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12 회)
제 1 편
용감한 사람
12
기사장의 아침시간은 바쁘다.
숱한 과장들이 뻔질나게 들어온다. 불러서 오는 과장, 제절로 오는 과장들, 나가고 들어오고 하는 가운데에 또 회계과, 경리과, 공급과, 운영과 등 좌우간 많은 과의 부원들이 문서들을 들고 결재를 받으러 온다.
게다가 왼쪽전화기, 오른쪽전화기들에서 독촉하듯 련속 종이 울린다. 어떤 땐 합쳐서 쌍종이 울리기도 한다. 그때는 송수화기를 량손에 다 들고 두귀에 댄다. 급한 용무부터 먼저 들어준다.
지금도 회계과문건에서 지출과 소비의 균형을 따지고 소득과 분배, 거기에 따르는 계획작성이 제대로 됐는가를 검토하고있을 때 동백선보수조에서 전화가 걸려왔다.
《책임자동무요? 벌써 다 끝냈다구? 수고했소. 철수하라는가고? 끝냈으면 들어와야지.… 가만, 가만… 전기는 넣었소? 안 넣었다. 철수하면서 넣겠단 말이지. 그렇게 하오.… 아니, 아니…》
정준하는 책임자가 곁에 있기라도 하듯 결재하던 원주필을 쥔채 손을 내저었다.
《여보시오, 보수가 끝난 다음 다시 또 한번 검토해봤소? 검토했다? 특히 거기 접지선은 거두었소? 걷었을거라구? 말이 왜 그렇소. 안되겠소. 책임자동무가 가서 접지선을 거두었는가 두눈으로 꼭 확인하고 나한테 보고하시오. 그전엔 전기를 넣지 마오. 그렇게 하시오.》
마지막말은 엄했다. 그런데도 저쪽에서는 이제 언제 접지선까지 갔다오겠는가, 거기 있던 동무들이 틀림없이 거두어놓고 갔을것이라고 구구히 덧붙였다.
정준하기사장의 목소리는 더 엄격해졌다.
《책임자동무, 군소리말고 무조건 동무가 갔다오시오. 그러지 않으면 되게 문제를 세우겠소. 우린 천번중, 만번중에 단 한번이라도 사고를 내서는 안되오. 전기사고는 눈섭에서 떨어진다는걸 모르는가. 전력설비는 그 어느것이나 수리보수후에는 열번, 백번 재검토하고 마지막스위치를 넣어야 하오. 이건 우리 사업의 철칙이요. 보고를 기다리겠소.》
얼마전에 동백지구의 마전광산 3상고압선에 대한 수리보수작업이 있었다. 이 지역의 작업을 위해 고압선에 접지를 달고 그 세 선을 땅밑으로 끌어내리였다.
거기에는 위험표식을 하고 사람들이 가까이 못 오게 경비원을 세웠다. 수리작업이 끝나면 접지선을 거두어야 한다.
그로부터 몇시간후, 다시 현장책임자한테서 전화가 왔다. 그의 목소리는 시르죽었다.
《기사장동지, 정말 가보기 잘했습니다. 무책임하게도 아직 접지선을 거두지 않았습니다. 기사장동지가 제 말만 듣고 전기를 넣으라고 했더라면 큰일날번 했습니다.》
《그래서 신중하라고 강조하는거요. 오늘 일을 교훈으로 삼소.》
그가 송수화기를 놓고 탁상일지에 필요한 몇가지를 써넣을 때 문기척이 났다. 무뚝뚝하게 생긴 사람이 바람을 씽― 일쿠며 들어왔다. 소처럼 받으러 들어오는 기상이 분명했다.
《기사장동지, 수고많겠습니다. 전 화학공장 과장입니다.》
《예.》
정준하는 무표정한 얼굴로 대답했다.
《전 항의하러 왔습니다.》
《마음껏 하시오.》
쓸쓸한 표정, 이젠 이쯤한 시달림 같은것은 말방귀쯤으로 여기는것 같았다.
《왜 전기를 계약한대로 주지 않습니까? 자, 보십시오. 이게 전달에 계약하고 받은 전력공급표입니다. 이것이 헛종이장은 아니겠지요? 기사장동지가 좀 대답해주십시오. 급전과에 들려 아무리 따져도 그 사람들은 꿈쩍도 않는 돌불상들 같습니다.》
과장은 계약된 전기가 얼마, 받은것은 얼마 하고 손을 꼽아가며 따지고들었다.
기사장은 이 사람한테 자기네 내부사정을 다 말할수 없어 어쩔수없이 변명을 했다. 우리의 해당 과들에서 옥창선에 대한 부하통제를 제대로 하지 못한데 결함이 있다, 부하가 계속 오르는 현상이 나타나서 결국 화학공장, 방직공장의 전력공급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는가.
《그럼 발전소에서 나오는 전기가 적어서 그렇단 말이지요? 하다면 계약은 왜 그렇게 높이 하느냐 말입니다. 이게 답답하지 않습니까. 기사장동지도 우리 공장 실태를 알테지요. 화학공장은 련속공정입니다. 순간도 전기를 꺼서는 안된단 말입니다. 그런데 계약받은 전기도 못 받아쓰니 공장사람들이 이 동력과장을 주는 떡도 못 받아먹는 맹탕이라고들 하지요. 기사장동지, 제발 이 맹탕딱지를 좀 벗겨주십시오.》
(옳다. 우리의 과들에 문제가 있다. 급전과, 공급과, 감독대에서 창발적역할이 부족하다.)
동력과장이 열을 올릴 때 또 키가 작달막한 사나이가 갑삭 절을 하며 들어왔다. 누가 웃자고 했기에 살짝 웃기부터 한다. 제딴엔 애교있게 웃는다는것이 숭게숭게하게 드러난 이발이 볼품없고 눈을 착 올리뜰 때 생긴 이마의 주름살들이 더 깊숙이 파져 차라리 웃지 않는것만 못해보였다.
그는 소리날세라 저어하듯 발끝으로 살금살금 저겨디디며 정준하의 곁으로 다가와 또 한번 목을 가볍게 숙여보이며 송구함을 표하였다.
이어 양간한 어성으로 속삭이듯 뇌였다.
《저는 신발공장 부원 배배순이라고 합니다. 그동안 전기를 아주 그리구 머사니 책임적으로 잘 보장해줘서 우리 공장 생산량이 2. 5배로 껑충 뛰여올라가는 기적이 일어났습니다, 예예―》
(잘은 올리추는군. 내가 알기는 96프로인데… 이번엔 발라맞추기선수를 뽑아보냈는가.)
《그런데 이제 조금만 더 밀어주면 300프로는 문제없습니다, 예예.》
그는 손가방을 착 열더니 그안에서 종이 한장을 꺼내 기사장책상우에 몹시 정중스럽게 내놓았다.
《여기에 다 써있습니다. 이대루만 보내주면 우리 공장사람들이 기사장동지를 할아버지처럼 받들겁니다, 예예. 자― 그럼 전 바쁜 기사장동지를 더 붙들지 않겠습니다.》
또 들어올 때처럼 갑삭 절을 하고는 돌아서나가다가 화학공장 동력과장을 살짝 건너다보며 얄팍한 입가에 야릇한 조소를 띄웠다.
그것은 분명 야, 이 곰같은 친구야… 그렇게 왁왁 고아대며 기사장의 혈압을 올려주면 될 일도 안된다니… 임자, 내 높은 수를 봤지, 칭찬외교를 쓰는걸… 백살늙은이도 칭찬해줘야 좋아한다는걸 몰라? 소같이 우직하기란, 끌끌끌… 하고 뇌까리는것 같았다.
전화종이 또 울었다. 정준하가 송수화기를 들자 후려치는것 같은 목소리가 귀청을 때렸다.
《광산기계공장입니다. 전압이 낮아 기계들을 돌릴수가 없습니다. 빨리 대책해주십시오.》
《지금 대책하고있는 중입니다.》
화학공장 과장이 돌아간 다음 정준하는 곧 부서장들을 기사장실로 불러올렸다. 사람들이 들어와 앞상에 마주앉자 그는 전력공급에서 왜 이런 현상이 계속 지속되고있는가를 캐물었다.
《발전소들에서 전기를 아무리 많이 생산해도 우리가 일을 쓰게 못하면 소용이 없단 말이요. 급전과에서는 왜 초과전기가 많소. 도에서 받는 전기량은 대체로 규정돼있지 않소. 이것을 초과하면 중앙급전사령에서 자른다는걸 모르는가. 22만도 차단하지 않소.》
정준하의 격한 목소리가 방안을 쩡 울리였다. 그의 막대기눈섭이 꿈틀하며 거슬러일어섰다. 맨 처음 일어선 과장이 제일 골탕을 먹는것은 자기네들이라고 볼부은 소리를 했다.
《우리 과야말로 전기한도를 보장하기 위해 어느 과들보다 더 애씁니다. 그러나 아무리 애써도 어쩔수가 없습니다. 계약자들은 받은 수자대로 전기를 내라고만 합니다.
또 공장, 기업소는 물론 시, 군들에서도 무슨 특수사정, 긴요사정하면서 전기한도량을 자꾸 초과하고있습니다. 이걸 조절하느라고 우리는 한겨울에도 진땀을 뽑고 앉아있습니다.》
저들대로의 사정과 정당성을 운운하기 시작하니 회의는 자기들에게서 결함을 찾고 해결방도를 찾는데로가 아니라 왕청같은 방향으로 흘러가기 시작했다.
정준하기사장은 손끝으로 책상을 똑똑 두드렸다. 작을사 하면서도 매눈처럼 예리한 두눈으로 모인 사람들을 주시했다. 코등이 더 날카로와진것 같이 보였다.
《동무들의 수준이 너무도 저조해서 내 얼굴이 더 붉어지오. 그렇게 아웅다웅하면서 남의 과의 허물이나 들추자고 부른줄 아는가. 그래 우리가 서로 대립돼서 얻을게 뭐가 있소. 진정한 단합이 없이는 아무리 좋은 조건이라 해도 성과를 거둘수 없소.
문제는 일군들이 자기 맡은 과를 실력있게 이끌고나가는거요. 일군다운 실력이 없이는 일을 제끼지 못하오. 일군의 배심은 실력에서 나오는거요. 언제 남의 흉이나 보며 앉아있을 사이가 있소.
그러니까 일을 주인답게 할 생각보다 나타난 결함을 다른 과에 씌워넘길 생각들이나 하고있단 말이요. 연구가 없소. 그러니까 건설적의견은 한마디도 못 내놓지 않소.》
사람들은 고개를 숙이고 숨도 크게 쉬지 못했다. 얼굴에는 자신들을 돌이켜보는 회오의 빛들이 력연히 비끼였다.
저녁에는 시, 군송배전소 소장회의를 열고 월총화를 했다. 비판회의였다. 이미전에 소장들을 불러 합숙에 들이밀었다. 최장근지배인이 성에 회의 가고 없어 기사장이 집행했다.
오후 5시, 총화회의가 진행되였다. 청사 1층회의실에 다들 들어앉았다. 한달간의 우결함들이 분석되고 총화되였다. 정준하는 제기된 자료들을 놓고 소장들을 한명씩 불러세웠다.
《영천군 소장동무.》
옆벽밑에서 점잖아보이는 중년이 일어섰다.
《동무넨 모든 사업을 비교적 원만히 하고있다고 볼수 있소. 다만 한가지, 어째서 전번달 송전손실률이 높아졌소? 13프로는 너무하지 않소. 원래는 10프로까지 낮추라는 요구요. 정 할수 없어 12프로까지란 말입니다. 이이상 더 올라가면 안된다는걸 잘 알지 않소.》
소장은 10프로까지 낮추기 위해 분발하겠다고 했다. 10프로란 도중손실로 없어지는 전기다.
《운성군.》
중간쯤에서 엄장 큰 사나이가 일어섰다.
《동무네 변전소 3호주변압기 내부점검을 완료했다면서?》
《예.》
《수십년이나 운전한 변압기를 와류건조도 하고 직류건조도 배합해서 불합격이던 절연수준을 몇배로 높였다지? 아주 잘했소. 그런데 전번주지령은 왜 집행하지 않았소?》
《로력이 없어서 못했습니다. 지금 우리 산골군에서는 200정보짜리 만재덕개간에 달라붙었습니다. 우리 군송배전소도 어김없이 계획량을 맡았습니다. 매일 실적총화를 하는데 어쩔수가 있습니까. 목맨 강아지가 아닙니까. 끄는대로 가는 수밖에 없지요. 그래 근무성원 내놓고는 거기 다 동원됐습니다. 매일 산에 올라가 잡관목뿌리를 뽑습니다.》
이런 속상한 일은 어디에나 있다.
정준하는 할수없이 오는 점검일에 그동안 못한것까지 다하라고 지시했다.
《정림시 소장동무.》
맨 뒤쪽좌석에서 키가 큰 젊은 사람이 일어섰다. 정준하는 두툼한 입술을 꾹 다물고 그 사람을 쏘아보았다.
소장은 몸이 없어서인지 꼭 전주대처럼 보였다. 겉보기엔 순박한척 하면서도 속은 얼마나 엉큼하고 내흉스러운지 모른다.
《소장동무, 동문 어째서 공공연히 월권행위를 하는거요. 도송배전부의 지령도 없이 이웃인 안산군의 계통부하를 마음대로 조절하는가 말이요. 그런 안하무인이 어데 있소. 남은 모르겠다, 나만 잘살겠다 하는 본위주의가 아닌가. 이웃군을 깔보고 업수이 여기는 모독행위가 아닌가 말이요. 우리 사회를 이루고있는 기본생활방식은 집단주의요. 그런데 동무는 자기밖에 모르는 철면피한 인간이 됐단 말이요.》
앞좌석에 앉아있던 안산군 소장이 벌떡 일어나 전기를 조절당한 분함을 못 이겨 소리를 질렀다.
《저 동문 소장자격이 없다고 봅니다. 도적놈의 심보란 말입니다. 우린 그것도 모르고 도급전에서 조절하는줄만 알았습니다. 저런 사람은 전력공업부문에서 일할 자격이 없습니다. 해임처벌을 적용하자는걸 제기합니다.》
《옳은 의견입니다. 용서할수 없습니다.… 그리구 연해군송배전소도 옳지 않습니다.》
기사장의 단호한 지적이였다. 창가에 앉은 황소장은 한손으로 대머리를 박박 긁었다.
《연해군에서는 중래선복구를 해놓고도 4일이나 지나서야 보고했습니다. 이건 전력지휘체계를 바로세워서 전력계통관리운영을 정상화하려는 관점이 옳게 서있지 않은 표현입니다.》
뒤에 앉은 같은 또래의 서주군소장이 황소장의 잔등을 꾹 지르며 귀속말로 소곤거렸다.
《혼쌀나누만, 손아래처남한테.》
《한두번만 혼났게, 늘 혼나는데.》
《그런데두 손우매부라고 말을 안 듣나. 코가 질기기란 소힘줄같구만.》
옆에 앉은 다른 군소장이 킥 웃었다.
회의는 늦어서야 끝났다.
정준하는 기사장실에 올라와 오늘 모임들에 대해 결론지어보았다.
결국 걸린 고리는 무엇인가. 부족되는 전기를 푸는데 있다. 이것은 절약에서도 해결할수 있는것이다.
경애하는 장군님께서는 현재조건에서 전기를 많이 생산하는것도 중요하지만 전기를 절약하는것이 더 중요하다고 하시지 않았던가.
모든 단위에서 전기를 절약하여 쓰면 지금 생산하는 전기를 가지고도 얼마든지 살아갈수 있다고 가르쳐주시였다. 그러니 전압주파수조절기를 하루빨리 완성하는것이 무엇보다 중요하지 않는가.
이것을 해내는것이 동력부문 일군으로서의 나의 본분을 다하는것으로 될게다.
정준하는 점도록 앉아 움직이지 않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