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5 회)

제 1 편

용감한 사람

15

 

요즈음 산줄작업반 김평반장은 등이 달아 더운숨을 헐헐했다.

그도 그럴것이 제일 재간있는 대전공 송강림이 나가넘어졌기때문이였다. 넘어졌다고 해서 그가 출근을 안한다든가 일을 태공한다는 소리가 아니였다.

그는 그럴 사람이 아니였다.

자존심을 건드려놓은것이 야단을 일으켰다. 대전공은 자그마한 근심이나 별치 않은 말다툼 한마디를 했다 해도 그 기분을 고려하여 대전작업을 시키지 못한다.

이런것을 무시했다가는 일에 크게 지장을 줄수 있기때문이다. 만약 이런 일이 지속되여 산줄작업을 할수 없는 지경에 이르면 어찌하는가.

김평은 돌이켜볼수록 분했다. 우리 산줄반이 어떤 작업반인가. 전국에 이름떨친 산줄공들이다.

작년 여름 평남도의 큰 공업지구에서 전국산줄작업경기가 진행됐었다. 그때 우리 작업반이 전국적으로 1등의 영예를 쟁취했다.

참으로 볼만했다. 공업지구에 갈래갈래 뻗어간 그 수많은 고도철탑들에 전국의 산줄공들이 다 올라가 하늘교예의 별별 재주를 다 부리는 그 극치의 작업광경은 구경군들 누구나 가슴조이며 손에 손마다 땀을 쥐게 했다.

김평반장은 지금도 자기네 산줄반이 전국 1등을 하게 된 요인이 다른 도들보다 결코 기술기능이 높아서가 아니라고 했다. 정준하기사장의 사상정신적밑받침이 컸기때문이라고 말한다.

정준하는 그때 자기가 나서서 산줄반을 인솔하고 경기장으로 갔다.

가보니 기사장이 직접 전투원들을 이끌고온 단위가 없었다. 다른 도들에서 그것을 부러워했다.

정준하는 경기출전성원들에게 긴말을 하지 않았다.

《마음을 합쳐야 이긴다는걸 가슴에 새기시오.》

김평이네들은 철탑에서 경기작업을 하면서도 탑장밑에 한손을 높이 들고 조각상처럼 우뚝 서있는 기사장을 내려다보았다. 보기만 해도 마음든든해져 경기를 속도있게 하면서도 규정대로 깨끗이 해나갔다.

기사장이 경기장중심에 서있으니 산줄공들의 신심과 사기는 불길처럼 타올랐다. 이런 정신적앙양이 일어남으로 하여 1등을 한것이였다.

그런데 거기서도 이름떨친 송강림의 얼굴에서 웃음이 사라지다니, 웃음을 잃었다는것은 곧 대전공을 잃었다는 소리다.

웃음없는 울적한 마음으로 어떻게 고압선에 매달려 갖은 재주를 다 부릴수 있는가. 어떻게 해야 송강림에게 잃은 웃음을 찾아줄수 있을가.

김평은 직속상급인 부기사장에게 자주 분풀이를 했다. 그때마다 부기사장은 빈입만 쩝쩝 다시며 《천하에 매깨비같은년…》하고 4촌누이동생을 욕했다.

이 실태를 정준하기사장도 보고받고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어느날 부기사장이 기사장실에 올라와 이런 말을 했다.

《암만 생각해봐도 송강림의 얼굴에 웃음을 피워주려면 좋은 처녀를 안해로 맞아들이게 하는것밖에 더 없다고 봅니다. 나이로 봐도 로총각측에 속하지 않습니까.》

정준하는 신중히 물었다.

《그 4촌누이동생이라는 처녀가 심장이 그렇게 약하다는것이 사실이요?》

《사실입니다. 저야 그런걸 어떻게 알았겠습니까? 강림동무가 산줄작업하는 광경을 우연히 보고는 저런 사람과 어떻게 사느냐고 나가누웠습니다. 그걸 보고 제 어머니는 자기 딸을 아무렇게나 소개하느냐고 야단독장을 치는 바람에 내 혼이 났습니다.

난 사실 강림이가 재간있구 똑똑해서 소개했더랬지요, 참…》

《그렇게 심장이 약한 녀자들이 더러 있소. 생리적으로 그런거야 어떡하겠소. 그런데 부기사장은 송강림이한테 소개할 처녀가 또 있소?》

《처녀들이야 많지요. 그런데 이젠 떨려서 서뿔리 소개를 못하겠습니다. 소개자노릇은 잘하면 술이 석잔이요. 못하면 뺨이 세개라더니 그 말이 옳은것 같습니다. 송강림이가 저렇게 손맥을 놓으니까 지금 김평반장의 걱정이 이만저만 아닙니다.》

정준하는 일이 맹랑하게 됐다고 어이없어하며 부기사장을 탓했다.

《좌우간 부기사장이 너무 솔직한것도 탈이요. 송강림이한테 처녀와 그의 어머니가 한 막된 말을 그대로 다 옮길건 뭐요. 듣기가 거북하지 않을 정도로 말해주진 않구.》

《글쎄나 말입니다. 누이동생이고 뭐고 나도 너무 화가 났던김에 그만… 큰집에서 뇌까린 말을 그대로 옮기면 강림이가 모욕을 느끼리라는걸 미처 생각 못하고 사실대로 다 말해버렸습니다. 내 이번에 강림이를 위해주려다가 실수를 했습니다.》

부기사장도 속상해졌다.

(어떤 대책을 세워야 할가? 참, 야단났군.)

정준하는 생각깊은 눈길로 맞은편벽을 바라보았다.

부기사장도 한참 걱정을 하다가 일어섰다. 기사장은 송강림을 좀 올려보내라고 했다. 정준하는 누구보다 송강림을 잘 안다. 재간있는 산줄공이여서 절로 관심을 돌리게 돼서였다.

더구나 가까와지게 된 동기는 강림이도 탁구를 아주 잘 쳤다. 명절날이나 기념일때 기업소체육경기를 조직할 때마다 탁구종목에서 결승경기는 정해놓고 기사장과 송강림이 붙군 했다.

두사람의 실력은 비슷한것 같았다. 이겼다 졌다, 졌다 이겼다 하며 다투다가 종당에는 1등을 기사장한테 양보했다. 상급이라 해서 우정 져준다는 말도 있고 기사장의 솜씨가 더 로숙하다는 말도 있어 어느것이 진짜인지는 알수 없었다.

어쨌든 이러는 과정에 나이와 직급의 차이는 많아도 감정은 가까왔다. 지내볼수록 송강림이 똑똑한 청년이여서 더 정이 갔다.

정준하는 그 누구의 인간됨을 평가할 때 자기식의 견해가 있었다.

그는 자기와 같은 사람을 좋아했다.

그 기준의 첫째가 전기공업부문에서 일하는 사람은 누구나 용맹한 사람이 돼야 한다는것이였다. 산줄공들이 다 그러하듯이 송강림은 참으로 그런 청년이였다.

송전선건설은 또 얼마나 힘이 든가. 그렇게 용맹한 사람들의 계렬에는 건설직장장, 산줄반장, 김평이, 운영부기사장, 탁수환이 등 여럿이 있다. 탁수환은 말이 없으면서도 항상 그런 사람들의 편에 서서 그들을 지지해주고 밑받침해주는 담대한 인간이였다.

정준하는 기사장이지만 주위에 있는 사람들에 대하여 늘 관심했다.

그런 그여서 송강림의 가정래력도 잘 알고있었다.

강림은 집에서 홀어머니와 둘이 살았다. 아버지는 일찍부터 인민군 군관으로서 전연에서 복무하였다.

어느해인가 놈들의 무장도발에 맞서싸우다가 전사했었다. 어머니는 고향인 이 도시로 돌아와 강림이 하나를 잘 키웠다.

어머니는 젊어서부터 시편의봉사관리소에서 구두수리공으로 일했다. 이제는 이십여년이 넘도록 하여 시안에서 손꼽히는 고급구두수리공이 되였다.

지금 어머니는 강림이가 장가갈 생각은 하지 않고 자꾸 공부만 하겠다고 하여 속상해한다고 했다. 색시를 얻어놓고 공부를 해라 하고 타일러도 듣지 않는댔다.

그러다 운영부기사장이 제 4촌누이동생을 소개하는 바람에 빠끔히 문을 열고 마음을 움직였댔지만 어처구니없게도 직종을 걸고들어 결국은 퇴짜를 맞은셈이 되였다.

여기서 자존심이 상한 송강림은 별 어처구니없는 수모를 샀다고 씨근덕거리였다. 그까짓 일이 되고 안되고가 문제가 아니였다. 그런 일은 될수도 있고 안될수도 있는것이다. 까닭없이 그쪽으로부터 모욕을 받아 결이 날대로 났다.

그렇게 자기 아들이 하는 재주를 자랑으로 여기고있던 어머니마저도 이제는 그노릇을 하다가는 장가 못가겠다고 당장 산줄공을 그만두라고 한댔다.

자기 직업을 사랑하는 강림이한테 이것은 최대의 가슴아픔이였다.

인정많고 마음고와 동네에서 화목하게 사는 어머니가 오죽하면 그런 말까지 했으랴.

송강림은 어머니한테 실망을 준것이 더더욱 가슴저려 얼굴에서 웃음이 사라졌다. 이런 사연을 다 알고있는 기사장이여서 강림의 일이 목에 걸려 내려가지 않았다.

(어떻게 한다? 송강림이한테 어떤 색시를 얻어준다? 좋은 며느리감을 소개해줘야 어머니도 기뻐할텐데.)

정준하가 착잡한 생각에 잠겨있을 때 문기척과 함께 송강림이 들어와 꾸벅 절을 했다. 준하는 빙그레 웃으며 앞의 의자를 가리켰다.

《앉으라구.》

《예.》

송강림은 어줍게 앉으며 엉치를 의자끝에 조금 걸터놓았다. 날아오를것처럼 경쾌하게 보이던 몸매와 탄력있는 팔다리에서 힘살이 빠진듯 했고 곱살한 얼굴에서 명민하게 반짝이던 두눈도 어쩐지 빛을 잃은것 같아보였다.

정준하는 철색얼굴에 일부러 웃음을 담고 헌헌한 어성으로 말했다.

《강림동문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있나?》

《예? 생각은 뭐 그저…》

《기사장이 나를 왜 갑자기 부를가 하고 넘겨짚어봤겠지.》

《기사장동지가 저를 부른건 욕을 하자는게 아닙니까.》

《욕은 왜 하나?》

《남자답지 않다고…》

《옳아. 뭘 그다지나 그러나. 둘이 열렬히 사랑하던 사이에 처녀가 배반하고 돌아섰다면 가슴아플수 있지. 그러나 부기사장이 겨우 소개는 했지만 아직 얼굴도 한번 못 봤다면서 뭘 그러나.》

《옳습니다. 난 그 녀자의 얼굴은커녕 이름도 기억되지 않습니다. 저와는 상관도 없는 녀잡니다. 제가 화가 난건 내가 그토록 영예롭게 생각하는 산줄공직업을 헐뜯어서입니다. 모독했지요. 괘씸합니다. 생각할수록 분해죽겠습니다. 제 너무 격분해서 그랬습니다.》

《허허, 참으라구. 그 녀자는 산줄작업을 모르니 현상만 보고 그렇게 말했겠지. 알아보니 생리적으로도 심장이 몹시 약한 녀자더구만. 그런 녀자들은 그럴수 있다구. 너무 모욕으로만 생각지 마오. 기분나쁜 일은 잊어버리면 되오.

내가 강림동무를 부른건 다름이 아니요. 래일은 일요일, 휴식일이지. 집에서 뭘하겠나?》

《그저 공부를 좀 하면서 어머니일손이나 도와드려야지요.》

《그것도 좋지. 그런데 처녀문제로 풀이 죽어가지구 요사인 탁구도 안 친다면서? 령감처럼 방안에만 박혀있다고 해.》

《탁구를 칠 흥이나 있습니까.》

《그것 보라구. 그렇게 의기소침해지면 모든 실력이 다 떨어져. 보나마나 탁구실력도 말이 아닐테지.》

《뭐라구요? 전 지금껏 탁구경기에서 누구한테도 패한적이 없습니다.》

《허허허, 새빨간 거짓말… 나한테도 이겨보진 못했지. 그러고도 큰소린…》

《기사장동지한테는 우정 져줬습니다.》

《실력이 없는 사람들은 흰소리치길 잘하지.》

《내가 실력이 없다구요?… 그럼 래일 당장 해봅시다.》

《정말?… 좋아!》

별안간 송강림의 두눈이 반짝반짝 빛났다. 역시 그도 탁구라면 오금을 못 썼다. 기사장이 지금 자기한테 분발심을 불러일으켜주었다는것을 강림은 생각지도 못했다.

《장소는 어데로 하잡니까?》

《할바엔 설비가 좋은 곳에 가서 하자구. 래일 아침 9시까지 소년회관으로 오라구. 거기 직원을 내가 좀 아니까.》

《기사장동지가 시간을 꽤 내겠습니까?》

《기사장이라고 뭐 만날 일만 하겠나. 더러 체육오락도 좀 해야지.》

송강림은 자리에서 일어섰다.

한결 기분이 피여서 돌아갔다.

다음날 아침 정준하는 경애를 데리고 소년회관으로 갔다. 여기도 역시 일요일이여서 안팎이 조용했다.

준하는 탁구실로 들어가는 경애를 따라가며 이제 한 청년이 탁구를 치러 온다, 그가 듣는데서 아버지라고 부르면 안된다 하는 시작도 끝도 미묘한 말을 무게를 실어 강조했다. 경애의 정묘하게 다듬어진 얄포름한 입술이 꽃송이처럼 방긋 피여났다.

《비밀인가요?》

《그럼.》

《호호, 무슨 특수작전같네. 뭘하는 청년이게요?》

《하늘을 훨훨 나는 젊은이다.》

《그래요? 비행산가요?》

《그저 그쯤해두렴.》

경애는 또 웃었다. 아버지는 무엇인가 자기를 능청스럽게 속이는것 같은 눈치인데도 시치미를 뚝 따고 태연한척 한다.

아무튼 경애는 기쁘기만 했다. 늘 일밖에 모르던 아버지가 오늘 아침엔 무슨 바람이 불어 딸의 손목을 끌고 탁구를 치러 가자 하는지 몰라 놀랐지만 좌우간 딸에겐 그것이 더없이 기뻤다.

경애가 대학을 다닐때만 해도 아버지는 딸을 데리고 곧잘 탁구실을 찾아가군 했다. 부녀간은 치렬한 경쟁을 벌리군 했다. 딸의 기술이 늘어갈수록 아버지는 더욱 힘겹게 땀을 흘리군 했다.

경애는 아버지와 같이 탁구경기를 하는것을 무척 좋아했다. 그것도 얼마동안이였다. 아버지가 기사장이 되면서부터는 손에 탁구채를 쥐여보지 못했다.

그런 아버지가 어쩌다 오늘은 탁구바람이 일었는지 모를 일이였다.

그런데 뚱딴지같이 웬 청년이 온다는건 무슨 소리인가. 뭐 하늘을 나는 청년? 비행사? 아이참, 아버지말은 밑도 끝도 없어서 뭐가 뭔지 모르겠어.

경애가 자기 방에 가서 탁구채들과 하얀 공을 가지고나왔을 때 송강림이 문가에 나타났다. 그는 의자에 앉아있는 기사장에게 꾸뻑 절을 하며 좀 늦어져서 미안하다고 했다.

《우리도 방금 들어왔네.》

그때 경애가 송강림을 알아보고 《아니?》 하고 놀라와하는 소리를 냈다. 강림이도 그때야 처녀의 얼굴을 마주보고 놀라움과 반가움을 한꺼번에 나타내며 싱긋 웃었다.

《뜻밖에 여기서 또 만났구만요.》

처녀총각은 즐겁게 웃었다.

더더욱 놀라와하는 사람은 정준하였다.

(아니? 이애들이 언제 벌써 친했나? 그런것도 모르고…)

그는 송강림에게 물었다.

《강림동문 언제부터 우리 경애를 아나?》

(아차, 내가 실수를 했구나, 우리 경애라니…)

강림은 어리둥절하여 되물었다.

《경애? 그럼 처녀동무 이름이 경앤가요?》

《아니 이 사람, 아직 처녀의 이름도 모르고있었나? 얼굴만 알고?》

《예.》

《경애 너도?》

《저도 방금전에야 이름을 알았어요.》

《허허참, 별일도 다 있군. 경애는 여기 소년회관 탁구지도교원일세. 송강림인 우리 기업소의 산줄공이구.》

(아버지도 참, 그런걸 뭐 비행사라고 춰올렸나.)

경애는 웃음이 나는걸 속으로 참았다.

《그럼 경애동무가 기사장동지 딸입니까?》

《아니, 우리 앞집처녀야.》

정준하는 능청스럽게 시치미를 뗐다.

(아버진 잘도 둘러댄다. 왜 딸이라는걸 숨길가, 실수는 제가 하면서.)

경애는 아버지의 그 풋내기배우같이 서투른 연기가 드러날것만 같아 자꾸 웃음집이 흔들렸다. 처녀는 강림의 앞에서 실없이 웃을수가 없어 아래입술을 꼭 물고있었다.

《그래, 어떻게 서로 알게 됐다고?》

아버지의 묻는 말에 경애가 묘향산탐승을 갔을 때 벼랑가의 소나무에 걸린 자기의 꽃수건을 누구도 못 내리우는걸 송강림이가 내리워주었다고 했다.

《허허허, 꽃수건?… 참 좋구나.》

경애는 아버지가 무엇을 념두에 두고 좋다고 하는지 몰라 고운 눈을 내리깔고 가만히 있었다.

정준하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두팔을 우쩍우쩍 놀려보았다.

《자― 그럼 탁구경기를 해볼가. 무슨 내기를 할가?》

《기사장동지, 진 사람이 강안공원국수집에 가서 시원한 랭면을 사오도록 합시다. 얼마전에 동무들과 같이 가보니 얼마나 국수를 맛있게 잘하는지 다들 곱배기를 했습니다.》

송강림의 말에 준하는 고개를 끄덕이였다.

《좋구만. 그렇게 하자구. 경기니만큼 서로 양보가 없네. 다들 자기 특기들을 남김없이 발휘하자구.》

먼저 아버지와 딸이 마주섰다.

처음엔 딸이 이겼다. 다음 두번은 아버지가 이겼다. 경애의 탁구솜씨를 본 송강림은 감탄을 금치 못했다.

걸어치기, 깎아치기, 긴 뽈, 짧은 뽈, 강한 강타와 집요한 방어, 군동작이 없이 깨끗하고 조용히 몸을 움직이는 그 유연함이 황홀감을 자아냈다.

《경애동무는 상대가 자기보다 웃사람이라고 해서 우정 져주었습니다.》

심판을 선 강림은 무효를 선포했다. 처녀는 아니라고 우겼다. 다들 즐겁게 웃었다.

다음은 경애와 강림이가 붙었다.

정준하와 송강림은 명절때마다 여러번 맞서보아 솜씨들을 다 알고있어 우선 처녀총각을 맞세웠다.

정준하가 심판을 섰다.

이번엔 경애가 다른 전술을 썼다. 강림은 전형적인 공격형탁구였다.

경애는 거기에 맞서 침착한 방어형이였다. 단 한번의 강타도 없었다.

공을 잡으러 갈 때에는 슬슬 이야기도 나누었다.

《강림동문 어데서 선수생활을 했습니까?》

《선수생활이요? 겨우 인민군 해군전대선수였지요.》

《전대라면 사단급선수라는거지요?》

송강림의 련속강타를 경애는 한번의 실수도 없이 받아넘겼다. 공이 천반에 닿을듯 떠와서 탁구판모서리를 때리고는 출입문쪽으로 말째게 튀여나는것도 어느 사이 달려가 침착하게 받아 그물을 넘겨놓았다.

공격수의 맥을 뽑고 애를 말리웠다. 강림은 땀을 뻘뻘 흘리였다. 하지만 경애의 연하게 화장한 얼굴엔 송골땀 한방울 맺히지 않았다.

총각이 씨근덕거리며 공격을 가할 때마다 처녀는 날씬한 허리를 약간 구부리고 동글반반한 얼굴과 시원한 두눈에 애교있는 웃음을 살짝 짓군 했다. 공이 총알처럼 날아들면 까만 눈이 별처럼 반짝 빛났다.

그들은 마음속 대화를 끊임없이 나누었다.

(지독한 방어인데요. 하지만 기어이 무너뜨리고야말겠소.)

(쉽사리 무너지지 않을거예요.)

(탁구방어를 무너뜨린 다음엔 경애동무의 다른 방어도 무너뜨리겠소.)

(재간껏 해보세요. 무너지기만 하면 제가 박수를 쳐드리겠어요. 어려울거예요.)

그들은 마주서서 노려본다는것이 서로 정다운 눈길이 되여 번쩍 맞부딪치군 했다. 그러면 당황하여 얼른 시선을 떨어뜨리군 했다. 그럴수록 가슴들은 더 벅차올랐다.

송강림은 언제 자기가 울적해졌던가싶어 환희로운 기분에 들떠올랐다. 그럴수록 오늘의 이 자리를 마련해준 정준하기사장의 웅심깊은 마음에 머리가 숙어졌다.

경애는 또 강림이한테 한번 이기고 두번 져주었다. 사실 아버지와 송강림의 수준으로서는 경애와 맞설수가 없었다. 경애는 벌써 소학교시절부터 여기 소년회관 탁구소조에서 전문훈련을 받은 처녀였다.

강림은 처녀가 또 자기한테도 우정 져준다는것을 알았다. 그래서 다시 무효라고 선포했다. 처녀는 예쁘장한 얼굴에 방글방글 웃음을 띠우고 총각을 춰주었다.

《솜씨를 보니 사단선수같지 않아요. 군단선수쯤은 될것 같애요.》

《아니요.》

총각은 솔직했다.

《탁구는 전대선수급밖엔 안되오. 내가 진짜선수로 뽑혔던 종목은 수영이요. 그중에서도 물에 뛰여들기요. 이 종목에서는 인민무력부적으로 1등을 두번 했댔소.》

《그래요? 거 대단하군요. 그러니 결국은 물에 뛰여들기선수군요.》

《음― 강림동무가 물에 뛰여들기선수였다는 말을 나도 몇번 들은 기억이 있소. 거 좋은 재간을 닦았구만.》

강림은 숫적게 웃었다.

《이거 우연히 제자랑을 늘어놨군요. 제자랑하는게 머저리라던데.》

경애는 그런게 아니라며 웃었다.

정준하는 송강림이와 경애가 다정한것을 보니 더없이 기뻤다. 이렇게 여기로 나오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벌써 이런 탁구바람을 일쿼줬어야 했을걸 그랬군. 오늘도 송강림을 이리로 끌어내지 않았으면 휴식의 하루를 얼마나 쓸쓸한 기분으로 보낼번 했는가. 경애와 강림이를 데리고나와 마주세우니 그들이 이미 아는 사이로 감정들이 서로 익숙되여있어서인지 서먹서먹해하지 않는것이 정준하를 즐겁게 했다.

둘이 이렇게 맞다든것을 경애도 좋아하고 강림이도 좋아 줄곧 웃는 얼굴이다. 정준하는 더없이 마음이 흐뭇했다. 묘향산에서부터 좋은 감정을 가지고있어서일가. 인차 호흡이 잘 맞았다.

점심때가 돼서야 탁구경기를 그만했다.

정준하는 좌우에 젊은이들을 끼고 수룡강가로 나갔다. 강풍이 나무잎을 살랑살랑 흔들며 두볼을 쓰다듬어주었다.

그는 경애와 강림이를 강안국수집에 데리고들어가 시원한 맥주와 랭면을 배불리들 먹여주었다.

되돌이

우리민족끼리
홈페지봉사에 관한 문의(E-mail) : urimanager@silibank.com 홈페지내용에 관한 문의(E-mail) : uriminzok@silibank.com
Copyright © 2003 - 2013 《조선륙일오편집사》 All Rights Reserved
gotop
기사종합
 
도서, 잡지
 
영화, 음악
 
독자투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