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17 회)
제 1 편
용감한 사람
16
(2)
장유상당비서가 숱한 일을 제껴주고 간 다음에도 승호네 작업조에서는 늦도록 일을 했다. 작업총화를 짓고 수룡강가에 나가 목욕까지 하고났을 때는 사위가 어슬어슬했다.
승호는 시원한 강바람을 쏘이며 강안공원의자에 얼마간 앉아있었다. 낮에 있었던 일이 자꾸 눈앞에 떠올랐다.
당비서가 아무런 잔말도 없이 익은 솜씨로 일을 걸싸게 제끼던 기억이 뇌리에 찍혀 지워질것 같지 않았다.
당비서는 언제 보나 수수한 사람이였다. 옷도 수수하게 입고 말도 수수하게 했다. 당비서라는 티가 없고 무엇을 보태거나 꾸며보이는것이 없었다. 늘 난대로, 실체그대로를 보여주는 사람이였다.
그런 그여서 건설직장에 나와있을 땐 송전선건설자 같고 보수사업소에 가있을 땐 변압기수리공 같아보였다.
장유상당비서가 오늘 콩크리트전주에 오르는것을 보고 승호는 충격이 컸다. 그러고보니 도송배전부의 책임일군들은 로동자들 하는 일을 다 잘하지 않는가. 아무리 보아도 그들은 월급쟁이 사무원들이 아니였다.
아버지는 철탑을 씽씽 날아오른다고 한다. 당비서도 그렇고 지배인도 젊어서 고도작업의 명수였다고 한다. 운영부기사장도 건설직장장도 하늘의 수리개들이였다고 한다.
그런데 나는?… 승호는 학교때 공부만 열심히 하고 실습의 긴 나날 갖추어야 할 기능을 닦지 않은 자신이 더없이 원망스러웠다. 나는 왜 이렇게 육체를 놀리는 일이 싫고 두려울가.
아버지는 어머니가 나를 어려서부터 부지런히 일하는 근면성을 키워주지 않고 어자어자하며 귀공자처럼 눈먼 사랑만 했다고 꾸중하는데 그 말이 옳은것 같다.
어머니는 나를 애지중지 사랑만 해주던 나머지 매로 키우지 못한 모양이다. 매가 사랑이라고는 하지만 사실 귀한 자식을 모질게 키우기란 쉬운 일이 아닐게다. 그걸 자식인 내가 어머니한테 잘못이라고 할수 있는가.
어머니가 남겨준 그 빈구석을 내 노력으로 메워야 하지 않는가. 그게 자식의 옳은 도리가 아닐가. 알기는 알지만 왜 실천에 옮기기는 그토록 베찬가.
하여 승호는 오늘 저녁 우정 날이 어둡기를 기다리고있는것이였다.
조장한테 말하고 목주승주기 한조를 가지고왔다. 전주오르기훈련을 혼자 해보자는것이였다.
같이 배치되여온 기찬이는 벌써 콩주, 목주오르기를 끝내고 철탑오르기훈련을 하고있다.
날이 어둡자 승호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강안공원을 벗어나 단층가옥들이 늘어선 길어구에 그리 높지 않은 나무전주들이 한줄로 서있었다.
큰길은 저 앞쪽으로 뻗어갔고 이곳은 가로등도 없는 외통길이여서 다니는 사람들이 별로 없었다. 더러 오가는 사람들이 있긴 해도 그들은 전공이 와서 전기선을 보러 올라가는가부다 하고 관심도 없이 지나가군 했다.
승호는 승주기를 신고 전주대에 달라붙어 가까스로 발을 떼보았다.
오르기동작이 그만하면 잘되였다. 숙련이 부족하여 힘이 무척 들었다.
아버지와 경애누이는 체육신경이 발달해서인지 이런 일을 헐하게 잘하는것 같지만 자기는 체육에 소질이 없어 더 힘이 든것 같았다. 하지만 승벽은 누구보다 세여 기찬이만 못하다는 소리가 죽으라는 말보다 더 가슴아프게 들렸다. 공부에서는 내 앉았던 자리에도 못 오던게…
그는 땀을 뻘뻘 흘리며 오르기훈련을 했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너무 힘들어 승주기를 한옆에 벗어놓고 주저앉아 땀을 들이였다.
한참 쉬고난 승호가 자리에서 일어설 때 또 한사람이 옆으로 지나갔다. 키가 날씬한 녀자였다. 그 녀자는 승호옆을 지나치다 걸음발을 딱 멈추었다. 어슬어슬한 속에서도 그를 제꺽 알아보고 가까이 다가왔다.
《여기서 뭘해요?》
《아니?!… 처옥동무가?》
승호는 못할짓을 하다 들킨것처럼 얼굴을 붉혔다. 어둠이 당황해하는 자기 꼴을 가리워주는것이 다행스러웠다. 그는 태연해지려 애썼다.
다시 생각해보니 그럴것도 없었다. 한 기관안에 같이 있어 방처옥이 승호의 일거일동을 모를리가 없다. 처녀가 말짱 알고 고양이처럼 자기를 지켜본다는것을 이미 알고있는 승호였다.
벌써 이미전에 그들은 두어번 맞불질을 한 상태였다. 방처옥은 승호가 전기전문학교졸업후 고향도시에 돌아와서도 아직 자기 집에 얼씬하지 않아 그의 변심을 알아채고 무엇때문에 그러는가를 알아내려 왼심을 썼다.
승호는 말하지 않았다. 소힘줄처럼 질긴 그한테서 끝내 리유를 알아내지 못한 처옥은 아래입술을 감물고 대들었다. 평소에는 얌전데기, 새침데기로 삽삽하고 상냥하다가도 약이 오르면 야멸차기 그지없다.
승호는 오늘 저녁 공교로운 장소에서 공교롭게 처옥이를 만난것이 언짢았지만 그런 내색없이 입을 열었다.
《동문 어떻게 이곳으로 오우?》
방처옥은 승호가 목주승주기를 옆에 벗어놓은것을 보고 벌써 무엇을 하댔는지 알아챘다.
《승호동무가 목주오르기를 열성스레 한다고 해서 도와주러 왔어요.》
처녀는 시치미를 따고 거짓말을 했다. 사실은 이곳에 좀 들렸다갈 집이 있어 오다가 우연히 승호와 맞다든것이였다. 승호는 픽― 랭소를 지었다.
《처옥이가 나를 도와줘?》
《왜요? 못 도와줄것 같애요? 자― 오르세요, 제가 방법을 알려줄테니.》
《뭐라구? 방법까지 가르쳐주겠다? 야― 이거 승호라는 사람이 다 죽었구나.》
《그렇게 깔보지 마세요. 녀자라고 숙보나요?》
《됐소, 됐소. 어서 갈길이나 가오. 전주에 오르는 일이 그렇게 떡 먹듯 쉬운줄 알아?》
《쉽지 않아요. 아주 힘들어요. 그러게 부단히 훈련해야지요. 기찬동무랑은 벌써 철탑에 오른다고 하더군요. 아직 요만한 전주를 붙잡고 씨름하는걸 보니 승호동문 학교실습기간을 너무 소홀히 했군요.》
《실습기간에 무슨 전주나 철탑오르기 같은 기능까지 배워주는건 아니요.》
《옳아요. 그런 기능까지 배워주지는 않아요. 그렇지만 공간시간이 제일 많은 긴긴 실습기간에 다들 그런 기능까지도 각자가 스스로 결심하고 배우고 익혀요. 누구나 그렇게 배웠어요. 교재에 전주나 철탑오르기를 배워주라고 시간을 배정한건 없어요.》
(그러니까 실습기간에 내가 건달을 부렸다는 소리구나. 기능을 익히자고 의식적으로 노력한것은 사실 없다. 괴롭지만 이것은 인정해야 하지 않을가.)
승호는 속으로 찔렸으나 처녀앞에서 맹목적인 자존심이라도 세워야겠다고 생각하며 허세를 부렸다. 그는 꽥 소리를 질렀다.
《처옥동무, 정말 약을 올리겠소?》
《약이 날게 뭐 있어요.… 승호동무, 진짜 약을 올려보라요?》
《뭐라구?》
《요런 난쟁이통나무전주쯤은 처녀들도 오른다는걸 몰라요? 보겠어요?》
방처옥은 오늘 마침 기회가 생긴김에 승호한테 바짝 약을 올려 자존심을 되게 건드려줘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러면 죽을지 살지 모르고 분발할것이 아닌가.
처녀는 그렇게 되기를 바라며 해쭉 웃었다. 마침 지나가는 자동차가 불빛을 비쳐주어 그의 정차게 웃는 모습이 반짝 드러났다. 승호는 처녀의 갸륵한 마음은 모르고 우거지상을 짓고있었다.
처옥은 손가방을 놓고 승호가 벗어놓은 승주기를 가져다가 신기 시작했다. 오늘따라 굽높은 구두를 신지 않고 바닥이 하얀 편리화를 신고나온것이 다행이였다.
승주기를 신은 다음은 일어서서 몇걸음 움직여보았다. 준비를 갖춘 그는 《자, 보세요. 요까짓 가늘고 키낮은 나무전주쯤 가지고 무얼 갑자를게 있어요.》 하더니 전주대를 두손으로 척 잡았다. 이어 가볍게 엉치를 들어 두발을 살짝 전주에 올려붙이였다. 벌써 하는 식이 숙련된 동작이였다.
기본동작을 취한 다음에는 두손과 두발을 규칙적으로 탄력있게 엇바꾸어 붙이며 눈깜빡할 사이에 다람이처럼 올라갔다.
승호는 입을 떡 벌렸다. 보잘것없는 나무전주이긴 하지만 방처옥이 이렇게 한대 먹일줄은 몰랐다.
이윽고 처옥은 전주에서 내려와 승주기를 벗더니 그것을 공손히 승호앞에 가져다놓았다.
그는 자기가 이런 기능을 닦은것을 의문스러워하는 승호에게 그것을 알려주듯 조용히 입을 열었다.
《우린 전기전문학교 실습기간에 자지 않고 훈련했어요. 우리 호실 처녀들은 다들 녀자라고 왜 전주에 못 오르겠는가, 콩주나 철탑까지는 못 올라도 나무전주쯤이야 못 오르겠는가, 전력공업부문에서 일하려면 그 분야가 요구하는 일은 다 배워야 한다고 결심하고 밤잠을 자지않고 훈련했어요.
물론 우리 처녀들이 사회에 나와 전주에 오르는 작업을 하자고 해서 배운건 아니예요. 나라에서는 녀자들에게 고도작업을 시키지 않는다는것을 우리도 알아요.
그렇지만 참다운 근로정신을 키우자 결심하고 다들 스스로 배운거지요. 자신의 사상정신적수양을 쌓기 위해 이악하게 배운거예요. 맨처음엔 학교운동장에 있는 축구꼴문대의 기둥부터 오르는 련습을 했지요. 전주오르기훈련은 좋은 몸단련운동이기도 했어요. 이 훈련을 하면서 팔힘이 억세여진건 물론 얼마나 몸들이 건강해졌는지 몰라요.》
(처녀들이 다 자진해서 나섰는데 하물며 남자는 더 자기 기능을 닦기 위해 헌신분투해야 하지 않았는가 하는 항변이구나. 그래서 나더러 실습기간에 건달을 피웠다고 했구나.)
손가방을 집어든 방처옥은 발길을 돌렸다. 그는 낮은 어성으로 사과하듯 말했다.
《미안해요, 전 가겠어요. 제가 아무리 방조해주고싶어도 승호동무의 그 자존심에 저의 청을 받아들일것 같지 않군요. 그럴바엔 혼자 훈련하는게 더 낫지요. 잘해보세요.》
방처옥은 어둠속으로 사라졌다.
승호는 후유― 더운 숨을 내쉬며 자존심이 상해 전주밑에 주저앉았다.
이 시각 정준하는 퇴근하여 집에 돌아와있었다. 안해 백순옥은 인민반회의에 가고 경애가 저녁상을 차려다주었다.
《승호는 어데 갔니?》
《모르겠어요. 아직 집에 오지 않았어요.》
(왜 이렇게 늦을가? 오늘 전주교체작업을 한다고 했던가.… 안해보던 일을 하려니 여간만 힘들지 않을테지. 그 한계점을 넘어서면 무서운 일이 없을게다. 네가 아버지를 원망하고있지만 그 고비를 넘기고나서 뒤돌아볼 땐 고마와할게다.… 왜 아직 안 들어올가. 혹시 동무들과 쓸데없는 일에 밀려다니는건 아닐가.…)
걸음걸음 마음놓이지 않는것이 부모의 심정인가 싶었다.
저녁상을 물린 후 정준하는 조용한 기회에 경애를 불러앉히였다.
《얘, 요새도 송강림이 너희네 회관에 탁구를 치러 오냐?》
《녜, 와요. 이젠 너무 자주 와서 걱정이예요.》
경애는 무엇을 만드는지 하르르한 천을 펴놓고 가위질을 하며 명랑하게 대답했다.
(음, 강림이가 바람이 난 모양이구나.)
《넌 별걱정을 다 하는구나. 그래, 강림이가 자주 오는게 싫냐?》
《싫기야 뭐… 너무 눈치가 없어서 그래요. 회관사람들이 이상한 눈길로 보는줄도 모르고…》
《허허.》
《그래서 한번은 너무 자주 오는걸 삼가하라고 찔러주었지요 뭐. 그랬더니 글쎄 그 대답이 얼마나 어처구니없는지 몰라요.》
《뭐라더냐?》
《내가 회관에 자주 오는건 내 죄가 아니요, 그건 경애동무한테 죄가 있소 하고 모든걸 나한테 넘겨씌워요. 왜 나한테 죄가 있는가고 따지니까 한숨을 푹 쉬며 그건 풀기 어려운 문제요 하구 무언지 모를 아리숭한 대답을 해요. 정말 엉터리예요.》
《그래?… 참 좋구나.》
《아버진 뭐가 좋다는거예요?》
《그저 좋단 말이다. 탁구경기에서는 누가 이기냐?》
《내가 종종 져주지요 뭐.》
《계속 우정 져준다?》
《녜, 내가 져주니까 재미가 나서 자꾸 오는것 같애요. 이젠 꼼짝 못하게 지워놔야겠어요. 그러면 재미가 없어 안 올거예요.》
《그러면 못쓴다. 자꾸 져줘라. 그럴바엔 깨끗이 다 져주는게 어떠냐?》
《그건 무슨 뜻이예요?》
《너 그동안 강림이를 상대해보니 어떻더냐? 사람됨이?》
《글쎄… 돼먹은것 같더군요.… 좌우간 눈에 거슬리는건 별로 없는것 같애요. 왜 그렇게 끈끈히 캐물어요? 이상스럽게…》
《이상스러울게 뭐 있니. 너를 이젠 이 집에서 내쫓자고 그런다.》
《그럼 나를 시집보내겠단거예요? 벌써요?》
《이제는 때가 됐다.》
《난 시집 안 갈래요.》
《그런 새빨간 거짓말은 하지도 말아. 너를 송강림이한테 시집보내자고 그런다.》
《어마나!》
경애는 깜짝 놀라 쥐고있던 가위를 놓고 돌아앉았다. 별안간 가슴이 쌍다듬이질하듯 콩당콩당 뛰놀았다.
(아버진 능청스러워. 그럴려고 강림동무와 탁구를 친다면서 우정 나한테 끌고왔구나. 그 동무가 래일 또 탁구를 치러 오겠다고 했지. 부끄러워서 어떻게 얼굴을 마주보나.
아닌게 아니라 강림동무가 나타나면서부터 내 마음이 고무풍선처럼 된것 같애. 혹시 아버지가 이걸 눈치챈게 아닐가. 아니, 아버진 분명 내 마음이 그렇게 되기를 바란것 같기도 해.)
며칠후 정준하는 송강림을 자기 방에 불렀다. 강림은 무슨 일인가 하여 기사장실에 머뭇머뭇하며 들어섰다. 그는 청년을 친절하게 가까이 오라고 했다.
《내 하나 물어볼게 있어 불렀소. 요새도 소년회관 경애한테 탁구치러 자주 간다지?》
《예? 예―》
《그래, 상종해보니 그 처녀가 어떻던가?》
《무얼 말입니까?》
《맘에 드는가 말이야. 인물이랑, 성격이랑, 품성이랑… 그리구 또 다… 마음에 든다면 내가 소개해주자고 그래. 그 집 어머니가 나한테 부탁했소.》
《그렇습니까?!》
송강림은 그제야 놀라 눈이 커지더니 이어 한숨을 푹 쉬였다.
《왜 그러나?》
《먹고싶은 떡이지만 먹지는 못하고 보고만 있자니 얼마나 안타까운 일입니까.》
《이런 쭐난이라구야. 군대밥까지 먹었다는게… 먹고싶은 떡이야 어떡하나 먹는게 사내지.》
강림은 머리를 흔들었다.
《그림의 떡이야 무슨 재간이 있습니까. 저야 얼굴도 못 본 처녀한테서 채우는 정도인데… 채운 발이 곱채운다지 않습니까.
전 경애동무를 보는것만도 과남합니다.》
(참, 소박한 청년이군. 돼먹은 사람이야. 제가 얼마나 훌륭한 총각이라는건 생각지 않누만.)
《음― 알겠소. 그러니까 마음엔 꼭 든단 말이지.》
《마음에 든다고 다 제 사람을 만들수야 없지 않습니까.》
경애 소리가 나오자 송강림은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르고 목소리가 헤뜬것처럼 자주 떨리였다. 두눈에는 이름할수 없는 행복의 물결이 간절한 기원을 담고 찰랑찰랑 넘치는듯 했다.
그걸 보고 정준하는 껄껄 웃었다.
《집에 어머니는 건강한가?》
《녜, 별로 앓는데는 없습니다.》
《됐구만. 지금도 어머니가 산줄공을 하다가는 장가 못 가겠다하면서 그만두라고 그러나?》
《아닙니다. 그때 어머니가 너무 분해서… 어머닌 자기 아들이 누구보다 장한 일을 한다고 생각하고있습니다.》
《좋은 어머니요. 젊어서 마음고생도 많이 한 어머니라던데 강림동무가 더 잘 위해드리라구.》
《고맙습니다.》
이윽고 강림은 자리에서 일어섰다.
정준하는 문밖으로 나가는 송강림의 날씬한 뒤모습을 믿음어린 눈길로 바라보았다.
(좋은 일이구나. 경애와 송강림의 사이가 한떨기 꽃처럼 피여나고있구나. 활짝 피여라, 사랑의 꽃송이들아!)
정준하는 자기가 두송이의 아름다운 꽃송이들을 키우는 원예사와도 같이 생각되였다. 잘 키워야겠는데… 혹시 예상치 않은 비바람에 스러지면 어쩐담. 그런 일은 없을게다.
경애가 강림이의 한생의 길동무가 될수 있을가. 짝지지나 않을가. 송강림은 아무리 뜯어보아도 흠할나위 없는 청년이다. 지성적으로나 일솜씨에서나 문화도덕, 례의에서나 정말 나무랄데가 없다.
이런 사람의 안해가 되려면 그 녀성도 남편될 사람과 대등해야 하지 않을가. 송강림은 뛰여난 산줄공으로서 당당히 전국에 꼽히는 사람이다.
산줄공한테 안해들이 노는 역할은 실로 크다. 항시 초점작업을 하는 남편을 위해 안해들이 어느만큼 마음쓰고 뒤받침을 하는가에 따라 그 산줄공의 위훈이 빛날수도 있고 그렇지 못할수도 있다. 어느 산줄공이 영웅이 됐다면 그 몫의 절반은 안해의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송강림은 분명 산줄작업에서 영웅적위훈을 세울 사람이다. 그런 사람한테 경애가 안해로서 고도의 정신적앙양을 돋구어줄수 있을가. 안해로서의 책임을 다할수 있을가?… 해낼게다. 경애는 산줄공의 안해로서의 본분을 자나깨나 가슴에 새기고 강림이와 함께 발걸음을 맞출게다. 나는 아버지로서 내 딸의 됨됨을 잘 알고 굳게 믿는다.
아직은 더 두고봐야 알겠지만 저들의 사랑은 꼭 꽃으로 피여나 열매를 맺으리라.
정준하는 축복의 마음을 안고 이 꽃송이들에 단물을 아낌없이 부어주리라 속다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