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16 회)
제 1 편
용감한 사람
16
(1)
도당에서 회의가 끝나자 책임비서가 장유상을 따로 불렀다.
《동무네가 가양도공사를 하겠다는 제기를 받았소. 그래 지금 어느정도 준비가 됐소?》
《현지조사를 하고 문건준비를 끝냈습니다.》
《중요한 전투요. 그 공사를 하려면 제기되는 문제가 많을거요. 서슴없이 도당에 제기하오.》
장유상은 도당책임비서가 공사를 힘써 밀어주겠다는 고무의 말을 듣고는 신심에 넘쳐 자기 사무실로 돌아왔다.
(그런데 전력공업성에서는 왜 아직 무슨 말이 없을가?)
그는 자기 방으로 들어가 작업복을 갈아입었다. 그길로 곧장 역전동쪽으로 걸어갔다. 오늘 송전선직장의 한개 작업조가 방직공장으로 들어가는 낡은 전주들을 교체하는 작업을 하고있었다.
아까 회의를 들어가면서 보니 작업조에 기능공들이 얼마 없었다. 새사람들로 이루어져 일을 책임진 조장은 능률이 나지 않아 신경을 바락바락 썼다.
현장에 다달은 장유상은 전주를 몇대나 교체했는가 살펴보았다. 정말 일을 얼마 제끼지 못했다.
《조장동무, 왜 이리 꾸물거리나. 그러단 오늘중으로 못다할것 같구만.》
《고도작업을 못해 본 신입공들뿐입니다. 우리 두사람이 계속 오르내리려니 힘들어 못해먹겠습니다.》
승호는 기능공인 조장의 비난이 곧 자기한테 하는 소리같이만 들려 얼굴이 화끈했다. 물론 조력자들이 여럿 되긴 해도 여기서 전주에 아주 못 오르는 둔팍한 존재는 자기뿐이였다.
장유상은 조원들을 둘러보았다. 너부죽한 얼굴에 사람좋은 웃음이 느슨히 어리였다.
《서동무야 고도작업을 좀 해보지 않았나?》
《전 이제는 선수입니다. 손목에 자개바람이 나서 이러지 않습니까. 조금만 힘을 써도 손목이 막 새큰새큰하지요. 시집가는 날 등창난다더니 부디 당비서동지가 나온 날 손목에 자개바람이 일건 뭐람.》
《그래? 그럼 동무가 못하는 일을 내가 대신 하지. 거 콩주승주기를 한조 주오.》
조장이 놀라서 얼른 다가와 말리였다.
《정말 콩주에 오르려고 그럽니까? 위험합니다. 그만두십시오. 우리가 다…》
《글쎄 승주기를 달라니까.》
《승주기가 쓸만 한것이 없습니다. 다 거들거들합니다.》
조장이 어떻게 하나 주지 않으려 한다는걸 눈치챈 장유상은 제가 가서 한컬레 슬쩍 들고왔다.
《승주기가 뭐 어쨌다고 타발인가.》
승호는 당비서가 진짜 콩크리트전주에 오르려는가 하고 눈여겨보았다.
콩주승주기를 두발에 신은 장유상은 방금 세워놓은 콩크리트전주에 다가가 안전바를 량손에 거머쥐고 가볍게 두발을 올려붙이였다. 다음은 숙련된 동작으로 발을 옮기더니 이어 척척 짚어올라갔다.
잠간사이에 다 올라가 뻰찌를 쥔 손을 익숙하게 놀리며 작업을 했다. 놀란 조장이 장유상을 올려다보며 감탄했다.
《비서동지가 전주에 잘 오른다는 말은 들었어도 실지 보는건 오늘이 처음입니다. 언제 그런 숙련을 쌓았습니까?》
《내 새파란 나이때 이런 전주를 아마 한 천대는 오르내렸을거요. 전공이였으니까. 꾸준히 노력해서 안되는 일은 없소.》
당비서가 직접 전주에 올라 일손을 다그치자 다들 손발에 바람이 일기 시작했다.
승호의 충격은 컸다. 나이도 어지간히 있는 당비서가 저렇게 고도작업을 잘할줄은 꿈에도 몰랐다. 지도일군은 이래야 사람들이 따르겠구나. 다들 당비서를 좋아하지 않는가. 백마디 말보다 군말없이 실천으로 도와주니 얼마나 위신이 있는가.
그래서 아버지도 나더러 건설직장에 가서 로동자들한테 배우고 배워주라고 했구나. 아버지의 말은 옳지만 왜 이리 실천하기는 힘든가.
이 며칠간 철탑오르기훈련과 전주오르기훈련을 강도높이 했더니 팔이 뻐근하고 뼈마디들이 쑤시고 몸은 천근만근으로 무겁다. 건설직장장이 그렇게 엄하게 내몰줄은 몰랐다.
장유상이 나와 기능공들 두셋이 할만 한 일몫을 제껴주자 작업조장은 오늘계획을 수월히 할수 있게 됐다고 좋아했다.
장유상은 저녁녘에 급행렬차가 들어오는것을 보고서야 그곳을 떠났다. 급행렬차에 지배인이 올것 같아 역으로 마중나갔다.
넓다란 역전광장에는 숱한 사람들과 승용차들이 나와 마중할 사람들을 기다리고있었다.
이윽고 손님들이 표받는 곳으로 밀려나왔다. 최장근지배인은 며칠전에 회의가 있어 성에 올라갔었다. 이번에 지배인은 가양도송전선공사를 위한 문건들을 가지고갔다.
그것이 성일군들한테 어떤 반향을 불러일으켰는지 장유상은 그 소식을 기다리고있었다. 마침 역의 가까운 일터에 나와있던 참이여서 지배인을 마중하는것이였다.
중간쯤에서 최장근지배인이 서두름없이 걸어나왔다. 키가 크고 흰 머리칼이 날리는 위신있는 풍채가 멀리에서도 눈에 잘 뜨이였다.
언덕이마에 저녁해빛이 비껴 류달리 번들거렸다.
장유상은 그앞으로 다가갔다.
《먼길에 수고많았습니다.》
《비서동무가 어떻게 여기까지 나왔소? 차림새를 보니 작업장에 나왔던게군요.》
최장근의 표정은 밝았다. 서글서글하고 우선우선한 목소리만 들어봐도 그가 성에 갔던 일이 잘된것 같았다.
《비서동문 지금 성에 갔던 일이 궁금해서 그러겠지요?》
《물론이지요.》
《하기야 왜 안 그러겠소. 고양이 소대가리 맡은 격의 큰 일감을 맡았는데.》
그들은 역전광장의 저쪽 조용한 유축으로 옮겨가 담배 한대씩 피워물었다. 최장근은 선자리에서 거닐며 갔다온 상황을 이야기했다.
《한마디로 말해서 우리가 벌릴 가양도공사를 성에서 잘 도와줄 결심이요.》
《그래요? 그건 참 기쁘군요.》
장유상의 너부죽한 얼굴과 어질어보이는 큰 눈에 함박웃음이 담뿍 어리여 부드러운 성정을 그대로 나타내는것 같았다.
《조형례국장이 적극 지지하고 부상들도 힘을 줍니다. 수만정보의 간석지를 얻는것처럼 큰일이 어데 있는가고 하면서… 그런 세계적인 송전선공사를 할 대담한 결심을 한것이 용감하다고들 합디다. 그래서 그런 용감한 결심은 내가 내린것이 아니라 실력자로 소문난 우리 기사장이 한거라고 했지요. 가지고간 자료들을 다 넘겨줬소.
기사장이 작성한 가양도공사조사자료들과 측량자료들을 주었더니 곧 평양전력설계연구소에서 설계를 추진하겠다고 합니다.》
《잘했습니다. 도당에서도 우리를 적극 도와주겠다고 합니다.》
장유상은 즐거이 맞장구를 쳤다.
최장근지배인은 성에서 지지하고 도와주겠다는 확답을 받고와 기분이 피여났음이 확연했다.
정준하기사장이 가양도공사를 내밀 때는 외진 섬에 혼자 오른듯 근심에 잠겨있다가 이번에 평양바람을 쐬더니만 이렇듯 기가 솟아난것이다. 아무튼 활력이 부활됐으니 얼마나 좋은가.
사실 이번 평양길에 최장근은 가양도공사문건들을 가지고가려 하지 않았다. 무조건 성에 올려보내야 한다고 주장하는 정준하에게 버럭 증을 냈다.
《너무 서두르지 말라구. 덤벼서 리로운건 하나도 없다는걸 내 벌써 몇번이나 말했나. 성에서도 아직 적극 도와주겠다는 말이 별로 없지 않소.》
그때 조형례국장한테서 전화가 왔다. 올라올 때 가양도송전선공사와 관련한 문건을 빠짐없이 가져오라고 했다.
지배인은 어쩔수없이 지시를 집행했지만 떠날 때의 기분은 흐려있었다. 그런 지배인이였지만 평양에서 돌아올 때는 이렇게 얼굴이 피여서 왔다.
최장근은 흥분으로 하여 담배 한대를 또 붙여물며 말끝을 이었다.
《글쎄 처음 성에 들어가 조국장과 부상들이 없어서 부국장들과 처장들한테 가양도공사계획을 말했더니 표정들이 쑥잎을 씹은것처럼 됩디다. 다들 쓰거운 상을 하고 돌아앉아 제일들만 하더라니… 도의 힘으로 그걸 해? 할걸 하겠다고 해야지 하지도 못할걸 가지고 미꾸라지 룡될 꿈은 꾸지도 마오 하는 속대사들입디다.
그러니 내 말 같은건 여든에 이앓는 소리만큼도 들어주질 않더라구요. 인상들이 썰렁했소.… 난 속으로 뇌였소. 봐라, 여기서도 내 생각과 같지 않은가 하고 말이요. 그런데 역시 큰 일군이 큰 일군입디다. 상동지랑 부상들과 조형례국장이 신중히 토론하더니 적극 지지해주더군요. 성에서 힘껏 도와주겠다고 확답하면서… 그래서 내 시름이 좀 덜어졌소. 성에서 힘껏 밀어주겠다니 앞이 내다보이는것 같소.》
《기쁜 일입니다. 성에서 지지하니까 국가계획에 물리겠지요?》
《거야 물론… 내각에 제기해서 국가계획에 물리겠다고 했소. 성에서 다 할거요.》
두 일군은 역에 나와 대기하고있던 지배인승용차를 타고 도송배전부로 들어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