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 회)

제 1 장

꿈은 누구에게나 있다

 

1

 

그에게도 꿈이 있었다. 눈을 감고 그려볼수록 마음을 들뜨게 하는 고운 꿈, 희한한 꿈이… 하지만 그런것도 과연 꿈이라고 할수 있을가? 혹시 13살중학시절의 철딱서니없는 공상은 아니였을가?…

《너 이거 갖구싶지 않니?》

그는 오목눈인 처녀애에게 로케트모양의 장난감같은것을 쑥 내밀었다. 처녀애는 그것을 유심히 들여다보았다. 속이 궁근 참대통을 연필모양으로 깎고 붙이고 했는데 뾰족한 앞머리엔 빨간 에나멜칠을 하고 뒤쪽엔 수지바람개비를 달아놓은것이였다. 처녀애의 팔뚝만큼 굵고 길다란 참대통이였다. 몸체에는 《별나라》라고 제법 멋을 부려 쓴 로케트이름까지 새겨져있었다.

처녀애는 자기와 마주선 총각애를 미심쩍게 쳐다보았다.

《이거 오빠가 만들었나?》

《응, 그래.》

《나한테 줄려구?》

《으-응, 그건… 그런데 말이야, 이건 말이야, 잉?…》

《됐어, 안 가질래.》

처녀애는 토끼먹이풀이 가득 들어있는 바구니를 집어들고 다음토끼우리로 다가갔다. 그들은 지금 일요일의 토끼사당번들이였다. 평양시 교외의 벌 한가운데 중학교와 소학교건물들이 동서방향으로 서로 등을 맞대고 서있었는데 그 건물들사이의 작은 둔덕우엔 중학교와 소학교의 토끼사들이 등을 맞대고 들어앉아있었다.

그는 소학생인 처녀애를 쫓아갔다.

《얘, 너 우리 화학선생님 딸이지?》

《그래.》

《엄마가 널 고와하니?》

《그래, 우리 엄만 날 제일 고와해. 내가 바라는건 뭐나 다 해주거던.》

《응, 그렇구나?…》

그는 처녀애를 도와 토끼우리마다에 먹이풀을 넣어주었다.

《그럼 네가 우리 학교 화학실험실에 들어가보겠다문 그것두 들어주겠지?》

《그렇잖구, 거기서 몇번 숙제랑 했는데 뭐.》

그로부터 닷새가 지났다. 그는 오목눈인 처녀애와 같이 학교뒤동산의 토끼우리옆에서 그새 자기가 애써 만든 갖가지 연료와 기구들을 꺼내였다.

《얘, 이제 내가 멋있는거 보여줄게.》

《멋있는거?》

그는 신이 나서 손세까지 써가며 설명했다.

《응, 이 로케트뒤꽁무니에 연료를 채워넣고 불을 달면 말이야, 쌩!-》

눈이 올롱해서 듣고있던 처녀애가 입술을 삐쭉 내밀었다.

《싫어, 우리 엄마가 나쁜 장난은 하지 말랬어.》

《체, 그게 나쁜 장난일게 뭐야, 실험을 하는건데… 넌 화학이 얼마나 재미나는지 아니? 요술방망이처럼 불 나오라 하문 불이 나오구 엿 나오라 하문 엿 나온단 말이야.》

《피, 거짓말!》 처녀애가 샐쭉해서 종알거렸다. 《난 화학같은건 재미없어. 그리구 난 다 알아. 오빤 지금 굉장한 장난을 하구싶어 그러지?》

《뭐?…》

그는 피씩 웃고말았다. 불현듯 어른들이 말하던 속담이 생각났다. 뭐, 옥이박이나 오목눈하군 말도 말라구 했던가?…

하지만 배우려고 하는 욕망이 사람을 크게 만든다고 한다. 과학적인 새 발견은 1프로의 재능에 99프로의 노력이라고 했다. 요즘 나오는 과학자들의 생애에 대한 책들에 그런 말들이 씌여있었다. 그러니 그 과학자들처럼 무슨 일이든 일단 마음을 먹었으면 끝까지 해야 했다.

그는 처녀애에게 말했다.

《됐어. 넌 앉아서 구경이나 해.》

그는 처녀애와 코를 맞대고 자기가 만든 나무발사대에 참대로케트를 설치하기 시작했다. 화학에서의 실험은 생명과 같다. 화학지식은 실험을 통해서만 공고히 된다. 책에도 그렇게 써있지 않는가. 그는 리론으로만 배운 지식을 실험으로 다지고싶었고 저 하늘에 자기의 꿈인 참대로케트를 꼭 날려보내고싶었다.

준비를 끝낸 그는 으쓱해졌다.

《이게 바로 화학의 멋이란 말이야, 알겠지? 이제 곧 멋있는걸 보여주지. 이 로케트가 별나라로 쌩!- 날아오르는거 말이야, 잉?!》

《별나라루?!》

《응, 그래.》

《야, 멋있다. 오빠, 빨리 해보자.》

가슴이 울렁거렸다. 이제 이 참대로케트는 저 아득한 창공으로, 꿈의 별나라로 날아오를것이다. 구름을 뚫고 우주의 한끝까지 날아갈수도 있다. 그러면 얼마나 멋있겠는가!… 장쾌한 그 모습을 빨리 보고싶어 안달이 났다.

그는 코앞에 바싹 붙어앉아있는 처녀애의 코등을 살짝 눌러주었다.

《잘 봐둬야 해, 잉?!》

처녀애를 뒤로 약간 물러나게 한 다음 그는 성냥을 드-윽! 그었다. 그리고는 성냥불을 참대로케트의 꽁무니에 가져다대였다. 그 순간 《꽝!-》하는 소리와 함께 하얀 연기가 솟구쳐올랐다. 순간 그들 둘은 뒤로 벌렁 넘어졌다.

그가 먼저 벌떡 자리를 차고 일어났다. 한순간에 엉망이 되여버린 나무발사대, 숯덩이처럼 타다남은 참대로케트… 그는 달려가 쓰러져있는 처녀애를 일으켜세웠다.

《얘, 어디 다치지 않안?》

처녀애가 겁에 질린 눈빛으로 그를 올려다보았다. 재빨리 일으켜주는데 돌연 처녀애가 입을 비쭉하며 종알거렸다.

《오빤 나빠, 그 로케트 날 겨누구 쐈지?》

《아니야! 그런게 아니란 말이야.》

그는 처녀애의 어지러워진 옷을 털어주고 온통 눈물범벅이 된 얼굴을 닦아주면서 정신없이 중얼거렸다. 그가 돌아치자 처녀애는 더 크게 왕왕 소리내여 울었다.

《오빠가 날 쐈지? 우정 나한테 로케트를 쐈지 않아? 나 엄마한테 다 대줄테야!》

그때 벼락같은 고함소리가 들렸다.

《누구야, 무슨짓이야?》

누군가 그의 덜미를 잡아끌었다. 한쪽에서는 급히 달려온 녀인이 울고있는 소녀를 그러안았다. 소녀애의 어머니인 화학교원이였다. 가슴을 허비는듯 한 울음소리…

《이 일을 어쩌면 좋단 말이예요, 예?》

그의 덜미를 잡아끌어낸 사람이 묵직한 목소리로 물었다.

《이녀석, 이게 어떻게 된 일이냐?》

그는 눈도 뜨지 못하고있었다. 녀교원이 그를 대신해서 말하였다.

《아버님, 우리 학교에서 제일 착하구 공부 잘하는 학생인데 글쎄 이런 장난을…》

지척에서 소녀애가 울며 종알거렸다.

《할아버지, 이 오빠가 날 겨누고 로케트를 쐈어요!》

《뭐, 로케트?…》

소녀가 할아버지라고 부른 사람이 바닥에서 불타다 남은 참대통을 찾아들고 그것을 유심히 들여다보았다.

《얘, 네 이름이 뭐니?》

소녀애의 할아버지가 묻는 말이였다. 허나 그는 여전히 두눈을 꼭 감은채 입술만 깨물고있었다. 녀선생이 울음섞인 목소리로 림성하라고 말해주었다.

《림성하?》 할아버지가 그의 덜미를 또 잡아흔들었다. 《야 이녀석, 넌 입이 얼어붙었어? 왜 말을 못해, 엉?》

그제서야 비로소 그는 가느스름히 눈을 뜨고 소녀애의 할아버지를 올려다보았다. 번대머리에 안경을 낀 늙수그레한 사람이였다. 그가 무섭게 노려보고있었다.

《할아버지.》 하고 그는 기여들어가는 목소리로 떠듬거렸다. 《제가, 제가… 잘못했습니다.》

《그래, 이게 네가 만든 참대로케트란거냐?》

《예.》

《연료는 어데서 나구?》

《저 그건… 제가 만든건데…》

《너 혼자서?》 할아버지가 소리쳤다. 《너 혼자 그걸 만들었단 말이지?》

《잘못했습니다. 난 그저… 리승기박사처럼 큰 화학자가 되구싶어서…》

곁에 서있던 녀선생이 참다못해 끼여들었다.

《성하학생, 그것도 말이라구 해요? 학생은 자기가 오늘 얼마나 큰 일을 저질렀는지 알기나 해요?》

손에 든 참대통을 들여다보던 할아버지가 안경을 추슬러올리며 나직이 말했다.

《됐다, 며늘애야. 인젠 그만해라. 난 애들의 장난보다 이녀석의 마음속에 깃든 꿈이 깨질가봐 더 걱정이구나.》

《예?!…》

《꿈이란 귀한것이다. 꿈이 있으면 희망과 포부도 커지는 법이야. 그걸 알아야 해, 마음속에 간직한 꿈은 인생의 큰 재산이라는걸.》

녀선생이 놀란 눈길을 들었다. 성하도 역시 두눈이 퀭해져서 할아버지를 치떠보았다. 도대체 무슨 말일가, 꿈과 희망, 포부!… 그 꿈이 무슨 재산이라는걸가?… 그러자 할아버지가 돌연 그의 머리를 가볍게 쥐여박는것이였다. 아니, 불에 그슬린 그의 머리칼을 마구 헝클어놓았다고 할가.…

《이녀석!》

그때로부터 20여년의 세월이 흘러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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