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0 회)

제 2 편

아름다운 밤

9

 

급행렬차가 발차기적을 길게 울리였다. 이어 차가 미끄러지듯 굴러가기 시작했다.

두눈을 반쯤 감고 앉아있던 경애는 소스라쳐 놀라듯 차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는 적십자종합병원이 있는 대동강너머쪽을 하염없이 바라보았다.

평양역에서는 그 병원이 보이지 않지만 그의 눈앞에는 친절한 사람들의 모습과 자기가 입원해있던 호실이 보이는듯만싶었다.

(과장선생님, 초급당비서동지, 안녕히 계십시오. 몸건강하십시오.)

그는 마음속으로 또 한번 뜨겁게 인사를 보냈다. 차가 서평양역을 지나갈 때에야 차창에서 눈을 떼고 바로앉았다.

완쾌된 몸으로 돌아가는 그의 기쁨은 한량없이 커 노래라도 부르고싶은 심정이였다.

하지만 문득 시어머니와 남편의 생각으로 눈길을 힘없이 내리깔았다.

어떻게들 하고있을가. 혹시 내가 입원했다는것을 알고있지나 않을가. 하다면 얼마나들 근심할가.

그런 생각에 빠져들수록 자기가 남편과 시어머니를 속이고 온것이 죄스러워 가슴이 오그라들었다.

본의아닌 거짓말이긴 하지만 어쨌든 가장 가까운 가족들을 속인건 사실이 아닌가. 이걸 알면 시어머니가 노하지 않을가. 남편은 돌아앉아 새파래서 말도 안할지 몰라.…

달칵, 달칵… 차륜 구을러가는 단조로운 음향에 실려 그의 생각은 어느덧 집떠났던 그때로 되돌아갔다.

…경애는 바쁜 나날을 보내고있었다. 시집살이는 확실히 힘들고 시간이 모자랐다.

처녀시절 집에서 어머니가 지어주는 밥 먹고 자유로이 돌아다니던 때와는 대비할수도 없었다.

시어머니는 경애를 무척 아껴주었다. 워낙 고정하고 마음고운 녀성인데다가 집에 자식이라고는 강림이뿐이여서 경애를 며느리라기보다 딸처럼 위해주었다.

경애는 그러는 시어머니가 더없이 고맙고 정이 가 그를 친어머니처럼 공경했다.

시어머니는 시내에서 손꼽히는 고급구두수리공으로서 사람들의 신망과 존경을 받고있었다. 이것이 경애를 기쁘게 했다.

남편 송강림의 사람됨은 이미 알고있었으므로 더할나위 없었지만 들려오는 소문이 경애를 색시로 맞아들이더니 더 날개가 돋혀 하늘을 훨훨 나는 엄지수리개가 됐다고들 했다. 경애는 이것이 더없이 기뻤다.

아버지도 늘 배짱이 맞는다고 대견해했다.

강림은 안해를 정말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정도로 사랑했다. 경애는 이 집에 들어온 첫날부터 시어머니사랑, 남편사랑을 독차지했다.

그의 행복은 무아경에 이르러 생활은 그대로 노래처럼 즐거웠다.

그런 그한테 어찌자고 하늘이 시기라도 하는듯 남모르는 걱정거리가 생기기 시작했다. 까닭없이 식욕이 떨어지면서 메슥메슥한 현상이 자주 왔다.

경애는 처음엔 심상히 여겼다가 점점 심해지면서부터는 혹시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임신이 아닐가. 하지만 부끄러워 누구한테 물어볼수도 없었다.

다음은 열이 나고 허리가 뻐근히 아팠다. 임신과 어떤 병이 겹친것만 같았다. 가만히 도병원에 가 진찰을 받아보았다.

수뇨관결석이라고 했다. 수뇨관에 미세한 돌이 생겼다면 빨리 수술을 받아야 한댔다.

진단을 받은 경애는 당장 산같은 근심이 생겼다. 그것은 집식구들 특히 남편때문에 목이 걸리였던것이다.

아무래도 남편이 알면 안될것을 생각하니 가까운 도병원에서는 수술을 받을수 없었다. 남편이 모르게 하려면 멀리 평양으로 가는것이 나을것 같았다. 적십자종합병원에 가면 수술도 더 잘 받는다지 않는가.

남편을 생각할수록 안타까움으로 속이 탔다. 그러지 않아도 다들 송강림인 경애를 안해로 맞은 다음부터 더욱 일에서 남다른 성과를 거둔다고 하지 않는가. 이제 내가 꺼꾸러지면 얼마나 놀랄것인가. 그이가 나를 너무도 사랑하기에 내가 행복에 겨워 이런 병에 걸린것이나 아닌지.

휴식일이 되면 그는 나를 손잡아 제앞에 앉혀놓고 이런 롱담을 하군 했다.

《우리 오늘은 마주앉아서 종일 얼굴만 들여다보자구.》

《호호호, 아직 얼굴을 못다봤게요?》

《보면 볼수록 더 보고만싶으니 일생 그 다라는 말을 생각지 않는게 좋을듯 해.》

남편의 말은 롱담 같지만 진담이였다.

그는 자다가도 깨여나면 안해의 쌔근쌔근 잠든 얼굴을 애기얼굴 보듯이 들여다보며 애틋이 뺨을 쓰다듬어주군 했다.

그런 사람이여서 내가 병에 걸렸다고 사실대로 말하면 너무 속이 타 밤낮 근심에 잠겨있을게다.

하다면 그이가 하는 그토록 중요한 산줄작업은? 더구나 그이는 산줄공중에서도 핵이라고 하는 대전공이 아닌가. 그것이 얼마나 고도의 정신작업인가.

초긴장상태에서 온 세상을 잊고 해야 하는 초점작업시에 앓는 나의 정상이 불시에 눈앞에 떠오르면 어떻게 일을 제대로 할수 있을가.

그런 직업적특성으로 하여 산줄공들은 조금만 기분나쁜 일이 있어도 산줄작업을 시키지 않는다고 한다. 심지어 밤에 안해들을 사랑해준 산줄공들은 그런것까지도 숨김없이 반장한테 말해야 된다고 하지 않는가.

이런것이 다 고도의 정신력을 집중해야 하는 초점작업시에 일을 잘못할수 있는 조건으로 될수 있기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니 우리 안해들이 산줄공 남편을 얼마나 따뜻이 위하고 돌봐주고 걸음걸음 마음써야 하는가를 스스로 자각하게 하지 않는가.

그래, 그이한테 사실대로 말해서는 안된다. 절대로 말하지 말자.

병원엔 나 혼자 가야 한다. 그러면 거짓말을 해야 할텐데 무어라고 꾸민담.

나는 여직껏 거짓말을 한번도 못해보지 않았는가. 그이를 어떻게 속인단 말인가. 나를 그렇게도 사랑하는 사람을…

죄될것 같애. 아니, 그이를 위해서 거짓말을 하는수밖에 없어.

그러면 어머니한테는 사실대로 말할가? 어머니한테는 진짜 말을 하자. 그래야지… 아니, 아니야. 어머니도 나를 얼마나 애지중지 쓰다듬어주는가. 꽃처럼 고와하고 새처럼 귀여워하지 않는가.

그런 어머니여서 내가 병에 걸렸다면 가슴이 무너지게 근심할게다.

그러면 자연히 근심에 잠길것이고 그땐 눈치빠른 그이가 어머니의 얼굴만 보고도 제꺽 알아낼거다.… 할수 없구나. 어머니마저 모르게 평양으로 가자.

(여보, 당신도 어머니도 다 속이는 저를 용서해주세요!)

그날부터 경애는 일부러 더 명랑한 표정을 짓고 시어머니와 남편을 즐겁게 해주었다.

떠날 준비를 갖추었다. 시장에 갓을 사러 나가보니 아직 그것이 나오지 않았다. 시주변 농장마을에 가 보라갓을 몇단 사다가 갓김치를 넉넉히 해넣었다.

시어머니가 갓김치를 뭘하려 그리 많이 담그냐고 했다. 경애는 천연스럽게 말했다.

《평양에 한달동안 가있어야 해요. 전국 소년회관 탁구소조경연이 있거던요.》

시어머니도 강림이도 경애가 경연을 간다고 하면 응당한 일로 여겼다.

《전번 경기때도 내가 해가지고 간 갓김치가 인기였어요. 우리 소조원들이 별별 맛있는 음식들을 다해가지고 왔어도 내 갓김치에만 달라붙었지요 뭐. 이번에도 고것들이 글쎄 〈선생님은 갓김치를 잊지 마십시오.〉 하지 않겠어요.》

시어머니도 즐겁게 웃었다.

《경애야, (그는 딸처럼 늘 이렇게 불렀다.) 그러면 이번엔 좀더 많이 해가지고 가거라. 오래 두고 먹으려문 시여질가봐 걱정이구나.》

《일없어요. 갓김치는 물을 넣지 않고 제 물에 익히면 인차 시여지지 않아요.》

시어머니가 무슨 일을 보러 밖으로 나가자 남편은 시무룩한 얼굴로 누워버렸다.

《여보, 왜 그래요?》

경애는 자기가 경기라든가 어데 멀리 떠날 때면 남편이 저런다는걸 알면서도 살틀한 목소리로 물었다. 강림은 경애를 하루만 못 봐도 쓸쓸해했다.

《에― 또 홀아비가 돼야겠구만.》

《호호 참, 당분간인걸 뭐.…》

《이번엔 왜 그렇게 길어, 한달씩이나.… 할수 없지. 내 사흘에 한번씩 전화를 걸겠소.》

《어마어마… 망신스럽게. 전화를 해야 못 받아요. 경기장이 뭐 한두곳인줄 알아요. 여보, 조금만 참아요. 남들이 그러는데 얼마간씩 떨어져있다 만나군 해야 감정이 커진대요.》

《그런 말은 맞지 않소. 난 매일 같이 있어도 늘 감정이 커지기만 하는데 뭘…》

《호호호.》

《허허허.》

경애는 자기가 없어 허전해하는 남편을 다정히 얼려놓았다.

하지만 정작 떠나는 날은 먼저 눈물을 흘린 경애였다.

그날 아침 송강림은 일찍 산줄작업을 떠나면서 오늘 평양으로 가는가 묻고 부디 몸성히 있다 오라고 그리고 꼭 이기고 오라고 힘을 돋구어주었다.

경애가 정거장으로 나갈 때 시어머니가 짐을 들어주겠다고 했다. 경애는 펄쩍 뛰였다. 밑에만 내려가면 가까이에 소조원학생들이 와서 대기하고있다며 걱정말라고 또 거짓말을 했다.

《어머니, 그럼 떠나겠어요. 제 갔다올 때까지 앓지 마세요.》

《오, 집걱정은 하지 말구 가서 잘있다 오너라. 찬물을 많이 먹지 말아라. 밤엔 배를 꼭꼭 가리우고 자구. 혹시 선수들이 진다고 해도 너무 속상해하지는 말아라. 네 오는 날을 손꼽아 기다리겠다.》

(다심한 어머니! 이 자식을 용서해주세요.)

시어머니앞에 절을 하고 돌아서는 경애의 까만 두눈에 눈물이 축축히 맺히였다. 시어머니의 목소리도 젖었다.

《경애야, 네 우는구나. 이번길은 오래있다 와야 돼서 그러냐. 어쩌면 네 마음이 그리도 비단결이냐. 웃으면서 가거라. 그래야 이긴다.》

이렇게 시어머니와 남편의 따뜻한 바래움을 받으며 떠나온 경애였다.

역으로 나가면서도 생각이 많았다.

본가집 어머니한테는 사실대로 말할걸 하는 후회가 들기도 했다. 아니, 말하지 않은건 잘한거야. 그런데 아버지가 자연히 알게 될게다.

큰일감들을 안고 늘 시름많은 우리 아버지.…

딸자식이 또 걱정을 끼쳐드리면 어찌한단 말인가.

그러지 않아도 승호가 똑똑치 못하다고, 구실할것 같지 못하다고 근심많은 아버지가 아닌가.

그렇게 생각하고 떠났지만 역앞 광장에서 우연히 아버지와 정면으로 마주칠줄이야… 그때 내가 얼마나 당황했던가.

적십자종합병원 비뇨기병원 2과에 들어간 경애는 거기서 또 세밀한 진찰과 실험들을 걸쳐 도병원의 진단이 정확하다는 결론을 받고 입원했다.

호실에는 전국에서 온 중환자들이 있었다.

와서보니 자기만이 별로 외롭고 호젓한것 같아 마음이 쓸쓸했다. 환자의 병적심리로 오는 우울증인것 같았다.

다른 환자들은 다들 가족측에서 같이 따라와 돌봐주고 위로해주었다. 과장선생과 의사, 간호원들도 환자인 경애가 저혼자 올라와 입원한것을 보고 놀라와했다.

다른 환자들은 저 녀잔 집에 살밭은 사람이 없는가보다 하고 측은해하는 눈길로 바라보았다.

어느날 과장선생이 경애를 의사실로 불러 조용히 물어보았다.

《어떻게 할가? 경애동무 수술을 며칠내에 하자고 하오. 립회인이 없이 해도 일없겠소? 환자가 먼길을 혼자 와서 입원하는걸 보니 집엔 같이 올만 한 사람이 없었던게지요?》

경애는 과장선생한테만은 제가 혼자 오게 된 경위를 말하지 않을수 없었다.

《선생님, 집엔 저를 아끼고 사랑해주는 시어머님과 남편이 있고 본가에도 아버지, 어머니, 남동생이 있습니다. 그렇지만 누구도 제가 이 병원에 온줄을 모릅니다. 제가 평양에 탁구경기하러 간다고 했던것입니다.》

나이도 지긋하고 너부죽한 얼굴에 인정있게 생긴 과장선생은 리해할수 없다는듯 경애를 의아한 눈길로 바라보았다.

《제 남편의 직업은 산줄공입니다. 선생님도 산줄공이 무슨 일을 하는 사람들이라는건 알것입니다.》

경애는 누구나 다 할수 없는 산줄공이 하는 일의 특수성과 그런 일을 하는 남편을 섬기는 안해들의 높은 자각과 섬세한 뒤받침에 대하여 그리고 그것이 나라에 기여하는 크기에 대해 침착하게 말했다.

그런것으로 하여 자기의 아픔을 숨기고온 사연을 들은 과장은 감동으로 하여 고개를 몇번이나 끄덕이였다.

《선생님, 미안합니다. 어쩔수 없어 한 말이긴 하지만 제 자랑을 늘어놓은것 같아 죄스럽습니다.》

경애는 옹색해하는 몸가짐을 짓고 사죄하듯 고개를 숙이였다.

《아니, 아니요. 경애동문 정말 속이 깊구만. 나이로 보면 내 딸과 동갑이지만 참 훌륭하오. 남편도 뛰여난 재간을 가진 사람이구만. 아무나 할수 있는 일이 아니지… 그런 용맹한 남편이 조국을 위해 더 큰 위훈을 세우도록 사소한 근심이나 걱정거리가 있을가봐 마음써주는 경애동무야말로 우리 녀성들의 자랑이요!》

《아이, 선생님. 전 그런 훌륭한 녀성이 못됩니다.》

《잘 알았소. 수술을 깨끗하게 해봅시다. 완쾌된 몸으로 돌아가야 남편도 시어머니도 기뻐할게 아니겠소.》

《저를 리해해줘서 고맙습니다.》

경애에 대한 이야기가 과의 의사들과 입원환자들속에 인차 알려졌다. 과장이 감동되여 경애의 담당의사한테 말해준것이 그대로 퍼져 다들 쉽지 않은 녀자라고 칭찬했다.

호실환자들과 같이온 가족들이 경애에게 별식도 나누어주며 친절하게 대해주고 위로해주었다.

경애는 자기한텐 갓김치밖에 없다며 커다란 비닐자루에 가득한것을 통채로 내놓았다. 그것이 그렇게 대단한 호평을 받을줄은 또 몰랐다.

다들 입안이 쩡 열리는게 정말 밥맛을 돋군다며 식사를 못하던 환자들도 한그릇씩 다 먹었다.

너도나도 그릇들을 들고왔다.

색시가 얼굴도 곱고 마음도 고우니 김치맛도 달다고 경애를 칭찬했다.

이 호실에 맛있는 갓김치가 있다는 말이 옆의 호실들에도 퍼지여 한번씩 얻어먹어보고는 통닭찜, 오리튀기, 돼지갈비, 잉어매운탕 좌우간 별별 값진 음식들을 다 들고와 바꾸어갔다.

수술하는 날이 왔다.

경애가 간호원의 부축을 받아 수술대기실에 가 누워 기다리고있을 때 위생복을 입은 한사람이 들어왔다. 키는 크지 않으나 성정이 부드럽고 다심해보였다. 나이도 과장선생과 비슷할것 같았다.

그는 입가에 웃음을 띠우며 아버지처럼 너그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경애동무지요?》

《녜―》

《내 병원 초급당비서요.》

경애가 일어나려 하자 당비서는 어서 누워있으라고 급히 손짓했다.

《우리 과장선생한테서 경애동무에 대한 얘기를 다 들었소. 참, 마음이 갸륵하구만. 그렇게 고운 마음을 가지고 우리 병원에 혼자 오다나니 수술립회를 서줄 사람이 없다는걸 알았소. 그래서 동무의 부모와 남편을 대신해서 내가 서주자고 마음먹었소. 물론 동무의 반대가 없다면 말이요.》

《아니, 비서동지! 제가 뭐라고 비서동지가 직접… 어쩌면…》

경애는 상상도 못해본 뜻밖의 일에 놀라 저도 모르게 목이 꺽 메여 두 눈귀로 눈물이 자르르 흘러내렸다.

《비서동지, 고맙습니다.… 잊지 않겠습니다.…》

《고마울게 없소. 다 제 덕이요. 경애동무가 제 남편이 하는 큰일을 그토록 몸과 마음 다 바쳐 떠받들어주고있는 아름다운 마음에 감동돼서 내가 나선거요. 그 뜨거운 마음이 곧 애국이 아니겠소. 고운 마음을 가진 사람들은 어데 가나 이렇게 인정을 받고 지지를 받는 법이요.》

(아, 내 나라는 어데 가나 한가정이구나. 그래서 하나의 대가정이라고 하는가.)

경애는 감동의 눈물이 자꾸 솟구쳐올라 대답할 말을 고르지 못했다.

《자, 경애동무, 신심을 가지고 수술을 잘 받읍시다. 무슨 일에서나 신심이 중요합니다.》

초급당비서가 헌헌한 목소리로 고무해주며 앞서서 수술장으로 들어갔다.

이날 집도는 과장이 했다. 수술은 오랜 시간을 거쳐 침착하게 진행되였다.

날이 흘러감에 따라 수술예후가 좋아 과장도 당비서도 무척 기뻐했다.

이렇게 깨끗이 완쾌되여 경애는 오늘 기쁜 마음으로 평양을 떠나가는 길이였다.

수술이후 회복기에 들어가면서 아버지사무실로 몇번 전화를 했다.

아버지한테 건강하다고 번마다 말했지만 여전히 맘놓지 못할거야. 아버진 나와 한 약속을 그대로 지켰다고 했지. 정말 아버진 드팀이 없어. 이 애물꾸러기딸때문에 얼마나 속이 탔을가. 아버지를 생각하면 절로 눈물이 났다.

렬차는 저녁녘에 그리운 고향역에 와닿았다.

경애가 집에 들어섰을 때 어머니와 남편도 방금 퇴근해왔다. 그들은 몇년만에 만나기라도 한듯 반가와 서로 붙잡고 놓지 않았다.

마주앉아 이야기를 나누었다.

송강림은 철탑2회선개조작업에 나가있다가 어제 집에 들어왔다고 했다. 기업소에 자재를 가지러왔던 길이여서 이틀후에는 또 현지로 나가야 된다고 했다. 어머니는 《평양물이 좋기는 좋다. 네가 그사이 더 고와져서 왔구나.》 하고 기뻐했다.

강림은 싱글벙글 웃으면서 주먹을 슬며시 들어보이였다. 그것은 평양에 오래 가있으면서도 집에 소식 한번 전하지 않았다며 혼내워주겠다는 으름장이였다.

이윽고 경애는 자세를 바로 하고 시어머니의 손을 꼭 쥐였다. 목소리는 물에 젖은듯 차분히 울리였다.

《어머니, 제가 죄를 지은게 있어요.》

《죄를 짓다니? 그건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냐?》

《어머니와 저이를 속이고 평양에 갔댔어요. 탁구경기를 한다는것도 거짓말이였구요. 전 지금껏 적십자종합병원 비뇨기병원에 가 입원해있다가 지금 퇴원해서 오는 길이예요.》

《뭐라구?!》

두사람은 다같이 기절하도록 놀라 눈들이 커졌다. 경애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경애는 그간 있었던 일을 차근차근 빠짐없이 이야기했다.

시어머니는 눈물을 줄줄 흘리며 들었다.

송강림도 눈등이 불깃하여 숨결이 높았다.

《경애야, 그러니 이 에미와 네 남편이 걱정할가봐 그토록 말 한마디없이 제 혼자 병원엘 가 입원했단 말이냐. 수술까지 받았다니 얼마나 괴로웠겠냐.》

시어머니는 경애의 등을 쓰다듬어주었다.

《어머니, 과장선생님이랑 초급당비서동지랑 저를 딸처럼 돌봐줬어요.》

《정말 고마운 사람들이구나. 잊지 말고 은혜를 갚아야겠다.》

송강림은 너무도 격정이 차넘쳐 벌떡 자리에서 일어서기까지 했다. 그리고는 방안을 빙빙 돌며 주먹을 또 흔들어보였다.

《다시한번 그래보오. 용서치 않겠소. 기쁨도 괴로움도 함께 나누는게 한가정이지 어려운 길로는 저혼자만 가다니. 이거야 어디 가슴이 터져와서 견딜수가 있나. 내 깜빡 속히워서 그걸 모르고있었다니…》

《아이, 그렇게 빙빙 돌지 말구 앉으세요. 진정하고…》

《어디 진정하게 됐소? 혼날줄 알라구.》

뚝 부릅뜨고 색시를 쏘아본다는것이 두눈에 타오르는 한없이 뜨거운 애정으로 하여 량볼은 실룩실룩 자꾸 웃었다. 그것을 보고 경애도 방글방글 마주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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