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5 회)
제 1 편
용감한 사람
5
최장근지배인의 하루일과는 엄정하게 정해져있었다.
누가 그렇게 하라고 지시하거나 일러준것도 아니지만 자신이 만들어놓은 규칙에 자기를 스스로 얽매여놓았다. 그는 그것을 만족스럽게 생각했다.
어떤 땐 피곤하여 자신이 만들어놓은 덫에 자신이 치웠다는 생각이 들어 그 철칙같은 계률을 어길가 했다가도 의지력이 약한것으로 여겨져 더 준수하는 그것으로 누구도 모르는 긍지감을 안고있었다.
새벽 4시 30분에는 어김없이 일어난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설사 2시에 잠자리에 들었다 해도 4시 30분 기상은 철칙이였다.
그의 기상은 빨리 자리를 털고 일어나는것이 아니였다. 눈을 뜨는것이 기상이였다. 침대에 누운채로 우선 이발마주쫏기를 몇분간 한다.
그렇게 이발건사를 잘해서인지 통무우김치도 와짝 잘 씹는다.
다음은 누워서 팔운동, 다리운동, 피부건마찰, 얼굴문지르기 등 순서대로 다하고서야 허리를 상하지 않게 조심스러이 일어난다. 허리병이 있는것은 아니지만 남달리 허리가 길어서인지 허리건사에 류달리 각별했다.
최장근은 자기 일과대로 이번에는 실내 거닐기를 한다. 이 공간이 곧 오늘에 할 일들에 대한 구상시간이기도 하다.
책상앞에 가앉아 예견한 일들을 사업수첩에 꼭꼭 적어넣은 다음 밖을 나선다. 토방아래를 내려서며 심호흡을 몇번 한다. 맑은 공기를 페장깊이 마시고는 기분이 쇄락하여 싸리비를 들고 안마당을 박박 쓴다.
바깥마당도 쓸고 마을길마저 말끔히 쓸어놓고서야 허리를 편다. 이걸 보고 젊은 인민반장은 늘 고마와한다.
《다들 지배인아바이처럼 거리를 알뜰히 거두면 얼마나 좋겠어요.》
아흔살나도 칭찬이 좋다더니 귀맛이 좋아 밥맛도 구수했다.
오늘 아침도 일찌감치 아침을 먹고 거울앞에서 넥타이를 맬 때 안해가 다가와 거들어준다. 그가 손가방을 들고 집을 나서려 하는것을 도와주며 이렇게 매일 일찍 나가는가고 했다.
《하루라도 늦잡아 버릇하면 자연히 게을러지오.》
《거 늙은 몸에 건강이 견디겠수.》
《그러게 늙을수록 섭생을 잘해야 돼. 내 나이에 이만큼 건강한건 섭생을 잘한 덕이요.》
도송배전부는 도시의 북쪽기슭을 감돌아흐르는 수룡강기슭에 자리잡고있었다. 풍치수려한 강안공원을 배경으로 하고있어 경치가 좋았다.
여기서는 참으로 하는 일이 많았다.
전력공업성에서 받은 전기를 계획에 따라 정확히 공급하고 교차생산을 조직하며 감독통제를 강화하여 전기를 극력 절약하게 해야 한다.
또한 도에서 벌어지는 크고작은 송전선건설을 다 해야 하며 도안의 넓은 땅과 하늘에 그물처럼 얽힌 전력설비들과 계통관리를 책임성있게 하여 한건의 사고도 없이 전기를 보장해야 한다.
말은 쉽지만 이것은 실로 방대한 사업이였다.
최장근이 도송배전부정문에 들어설 때 젊은 경비성원이 깍듯이 인사하며 밤사이 이상없다고 보고했다. 안마당에 들어선 그는 지배인실로 올라가기 전에 근무성원들이 있는 방에 먼저 들렸다.
근무성원들이 책상앞에 앉아 콤퓨터들과 지령전화기들을 놓고 긴장하게 임무를 수행하고있었다.
전화들은 계속 엇갈렸다. 자동전화, 계통전화, 철도전화, 당, 경제부문들을 비롯해서 그 어디라없이 전기는 어데서나 다 쓰는것이므로 전화망도 피줄처럼 얽혀있었다.
최장근은 온밤 꼬박 밝히며 근무를 선 그들한테 수고한다고 치사를 했다.
근무책임자가 자리에서 일어나 밤사이 중앙에서 제기된 일과 도내 수많은 계통들에서 있은 일들을 요약하여 알려주었다.
《중앙에서 우리한테 부하조절을 잘하지 못한다고 추궁했습니다. 초과전력이 많다면서 말을 안 들으면 수력발전소에서 변전소까지 오는 22만선을 책벌로 차단하겠다고 합니다.》
《그래서 어떻게 했소?》
《할수 없이 일부 계통들에서 부하조절을 했습니다.》
책임자는 그 내용을 간단히 알려주었다.
최장근은 그에게 몇가지 지시를 또박또박 주고 돌아서나와 2층에 있는 자기 방으로 올라갔다.
지배인실은 크지 않은 대기실을 거쳐 들어가게 돼있었다. 너렁청한 방에 무게있는 책상과 앞상들이 키맞추어 앉았고 창문가에 치우쳐 긴 쏘파가 놓여있었다.
벽을 빙― 둘러가며 폭신한 의자들이 놓여 번들번들 빛을 냈다. 개인쏘파들이 놓여있는 북쪽벽구석에 옷걸이가 세워져있는 이 방은 깨끗하면서도 수수하고 검소했다.
최장근이 자기자리에 들어와앉아 사업일지를 펴놓고 무엇인가를 음미하며 따져보고있을 때 전화기들이 련속 엇바꾸어 울기 시작했다. 어느사이 주인이 나와앉았다는것을 냄새맡았는지 모를 일이였다.
전화를 몇통화 받은 다음 좀 즘즛하더니 또 걸려왔다. 송수화기를 들었다.
《지배인동집니까? 부기사장 전화합니다.》
《어, 부기사장동무요? 수고많겠소.》
부기사장은 변전소 2호변압기대보수의 마감전투를 지휘하느라고 팽이처럼 돌아가는 사람이였다. 그는 지배인에게 필요한 몇가지 보충자재를 래일중으로 올려보내달라고 부탁했다.
《그건 념려마오. 이제 며칠이면 끝낼것 같소?》
《열흘안으로 될것 같습니다. 보수사업소 최반장은 권선용접, 동관용접으로 하루과제를 3배씩 해제낍니다. 그의 카봉용접수준이 대단합니다. 기사장동지가 너무 무리해서 건강이 말이 아닙니다. 쓰러질것 같습니다.》
《알겠소. 끝나는 날까지 최대의 경각성을 가지구 최대의 질을 보장해야겠소. 한순간도 긴장성을 늦춰서는 안되겠소. 최대로 긴장하오.》
최장근은 아이를 우물가에 놓은것 같이 마음놓이지 않아 최대라는 소리에 력점을 찍어 자꾸 반복했다.
지배인은 송수화기를 놓고도 한동안 움직이지 않았다. 정준하기사장에 대한 생각으로 하여 가슴이 무거웠다. 그의 몸이 점점 더 수척해지는것을 볼 때마다 속이 좋지 않았다.
벌써 몇번째나 건강을 돌봐야겠다고 말해주었으나 그때마다 일없다고만 했다.
최장근은 고압변압기대보수를 진행해오면서 생각되는것이 많았다.
그것은 무엇보다 자기 한생에 다시 없을 모험을 했다는 놀랍고도 경이적인 생각이였다. 자랑스럽고 대견스러우면서도 줄타기놀음과도 흡사한 그런 아짜아짜한 운명의 회오리속에서 용케도 승리자가 된것이였다.
어쩐지 그 승리는 이상하게도 우연처럼만 느껴졌다. 아마도 정준하와 같이 내미는 형의 일군, 결심판단이 확고한 일군이 아니였다면 나 혼자서는 결코 대보수를 우리 자체의 힘으로 하자고 나서지 못했을것이다.
어쨌든 이제는 더 미룰수 없다는 절박성으로 하여 슝이 되건 걸이 되건 해야 한다는 속타는 마음은 있었으나 기사장과 같은 실력가가 없이 눈치를 보면서 따라나 하겠다는 식의 일군들만 있었다면 나의 결심이 어떻게 흔들렸을지 모른다.
저 대형변압기 1호의 뚜껑을 열어놨다가 우리 힘으로 끝내 못했다면 어떤 봉변과 수치를 당할번 했는가. 하마트면 한생을 전기공학에 바쳐온 그 모든 긍지와 보람이 바람에 날려갈번 하지 않았는가.
그런 의미에서 볼 때 이번 성공이 요행이면서 다행이라고 볼수 있지 않을가. 비록 뜻밖의 사고를 일으켜 아찔해지긴 했댔지만 해내고야말았다.
이번 대보수전투에서 성공한 정준하가 숨돌릴 사이도 없이 또 가양도전투에 돌입하자고 할게다.
이런 모험적인 일에 서뿔리 나섰다가 어떤 벼락을 맞을지 알수 없지 않는가. 성에서도 아직은 가양도공사를 적극 도와주겠다는 확고한 담보가 없다. 걸리는 일이 한두가지가 아니니 왜 성에서도 모험을 하자고 할텐가.
이번엔 내가 어쩔수없이 정준하와 변압기대보수라는 한배를 타고 맞장구를 쳤지만 가양도공사의 모험적인 일은 신중히 대하고 정준하를 견제해줘야 한다. 그래야 기사장도 안전할게다.
아니, 이번 일을 통해서 정준하도 정신이 들었을테지.
워낙 그는 젊어서부터도 똑똑한 사람이였다. 내가 전문학교시절에 그한테 오래 배워주지는 못했어도 사람됨은 알만큼 알고있었다.
최장근은 김책공업대학(당시) 전기공학부를 졸업한 사람이였다. 그의 희망은 전력생산지에 나가 제 손으로 직접 전기를 생산하는것이였다.
하지만 그한테 차례진것은 왕청같이 교육사업이였다. 전기전문학교 교원으로 배치되였다. 그는 워낙 타발이 없는 성실한 사람이여서 교원생활을 진지하게 했다. 그 진지성이란 곧 연구사업이였다. 소론문들도 가치있게 써내여 지상에 발표했다.
여러해가 지나갔다.
당에서는 그의 재능과 소망을 헤아려 큰 수력발전소의 기술과장으로 옮겨놓아주었다.
최장근은 전기전문학교를 떠나기 전에 신입생이였던 정준하를 6개월동안 배워주었다. 당시 정준하가 공부를 뛰여나게 잘하는데다가 학교의 맵시있는 탁구선수, 기계체조선수로 교내의 인기를 모으고있어 인차 눈에 들었다.
그는 짧은 기간이나마 정준하한테 정이 들어 사랑해주었다.
세월은 흘러 최장근이 도송배전부 기사장으로 옮겨왔을 때 정준하는 이곳에서 부기사장을 하고있었다.
몇년 지나 최장근이 지배인으로 올라가자 정준하는 뒤따라 기사장이 되였다.
최장근이 와서보니 정준하의 전기공학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탐구적노력은 실로 놀라왔다. 정준하는 전기전문학교를 졸업하고 이어서 김책공업대학 전기공학부에 편입하여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했다고 한다.
전기공학기사가 되여 도송배전부에 와서는 기술과 실험실에 있으면서 자기의 기술기능수준을 끝없이 높였다고 한다. 알고보니 소론문도 자기보다 훨씬 더 많이 발표했다.
최장근은 이런 사람을 기사장으로 데리고 일해오는 자신이 무등 행운아처럼 여겨지였다. 그럴수록 정준하에 대해 걸음걸음 마음씌여졌다.
한가지 걱정은 정준하가 좀 온건형이면 좋겠으나 완력형이여서 갈개는 상사말처럼 휘여잡기 힘든것이였다. 나이로 봐도 이제는 좀 자중할 때가 됐는데… 차차 자신에 대해 리해하게 되겠지.
얼마후 그는 손목시계를 보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부지배인이 책임지고 나가있는 주택건설장에 가봐야 했다. 종업원들 집을 해결하느라 한편으로 주택건설까지 벌려놓아 여간 분주하지 않았다.
그가 시병원정문앞을 지나갈 때였다. 경애가 무슨 그릇 같은것들을 보자기에 싸들고 나오다가 다소곳이 고개숙여 인사를 했다. 최장근은 긴 허리를 쭉 펴며 걸음발을 멈추었다.
《음― 경애로구나. 그런데 병원에 누가 입원했냐?》
《어머니가…》
《아니? 어머니가 좀 나아서 퇴원했단 말을 들었는데… 또 병이 도졌냐?》
최장근지배인도 기사장의 안해가 병으로 신고한다는것을 작년부터 알고있었다. 그때 병문안도 몇번 가서 위로해줬지만 차도가 없는 모양이였다.
최장근은 처녀에게 무슨 할말이 없었다. 백순옥의 병에 대해서도 아는것만큼 알아볼것도 없고 또 말로만 위로를 했댔자 그 말은 귀양이나 보냈지 하나도 귀에 들어갈것이 없었다.
《어서 가봐라.》
지배인은 더 걸음발을 떼지 못하고 서성거리기만 했다.
이어 그는 무엇을 결심한듯 병원정문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환자를 만나러 가는것이 아니였다. 뻔히 아는걸 가지고 환자를 만나 위안이나 해서는 소용이 없다.
앓는 안해를 놓고 정준하가 얼마나 마음이 괴로울가. 그가 속상함을 내색 안할뿐이지 혼자서는 남몰래 눈물을 흘릴게다.
최장근은 직방 기술부원장 방으로 찾아들어갔다. 전부터 잘 아는 사이여서 작년에 백순옥의 병문안을 갔을 때 환자부탁을 각근히 했던것이다.
기술부원장은 신약치료는 그만하고 고려약치료법으로 나가야겠다고 했다. 제일 좋은것이 가막조개라고 했다. 이것을 잡아다가 끓여서 먹고 물을 마시고 목욕도 해야 한댔다. 그럴라면 량이 많아야 했다.
그길로 병원에서 나온 최장근은 주택건설장에는 오후에 가기로 하고 곧장 수룡강기슭을 따라 상류로 올라갔다.
여기서는 도시가 끝나고 시주변 남새농장 한끝이였다. 동뚝을 따라 또 얼마쯤 올라간 그는 강기슭의 돌벽에 멈추어섰다.
이 강역의 모래밭에 가막조개가 많았다. 여러 사람들이 들어서서 벌써 그것을 잡고있었다.
최장근은 그들중에 나이가 지긋해보이는 한 중년사나이에게 말을 붙였다. 당신네들이 잡은 가막조개를 사주겠으니 다 모아달라고 했다.
그들은 의아하여 웬 간부형의 아바이가 이런걸 요구할가 하고 쳐다만 보았다. 가막조개는 식용으로 먹을나위는 별로 없어 약으로 한다는것을 누구나 알고있었다. 가막조개의 약효는 여러가지여서 병치료용으로 요구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사나이가 고기잡이군들에게 뭐라고 소리치자 다들 허리를 펴고 일어섰다. 곧 말없이 자기들이 잡은 가막조개망태기들을 둘러메고 기슭으로 나왔다.
누군가가 마대를 내놓아 거기에 쏟으니 마지막사람까지 나왔을 땐 한마대가 잘되였다. 최장근은 흐뭇하여 그것을 내려다보았다. 어쩐지 경애 어머니의 병이 다 나은것처럼 신심이 생겼다.
(자, 이제는 이것을 기사장동무네 집까지 가져가야 할텐데… 어떻게 운반한다?)
새알처럼 작은 가막조개 한마대가 량도 상당히 많거니와 그 무겁기가 돌덩이같았다. 그가 강기슭에서 담배 한대를 태우며 생각을 굴리고있을 때였다.
《지배인동지가 어떻게 여길 왔습니까?》 하는 소리가 돌벽너머에서 들렸다.
그쪽을 내려다보았다. 탁수환이 물역에서 긴 허리를 꺼꺼부정하고 서서 지배인을 올려다보았다. 최장근은 그리로 가까이 다가갔다.
《뭘하오?… 낚시질을 하누만.》
《오늘은 오래간만에 하루 쉬게 돼서 나왔습니다.》
《그동안 변전소에 올라가 있었지?》
《어제 저녁 내려왔습니다.》
정준하기사장이 이제는 변압기대보수가 마감단계여서 많은 사람이 필요없다며 보수사업소 기능공들을 제외한 다른 곳의 동원로력은 모두 돌려보냈다고 했다.
탁수환은 지배인이 승용차도 없이 이곳까지 온 목적을 알고는 감심하여 얼른 낚시대를 거두어 한쪽에 세워놓은 자전거에 실었다.
《지배인동지, 가막조개 운반은 걱정마십시오. 제가 간단히 실어가겠으니 어서 가보십시오.》
《이거 뜻밖에 수고를 하게 됐구만. 안됐소. 오래간만에 하는 낚시질을 패풍쳐서.》
《낚시질은 오후에 또 나와 하면 됩니다. 그럼 기사장 아주머니가 입맛도 없을게 분명하니 이것저것 다 가져다줍시다.》
탁수환은 물가에 잠그어놓았던 고기꿰미를 쳐들어보였다.
둬키로는 됨직한 번쩍번쩍한 잉어가 두마리씩이나 노끈에 꿰여있었다.
《어이구, 탁동무 낚시질솜씨가 여간이 아니구만. 목수일만 잘하는줄 알았더니 전기기술도 높구 낚시질도 선수고 못하는 노릇이 없구만.》
《예. 눈으로 보는건 다 할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건 소용없습니다. 옛날부터 다재는 무재라고 했으니까요.》
《아니, 그렇지도 않소. 우리 기업소엔 탁동무같이 다재다능한 사람들이 많아야 하오.》
물역에서 휘― 올리부는 강바람이 두사람의 옷자락을 가볍게 날리였다.
지배인의 허연머리칼도 훈풍에 펄펄 날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