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1 회)

제 1 편

용감한 사람

11

 

허리에 빨간띠를 두른 하얀 뻐스가 산골길을 따라 달리였다.

활짝 열어놓은 차창가로 5월의 훈풍이 흘러들어 려행하는 손님들을 흥에 뜨게 했다.

금수강산이라더니 우리 나라는 어데 가나 절경이였다. 띠오리를 풀어늘인것 같은 강줄기를 따라가노라면 물깊이를 알수 없는 파아란 소들에 산천어들이 뛰놀고 록음우거진 산기슭에 무더기로 피여난 넓은 잎정향나무들에서 풍기는 향기가 차창으로 흘러드는듯 했다.

돌벽을 타고 성급히 구을러내리는 벽계수들, 쿵쿵 어데선가 들려오는 폭포의 둔중한 음향에 귀를 기울이며 손님들은 산촌의 풍경에 홀려있었다.

벼랑가를 지날 때는 돌풍이 휙― 소용돌이쳐올라 바위짬에 뿌리박은 락락장송을 흔들었다.

양춘화는 줄곧 창밖으로 눈길을 박고 흘러가는 산촌풍경을 넋없이 바라보았다. 그는 이때껏 이런 산골을 처음보았다. 그가 나서자란 곳은 서해벌방의 야산지대여서 거기에는 메토끼 한마리도 없었다.

게다가 큰 도시를 끼고있는 시내 축산전문농장이여서 산골구경은 영화에서밖에 한것이 없었다.

뻐스가 수림속으로 들어갈 때는 당장이라도 저기 키넘는 바위뒤에서 호랑이가 뻘건 아가리를 벌리고 날아들것만 같아 몸이 오싹해지기도 했다. 워낙 심장이 좋지 못한 처녀여서 더 깜짝깜짝 놀라기를 잘하는것 같았다.

층층 벼랑길을 에돌아 서른두고개를 올랐을 때 령밑의 낭떠러지가 천길로 아찔하니 내려다보여 춘화는 온몸의 뼈가 재릿재릿 저려드는듯 했다. 공포에 질린 그는 두손으로 얼굴을 싸쥐였다. 사지가 떨렸다.

그는 지금 고모사촌오빠의 결혼식에 가는 길이였다. 제대되여 고향인 산골농장에 뿌리내리고 그곳 처녀와 정을 맺었다고 한다.

고모가 이런 산골에서 사는가. 그는 어려서 이처럼 험한 길이 무서워 한번도 고모집에 가보지 못했다. 그러다 이번에 큰맘먹고 그것도 어머니와 같이 떠난 길이였다.

어머니 림숙차는 큰 머리를 등받이에 꾹 눌러댄채 깊은 잠에 곯아떨어졌다. 뻐스안이 제집 아래목처럼 편안한 모양이다.

어머닌 참 한심도 하지. 양춘화는 손님들 많은데서 큰 입을 하― 벌리고 코까지 골며 자는 어머니가 민망스러워 눈길이 새초롬해졌다.

뻐스가 산골돌길에 덜컹 하고 들추자 림숙차는 와뜰 놀라 눈을 번쩍 떴다.

《다 왔냐?》

그는 차가 서느라고 그러는줄 알았는지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려 했다. 춘화가 얼른 붙잡았다. 뒤손님들이 그걸 보고 킥킥 웃었다. 딸은 무안하여 얼굴이 붉어졌다.

그때 차안의 손님들 입에서 일시에 감탄의 목소리들이 터져나왔다.

영문을 모르던 사람들은 어안이 벙벙하여 누군가가 가리키는 쪽으로 눈길들을 모았다.

운전사가 앉아있는 넓다란 정면창문 저기 앞쪽에서 산줄공들이 철탑에 올라가 고압선을 타고 작업하는 모습이 보였다. 림숙차와 양춘화도 그쪽을 내다보았다.

차가 달릴수록 점점 가까와져 뚜렷이 보였다. 운전사쪽 가까이에 앉은 젊은이가 벌떡 일어나 자랑했다.

《저게 바루 하늘교예라는거웨다. 하늘의 수리개들이지요. 극장에서 교예배우들이 하는 재주는 공중교예구요 저렇게 고압선을 타구 재주를 부리는건 하늘교예라고 한대요.》

희떠운 청년이 제 생각대로 꾸며낸 소리를 손님들은 곧이 듣고 다들 그렇겠다고 고개들을 끄덕이였다.

길손들은 호기심이 많은 법이다. 뻐스가 저 철탑밑으로 지나가는가고 물은 그들은 거기 가서 좀 쉬며 자세히 구경하자고들 했다. 일생에 한번도 보기 힘든 저렇게 희한한 구경거리를 두고 어떻게 그냥 가겠는가고 떠들었다.

그 마음은 운전사도 같았다. 시간도 많으니 그렇게 하자고 했다.

이윽고 험한 고개를 톺아오른 뻐스는 산기슭의 넓은 길섶에 멈추어섰다. 손님들은 우르르 내렸다. 여기서 철탑까지는 얼마 멀지 않았다.

철탑이 산고개턱에 세워져있어 올려다보였다. 70여메터는 잘돼보이는 내장형철탑이였다.

하늘을 치받친 기둥처럼 은백색옷을 입은 든든한 철탑이 고압선을 휘늘여 물고 거연히 서있었다. 그 꼭대기에서 사다리들과 사재를 타고 날다람쥐처럼 가볍게 오르내리는 사람들이 꼭 조막만하게 보이였다.

한사람(대전공)이 무엇인가(금차)를 타고 고압선의 외줄에 감자알처럼 대롱대롱 매달려 주르르 미끄러져내려갔다. 앞가슴에서 무엇인가(갈구리모양의 구리로 된 대전봉)를 꺼내 고압선에 척 올리건다.

순간 짝!― 하는 소리와 함께 퍼런 불이 방전을 일으켰다.

뒤목을 젖히고 하늘을 올려다보던 길손들이 아이구머니나 하고 비명인지 감탄인지 모를 바쁜 소리들을 질렀다.

희떠운 청년이 또 설명을 했다.

《저 하늘의 교예사들은 높은 곳에 올라간것만 해도 큰 재주인데요 수만볼트라는 고압전기가 흐르는 곳에서 교예(작업)를 하고있지요.》

구경군들은 손에 땀을 쥐고 또 감탄의 목소리를 터치였다. 누군가가 질문했다.

《그렇게 고압전기가 흐른다면 저 사람들은 어떻게 감전되지 않소?》

《오― 장하다, 푸른 하늘의 수리개들! 그대들 하는 일이 그대로 랑만의 노래되여 높이높이 울리누나!》

그 청년이 목소리를 띄워 읊조리자 구경군들은 손들을 높이 들어 철탑의 수리개들을 향해 박수를 쳐 고무해주었다.

철탑우에서 그것을 내려다본 김평반장과 1호병, 2호병, 3호병들이 고맙다고 한손을 들어 답례를 보냈다. 대전공인 송강림은 애자교체를 하느라고 구경군들을 내려다볼 사이도 없었다.

림숙차는 너무도 감동되여 련속 혀를 찼다.

《뉘집 아들들인지 장하기두 해라. 어쩜 저런 재간을 배웠노. 내 살아 두번다시 못 볼 구경을 하누만.》

옆에 서있던 아낙네가 그 집 아들도 저런 재간을 키우게 해주라고 했다.

《난 아들이 없다네, 딸만 둘이야. 큰건 이웃마을에 시집가 살구 저것(춘화를 가리키며) 하나 보낼것밖에 없어.》

《그럼 사위를 저런 재간둥이로 맞아들이구려.》

《에이구, 우리 집에 웬걸 저런 보배가 들어올고. 들어오면 오죽 좋을라구. 난 맨날 등에 업고 다니겠네.》

이윽고 산줄공들이 철탑을 타고 내려오기 시작했다. 작업이 끝난것이였다. 젊은 사람들은 그들의 얼굴을 보겠다고 철탑가까이 뛰여올라가기도 했다.

운전사가 이제는 떠나자고 하는 소리도 듣지 않았다. 양춘화도 감동되다 못해 어떻게 생긴 사람들이 그런 기막힌 재주를 부리는가 호기심이 동해 뒤따라 달려올라갔다.

그가 철탑밑에 다달았을 때 앞서올라간 청년들이 산기슭에 피여난 꽃들을 꺾어만든 다발을 하늘에서 맨먼저 땅우에 내려서는 청년에게 안겨주었다.

그는 키가 날씬하고 미끈하게 생긴 청년이였다.

《수고많았습니다, 산줄공동무.》

《정말 희한한 재간을 갖구있구만요.》

《한생에 다시 못 볼 구경을 했습니다.》

꽃다발을 안겨준 사람들이 이구동성으로 이름을 알고싶다고 했다.

《려행하는 손님들, 고맙습니다. 제 이름은 대전공 송강림이라고 합니다.》

저저마다 송강림과 뒤따라내려온 김평반장 그리고 1, 2, 3호병들의 손을 잡고 놓을줄을 몰랐다.

(송강림?!)

순간 대전공 송강림이라는 소리에 춘화는 아연하여 입을 벌리였다.

(송강림이라구? 아니, 그럼… 사촌오빠가 소개하던 그 사람이 아닌가? 분명 오빠가 전기일을 하는 송강림이라고 했었지? 이름이 똑같은 사람이 또 있을가? 아니야…)

춘화는 선자리에서 굳어져버리였다. 온몸의 기운이 빠져나간듯 하다분해져 주저앉고싶을 지경이였다.

사촌오빠가 나한테 저런 일을 하는 사람을 소개했단 말인가. 졸지에 감동은 사라지고 단박에 심장이 얼어드는듯 했다.

춘화는 송강림이라는 사람이 자기 얼굴을 모르는것이 천만다행으로 여겨졌다.

가만 돌이켜보니 그때 오빠가 송강림이에 대해 무슨 산줄공이요, 대전공이요 하던 말이 생각났다. 그때는 그게 무슨 소린지 몰라 그저 전기일을 한다니 뻰찌를 꽁무니에 차고다니는 전공을 그렇게 부르는가부다 했었다.

그는 눈앞이 어지러워 고개를 숙이고 돌아서 내려왔다.

얼마후 뻐스는 다시 떠났다.

림숙차는 딸의 얼굴색이 갑자기 양초빛처럼 하얘진것을 보고 왜그러냐고 가만히 물었다. 춘화는 사람들 많은데서 더 말을 못하게 어머니의 손등을 꼬집어주었다.

뻐스가 산골군소재지에 들어가 멎은 다음 차에서 내려서야 춘화는 어머니를 유축진 곳으로 끌고가 사촌오빠가 소개했다는 송강림을 보았노라고 말했다.

《어머니, 난 막 심장이 멎는것만 같았어요. 어쩜 저런 사람을 나한테 소개하다니. 혼자라면 전 넘어졌을거예요. 내가 심장이 약해서 까무라치길 잘한다는걸 오빠는 몰랐던것 같애요. 아이구, 난 이 순간부턴 그 송강림이란 사람 이름조차 듣기 싫어요.》

춘화는 당장 숨이 넘어가는것처럼 할딱할딱했다. 그러는 딸을 보고 림숙차는 놀라다 못해 몸까지 부르르 떨었다. 가뜩이나 큰 왕눈이 더 커져 화등잔만 했다.

《그런 일을 하는줄은 몰랐구나. 하늘에 올라가 매달려 잰내비노릇을 하다니… 백천가지 일중에 할 일이 없어 그런 일을 해?》

그는 축― 늘어진 두볼을 떨며 흰자위가 많은 왕눈을 희번뜩거렸다.

조카가 곁에 있으면 귀통이라도 칠듯 한 기상이였다.

《그녀석이 우릴 감쪽같이 속였구나. 속일게 따로 있지 내 딸 신세를 어쩌자구? 아이고, 분해라.》

방금전만 해도 산줄공들을 희한한 재주군이라고 침이 마르게 칭찬하더니 그 재주군이 혹시 자기 딸과 인연이 될수도 있는 사람이라는것을 알고는 홱 돌변하여 야단을 치는것이다.

며칠후 부기사장은 마침 그 축산농장에 있는 낡은 전주들을 새것으로 교체하는 일이 있어 나왔다가 큰집에 들렸다.

그는 이미 누이동생에게 송강림을 소개했던적이 있어 의향을 알고싶어 우정 들린것이였다.

큰어머니 림숙차는 친조카가 오래간만에 왔는데도 반가와하기는 고사하고 지릅뜬 눈길로 쏘아보았다.

(찬바람이 부는데… 왜 그럴가?)

원래 큰어머니의 벌차고 못된 성미를 잘 아는 그는 아무렇지도 않은듯 헌헌한 어성으로 물었다.

《큰어머니, 건강해요? 내 춘화때문에 들렸어요. 며칠후에 송강림동무가 이곳에 일이 있어 나오지요. 그때 큰집에서 춘화와 맞선을 보일가요?》

그는 토방에 슬쩍 걸터앉았다.

《우린 벌써 선을 봤어. 송강림이가 거 뭐라드라… 오, 무슨 산줄공이라구 했겠다? 맞나?》

《그래요.》

《거기에 송강림이란 총각이 둘은 아닐테지?》

《그럼요. 한사람이예요.》

돌연 큰어머니의 노성이 터져나오기 시작했다.

《임자가 내 조카가 맞긴 맞나? 그래 총각이 없어 그런 녀석을 소개했나? 엉? 우릴 슬쩍 속여넘기려구 했지?》

림숙차는 손가락을 꼬나들고 조카의 눈이라도 찌를듯이 다가들며 행패질을 했다.

《아니, 강림동무가 어쨌다고 그래요. 난 고르고고른 대상인데요.》

《좋아. 그럼 그 총각이 하늘에 올라가 잰내비노릇하는 일을 그만두게 해주겠나? 자넨 거기서 간부노릇을 한다니 그쯤한건 장기쪽 옮기듯 하겠지?》

(음, 그래서 그러누나.)

부기사장은 딱 잘랐다.

《지배인도 기사장도 송강림의 직업은 옮기지 못해요. 그 동문 산줄공중에서도 기본핵인 대전공이예요. 얼마나 뛰여난 재간을 갖구있는지 알아요? 똑똑하구요.》

《대전공인지 소전공인지 난 그따위거 몰라. 똑똑하다구? 그게 무슨 소용이야. 잰내비도 나무에서 떨어질 날 있다 했어.》

《참 큰어머니두, 왜 그런 극단의 생각을 해요. 항상 안전바줄을 매고 일해서 아무 일도 없어요. 원숭이는 안전바줄이 없지만 산줄공들은 최대의 로동안전규정을 지키면서 일하게 돼있어 더없이 안전해요. 그런 걱정은 전혀 안해도 돼요.》

《듣기 싫어. 너 나를 촌로친네라고 얼렁뚱땅 얼려넘기지. 내가 속아넘어갈줄 알아?》

《하― 이것 참, 속이긴 뭘 속인단 말이예요.》

《맨날 하는 일이 하늘에 올라가 전기줄에 거미처럼 동동 매달리는거라던데. 더구나 전기가 흐르는 속에서 말이다. 춘화가 속이 떨려 어떻게 산다는거야. 춘화는 날 때부터 심장이 약하다는걸 몰라?》

《난 춘화가 심장이 그렇게 약한건 몰랐군요.》

《웬만한 일에도 놀라 까무라치군 해. 송강림의 직업을 못 돌리겠으면 싹 물러가라. 더 긴말할것 없어.》

림숙차는 노여움에 치받쳐 왜가리청을 뽑았다.

괴벽한 큰어머니, 소문난 드살군, 눈이 커서 《왕눈》이라고 불리우다가 동네 큰일, 작은 일에 이쭉비쭉 시비질이 많고 흔들흔들 흉 잘 보는 그에게 사람들은 《왕눈비쭉이》라는 별명을 붙여주었다.

《우리 춘화는 송강림에 대해선 이름만 들어두 싫대. 만나보지 않은게 다행이다. 다시는 그 사람 이름을 들고다니지 말게.》

림숙차는 마지막선언을 했다.

부기사장은 어처구니가 없어 담배 한대를 붙여물고 성급히 빨았다.

그는 소리없이 들어와 서있는 춘화에게 물었다.

《너도 어머니와 같은 생각이냐?》

《더 말하고싶지도 않아요. 물어보지도 말아요.》

《됐다. 너같이 대가 없고 진취성이 없는 녀자는 송강림이처럼 기개있고 뛰여난 청년과 호흡을 같이하지 못해. 내가 너를 잘못 봤다.》

부기사장은 격분하여 그 집에서 휙 돌아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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