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7 회)

제 2 편

아름다운 밤

13

(1)

 

철탑조립이 시작되였다.

명산포륙지조와 가양도조에서 다같이 시작되였다.

며칠전에 철탑2회선개조작업을 기본적으로 끝내고 돌아온 김평작업반이 가양도로 건너왔다.

가양도조가 명산포에 비해 인원이 적은데다 앞으로 전투는 기본이 가양도에서 진행되기때문에 산줄작업반을 섬으로 보냈다. 송강림은 가양도에서 승호와 만났다.

철탑조립이 시작되자 가양도에서는 하루가 다르게 솟아올랐다.

전문송전선건설을 하는 사람들이여서 기술기능이 높아 속도가 빨랐다.

하지만 명산포에서는 사정이 달랐다. 철탑조립은 정밀한 작업이였다. 조금만 구멍사개가 맞지 않아도 일제히 볼트와 나트조립이 되지 않는다. 그러면 몽땅 해체하고 처음부터 다시 조립해야 한다.

그러노라니 가양도한테 뒤떨어지기마련이였다. 정준하는 할수없이 가양도에서 기능공들을 몇명 명산포로 파견했다. 그렇게 해서야 겨우 기초사개부터 맞추기 시작했다.

어느날 도당에 회의가 있어 들어갔던 최장근이 인차 돌아나왔다. 그의 낯빛은 무거웠다.

정준하는 전투지휘부에서 지배인을 만났다. 최장근은 만나자바람으로 이달실적이 왜 떨어지는가고 했다.

《자재선행이 좀 걸렸습니다. 하지만 풀리게 됐습니다. 조형례국장동지가 전화로 자재가 곧 도착할거라고 했습니다.》

《물론 자재에도 원인이 있겠지. 내 보기엔 거기만 있는것 같지 않소. 전투원들을 너무 볶아서 그런것 같아.》

《그건 무슨 말씀입니까?》

《기사장동무, 전투원들을 군사규률처럼 강하게 틀어쥐고 내몰아 혹사시킨다고 의견들이 제기되고있소.》

《그런 말은 들을 필요도 없습니다.》

정준하는 썩 잘라버리였다.

《이보우 기사장, 밤작업을 하고 들어와 두세시간밖에 못 잔 사람들까지 아침기상나팔에 다 일어나도록 하니 어떻게 사람들이 견디겠소. 잠을 제대로 자게 해줘야 할것 아니요. 볶아대면 지쳐서 생산능률을 낼수 없소.》

《지배인동지, 우리는 밤작업을 한 사람들까지 제시간에 기상하라고 요구한적이 없습니다. 우리의 규률은 자각성에 기초하고있습니다. 규률에 익숙되기 위해 노력하는 가양도에서는 아무 의견도 없습니다. 규률생활을 싫어하는 명산포에서만 타발질, 시비질이 많습니다.》

《우리는 그 시비질에도 귀를 기울여야 하오. 아침마다 기상나팔을 꼭 불어야만 되겠소. 그게 신경을 자극하는것 같아.》

《아닙니다. 사람들은 기상나팔에서 힘을 얻고있습니다.》

정준하는 한발도 양보하지 않았다.

이날 오후 최장근은 가양도로 건너갔다. 며칠 있어보니 거기는 분위기가 달랐다. 아침기상부터 벌써 모든 동작이 단련된 사람들의 기개가 그대로 엿보였다. 다들 웃고 떠들며 락천적으로 살았다.

명산포와 가양도의 차이, 이는 곧 굳센 각오의 차이라는것이 알리였다. 그는 가양도사람들을 보며 자기도 한결 기운이 솟는듯 한 기분을 느끼였다.

그래서인지 벌써 철탑이 웅장한 자태를 드러내고 창공높이 솟아오르고있었다. 명산포에서는 철탑조립이 아직 절반도 넘어서지 못했다.

거기는 여러 단위에서 뽑혀나온 사람들의 집단이여서 단결력이 부족한것이 알리였다.

점심시간에 가양도에서는 집에서 보내준 꾸레미들을 받았다. 방금 기관선에 싣고 건네온것이였다. 거의가 내복들이였다. 날이 추워지기 시작하여 다들 내의들을 갈아입었다.

태평이도 안해가 보내준 두툼한 내의를 입고는 새색시의 따뜻한 사랑이 느껴져 기분이 좋았다. 그러다 꾸레미를 아무리 들춰봐도 꼭 있어야 할것이 없어 낯빛이 쭝해졌다. 곁에서 용만이가 그의 실망한 얼굴을 쳐다보며 왜 그러는가고 물었다.

《하, 이거참… 우리 집 토끼동무가 요렇게 막혔던가. 아무리봐도 맹꽁이같진 않은데.》

《늘 곱다고 하더니 오늘은 또 웬 타발질인가.》

《날이 으릉으릉 추워오는 때에 내의만 보내고 장갑을 안 보내면 어떡하라는거야.》

태평은 다른 사람들이 집에서 온 장갑을 끼는것을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며 랑패한 상을 짓는다. 동무들은 이제 뒤로 더 좋은걸 보내려고 그러겠지 하고들 위로했다.

…이틀후 그 장갑때문에 태평은 또 친구들을 웃기였다.

아침 기상하여 달리기를 할 때 뒤에서 쫓아오던 용만이가 태평의 넙적한 잔등이 아무래도 불룩한것 같아 손으로 만져보았다. 태평은 손이 시려 벌겋게 된것을 후후 입김으로 녹이며 남의 등은 왜 만지는가고 했다.

《내 몸은 우리 토끼동무밖엔 만질 자격이 없어.》

아침체조가 끝난 다음 용만은 당장 웃내의를 벗어 뒤집어보라고 했다. 태평은 무슨 일인가 하여 용만이가 하라는대로 했다. 폭신폭신한 양털장갑 한컬레가 거기서 나왔다.

꼼꼼한 안해는 장갑을 그대로 꾸레미에 넣어보내면 혹시 한짝이 분실되는 일이 생기지나 않을가 하여 내의안에 넣고 까만 실로 살짝 꿰매놓았던것이다. 태평은 그것을 이틀동안이나 지고다니면서도 모르고있는것을 결국 용만이가 찾아준셈이 되였다.

양털장갑을 들여다보며 핫핫 웃었다.

《업은 아이 3년 찾는다더니.》

《감각이 둔하기란 곰같애.》

《괜히 알뜰한 색시만 욕하면서…》

저녁이 되여 일손을 뗄 때 직장장이 몇몇사람은 배사에 좀 갔다가 숙소로 오라고 했다. 발동선이 건너온다고 했다.

배가 섬기슭 바위턱에 와닿자 선원이 갑판에서 끈으로 묶은 비닐병 퉁구리들을 내려보내주었다. 병들에는 노란 기름이 아구리까지 꼴깍꼴깍 차있었다.

장유상당비서가 분지따기를 조직하더니 그사이 이렇게 많은 기름을 짜서 보내준것이였다.

저녁을 먹고 호실에서 분지기름을 매 사람에게 한병씩 나누어주었다. 날이 추워지면서 감기에 걸리거나 천식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은 물론 다들 밖에서 일하는 조건에서 분지기름이 특효가 있다고 했다. 한모금씩 먹어보고 좋다고들 했다.

《거 향기가 독특하구만. 고소하기도 하구.》

《가을에 분지를 자꾸 따라고 해서 그 기름이 웬걸 나한테까지 오랴 했더니 진짜 왔구만.》

《우리 당비서동진 로동자들과 한 약속을 한번도 어겨본적이 없다구.》

저쪽에선 또 태평이와 용만이가 씩뚝거린다.

《뭘 또 자꾸 힐끔힐끔 넘겨다봐. 목짧은 강아지 게섬 넘겨다보듯이 말이야. 제걸 빨리 다 먹군 내걸 또 꿀꺽 마실려고 그러지.》

용만이가 미리 침을 놓는다.

《여― 여― 주용만동무, 이 태평이는 배안에서부터 정직했다구.》 하면서도 어느사이 용만이것을 훌꺽 채간다. 그들은 철부지들처럼 안고딩굴며 갈갬질을 했다.

이튿날 정준하는 가양도로 건너왔다.

명산포 1호철탑조립이 계획대로 진척되지 않아 밤낮 붙어 다그어댔지만 별반 속도를 내지 못했다. 생활도 명산포와 가양도에 꼭같은 준칙을 세워줬으나 집행에서는 너무나 차이가 컸다.

지배인이 일이 힘든 형편에서 규률을 너무 군대처럼 강하게 세운다고 지청구를 했지만 가양도에서는 기사장의 지시가 그대로 집행되고있었다. 하지만 명산포에서는 마지못해 집행하는 흉내나 냈다.

공사속도는 곧 그 정신력의 반영이였다. 정준하는 보조철탑들을 포함한 가양도 2호철탑조립을 먼저 다그쳐야겠다고 결심하고 가양도로 건너왔다.

《직장장동무, 멀지 않아 태풍이 예견되오. 철탑조립에 더 박차를 가해야겠소. 빨리 조립을 끝내구 기초를 묻어놔야 안전하오.》

기사장의 돌격명령에 전투원들의 일손에서는 번개불이 일었다.

누구나 구슬땀을 뚝뚝 흘리며 뛰였다. 정준하도 직장장도 꼭같이 산형강자재들을 메고 달리였다.

날이 어두워 보이지 않을 때가 되면 마당에 우등불을 피워놓고 숙소지붕개건에 달라붙도록 조직사업을 했다.

《직장장동무, 우리가 처음 이곳에 도착했던 날 태풍에 지붕이 다 날아나지 않았댔소. 그런 태풍이 또 예견되오. 지붕을 다시 새로 해야겠소, 어떤 태풍에도 끄떡하지 않게.… 탁수환동무, 좋은 안이 없소?》

《저도 그 생각을 했습니다. 제게 안이 있습니다. 해봅시다.》

《명산포에서도 며칠간 지붕공사를 다시 했습니다. 하지만 역시 마음에 들지 않소. 여전히 형식적으로 했소. 그전보다 조금 나아졌을뿐이지 태풍에는 견딜것 같지 못하오. 머리에 림시라는 관념이 얼마나 뿌리깊이 박혔는지 아무리 강조해도 그것이 빠지지 않누만. 무슨 일에서나 마음이 발동되지 않으면 성과를 거둘수 없소. 명산포에서는 구들도 놓지 않아 춥게 지내면서도 림시관념은 깨여지지 않고있소.》

정준하는 전투원들속에 승호가 보이지 않아 알아보았다. 직장장은 별안간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빈입을 쩝 다시였다.

《하― 거 참…》

직장장은 상고머리를 괜히 쓸어넘기며 뒤말을 갑잘랐다.

《왜 그러우?》

정준하는 다우쳐물었다. 직장장은 할수 없다는듯 게면쩍게 웃더니 실토정을 했다.

《승호는 집에 갔수다!》

《뭐요?》

찬바람을 맞아서인지 배가 아파 못 견디겠다고 하며 도병원에 들어가 진찰을 받고 다음날 오겠다고 했다 한다. 아버지한테는 말하지 말아달라고 했다.

《그런 눅거리동정을 했단 말이요?》

직장장은 인차 올것이라고 했다.

《언제 갔소?》

《그저께 갔지요.》

《기사장의 아들이라고 해서 승인했구만.》

《소화가 잘 안돼서 그런건 사실이우다.》

《우리가 이 공사를 좋은 조건에서 하리라고만 생각했소? 어렵고 힘든 송전선전투를 통해서 승호와 같은 사람들을 다 억센 일군들로 키우자고 결심한게 아니요. 그래야 그들이 나라를 받드는 참된 인간들이 될게 아니겠소.》

(시라소니같은 자식.)

정준하는 입술을 꾹 다물었다. 막대기눈섭이 꿈틀했다.

 

되돌이

우리민족끼리
홈페지봉사에 관한 문의(E-mail) : urimanager@silibank.com 홈페지내용에 관한 문의(E-mail) : uriminzok@silibank.com
Copyright © 2003 - 2013 《조선륙일오편집사》 All Rights Reserved
gotop
기사종합
 
도서, 잡지
 
영화, 음악
 
독자투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