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45 회)
45. 대장이 되다 궁예, 그 애꾸에게 군사를 맡겨봐? 쯧, 좋아. 어디 맡겨보자! 신라 말기의 북원두령으로 이름난 량길이 이런 결심을 하는데는 석달나마 걸렸다. 《궁예에게 날랜 기병 백명을 줘보자!》하고 량길은 드디여 결심했다. 량길로서는 대단한 결심이였다. 량길은 스스로 자기의 이 결심이 지극히 대범하고 현명한것으로 여겨졌지만 따져보면 어처구니없었다. 도대체 날랜 기병이라는것자체가 말도 되지 않는것이였다. 날랜 기병이라면 정예의 경기병쯤으로 생각되기마련인데 북원분지에 그런 정규군이 있을수 없었다. 신라조정에 반기를 들고일어난 북원땅에 말타는 사람이 많은것은 사실이였지만 군사란 볼수 없었다. 모흔, 장귀평 등과 같은 사람들도 보며는 그들은 군사라기보다 피가 끓는 젊은이들에 불과했다. 날랜 기병이라기보다 씩씩한 말몰이군들이라야 더 정확할것이다. 말그대로 날랜 기병 백명이라는것은 량길이 궁예에게 백기대장을 맡길 때의 형편이 아니라 그후 즉 그들 북원의 젊은이들이 궁예의 부하로 되면서부터였다. 그건 그렇고 여기서 량길이 그런 결심을 하게 된데 대하여 파헤쳐볼 필요가 있다. 한건 이때로부터 즉 량길이 궁예에게 기병 백명을 준 때부터 알게 모르게 량길과 궁예사이에 티각태각이 벌어지기때문이다. 궁예에게 군사를 맡긴것을 량길자신은 앞서 본것처럼 대범하고 현명한것으로 여기고 또 어떤 사람들은 덕치나 되는듯이 떠들지만 사실은 커다란 잘못이였다. 물론 량길은 자기의 이 잘못을 끝까지
깨닫지 못하고 흔히 그러듯 모든 잘못을 남에게, 다름아닌
궁예에게 있다고 믿고 그로 해서 망하고만다. 량길은 이 세상과 세월을 그저 그렇고 그런것으로 보는 사람이였다. 무엇인가 뚜렷한 목적이라는게 사람에게는 도대체 이루어질수 없거니와 설사 어찌어찌해서 이루어진다고 하여도 그때는 벌써 처음의 목적과는 다른 아주 보잘것없는것으로 된다고 량길은 보고있었다. 이를테면 부처님의 무, 공의 그것과 통한다고 할수 있었다. 그런 의미에서 량길과 궁예는 서로 비슷한데가 있다고 볼수 있겠지만 궁예가 부처님의 설교를 그럴듯한것으로 깨닫는데 비하면 량길은 스스로 세상을 체험해서 얻은 점에서 달랐다. 궁예는 그렇다는 리치인지 고집인지 하는 세상 보는 견해를 다만 깨달음 그자체에 두었지 체험으로 느껴보지는 못했었다. 궁예는 배워서 알고 량길은 살아봐서 안다고 할지… 살겠다고 버드럭거리는 중생의 고달픔이여 두리둥둥 물결타고 떠가는 나무개비의 편안함이여 언제인가 유생들의 흉내를 내서 써놓고는 그게 아주 그럴듯해보여 흐뭇해한 량길이라면 어떤 사람인지 가늠이 갈만 하다. 신라 말기에 북원의 반란군 두령으로 소문난 량길이 이런 사람이라는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못했다. 그런 뜻에서 북원보다 먼저 신라에 반기를 든 사벌주의 원종과 애노 같은 사람과 또 달랐다. 원종과 애노는 그래도 더는 이 세상 살지 못하겠다 해서 들고일어났기에 죽을 때까지 목적이 뚜렷했고 행동에서 결단력이 있었다. 그런데 북원의 량길은 그렇지 못했다. 원래 천성적으로 그런지, 아니면 세파에 진해서 그런지 모른다. 하여튼 량길은 세상을 나무개비가 물결타고 떠내려가듯 살아가는 사람이였다. 그런 사람이 어느때에 별안간 반란 북원의 두령으로 되였는데 그것은 자기의 의지라기보다 다시말해서 바라서 그렇게 된것이 아니라 남들이 그렇게 되도록 만들어준데 불과하였다. 세상에는 이렇듯 묘한 운명을 타고난 사람도 있는 법이다. 이런 사람이 두령으로 있는 북원의 형편이 어떠했는지 알만 하다. 북원의 두령이 량길이라 하지만 량길은 굳이 비유하면 머리에 올려놓은 쓰개에 불과하였다. 말하자면 북원이라는 반란땅의 대표자가 량길일뿐이지 량길 그자체의 머리는 아니였다. 그렇다면
머리는 누구인가? 특정한 사람이 없다. 신라조정에 대한 불만과 어떤 막연한 희망 같은것이 무형체로 북원이라는 머리를 이루고있는것이다. 차츰 북원 량길의 무리가 더욱 커지고 째여져가긴 하지만 그것은 뒤날에 있는것이지 초기에는 그렇지 못했다. 그렇다고 하여 량길이 궁예에게 내준 백기가 보잘것없는것이냐 하면 그렇지도 않다. 개산의 두령 기훤도 수하졸개 100여명이였다. 그것도 얼룩덜룩하게 모아진 무리였다. 그에 비하면 량길이 궁예에게 내준 100명 기병은
끌끌하고 씩씩했다. 그러니 량길이 궁예를 개산의 기훤 못지 않은 사람으로 만들어준것이다. 자칫했더라면 기훤의 밑에서 칼부림이나 배워주는 말객으로
지낼번 했던 궁예에게는 행운의 기회가 아닐수 없다. 기마군사 100명을 궁예에게 맡기려는 량길의 태도는 어떠했는가? 아무리 량길이 물결탄 나무개비처럼 산다고 하여도 궁예에게 백기를 내맡기는것을 아무 타산없이 한것은 아니였다. 기훤을 버리고 북원 량길에게 왔다는것에 귀가 솔깃하였지만 실지 궁예를 만나는 그 순간부터 량길은 궁예에게 좋지 않은감을 품었다. 궁예의 한쪽만 남은 눈이 량길에게 저도 모르게 이따위 병신하고? 깔보는감을 주었는데 곁에서 궁예가 검술이 비범하다는 소리를 마치 봄철의 개구리울듯 하자 막연한 질투가 타올랐다. 아마 군사란 깜깜한 자기의
약점에서 나온것인지 하여튼 그래서 처음 궁예가 자기는 그저 말타는것이나 배우겠다고 했을 때 시원섭섭해하였다. 만일 모흔, 고마가 나서서 궁예에게 군사를 맡겨보자고 권고하지 않았더라면 량길은 꿈도 꾸지 않았을것이다. 모흔이 궁예에게 군사를 맡기자고 했을 때도 량길의 마음이 확실히 움직이지는 않았다. 그쯤소리로 들었다. 결정적인것은 고마의 권고였다. 더 정확히는 송악의 거부 왕륭의 낯을 보고 한, 이를테면 왕륭에 대한 아첨이였다. 까짓, 그러지 하고 량길은 그때 생각했다. 다들 그게 좋다면 나도 좋다는 식이다. 아주 무맥해보이지만 한편 교활하기도 하였다. 이번에도 물결타기는 량길에게 별로 부담이 되지 않았다. 북원출신도 아닌 궁예에게 군사 백명을 내준다는것이 어디 쉬운 일인가. 실지 그랬다. 그러니 량길은 역시 대범하고 사리에 밝은 사람이다. 세상이 그렇게 볼것이라고 량길은 속으로 타산했다. 한편 궁예, 외눈깔 네까짓게 잘못 꺼떡거리면 너희 부하들이 다 북원땅의 사나이들인것만큼 쉽게 때려치울수 있다는 어처구니없는 자기 위안도 끼여들었다. 《나는 옹졸한 사람이 아니요. 그대와 같은 영웅호걸에게 군사를 맡기면 우리의 명성이 우뢰처럼 퍼질것이요.》하며 량길은 제법 껄껄 웃었다. 자기는 기훤따위와 같지 않다는 소리였다. 《해보겠소이다.》하고 궁예는 무뚝뚝하게 대답하였다. 궁예는 군사 백명을 가진 대장이 되는것이 기쁘지 않는가? 아니다. 궁예는 몹시 기뻤다. 궁예가 파란만장의 생에서 진짜군사를 얻은것은 처음이였다. 란세에는 예나 지금이나 또 동이나 서를 막론하고 군사를
쥐려고 하는것이 세상을 바로 보는 사람들의 같은 점이면 같은 점이다. 궁예도 다를바없었다. 자기 수하에 군사를 둔다는것이 얼마나 큰 기쁨인가! 하물며 제법 그럴듯한 뜻을 가진 사람에게야 더 말해 무엇하랴. 궁예는 무척 기뻤다. 그를 더욱 기쁘게 한것은 량길에게서 군사를 넘겨받은것이다. 그 누구를 다스린다, 그 무엇을 거느린다는것이 인간이라면 누구나 했으면 하는바이다. 권력의지는 인간의 피할수 없는 속성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다스리는 권한을 남에게서 넘겨받는다는것은 제가 왈짜를 부려 빼앗거나 악을 박박 써서 이룩하는것보다 참 류다른것이다. 넘겨받은 권한, 위임받은 권한은 한단계 뛰여넘는것이 있다. 그 사람의 능력이야 어쨌든 사람들에게 앞서서 그랬던것처럼 복종해야 하며 또 그것이 잘되는 일이라는걸 암시해주는 무엇이 있다. 권력이란 묘한것이다. 없던 힘도 있게 하며 약한자도 강하게 해준다. 그래서 사람은 권력을 쥐기 위해 죽기내기로 덤비는것이다. 빼앗아가지는 군사라면 이미 기훤의 무리를 가로챘을것이다. 그러나 고마가 말려서 참았다. 고마가 틀린다고 보지는 않았지만 언제 되나 하고 답답하기도 하였었다. 그런데 하늘이 기회를 만들어주었다. 이것이 기뻤다. 그러면서도 별로 좋아하지 않은듯 무뚝뚝하게 보였다. 난 별로 그런 야심이 없는 사람이웨다. 당신, 량길어른이 바라신다면 해보긴 합지요 하는 아주 빤히 들여다보이는 옅은 수를 쓰는것이다. 《웃치!》 하고 부르는 소리에 뜨락을 가로질러 걸어가던 궁예는 우뚝 섰다. 《웃치》라고 높여 부르는 말, 형이니 뭐니 하는것과는 다른 그 형이라는 친근감과 혈연적부름까지 다 어울려있고 그러면서도 우두머리에 대한 존경까지 담겨있는 부름이 귀에 설어서가 아니라 목소리가 귀익은것이였다. 그런데 그의 목소리가 어떻게 여기서 울리는가. 잘못 들었나, 아니다. 《고마!》 하고 궁예는 속으로 부르며 돌아섰다. 배나무가 서있는 뜨락 한 귀퉁이에서 고마가 웃고있었다. 《고마!》 《웃치!》 두사람은 부둥켜안았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인가? 어떻게 북원에 나타났어?》 《언제인가 말하지 않았소이까, 웃치를 찾아온다고…》 《그래, 참 잘 왔어. 언제 왔나?》 《어제 왔소이다.》 《그렇구만.》 《참, 군사받은걸 축하드리오이다.》 《벌써 들었나? 량길어른이 큰 선심을 쓴거지…》 《어른》이라는 그 말이 묘하게 들렸다. 비웃는지 높이는지 가늠이 가지 않는 묘한 말투였다. 《아주 왔겠지?》 궁예의 물음에 고마는 웃음짓고 고개를 가로저었다. 《또?!》 궁예는 이마살을 찌프리며 한숨을 쉬였다. 고마에 대한 애정이 쭉 배여나왔다. 《같이 있어야만 말이오이까. 몸은 떨어져있어도 마음만 가까이 있으면 그게…》 《그래도 같이 있으면 더 좋지. 이제 한바탕 일을 벌려야겠는데 난 고마가 곁에 있는게 좋아.》 어리광부리는듯 한 말이였다. 이러는데 고마는 꼼짝 못한다. 이 두사람은 어딘가 어린애들같이 마음이 여린데가 있었다. 《한 이틀 웃치와 함께 있겠소이다.》 《그래, 그 다음엔?》 《서울로 가야 하오이다.》 《왕륭의 령인가?》 《그렇다 볼수 있겠소이다. 하지만 웃치와 나를 위해서도…》 궁예는 고마의 말을 알아들었는지 한숨을 쉬였다. 《앞으로 어찌하실셈이오이까?》 하고 고마가 물었다. 《무얼?》 《군사를 거느렸으니 말이오이다.》 궁예는 눈을 내리깔고 잠시 동안을 두었다가 대답했다. 《치악산으로 가려네.》 《치악산?》 《그래, 고마의 생각은 어떤가?》 《좋은 생각이오이다. 그런데 어떻게 그런 결심하셨소이까?》 궁예는 편 손가락들을 맞대여 산모양을 지었다. 《내 보기엔 치악산이 북원의 진산이네.》 고마는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궁예는 서뿔리 볼 사람이 아니다. 고마는 궁예가 이 북원땅에 들어와서 벌써 지세를 따져 치악산이 북원의
진산이라는것을 간파하고 치악산을 차지할 생각을 해왔다는것을 알게 되였다. 진산이란 무엇인가. 나라나 서울 혹은 고을의 뒤에 있는 큰 산으로, 주되는 의지처로 삼을만 한 산을 말한다. 치악산은 북원, 횡성, 녕월에 걸쳐 솟아있는 산으로 높이는 1 288m, 령서지방의 명산이며 북원의 진산이라 주봉인 비로봉을 중심으로 남쪽으로는 향로봉, 남대봉, 북쪽으로는
배화산, 삼봉산 등 여러 봉우리를 련결하고 그사이에 골짜기를 끼고있다. 진산을 차지한다는것은 결국 그곳을 차지한다는것이다. 고마는 벌써 량길이 진산을 차지하려는 궁예에게 한수 지고있다고 생각하였다. 단순한 풍수로 보는 견해만이 아니다. 군사지리적으로 그렇다. 어떤 사람은 당나라풍수를 들먹여 비웃을것이다. 동북의 진산은 후대를 남기지 못하는 꺼리낌이 있다 하고 말이다. 그런 말이 얼마나 맞는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그런 말을 사람들이 믿고있는것이다. 치악산은 바로 북원의 진산이지만 동북의 진산이다. 따라서 후대를 남기지 못한다는 소리를 듣게 되는것이다. 하지만 고마는 모르는체
했다. 《그런데 고마!》 하고 궁예가 불렀다. 불러놓고도 고마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때의 궁예의 눈은 비록 한눈이여도 사슴의 눈처럼 맑고 깨끗하였다. 어쩌면 바로 그 눈이 고마를 궁예에게 끌리게 하는지도 몰랐다. 《왜 그러시오이까, 웃치!》 《좀 뻥뻥한데… 량길이 무슨 바다속이 되여 그러는지 몰라. 혹시 고마가 힘써서 된 일 아닌가?》 《웃치! 제가 알기에는 인생에 큰 리득이 차례지는것은 누구나의 행운도 아니고 또 자주 차례지는것도 아니오이다. 그건 말하자면 하늘이 주는 기회이겠지요. 그러니 이 기회를 잘 부리지 못하면 하늘이 외로 트오이다.》 《고마, 난 고마가 량길에게 말해서 내가 대장이 되지 않았는가 묻네.》 《그건 큰게 아니오이다. 앞으로 어찌하겠는가가 문제이오이다.》 《알겠네, 그래 어쨌으면 좋겠나?》 《웃치께선 무엇때문에 치악산으로 가시려 하오이까? 단순히 그 산이 북원의 진산이여서 그러시오이까? 저는 아니라고 보오이다. 일찌기 고구려 추모성왕께서는 나라를 세운 뒤 불함산(백두산)으로 가셨소이다. 그것은 바로 겨레의 얼 한얼을 되살리기 위해서는 겨레의 진산인 불함산을 마음에 모시고 불함산에 절하며 불함산자락을 지켜야 하였기때문이였소이다. 불함산은 겨레의 넋의 상징이옵니다. 한얼의 상징이라 그 말이옵니다. 그리고 치악산은 그 불함산의 한갈래옵니다. 웃치께선 겨레의 얼을 모으려면 마땅히 산으로 가야만 하오이다. 북원이 바로 웃치의 뜻을 펴는 곳이라면 치악산으로 가는것이 마땅하겠지요. 고구려의 추모성왕께서 몸소 동쪽의 불함산으로 가신것이나 웃치께서 치악산으로 가는것은 비슷한데가 있습니다. 웃치께서 이제 군사를 얻었으니 한얼을 살려 고구려를 일떠세울 뜻이 움튼것과 같소이다. 웃치께선 이런걸 굳게 하면 할수록 바라는바가 이루어질것이오이다.》 궁예는 고마의 말이 옛말같다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고마에게 실망을 주거나 또다시 반복하게 하고싶지는 않았다. 《알겠네. 그야 물론이지. 그 다음엔 어떻게 해야 되겠나?》 고마도 궁예가 자기의 말을 끝까지 다 리해한다고 생각지 않았다. 궁예의 《그 다음엔…》 하는 말투에는 초조감이 엿보인다. (차츰 알게 되겠지…) 하고 고마는 다음 말을 이었다. 《언제인가도 말했지만 먼저 무슨 일을 하든 아는것이 첫째입니다. 알지 못하면 믿음이 생기지 않소이다. 믿음이 없으면 어질고 용감하고 엄격한 행동이 나올수 없고 그렇게 되면 큰일을 할수 없소이다.》 《안다는건, 정찰인가?》 《그렇소이다. 치악산일대를 쥐자면 그 주변을 잘 알아야 할것이오이다.》 《그야 응당하지. 내 생각도 그렇네.》 고마는 궁예를 보며 웃었다. 《제가 면악산 운각스님에게서 배울 때 치악산 석남사 주지님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적 있소이다. 웃치께서 치악산으로 가시오면 석남사 주지스님을 꼭 만나시여 도움을 받으시오이다.》 《고마와 함께 가지.》 고마는 고개를 저었다. 그러지 않아도 북원에 너무 오래 머물렀다. 《치악산에 상문이 여럿인데 석남사 주지님에게 줄을 이으면 여러모로 좋을듯 하오이다.》 궁예는 고개를 끄덕이였다. 다음날 헤여지기에 앞서 고마는 서울로 가져가던 물건들가운데서 일부를 덜었다. 웃치노릇을 잘하자면 남에게 줄것이 있어야 한다. 궁예는 좋아하였다. 《신훤은 어찌되였나?》 하고 작별하기 전에 궁예가 물었다. 《하슬라쪽에 자리잡은 모양이오이다.》 《그래?》 고마는 궁예에게 왜 자기가 서울로 가는지 다시 이야기해주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