 희망과 아름다운 꿈을 약속해주는 이해의 마지막눈송이들이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