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6 회)

제 2 편

아름다운 밤

7

(1)

 

명산포―가양도 송전선공사를 위한 수정설계도면이 완성되여 나왔다.

수정작업중에도 여러번 보아주고 토론도 자주 했지만 완성된 설계를 다시 검토해본 정준하는 만족감으로 하여 마음이 흐뭇했다.

도면은 이상 더 손댈것이 없어보였다.

이제는 시공에 넘겨 도면연구를 시키고 공사에 착수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사람들의 보는 눈과 마음은 하나같지 않았다. 그런 사람들의 총체적인 견해는 완강하게 첫 도면을 인정하고 주장하는것이였다.

첫 도면대로 시공하자고 주장하는 사람들의 앞장에 나선 일군이 최장근지배인이였다. 지배인도 수정도면을 보고는 그자체를 인정했다.

《수정도면도 설계상으로는 나무랄데가 없소. 과학적으로 예견성있게 잘 완성했소.》

첫 도면은 중간철탑을 주장한것이고 수정도면은 중간철탑을 없앤것이였다.

첫 설계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중간철탑을 없앰으로 해서 빚어질수 있는 재난을 예측했고 수정설계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중간철탑이 있음으로 하여 그것이 가져다줄 만회할수 없는 후과에 대해 론증했다.

어느것이나 론리적으로는 다 일장일단이 있었다.

아무리 대결했댔자 승부를 가를수가 없었다. 정확하기는 두가지 안을 그대로 시공해놓고 실지 눈으로 지내봐야 알수 있는것이다. 하지만 그렇게는 할수 없는것이여서 이 실태를 다시 성에다 보고했다.

최장근의 전화를 조형례국장이 받았다. 그는 반기는 목소리로 물었다.

《수정설계도면이 나왔다구? 수고많았소.》

《아닌게 아니라 우리 설계실동무들이 매일 밤을 밝히다싶이 했소.》

《그랬을거요. 완성된 도면을 보니 어떻소?》

《수정도면도 설계는 수준있게 된것 같소.》

《그랬으면 됐구만.》

《그래, 이젠 시공에 넘길 도면확정을 정확히 해야 하지 않겠소?》

지배인의 말에 국장은 놀란듯 그게 무슨 소린가고 했다.

《수정도면을 그려놓고도 아직 그것을 인정하고싶지 않다는거요?》

《많은 사람들이 중간철탑을 세우지 않으면 공사는 실패한다고들 하오. 그 많은 사람들속에는 나도 포함돼있소.》

돌연 조형례국장의 목소리가 고깝게 울렸다.

《지배인동무도 어지간히 집요한 사람이구만. 중간철탑을 세울수 없다는 설명을 그만큼 들었으면 이젠 납득이 가지 않소? 좌우간 기다리오. 내가 내려가서 수정도면을 보고 결심하겠소.》

국장은 지배인의 말을 더 들을것이 없다는듯 송수화기를 덜컥 놓아버렸다. 무슨 말인가 더 하려던 최장근은 어정쩡하여 굳어졌다.

(이런 무시를 당하다니.)

그는 메사해져 송수화기를 맥없이 놓았다. 멋적어진 최장근은 기분이 구름낀 하늘처럼 흐려졌다. 그것을 삭이느라고 잠간 헐헐했다. 이어 송수화기를 다시 들어 과마다 추궁하기 시작했다.

…기술과, 동무넨 기계공장구내 송전선이설작업이 늦어지는것을 아는가. 왜 아직 기술설계서를 작성하지 못하는가.

운영과, 영천군 중동변전소 주변압기 대보수를 왜 아직 끝내지 못하는가.

급전과, 6만선로들의 한도가 왜 계속 초과되는가. 매일 강조하는데도 어째서 계통부하가 떨어지지 않는가.

자재공급소, 왜 애자류 5천개와 절연유 10t을 끌어들이지 못하는가.

보수사업소, 동무넨 어째서 동비닐선뽑기가 늦어지는가. 도금설비를 개건한다는건 어떻게 됐는가.…

한참 열이 올라 답새기고나서야 전화를 끊었다.

담배 한대를 붙여물었다. 후― 파르스름한 연기가 고패치며 흩어져갔다.

스스로 자문했다. 너는 무엇을 하는 사람이기에 아래사람들을 다불러대는것만으로 만족하는가. 만족? 아니, 만족을 위해 욕을 한것이 아니다. 늘쌍 하는 욕이고 강조하는것이지만 이번엔 그것이 아니다.

사실대로 말하면 시어머니 역증에 개옆구리차는 격이였다.

조형례한테서 받은 모욕이 내려가지 않아 아래사람들을 닦아세우는것으로 분풀이를 한것이라는것을 괴롭지만 자인해야 할것이다.

이건 부끄러운 일이다. 물론 응당 해야 할 소리를 했지만 그속을 들여다보면 인간자체의 수양에 관한 문제가 깔려있는것이다. 내가 이런적이 몇번이나 있었던가.

최장근은 두팔을 앞으로 깍지끼고 넓다란 지배인실을 빙빙 에돌았다.

조형례국장은 다음날 도송배전부에 내려왔다. 오기바쁘게 지배인실에서 설계도를 펴놓고 신중한 눈길로 보았다.

그는 도면의 수치들과 그 정확성, 자재와 재료들이 합리적으로 타산됐는가를 따져보았다. 특히 중간철탑없이 량좌우 철탑과 6개의 보조철탑으로 2 500메터거리의 송전선을 잡아줘야 하므로 그 재질과 강질의 세기, 굵기, 크기 등 좌우간 세밀한 구석까지 다 따져보고 콤퓨터로 산출되는 수자들을 재확인해보기도 했다.

시간이 지나 그는 도면을 밀어놓으며 조용히 입을 열었다.

《수정도면은 훌륭하오. 도면자체로서는 흠잡을게 없소. 도에도 재능있는 설계가들이 있구만.》

조형례는 기분이 피여나 헌헌한 목소리로 칭찬했다.

《이제는 현지확인을 해야겠소.》

얼마후 국장과 지배인, 정준하기사장이 탄 승용차가 해창군 명산포로 떠났다.

현지에 도착한 조형례는 명산포일대와 철탑을 앉힐 자리는 물론 가양도에까지 건너가 지형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그러느라고 어두워서야 도송배전부로 돌아왔다.

지배인실에서 조형례는 최장근과 정준하를 바라보며 신심에 넘쳐 말했다.

《물밖으로 거대하게 솟아오르고있는 간석지를 보니 정말 욕심이 나오. 우리가 가양도에 벌써 송전선공사를 해주었어야 할걸 그랬다는 후회가 드오. 두개의 설계안에서 어느것을 선택하여 시공할것인가, 내 생각은 이렇소. 중간철탑을 없앤 수정설계안대로 하자는것이요. 왜 그런가. 수정설계를 보니 량좌우 두개의 특수철탑과 보조철탑들이 얼마든지 3상고압선을 견고하게 잡아줄수 있겠다는 확신을 가지게 한것이요. 다음 하나는 이미 정준하기사장이 말했듯이 바다가운데 중간철탑을 세울 인공섬을 만든다는것은 현실성이 적소. 인공섬을 만드는데 엄청난 자재와 로력이 들어 원가가 맞지 않소. 실리적으로 맞지 않는 노릇은 할수 없소. 아이보다 배꼽이 큰것으로 될수 있겠소. 그토록 힘들게 인공섬을 만들어 중간철탑을 세운다 해도 우리는 그 건설물의 견고성에 대해 마음놓을수 없소. 파도와 해일에 언제 무너질지 모르오. 우리가 하는 송전선건설은 천년이 지나도 끄떡없다는것을 자신있게 담보해야 하오.》

최장근지배인은 쓰다달다 아무 말이 없었다. 국장은 지배인의 기분을 가늠해보듯 그에게 의견이 없는가고 물었다.

《선택권은 시공자들인 동무들에게 있는것만큼 의견들을 말하오.》

《성의 의견을 받았으면 됐지 무슨 딴의견이 있겠소.》

《그동안 지배인동문 첫 설계안을 지지하지 않았소.》

《지지는 어느 안을 했던간에 이제와서 우리한테 중요한건 공사를 성에서 적극 밀어달라는거요. 성에서 도와주지 않으면 성공하기 어렵소.》

《어느 안으로 시공하든 보다 잘하자는것이 목적인것만큼 성에서는 최대한 밀어주겠소.》

조형례국장은 시공에서 제기될수 있는 문제들에 류의할것을 강조하고 떠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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