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8 회)
제 1 편
용감한 사람
8
기사장실은 소박하게 꾸려져있었다.
넓은 방이였다. 밤색량수책상에 잇달려 앞상들이 주런이 놓였고 빙― 둘러가며 등받이 높은 의자들이 자리를 잡고있었다.
천정에 닿을듯 한 하늘색철궤들 옆으로 거북잔등무늬의 긴 쏘파가 있었다. 맞은편 벽아래로 인조가죽을 씌운 개인쏘파와 키낮은 장이 놓였다.
책상우에는 콤퓨터와 전화기들이 질서있게 앉았고 창턱의 받침대우에 있는 굉장히 큰 베고니아화분이 검푸른 잎과 물기머금은 싱싱한 꽃송이들로 방안의 공기를 정화시켜주는듯 했다.
정준하기사장은 일찌감치 나와 사무실창문들을 열어놓았다. 이어 철궤안에서 도면들을 꺼내 책상우에 놓았다. 참고서들도 이것저것 꺼냈다. 청사안팎이 별로 조용하여 기분이 안정되였다.
(왜 이렇게 정적이 드리웠을가. 참, 아직 새벽이지.)
그는 얼마전부터 아침시간을 효과있게 얻어 자기 일을 더 해야겠다고 결심했던것이다.
그동안 여간만 바쁘지 않았었다. 얼마전에 고압변압기 2호의 대보수를 완성하여 가동시켰다. 이어 정준하도 현장에서 돌아와 다시 기사장사업을 하게 되였다.
최장근지배인과 장유상당비서가 기사장일을 더 정력적으로 잘하자고 고무해주었다. 오래 밀렸던 일들을 다하자니 참으로 시간이 모자랐다.
전화종이 울었다.
누가 이렇게 일찍부터 전화를 할가 하는 생각을 하며 송수화기를 들었다.
《조형례가 전화합니다.》
《아니, 국장동지가 어떻게…》
《집에 전화하니 벌써 출근했다고 하두만. 매일 그렇게 일찍 출근하우?》
《할일이 너무 밀려서…》
《건강은 일없소?》
《예, 앓을 사이도 없는것 같습니다.》
《바쁘겠지. 기사장사업을 다시 시작했다니 마음놓이오. 그동안 자신을 수양하는데서 좋은 기회였다고 생각하오. 준하동문 이번에 큰일을 했소. 이제는 그 1호, 2호가 만가동한다니 기쁘오. 그동안 동무한테 고통스러움은 있었어도 그대신 더 큰것을 얻었소. 가양도송전선공사를 위한 선행작업으로 대형변압기들을 대보수했으니 이제는 공사를 마음놓고 내밀게 됐소. 정말 큰일을 했소. 모든것을 자체의 힘과 기술로 얼마든지 할수 있다는 신심을 얻었다니 기쁘오.
오늘 우리 시대는 동무와 같은 일군들을 요구하오. 기사장동무가 이번일을 제끼는것을 보고 다들 가양도송전선공사도 자신있게 해내리라는 확신을 가졌소. 처음부터 그 공사를 선뜻 안아맡은 자체가 벌써 대담하게 일하는 일군만이 할수 있는 적극적인 행동이요. 계속 배심있게 내밀라구. 동무는 많은 사람들로부터 부러워하는 억센 일군이 됐소!》
《믿어줘서 고맙습니다.》
《변압기들에 대한 대보수를 끝내기 바쁘게 가양도로 현지조사를 위해 뛰여다닌다면서? 너무 무리하진 마오. 그러다 쓰러지면 어쩔려구.》
《일없습니다. 뛰는 덕에 밥맛이 납니다. 그런 위안까지 없으면 지탱하기 어려울것 같습니다.》
《알만하오. 나도 다 알고있소. 기사장동문 지금 육체적피로보다도 마음속 괴로움이 더 크리라는걸… 그렇지만 동무는 그 역풍을 맞받아나가리라는것을 믿소. 최장근지배인을 잘 도와주기 바라오.》
《명심하겠습니다.》
정준하는 송수화기를 놓고도 한참 굳어진듯 앉아있었다. 생각이 깊었다.
최장근지배인을 어떻게 해야 잘 도와줄수 있을가, 대형변압기 대보수전투는 우리들의 리해관계로부터 합심이 됐지만 가양도공사를 놓고는 상반되지 않는가.
지배인은 바다를 횡단하는 공사는 처음이여서 몹시 두려워하고있다, 기어이 뚫고나가겠다는 각오보다 좋은 조건이 오기를 기다리라고만 한다, 덤비는 일은 랑패를 본다며 어떻게 해서든 나를 제지시키려 애쓴다.
공사의 첫 공정인 가양도에 현지조사조를 파견하는것부터 딱 잘랐던 그가 아닌가, 마음이 너그럽고 인정도 많은 지배인이지만 반대로 고집불통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고집을 세울 때는 리해시키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
이번에 조사조를 보내는것도 당위원회의 의견을 받고서야 움직이지 않았는가, 그의 의견대로 하려면 한 3년쯤 더 기다렸다가 모든 조건이 성숙된 다음에 하자는 주장에 동의했어야 했다.
어쩔수없이 공사의 첫막을 열긴 했지만 앞으로 얼마나 많이 자기 견해만을 고집해나설것인가, 그럴수록 지배인을 더 잘 리해시키자, 나에게 전기공학과 함께 인생길을 값있게 걸어가라고 가르쳐준 스승이 아닌가, 그런 그에게 세월의 물결을 타고 가버린 젊음을 어떻게 되찾아줄수 있을가, 가양도공사를 하느라면 지배인도 나를 리해할 때가 있겠지.
이윽고 정준하는 책상우에 있는 도면들을 펴놓았다. 그는 도면들을 신중한 눈길로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이것만 성공하면 막대한 전기를 더 얻어낼수 있는것이다.
도송배전부가 해야 할 많은 임무중에서 큰것의 하나가 생산된 전기를 극력 절약해쓰는것이였다. 이 과업을 실천하려면 교차생산조직을 잘해야 한다.
위대한 장군님께서는 강성대국건설에서 결정적전환을 일으키려면 전력공업부문에서 대혁신을 일으켜야 한다고 가르쳐주시였다. 전력문제가 풀려야 생산에서 비약을 일으킬수 있다.
송배전부들에서 전기의 도중손실과 랑비를 없애지 못하면 아무리 전력생산을 늘인다 해도 밑빠진 독에 물붓기나 같다고 하시였다.
교차생산조직을 잘해야 전기를 유효하고 효과적으로 쓸수 있고 랑비를 막을수 있다. 그러나 이 사업이 말처럼 잘되고있지 못하다.
전기를 쓰는데는 망탕 많이 쓰고, 못쓰는데는 못써서 자꾸 불균형이 일어난다.
아무리 통제해도 막을수 없는것이 전기류실이다. 전기는 눈에 보이지 않는다. 정준하는 대중을 발동하고 기술혁신을 하면 무진장한 전력예비를 찾을수 있다고 하신 위대한 장군님의 가르치심을 받들고 전기를 기계적장치에 의하여 자동적으로 차단되게 하는 기구를 만들 결심을 했다.
많은 사람들과 토론하고 지혜를 합쳐 연구를 심화시키고있었다.
그는 도송배전부에 앉아서도 도적인 전압과 주파수를 조절하여 안전한 전기가 흐르도록 해주는 자동조절장치를 도면으로 그려내였다.
이것은 성공의 전제를 주는 첫 승리였다.
그 계기의 이름을 간단하게 《전압주파수조절기》라고 달아놓았다.
여기에는 현시판(화면)이 있어 매 공장이 받은 전기리미트(한도량)와 쓴 량이 나타난다. 전기가 초과됐을 때는 자동적으로 신호종소리가 울리면서 차단된다. 아무리 감독원들이 목대를 세워 교차생산을 웨쳐도 소용없는것을 이 조절기가 간단히 수행해준다.
차단만 하면 되는가, 무턱대고 끄기만 해서도 안되는것이 이 일이다. 문제는 발전소의 발전기들에 부하를 적게 걸리게 해줘야 한다. 이렇게 발전소를 도와주는 곳이 곧 송배전부다.
전압주파수조절기가 이런 만능의 기구로 되려면 이것은 강전과 함께 약전으로 된 전자공학의 힘을 리용해야 한다.
이런 리상적인 기구를 착상한 정준하는 전기기사로서 강전에서는 내노라 하지만 약전을 깊이 몰라 안타까와하고있다.
이것만 성공하면 도적으로 엄청난 전기를 더 얻을수 있다. 이만한 량의 전기를 절약하면 발전소를 하나 새로 세운것이나 같다.
이렇게 많은 전력예비를 얻어야 가양도와 함께 완공단계에 들어간 서주강철공장을 비롯한 새로 늘어나는 대상들에 더 많은 전기를 넉넉히 보내줄수 있다.
하여 정준하는 가양도송전선공사를 위한 준비로 특대형변압기들에 대한 대보수를 먼저 하는것과 함께 전압주파수조절기도 같이 완성하여 늘어나는 전력수효를 충족시키자고 마음먹었다.
그에게는 이렇듯 가양도공사와 함께 먼저 해놔야 할 대상들이 너무도 많아 그저 늘쌍 바쁘기만 했다.
정신없이 앉아 도면검토를 하고있는 그에게 시간은 빨리도 흘러갔다. 기사장실에 아침결재를 받으러 들어오는 사람들이 있어 그때에야 정준하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기사장은 어느 하루도 한가한 날이 없었다. 오전중에는 보수사업소에 나가 협의회를 하느라고 시간을 보냈다. 여기는 도내에서 들어오는 각종 변압기를 다 수리해주는 곳이다.
그가 정문밖을 나설 때는 점심시간이 훨씬 넘었다. 손목시계를 보고나서 서둘렀다. 동천동에 있는 친구를 만날 일이 있어서였다.
그는 자전거를 타고 달리였다. 시내에서는 거의 승용차를 타지 않는 정준하였다. 최장근지배인도 시내에서는 승용차를 타지 않고 자전거를 리용했다.
정준하가 역전광장을 가까이하면서 보니 거기서는 신입병사들이 줄지어 서서 차시간을 기다리고있었다. 저쪽 은행나무아래에 탁수환이가 한 신입병사와 마주앉아있었다.
(탁동무 아들이 입대하는가?)
분명 그런것 같았다. 하다면 바빠도 그냥 지나칠수가 있나 하는 생각이 들어 그리로 자전거를 몰아갔다. 곁에 가 자전거를 세우고 내리자 탁수환이 시뭇이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축하하오. 탁동무 아들이 초소로 떠나는 모양이구만.》
탁수환은 아들이 아니라며 어줍게 웃었다.
《그럼?… 조카요?》
《아니… 우리 인민반에 있는 총각입니다.》
이번에는 정준하가 놀랐다.
그는 어린 병사의 풀색배낭에 좋은 학습장들과 수첩, 필기도구들, 렬차행군때 먹으라며 당과류들과 빵, 사이다, 과일구럭들을 차근차근 넣어주는 탁수환을 말없이 내려다보았다.
병사는 미안해서 어쩔바를 몰라했다. 그때 저쪽에서 대렬을 정돈하는 인솔군관의 호각소리가 울렸다. 병사는 탁수환에게 깊숙이 절을 하며 잊지 않겠노라고 울먹울먹 뇌이고는 대렬을 향해 뛰여갔다.
《다 컸어. 녀석이 여물었거던.》
탁수환이 후더워진 눈굽을 슴벅이며 혼자소리처럼 중얼거렸다.
사연인즉은 이러했다. 탁수환이네와 이웃에서 사는 신입병사의 아버지는 기관사이고 어머니는 장공장 인수원이라는것이다.
항상 수송길에 있는 아버지는 전날 집을 나서며 바래주지 못할것 같으니 건강해서 군사복무를 잘하라는 당부와 함께 안해에게 뒤일을 부탁했다.
그런데 어머니마저 아침 첫시간에 원료인수로 출장길을 가게 될줄이야. 공장에서는 지금 초소로 떠나는 병사를 바래우는것보다 중한 일이 어디에 있는가며 대신 다른 사람을 보내려고 했다.
신입병사의 어머니도 그에 수긍하여 집으로 걸음을 돌렸는데 뜻밖에도 당자인 아들이 반대해나섰다.
한사람을 위한것과 수많은 사람들을 위한것이 대비나 되는 일인가.
나도 이제는 인민의 행복을 지켜선 병사라며 오히려 제켠에서 어머니를 바래웠다는것이다.
이렇게 되여 장공장사람들 그리고 탁수환이가 그의 부모를 대신하여 초소로 떠나는 병사를 배웅하게 되였다.
정준하는 가슴이 뜨거워짐을 금할수 없었다. 어린 병사도 훌륭하고 탁수환이도 돋보여 과연 참인간이구나 하는 생각으로 머리가 절로 숙어졌다.
오늘 우연한 기회에 탁수환의 사람됨과 후더운 인정미를 보게 된 준하는 저으기 마음이 흥떠서 누구한테건 붙잡고 자랑하고만싶었다.
그길로 볼일을 본 다음 점심을 마치고 사무실에 나온 정준하는 또 붙박이로 앉아 전압주파수조절기에 붙어앉아있었다.
저녁에는 좀 일찍 집에 돌아갔다. 그가 부엌을 들여다보니 안해의 얼굴이 별로 피여난것 같아보였다. 웬일일가. 어쨌든 자기도 즐거워 슬쩍 물어보았다.
《여보, 무슨 좋은 일이 있는게 아니요?》
《왜요?》
《당신 얼굴이 별로 피여났소, 꼭 처녀때처럼.》
《원, 롱담두… 기분좋은 일이 있긴 있었어요. 조금전에 시병원에서 담당의사선생이 왔다갔어요. 며칠전에 한 검진결과를 가지고왔댔지요. 병은 이젠 씻은듯이 다 나았대요. 검진결과가 좋아서 선생도 기뻐하더군요. 그러니 내 걱정은 더 하지 마시우.》
《참 다행이구만. 이젠 당신이 앓느라고 약해진 몸을 추세워야겠소.》
《난 일없어요. 밥 잘 먹으면 됐지요. 당신의 얼굴이 더 못쓰게 됐는데요. 내가 이렇게 병을 털어버린건 의사선생들은 물론 지배인동지랑 당비서동지랑 성의껏 도와준 덕이지요. 신세갚음을 잘해야 할텐데.》
《잊지 말고 신세를 갚읍시다.》
그들이 부엌문앞에 나와서서 이러고있을 때 경애가 늘씬한 허리를 펴고 들어왔다. 딸은 아버지를 보고 반기였다.
《오늘은 일찍 집에 들어왔어요?》
《더러 이런 날도 좀 있어야지.》
《난 아버지가 저녁에 일찍 들어오면 막 기뻐.》
《허허, 내 그럼 매일 일찍 들어오지.》
《정말? 아버진 지키지 못할 약속을 하셔요. 아버지, 내 하나 물어볼게 있어요.》
《뭔데?》
《아버지가 외국에 출장가게 돼있는걸 마다했다던데 사실이예요? 지배인동진 또 아버지를 놓아주지 않겠다 하고…》
《허― 너 어데서 귀동냥을 잘했구나. 안테나가 꽤 높은데.》
《아버진 그런 말루 나를 슬쩍 눙쳐놓으려 하지 말구… 사실이예요?》
《얘, 지배인동지는 거들지 말어라. 그 일은 내가 거부한거다. 왜 그건 자세히 물어보냐?》
《난 모르고있었어요. 우리 동무들이 먼저 말하더군요. 너희 아버진 좋은 복줄을 놓쳤다면서… 정말 쉽지 않은 사람이라나요. 어찌나 옹색하던지… 아버지덕에 공연히 나만 위신이 올라갔어요. 그래서 아버지를 더 자랑하고싶더군요. 승호한텐 이 사실을 말하지 말자요. 그럼 주는 떡도 못 받아먹었다고 야단할수 있어요.》
정준하는 딸이 기특하여 그의 뒤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그는 딸에게 자기가 외국출장에 응해나설수 없었던 조건들을 들려주었다. 경애는 들어볼수록 아버지의 심정이 리해되여 얼굴이 발그스름하니 피여났다.
누가 알아주건말건 주인답게 일하는 사람이 애국자다. 애국은 얼마나 값높은것인가. 그래서 아버지는 크고작은 일을 품이 벌게 안고 고생도 달게 여기는것이다.
《아버지, 외국에도 놀러 가는게 아니라 일하러 간다던데 거기 가서도 보란듯이 해제끼는것이 좋지 않았을가요?》
《물론 외국에도 일하러 가는것이 옳다. 그렇지만 아버지한테는 지금 당장 여기서 해야 할 큰일들이 발목을 붙잡고 놓지 않는다. 이걸 내버리고 제 좋을데로만 간다면 가양도공사장이 아니, 조국이 나를 제 아들로 보지 않을게다. 이것은 내 량심이다.
조국은 일로써 받들어야 한다. 일이 사랑이다. 건달군은 조국을 받들지 못한다. 그래서 3대독자외아들도 일해야 곱다는 말이 생겼다. 너도 이걸 알고 성실한 땀으로 나라를 위해야 한다.… 경애야, 오늘 우리 집에 기쁜 일이 생겼다.》
《예? 기쁜 일?!》
경애는 무슨 소린가 하여 까만 눈에 호기심을 담고 아버지를 보았다.
《어머니 병이 깨끗이 다 낫다누나.》
순간 경애의 해사한 얼굴에 기쁨의 물결이 찰랑찰랑 넘쳐났다.
《어머니, 정말이예요?》
《네가 이 어미 병간호를 하느라 고생한 덕이다.》
《아이 좋아. 난 그저 어머니만 건강하다면 더 바랄게 없어.》
경애는 냉큼 달려가 백순옥을 품에 안고 한바퀴 빙― 돌았다.
《아이고, 얘야. 어지럽다. 이제 당장 시집을 가야 할게 아직두 장난꾸러기니…》
정준하는 그들을 바라보며 껄껄 웃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