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19 회)
제 3 장
뜨거운 겨울
2
공장정문은 많은 사람들로 붐비고있었다. 위대한 장군님을 직접 모신 며느리를 만나보겠다고 찾아온 시어머니, 안해의 기쁨을 함께 나누려고 달려왔다는 세대주, 애인을 축하해주러 온 멋쟁이총각… 거기에 여러 중앙신문의 기자들까지 밀려들었다.
로동과장이 직접 나서서 질서를 잡느라고 목에 피줄을 세우고있었다.
《아, 가족들이라구 해서 로동시간에 이렇게 찾아오면 어떻게 합니까? 에? 질서를 지키시오, 질서를!…》
그때 고속으로 달려온 승용차 한대가 눈가루를 날리며 곡산공장에 들어섰다. 부축을 받으며 차에서 내린 사람이 서둘러 종합가공직장으로 향했다. 경애하는 장군님께서 평양곡산공장을 현지지도하셨다는 소식을 듣고 병원에서 달려나온 석우진이였다.
그가 입원실을 나설 때 담당녀의사는 깜짝 놀라 막아섰다.
《안됩니다! 국장동진 아직 위험한 중환자입니다.》
석우진이 그에게 사정했다.
《의사선생, 허락해주시오. 잠간이면 됩니다. 정말 잠간…》
《병원규정을 지켜주십시오. 심장수술환자에겐 지금 절대적인 안정이 필요합니다.》
석우진은 간절한 눈빛으로 녀의사를 바라보았다.
《의사선생, 지금 나에게 위험한건 나를 그냥 침대에 붙들어두는겁니다. 선생도 알고있지요? 위대한 장군님께서 평양곡산공장을 현지지도하셨다는걸… 그런데 관리국장인 내가 병원침대에 그냥 누워있어야겠습니까?》
그의 목소리는 흥분으로 하여 떨렸다. 문득 아버지의 모습이 떠올랐다. 오래전 어버이수령님의 사랑속에 생을 마친 미분탄공인 그의 아버지…
…
해방된 조국에 개선하시여 먼저 평양곡산공장을 찾아주신 어버이수령님께서는 일제가 파괴한 공장을 복구하고 생산을 다시 시작했다는 보고를 받으시자 또다시 곡산공장으로 나오시였다.
관을 통해 나오는 맑은 물엿을 보신 어버이수령님께서는 못내 기쁨을 금치 못해하시였다.
《이게 바로 그 유명한 황금태로구만!…》
수령님께서는 물엿생산정형을 료해하시면서 공장에서 생산한 농마와 포도당, 기름과 맛좋은 간장도 보아주시며 시종 환한 미소를 지으시였다.
《곡산공장 로동계급이 수고했습니다. 왜놈들이 파괴한 대형변압기도 공장의 기술자들과 로동자들이 합심하여 복구했다는데 정말 대단합니다. 조합장동무, 앞으로 곡산공장을 잘 돌려 질좋은 물엿과 여러가지 식료품을 많이 생산하여 인민들에게 푸짐히 안겨줍시다. 이렇게 놓고보면 평양곡산공장은 인민들에게 질좋은 식료품을 생산공급하는 식료가공공업의 종합기지입니다. 우리 나라에 하나밖에 없는 보배공장입니다.》
어느덧 점심시간이 퍼그나 지나 함께 동행했던 일군들이 모두 돌아가려고 서두를 때였다. 공장을 책임진 로동조합장이 그이께 다가와 조용히 말씀드렸다.
《장군님, 저희들이 점심식사를 차려놨는데 장군님께서 꼭 참석해주시기를 바라고있습니다.》
《점심식사를?》
《예, 모두가 다 한결같이 김일성장군님을 한자리에 모시고싶어합니다.》
그이께서는 잠시 시계를 들여다보시였다. 새 조국건설을 위해 분초를 쪼개여쓰시는 그이이시였다.
그이께서 로동조합장에게 이르시였다.
《좋습니다! 우리 로동계급이 바라는것인데 왜 마다하겠습니까. 어서 갑시다.》
응접실에는 조합장자신이 선발한 공장의 일군들과 모범로동자들이 기다리고있었다. 그이께서는 그들의 손을 하나하나 잡아주시며 매 사람을 눈여겨보시였다. 누구인가를 찾고계시는듯 했다. 마지막사람까지 다 손잡아주시던 그이께서 드디여 그들모두를 둘러보며 물으시였다.
《그런데 왜 미분탄공아바인 보이지 않습니까?》
《예?》
너무 뜻밖의 물으심이였다. 로동조합장은 인츰 대답을 올리지 못하고 입을 벌리고있었다. 문득 뒤길에서 얼핏 지나쳐가던 미분탄공의 모습이 생각났다. 그것은 장군님을 모신 일행이 정제유건물에서 보이라현장으로 향할 때였었다. 무심히 마주오던 미분탄공이 장군님을 모신 일행과 맞다들자 황황히 건물담벽너머로 피해섰던것이다.
그가 바로 석탄먼지에 시꺼멓게 얼룩진 미분탄공 석회령이였다. 김일성장군님께서 오셨다는 소문을 듣고 정신없이 달려왔으나 그만 탄먼지에 새까매진 자기 모양을 생각했다. 그런 모양새로는 차마 장군님앞에 나설수 없어 몸을 숨겼던 그… 담벽구석에 옹크리고있던 그는 그이께서 지나가신 다음에야 바삐 미분탄건물쪽으로 걸어갔었다. 그때 걸음을 멈추시고 그의 뒤모습을 얼핏 스쳐보신 그이께서는 무슨 일을 하는 사람인가고 물으시였다. 석탄을 가루내는 미분탄공이라는 대답을 들으신 그이께서는 언젠가 물엿직장에서 본 생각이 난다고 하시며 그냥 보이라현장으로 들어가시였었다. 그런데 지금 그이께서는 한마디 말씀도 나누신 일이 없는 그를 찾으시는것이다.
그이께서 로동조합장에게 다시 이르시였다.
《어서 가서 그 아바이를 데려오시오. 그가 올 때까지 우린 여기에 서서 기다리겠습니다.》
《예, 알겠습니다. 장군님.》
…그 시각 석회령은 운탄장에서 넘어온 석탄덩어리를 따찌까에 실어 분쇄기에 쏟아넣고있었다. 쓸어나오는 탄먼지를 마시며 따찌까를 털던 그가 별안간 고개를 들었다. 탄먼지가 뽀얀 하탄장이 갑자기 달밤처럼 훤해졌던것이다. 누군가 문을 열고 들어오고있었다.
《게 누구요?》
대답이 없었다. 탄먼지속에서 분쇄기가 돌아가는 웅글은 소리만 들릴뿐… 그는 공연히 투덜거리며 외바퀴따찌까를 바로세우느라 끙끙대였다. 미세한 탄먼지에 땀구멍까지도 막히는 미분탄건물은 공장에서 작업조건이 제일 나쁜곳들중의 하나이다. 일할 때 여기서는 모두가 원시인들처럼 아래도리만 대충 가리우고 알몸뚱이로 일하군 한다. 늘 탄에 묻혀 석탄을 바수어야 하고 작업장에 꽉 차있는 탄먼지를 마셔야 하기에 옷을 입으나 벗으나 마찬가지였던것이다. 작업복은 밖에 나갈 때나 걸치군 하는데 며칠동안 재물에 담가내도 미세한 탄먼지가 빠지지 않아 늘 탄가루가 부실부실 떨어지군 했다. 이런 탄먼지로 하여 미분탄공들은 누구나 심한 호흡기병에 시달렸고 젊은 나이에 페인이 되군 하였다. 하여 누구도 여기에 취직하겠다는 사람이 없었으며 그들을 찾아오는 사람도 없었다. 또 그들스스로가 자기들을 막바지인생이라고 여겼으며 공장일군들도 그들을 외면하는데 습관되여있었던것이다.
그가 겨우 따찌까를 바로 세우는데 누군가 눈앞에서 얼른거렸다. 그 사람이 소리쳤다.
《젠장! 아까부터 찾는데 어디 있었수?》
로동조합장이였다. 그는 석회령에게서 다짜고짜 따찌까를 빼앗아 내던지며 재촉했다.
《자 석아바이, 어서 가자구요!》
로동조합장은 그보다 나이가 많았으나 머리가 하얗게 세여 늙은이처럼 보이는 석회령을 늘 아바이라고 불렀다. 석회령도 그렇게 듣는데 습관되여있었다.
《도대체 웬일이요?》
《글쎄, 가면 다 알게 된다니까!》
대충 몸을 씻은 석회령은 서둘러 그를 따라섰다. 아마 공장에서 또 무슨 모임이 있는게라고 여겼던것이다. 하지만 그는 지금 자기가 얼마나 크나큰 영광을 찾아가고있는지, 얼마나 아름찬 행복이 자기를 기다리고있는지 알지 못했다.
영문도 모르고 조합장의 뒤를 따라 응접실에 들어선 석회령은 흠칫 놀라 굳어졌다. 성의껏 차려놓은 깨끗한 음식들, 흰눈처럼 하얀 백포를 씌운 의자들… 눈부시도록 희고 깨끗한 그 정결함에 숨이 꺽 막혔다. 순결한 그 빛에 눈이 시렸다. 그는 당황하여 자기를 내려다보았다. 대충 털어입은 웃도리, 아직도 탄먼지가 부실부실 떨어지는 작업바지… 저도 모르게 뒤걸음쳤다. 원, 이런! 내가 잘못 왔군!…
서둘러 밖으로 나가려던 석회령은 그만 자리에 멎어서고말았다. 우렁우렁한 음성이 그를 세웠던것이다.
《아, 미분탄공아바이가 왔구만! 어서 이리로 오시오.》
뜻밖에도 김일성장군님께서 그를 불러주신것이다. 몸이 졸아들었다. 잘 움직여지지 않는 투박한 손으로 험한 옷자락을 꽉 움켜쥐였다. 이 일을 어쩌누?!…
로동조합장이 구석에 굳어져있는 그를 그이께로 떠밀며 쉰 목소리로 수군거렸다.
《어서 앞으로 나가시우, 장군님께서 부르시는데.》
《저, 난…》
석회령은 자기가 어떻게 수령님가까이로 다가갔는지 알지 못했다. 수령님께서 부어주신 첫 술잔을 어떻게 받아들었는지도 알지 못했다.
다만 꿈속에서처럼 그이의 음성을 듣고있을뿐이였다.
《자, 어서 드십시오. 미분탄공아바이가 오니 이 자리가 더 마음에 듭니다.》
그이께서는 석회령에게 첫잔을 권하시고는 그를 자신의 곁에 있는 의자로 이끄시였다. 한순간 석회령은 흠칫하며 뒤로 한걸음 물러섰다. 백포를 씌운 정갈한 의자!… 눈같이 희고 깨끗한것이 사정없이 그의 눈을 찔렀다. 그는 탄가루가 배인 허름한 작업복을 매만지며 또다시 뒤걸음쳤다. 나같은게 어떻게 감히 저런 자리에?…
석회령이 어찌할바를 몰라하자 그이께서 몸소 의자를 당겨주시였다.
《일없습니다. 덞으면 빨면 되니 어서 맘놓고 앉으십시오.》
《저, 난 저기가 더 편안합니다.…》
그가 백포를 씌운 의자를 피하며 구석으로 물러섰다. 그이께서 다시금 그의 팔을 잡아 끄당기시였다.
《아바이자리는 바로 여깁니다. 이제는 우리 로동계급이 이런 자리에 앉아야 합니다.》
해빛이 눈부시였다. 눈물에 젖은 맑은 술잔과 깨끗한 음식그릇들 그리고 하얀 의자들… 아낌없이 창유리로 물결쳐들어온 밝은 해빛은 정갈하고 깨끗한 그 모든것을 눈부시게 비쳐주고있었다.
그이께서 방안을 둘러보며 계속하시였다.
《우리가 혁명을 왜 했겠습니까. 아바이같은 사람들이 자유롭게, 잘 살게 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온 나라 인민의 행복을 위해서였습니다. 이 세상에서 집을 짓는 사람도, 천을 짜는 사람도, 기름을 만드는 사람도 다 로동자들인데 그들이 누구보다 제일 좋은 집에서 좋은 옷을 입고 좋은 음식을 먹으며 살아야 하고 또 이렇게 제일 깨끗하고 좋은 자리에도 앉아야 합니다. 나는 앞으로 우리 로동계급모두를 다 이렇게 깨끗하고 좋은 자리에 앉히자는것입니다.》
석회령의 두볼이 푸들거렸다. 들고있는 술잔이 가늘게 떨리였다. 한고뿌의 물엿때문에 호리스의 성경책밑에서 쏟아져내린 채찍을 맞아야 했던 그, 밀페된 마쇄공정에서 아류산수에 질식되여 왜놈의 사냥개에게 뜯기워야 했던 그, 땀구멍까지 메는 탄먼지속에서 알몸뚱이로 탄을 바수는 하바닥인생을 연명해오던 미분탄공인 그… 인간이하의 천대와 멸시를 받아온 석회령이였다. 인간이였음을 부정당해온 그였다.
헌데 그 무지렁이였던 미분탄공이, 그 막바지인생이였던 석회령이 오늘은 위대하고도 뜨거운 사랑에 떠받들려 인간의 가장 높은 단상에 오르고있는것이다!
《장군님!…》
석회령은 끝내 목메인 소리로 부르짖으며 그 자리에 무너지고말았다. 눈같이 하얀 의자를 부둥켜안고 목메인 울음을 터뜨렸다. 하대받고 외면당하는데 습관되여 멍청해보이던 그의 두눈이 번쩍이며 뜨거운 눈물로 끓어번졌다. 이 세상 가장 깨끗하고 정갈한 그리고 가장 높고 신성한 자리를 어루쓸며 소리내여 목놓아 흐느끼였다.
…
그때 어버이수령님께서 미분탄공인 그의 아버지에게 돌려주신 이 사랑의 이야기는 석우진의 한 가정만이 아니라 평양곡산공장의 모든 로동자들의 가슴마다에 전설처럼 새겨져있다. 그러한 석우진이여서 오늘은 그 누구보다 더 간절히 위대한 장군님을 공장에 모시기를 꿈꾸어왔던것이다.
석우진은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아니, 난 가야 하오. 이 석우진은 꼭 가야 하오. 다른 사람도 아닌 이 석우진은 죽어도 가야 합니다.》
《하지만 국장동지…》
석우진이 비장하게, 거의 애원하다싶이 말했다.
《걱정마시오, 의사선생. 난 아무렇지 않습니다. 꼭 가봐야겠습니다.》
그를 부축하고있던 안해 한순정이 녀의사에게 다가섰다.
《저이를 보내주세요. 불같은 성미여서 침대에 그냥 붙들어두면 속이 다 타버리구말거예요.》
녀의사가 망설이였다.
석우진이 다시 절절히 부탁했다.
《그래주시오, 의사선생. 예?!…》
드디여 녀의사가 출입문에서 물러났다. 그는 잠시 석우진을 바라보고나서 가볍게 한숨을 내그었다.
《저, 그럼… 저와 함께 갑시다.》
《가만, 선생은 이제 곧 수술에 들어가야 하지 않소. 걱정하지 마시오. 내옆에 늘 우리 집사람이 붙어있으니…》
녀의사가 여러가지 주의사항을 알려주며 그에게 당부했다.
《국장동지, 지나치게 흥분하거나 무리하시면 절대로 안됩니다. 주의사항을 꼭 지켜주세요. 그리고 한시간후에는 병원에 다시 돌아오시겠다는것을 저에게 약속하십시오.》
《약속하오! 의사선생, 고맙소!…》
이렇게 하여 안해의 부축을 받으며 달려온 석우진이였다.
종합직장앞에서는 아직도 사람들이 눈을 맞으며 웃고 떠들고있었다. 여느때없이 얼굴이 더 환해진 종합직장장이며 기쁨에 어쩔줄 모르는 녀성로동자들 그리고 남달리 눈에 띄는 황금태박사의 손녀 송해연과 꺽두룩한 젊은 공정기사, 어디서 나타났는지 모를 지운섭… 모두가 추위에 입김을 펄펄 날리면서도 안으로 들어갈 생각을 하지 않고 떠들고있었다.
《축하하오, 동무들!》
사람들이 석우진국장을 둘러쌌다. 허연 입김들이 한꺼번에 그에게로 퍼부어졌다.
《국장동지, 왜 이제야 오십니까? 경애하는 장군님께서 공장을 다녀가셨는데!… 야참, 조금만 빨리 오시지!…》
석우진이 모여든 사람들에게 서둘러 물었다.
《그래, 위대한 장군님께서 어떤 가르치심을 주시였소? 응? 어떤 말씀을 주시였나 말이요?》
언변이 좋은 지운섭이 나서며 입을 벌리려 했으나 저마끔 청을 돋구는 녀인들의 목소리에 그만 파묻히고말았다. 모든 사람들이 아름찬 기쁨에, 너무도 큰 환희와 감격에 넘쳐 떠들어대고있었다. 지어 어떤 녀성로동자는 자기가 방금 말한것을 두번세번 반복하였지만 누구도 그를 탓하는 사람이 없었다. 경애하는 장군님을 몸가까이 모신것이 정말 꿈만 같이 생각되는 그들이였던것이다.
별안간 흐느낌소리가 들려왔다. 누군가? 이 기쁜 날에… 모두의 눈길이 그쪽으로 쏠렸다. 한 녀인이 손으로 입을 막고 울고있는것이였다. 송해연이 얼른 그에게로 다가갔다.
《그만해요.…》
처녀는 그 녀인이 울고있는 사연을 아는것 같았다.
《성형기가 돌지 않아 애쓰고있는데 글쎄 장군님께서… 허리를 낮추시고 그것을 안타깝게 들여다보시지 않겠나요. 걸음을 멈추시고 한참이나!… 기대공이라는게 장군님께 그런걸 보여드렸으니 난…》
《그래서, 그래서 어떻게 됐소?》
석우진이 다우쳐물었다.
《장군님께선》 하고 어디선가 불쑥 솟아난 백발의 할아버지가 석우진에게 젖어든 눈길을 보냈다. 《녀성로동자들이 수고한다고 하시며 끝까지 그 성형기가 돌아가는걸 보시구야 걸음을 떼시였다네.…》
백발의 할아버지는 송수만로인이였다.
《아바이…》 석우진이 로인의 가늘고 뼈마디가 집히는 손을 잡았다. 《그래, 아바이도 현장에 계셨습니까?》
로인이 머리를 저었다.
《내 해놓은게 뭐라구 장군님앞에 나서겠나. 차마 가까이에서 뵈올수 없어 멀리서 우러르기만 했다네.… 늙으면 눈물이 많아진다더니 눈물은 왜 자꾸 나오던지… 글쎄 장군님을 좀 더 자세히 뵙고싶은데 눈물만 펑펑 쏟아져 앞이 보이지 않더라니까.…》
《그럼 아바인?…》
로인은 물기가 슴배여나오는 눈구석을 떨리는 엄지손가락으로 문지르며 그를 바라보았다.
《임자가 그 자리에 있었으면 얼마나 좋았겠나! 자네가 병원에서 큰 수술을 했다는걸 모르는바가 아니지만… 그래두 공장을 살리자고 밤낮 애써온 임자가 나서서 〈장군님, 제가 바로 여기서 수령님을 만나뵈온 미분탄공이였던 석회령의 아들입니다.〉라고 말씀드렸더라면 우리 장군님께서 얼마나 기뻐하셨겠나…》
석우진은 저도 모르게 눈뿌리가 달아올랐다.
그때 지운섭이 솜옷을 입고 지나가는 한 청년을 큰소리로 불러세웠다.
《여, 주광혁공정기사! 다들 기뻐하는데 어디 그렇게 바삐 가나? 약혼한 처녀가 꽃다발을 안고 달려왔나?》
석우진은 그 청년이 언젠가 협의회때 림성하의 효소안을 제기하던 그 제대군관 주광혁이라는것을 인차 알아보았다. 하지만 그 청년의 눈길이 한순간 사람들속에 어울려있는 송해연을 스쳐보고있다는것은 알지 못했다.
주광혁이 지운섭을 돌아보며 언짢아했다.
《롱질두 참… 난 지금 기사장동질 찾구있는데 생뚱같이 처녀소린 뭡니까?》
《기사장은 왜?》
《우리 장군님께서 어떤 말씀을 주셨는지 모두다 알아야 할게 아닙니까.》
《아, 그렇지!》
그제서야 사람들은 사방을 두리번거리기 시작했다. 이 자리에 꼭 있어야 할 사람들, 누구보다 기뻐해야 할 공장일군들이 하나도 보이지 않는것이다.
지운섭이도 놀란듯 여기저기 고개를 휘두르며 혼자소리처럼 중얼거렸다.
《아니, 간부들이 왜 한사람도 보이지 않을가?… 모두 어디 숨었는가?》
석우진도 그것을 알고싶었다. 하여 그는 황금태로인에게 물으려 했다. 그러나 그보다 앞서 지운섭이 로인에게 큰소리로 묻고있었다.
《아바이, 지배인동지랑 당비서동지랑 왜 하나도 보이지 않습니까?》
로인이 머리를 흔들었다.
《찾지 말게, 어느 구석에서 붙안고 실컷 울고있겠지. 공장을 일떠세우는 일때문에 누구보다 마음고생도 많이 한 사람들인데 얼마나 기쁘겠나. 아마 장군님께서 주신 과업을 놓고 토론하느라 정신이 없을걸세.》
하지만 지운섭은 여전히 머리를 기웃거렸다.
《거 참, 모를 소리다? 간부들이 자기들만 모여서 기뻐하구 무얼 토론하다니? 허, 이상한데?…》
《그러게 말이요.》
이마살을 찌프리며 목을 빼들던 종합직장장이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무릎을 탁 쳤다.
《가만, 이제야 생각나는군!》 그가 석우진이며 지운섭을 둘러보며 하는 말이였다. 《당비서동지가 아까 나더러 기사장이 어데 있는지 모르는가구 하겠지요. 그래서 보이라에 있는걸 봤다구 했더니 그쪽으로 가던것 같던데…》
《그렇소?》
《예, 지배인동지두 그쪽으로 가는것 같았수다.》
《아, 그래요?》
지운섭이 먼저 열관리직장쪽으로 급히 달려갔다. 석우진도 그를 따라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마음같아서는 저 지운섭이처럼 한달음에 달려가고싶었지만 갓 수술한 심장의 아픔때문에 천천히 움직이지 않으면 안되였다.
등뒤에서 종합직장장이 사람들을 향해 소리치고있었다.
《자, 다들 자기 자리로 돌아가시오. 이 기쁜 날 생산을 계속해야 할게 아니요!》
여러 사람이 호응해나섰다.
《옳습니다!》
《빨리 생산현장으루 갑시다!》
사람들이 와!- 하고 현장으로 밀려갔다.
한순간 석우진은 걸음을 멈추었다. 모여있던 사람들이 현장으로 뿔뿔이 흩어져가서야 다시 걸음을 옮기였다. 한시바삐 공장일군들을 만나지 않고서는 견딜수 없는 마음이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