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41 회)

제 2 편

아름다운 밤

15

(2)

 

그가 명산포에 도착했을 때였다. 전투지휘부에 들어가니 최장근이 도송배전부에 전화를 하며 누군가에게 욕을 하고있었다. 그는 정준하를 보자 어서 앉으라고 손짓을 하며 하던 욕을 다하고서야 송수화기를 놓았다.

《기사장, 이번길에 정말 수고많았소. 나는 더 할 소리가 없구만.》

최장근은 자기의 절충안을 끝내 반대하고 나선 정준하가 걸린 고리를 풀고야만것을 보고 게면쩍은 생각이 들어 하는 말이였다.

《수고랄게 있습니까. 식량수송은 어떻게 됐습니까?》

《다 실어들였소. 큰 시름이 풀렸소.》

그들은 담배를 한대씩 피웠다. 최장근은 공사장일은 별다른것 없이 잘된다고 했다. 탁수환이가 두팔걷고 와닥닥 숙소개변을 시켜 명산포륙지조 사람들도 이제는 더운 방에서 산다고 했다. 정준하는 그것이 더없이 기뻤다.

《탁수환동무는 무슨 일이나 담차게 해제끼는 실속있는 사람입니다.》

이때 밖에서 두사람이 언성을 높이며 전투지휘부로 들어왔다. 보아하니 지배인을 만나러 온것 같았다. 경리과장과 운수직장장이였다.

그들은 기사장이 출장에서 돌아온것을 보고 인사들을 했다. 그러면서도 낯빛들은 좋지 않았다. 경리과장이 먼저 지배인에게 입을 열었다.

《이거 어쩌면 좋습니까. 오늘도 콩을 실어올것 같지 못합니다. 운수직장장 말이 나갔던 차들이 밤에나 올것 같답니다.》

최장근이 운수직장장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왜 차들이 그렇게 늦어지오?》

《고장이 나서 고쳐가지고 오느라고 그럽니다.》

(콩은 아직 못 실어왔는가?)

정준하는 입귀를 실룩했다. 입이 쓰거웠다.

최장근이 경리과장을 훑어보았다. 이어 욕설이 터졌다.

《동문 뭘하는 사람이요? 운수직장장이 차를 보장 못해주면 동무가 자체로 구해서라도 콩을 마저 끌어들여야 하지 않소. 꼭 자동차를 금상에 받쳐서 안겨줘야 뛰겠소?》

경리과장이 억울하다는듯 울상을 지었다. 더는 참을수 없는지 왈칵했다.

《지배인동지, 그렇게 한입가지고 두말을 하면 저도 할 소리가 많습니다. 차라리 처음부터 저더러 차를 구해서 실어오라고 했으면 이미 다했습니다. 그러나 지배인동진 식량과 콩을 싣는건 운수직장에서 맡아 차를 댄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식량을 다 실어오고 콩을 실어야 할 땐 이 직장장동무가 뚝 잘라먹고 나무실으러 내보냈습니다. 그런데 지배인동진 어째서 운수직장장의 무책임성은 추궁하지 않고 저보고만 해봅니까. 왜 그러는지 저도 압니다.》

《무슨 말이 많소, 일은 찾아하지 않고.》

지배인은 무작정 경리과장만 몰아댔다.

정준하는 화가 나서 운수직장장을 쏘아보았다. 조용히 입을 열었다.

목소리는 낮으나 맵짜게 울렸다.

《왜 지배인동지의 지시대로 움직이지 않았소. 콩까지 실어오라는 지령을 어째서 잘라먹고 자의대로 행동했는가 말이요?》

《식량을 실어들인 후 콩은 급한게 아니여서 나무부터 실은 다음 싣자고 했습니다. 공사장에 나무가 떨어져가더라니…》

정준하는 더 참을수가 없어 언성을 높이였다.

《콩은 급한것이 아니라구?… 누가 동무한테 마음대로 지령을 변경시키라고 했는가. 지휘관들은 동무만큼 실정을 몰라서 콩부터 실으라고 한줄 아는가. 틀려먹었소… 그 콩은 놔두시오. 내가 실어오겠소.》

경리과장이 급해서 얼른 나섰다.

《기사장동지, 걱정마십시오. 오늘중으로 실어들이겠습니다. 사실은 소금실으러 갈 차가 있긴 있습니다. 소금 한차 실어오고 콩을 실어도 되겠는데 이 직장장이 어찌나 기업소차를 가지고 제집것처럼 재세를 하는지 눈꼴이 시려 못 보겠습니다.》

《그럼 그 차로 콩을 빨리 싣도록 하오.》

두사람은 밖으로 나갔다. 그들의 일로 하여 지배인도 기사장도 다 기분을 잡쳤다. 지배인이 경리과장만 욱박지르고 실지 잘못한 운수직장장은 두둔했으니 이것이 옳은 처사인가.

언제보나 운수직장장은 행동이 느린 반면에 앞에서는 대답하고 뒤에 가서는 제멋대로 하는 구멍투성이인간이였다. 그런다고 책임을 따지면 부속이 없소, 차가 낡았소, 휘발유가 없소 하고 굼때버리면 그만이였다. 그래서 언젠가 건설직장장도 이 사람을 되게 쏘아준적이 있었다.

운수직장장의 사람됨됨을 잘 알아 그전에는 지배인, 기사장이 엄격히 추궁하고 닥달을 시켜 어지간히 나아졌댔는데 2회선개조작업때부터 그 버릇이 되살아나기 시작했다. 그 리유는 하나였다.

아까 경리과장도 얼핏 비쳤지만 지배인과 운수직장장이 사돈이 되면서부터였다. 몇달전에 최장근의 친조카딸이 운수직장장의 며느리가 됐다고 한다. 그때부터 지배인은 이 직장장을 다불러대지 못하고 어루만지기만 했다. 사람이 돼먹었으면 그럴수록 지배인의 립장이 딱하지 않게 일을 더 잘해야 했으나 설익은 인간이다나니 더 안하무인으로 놀았다.

정준하는 아무래도 참을수가 없었다. 그래, 말해줘야 한다. 더 덮어둘수 없다.

《지배인동지, 운수직장장을 그렇게 다루어서는 안될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사돈간이라도 상하간의 등급을 엄격히 세우고 한가지 원칙으로 요구성을 높여야 할것입니다. 사는 사고 공은 공입니다. 오늘도 엄연히 직장장이 잘못했는데도 경리과장만 몰아대니 왜 반발하지 않겠습니까. 그러면 집단의 단합에 큰 저해를 가져온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가져다 먹으라는 콩까지도 아직 못 실어오지 않았습니까.》

최장근은 골살을 짓고 한손을 홱 내저었다.

《언제보나 경리과장은 말이 많단 말이요. 말이 많으면 실속이 적소. 리해성도 부족하오. 자동차라는거야 아침에 오겠다고 하던게 저녁에 올수도 있는게지.》

정준하는 허구픈 웃음을 지었다.

《지배인동지, 운수직장장의 사람됨은 한가지만 놓고봐도 알수 있습니다. 그는 아무데나 가앉으면 우리 지배인이 자기와 찰떡같은 사돈이라고 선전한다면서 사람들이 뒤에서 웃습니다.》

《남의 말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이 못하는 소리가 없구만. 그 직장장이 무슨 말끝엔가 한두마디 그래봤겠지. 좌우간 알겠소. 힘들게 해주는 말인것만큼 참작하겠소.》

최장근은 언덕이마에 결기가 뿌옇게 돋아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는 헛기침을 두어번 하고는 밖으로 나가며 한마디했다.

《내 가양도에 건너가겠소.》

이어 정준하도 전투지휘부를 나섰다.

 

×

 

정준하는 공사현장을 돌아보러 철탑조립장으로 걸어갔다.

그는 명산포바다가의 발동선에서 장유상이 내리는것을 보고 걸음을 멈추었다. 당비서도 멀리에서 기사장을 알아보고 한손을 들어보이였다. 당비서의 이 동작은 흔치 않은것으로서 기쁜 일이 있을 때만 그렇게 표시하는것이였다.

(무슨 좋은 일이 있는 모양이구나.)

두사람은 물결이 철썩철썩 굼니는 바다기슭에서 만났다.

《가양도에 가있었습니까?》

《예, 기사장동무가 왔다고 해서 건너오는 길입니다.》

《허― 제가 건너가려댔는데요.》

《기사장동무, 이번 출장길에 큰일을 했습니다.》

《좋은 사람들이 다들 잘 도와준 덕입니다.》

그는 출장경위에 대해 말했다. 룡산까지 갔던거며 성에 들어가 조형례국장을 만났던 이야기도 자세히 했다.

장유상은 즐거이 머리를 끄덕이였다. 이어 그가 입을 열었다.

《기사장동무, 기쁜 일이 생겼습니다.》

《그래요? 무슨?》

《상급당에서 탁수환동무의 입당을 비준했습니다!》

《하하, 그것참 기쁜 일이군요. 탁수환동무가 얼마나 좋아하겠습니까. 그래서 비서동무의 얼굴이 환해졌군요.》

정준하는 자기가 입당할 때만큼이나 기뻤다. 이것은 그의 진심이였다.

《그럼요. 우리 당위원회에서는 래일 가양도당세포에서 탁수환동무를 입당시키기로 결정했습니다.》

《가양도에서 입당을요? 그것참 의의가 크겠습니다. 그러면 굳세고 대바르게 살아온 인간에 대한 찬사로 공사장의 공기가 뜨거워지겠습니다.》

《그렇게 될겁니다. 얼마나 좋은 일입니까.》

장유상의 너부죽한 얼굴에 희열이 넘쳐 마주보는 사람의 마음을 즐겁게 했다.

이튿날 정준하는 가양도에 건너가 전투원들과 함께 일했다. 철탑앞의 지대정리를 했다. 앞으로 고압선을 걸고 끌려면 불도젤이 나갈 길들을 틔워줘야 했다. 종일 곡괭이질, 메질로 언땅을 까고 흙을 날랐다.

저녁에 일이 끝난 다음에도 정준하는 작업장을 돌아보고 마지막으로 떠났다. 그때 저앞에서 탁수환이가 달려왔다. 그는 흥분으로 높뛰는 가슴을 들먹이며 말을 더듬거렸다.

《기사장동지, 제가… 제가 방금 입당했습니다. 조선로동당에 입당했습니다!》

《탁동무, 축하합니다. 열렬히 축하합니다!》

정준하는 활짝 웃으며 탁수환의 손을 굳게 잡아주었다. 탁수환의 두볼로 감동의 눈물이 흘러내렸다.

《기사장동지, 제가 입당까지 할줄이야… 저는 무슨 큰 위훈을 세운것도 없습니다.》

《그건 탁동무가 지금껏 생을 참모습으로 살아왔기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위훈을 세웠으면 더욱 좋지요. 그러나 하루같이 실속있고 담대한 사람으로 살며 조국을 받들어온것도 위훈만 못지 않은 값이라고 봅니다. 그래서 당조직에서도 그것을 높이 평가하여 입당시킨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일을 더 잘합시다. 아버지가 영예로운 조선로동당원이 됐으니 누구보다도 딸이 더 기뻐하겠습니다.》

《예, 물론이지요. 제가 오늘 당원이 된건 집단이, 동지들모두가 믿어주고 사심없이 도와준 덕입니다. 잊지 않겠습니다. 나는 지금 너무 가슴이 벅차서 제정신이 아닌것 같습니다.》

탁수환은 젊은이들처럼 바다기슭으로 냅다 달렸다.

그 모습을 보며 정준하는 같이 흥분하여 껄껄껄 웃었다.

그 웃음은 탁수환에게 보내는 아낌없는 축복이였다.

출렁이는 물결조차 오늘은 자기를 축하해주는듯만싶었다.

너희들도 나의 기쁨을 알아 그리도 즐겁게 춤을 추는것이냐.

흥분으로 한껏 취한 수환은 마치 자기가 꿈속을 거닐고있는듯 했다.

정말 이것이 꿈이 아닌가. 엉치살을 꼬집어본다.

분명 아프다, 아프면 꿈이 아니라는것이지…

문득 방망이같은것이 내 이마를 세차게 친다.

네가 무얼 잘했다고 이 영광의 자리에 앉았단 말인가.

그럴수록 흥분하여 들뜨지만 말고 앞으로 진짜당원답게 위훈을 세울 각오를 다지는게 마땅할것이 아니냐. 옳다, 누군가가 나에게 옳게 가도록 이끌어주는구나.

오― 바다여, 네 격랑을 일으키는 파도가 얼마나 드세냐, 얼마나 억세냐, 나도 너처럼 한생을 내 조국을 받들어 드팀없이 가리라, 너처럼 드세게, 억세게 살리라…

탁수환은 저녁식사시간이 지났다는것도 잊고 오래도록 바다기슭으로 씨엉씨엉 걸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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