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6 회)

제 1 장

꿈은 누구에게나 있다

 

6

 

한달전에 있은 일이다.

그날 지배인방에서 열린 협의회는 밤늦도록 계속되였다. 식료일용공업성의 석우진국장은 물론 식료련합기업소의 일군들과 공장의 부지배인 및 부기사장들, 직장장들과 여러 부서의 과장들, 지어 중요 직장의 공정기사들까지 참가한 협의회였었다. 바로 그 회의에서 림성하는 처음 석우진국장에게 반기를 들었고 그를 심히 분격하게 했었다.

지금도 그날의 회의장이 눈에 선하다. 부리부리한 눈으로 사무실에 빼곡이 들어찬 사람들을 휘둘러보며 삼일포특산물식공정현대화에 박차를 가할데 대하여 열을 올리던 한경수지배인의 목소리도 귀전에 쟁쟁하다.

《생산과!… 동무네는 언제 그렇게 팔자좋은 량반이 됐소?… 생산에서 제기된 문제가 어디 한둘인가. 앉아서 일보만 받지 말고 오늘부터 다 현장에 나가오, 알겠소?… 그담 기술준비실!… 웃지 마오. 밤낮 헤실헤실… 그래 시제품원료자재타산안은 세웠소?… 뭐라구?! 여보, 그게 웃음으로 굼땔 일인가?! 삼일포특산물식생산제품지표가 무려 수백가지나 되오. 이게 어디 간단한 문젠가 말이요. 좋소, 오늘중으로 당장 타산안을 이 지배인책상우에 가져다놓소.》

끝이 없었다. 따져묻고, 추궁하고, 다그어대고…

사실 오랜 력사를 가진 평양곡산공장은 나라의 모체식료공장으로서 인민생활향상에 크게 이바지한 이름있는 공장이다. 어버이수령님께서 곡산공장에 강냉이원료공급체계를 세워주신 70년대에는 하루에도 몇십톤의 강냉이를 갈아 농마와 물엿, 포도당과 기름 등을 생산하였고 그것을 인민들에게 풍족하게 공급하였었다. 그런데 이렇게 큰 곡산공장이 지난 고난의 행군시기부터는 원료, 자재가 보장되지 않아 10여년동안 거의 숨이 죽어있었다. 세워둔 설비들은 녹이 쓸고 사람들이 공장을 떠나갔다.

그러나 누가 도와주기를 바랄 때가 아니였다. 놀라운 기적들이 련이어 창조되는 오늘의 현실, 현실은 누구도 앉아뭉개는것을 허용하지 않는다. 우리의 힘과 기술로 우주에 날아오른 인공지구위성이며 바다로 나가는 철갑상어, 도처에 솟아오르는 발전소언제들과 드넓은 사과밭 그리고 만수대거리살림집건설!…

이러한 때 위대한 장군님께서 새로 꾸려놓은 삼일포특산물공장을 돌아보시고 대단히 만족해하시였다는 소식이 평양곡산공장에도 전해졌다.

온 공장이 들끓었다. 우리도 하자! 우리도 공장을 살리고 현대화를 하자! 우리도 그들처럼 장군님께 기쁨을 드리자!… 그래서 시작한것이 삼일포특산물공장을 본딴 현대화공사였다.

식료일용공업성과 식료련합기업소에서도 적극 지지하고 밀어주었다. 그새 지배인은 아오먼(마카오)의 어느 한 기업가와 계약을 맺고 단능설비들을 끌어들여 삼일포특산물공장의 생산공정과 같은것을 곡산공장에 꾸리고있었다.

이 일을 두고 심사숙고해야 한다는 당비서를 쫓아다니며 지배인은 다 잘될것이라고 열번, 스무번도 더 다짐했다고 한다.

《걱정마시오, 비서동무. 주저할게 뭐 있습니까. 남들도 다 이렇게 하는데…》

《하지만 깊이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가요? 우리가 너무 쉽게 결심한건 아닌지?…》

《비서동무, 어쨌든 공장을 살리고봐야 하지 않습니까. 이번기회에 현대화도 하구… 일없습니다. 이 일은 지배인이 전적으로 책임지리다.》

《그게 왜 지배인동무 혼자 책임질 일입니까?》

《아, 일이 생기면 그런다는 말이지요. 걱정마시오, 비서동무. 모든 일이 다 잘될테니…》

그리하여 온 공장이 외국의 단능설비를 몇대 들여다놓고 얼마 안되는 당과류생산과 고사리, 고비, 도라지, 무우, 깨잎, 감자와 물낙지, 인삼차, 칡뿌리술 등 평양시에는 그 원천이 얼마 없는 산나물가공제품생산에 들어갔고 지어 소고기통졸임까지 만드는 생산공정을 꾸려놓았던것이다.

석우진국장의 목소리는 더 무게있고 엄엄했었다.

《우리가 왜 삼일포특산물식제품생산을 내밀고있는가? 삼일포특산물공장의 모범을 따라 우리도 공장을 현대화하여 위대한 장군님을 기어이 공장에 모시고 기쁨을 드리자는게 아니요?… 시간이 없소, 시간이!… 그러니 이제부턴 참모회의나 생산기술협의회도 다 현장에서 하도록 해야겠소.》

지배인이 또 소리쳤다. 그는 선동연설이 아니라 실적을 따지는 사람이였다.

《다음 공업시험소! 동무넨 어떻게 됐소? 물엿생산기술혁신안에 대한 기술과제서 말이요.》

그리하여 림성하도 다른 사람들처럼 진땀을 뽑게 되였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어물거렸다.

《저, 아직 제출하지 못했습니다.》

지배인이 손바닥끝으로 책상을 쳤다.

《여보, 언제 얌전하게 새각시걸음할새가 있소? 지금은 기사장도 나이가 많아 집에 들어가고 없는데 동무네 공업시험소가 앞장에 서서 공장적으로 제기되는 생산기술과제를 다 맡아 수행해야 할게 아니요?》

《가만.》 석우진국장이 끼여들었다. 《지금 말하는 물엿기술혁신안은 누가 내놓은거요?》

《예, 송수만아바이가 새로 내놓은 혁신안입니다.》

지배인의 대답이였다. 석우진은 머리를 끄덕이며 림성하에게로 눈길을 돌렸다.

《그런데 왜 아직도 기술과제서를 제출하지 못하고있소? 이 문제야 제일 급한게 아니요, 응? 공업시험소장.》

림성하는 손끝으로 책상모서리를 긁기 시작했다.

《저, 송박사아바이의 기술혁신안은 적은 품을 들여 물엿을 생산할수 있는 좋은 점이 있긴 하지만… 그건 여전히 산분해법에 의한 물엿생산이므로… 저, 시대에 뒤떨어진…》 그는 자기가 한 말에 놀란듯 급히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 그런게 아니라 효소물엿은 세계적추세로서… 그래서 할바에는 산분해법이 아니라 효소물엿을 연구도입하는게…》

그가 말을 떠듬거리며 두서없이 늘어놓기 시작하자 석우진이 손끝으로 책상을 두드리였다.

《가만, 내 의견을 좀 말해봅시다. 물론 효소물엿생산은 지금 세계적인 추세요. 하지만 우린 아직 효소배양을 완성하지 못했소. 이 공장에서 효소물엿을 생산하자면 좀더 연구해야 한단 말이요. 그리고 그걸 공업화하자면 또 많은 자금과 시간이 들어야 하고… 그래서 지금 당장은 이전에 하던 산분해법으로 물엿을 만들자는거요. 어쨌든 사탕, 과자가 나와야 할게 아니요.》

《하지만…》

《여보, 소장동무!》

이렇게 소리친것은 지배인이였다. 림성하는 그만 눈길을 떨구고말았다. 사실 오래전부터 곡산공장에서는 낡은 산분해법을 없애고 인체에 좋은 영향을 주는 효소물엿을 만들기 위한 연구를 해오고있었다.

이렇게 애쓰던 끝에 림성하와 시험기사들이 끝내 효소를 생산하는 균을 얻어내였다. 하지만 그 균을 리용하여 공업적으로 효소를 배양하자면 아직도 많은 기술적문제를 해결해야만 했다. 그래서 지금 공장에서는 이 효소배양연구를 뒤로 밀어던지고 오래전부터 해오던 송수만로인의 산분해법기술혁신안을 다시 들고나온것이다.

그를 지켜보던 지배인이 목덜미의 단추를 풀며 조금 어성을 낮추었다.

《소장동무, 솔직히 말해서 지금 아무것도 손에 쥔것이 없는 우리가 금보다 더 비싸다고 하는 그 효소를 수입해서 공장을 돌릴수야 없지 않소, 에?…》

그렇다, 세계적으로도 공업적으로 효소를 배양하는 나라는 많지 않다. 그만큼 그 기술을 엄격히 비밀에 붙이고 엄청난 값으로 다른 나라들에 팔고있다. 그렇다고 새 세기인 오늘에 와서까지도 계속 염산을 쓰는 낡은 산분해법으로 물엿을 생산할수야 없지 않는가?!…

눈길을 떨구고있는 림성하를 지켜보고있던 지배인이 답답한듯 다시 책상을 두드리자 석국장이 그를 대신했다.

《소장동무, 동무도 알겠지만 나두 한땐 효소를 연구했던 사람이요. 허나 그건 아직 꿈에 불과하지… 그런데 지금 우린 당장 생산을 시작해야 한단 말이요. 물엿을 말이요. 그래 무슨 뾰족한 수라도 있소?》

《있습니다.》

이렇게 대답한것은… 그가 아니였다. 림성하가 아니였다. 림성하는 물론 모든 사람들이 소리나는쪽으로 눈길을 돌렸다. 키가 훤칠하고 눈매가 부리부리한 청년이 뒤쪽에 일어서있었다.

석우진이 지배인에게 물었다.

《저 동문 누구요?》

지배인은 미처 대답할새가 없었다. 그 청년이 차렷자세를 취하며 큰 소리로 대답했던것이다.

《옛, 물엿직장 공정기사 주광혁입니다.》

장내가 술렁거렸다. 그 청년을 알고있는 사람이 얼마 없는것 같았다. 림성하는 그에게 반가운 눈빛을 보냈다. 그러나 그 청년은 그를 보고있지 않았다. 앞탁의 석우진국장과 지배인만을 바라보고있었다.

지배인이 석국장에게 뭐라고 낮은 소리로 말해주었다.

《그러니까 제대군관이란 말이지?…》

석우진의 웅근 목소리가 방안에 울렸다. 그러자 지배인도 모두가 다 듣게 큰소리로 말했다.

《예, 경공업대학을 졸업하고 기술병종에서 군사복무를 했답니다. 제대되여 공장에 올 때 벌써 물엿직장 공정기사로 배치받았지요.》

석우진이 고개를 기웃거렸다.

《그런데 난 왜 아직 모르고있었을가?…》

지배인이 웃었다.

《아니, 공장에 과들과 직장들만 해도 수십개나 되는데 어떻게 그 많은 사람을 다 알겠습니까.》

장내에서도 그에 대하여 수군거리고있었다. 림성하의 앞에 앉아있는 당과류직장장은 얼굴이 길쑴한 전기직장장에게 뭐라고 수군거렸고 날파람있게 생긴 열관리직장장은 옛적의 농촌령감들처럼 손에 쥔 빈 물주리를 만지작거리며 누군가와 빠른 말씨로 이야기하고있었다.

림성하도 주광혁에게서 눈길을 떼지 못하고있었다. 제대되여 오자마자 그를 찾아왔던 청년…

《공업시험소장동지지요? 효소를 연구한다기에 만나보고싶었습니다.》

그때 주광혁은 그의 손을 잡고 불같이 말했었다.

《가슴이 아픕니다. 지금 세계적추세는 효소물엿인데 우리 곡산공장에선 아직도 염산을 쓰는 낡은 산분해법으로 물엿을 생산하고있으니… 사실 우리야 나라에서 대학공부까지 시켜준 식료공학기사들이 아닙니까. 소장동지, 전 이제부터 소장동지의 조수가 되겠습니다. 하루빨리 우리 나라에서도 효소물엿을 생산하잔 말입니다.》

《고맙소!》

뜻과 지향이 같으면 정이 오가기마련이다. 성격이 판이한 두사람이였지만 단 하루밤새에 친구가 된듯 한 느낌이였다. 이런 청년이였기에 지금 그는 주저없이 림성하를 지지하여나선것이였다.

지배인이 그에게 물었다.

《그럼 동무가 말해보오, 어떤 뾰족한 수가 있는지?…》

주광혁이 씩 웃으며 대답했다.

《전 공업시험소장동지가 최대활성을 가진 효소균을 얻어내는데 성공한것을 보았습니다. 실험적이긴 하지만 그것은 효소법에 의한 리상적인 물엿생산을 위한 돌파구를 열어놓은것이라고 봅니다.》

《돌파구라… 효소에 대해서 뭘 좀 아오?》

《전 발효공학기사입니다. 효소를 공업적으로 생산하는건 저의 꿈입니다.》

《꿈이야 누구한테나 다 있지.》

지배인이 혼자소리처럼 말했다. 그의 이 말은 주광혁을 조롱하는 어투가 아니였다. 어쩐지 처량하게 울리는듯 한 그 말속엔 무거운 한숨이 깃들어있었다.

그를 바라본 주광혁이 눈을 번쩍이며 말했다.

《물론 누구에게나 다 꿈은 있지만 그걸 실천에 옮기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전 공업시험소장동지가 성공한 미생물에서의 고온성액화효소생합성법에서 그 꿈의 실현을 보았습니다.》

석우진이 무겁게 입을 열었다.

《물론 최대활성을 가진 효소생산용균을 얻어낸건 그야말로 대단한 일이지. 하지만… 동문 그걸로 공업적으로 효소를 생산해야 한다는걸 알고있소?》

《알고있습니다.》

《헛참.》 말없이 탁자를 두드리고있던 지배인이 그를 치떠보며 쓰겁게 웃었다. 《그래 그걸 배양하자면 엄청난 자금과 첨단기술 그리고 그에 맞는 첨단설비들이 필요하다는것도 알겠구만, 응?》

《…》

주광혁은 대답을 못했다. 림성하쪽으로 눈길을 옮기는것이 마치 도움을 청하는듯 했다.

그를 치떠보던 지배인이 한숨을 길게 내쉬였다.

《그것 보오. 동무한테도 무슨 뾰족한 수가 없지 않소? 하지만 송박사아바이의 기술혁신안은 실리에 맞는다고 보오. 지금있는 공정으로 최대한 물엿생산량을 올릴수 있는… 비록 산분해법이긴 하지만 어쩌겠소. 온갖 수단과 방법을 다해서 공장부터 살려야 하지 않겠소.》

지배인의 옆에 앉아있던 석우진이 의미있는 눈길로 주광혁을 바라보았다.

《저 동무 혹시 군대때 포병으로 복무하지 않았소?》

《글쎄요?》

《포병출신인것 같애. 직사포를 쏘는 솜씨를 보니 말이요. 하지만 동무, 그래두 군대복무를 했다는 사람이 상급의 승인두 없이 함부로 주석단에 직사포를 갈기면 되겠소, 응?!…》

가벼운 웃음이 파도처럼 장내를 휩쓸어갔다. 그것이 림성하를 심히 자극했다. 아니, 저 주광혁이야말로 아무때건 주저없이 제 할소리를 하는 사람이다. 우리한텐 저런 사람이 필요하다. 그러므로 저런 사람이 위축되게 해선 안된다.

림성하는 고개를 들었다. 그러나 그 순간 석우진이 또 입을 열었다.

《우린 방금 지배인동무가 말했듯이 우선 공장을 살리구봐야 합니다. 그다음 온갖 난관을 극복하면서 공장의 묵은 먼지를 털어내고 현대화에로 나아가자! 우린 이렇게 단계를 설정해야 하오. 소장동무, 어떻소?》

림성하는 대답하지 못했다. 모든 사람들이 석우진을 바라보고있었던것이다. 언제나 공장에 나와 살고있고 두팔걷고 일판을 제끼는 일군, 열정도 있고 기술과 완력도 있는 석우진국장에 대한 존경과 믿음이 비껴있는 눈빛들이였다. 그 눈빛들은 모든것이 부족하고 없는것이 더 많은 이때 석우진의 주장대로 일을 내미는 수밖에 없다고 말하고있었다.

《하지만 전…》 하고 림성하는 힘들게 입을 열었다. 《송수만로인의 기술혁신안은 현대화에 맞지 않는다고 봅니다. 현대화라면 새로운 공법과 최첨단설비를 갖추어야겠는데 그 기술혁신안은 여전히 산분해법에 의한 낡은 공법이 아닙니까. 그래놓고도 현대화의 외피를 씌우는건 현대화에 대한 비속화라고 전 생각합니다. 속담에 있듯이 돼지발목에 버선을 신기는거나 같은…》

이 한마디 말이 얼마나 많은 지도일군들을 되게 노엽혔는지 그 순간 림성하가 그것을 알았더라면… 하지만 그는 아직 일군들의 기분상태를 제때에 읽어내는 독법을 배우지 못했었다. 어떤 사람들처럼 바람방향에 따라, 일군들의 기분상태에 맞추어 재빨리 배머리를 돌리는 림기응변도 배우지 못한 사람이다. 마치 눈이 먼것처럼 아무것도 가려보지 못하며 그는 자기가 하던 말을 끝까지 그냥 쏟아버릴 태세였다.

석우진의 몸이 의자등받이쪽으로 천천히 기울어졌다. 어느새 그의 얼굴에서는 사람좋은 미소가 사라졌다. 허나 림성하는 그것을 느끼지 못하고있었다.

그는 계속했다.

《전 우리 지도일군들이 꿰진 바지를 깁듯 하던 지난 시기의 낡은 사고방식을 가지고서는 진심으로… 당에서 바라는 현대화를 할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협의회분위기는 얼어붙는듯 했다. 수군거리던 당과류직장장과 전기직장장도, 령감들처럼 물주리를 주무르던 열관리직장장도 멍하니 굳어졌다. 지배인도 입을 벌린채 말을 못했다.

침묵… 모두가 무슨 벼락을 피하려는듯 목을 움츠리였다. 다만 제자리에 앉은 주광혁이만이 목을 빼들고 커다란 기대를 품은 눈길로 림성하와 주석단의 지배인, 석우진을 번갈아 바라보고있었다.

석우진의 미간이 천천히 찌프러지기 시작했다. 량끝이 언듯 들리는 숱많은 눈섭, 림성하에게 던져진 날카로운 눈길…

《그렇다?!…》 석우진이 입을 열었다. 묵직한 목소리가 울렸다.

《그러니 우린 낡은 사람들이라는거지? 돼지발목에 버선을 신기구 꿰진 바지나 깁는?…》

찌르는듯 한 그 눈빛에 림성하는 견딜수 없었다. 그러나… 이왕 시작한바에 할말은 끝까지 해야만 했다.

《제가 우려하는건… 그래서 꼭 말하고싶은건… 사실 우리 공장의 현대화는 현실에 뒤떨어진 일부 일군들의 낡은 사고방식과… 형식적이고 눈가림식인 일본새때문에… 저, 효소배양과 설비현대화에서 지장을…》

돌연 입을 다물고말았다. 석우진의 약간 벌려진 두툼한 입술새로 신음소리같은것이 새여나오고있었다.

《성하, 자네가 어쩌면?!…》

림성하를 바라보는 석우진의 두눈은 노여움이라기보다 괴로움에 더 가까운것이였다. 너무도 뜻밖의 일이여서 숨마저 멎어버린듯 했다. 한순간 그는 떨리는 손으로 가슴을 움켜쥐고 신음소리를 내였다. 오래전부터 친동생처럼 여겨온 림성하, 그가 방금 자기를 낡은 사고방식을 가진 시대에 뒤떨어진 일군으로, 쓸모없는 지도일군으로 타매하였던것이다. 대중앞에서 식료일용공업성의 국장인 자기의 얼굴에 흙칠을 한것이다.

후들거리는 손으로 주머니를 더듬어 진정제를 찾아들던 석우진국장… 림성하는 그제서야 아프게 혀를 깨물었었다. 즉시 자기가 한 말을 죄다 목구멍으로 도로 쓸어넣고싶었지만 때는 이미 늦었었다.…

그때로부터 한달이 지났다.

일시적인 노염이나 오해, 지어 마음의 상처도 시간이 흐르면 저절로 사라지거나 서서히 아문다고 한다. 그러나 림성하의 스승들은 노염을 풀지 못했다. 오히려 분노의 감정이 더 극심해졌다. 얼마후엔 림성하가 송수만아바이나 석우진의 우려와 만류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자금을 들여 효소를 배양하다가 모두 맹물로 만들었던것이다.

이러한 그가 기사장으로 승급되였으니 이에 대하여 석우진국장은 어떻게 생각할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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