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5 회)
15. 한주냐, 송악이냐 고마는 오래도록 한주의 지경도를 들여다보고있었다. 주관아가 자리잡고있는 곳과 송악을 번갈아 보던 고마는 《그래, 그래.》 하고 중얼거리며
허리를 폈다. 그제야 복사가 와있는걸 알았다. 늘 싱글벙글 개비위 부리던 복사의 낯빛이 침울하다. 얼굴에는 아직도 매맞은 자리가 퍼릇퍼릇 나있었다. 《몸은 좀 어떤가? 멍이 아직도 안 풀렸군. 닭알을 데워 굴려보라는데…》 고마의 말에 복사는 낯을 찡그렸다. 《닭알이구 뭐구 매맞은 값도 못하는가 보오이다.》 《그건 무슨 소린가?》 《궁예장군이 시내누이를 데려온걸 별로 탐탁해하지 않는것 같소이다.》 고마는 심중해졌다. 그도 생각 안한건 아니다. 하지만 애써 그 생각을 지워버리군 하였다. 《아마 바빠서 그러겠지…》 《바빠요?》 하고 복사가 눈을 치뜨며 물었다. 《장군이 뭘 한다 하면 다른건 모르는 성미라는거야 자네도 알지 않나? 요즈음 싸움이 한두군데인가?》 《그럼 누이를 데려오긴 왜 데려왔소이까? 고마님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제가 알건대 사람이 누굴 좋아한다면 짬이구 뭐구 없는줄로 아오이다.》 고마는 말문이 막혔다. 복사에게 강시내를 데려오게 한것은 궁예가 북원 량길에 대한 미련을 털어버리게 하자는데도 있었지만 궁예가 사랑하는 처녀를 곁에 두고있게
해야겠다는 고운 마음에서였다. 좋아하는 상대가 없으면 몰라라 있으면서도 서로 떨어져있게 하는게 인정으로 봐서도 마음에 걸리는 고마였다. 스님 제 머리를 못 깎는다고 이럴 때는 옆에서 잘 봐주어야 한다. 그것은 궁예에 대한 고마의 남다른 마음씀이였다. 그래서 궁예의 의향을 묻지 않고 복사를 보냈던것이다. 의향을 들어보나마나라고 생각했지만 이제 와서 보니 정 그런것만도 아닌듯 하다. 고마가 보건대도 궁예는 시내가 왔는데도 별로 반기는 눈치가 아니였다. 시내와 천궁이 온 저녁에 고마는 궁예더러 시내를 만나보라고 떠밀었다. 궁예는 웃으면서 차츰 만나겠다고 했다. 그때 고마는 궁예에 대해서 좋은 감정을 품었다. 여느 사람이라면 만사 집어치우고 달려갔을게 아닌가!
그러나 궁예는 그러지 않았다. 《숱한 군사들이 보고있는데 장군이라는 사람이 그러면 못쓰지. 천궁도 와있고 또 싸움도 있는데…》 고마는 그 말을 들으며 궁예를 높이 샀다. 필부는 아니다. 궁예는 큰일할 사람이다. 영웅호색이라지만 색에 미친 영웅이 큰일하는것 못 보았다. 고마는 남녀사이의 사랑을 경멸하는 사람이였다. 사나이라면 큰일을 해야 한다. 큰일을 하는 사나이를 녀인이 사랑하는건 아름다운 일이지만
오로지 녀인에 빠져 줄줄 따라다니는건 사나이가 아니라고 보았다. 《사나이는 세상을 다스리고 녀인은 그 사나이를 다스리고…》 하는 말을 고마는
《사나이는 세상을 다스리고 녀인은 그 사나이를 사랑하고…》 하는 뜻으로 리해하였다. 무엇인가 일을 해야 할 사나이가 녀인의 뒤꽁무니나 졸졸
따라다녀서야 무슨 사나이이며 또 그런 사내를 좋아하는 녀인인들 무슨 행복이 있겠는가? 구태여 있다면 잠간 왔다 사라지는 그런것일게다. 찰나의
행복이랄지, 쾌락이랄지 한 그런것 말이다. 이렇게 고마는 생각했다. 그래서 궁예를 다르게 보지 않았다. 그런데 복사의 말을 듣자 뭔가 꺼리는것이 있었다. 궁예가 시내를 멀리하는것이 바빠서도 아니고 체면도 아니다. 정말 마음이 변해서 그러는건 아닐가? 고마는 머리를 흔들었다. 그는 복사를 좋은 말로 타일러 보내고 애써 다른 일을 생각했다. 사람에게 있어서 명성이란 이를테면 값진 옷이나 치장거리 같아서 누구에게나 있는 결함이나 어리석음을 곧잘 가리워준다. 명성을 얻기는 힘들지만 일단 얻은 사람이 범하는 결함이나 어리석음은 때로 명성이
없는 사람보다 더 큰것이지만 별로 보잘것없는 우연한 실수나 장난따위로 되기가 쉽다. 세상이란 그런 법이다. 고마는 궁예가 군사적인 명성을 얻은것을 기뻐하였다. 궁예는 하슬라싸움으로부터 시작하여, 아니 그보다 먼저 주천싸움으로부터 시작하여 아직 이렇다할 치명적인 패배를 겪지 않고 이겨왔다. 저족, 생천 등 여러 성들을 점령하고 철원까지 차지하자 궁예의 군사적명성은 확고한것으로 되였다. 《싸우면 이긴다.》 하는 승리의 신심이 병졸들로부터 사상(부대장)에 이르기까지 버릇처럼 되였다.
싸움에서 이기는 요인가운데 기세가 아주 중요한데 이런 의미에서 보면 궁예는 아주 큰것을 얻은것으로 된다. 《궁예장군의 부대다!》 하면 백번 싸워 백번 다 이긴다는 소문이 슬슬 퍼져갔다. 《됐다.》 하고 고마는 웃었다. 궁예는 기질이 있다. 그는 마치 싸움을 범처럼 해댔다. 질질 끌지 않고 세밀히 정찰하고는 단숨에 해치우군
하였다. 어찌 보면 손쉽게 하는 싸움같아 보이지만 결코 그런것이 아니다. 고마는 궁예의 승리를 마련하기 위한 정찰, 심리전의 요인 같은것을 마련하기 위하여 기울인 자기의 노력 같은것은 안중에도 두지 않았다. 궁예가 잘 싸워주는것만을 기뻐하였다. 궁예를 잘 만났다고 고마는 생각했다. 인생에 사람을 잘 만나는것이 행복중의 행복이다. 자랑할만 한 일이다. 군사적인 명성 즉 싸움의 도를 이룬 궁예에게 이제 필요한것은 무엇인가? 고마는 송악 사찬 왕륭을 점찍고 왕륭과 궁예를 결합시키는데 마음을 썼다. 군사의 도, 외교의 도, 치국의 도 같은것은 임금이 되기 위해 반드시 갖추어야 할 자질이다. 고마는 궁예를 내세워 그가 다만 칼이나 창밖에 모르는 무인으로 자라길 바라지는 않았다. 그런
사람이라면 란세에 쉽게 만날수 있는 인물이다. 장차 고구려를 다시 일떠세울 인물, 그것을 궁예로 보는 고마는 궁예에게 바라는것이 많았다. 과연 궁예가 그렇게 돼주겠는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쇠두레(철원)를 차지한 지금에 와서 고마는 궁예에게 만족하고있었다. 그것이 바란대로 척척 이루어진것은 아니지만 어쨌든 고마는 좋다고 생각했다. 불만이 있는가? 불만이라기보다 아쉬운것이 있다. 늘 그러하지만 고마는 궁예를 제 마음대로 할수 없었다. 고마는 자기의 계책을 궁예가 실천하도록 하기 위해 일일이
애쓰지 않으면 안되였다. 궁예는 머리가 좋고 아는것도 많았으며 거기에다 남다른 용력과 꾀도 있었다. 그래서인지 궁예는 울뚝밸까지 있었다. 고마가
깊이 생각해서 꾀를 내놓아도 언제 한번 좋다고 꿀꺽 삼키는 법이 없다. 꼭 한두번쯤은 미타한 표정을 짓고 엇드레질을 하고서야 고개를 끄덕이였다.
고마가 내놓은 계책이 작은것이 아니고 틀리는것도 아니라는걸 뻔히 알면서도 입을 삐죽 내밀고 심술부리군 하였다. 어찌다 기분이 좋을 때는 고마의
말을 선뜻 받아들이기도 하지만 그때도 속으로는 트집을 건다는것이 뻔히 알렸다. 《고마가 혹시 저 잘났다고 뽐내려는게 아닐가? 고마가 혹시 제 먹을알이 있어서 그러는게 아닐가? 다른 놈들이 이 궁예보다 고마가 낫다고 생각하지 않을가?》 하는 의문들이 궁예를 괴롭히고있었다. (고마는 좋은 녀석이다. 그가 하는 말이나 행동은 자기를 위해서가 아니다. 바로 나, 궁예를 위해서이다. 그가 내놓은 꾀는 다 옳다.) 하고 궁예는 빈번히 생각하군 하였다. 그러면서도 그것으로 해서 은근히 고마에게 언짢은 감정이 일어나군 했다. 궁예는 그것이 자기보다 뛰여난자에 대한 질투와 지나친 자기 자존심, 한마디로 못된
속통에서 나온것이라고 혀를 깨물며 욕을 해대긴 하지만 그게 좀처럼 쉽게 고쳐지지는 않았다. 《알게 뭔가? 사람이라는 이 물건은 어쨌든 제 리득을 보아야 움직이게 돼먹은거니까… 그러니 고마도 마찬가지일것이다. 지금은 별로 그가
자기를 위해서가 아니라 나를 위해서 좋게 나오지만 앞으로… 또 잘되는 지금도 따져보면 고마를 위해서 내가,이 궁예가 꼭두각시노릇 하고있는줄
어찌 알랴!》 궁예는 자기가 비렬하다는것을 모르지 않았다. 안타까운건 그러지 말자고 아무리 애써도 그럴수 없는것이다. 그것은 궁예의 한계이자 곧 그의 팔자인지도 모른다. 그것이 옳지 않다는것을 알기에 궁예는 남들에게 자기의 허물이 되는 그런 속생각을 숨기기 위해 무진 애를 썼다. 어떤 때는 고마가 막 미워죽을 지경이였다. 그런데 고마는 그런 궁예의 속을 아는지 모르는지 통 내색을 하지 않았다. 고마는 궁예를 너그럽게 리해했다. 자기, 고마에 대한 궁예의 태도에 대해서도 오히려 큰일할 사람이라면 응당 그쯤해야 한다고 속으로
좋아했다. 일단 궁예가 큰일을 하게 도와주자고 마음을 먹은 고마는 어쩌면 궁예를 마치 어미처럼 사랑하고있는지도 몰랐다. 고마는 어떻게 하면 궁예를 송악으로 돌려세울것인가고 생각했다. 이무렵 권능순은 궁예를 숭배하고있었다. 그것은 오래전부터 궁예의 전우로 있던 모흔이나 대검, 귀평들을 놀래우군 하였다. 여러차례 걸치는
싸움에서 궁예는 능순의 군사적지략을 곧잘 받아들였다. 능순은 자기에 대한 자부심이 아주 높은 사람이였지만 이로 말미암아 자기의 아들벌이 되는
궁예를 마치 아이처럼 따랐다. 자기의 지략을 받아들여 싸움마다 승리하는 궁예를 좋아하였고 그것은 나날이 자라나 쇠두레를 점령하고나서는 거의
미칠듯 한 지경에 이르렀다. 궁예는 능순이 말하는것을 듣지 않는척 하면서도 들을것은 다 들었다. 그건 능순만이 알고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궁예는 언제 한번 능순을 내놓고 평가해주지는 않았다. 야릇한 눈길, 웃음이 어린 눈길로 능순을 바라보는것이 다였다. 《어때? 난 자네의 제의를 다 받아들였어. 그래서 이기기도 했고… 그러나 뽐낼 생각은 말아. 어리석은 놈들이 이 궁예를 좋아하도록 하는데만 자네가 필요한거야. 나를 제쳐놓은 자네란 있을수 없어. 왜냐면… 그쯤 알아둬.》 이것이 궁예의 태도였다. 재미있는것은 이런 궁예를 능순이 더 좋아하는것이였다. 《남들이 꿈도 못 꾸는걸 하는 사람만이 뛰여난 사람은 아니다. 남의 멋있는 꾀를 자기의것으로 받아들여 승리하는 사람이 때로는 난 사람이다.
그런 의미에서 궁예는 난 사람이다. 나이로만 존경하는것은 어리석은자이다. 상놈은 나이가 상투라고 하지 않는가. 궁예는 나보다 나이가 아래지만 난 그런건 개의치 않아. 그가 뛰여난
사람이기에 이 능순은 그를 숭배하는거야.》 이런 능순의 속심에는 그의 전반생의 곡절이 깔려있었다. 능순은 자기 우월감이 강한만큼 어리석은 이전 하슬라주 도독이나 주조한테서 수모를 받은데 대해 이를 갈았다. 이런 능순인것만큼 궁예가 자기를
알아주는것, 더 정확히는 자기의 꾀를 받아주는것을 고맙게 여겼다. 어찌 보면 실컷 떼우고나서 좋아하는 머저리처럼 보이지만 능순은 능순대로 궁예가
승리하는것이 바로 자기의 꾀를 받아들인데 있다는 남모르는 자부심이 있었다. 이건 아주 묘한 속머리였다. 궁예는 자기에 대한 능순의 태도를 모르지 않았다. 능순의 숭배는 어느 한때 발작되는것이 아닌것으로 하여 궁예로 하여금 능순을 더욱 사랑하게
하였다. 《나는 능순을 살려주었다. 능순은 그 은혜에 보답하기 위해 나를 도와 싸움마다에서 이기게 해주었다. 나는 나와 능순의 관계를 이런 필부들의 리치로만 생각지 않는다. 나를 제일 잘 아는자 능순이요,
내가 제일 믿는자 능순이다.》 이 말은 궁예가 술에 취해서 한 소리가 아니였다. 그 말에는 고마에 대한 은근한 거리낌도 섞여있었다. 고마는 그걸 모르지 않았지만 별로 개의치 않았다. 그는 궁예에게 좋은 말이나 얻어듣자고 생각하는 사람이 아니였다. 그렇다고 궁예를 무시하지도 않았으며 궁예를 깔보지도 않았다. 고마는 그런 자기가 궁예에게 어떤 막연한 불안을 주고있다는것을 모르고있었다. 고마는 그저 고구려를 다시 일떠세울수만 있다면 궁예의 부족점따위는 문제로도 되지 않았다. 쇠두레를 점령한 다음 궁예는 산천형세를 둘러보고 아주 좋아하였다. 《좋은 터다. 나라의 도읍이 들어앉을만 하다.》 풍수를 볼줄 아는 궁예였다. 《현명한 말씀이오이다. 장군께서 좋은 터를 차지했으니 이는 하늘이 주는 계시오이다. 나라를 세우시고 대왕이 되시는것이 어떻겠소이까?》 능순이 발라맞추었다. 《나라?! 대왕?!》 《그렇소이다. 장군은 이제 와서 여느 사람과 다르오이다. 공적으로 보나 차지한 땅으로 보나 마땅히 대왕이 되시는것이 옳소이다.》 궁예는 능순을 보며 웃었다. 저 사람 개국공신이 되고싶은게지… 《내가 무슨 대왕이겠나?》 하며 궁예는 고마를 힐끔 보았다. 뜻밖에도 고마는 능순의 말을 지지했다. 《능순이 옳게 말했소이다. 장군께서는 임금의 보위에 오르셔야 하오이다. 그러지 않아도 땅이 넓어지니 그것을 다스리기가 힘들어지오이다. 임금의 보위에 올라 관직을 베풀고 백성을 법대로 다스리는것이 좋겠다고 보오이다. 그래야 장군을 모시고 싸우는 보람도 있을게 아니겠소이까.》 고마의 말에 궁예는 피씩 웃었다. 도대체 고마의 말은 진담인지 아니면 능순따위를 시까스르는 말인지 알수가 없다. 《나는 백성을 괴롭히는 신라를 멸하자고 할뿐이지 대왕이 되자고 싸우는건 아니요.》 하고 궁예는 정색하여 말했다. 《장군이 멸하자는것이 진실로 백성을 괴롭히는 신라라면 그건 썩은 신라조정을 업고 자기의 사리사욕만 채우는 소파리같은 벼슬아치들을
말씀하시는것이 아니오이까. 장군이 그런 소파리들을 한칼에 베여버렸으니 백성을 다스리는 정치를 하심이 마땅하오이다. 그러니 나라를 세우심이…》 《그건 좀더 두고보세.》 하고 궁예는 고마의 말을 막았다. 《견훤은 이미 왕을 자처하고있소이다. 장군도 나라를 세우심이 어떠하오이까?》 고마의 말에는 견훤이 《후백제》를 세웠으니 궁예는 《고구려》를 세우는것이 좋지 않는가 하는 이를테면 어서 빨리 《고구려》가 다시
일떠서는것을 보고싶어하는 마음도 깔려있었다. 《나라를 세우더라도 한주를 쳐서 차지한 다음에…》 궁예의 말에 고마는 놀랐다. 《한주를 치실 결심이오이까?》 《그렇네.》 《한주보다 송악으로 나가는것이 어떻겠소이까?》 《송악?》 궁예는 뒤짐을 지고 거닐었다. 《왜?》 하고 궁예가 물었다. 《송악은 한주의 노란자위오이다.》 《어째서?》 《한주가 신라 아홉주가운데 큰 주의 하나라면 한주의 여러 고을가운데 송악이 제일 큰 곳이오이다. 장군은 송악 사찬 왕륭을 아시오이까?》 《말은 많이 들었네.》 《한주 일판에서 송악의 왕륭은 웃치노릇을 하고있소이다.》 《그 사람 장사 잘한다는 소리를 들었는데 웃치노릇 한다는 소리는 처음이다. 그 사람 가병이 그렇게 센가?》 《가병도 가병이지만 인품이 있소이다.》 《인품이 무슨 대순가? 그저 입에 넣을걸 주면 좋다는 세월에…》 《그렇게만 볼 일이 아니오이다.》 《어쨌든 송악도 먹어야지. 하지만 한주관아를 먹어놓으면 송악도 한주의 한 고을일테니 결국 한주를 공격하는데 웃수네. 대가리를 쳐놓으면
꼬리야…》 《장군, 왕륭은 한주 도독도 눈치를 보는 사람이오이다. 장군이 한주를 들이쳐 먹는다 해도 송악고을이 순순히 장군을 따르지 않으면
걱정이오이다.》 《순순히 복종하지 않으면 복종시키는 방법이 또 있지…》 《옳소이다, 장군. 송악 사찬 왕륭과 싸우지 않고 그가 장군에게 복종하게 해보는것이 어떻겠소이까? 그렇게 되면 장군은 이때까지 싸워온것보다
더 큰것을 얻게 되오이다.》 《더 큰것? 그게 뭔가?》 《왕도지요.》 《왕도?》 《그렇소이다.》 궁예는 한동안 생각에 잠겼다. 그러다가 고마에게 말했다. 《좋네. 어쨌든 한주를 치자면 하루이틀에 안되니 한편으로 송악을 어루만지는 일을 벌려보게.》 《알겠소이다.》 고마는 안도의 숨을 내쉬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