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43 회)

제 2 편

아름다운 밤

17

 

날은 흘렀다. 김평산줄반과 철탑조성원들이 랭한극복훈련을 매일 한 이후부터는 고도작업에서 애먹는 일이 훨씬 적어졌다.

정준하는 한결 마음이 놓였다. 그동안 명산포에 가서 전투지휘를 하던 그는 오늘 아침 다시 가양도로 건너왔다. 곧장 섬 돌출부의 벼랑가에 억세게 서있는 2호철탑으로 갔다.

철탑밑에서는 시퍼런 바다물이 철썩철썩 뛰놀았다. 그 한옆에서 김평이 산줄반원들을 세워놓고 작업조직을 하고있었다.

《윤수길, 우동화, 길창규동무들은 오늘도 철탑의 팔들에 애자달기를 계속할것.… 다음철탑밑에서 보조할 사람은 변종학, 송강림동무, 이상… 의견있으면 말하시오.》

송강림이 의아하여 김평을 쳐다보았다.

《반장동무, 저는 왜 철탑작업에서 제외시키오?》

《원래 오늘 송동무와 변동무는 하루 쉬우자고 했댔소. 쉬는셈치고 보조공을 좀 하라는거요.》

《일없습니다. 올려보내주시오.》

김평은 웃으며 타이르듯 말했다.

《됐소. 조직한대로 하라구.》

정준하는 김평의 말을 듣고서야 강림이를 너무 혹사시켰다는 생각이 들었다. 참, 저 사람은 여직껏 한순간도 쉬우지 못했어, 그저 늘쌍 어렵고 힘든 일을 앞장서 해제끼니 그의 몸은 무쇠인가부다 했구만.

철탑작업에 올라갈 인원이 오늘은 좀더 많아야 했다. 오전중으로 오늘 계획한 철탑작업이 끝나야 오후일을 순차에 따라 맞물릴수 있기때문이였다.

저쪽에서 건설직장장이 뽑은 직장고도작업성원들을 둘러보다가 《승호는 오늘도 못 일어났나?》 하는 소리가 얼핏 들렸다.

정준하는 그때에야 승호가 보이지 않는다는데 생각이 미쳤다. 그럼 승호가 며칠째 자리에 누웠단 소린가.

곧 숙소로 갔다.

방안에는 환자가 셋이였다. 두사람은 진짜감기에 걸려 고열에 시달리고있었다. 머리맡에 약봉지들이 널려있었다.

승호는 분명 몸살이 와서 누운것 같았다. 누구한테선가 얼핏 들으니 승호가 지금은 일하는것보다도 아침마다 웃옷을 벗고 하는 랭한극복훈련이 더 끔찍스러워 참기 급해한다고 했다.

(단련되지 못했으니 그럴수밖에 없지. 어쩌면 사람은 다 같지 않을가. 태평이는 그런 훈련, 그런 철탑작업조에 들어가지 못해 그러는데.)

정준하는 아버지로서 남들의 뒤꼬리잡이나 하는 아들의 행위에 격분도 하고 창피하기도 했지만 그 모든것이 다 자기 잘못으로 빚어진 후과라는 뼈아픈 자책으로 자신을 한스러워했다.

그렇긴 해도 이런 전투장으로 데리고나와 늦게나마라도 단련할 기회를 준것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려서부터 고생을 해봐야 똑똑한 사람이 된다는것은 생활이 가리켜준 철리이다. 그래서 초년고생은 금 주고도 못산다는 말이 생겼을지도 모른다.

둘러보라, 우리의 젊은 사람들이 얼마나들 씩씩한가. 웬만한 곤난같은것은 웃음으로 넘겨버리고 제 할바들을 찾아 주인답게 일하지 않는가.

그런 사람들과 대비해볼 때 승호는 어딘가 귀공자냄새가 난다는 뒤소리가 돌아가니 얼마나 수치스러운 일인가.

이제는 내 사위가 됐지만 아무리 눈여겨보아도 송강림이는 참사람이라는것이 날이 갈수록 더 느껴진다. 승호도 제 매부처럼 그랬으면 이 아버지가 얼마나 떳떳하랴.

그럴수록 아들이 남의 뒤꼬리잡이나 하는것을 보면 먼저 욕설부터 콱 터져나가려 한다.

지금도 정준하는 가슴속에서 불뭉치같이 울컥 터져나오려는것을 꿀꺽 삼켰다. 내가 이러면 안되지. 아무리 제 아들을 욕하는것이라 해도 곁에 누워 앓는 감기환자들도 그 욕을 자기것으로 받아들이고 일어날수 있다.

정준하는 숙소에 들어가 모포를 뒤집어쓰고 누워있는 승호의 두발을 말없이 쥐여흔들었다. 아들이 벌떡 일어났다. 누군가 했다가 아버지임을 보는 순간 고개를 떨구었다.

《옷 입고 나오너라.》

정준하는 입속말로 가만히 한마디 뇌이고는 먼저 문밖으로 나갔다.

얼마후 승호가 작업복차림으로 따라나왔다.

《어제 하루 몸풀이를 했으면 됐다. 오늘은 철탑작업인원이 더 많아야 한다. 빨리 고도작업준비를 하고 나오라.》

정준하는 군말없이 돌아섰다.

그가 몇걸음 걸어갈 때 송강림이 급히 마주왔다. 그는 격분한 장인이 처남을 또 욕질로 답새우는줄 알고 쫓아왔던것이다.

《아버님, 승호를 너무 내몰지 마십시오. 이렇게 힘든 일을 처음해보니까 몸이 무거워서 그럽니다. 그래도 이제는 수태 단련됐는데요. 철탑작업엔 승호대신 제가 올라갈테니 걱정마십시오.》

《안되네. 자넨 오늘 좀 쉬여야 해. 오죽하면 반장도 임자를 보조공으로 내려놨겠나.》

송강림은 싱긋 웃었다.

《글쎄 일없단데두요. 또 철탑작업규정에는 저렇게 기분이 흐려진 사람을 올려놓지 않게 돼있지 않습니까.》

그 말엔 정준하도 더 우길수가 없었다. 송강림은 승호한테로 다가가 천천히 나와서 자기 대신 보조공을 하라고 이르고는 철탑이 서있는 섬 돌출부쪽으로 뛰여갔다.

정준하가 철탑가까이로 갔을 때 강림이는 벌써 철탑꼭대기까지 다 올라갔다. 정말 펄펄나는 사람이다.

산줄공들과 고도작업성원들이 까마득한 철탑꼭대기에서 자유롭게 일손을 놀리고있는 모습을 밑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입이 헤자해서 교예구경하듯 올려다보았다.

그들중에서도 태평은 남달리 더 흥분했다. 자기도 저렇게 할수 있다는 생각으로 가슴이 울렁울렁 뛰였다. 남들이 다하는 저것을 내가 못해? 몸이 좀 둔해보이면 어쨌단 말이야. 나는 천성적으로 산줄공을 못한다는 김평이에게 언제건 본때를 보여줘야 할텐데… 나도 이름을 내고 영웅이 되고싶단 말이야.

정준하도 철탑우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며 흡족한 웃음을 지었다. 작업량으로 보아 한두명 더 철탑에 올라가면 좋을것 같았다.

더 올려보낼 사람이 없을가.

그가 사람을 골라보고있을 때 저쪽에서 건설직장장과 태평이가 주고받는 말이 들렸다.

《직장장동지, 철탑에 올라간 인원이 적어서 그러지요?》

《그래, 한명 더 올라가 송강림이를 보조해줬으면 좋겠구만.… 헌데 사람이 있어야지.》

이때란듯 태평이가 나섰다.

《제가 올라갑시다.》

《태평이가? 그 뚱뚱한 몸으로?… 미덥지 않아.…》

《쳇, 직장장동지도 김평반장 말하듯 하누만요. 철탑우에선 저만이 왕인것처럼 으시대면서 이 태평이를 여지없이 깔보지요. 나도 김평이만큼 용맹한 기질을 갖구있단 말입니다. 산줄공이 못돼서 그러지 철탑에 올라가 보조공이야 뭘 못하겠습니까.》

《그래 정말 자신있나?》

《쳇, 사람을 너무 숙보지 마십시오.》

《그럼 좋아, 준비하라구. 침착해야 돼, 흥분하지 말구.》

《직장장동지, 믿으십시오. 이 태평이가 아무려문…》

대답하기 바쁘게 태평이 철탑밑으로 달려가 안전바를 몸에 두르기 시작했다. 그것을 보고 정준하는 직장장에게 다가가 일없겠는가고 물었다.

《남과 같이 철탑작업 못하는걸 두고 늘 자존심 상해 그러지요. 소원을 풀어줘봅시다. 잘하면 계속 시켜보자구요. 철탑에 오르는 기능은 높으니까요.》

《직장장이 믿는다니 같이 믿어봅시다.》

이어 태평이 철탑우로 올라갔다. 뚱뚱한 몸 봐서는 놀랍도록 날래고 오르는 솜씨가 여간만 익지 않았다. 정준하는 그 모습을 보고 머리를 끄덕끄덕했다. 직장장의 얼굴에도 웃음이 피여올랐다.

시간이 흘렀다. 어느덧 점심때가 되였다. 철탑우에서도 작업을 거의 마무리했다. 오후에 한두명이 올라가 조금 더 하면 끝내게 됐다.

김평과 함께 고도작업성원들이 철탑에서 천천히 내려오기 시작했다.

이때 다들 더 침착하고 긴장해야 한다. 누구나 철탑에 오를 때는 약속이나 한듯 긴장해진다. 다 올라가서 작업을 할 때는 안전바를 든든히 매기때문에 마음을 놓고 일한다.

작업이 끝나고 내려갈 땐 다들 안전바줄을 풀은데다 일을 다 했다는 안도감이 앞서면서 긴장감이 풀어지기 쉽다.

이런데로부터 실로 예상치 않았던 일이 부지불식간에 일어났다. 고도작업성원들이 다 내려가고 맨우에 올라갔던 송강림이와 같이 손맞춰 일하던 태평이가 마지막으로 내려오고있었다.

그들이 침착하게 내려올 때 태평이가 철탑밑에서 설설 끓는 검푸른 물을 내려다보며 순간 눈을 헛팔았는지 사재를 잡으려던 한손을 헛짚으며 몸을 기우뚱했다.

그것을 얼핏 본 강림이가 새처럼 몸을 날리며 그의 몸을 막아주어 태평이는 간신히 다시 옆사재를 붙잡을수 있었다.

그러나 위기일발의 순간, 동무의 위험을 막아주는 찰나에 제몸의 균형을 놓친 송강림이 철탑사이로 내리꽂혔다. 밑에서 올려다보던 사람들의 입에서 일시에 비명이 터졌다.

송강림은 자기의 두손이 붙잡으려던 사재를 놓치는 순간 떨어지는 몸의 균형을 날래게 바로잡으며 물에로 뛰여드는 기본동작을 번개같이 취했다.

이것은 다년간 해군복무시절에 바다물에 뛰여드는 훈련을 많이 한데다 이 동작을 특별히 더 잘해서 전대의 물에 뛰여들기선수로 뽑혀다닌 남다른 경력이 있어 당황하지 않은것이였다.

송강림은 두팔과 손을 앞으로 쭉― 내뻗치고 두다리를 뒤로 일직선이 되게 펴서 꼭 날아가는 물고기형태를 짓고 바다물속으로 첨벙 사라졌다.

정준하는 너무도 창황중에 벌어진 일이여서 얼이 나간듯 두눈을 딱 감았다가 떴다. 얼굴이 초빛으로 하얘졌다.

물속으로 사라진 강림은 어데로 갔는가. 사람들은 다들 그가 물에 떨어진 자리만 지켜보며 손에 땀을 쥐고 발을 동동 굴렀다.

한참 후에야 송강림은 저기 앞쪽에서 솟구쳐올라 능숙하게 헤염쳐나가더니 물가운데에 둥둥 떠있는 집채같은 얼음장우에 기여올라갔다.

그리고는 거기에 반듯이 드러누웠다.

정준하는 송강림을 실어오도록 급히 발동선을 출동시켰다. 사람들이 숙소에 뛰여가 갈아입힐 옷과 내복, 모포를 한아름안고 발동선에 뛰여오를 때 정준하도 같이 탔다.

기관선이 만속으로 내달렸다.

얼음장앞에 다달은 발동선이 조심히 다가가 넓다란 발판을 내려보냈다. 김평, 태평이와 몇몇이 내려가 송강림을 업고 배우에 올랐다.

선원실에 강림이를 데리고 내려가 마른 수건으로 온몸의 물기를 닦아주고 내복과 옷을 갈아입혔다. 모포로 몸을 두툼하게 가리워주었다.

정준하가 근심어린 어조로 물었다.

《어떠냐? 어데가 아프냐?》

송강림은 새파랗게 얼었던 입술이 녹고 몸에 온기가 퍼지기 시작해서야 제대로 말을 했다.

《일없습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정말 어디 상한데는 없나?》

《없습니다. 그 정도의 높이는 제가 물에 뛰여들군 할 때의 최고높이와 비슷했습니다. 그저 갑자기 비상정황이여서 순간적으로 당황했댔습니다. 하지만 훈련을 하도 많이 했던 몸이여서 제꺽 균형을 바로잡을수 있었습니다.》

송강림은 애써 웃어보이였다.

발동선이 명산포구에 닿자 송강림을 자동차에 태워 가까운 해창군병원으로 보냈다. 무슨 후유증이 없는가를 두고봐야 했던것이다.

김평, 태평이와 가까운 친구들이 군병원으로 같이 갔다. 그곳 병원에서 진찰해보고 미타하면 저리 도병원으로 들어가겠다고 했다.

그들을 떠나보내고 정준하는 전투지휘부에 들어가 앉았다.

너무도 놀라서인지 아직도 가슴이 진정되지 않았다. 그가 잠간 앉아있을 때 건설직장장한테서 전화가 왔다. 송강림의 상태가 어떤가고 물었다.

《방금 군병원으로 갔소. 우리 보기엔 일없는것 같은데도 의사들의 진찰을 받아봐야 안다고 하오.》

직장장은 속상해했다.

《정말 일없어야 할텐데… 기사장동지, 오늘 실수는 제가 했습니다. 태평이한테 철탑작업을 시키지 말았어야 했을걸 그랬습니다. 미타한걸 올려보냈더니 끝내… 에―이참…》

《처음으로 승인받고 철탑작업을 해보는 기쁨에 둥 떴던것 같소.》

《그런것 같습니다. 그만큼 침착하라구 일렀는데도 귀등으로만 듣구…》

《그렇다고 태평이를 욕하거나 동무들이 비난하게 하지 마우. 영웅심리에 불타던 사람으로서 지금 얼마나 마음이 무겁겠소.》

몇시간 지나서 김평과 태평이네들이 군병원에서 돌아왔다. 의사들의 말이 지금은 별일이 없다면서 며칠 두고 감시해봐야겠다고 한댔다. 그 말에 막혔던 숨이 열리는것 같았다.

태평이가 어깨를 한발이나 떨어뜨리고 정준하앞에 나섰다.

《기사장동지, 처벌해주십시오. 한생에 씻지 못할 죄를 졌습니다.》

정준하는 그러지 말라고 했다.

《오늘 고도작업을 처음해보는 희열로 흥분했던것 같구만.》

《철탑에 올라가 강림동무와 손맞춰 일을 잘하고나니 나도 이런 일에 자신있다는 기쁨으로 해서 들떴댔습니다. 침착하지 못하다나니 어느덧 긴장감이 풀렸댔는가 봅니다. 강림동무가 아니였다면 제가 어떻게 될번 했습니까. 저는 강림동무가 물에 뛰여들기선수라는 말은 들었어도 그처럼 유능한줄은 몰랐습니다.》

기사장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타일렀다.

《태평동무, 오늘 실수를 했다고 해서 옹색해하거나 주눅이 들어서는 안되오. 그럴수록 일을 더 잘하면 되오.》

태평의 두눈에 눈물이 그득히 고이였다. 그는 고개를 푹 숙이고 돌아섰다.

…갑자기 벌어진 송강림의 일에 정준하 못지 않게 놀란 사람은 승호였다. 철탑밑에 말뚝처럼 서있는 그의 얼굴이 해쓱하게 질리였다. 하늘이 빙빙 도는것 같은 환각을 느끼였다. 어지러워 두눈을 꽉 감았다.

눈을 떴을 때는 발동선이 매부를 싣고 명산포로 건너가고있었다. 송강림이를 태운 자동차가 해창군병원으로 간 다음 승호는 홱 몸을 돌렸다.

(죄인은 나다!)

그는 직장으로 달려가 누구도 모르게 고도작업준비를 해가지고 혼자 철탑으로 올라갔다. 자기가 해야 할 일을 매부가 하다가 그런 일을 당했으니 남은 일이라도 제가 마저해야 죄가 보상될듯만싶었다.

직장장이 알고 달려와 내려오라고 해도 들은척 하지 않았다. 시간이 흘러 일을 끝내고야 내려왔다. 그래도 마음은 진정되지 않았다.

점심도 먹지 않았다.

오후 한겻을 어떻게 보냈는지 자신도 의식하지 못했다. 그는 죄의식으로 하여 숨도 크게 쉬지 못하였다.

밤에도 잠들지 못하고 모대겼다.

매부는 순전히 나때문에 그런 불행을 당했다. 사실 오늘 매부는 반장의 지시로 철탑밑에서 보조공으로 휴식삼아 일하게 돼있지 않는가.

그런걸 내가 자빠져있었기때문에 그만 일이 벌어졌다.

당초에 내가 스스로 말썽없이 일을 나갔더라면 매부가 철탑에 오르지 않았을것이 아닌가. 내가 올라가야 할 자리에 매부가 올라갔다가 불행을 당했으니 이 일을 어쩌면 좋단 말인가.

매부는 나같은것 열명을 줘도 바꾸지 못할 그런 사람이다. 아, 내가 지금껏 사람구실을 똑똑히 못한데서 귀결된 일이구나.

내가 학교를 졸업하고 나와서부터 어떻게 놀아댔던가. 나를 그토록 도와주고 위해준 처옥이를 의식적으로 멀리하면서 전기공학을 전공한것을 얼마나 후회했던가.

전기공학을 해서는 먹을알이 없다고 이제라도 내 발로 먹을알 있는 부문으로 옮겨가자고 들떠다니지 않았던가.

여기 전투장에 나와서도 일이 힘들고 몸이 아프다 하여 집으로 가기까지 했댔지. 얼마나 정신적으로 나약했는가. 아버지의 노성, 탁수환아바이의 책망, 직장사람들의 비판… 매부가 나한테 성실한 인간이 돼야 한다고 얼마나 말해줬던가.

속상해하는 부모님들의 얼굴을 잊을수 없다.

처옥이도 진심으로 나를 충고하지 않았던가. 처옥이같은 처녀를 내가 어데 가서 또 만난단 말인가.

정말 처옥이 앞에서는 내 너무도 량심없는 인간이였다. 그렇게 살던 나머지 오늘은 매부한테까지 한을 남길 그런 일을 저지르지 않았던가.

지금쯤 병원에 간 매부는 어떻게 됐을가. 제발 무사해야 할텐데. 경애누이가 알면 얼마나 놀랄가.

동무의 생명을 구원하기 위해 자기 목숨을 내대다니. 그런 정신적높이를 가진 사람을 가리켜 고상한 인간, 참된 인간이라고 할테지.

매부는 그렇게 높은 위치에 서있는 사람이구나. 매부라는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은 너무도 비렬한 인간이였다.

처옥이가 나를 많이도 욕했을테지.… 용서하자고 할는지. 그 처녀가 다시 나를 받아들인다면 그곁에서 잠시도 떨어지지 않을테다.

내가 매부처럼 성실하고 똑똑한 사람이 될 때 아버지, 어머니가 얼마나 기뻐하랴. 내가 정녕 그렇게 살수 있을가.… 살수 있을가.… 살수 있을가.… 새벽녘에야 소릇이 잠들었다.

다음날부터 승호는 말이 없는 사람이 되였다.

수걱수걱 일만 하며 우울하여 날을 보냈다. 무슨 말을 할 때도 침울한 표정을 짓고 한마디씩 뜨직이 했다.

새벽마다 기상하여 랭한극복훈련에 참가하는것도 묵묵히 빠짐이 없이 성실했다. 그는 배고프다는 소리도, 일이 고되다는 소리도 한마디 안했다.

승호의 변화돼가는 모습을 늘 예리하게 살피는 고운 눈이 있었다.

그것은 처옥이였다.

아버지 정준하는 모르는척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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