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7 회) 

 

7. 하슬라성싸움

 

갑인(894)년 10월(음력).

신라의 진성녀왕이 그럭저럭 8년째 되는 겨울이였다.

서울에서 번살이노릇을 하면서 서북부주(한주, 삭주, 명주)에서 올라오는 도독들의 보고를 가로채여 준흥에게 적당히 여쭈어 그쪽 특히는 하슬라에 대해서는 아예 돌아보지도 않게 만들어놓고있던 고마에게 궁예가 보낸 사람이 왔다.

고마는 모든걸 미루어보아 궁예가 결심한대로 10월 무천날이 끝나는것과 때를 같이하여 하슬라성을 공격하는것이 좋겠다고 하였다.

《장군이 두해동안 몸을 낮추고 한편으로는 량길을 달래고 한편으로는 하슬라가 안일해이하도록 하면서 은밀히 군사를 하슬라주에 야금야금 잠입시킨것은 실로 묘한 병법이였소이다. 먼곳을 치려 하면서도 가까이를 치는척 하는것이나 이것을 먹으려고 하면서도 먹지 않으려는척 하며 적의 눈길을 돌리고 적이 방비를 못하게 하는것은 병법의 묘한 꾀오이다.

이제 장군이 한번 몸을 움직이면 하슬라주를 점령하게 되였으니 이는 실로 범이 먹이를 덮치는것과 같소이다. 더우기 하슬라주의 백성들이 이제 곧 하슬라는 고구려로 된다고 떠들고있다니 이것이야말로 장군이 출세할 호기인줄 아오이다.》

고마는 궁예의 속을 들여다본듯이 말하고있었다.

궁예는 기분이 좋아졌다.

《녀석이 참 선견지명이 있다. 사람을 다스리는것도 구렝이같고… 어쨌든 좋다.》 하고 궁예는 중얼거렸다.

《하슬라를 치자!》

대궁산 옛성에 자리잡고있던 궁예는 그날로 북원과 하슬라주 각곳에 잠복해있는 모흔, 대검, 장귀평, 장일의 부대들에 명령을 내렸다.

시퍼런 대낮에 모흔은 북원쪽 즉 싸리재쪽에서 아흔아홉굽이 재를 지켜선 하슬라주 군사들을 공격하였다. 번쩍거리는 갑옷을 차려입고 창과 칼을 비껴든 모흔의 군사들이 첫 굽이에 나타났을 때까지만도 하슬라의 군사들은 뗑해서 구경하고있었다. 우두머리들이 아무리 소리소리 질러도 여태껏 도적들이 움씰거리지 않아 어느덧 탕개가 풀어져있던 하슬라의 군사들인지라 그럴수밖에 없었다.

요즘에 와서는 길손들의 짐보따리나 터는것으로 재미를 보고있었는데 그것도 10월이 되면서 날씨가 쌀쌀해 영 재미없었다. 군사란 한곳에 너무 오래 머물러있을것이 못된다.

《저건 무슨 놀음인가? 무천놀이야 어제 끝나지 않았나, 음? 저건 뭐야?》

하슬라군사들은 모흔의 부대가 다가오는것을 보면서도 그따위 소리나 줴치고있었다.

《쳐라!》

모흔이 칼을 뽑아들고 소리치자 모흔의 군사들이 와- 말을 달려 하슬라군사들을 묶어버렸다. 다음 굽이, 또 다음 굽이에서도 이런 일이 벌어졌다. 어리벙벙해있던 하슬라군사들이 모흔의 군사들에게 어이없이 잡혀내렸다. 모흔은 그들을 꺼꾸로 앞세워 재마루로 밀고 올라갔다.

재마루를 지켜선 하서주대대감은 어제 밤 실컷 먹은 술이 아직도 깨지 못하고있다가 궁예의 부대가 쳐들어올라온다는 소리에 번쩍 깨여났다.

《어디?》

《저기… 대대감나리, 막 밀고올라옵니다. 벌써 여러 굽이를…》

아래서 모흔이 《와-》 소리치며 재마루를 향해 치달아오른다. 그들의 기세가 당장 이 마루를 덮칠듯 사나웠다.

《말을 타라! 빨리!》

대대감이 큰소리쳤다. 그는 어질어질하던 머리가 깨져라 하고 투구를 쓰고 말을 탔다.

대대감이 아래로 짓쳐갔다.

칼과 창이 어지럽게 마주쳤다. 모흔은 네댓번 대대감을 상대로 칼을 휘두르다가 아무래도 안되겠는지 말머리를 돌렸다. 그의 뒤를 군사들이 따랐다.

《같지않은것들이…》

대대감은 쫓겨가는 모흔의 뒤를 지켜보며 코웃음쳤다.

《대대감나리! 왜 쫓아가서 치지 않소이까?》 하고 소감이 소리쳤다.

《그만둬!》

대대감은 얼떨결에 하는 싸움이 별로 내키지 않았다. 빨리 군사를 정돈해야 하였다. 적이 쉽게 쫓겨가는것도 걸렸다. 무슨 꿍꿍이가 있을수 있는것이다.

아닐세라 모흔은 한굽이 돌아서는듯 하더니 다시 쳐들어올라왔다.

대대감은 맞받아나갔다.

밑으로 골짜기가 아스라니 내려다보이는 산길에서 싸움이 붙었다. 골짜기로 떨어지면 그건 끝장이다. 이쪽저쪽에서 아-악 소리가 울렸다. 벌써 몇이 골짜기로 굴러떨어졌다.

대대감의 군사들이 밀리기 시작하였다. 어찌된 일인지 하슬라군사들이 맥을 추지 못했다.

대대감은 말을 돌려 재마루로 올라갔다.

《활을 쏴라!》

대대감이 명령했다.

비발치듯 화살이 모흔에게 날아갔다.

맨앞에 섰던 모흔이 칼을 휘둘러 날아오는 화살을 쳤다.

《물러서라!》

써늘한 바람이 재마루에 불었다.

대대감은 코방귀뀌며 부하들에게 싸움준비 갖추라고 소리쳤다.

얼마 안 있어 모흔은 다시 쳐올라왔다. 이번에는 나무널을 두껍게 가리운 수레를 앞세웠다. 그걸로 화살을 막아보자는것 같았다.

《저것들 잡도리가 만만치 않구나.》

대대감은 북원패거리들이 단순한 싸움을 벌린게 아니라는걸 직감했다.

화살이 날아갔다. 그러나 모흔은 널막이뒤에서 계속 수레를 밀며 올라왔다.

대대감은 불화살을 쏘라 했다. 그게 있을리 없다. 원래는 부대에 있었는데 문둥이 좆 잘라먹듯 없어져버렸다.

대대감은 입술을 깨물었다.

《돌을 굴려라!》

돌이 와당탕 굴러내리는 바람에 수레가 깨여지고 군사들이 상했다.

모흔은 다시 뒤로 밀려났다. 그러나 아주 쫓겨난건 아니였다. 굽이에 바짝 붙어 다시 올려붙을 기회만 노렸다.

(지독한 놈들이로구나. 저것들이 진드기처럼 달려드니 안되겠구나. 불붙는 나무를 꺼내서 불을 끄랬다고 이번엔 아예 싸리재까지 쫓아가 먹어치워야겠다.) 하고 대대감은 생각했다.

대대감은 군사 하나를 골라 별가에게 보내여 이곳 실태를 알리고 뒤를 받쳐줍사 했다.

대대감이 말에 올라 밑으로 내려가려 하니 모흔도 제꺽 맞받아왔다. 모흔은 철갑씌운 기마를 앞세웠다. 그걸 보고 대대감은 놀랐으나 그렇다고 물러설 곳도 없었다. 그래도 사납게 쳐들어갔다.

모흔은 어이없이 무너졌다.

쫓기는 모흔은 모흔대로 그저 쫓기지만 않았다. 굽이굽이마다에서 막아나섰다. 그리하여 대대감은 한굽이한굽이 치렬하게 싸우면서 모흔을 싸리재로 몰아갔다. 갈수록 군사들의 손실이 있어 대대감은 재마루에 얼마간의 군사들만 남기고 나머지는 모두 모흔을 쫓는데 돌렸다. 반격에 대처해서 굽이마다 군사를 떨구다나니 20리어간에 대대감의 군사들이 널리게 되였다. 공격하는 편이 될수록 력량을 집결해야 한다는걸 모르지 않았지만 좁은 산길 싸움이다나니 별수없었다.

한편 별가에게 파견된 군사는 어흘리근방에서 낯선 사람들이 막아서는 바람에 멈춰섰다.

《너는 누구냐?》

길을 막은 사람들이 물었다.

《난 재마루를 지키던 군사다. 지금 별가나리에게 급한 소식을 가져가는 길이니 얼른 길을 비켜라!》

《저놈 묶어라!》

대궁산성에 진치고있는 궁예에게 이 군사를 끌고갔다.

궁예는 군사에게서 재마루에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알게 되였다.

《뜻대로 됐다.》

궁예는 군사를 더 지체시키다가 그대로 별가에게 놓아보내고 하슬라군사들의 옷을 입은 대검의 부대를 재마루에 올리밀었다.

뉘엿뉘엿 해가 질무렵에 대검은 군사들을 이끌고 재마루에 올라갔다.

《누구야?》 하고 재마루에서 물었다.

《우린 대대감을 도우러 오는 군사들이다. 별가나리께서 보냈다.》

대검이 태연하게 말하자 재마루군사들은 제켠에서 맞이하러 내려왔다.

재마루는 눈깜빡할 사이에 대검에게 점령당했다. 대검은 재마루에 진을 치고 대대감의 군사를 공격했다. 모흔도 싸리재로 쫓기다가 대검이 재마루를 차지하고 보내는 신호를 받자 돌아서서 하슬라군사들을 공격했다.

대대감의 군사들은 꼼짝 못하고 벼랑길에 갇히웠다. 날이 어슬어슬해질무렵 대대감의 군사들은 모두 손을 들고말았다.

이무렵 별가 권능순은 대대감이 보낸 군사를 만났다.

싸움의 앞뒤를 듣던 별가는 눈을 가늘게 떴다.

《정말 궁예가 미욱하게 재마루로 돌격해온단 말인가? 아니, 재마루로는 뚫고 들어오지 못할것이다. 그렇다면 다른 곳으로? …》

전황보고를 가져온 군사는 자기가 궁예에게 잡혔던 이야기는 빼고 재마루에서 적을 물리치던 이야기만 하였다.

별가는 그 군사의 말에서 대대감이 싸리재까지 점령하겠다고 밀고나갔다는 소리를 듣고 《아차!》 하며 입술을 깨물었다.

《머저리같은 놈! 궁예의 꾀에 걸렸구나. 이제 재마루는 무사치 못하겠구나.》 하며 권능순은 발을 굴렀다.

《대대감나리는 도와주길 바라오이다.》

《도와주고 말고 이젠 늦었다. 내가 만약 궁예라면 벌써 재마루를 차지했을것이다.》

그러면서도 권능순은 혹시 하는 생각에 군사를 보내야겠다고 생각했다. 싸움이란 모를것이다. 혹시 궁예가 권능순이 생각하는 수를 쓰지 못하거나 늦게야 생각할수도 있지 않는가? 그렇게만 되면 재마루는 빼앗기지 않을수 있다.

권능순은 강동길을 지키던 외궁부대를 급히 재마루로 돌리게 했다.

한편 궁예가 쳐들어온다는 소식을 경포에 가있는 도독에게 전하도록 했다. 그때 도독과 주조는 10월 무천놀이하는 재미를 경치좋은 경포에 가서 저희들끼리 즐기고있었다. 별가에게도 같이 가자고 했으나 그는 그건 괜히 붙이는 수작이고 본심은 떨어졌으면 하는 속심을 너무 알리게 내비치여 마다했다.

《혹시 궁예가 이번 무천놀이뒤끝에 쳐들어올수 있소이다. 그러니 마음을 놓아서는 안되오이다, 도독!》

권능순의 말에 도독과 주조는 손벽치며 웃어댔다.

《자라보고 놀란 놈이 가마뚜껑 보고 놀란다더니… 별가는 그저 궁예, 궁예, 오금 못쓰는구려. 그것들이 쳐들어오려면 벌써 봄에 쳐들어왔지. 이번에도 어쩌지 못할게요. 재마루만 든든히 지키고있으면야 그까짓 놈들이…》

권능순은 그러는 도독과 주조가 못마땅했으나 그렇다고 무작정 우길수도 없었다. 실지 온다온다 하던 궁예가 쥐죽은듯 조용했다. 권능순에게는 그것이 더 좋지 못한 징조라고 보았지만 도독과 주조는 오히려 그러는 권능순을 더욱 비웃었다. 도적질도 손발이 맞아야 해먹는다고 이건…

《그렇게 말을 듣지 않더니 싸다, 싸! 이제 이 하슬라를 어떻게 지켜내는가 보자!》 하고 권능순은 이를 갈면서도 도독에게 급보를 전하게 하였다.

재마루를 도우러 갔던 외궁부대가 마루에 올라가보지도 못하고 쫓겨온것은 밤이 깊어서였다.

《일이 신통치 않다.》

권능순은 외궁부대를 성방어에 돌리게 하였다. 성만 굳게 지키고있으면 북원의 적이 아무리 재를 차지했다고 해도 당분간은 어쩌지 못할것이다. 이 하슬라성이 벌가운데 자리잡고있어 언제까지 버티여낼지 모르지만…

별가는 어서 도독이 오기를 기다렸다.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도독은 나타나지 않았다. 권능순은 궁예가 벌써 경포에 군사를 보내여 한창 술놀이에 진탕된 도독과 주조를 사로잡은것을 모르고있었다.

권능순이 기다리는 기별이 밤늦게야 왔다. 그것도 도독은 오지 않고 별가로 하여금 군사를 이끌고 경포로 오라는 독촉을 받은 군사가 나타났다.

별가는 망설였다. 이 성을 떠날수는 없었다. 경포라는게 군사적으로 아무런 의의도 없는 곳이다. 그걸 뻔히 알면서도 권능순은 무작정 버틸수도 없었다. 도독의 명령이기때문이다. 별가도 어쨌든 도독의 지휘밑에 있는 무관일따름이다.

(군사란 쥐뿔도 모르는 도독이 이 하슬라를 망하게 하는구나.) 하면서도 별가는 움직이지 않을수 없었다.

그는 오래동안 망설이다가 이를 부득부득 갈며 할수없이 군사를 거느리고 경포로 떠났다.

권능순이 경포에 닿았을 때 이미 궁예의 군사들이 기다리고있었다.

도독이고 뭐고 가릴 때가 못되였다.

《군사를 돌려라. 성으로 돌아가자!》

권능순은 부랴부랴 돌아섰다.

새벽이 푸름푸름 밝아오고있었다.

성밑에 이른 권능순은 제 눈을 의심했다. 성은 이미 궁예의 군사들이 차지하고있었다.

《별가나리가 수고롭게 돌아오시는구려…》

성문우에서 궁예가 껄껄 웃고있었다.

권능순은 되돌아서려 하였으나 궁예의 군사들에게 에워싸였다. 그는 마지막까지 싸웠지만 이미 대세는 기울었다. 권능순은 꼼짝 못하고 사로잡혔다. 그는 명치끝으로 점점 다가드는 창끝을 내려다보며 손에 잡았던 칼을 떨구었다. 그리고는 눈을 감았다.

궁예는 하슬라성에 들어갔다. 대충 자리를 잡고 사람을 띄워 시니지라고 불리우는 신관로인을 찾아오게 하였다.

《시니지어른, 이제부터 이 하슬라성을 우리가 다스리게 되였소이다.》 하고 궁예가 말했다.

시니지는 두눈을 슴벅거리기만 했다.

《말씀 좀 해주시오이다. 어떻게 보시오이까?》

궁예가 물었다.

《물건은 주인에게 돌아가기마련이오이다.》

시니지의 표정없는 말에 궁예는 고개를 끄덕이였다.

《그렇겠죠. 우리는 이 하슬라를 고구려법대로 다스리려 하오이다. 신라법은 백성들이 좋아하지 않지요?》

《글쎄요. 나라의 법이니 뭐니 하는건 뜬말이옵고 기본은 다스리는 사람들, 이를테면 관리들의 행실에 달렸지요. 결국 다스리는 벼슬아치의 행실이 곧 나라의 법이라 그 말이옵지요. 그건 어느 임금이나 관리들 몇사람의 말이나 명령이 아니옵고 말단 구실아치에 이르기까지 벼슬아치의 됨됨과 행실에 따르는것이옵니다.》

궁예는 비죽이 웃었다.

《시니지께서는 아마도 우리가 입으로만 고구려법도를 떠들고 실지로는 다르게 행동할수도 있겠다 하는 우려를 말씀하시는것이오이까?》

《앞으로의 일은 장담할수 없지요.》

《하긴 그렇소이다. 그건 두고봐야 할 일이고… 시니지어른! 하슬라를 고구려법대로 다스리는데 무엇이 기본이라고 보시오이까?》

궁예의 물음에 시니지는 눈을 쪼프리고 한동안 궁예를 보다가 숨을 내쉬며 말했다.

《얼이겠지요.》

《얼?!》

《예, 잘살아도 못살아도 백성에게 얼이 있어야 하오이다. 얼이 없으면 백성은 곧 짐승의 무리요, 짐승의 무리라면 나라도 법도 없습지요.》

《무슨 얼을 말하오이까?》

《한얼!》

《고구려얼 말이오이까?》

《그렇다고 할수 있지요. 더 멀리는 박달임금님의 얼을 말하지요.》

《그렇다…》

궁예는 고개를 끄덕이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

《시니지어른께서는 우리를 도와주실수 있소이까?》

《리해란 한때뿐이고 얼은 영원한것이니 얼이 합쳐진다면야…》

《좋소이다. 우리는 시니지어른의 가르침을 따르려고 하오이다.》

《저는 그저 한얼을 받드는 종에 불과하오이다. 다스리는 일은 다른 사람이 더 적합할것이오이다.》

《솔직하시군… 참 어른, 올해 봄날에 있은 무천때에 나를 도와주셔서 감사하오이다.》

《한얼의 뜻이옵지요.》

시니지와 함께 궁예는 군사들을 보러 나갔다. 북원의 군사들과 함께 이번에 하슬라성의 군사들이 궁예의 군사로 되였다. 3 500명이 넘었다. 그러니 궁예가 량길에게서 빌린 군사가 이제는 서른다섯배로 불어난것이다. 이 군사는 량길의 군사도, 하슬라의 군사도 아닌 고구려의 군사, 더 정확히는 궁예의 군사였다. 그것으로 하여 군사들을 바라보는 궁예의 마음은 걷잡을수 없이 울렁거렸다.

《마침내 뜻을 이룰 힘과 터전을 얻었다. 이제부터는…》

이제부터는 궁예가 량길의 부하가 아니다. 구새먹은 나무에서 새 뿌리가 자라는건가, 아니면 잡목을 태운 땅에 곡식이 자라는건가…

궁예는 자기의 군사들을 《천견고구려군》이라 불렀다. 하늘이 보내준 고구려군사들이라는것이다. 부대를 14개로 나누고 김대검, 모흔, 장귀평, 장일 등을 사상(부장)으로 삼았다.

군사를 사열하고나서 하슬라싸움의 공을 평가하였다. 모흔에게 제일 큰 상이 내려졌다. 누구나 좋아하였다.

궁예는 도독과 주관아의 창고를 헤쳐 백성들과 군사들에게 재물을 나누어주었다.

마지막으로 포로들을 끌어왔다. 도독 안태와 주조 구득, 별가 권능순과 주의 벼슬아치들이였다.

도독과 주조는 비맞은 병아리처럼 후줄근해서 떨고있었다.

《네가 도독이냐?》

궁예가 묻자 안태는 흠칫 놀라며 땅에 엎드렸다.

《나는 당신에게 해되는 일을 한적이 없소. 다만 모든 일은 저 별가가 나서서 감행했을뿐이요.》

《그렇습니다. 우리는, 아니 저 도독어른과 저는 부디 말렸습니다. 그런데도 저 별가가 나서서 부득부득 당신들에게 맞섰소이다.》

주조 구득은 눈물까지 흘리며 말했다.

《그게 사실이냐?》

궁예가 따지자 도독과 주조는 예, 예 하며 굽신거렸다.

《별가! 틀림없느냐?》

궁예가 권능순에게 따졌다.

권능순은 도독과 주조를 쏘아보며 한숨을 쉬였다.

궁예는 별가를 노려보며 말했다.

《별가! 지난 무천날때 하던 말을 기억하는가? 언제든지 손에 잡혀 죽을것이라고 했지?》

《그렇소!》

《그래 지금은?》

《어리석은 도독과 주조따위만 아니였으면 당신은 이 하슬라에 들어올수도 없었을거요.》

뻣뻣하게 내쏘는 별가였다.

대검, 모흔이 칼을 뽑아들었다.

궁예가 그들을 말렸다.

신훤이 궁예에게 다가가 그의 귀에 대고 뭐라고 말했다.

궁예의 눈이 번쩍 빛을 뿌렸다.

《뭐? 그게 정말이야?》

《그렇소이다.》

신훤이 말했다.

궁예는 별가에게 다가가 그의 턱밑에 칼끝을 댔다.

《별가, 네가 소금을 죽였느냐?》

권능순은 고개를 돌렸다.

《괘씸한 놈! 애매한 녀인을 죽이다니…》

궁예의 칼이 부르르 떨었다.

《저놈을 살려두어서는 안되오이다.》

신훤이 조용히, 그러나 굳게 말했다.

궁예는 입술을 깨물었다.

《별가, 네 죄를 아느냐?》

권능순은 입을 꾹 다물고있었다.

궁예의 입가에는 비웃음이 번지였다.

《여봐라! 도독과 주조무리는 매를 안겨 주밖으로 내쫓고 별가는 목을 매달아라!》

꿈틀거리며 반항하는 권능순의 목에 올가미를 걸었다.

《살려주시오이다.》

권능순이 빌었다. 그 순간 권능순의 밑받치개가 넘어지고 권능순은 허공에 매달렸다.

이때였다. 한줄기 빛이 번쩍하더니 권능순이 쿵- 하고 땅에 떨어졌다. 궁예의 칼이 올가미를 끊었던것이다.

모두가 놀라 궁예를 보았다.

궁예는 땅에 넘어진 권능순에게 말했다.

《너의 잘못은 너의 상전들에게 있다. 너는 군사로서 할 일을 했을뿐이다.》

권능순이 땅에 쓰러진채로 눈을 떠 궁예를 보았다.

《별가, 난 너를 살려주겠다!》 하고 궁예가 말했다.

권능순은 흐흑 울음을 터쳤다. 그의 목에는 아직도 올가미바줄이 매여있었다.

 

되돌이

우리민족끼리
홈페지봉사에 관한 문의(E-mail) : urimanager@silibank.com 홈페지내용에 관한 문의(E-mail) : uriminzok@silibank.com
Copyright © 2003 - 2013 《조선륙일오편집사》 All Rights Reserved
gotop
기사종합
 
도서, 잡지
 
영화, 음악
 
독자투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