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45 회)
제 2 편
아름다운 밤
19
드디여 2 500메터의 날바다를 넘기는 고압선걸기전투가 시작되였다.
그동안 특수철탑 1호, 2호를 조립완성하고 3상고압선을 걸기 위한 준비작업을 끝냈으므로 마지막전투에 들어간것이다.
정준하는 총전투의 작업조직을 끝낸데 이어 매 작업조들이 수행해야 할 과제를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다들 긴장한 낯빛이였다. 누구나 마음의 신들메를 바싹 조여매고 작업에 착수했다.
정준하가 아침을 먹고 명산포 잔교에 나갔을 때 아침해가 떠올랐다.
붉은 해살이 바다물우에서 금싸락처럼 뛰놀며 반짝이였다.
바다물이 와―와― 소리치며 쓸어들고있었다. 밀물시간이였다.
그는 손목시계를 보았다. 아직 참시간이 되려면 멀었다. 선걸기작업은 참시간에만 하게 되였다.
밀물이 들어올 때 늘이면 배와 고압선이 물결에 밀려 상류로 올라가고 반대로 썰물때 하면 하류쪽으로 끌려내려가 선을 철탑우로 끌어올릴수가 없다. 때문에 밀물이 다 들어와 물결이 정지상태에 이른 만조시간에만 해야 했다.
만조가 되는 그 참시간은 한시간밖에 안된다. 이 짧은 시간내에 바다물밑에 가라앉았던 고압선을 철탑우로 끌어올려야 한다. 단방치기로 성공하지 못하면 다음날 밀물이 들어올 때까지 또 기다려야 한다. 밤에도 물이 들어오지만 어두워서 작업을 할수가 없다.
김평산줄반 성원들은 1호, 2호철탑들에 올라가 고압선을 받을 만단의 준비를 갖추고 대기했다. 이 전투에서도 기본핵심이 산줄공들이였다. 다들 마음을 다잡고 제멋대로 날뛰는 바다물만 내려다보았다.
멀리서 보면 철탑에 사람들이 무슨 열매처럼 주렁주렁 열린것 같이 보였다.
1호철탑에는 김평이 책임지고 올라갔고 2호철탑에는 송강림이 조장이 되여 대기하고있었다. 그사이 강림은 아무 탈없이 병원에서 나와 건강한 몸으로 산줄작업을 했다.
명산포잔교에서는 태평이네 작업조가 짐배에 고압선퉁구리들을 싣고있었다. 한퉁구리가 몇톤씩 되는 대단히 무거운것들이였다.
태평작업조에는 승호와 기찬이, 용만이 등 젊고 날파람있는 사람들이 망라되였다. 승호는 처옥이와 달밝은 2호철탑밑에서 언약한 그밤의 약속을 지켜 그후부터는 무슨 일이나 앞장에 뛰여드는 씩씩한 청년으로 변모되였다. 사람들이 다들 그를 칭찬하고 아끼였다.
지금도 승호는 웃동을 벗어놓고 고압선퉁구리를 싣느라고 부리나케 뛰여다녔다. 추운 겨울날이지만 넓은 이마로 구슬땀이 흘러내렸다. 정준하는 아들을 대견한 눈길로 바라보며 입가에 미소를 그리였다.
태평은 조장으로서 일을 조리있게 지휘하며 앞장에서 뚝심을 썼다.
그의 귀밑으로도 줄땀이 떨어졌다.
태평은 송강림이한테 구원받은 이후 한동안이나 시르죽은 상을 하고 다니였다. 동무들과 특히는 병원에서 나온 강림이 보기가 면구스러워 어쩔바를 몰라했다.
송강림이 그러지 말라고 일러주었다.
《태평동무답지 않게 뭘 그러나. 사람은 누구나 실수할수 있네. 문제는 그런 실수를 다시 하지 않도록 자신을 다잡는것이네.》
강림이 타일러주어서야 전날의 기상을 되찾기 시작했다.
태평은 밤마다 자리에 누워서도 자신을 타매했다. 일생에 다시 없을 실수를 함으로 하여 자기가 가야 할 길이 막혀버렸다고 생각했다.
누구나 다시는 나를 인정하지 않을것이 아닌가. 그는 입술을 깨물고 기어이 그 실수를 만회해야겠다고 결심했다. 한번 실수에 결코 물러앉을수 없다. 이 태평이가 누구라구.
어느날 그는 송강림이한테 이런 말을 했다.
《강림이, 믿어달라구. 나는 꼭 그 실수를 회복하고야말겠네. 그걸 회복 못하면 그것이 내 인생의 실수로 두고두고 나를 괴롭힐거야.》
《실수를 어떻게 회복한다는건가?》
《이 태평이가 진짜 대담무쌍한 사람이라는것, 영웅산줄공이 될수 있는 기질과 재간이 있다는것… 이걸 만사람이 인정하도록 하겠단 말이다. 기어이 철탑과 함께 운명을 같이하겠어.》
《좋아. 정말 결심이 대단하구만. 그러자면 꾸준히 숙련해야 되네. 사람들한테 빨리 인정받겠다는 조바심을 앞세우면 안되네. 더구나 어떤 모험을 할 생각은 절대 하지 말게. 모험은 자신을 망치는 길이야.》
누가 뭐라든 자기딴의 새로운 결심을 안고사는 태평이여서 기개높이 맡겨진 일들을 와짝와짝 해제꼈다.
정준하가 잔교에서 고압선퉁구리들을 부선에 싣고 회전대판축에 넣는 작업을 지휘할 때 조형례국장과 최장근지배인이 숙소에서 나왔다.
가양도에 고압선을 넘기는 전투가 시작된다는 보고를 받은 조형례국장이 평양에서 새벽에 떠나 한시간전에 이곳에 도착했다.
섬에는 장유상당비서가 건너가 건설직장장과 함께 전투를 지휘했다.
잔교에 나온 조형례가 정준하에게 물었다.
《참시간이 몇시요?》
《여덟십니다.》
《무슨 미진된 일은 없소?》
《없습니다.》
조형례와 최장근의 얼굴도 긴장한 표정들이였다. 그들은 말없이 담배들을 한대씩 피웠다.
소리치며 쓸어들던 바다물의 속도가 점차 떠지기 시작했다. 만조시간이 가까와오는것이다.
얼마후 정준하가 부선우에서 휴대용전화기를 꺼내들었다.
《가양도, 가양도, 명산포 말한다.》
《가양도 듣는다.》
건설직장장이 제꺽 받았다.
《참시간이다. 고압선 받을 준비가 됐는가?》
《됐다.》
《건주기 준비됐는가?》
《대기하고있다.》
《정각 여덟시, 발동선 출발!》
바다기슭에 내려선 정준하의 명령을 받은 발동선이 고르로운 동음을 울리며 부선을 끌고 2호철탑쪽을 향해 직선침로로 달리기 시작했다. 회전대판이 돌아가며 퉁구리에서 고압선이 풀려나갔다.
태평이와 승호를 비롯한 청년들이 작업조작을 능숙하게 했다. 고압선은 풀려나가면서 바다물밑으로 첨벙첨벙 가라앉는다. 배전에서 파도가 철썩철썩 뛰놀며 허연 물갈기를 날리였다.
시간이 흘러 발동선은 2호철탑까지 다달아 고압선을 다 풀어놓아주었다.
《명산포, 명산포, 가양도 말한다. 선놓아주기가 끝났다.》
정준하는 보고를 받기 바쁘게 구령을 쳤다.
《건주기들 가동시키라!》
1호, 2호철탑밑에서 급히 건주기들을 돌렸다. 소대가리같이 큰 왕로라가 돌아가며 고압선을 물고 철탑우로 끌어올렸다. 물밑에 가라앉았던 팔목같이 굵은 고압선이 점점 떠오르며 철탑우로 올라간다. 정준하는 그것을 바라보며 2호철탑을 찾았다.
《가양도, 고압선이 이상없이 올라가는가?》
《거침없다. 순조롭다.》
직장장의 신심어린 목소리가 울려왔다.
그때 명산포 1호철탑 건주기가 뚝 멈춰섰다. 정준하가 소리쳤다.
《무슨 일인가?》
운영부기사장의 당황한 목소리가 고막을 때렸다.
《고압선이 더는 끌려올라오지 않습니다.》
《뭐라구?!》
부선에서 태평의 목갈린 소리가 쩡! 울렸다.
《고압선이 바위에 걸렸다!》
때를 같이하여 가양도에서도 후려치는것 같은 웨침이 울려왔다.
《명산포, 명산포, 고압선이 물밑에서 올라오지 않는다. 바위에 걸렸다!》
《여기서도 바위에 걸렸소.》
《야단났구만!》
직장장이 탄식했다. 정준하는 등줄기로 진땀이 흘렀다. 어떻게 해야 하는가. 바위에 걸린 고압선을 벗겨내야 하겠으나 방도가 얼른 떠오르지 않았다. 온 건설장이 정준하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무거운 침묵이 드리웠다. 곁에 서있던 조형례국장이 나갈 길을 헤쳐주듯 입을 열었다.
《기사장동무, 당황하지 말고 침착하게 행동하오. 무엇이 필요한가를 생각해보오. 내가 보기엔 바위에 걸린 고압선을 벗겨내려면 우선 배가 한척 더 있어야겠구만.》
《옳습니다. 저도 지금 그 생각입니다. 그런데 배를 갑자기 어데서 가져오겠습니까.》
최장근지배인의 두툼한 입술이 떨리듯 움직였다.
《기사장, 어려울 때 이웃이라고 역시 옆집에 손을 내미는 수밖에 더 없을것 같소.》
정준하는 결심한듯 전화로 도간석지건설사업소 해창분사업소를 찾았다. 마침 거기 나와있던 도간석지건설기사장이 전화를 받았다. 정준하의 사연을 들은 기사장은 즉석에서 배 한척을 보내주겠노라고 했다.
여기 명산포 앞바다의 물밑지형이 복잡하다고 했다. 기복이 심한데다 괴상하게 뿔돋은 큰 바위들이 무수히 많았다. 때문에 까딱 잘못하면 고압선이 이 괴석들에 걸려들기 쉬웠다.
정준하는 심히 우려되는 목소리로 말했다.
《지금 1호철탑앞에서도 전선이 걸리고 2호철탑쪽에서도 걸린걸 보니 선이 바위들에 에스(S)자로 끼워든것 같습니다.》
얼마후 크지 않은 배 한척이 명산포로 들어왔다. 태평이와 승호네들이 그 배에 옮겨타고 고압선을 따라나가며 바위밑에 끼운것을 뽑아내느라 있는 힘을 다했다.
누군가가 고함쳤다.
《썰물이다!》
다들 맥살이 빠져 주저앉았다. 바다물이 나가기 시작하면 작업을 더 못한다. 정준하는 더운 숨을 내쉬였다. 전투는 실패했다. 이제는 래일 밀물이 다시 들어와야 재작업에 들어갈수 있었다.
이날 밤 정준하는 잠들지 못했다. 무엇을 잘못하여 실패했는가. 그는 이를 악물고 다음날 전투에 들어갔다. 치밀한 조직사업으로 겨우 고압선을 바위짬들에서 뽑아낼수 있었다.
고압선을 물밑에서 들어올리기는 했으나 칼날같은 바위모서리들에 굵은 선의 오리들이 절반이나 끊어져나갔다. 여지없이 불량품이 되고말았다. 쓸모없이 된 고압선을 전투원들은 아픈 눈길로 바라보았다.
최장근지배인은 쓴입을 다시였다. 못 볼것을 본듯 불만스러운 표정을 짓고 큰숨을 내쉬였다.
태평이와 승호네들이 선을 거두어들일 때 벌써 밀물의 참시간이 끝났다. 오늘도 선늘이기전투는 전진이 없이 앉은방아를 찧었다.
다음날 밀물시간에야 겨우 새 선을 늘이여 철탑우로 끌어올릴수 있었다. 며칠간 씨름을 하는 사이 경험도 생기고 일의 묘수도 얻게 되여 일을 진척시켜나갈수 있었다.
첫 고압선을 두 철탑의 한쪽팔에 올려놓는데 성공했다.
맨 가녁의 우측에 속하는 선이였다. 3상고압선은 좌우측선들을 먼저 띄운 다음 마지막으로 가운데 중심선을 늘인다. 이제부터 더 큰 전투가 기다리고있었다.
가양도에서는 불도젤 두대가 철탑의 오른쪽팔에 올린 고압선을 끌어당길 준비를 갖추고있었다. 그 힘은 거대했다.
그러면 명산포 1호철탑이 그쪽으로 휘여들거나 부러지지 않게 1호의 뒤쪽에 서있는 3개의 보조철탑들에 고압선을 한줄씩 물려주어 기본철탑을 보호해준다.
뿐만아니라 큰 철탑과 보조철탑들을 잡아주고 지지해주는 숱한 벌이줄들과 기구들이 동원되여 앞에서 당기는 힘과 대등한 힘으로 균형을 잡아주었다. 여러대의 권양기들이 팽팽한 쇠바줄들을 물고있다.
감시조성원들이 1호철탑과 보조철탑, 각종 장치물들, 거미줄같이 늘여놓은 쇠바줄들을 주시했다. 다들 숨을 죽인듯 했다.
명산포 1호철탑이 좀더 높은 벼랑산중턱에 있고 가양도의 2호철탑의 위치가 그보다 조금 낮은 산턱에 있어 불도젤들이 섬에 건너가 고압선을 잡아당겨내리게 했다.
철탑밑에서는 철탑우와의 대화를 기발신호로 주고받았다. 정준하는 휴대용전화기로 섬에 있는 건설직장장을 찾았다.
《명산포 말한다.》
《가양도 듣는다.》
《불도젤들 자기 위치에 정확히 들어섰는가?》
《들어섰다.》
《우측선 물었는가?》
《든든히 물었다.》
《산줄공들 철탑에 대기했는가?》
《전투준비 돼있다.》
《좋다, 당기라!》
가양도에서 두대의 불도젤이 고압선을 물고 끌어당기기 시작했다.
은빛고압선이 해빛에 번쩍번쩍 빛을 뿌렸다. 불도젤들이 끌어당기는 힘이 점점 커졌다. 뿌드등, 뿌드등… 철탑꼭대기에서 아츠러운 소리를 질렀다.
《가양도, 가양도, 속도조절하라. 너무 세게 당긴다. 미속, 미속으로…》
《알았다.》
얼마간 약하게 당기는듯 하다가 또 세게 당긴다. 두대의 불도젤이 서로 동일한 힘으로 보조를 잘 맞추지 못하는것 같았다.
고압선은 점점 더 팽팽히 당겨져 하늘높이 올라간다. 명산포1호철탑주위에 둘러선 감시조성원들이 예리한 눈초리로 탑웃부분과 장치물들을 쏘아보고있다. 가양도에서 불도젤들이 세게 당길수록 1호철탑과 장치물들에 늘여놓은 쇠바줄들이 벋디디고 진땀을 흘리는듯 아드등 아드등 쇠갈리는 소리를 질렀다. 보조철탑들도 같이 줄땀을 흘리는듯…
그것을 바라보는 최장근지배인의 얼굴에서 혈색이 바래졌다. 백지장처럼 된 얼굴이 이그러져 한손으로 긴 턱을 꽉 붙잡고있었다. 꼭 무슨 일을 칠것만 같아 신경의 오리오리들이 끊어질것만 같았다.
별안간 감시조성원의 목터지는것 같은 웨침이 사람들의 간담을 서늘케 했다.
《장치물쇠바줄이 끊어졌다!》
동시에 정준하의 급한 소리가 울렸다.
《가양도, 불도젤 정지하라.》
최장근이 정준하곁으로 다가갔다.
《기사장, 안되겠소. 오늘일은 이것으로 그만하기요.》
정준하는 지배인의 질린 얼굴을 안심치 않은 눈길로 바라보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