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47 회)
제 2 편
아름다운 밤
21
이튿날은 설이였다.
황량한 바다가의 송전선건설장에서 맞는 이해의 설은 류달랐다. 경리과장이 뛰여다니면서 설날준비를 괜치 않게 했다.
명산포와 가양도식당들에서 돼지들도 두마리씩 잡고 기름튀기도 하고 순대도 만들었다. 염장한것이긴 해도 물고기도 자동차로 실어왔다.
《송편이 없으면 설날이 아니지.》
《송편이란 녀자손으로 빚어야 고와지는데.》
가양도사람들은 투박한 손으로 길죽길죽하니 못생긴 송편들을 빚어놓고는 무엇같다고들 웃어댔다.
설날 아침상은 퍼그나 푸짐했다.
모두들 새해에도 건강하여 설날후에 해야 할 마지막중심선걸기에서 성과를 거두자며 축배잔들을 쪼았다. 얼굴들이 붉어지도록 마시였다.
가양도에서는 건설직장장이 설날기념 오락경기를 조직했다. 기본이 장기와 주패였다.
숙소의 한쪽에서는 장기판을 놓고 둘러앉아 떠들어댔다. 딱딱 장기쪽 때리는 소리에 곁의 사람들도 흠칫 놀랄 지경이였다. 장기를 두는 사람보다 훈수군들이 더 안달아 목에 피대를 세우고 연방 삿대질을 했다.
저쪽에서는 김평이와 송강림이, 승호, 기찬이 등 젊은패들 여럿이 모여앉아 주패를 치며 아―참, 아―참 하고 련속 아쉬운 소리를 지른다. 장기경기책임자는 직장장이고 주패경기책임자는 김평이였다.
직장장과 탁수환이 겨루고앉은 장기대결은 쉬이 결판이 나지 않았다. 장기수가 서로 비슷한것 같았다.
그들이 장기두는것을 한참 구경하던 태평은 입술을 비쭉하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곁에 앉은 용만이의 엉뎅이를 툭 찼다. 눈짓으로 밖에 좀 나가자고 했다.
태평이 먼저 숙소밖을 나가 집모퉁이로 돌아갔다. 용만은 왜 그러는가 하여 그의 뒤를 따라갔다.
《저렇게 두는것도 장기야, 중학생들 놀음이지.》
태평은 장기군들의 수가 낮다고 흉보았다.
사실 그는 장기를 잘 둔다고 했다.
여기 가양도에서는 자기를 당할 사람이 없다고 으시댔다. 직장장이 잘 둔다고는 하지만 자기와는 어림도 없다고 했다.
용만은 태평이가 자기를 왜 슬며시 불러냈는지 몰라 두눈을 깜빡깜빡했다.
《그래서 장기 잘 두는 자랑하자고 날 끌어낸거야?》
《그게 아니라 내가 이제 장기 원정경기를 떠나겠단 말이야.》
《뭐? 원정경기?… 그게 무슨 소린가?》
《명산포에 건너가겠단 말이야. 거기 가면 도적으로도 손꼽히게 잘 두는 진짜 장기선수가 있단 말이야. 그게 바로 우리 경리과장동지야. 아마 지금 명산포에서도 장기경기가 한창일거야.》
《그럼 경리과장과 장기를 둬서 이기겠다고 명산포로 간다는거야? 그런데 무얼 타고 저 날바다를 건너가나?》
《가는 통로가 다 있지.》
《오늘은 설날이니까 발동선 선장도 집에 가서 놀게 아니야. 그의 집이 해창읍이라고 했어.》
용만은 자그마한 두눈을 샐쭉하며 되지도 않을 소리를 한다고 돌아서 들어가려 했다. 태평은 그러는 용만의 팔을 잡아 홱 나꾸챘다.
《이건 말을 채 듣지도 않고 달아날 생각만 해.》
《추우니까 그러지.》
《춥긴 뭐가 추워. 오늘은 바람도 없고 그만하면 따뜻한 축인데… 여 용만이, 너만 딱 알구있으라구. 만약 직장장이 나를 찾으면 그한테만 가만히 말해주라구, 명산포에 원정경기를 갔다고.》
《글쎄 무엇을 타고 이 가양도해협을 건너가는가 말이야?》
《야, 네 눈엔 보이지 않아? 눈은 보라고 내놓은거지 가죽이 모자라 뚫어놓은게 안야. 저 바다를 가로질러 건너온 고압선이 보이지 않아? 그걸 타고 건너가겠단 말이야.》
태평의 태평스러운 소리에 용만은 뾰족한 턱을 들고 얼이 나간듯 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작은 키를 올리뽑듯이 추워서 꼬부렸던 허리를 쭉 폈다. 놀란 눈이 커질대로 커져 흰자위만 보이는듯 했다.
《뭐, 뭐, 뭐라구?!… 고압선을 타구 바다를 건너가겠다구? 정신이 싹 도망치지 않았어? 죽을려고 그래? 그건 모험이야.… 안돼! 안돼! 안돼!》
용만이가 덴겁하여 날치자 태평은 한손으로 그의 입을 막았다.
《이거 왜 이리 미친것처럼 고아대면서 그래. 그러다 직장장이 듣겠어.》
태평은 기가 돋아 용만을 윽박지르며 바다를 내다보았다. 얼굴이 넓어서인지 사돈집 떡판에 넘어질만큼 비위데기가 좋은 그한테는 불인지 물인지 가리지 않고 접어드는 용맹한 기질이 있었다.
눈이 크면 겁이 많다는 말도 모를 소리였다. 태평은 넙적한 얼굴에 맞게 눈도 시원하게 커서 겁이 많을것 같지만 그 커다란 눈은 늘 남보다 삐여난 일을 해보려는 욕망으로 불붙는듯 했다.
아이적부터 모험을 즐기여 팔이 부러졌던적도 있고 발목이 삐여졌던 때도 있어 어머니의 속을 태웠지만 아직도 그 버릇을 못 놓은것 같았다.
《여 용만이, 내가 명산포에 단지 장기경기나 가자고 그러는게 아니야. 오늘 새해벽두에 조용한 기회를 타서 내가 대담성에서 얼마나 뛰여난 사람인가를 보여주자는데 있어. 전번에 큰 실수를 해서 내가 나의 앞길을 망쳤거던. 분해죽겠어. 이것을 회복할 기회는 지금밖에 없어. 오늘 회복 못하면 영원히 산줄공이 못돼. 김평반장이 말은 안하지만 내가 실수한걸 두고 얼마나 속으로 비웃겠어. 그래서 오늘은 내가 보란듯이 회복한다, 이거야. 용맹한 인간의 모습을 너도 좀 보란 말이야. 그 뼈아픈 실수를 오늘 만회하지 못하면 나는 일생 땅우에서만 꿱꿱거리는 게사니가 되고말아. 그렇게 살바엔 차라리 죽는게 나아.》
《체체, 잘은 놀구있다. 회복을 그렇게 모험을 해서 하는가. 산줄공이 되자면 꾸준하게 자기 동작을 숙련시켜야 하지 않아. 아무러문 제가 산줄공이 될만 한 재목감이 되는가. 뚱뚱보에 머리는 질동이만 하구 우직스러운데다 밸통머리 사납구…》
《여, 너 정말 못된 말만 다 할래?… 좀 들어보라구. 내가 오늘 어떻게 회복하는가. 산줄공들이 사용하는 금차와 그네를 가지고 철탑에 올라가 고압선에 척 걸고 거기에 탄단 말이야.
가양도 2호철탑에 오르면 고압선이 바다가운데로 활등같이 늘어졌기때문에 강한 내리막길이단 말이다. 그러면 그 내려가는 빠른 속도와 힘에 의해서 명산포 1호철탑까지 휙― 올려댈거란 말이다. 그때 철탑을 잡고 내려서 금차와 그네는 거기 걸어두고 땅으로 내려온단 말이야.
다음 장기를 두고 돌아갈 때는 다시 1호철탑에 올라가 금차와 그네를 타고 가양도로 건너가면 되거던. 어때? 그땐 김평반장이 이 태평이를 보고 산줄반의 고급기능공 왼뺨칠 정도로 기능이 높다고 엄지손가락을 내흔들거야. 이렇게 많은 사람들한테 인정을 받아 실수를 회복하자는거다.》
용만은 이마살을 짓고 고개를 외로 틀었다.
《말이야 쉽지. 세상일엔 누워서 떡먹기가 없어. 명산포 1호철탑이 가양도것보다 위치가 더 높단 말이야, 벼랑산중턱에 세워놔서… 때문에 금차가 자기 속도만 가지고는 높아서 1호철탑까지 올려대지 못한단 말이야. 그땐 가지도 못하고 오지도 못하게 돼.》
《아니, 모르는 소리. 그럼 내 두손은 가만있나? 줄을 잡고 당기면 금차는 올라가게 돼있어. 전선엔 전기가 흐르지 않기때문에 아무일도 없거던.》
그래도 용만은 얼굴살을 펴지 못하고 머리를 흔들었다.
《어쨌든 그 놀음은 모험이야. 회복은 무슨 말라죽은 회복인가. 모험으로 하는 회복은 망상이야. 그런 망상은 싹― 버려. 난 들어가겠네. 그런 모험을 하다가는 귀신도 모르게 죽어. 귀여운 색시를 놔두고 맹랑하게 죽을테야? 영웅이 되겠다는 사람이 모험하다 죽으면 어떻게 영웅이 되나… 으흐흐흐, 생각만 해도 오금이 오싹오싹 떨린다.》
태평은 큰눈을 지릅뜨고 몸을 덜덜 떠는 용만을 노려보았다.
《야 이 쫌보야, 네 심장은 아무때 봐두 참새심장이야. 좋아, 사나이가 한번 결심하면 하는것이지. 너하고는 손잡고 큰일을 못하겠어. 이런 일을 통해서 담을 자꾸 키워야 나라를 위해서 더 큰일도 할수 있단 말이야. 너같은건 시키는 일이나 했지 이 태평이처럼 어려운 일일수록 앞장서서 왁왁 밀고나가지 못한단 말이야. 넌 떨보가 돼서 혁명과 건설에 쓸모가 없어.》
《하하하, 나중엔 별 뻐꾸기소리를 다 듣누만. 좋아, 아무말이나 하고픈대로 하라구. 무슨 소릴 하든 난 반대야. 어리석게 전체하지 말라구. 추운데 들어가기나 해. 제발 흥분해서 들뜨지 말라우.》
용만은 더 이러쿵저러쿵 하기 싫다는듯 홱 돌아서더니 뺑소니치듯 숙소로 들어가고말았다. 태평은 용만의 등뒤를 쏘아보며 무어라고 중얼중얼 욕질을 했다.
이어 어데론가 사라졌다.
용만은 뜨뜻한 아래목에 앉아 몸을 녹이면서 태평의 거동을 다시 생각했다. 그는 속으로 픽 웃었다.
제따위가 말이 그렇지 고압선을 타고 건너가긴 뭘 건너가. 꽝포를 놓는거지. 설날 아침이라 한잔 했으니 괜히 더 담이 커가지구 으시대거던. 워낙 으시대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니까 저러다 말겠지 무얼, 그렇지 않구… 회복은 무슨 회복이야.
잠시후 용만은 장기판에 들어앉았다. 장기를 두기 시작하자 태평의 일은 다 잊어먹고말았다.
시간은 흘렀다.
어느 사이 낮 12시가 가까와왔다. 식당에 들어가 점심식사준비를 알아보던 직장장이 급히 숙소로 달려들어왔다. 그는 낯빛이 굳어져 작업조별로 인원점검을 하라고 소리쳤다.
그의 한손에는 휴대용전화기가 들려있었다. 장기판도 주패목도 밀어놓은 사람들이 별안간 무슨 일인가 하여 자리에서 일어섰다.
인원점검은 간단했다. 즉석에서 태평이가 없어졌다는것이 알리였다.
《태평이 어데 갔어?》
직장장의 서리어린 목소리가 쩡 울렸다. 순간 용만은 낯빛이 질렸다.
(아뿔싸, 무슨 변이 났구나.)
《태평이 어디 갔다는걸 누구도 모르는가?》
다들 잠잠해서 서로 얼굴들만 쳐다보았다. 할수없이 용만이가 한걸음 나서면서 떠듬떠듬 입을 열었다.
《태동무가 아침에 명산포에 가겠다고 했습니다. 장기원정경기를 간다면서…》
《장기원정경기? 그걸 알면서도 왜 나한테 말하지 않았어?》
직장장은 꽥 소리를 지르고는 휴대용전화기로 정준하를 찾았다.
《기사장동지, 직장장이 말합니다. 명산포에는 인원이 다 있다지요?》
《여긴 빠진 사람이 한명도 없소.》
《가양도에서는 태평동무가 없어졌습니다. 명산포에 장기원정경기를 간다면서 나갔답니다.》
《태평동문 명산포에 오지 않았소. 그러니까 그 사람이 틀림없구만. 알았소. 내가 여기서 구출작전을 세우겠소.》
태평이가 고압선을 타고 바다를 넘다가 중간에서 오도가도 못하고 매달려있어 큰일났다는 직장장의 말에 모두 깜짝 놀랐다. 밖으로들 뛰쳐나갔다. 그들은 가양도 돌출부의 2호철탑밑으로 달려갔다.
멀리 바다가운데의 고압선에 감자알만 하게 보이는것이 대롱대롱 매달려있었다. 그것을 보는 순간 용만은 동그란 얼굴이 까맣게 죽었다.
두다리가 중풍 만난듯 후들후들 떨리였다.
(저것이 태평이란 말인가. 끝끝내 내 말을 듣지 않았구나. 이제 저사람을 어떻게 구원한단 말인가.)
조금 뒤떨어져 자기네의 산줄공구들을 확인해보고 오는 김평반장이 직장장에게 말했다.
《삼촌, 저건 태평동무가 틀림없겠어요. 우리 공구들중에서 금차와 대전공그네가 없어졌군요. 그걸 타고 바다를 넘을 생각을 한것 같애요.》
《어리석은 녀석… 대담은 한데 우둔하기란… 그저 금차와 그네를 타기만 하면 바다를 넘어갈줄 알았던 모양이지.》
《저 사람이 뚱뚱한 몸집 봐서는 놀랍도록 날래고 눈치가 빠른것은 사실이예요. 하지만 량좌우철탑쪽은 지내 높고 바다가운데는 고압선이 길게 처져내려갔기때문에 혼자 힘으로써는 철탑까지 못 올라간다는것을 몰랐지요. 산줄공의 경험이 없으니까요. 우리 산줄공들도 금차에 맨 바줄을 1호병이 쥐고 늦춰주기도 하고 당겨주기도 하며 조절해주지 않아요. 그런데 태동문 혼자니까 누가 바줄을 당겨주겠어요. 그러니까 오도가도 못하고 바다가운데에 매달려있기마련이지요. 두손으로 고압선을 당겨서는 명산포 1호철탑이 너무 높아서 올라가지 못해요. 그걸 몰랐거던요.》
《그저 이쪽에서 금차를 타기만 하면 내려가는 속도와 힘에 의해서 명산포철탑까지 올라갈줄만 알았겠지. 얼마나 생각이 단순한가. 참, 야단났구만. 이러나저러나 저걸 어떻게 내리워온다?》
직장장은 당장 산같은 걱정거리가 생겨 안타까와했다. 다들 속상한 눈길로 바다쪽을 바라보며 그 《감자알》을 주시했다. 모험을 좋아하더니 끝내 재구를 쳤다고들 했다.
송강림은 태평의 행동을 놓고 어이가 없어 말문이 막혔다. 그만큼 모험을 해서는 안된다고 일러주었는데도 끝내 일을 치고야말았구나.
이 일을 어쩌면 좋단 말인가. 그는 속이 끓어 안절부절 어쩔바를 몰랐다.
설날 뜻밖의 일이 터져 정준하는 비상구출작전을 폈다.
명산포에서도 장기와 주패놀이, 녀자들은 윷놀이로 흥겨웠던 명절기분이 싹 잦아들었다. 다들 모여 기사장의 얼굴만 쳐다보았다.
정준하는 급히 운전사를 불러 자동차를 출동시켰다. 경리과장을 그 차에 태워 해창군읍으로 보냈다. 그가 간석지건설사업소의 발동선 선장의 집과 기중기차운전사의 집을 다 알고있기때문이였다.
자동차는 질주했다.
읍에 들어선 경리과장은 집에 선장이 있어 인차 만났지만 기중기차운전사는 없어 여러곳을 찾아 헤매느라 시간을 퍼그나 지체했다.
정준하는 손목시계를 보며 차가 돌아오기를 초조하게 기다렸다.
한시가 급했다. 태평이 허허바다공중에 동동 매달려 한겻동안이나 추위에 시달리고있으니 얼마나 급하겠는가. 돌덩이처럼 얼었을게다.
정신이 쑥 나갔지, 그런 모험을 하다니. 차는 왜 이리 늦어지는가. 하긴 설날이니 그들이 집에만 앉아있을리가 없지 않는가.
그가 속상해서 자꾸 손목시계만 들여다보고있을 때 자동차가 먼지를 날리며 들이닿았다. 그들은 내리자바람으로 고압선에 매달려 까마득하게 멀리 보이는 《감자알》을 내다보았다.
정준하는 젊고 날랜 사람을 한명 골라 그에게 태평을 금차의 그네에서 내리우는 일을 맡겼다.
필요한 인원들을 태운 발동선은 커다란 평배를 끌어다 명산포에 대였다. 기중기차가 굴러와 평배우에 서서히 올라가 자리잡았다.
발동선은 곧 기중기차를 태운 평배를 끌고 바다가운데를 향해 들어갔다. 정준하는 평배우에 서서 태평이만 바라보았다.
그가 고압선에 매달려있는것을 맨처음 발견해준것이 인민군해안경비대였다. 그들이 경비구역내를 망원경으로 감시하다가 가양도에 새로 건설한 송전선에 사람이 매달린것을 발견하고 정준하가 있는 전투지휘부로 전화한것이였다.
태평이 매달려있는 곳에 다달은 발동선은 평배의 기중기차가 가까운 거리에서 팔을 올릴수 있게 정확하게 멈춰섰다.
기중기차가 가동을 시작했다. 긴 팔끝에 바구니를 달고 그안에 기사장이 지적해준 젊은이가 올라가앉았다. 기중기차는 팔을 거의 곧추 되다싶이 세웠다. 팔은 상당히 길었다. 젊은이가 바구니에서 일어나 태평을 올려다보았다. 그와의 거리는 아직도 까마득하니 높았다.
크게 소리쳐불렀다.
《태평형님, 우리가 왔어요.》
태평은 간신히 눈을 뜨고 내려다보았다.
《고맙네.》
그의 목소리는 들리는듯마는듯 했다.
《고압선에 바줄을 걸어줄테니 그걸 잡고 이 바구니까지 내려올수 있겠소?》
《해보겠소.》
《그럼 몸을 좀 움직이면서 기다리라요.》
젊은이는 이미 정준하가 고압선과의 거리를 타산하여 준비해준 아주 기다란 장대끝에 박은 갈구리에 바줄을 감아쥐고 공중으로 올리뻗쳤다. 장대끝이 겨우 고압선에 가닿았다.
젊은이가 태평에게 소리쳤다.
《장대끝의 바줄을 벗겨서 고압선에 걸라요. 한줄만 당겨서 내앞에까지 내려오게 해달라요.》
태평은 젊은이가 하라는대로 했다. 바줄을 두손으로 감아쥔 젊은이가 이제는 내려오라고 소리치자 태평은 그네에서 일어나 바줄에 몸을 실었다. 죽을 힘을 다해 바줄을 붙잡고 미끄러져내려온 태평은 바구니에 주저앉았다.
젊은이는 장대갈구리로 묘하게 그네와 금차를 고압선에서 벗겨내리우고 바줄도 한줄을 잡아당겨 풀었다. 그가 한손을 쳐들자 기중기차는 다시 팔을 쭉― 당겨내려갔다. 이어 그들은 평배갑판에 내려졌다.
사람들이 달라붙어 태평을 발동선 선원실에 들여다눕히고 몸과 얼굴, 팔다리를 주물러주었다. 땀이 버쩍 날 정도로 주물러주어서야 태평의 얼굴에 화기가 돌았다.
발동선은 평배를 끌어다 명산포구에 대여 기중기차를 내리웠다. 태평을 업어다 숙소에 눕혔다.
가양도사람들은 모두 바다기슭에 나와서서 태평이를 내리워 배에 싣는것을 건너다보고서야 그곳을 떠났다.
태평은 명산포숙소에서 의사의 진찰을 받았다. 일없겠다는 진단을 받고서야 정준하는 그를 발동선에 실어 가양도로 보내주었다.
떠나기에 앞서 기사장은 태평을 만나 신중한 어조로 물었다.
《동무는 이번 일을 놓고 무엇을 생각해보았소?》
《다시는 무익한 모험을 하지 않겠다는것을 결심했습니다.》
《왜 그런 쓸데없는 모험을 했나?》
《전번에 저지른 그 뼈저린 실수를 만회하자고 그랬습니다. 대중앞에 제가 진짜 용맹한 사람이라는것을 인정시켜야 그전의 실수를 회복할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렇게 하여 저는 집단과 동무들한테서 용감한 사람이라는것을 인정받고싶었습니다. 그렇게 해야 앞으로 산줄공이 돼서 금별메달이 빛나는 영웅이 될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실수를 회복하겠다는 결심은 좋아. 그런데 모험을 통해 벼락치듯 만회하겠다구? 실수를 회복하는 길은 철탑작업에 대한 부단한 훈련을 쌓아서 점차적방법으로 기능을 닦아야 해. 그렇게 해서 사람들의 인정을 받아야 하오. 그래야 집단이 진짜 용감한 사람이라는 인정도 해주오. 동무는 근로정신이 좋고 락천적인 성격도 좋으니만큼 과학기술로 담보된 실력만 키우면 무슨 일에서나 성공할수 있소.》
태평은 새로운 결심을 안고 가양도로 건너갔다.
직장장은 종업원회의를 열고 대노하여 태평을 닦아세웠다. 여럿이 일어나 그의 자유주의적인 행동, 모험적인 행동에 대해 가차없이 비판했다.
송강림이가 더 비판의 날을 세웠다. 하지만 동무의 결함을 진심으로 고쳐주려는 뜨거운 애정이 있어 사람들의 감동을 자아냈다.
이튿날 일터에서 능청스러운 친구들이 저저마다 한마디씩 물었다.
《좌우간 태동무가 사내는 사내야. 그 대담성에 탄복했네. 그런데 거기 올라가니 어떻던가. 사타구니가 재릿재릿하던가? 가운데 생원이 돌배알같이 얼었댔갔지?》
《난 이젠 귀여운 〈토끼동무〉도 못 보고 죽었구나 했나? 홍띠를 한말은 갈겼겠지.》
《송전선건설력사에 처음있는 일일세. 자네 이름이 이제는 가양도해협과 함께 대를 두고 전해지게 됐네.》
《어쨌든 이름을 날렸구만 뭐. 늘 명성을 떨쳐야 되겠다고 하더니만 말대로 됐네그려.》
작업준비를 하던 태평이 손을 멈추고 두귀를 막았다. 그는 면구스러워 망짝만 한 얼굴이 수수떡처럼 붉어졌으나 입은 가만있지 않았다.
《이거야 귀가 솔가와 살겠나. 잘못했다고 비판을 했는데도 계속 못살게들 구누만. 예로부터 숙인 머리는 베지 않는다는걸 모르나?》
다들 유쾌하게 웃었다. 용만이가 비쭉했다.
《실수를 회복한다고 벼르다가 되려 더 혼났지. 싸지 싸… 내 말은 귀등으로도 안 듣더니.》
태평의 모험행위는 가양도송전선공사만이 낳을수 있는 흔치 않은것으로서 후날에도 사람들은 오늘의 이 일을 자주 추억하며 즐겁게 웃군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