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5 회)

제 2 편

아름다운 밤

12

(1)

 

기초공사가 끝나자 명산포구로 자재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전력공업성에서 가양도송전선공사용자재를 우선적으로 넣어주었다.

발동선이 고르로운 동음을 울리며 운반선들을 끌고왔다. 배우에는 각종 규격의 철탑자재들이 실렸다.

산형강들과 철강재들, 애자들, 고압선퉁구리들이 산더미처럼 실렸다. 한배는 명산포구에 부리우고 또 한배는 가양도에 건네다 부리웠다.

이때부터 철탑자재운반이 시작되였다. 자재운반은 가양도보다도 명산포륙지조가 더 힘들었다. 가양도쪽은 그만하면 지대가 좀 평평한 축이여서 좋지만 륙지쪽은 벼랑산 45도경사지로 날라올려가야 했다.

철강재들을 등에 지거나 어깨에 멘 사람들이 한줄로 서서 벼랑산 좁은 외통길의 가파로운 경사지로 톺아올라갔다.

숨이 차고 다리가 후들후들 떨렸다. 애자를 4알만 등에 짊어져도 20키로가 나간다. 어느것이나 무겁지 않은것이 없었다.

처음 기초파기가 힘들었다고 했지만 그건 또 이 철강재운반에 비하면 신선놀음처럼 생각되였다.

정준하기사장도 장유상당비서도 로동자들과 같이 철강재를 메여올렸다.

처옥이도 제또래들과 짝을 무어 산형강들을 맞들어멨다. 긴것들은 세넷이 멨고 짧은것은 둘이 멨다. 며칠을 올리막길로 철강재들을 메고나니 어깨들이 부어오르고 피가 졌다. 다들 지쳐서 헐떡헐떡했다.

그럴수록 힘을 내려면 잘 먹어야 했다. 숱한 사람들이 운집해있는 조건에서 적지 않은 준비를 해가지고 나오긴 했지만 그것 가지고 오래 지탱할수가 없었다.

전투지휘부에서는 신중한 의논이 있었다. 정준하기사장은 래일 일요일엔 휴식하기로 했다. 말이 휴식이지 다 달라붙어 부식물을 마련하자고 했다.

산으로, 바다로… 자연을 뜯어먹는것이 좋았다. 먹을수 있는 산나물은 다 뜯고 캐고 바다에 나가 조개, 맛도 캐고 물고기잡이, 갈게잡이를 조직했다.

가양도숙소는 저녁식사만 끝나면 다들 자리에 누웠다. 집은 너렁청한 한칸에 한개 작업반씩 들었다.

이곳에서는 날이 어두우면 더 할일이 없었다.

태평이네 작업반에서는 래일 조개잡으러 갈 준비들을 갖춰놓고 넓다란 방에 누워 담배들을 피웠다.

방등불을 세곳에나 켜놓았지만 방안은 밝지 못했다.

《이거 전기없인 한순간도 못 살겠구만.》

저쪽구석에서 누군가가 식당아구리에 가 불돌을 달구어다 동무의 어깨에 찜질을 해주며 두덜거렸다. 여러날 철강재를 메여나르느라 어깨들이 부어올랐던것이다.

《그래도 우린 철탑까지 올라가는 길이 가파롭지 않아 좀 나아. 저 륙지조에서는 벼랑산 45도경사지를 오르내리느라 곱절 더 힘들다누만.》

《글쎄 말이야. 거긴 녀자들도 많은데.》

그들은 두런두런 이야기들을 나누었다.

《자― 오늘은 누구차례던가?》

용만이가 일어나앉으며 소리쳤다. 이들은 밤시간이 적적하여 어떤 날은 오락회를 조직하고 어떤 날은 춤을 추기도 했다. 제일 근기있게 끌고나가는것이 재미나는 이야기를 하여 동무들을 웃기는것이였다.

일이 힘들다고 우울하니 지내면 더 맥이 빠져 일어나기 어렵다. 그래서 순번제로 무슨 이야기든지 해야 했다.

사실은 처음엔 말 잘하는 태평이를 비롯한 몇몇 선수들만이 출연했었다. 그들도 이제는 밑천이 동났던것이다.

용만의 말에 누군가가 대답했다.

《오늘은 승호차례야. 자, 한마디 해서 좀 웃기라구. 오참, 승호동무는 학자님이지. 전문교육을 받은 사람이니까 웃기는 소리보다 상식적인걸 더 많이 알고있겠구만, 지식도 많을거고… 이런 때 상식학습을 하는것도 좋지 뭐.》

《그래그래, 좋지 않구.》

맞장구들을 쳤다.

《난 그런거 몰라요.》

승호는 단마디로 내쏘고는 자리에 누워버렸다. 무엇이나 다 귀찮다는 소리였다. 다들 어색해졌다.

《장대기》가 긴 허리를 펴며 승호를 쏘아보았다.

《여 승호동무, 틀려먹었어. 동문 집단생활은 못해먹을 사람같애. 이상하게도 귀공자냄새가 나. 물우에 뜬 기름방울같이 반들반들해서 혼자만 떠돌아간단 말이야.》

《사람을 모욕하지 말라요. 왜 남의 개성을 짓밟으면서 그래요?》

승호가 대들자 용만이가 발끈했다. 그의 동그란 얼굴이 빨개졌다.

《뭐뭐, 개성? 야, 그따위가 개성이라면 발기발기 찢어서 바다물에 처넣으라. 왜 늘 시쁘둥해서 덜돼먹게 그래? 사람질하겠으면 집단의 충고를 고맙게 받아들이라, 돼먹지 않게 놀지 말구.》

방금까지 흥그럽던 방안의 분위기가 승호로 하여 얼어붙었다. 여기저기서 승호를 몰아댔다. 승호는 듣기 싫다는듯 밖으로 휙 나가버리고말았다.

한쪽구석에 누워있는 한 나이지숙한 사람이 혼자소리로 중얼거렸다.

《우물은 깊을수록 맑은 법인데… 늘 봐야 시뚝해서 제일인체 하거던.》

기찬이가 얼른 나앉으며 승호대신 자기가 이야기를 하겠노라고 했다. 어데 가나 눈치있게 일 잘하고 쌀게 놀아 집단의 따뜻한 눈길속에 사는 청년이였다. 다들 그를 닦은 방울 같다고들 했다.

《난 뭐… 웃기는 소리를 할줄 몰라서…》

기찬이가 새물새물 웃으며 머리를 뻑뻑 긁자 그 모양자체가 사랑스러워 다들 하하 웃었다. 분위기는 다시 따뜻해졌다.

《그럼 제 상식이나 하나 얘기하지요. 누구나 전기없인 하루도 못살겠다고 하는데요… 이처럼 유용한 전기를 맨처음 누가 만들었는가 하는것입니다.》

《그것참 좋구만. 우린 전력부문에 있으면서도 그건 모르고있어.》

《전기는 지금으로부터 오래전에 파라데이 마이클이라는 과학자가 발견했습니다. 그는 런던에서 야장쟁이 아들로 태여났습니다. 집이 너무 가난해서 학교문전에도 못 가본 사람이지요.》

《아니, 대학공부를 못한 사람이 과학자가 될수 있나?》

《자자, 강사의 말을 듣자구.》

《파라데이는 어려서부터 책을 매는 제본소에서 제본공으로 일했습니다. 거기서 나오는 수많은 책들을 모조리 다 읽었지요. 이렇게 꾸준한 자습으로 성공한 뛰여난 노력가입니다.》

기찬이는 파라데이가 전자기유도현상을 보여주는 실험 즉 도선을 감은 막대기자석을 원통안에 넣었다뺐다 할 때마다 거기에 련결된 전류계의 바늘이 좌우로 흔들리는 공개실험내용을 자세히 이야기해주었다.

동시에 파라데이가 발전기, 전동기, 변압기의 원리들을 명시한것도 빠짐없이 말해주었다.

《오늘 전기공학분야에서 법칙이나 상수, 효과 등이 그의 이름으로 불리우는것은 인류앞에 커다란 공적을 쌓은 그의 명성을 후세에 길이 전해주기 위한것입니다.》

기찬이의 소박한 이야기는 그것으로써 들을 맛이 있고 견문도 넓혀주어 박수를 받았다.

누구보다 더 크게 박수를 쳐주던 태평이가 전기상식에 대한 이야기를 하나 더하라고 부추겼다.

《오늘은 기찬이를 통해 전기상식이나 많이 공부하는게 어때? 기회가 좋구만.》

《거참 그렇구만. 기찬이, 한마디 더하라구.》

기찬이는 머리를 뻑뻑 긁으며 웃었다.

《이거 야단났구만요. 밑천이 없는데 무얼 또 말할가요.…》

《아무거나 하라구. 전기전문학교졸업생이 아무러문 전기상식이 그렇게야 밭겠나.》

여럿이 부추겨 기찬이는 어쩔수없이 또 나앉는 수밖에 없었다.

《그럼, 누구나 다 잘 알고있는 세계발명의 왕 에디슨에 대해 얘길하나 더 하지요. 에디슨은 84살까지 살면서 천건의 발명을 했다고 합니다.

그중 어느 가정에서나 다 켜고있는 전등에 대해 말하지요. 매일 밤 전기불을 켜놓고 그 덕을 보면서도 그것이 어떻게 처음 세상에 나왔는지 아는 사람은 많지 못한것 같습니다. 에디슨은 지금으로부터 160여년전에 가난한 농가에서 태여나 부모와 함께 밭일을 했습니다. 소학교를 석달 다니다 바보취급을 받고 쫓겨난 후 꾸준하게 자습을 하여 성공했습니다. 하루도 빠짐없이 책을 읽어 일생에 1만권의 책을 읽었다고 합니다.

세상에 전기라는것이 있다는 사실이 밝혀진지는 오래지만 사람들이 그 혜택을 입기 시작한것은 먼 옛날이 아닙니다. 전기가 전등에 의한 밝은 빛으로 인간에게 문명한 생활을 안겨주기까지에는 실로 헤아릴수 없는 실패의 길을 걸어왔다고 합니다. 겨우 19세기에 들어와서야 불꽃을 방전시켜 빛을 내는 아크등이 발명됐지요.

온 세계가 대환영으로 끓었다고 합니다. 세계의 권위있는 전기학자들이 전기를 조명용으로 리용하는데서 이 아크등이상 더 발전한것이 나올수 없다고 했답니다. 그러나 아크등은 보통용도에서는 쓸모가 적었습니다. 전기를 분할하는 문제, 즉 전기를 조명용으로 리용하는 문제는 전기학발전에서 일대전환을 일으키는 사변이였습니다.

19세기 중엽에 일부 학자들이 백열등을 고안했으나 다 실패했지요. 많은 학자들이 전기분할은 인간의 지혜로써는 해결하지 못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때 에디슨이 달라붙었습니다. 학자들이 아무리 에디슨이라 해도 이것만은 실패한다고 단언했답니다.》

에디슨은 연구집단을 꾸리고 달라붙었다. 하지만 진척이 되지 않았다.

미국과 유럽의 학계와 신문들이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실패한 발명이라느니 입으로만 하는 발명이라고 조소를 퍼부었다. 유럽신문들은 에디슨을 몽상가, 무지한 사람, 우둔한 사람이라고 시비질했다.

하지만 에디슨은 참기 어려운 악담, 악평에도 드놀지 않고 꿋꿋이 자기 신념대로 연구를 했다.

가장 큰 애로가 전구속에 들어가는 가늘면서도 끊어지지 않는 섬조를 만드는것이다. 동시에 전구를 진공상태로 하는것이다. 탄소섬조에 전기를 넣어보면 불이 켜지기도 전에 녹아버리거나 끊어지고 또는 부서지거나 부러지기도 했다. 전기를 통과시키기 바쁘게 씩― 하고 타버려 재가 되군 했다.

《이렇게 여러해가 지나갔습니다. 백금으로 만든 섬조를 넣어서야 백열등을 만드는데 성공했습니다. 25촉까지는 가능했습니다. 그러나 수명이 짧은데다 금값이 너무도 비싸 할수가 없었지요. 다시 또 연구에 달라붙었습니다. 되지 않았습니다.

에디슨은 고민에 빠졌습니다. 정말 백열등의 발명은 불가능한것인가, 영국의 손꼽히는 전기학자가 말한것처럼 전류의 분할이란 망상인가? 하지만 다시 힘을 내여 일어섰습니다. 자신을 믿고 동요없이 연구를 밀고나갔습니다.

에디슨은 풍금을 잘 탔다고 합니다. 연구를 하다가 머리가 아프면 연구소에 있는 낡은 풍금을 명랑하게 타군 했는데 그때마다 50명 연구생이 다 모여들어 합창으로 노래를 부르고는 또 연구에 달라붙었다고 합니다.》

1879년 끝내 바라던 백열등을 발명해내고야말았다. 연구소주위에 휘황한 백열등을 대낮처럼 켜놓았다. 숱한 사람들이 자지 않고 전등밑으로 모여들었다. 많은 학자들이 입을 모아 안된다고 비난하던 전류의 분할문제는 끝내 풀리고야말았다.

《지금은 하찮게 보이는 전등같지만 그것은 이토록 힘들게 발명됐습니다. 집에 켜는 전등이나 콤팍등을 무심히들 보지 마십시오. 에디슨은 가난하여 대학문전에도 못 가봤고 게다가 잘 듣지도 못하는 반귀머거리였습니다. 그렇지만 자신을 정열로 불태우며 피타게 노력하고 또 노력하여 세계발명의 대가가 됐습니다.》

다들 신중한 표정들을 지었다.

《정말 들어볼만 한 소리구만. 그러니 이를 악물고 노력하고 또 노력하면 못할 일이 없다는거야. 결국 의지력에 대한 문제구만.》

《하자고 마음만 먹으면 못할게 없다 이거지. 우리도 가양도공사의 힘든 고비들을 대담하게 극복해나가고있지 않나. 여― 기찬이, 래일 밤에도 좋은 이야기를 계속 하라구.》

《그러지 말라요, 제발… 더는 밑천이 없어요.》

기찬이가 무슨 죄나 진것처럼 벌벌 떨자 다들 와아―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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