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 회) 

 

3. 치악산전설

 

명주 주조 구득은 삭주(춘천)로 가서 도독을 만났다.

《북원의 량길을 칠 계획을 가지고 왔다.》고 그는 말했다.

삭주 도독은 별로 달가워하지 않았다.

그의 치하에 있는 삭주가 북원경과 린접해있고 그 북원에서 량길이 나라의 관리를 죽이고 들고일어났다는것도 모르지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제가 무슨 미욱한 충신이라고 북원을 칠 생각까지는 없었던 삭주 도독이다. 그런 일은 나라에서 어련히 하지 않으리. 만약 조정에서 북원의 도적을 쳐라 하면 모를테지만 자기 관할도 아닌 북원에서 란이 일어났다 해서 거기에 코를 내밀고싶지는 않은것이다. 소뿔도 각각, 념주도 각각이다. 북원의 란을 놓고 말하면 먼저 죽어야 할 놈은 그 북원을 다스리던 벼슬아치들이다. 어떻게나 못나게 놀았으면 베잠뱅이들이 들고일어나게 만들었나 말이다. 이런 삭주 도독이고보면 북원의 도적칠 생각보다 먼저 이 삭주자체를 잘 다스려야겠다는 결심이 앞섰다.

한 일년 북원이 잠잠해있더니 요새 들어와 주천, 나성, 울오 등지로 쳐들어간다는 소리를 듣고서 삭주 도독은 《그러면 그럴테지.》 하고 코웃음쳤다. 《이놈들, 어디 내 관할인 삭주로 들어왔단 봐라. 혼쌀낼테다.》 하고 벼르고있는걸 알기나 하는지 이쪽으로 범접 못하고 명주쪽으로 쓸어간다는걸 듣고 도독은 자기의 판단과 결심이 백번 옳았다는것을 절감했다. 《내 터, 내 곳부터 잘 지켜라! 그게 나라에 충실하는것이요, 란을 바로잡는 길이다.》 하고 때없이 아래것들에게 훈시하는 삭주 도독인데 명주에서 주조가 헐레벌떡 달려왔으니 이는 틀림없이 구원을 청하자는 소리일시 분명하겠고 그러면 배 내밀고 받아들이게끔 된것이 삭주 도독의 처지이다.

그런데 뭘 《북원칠 계획?》 쥐도 궁지에 몰리면 고양이다리를 문다더니 명주가 혼쌀나는게로구나.

《어떤 계책이요, 북원을 친다는것이?》 하고 도독은 턱을 내밀며 물었다.

《딴게 아니고 북원의 적이 한참 동쪽으로 나가 주천, 나성, 울오를 습격하고있다는건 다 아실 일이고…》

《에 알고있소. 우리도 귀가 있고 눈이 있으니께니… 그런데 뭐요?》

《그러니 지금 북원이 텅 비여있다 그 말씀이오이다.》

《텅 비였다? 그게 사실이요?》

《사실이옵니다. 그러니 이때를 타서 삭주 도독께서 한번 령을 내려 군사를 내시면 도적들의 뒤통수를 치는것으로 되지 않소이까? 북원 동쪽에 정신이 팔려있는 도적의 뒤통수를 치는건 별로 힘들일것도 없이 삭주 도독나리의 위엄을 떨칠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고 나라의 근심을 덜어주는 갸륵한 일이라 만대에 길이 남을 일이오이다.》

삭주 도독은 쩝쩝 입을 다셨다.

북원 동쪽으로 정신이 팔린 도적의 뒤통수를 친다! 것 또 새거다. 뭐 별 신통한 꾀가 있겠나 했는데 듣고보니 정 틀리는 수작같지는 않다.

《그럼… 명주는 뭘 하는거요?》 하고 삭주 도독은 의심스럽게 물었다.

이게 자칫 잘못하다간 남좋은 일만 해주는 싱거운노릇이 될수 있다.

《만약 삭주가 북원을 칠것 같으면 우리 명주도 맞받아 북원을 칠 결심이오이다. 이렇게 협공하면 도적들이 독안에 든 쥐신세가 될것이오이다.》

명주 주조 구득은 두손을 써가며 말했다.

《믿을수 있을가?》

삭주 도독은 여전히 미심쩍어했다.

《우리 도독의 담보를 가져왔소이다. 여기…》

구득은 서둘러 문서를 꺼냈다.

《좋아! 조정에 북원도적을 친다는 보고를 올리고 곧 그리 하세!》

삭주 도독은 선뜻 결심했다.

삭주 도독은 다음날로 록효현(홍천)의 삼천당부대를 북원으로 진격하도록 명령했다. 삼천당은 운무산줄기의 큰 삼마재를 넘어 북원을 바라고 횡성으로 들어왔다. 그 삼천당부대는 명주의 눈치를 봐가며 북원을 치려고 하였기때문에 걸음이 빠르지 못했다.

량길이 이 소식을 들은것은 여느때와 같이 소경관아에서 정사를 보고있던 때였다.

《끝내 터졌구나!》 하고 량길은 대뜸 파랗게 질렸다.

량길은 될수 있으면 이전처럼 있었으면 하였다. 북원의 젊은이들이 들고일어나 칙사를 잡아죽였을 때도 량길은 더럭 겁이 났다. 자는 범의 코를 쑤셔놓는 격이다. 이제 나라에서 쳐나오면 꼼짝없이 죽을판이였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나라에서는 꼼짝 안했다. 《어떻게 된거야?》 량길은 조심스럽게 절충식으로 움직였다. 《백성이 있는 곳에 한시도 정치가 없어서는 안되니 이 량길이 잠시 맡아하노라!》 하였다. 이를테면 죄를 따질 때 저는 주동이 아니고 그저 피동에 섰다는, 마지못해 그리되였다는 명분을 세우자는것이였다. 무슨 일이 일어나면(량길은 나라가 죄를 따지는 그 일이 꼭 일어날것이라고 보았다.) 그것 또한 무섭고, 그렇다고 지금 무작정 피하고싶지는 않은, 손해리익을 량손에 쥐고 수염을 쫑긋거리는 촌주였다. 약은 꾀쟁이였다.

한두번 해보니 그건 또 그대로 재미가 있었다. 자리를 척 꾸미고 앉아서 이건 이렇고 저건 저렇다, 이건 벌 주고 저건 상 주라 하면 예잇 하고 제 말대로 척척 따르는게 여간 재미있지 않았다. 정사라는게 요 재미로구나, 벼슬이라는게 요 재미야, 세치 혀를 놀려 사람을 쥐였다놓았다하는 요 재미!

량길에게는 꿀맛이였다. 그러면서 날이 흘렀다. 그런데 재미난 곳에 범난다던지 한창 신나게 이 북원경이라는 곳의 정치를 주무르는 판에 삭주에서 쳐나온다지 않나?

량길은 그때 엉뚱하게도 궁예라는 외눈깔놈에게 군사를 주어 여기저기 쑤셔놓은걸 후회하였다.

그러나 엎지른 물이였다.

량길은 그날로 황급히 령원산성으로 들어갔다. 령원산성(嶺原山城)은 치악산 남쪽등성이에 있는 성으로서 들리는 말에는 신라 30대 문무왕때 돌로 쌓았다 한다. 둘레가 3 749자로 그안에 큰 우물이 하나, 작은 샘이 다섯 있으니 신문왕 5년에 쌓았다는 북원경의 성보다 거의 3배가 넘는다.

령원산성에 들어간 량길은 궁예를 불러오도록 급보를 띄웠다.

울오(평창)방향에 나가 아흔아홉굽이 재를 넘어 하슬라를 덮칠 기회를 엿보고있던 궁예는 그날로 령원산성으로 돌아왔다.

《내 뭐라고 했나? 그만큼 자중하는게 상책이라 했는데 들구나가 쳐야 한다고 부득부득 우기더니… 이제 삭주에서 쳐나오니 어쩔셈인가?》

량길이 엉뚱하게 신경질 살리는 바람에 궁예는 얼떨떨해졌다. 여러 고을을 들이쳐 얻은 전리품을 보낼 때 좋아좋아 하던건 뭐고 이제 바스락소리 한번 나자 별안간 날 잡아먹을 소리부터 해대니 궁예로서는 어처구니없을뿐이였다.

삭주 도독이 쳐나온다면 또 어쨌단 말인가? 한번 붙어보는것이지. 이건 싸워보지도 않고 벌써 죽는 시늉부터 해대는것이다. 우는소리하면서…

그때 궁예는 불쑥 고마와 있었던 일이 떠올랐다.

《하슬라를 차지하자는건 저도 찬성이오이다. 그런데 그게 그렇게 쉽지 않을것이오이다.》 하고 고마는 말했다.

궁예는 코웃음쳤다.

《이제 두고보게. 한두달내에 하슬라를 타고앉지 않나…》

《그럼 좋고… 만약 하슬라를 먹기 전에 삭주에서 쳐나오면 어찌겠소이까?》

고마의 말에 궁예는 도리머리쳤다.

《삭주에서 쳐나와? 흥! 한번 떴다 하면 벼락이 나겠는데 언제 삭주요 뭐요 할새 있을라고…》

《장군!》 하고 고마가 깍듯이 불렀다. 아직 수하에 백여명의 군사를 거느리고있는, 그것도 남의 군사를 빌린것에 불과한 궁예를 《장군》이라 부르는 고마의 속은 벌써 앞날이 마련되여있었다.

《장군! 일이란 어찌될지 모르오이다. 앞으로 있을수 있는 정황을 생각해두는것이 나쁘지 않소이다. 그래야 정작 일이 터지면 당황하지 않고 그때그때 대책을 세울수 있지 않겠소이까?》

궁예는 이것저것 깊이 따져보는것을 좋아 안했다. 생각이 곧 결과는 아니다. 그리고 무슨 일에나 다 잘못한것과 잘한것이 있기마련인데 그때그때 닥쳐서 싸우는것이지 언제 한가하게 옴쟁이 뭐 주무르듯 한단 말인가.

하지만 고마가 물어오는것이니 피할수도 없었다.

《좋아, 그렇다면…》

궁예는 고개를 끄덕이였다.

《삭주가 쳐나오면 나로서는 마침일세. 삭주와 싸우는거지.》

《어떻게 말이오이까?》

《어떻게라니? 삭주로 달려가 싸우지.》

《그럼 하슬라는?》

《그건 내버려두고 먼저 집적대는것부터 조기는거야. 사정보지 말고…》

고마는 웃었다. 궁예가 생각없이 하는 말이다. 진작 그런 정황에 닥치면 궁예는 또 꾀를 내놓을것이다.

《장군은 재미없는 모양이시오이다.》

궁예는 속을 보인것이 어색했다.

《그래, 고마가 말해보게. 만일 그런 일이 벌어지면 어떻게 했으면 좋겠나?》

《한쪽은 속이고 한쪽을 쳐야지요. 하슬라는 쫓기우던 적이라 속이는것이 좋겠고 삭주쪽은 치는것이 좋겠소이다. 중요한건 속이는 적에 대해서도 준비는 갖추고있어야 한다는것이오이다. 두 적이 서로 짜고 협공할수 있기때문이오이다.》

《난 복잡한건 싫어놔서…》

《그러실것이오이다. 물론 그런 일이 꼭 생긴다고 볼수는 없지요. 다만 그런 일이 있을수 있다고 미리 대비해놓는것이 좋겠다 하는것이오이다.》

《설레발이가 하나하나 발이 어떻게 움직이나 보려 하다가는 아예 움직이지도 못해.》

《여담이오이다. 장군은 수수께끼풀기를 좋아하지 않는것 같소이다.》

《그래그래.》

두사람은 서로 마주보며 웃었다.

그때 궁예는 고마라는 녀석은 너무 생각이 많은것이 탈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얄궂게도 고마가 내다본 그대로 일이 터지고있다.

《어쩔셈인가, 엉? 이제 와서 입다물고있으면…》

량길이 발을 구르는 바람에 궁예는 고마에 대한 생각을 접었다.

《걱정마시오이다.》

궁예가 말했다.

《걱정말라? 듣긴 좋은데 어떻게 걱정말라는건가? 발등에 불이 떨어졌는데도…》

제일 보기 딱한게 무슨 일이 닥쳤을 때 힘없는 늙은이가 안달아하는것이다. 여느때는 그렇게도 점잔떨던 량길이 할미새 꼬랑지 촐싹이듯 파들파들 떠니 궁예는 허거펐다.

삭주와 하슬라주가 어떻게 나오겠는지는 이미 신훤을 통해서 알고있던 궁예였다. 그래서 벌써 마련은 있었다.

하슬라의 꼬드김에 넘어간 삭주가 이게 웬 떡이냐고 북원으로 덤벼든다면 그건 궁예에게 바라던것이다. 그러지 않아도 궁예는 밑에 군사가 생기면 한번 삭주하고 겨루고싶었었다. 그런데 고마가 하슬라주를 먼저 쥐여야 한다고 하는 바람에 그쪽으로 생각이 기울어졌던것이다.

《촌주어른! 저에게 군사를 내주시오이다.》

궁예가 무뚝뚝하게 말했다.

량길은 《촌주어른》이라는 말이 귀에 거슬렸다. 여느때와 달리 어쩐지 궁예가 자기를 깔보는것 같았다.

《군사를 내다니?! 그럼 이 성은 어쩌고… 자네에게 내준 군사가 적은가?》

《그건 하슬라주를 막아야겠소이다. 촌주어른께서 군사를 내주시면 삭주가 다시는 북원을 넘겨보지 못하게 납작하게 만들겠소이다.》

《안돼! 지키는게 땅수야. 안돼, 절대 안돼! 어쨌든 일은 자네가 버르집어놓았으니 자네가 바로잡게! 령원성의 군사는 한명도 낼수 없네. 난 지금 자네에게 내준 군사까지 이 령원성에 넣는게 좋지 않을가 생각하고있네.》

답답한노릇이였다. 이 늙은이는 원래 쬐쬐하구나, 큰일 해보긴 틀렸다.

궁예는 량길의 고집이 참으로 가련하게 보였다.

《그럼 좋소이다. 제가 맡겠소이다. 대신 촌주어른은 이 령원성을 굳게 지켜주시오이다.》

궁예는 량길의 곱지 않은 눈초리를 뒤에 남기고 돌아섰다.

그날로 궁예는 작전을 세웠다.

김대검, 장귀평에게 군사를 절반 나누어주고 아흔아홉굽이 재로 들어오는 적을 막게 하였다. 이런 때는 아흔아홉굽이 재가 적을 막기에는 또 좋았다. 하슬라의 적들이 삭주와 협공하려 해도 큰 부대를 동원할수 없고 또 빨리 움직일수도 없는것이다.

《위세를 돋구라! 적이 이쪽을 바라고 들어오면 가차없이 쳐라! 그러되 따라가는건 그만두라.》

궁예는 명령했다.

한편 모흔과 함께 차령산맥 계방산을 넘어 록효현(홍천)을 불의에 습격하여 횡성으로 들어온 삼천당부대의 뒤를 쳤다. 워낙 싸울 생각없이 그저 하슬라관군이 싸우기만을 기다리고있던 록효현의 삼천당부대는 궁예의 불의의 기습에 갈팡질팡했다. 수적으로는 궁예, 모흔의 부대보다 많았으나 캄캄한 밤에 뒤쪽에서 상상밖의 벼락을 맞자 여지없이 부서졌다. 궁예와 모흔은 마음껏 삼천당부대를 짓밟았다. 삼천당부대는 궁예에게 손을 들었다.

궁예는 싸움을 더 넓히지 않고 손을 든 삼천당부대를 몰고 돌아왔다.

한편 하슬라쪽에서는 별가 권능순이 도독 안태의 불같은 독촉을 받고 출전하기는 하였으나 재를 끝내 넘어오지 못했다.

이 싸움이 있은 뒤 형세는 달라졌다.

삭주 도독은 움츠러들고 하슬라 도독도 더는 북원칠 생각을 못했다. 두 주의 도독들로 보면 무슨 뚜렷한 전술이 있어 벌린 싸움이 아니고 그저 공상같은 생각에 빠져 움직인데 비하면 궁예는 불같은 싸움열의에 치받쳐 생각도 못하던 불의의 기습으로 벌린 싸움이라 그 승패는 뻔하였다.

언제 그랬더냐싶게 궁예가 싸움에서 이기자 량길은 신바람났다. 그는 관아로 돌아가 정사보던 생각도 잊고 궁예더러 삭주, 하슬라를 공격하라고 다그어댔다.

그러나 궁예는 움직이지 않았다. 그는 록효현의 삼천당부대와 자기의 군사들을 훈련시키고만 있었다.

무슨 지략이 있어서 그런건 아니고 옅은 감정으로 발끈했던 량길은 궁예가 그렇게 나오자 저도 슬그머니 물러섰다.

어느날 량길은 궁예를 불렀다. 궁예가 가보니 뜻밖에도 한상 푸짐히 차려놓았었다. 삭주가 쳐나온다고 할 때 당황해하던 량길의 낯빛은 씻은듯 사라지고 다시 어질고 현명한 북원의 촌주어른으로 되여있었다.

《그간 힘들었겠네. 확실히 내가 자네를 믿고 군사를 맡기길 잘했어. 사람 하나는 잘 보거던, 내가… 이번에 세운 공이 크네. 그래서 내 손수 자네에게 술을 부어주자는거네.》

《고맙소이다.》

또 무슨 까탈을 부리려나 했댔는데 량길이 이렇게 나오자 궁예의 속도 풀어졌다.

술이 거나하게 돌아갔다.

《여보게, 자네 치악산전설을 아나?》 하고 량길이 물었다.

《모르오이다.》

《그럼 들어보게.》

량길은 아주 기분이 좋아 치악산전설을 들려주었다.

옛날 어떤 무사가 이곳을 지나다가 산밑에서 꿩이 구렝이에게 잡혀죽게 된것을 보았다.

불쌍하게 여긴 무사는 활을 쏘아 구렝이를 죽이고 꿩을 살려주었다.

그리고 산을 넘으려는데 산은 높고 해는 져서 캄캄하여 길을 잃었다. 얼마를 헤매이다가 한곳에 이르니 불빛이 보였다.

무사는 그곳에 찾아가 하루밤 묵기를 청했다.

녀인이 나와 허락하여 방에 들어가 자게 되였다.

그런데 한밤중에 무사는 가슴이 답답하여 견디지 못하고 깨여났다.

이게 무슨 일인가? 큰 구렝이가 무사의 몸을 칭칭 감고있었다. 무사는 너무나 놀라 까무라칠 지경이였다.

구렝이가 말했다.

《너는 내 남편을 죽인 원쑤다. 네가 산아래서 내 남편을 활로 쏘아죽였으니 나는 너를 죽일테다.》

《모르고 저지른 일이다.》 하고 무사는 말했다.

그러자 구렝이는 《그럼 좋다. 저 산우에 빈 사찰이 있는데 거기 종이 있다. 종이 세번 울리면 너를 살려줄테지만 그렇지 않으면 너를 잡아먹을테니 모르고 했다 해서 나를 원망말아!》 하는것이였다.

이 한밤중에 어찌 빈 사찰의 종이 울린단 말인가. 구렝이는 기어이 무사를 잡아먹겠다는것이다.

무사는 꼼짝 못하고 죽게 되였다.

그런데 별안간 종소리가 세번 울렸다.

구렝이는 그 종소리에 그만 꼬리를 사리고말았다.

무사는 살아난것보다 일이 하도 이상하여 그 사찰에 가보았다.

무사는 놀랐다.

먼지쌓인 종밑에 머리가 깨진 꿩이 떨어져죽었다. 그러니 꿩이 머리로 종을 받아 세번 울린것이다.

무사는 크게 탄식하고 그 꿩을 산밑에 안장하였다.

그때부터 이 산을 치악산이라고 하였다.

《그래, 어떤가?》

이야기를 마친 량길이 궁예에게 술을 권하며 물었다.

《치악산에 그런 전설이 있는지 몰랐소이다.》

《허허. 그걸 알라고 한 소리는 아니고… 그래, 자네가 보기엔 누가 꿩이고 누가 무사일것 같은가, 자네와 나 둘가운데서 말이네?》

궁예는 잠자코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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