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6 회) 

36. 말다루는 사나이

 

궁예를 가운데 끼고 모흔과 대검은 말고삐를 쥔채 걸어갔다.

《그래, 말을 타보았소?》하고 모흔이 이마살 찌프린걸 풀지 못하며 물었다.

궁예는 도리머리했다.

《나야 철부지때부터 상문에 있는걸, 말이 다 뭐요?》

《그러면서 어째서 우리한테 오겠다는거요?》

《내가 여기 와서 처음 만난 사람이 모흔과 대검인데 마음에 드누만. 또 내 스승되는 사람도 내가 말을 다룰줄 알아야 한다고 했소. 하긴 속세에 나온 이상 말을 탈줄 알아야지.… 내 성미에도 맞을것 같소.》

《차라리 보군에 있는게 나을걸. 그만한 검술이면 얼른 장군도 되겠는데 그러누만. 말타는게 그렇게 쉽지는 않을걸…》

《배우면 되겠지. 자네들은 뭐 배안에서부터 말타는걸 배워가지고 나왔나?》

《흥, 말은 잘한다. 어디 한번 겪어보소.》

산골짜기 널직한 마당에서 말탄 사람들이 격구를 놀고있었다.

동서 량편으로 갈라 말을 타고 몽둥이로 공을 쳐서 구문(毬門)이라고 문자그대로 동그란 구멍으로 공을 넣어 그 수가 많은쪽이 이기게 되는 놀음이였다.

궁예는 언제인가 격구를 보았는데 그때는 말을 타지 않고 하는 놀음이였다. 말타고 하는 격구를 처음 보았다.

첫눈에 벌써 말타는 솜씨들이 여간 아니였다.

격구를 놀던 사람들이 모흔을 보자 놀음을 멈추었다. 아마도 그들은 심심풀이로 격구를 하고있던 모양이다. 그들은 말탄채로 어슬렁어슬렁 모여들었다.

《모흔, 그 애꾸는 누군가?》하고 눈꼬리가 길게 치째진 사람이 물었다.

《장귀평, 주둥이를 함부로 놀리는게 아니야!》

모흔이 찌프린 상으로 소리치자 장귀평은 휘파람을 불었다.

《어랍쇼, 애꾸를 애꾸라 하지 않으면 뭐라 하겠니?》

궁예는 장귀평의 소리를 듣는 순간 저도 모르게 한쪽뺨이 푸들거렸지만 인차 부드러운 낯빛을 지었다.

《량길어른이 우리한테 보낸 사람이야. 개산에서 있다가 왔는데 장귀평, 너따위는 대상도 안돼. 검술귀신이다.》

대검이 말했다.

장귀평이 아래입술을 삐죽이 내보였다.

《말이 있나?》

《우리가 줘야지.》하고 모흔이 말했다.

《말이 어디 있어? 다 제것인데… 모흔, 네걸 주겠니?》

《장귀평, 넌 좀 주둥이를 쉬려무나. 네 말 주라고 안할테니…》

장귀평은 욕도 안 타고 다시 입술을 쭝긋했다.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있던 궁예가 큰소리로 말했다.

《친구들! 같이 있게 되여 기쁘오. 난 궁예라고 하오. 난 친구들에게서 말타는걸 배우러 왔소.》

장귀평이 또 나섰다.

《애꾸긴 하지만 괜찮을것 같구만, 시원시원한게. 그렇지 않나, 여보게들?》

격구하던 사람들이 저마끔 고개를 끄덕이였다.

《가만.》하고 갑자기 장귀평이 주위를 모았다.

《모흔, 이 친구에게 <범>을 주지.》하고 장귀평이 말했다.

《아하 참, <범>이 있지. 헌데…》하며 모흔은 아래입술을 깨물었다.

《왜?》

《그건 너무 갈개서 탈 사람이 없소. 아주 생마같은 놈이야. 그래서 <범>이라고 부르지.… 말도 타보지 못했다는데 그놈을 어떻게?》

궁예가 모흔을 보다가 말했다.

《나에게 <범>을 주시오!》

《그만두오.》

《말 다룰바에야 <범>같은걸 다루어야지.…》

《그럼 좋아. <범>을 끌어오라구.》

모흔이 이르자 마구간에서 한마리 끌어왔다. 모양은 아주 늘씬한데 눈빛이 번쩍이고 자갈을 부적부적 깨무는게 첫눈에 사나워보였다.

《조심하오. 이놈은 여느 말과는 달라!》

모흔이 고삐를 넘겨주며 주의주었다.

궁예는 고삐를 넘겨받았다.

《아무래도 말이야 말이겠지.》

《거 대단한데. 괜찮아. 여보게 애꾸! 한번 타보라구, 이왕이면…》

장귀평이 웃음을 감추고 소리쳤다. 여기저기서 키득키득 웃음이 터졌다.

《좋아. 한번 타볼가?》

궁예가 고삐를 당기자 모흔이 말렸다.

《저녀석 말을 듣지 마오. 성질나쁜 녀석이 놀리느라고 그러는거요. 안장도 없이 어떻게 타겠다는거요?》하고는 모흔이 귀평에게 주먹을 흔들었다.

《장귀평, 너 계속 그러면 혼날줄 알라.》

《한번 타보겠소.》

궁예는 장귀평을 보고 우겼다.

호기심이 궁예에게 쏠렸다.

궁예가 말고삐를 바싹 당기자 말은 반발하듯 대가리를 치며 날뛰였다.

《그놈을 해가 비치는쪽으로 돌리고 타보게!》

누군가 소리쳤다.

궁예는 그렇게 하고 말고삐를 당겨 엇- 소리와 함께 말잔등에 올라탔다.

그 움직임이 마치 노루에게 달려드는 산달같아 보던 사람들의 눈을 찔렀다.

《허, 그 친구 날쌘데?》

《그러게 말이야.》

《범》은 역시 《범》이다. 뒤발을 구르며 날뛰였다. 궁예는 몇번이나 말잔등에서 미끄러져 말목에 가까스로 매달렸다가 그때마다 몸을 솟구쳐 다시 올랐다.

《어, 잘한다.》

장귀평이 손벽치며 좋아했다.

《범》이 미친듯이 날뛰였다.

궁예는 아차하는 순간에 말에서 떨어졌다.

《위험하다! 피하라!》

궁예가 떨어지는 찰나에 모흔이 소리쳤다.

《범》이 뒤발로 궁예를 찼다. 궁예는 돌덩이처럼 뿌려져 뒹굴었다.

《죽었다!》

장귀평이 소리치며 말에서 뛰여내렸다.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궁예는 숨이 없는듯 하였다.

모흔이 궁예를 흔들었다.

한참 지나서야 궁예는 눈을 떴다. 말에 채우는 순간 두손뻗쳐 힘을 주어 막았기에망정이지 내장이 터졌을것이다. 말발굽에 맞은 두팔이 부러졌는지 죽어라고 아팠다.

《살았어, 응?》

모흔이 궁예의 빰을 쳤다.

궁예는 웃음을 지어보였다.

《친구, 내가 잘못했네.》하고 장귀평이 궁예앞에 쭈그리고 앉아 사죄했다.

궁예는 열흘동안 말에 채운 후과로 앓았다.

죽지 않은게 다행이였다. 무슨 배짱으로 《범》에게 달려들었는지 모른다.

장귀평이 얄미워선가, 아니면 본때를 보여주려고? 어리석은짓이다. 그러나 결과는 괜찮았다.

궁예가 말에 채워 움직이지 못하는 동안 모흔, 대검, 장귀평이 짬만 있으면 찾아온다. 그들은 비록 애꾸긴 하지만 날래고 담기있는 궁예가 마음에 들었다.

보름이 되여 궁예는 아직도 저려드는 팔을 늘어뜨리고 《범》이 있는 마구간으로 갔다. 다른 말들은 없이 《범》이 혼자 있었다.

놈은 궁예를 보자 두눈을 번뜩이며 코바람을 내불었다.

궁예는 빙긋 웃었다.

《<범>이라, 이름이 좋아. 자, 우리 친구가 되여볼가?》하고 사람에게 하듯이 말했다.

《범》은 뒤발을 구르며 궁예를 쳐다보았다. 《범》의 그 성질, 그 눈매가 아주 마음에 들었다. 둥그런 말의 눈은 사납다는 《범》일지라도 온순하게 보였다.

그에 비하면 사람의 눈은 하는 엉뚱한 생각에 미쳐 궁예는 픽 웃었다.

궁예는 말의 눈을 들여다보며 고마를 생각했다.

《말을 타보셨소이까?》

《아니.》

《타보고싶지 않소이까?》

《별로…》

《아마 배우면 좋을것이오이다.》

《글쎄…》

《추모임금께서도 말을 잘 타셨소이다.》

《고구려시조임금?》

《그렇소이다. 추모임금도 한때는 말을 키우는 사람이라고 하였소이다. 고구려사람들은 누구나 말을 잘 탔소이다.》

고마는 왜 그때 그런 말을 했던가. 궁예는 날이 갈수록 고마가 여느 사람 같지 않게 보였다. 그가 보고싶었다. 궁예는 쓸쓸히 웃었다.

말에 채웠던 아픔이 가셔진 뒤부터 궁예는 말시중으로 날을 보냈다.

누가 뭐라든 말을 끌고 들판으로 가고 강에서 미역을 감겨주고 때로는 꼴도 해주었다. 자기의 말, 《범》뿐아니라 다른 사람의 말도 시중들었다.

그리하여 궁예는 모흔의 부대에서 말먹이군처럼 보였다. 다른 사람들도 차츰 그렇게 생각하게 되였다.

궁예는 한번도 말을 타보려고 하지 않았다.

먼저 말과 친하자. 그 다음에야 말타는 법을 익힐수 있다고 궁예는 속으로 다짐하였다.

장귀평은 이따금 궁예를 보고 《어때, 혼쌀나더니 다시는 엄두 못 내겠어?》하며 놀려주었다.

모흔, 대검, 장귀평, 장일 등 한다하는 기병들은 어릴 때부터 말을 먹이면서 말타기를 익혔다. 그러나 궁예는 달랐다. 적어도 몇달동안 말과 친해지지 않고서는 말타기도 익힐수 없다.

《덤비지 마시오이다. 먼저 잘 알아보고 그 다음에 다루어야 하오이다. 숨쉴새없이 해대는건 별로 좋지 않소이다. 멀리 못 가지요. 무슨 일이든 한숨쉬고 해야 제대로 되오이다. 다 그렇소이다.》

고마가 한 말이였다.

궁예는 마구간으로 잠자리를 옮겼다. 먹고 자고 사는것을 《범》과 함께 하였다.

한달 지나서부터 《범》이 궁예를 알아보았다.

모흔은 차츰 궁예를 막 대하지 않았다. 궁예의 몸에서 말땀냄새가 물씬 풍겼지만 집요한 그 성미에 저도 모르게 두려움을 느꼈다. 나 같은것들과 다른데가 있다 하고 모흔은 생각했다. 두려움만이 아니라 존경도 갔다. 아름다운게 있었다.

무엇엔가 열중하는 모습, 그것은 아름다운것이다. 놀음에 열중한 아이로부터 일에 열중한 어른들에 이르기까지 그 모습은 단순한 겉모습의 아름다움이 아니라 정신적인 아름다움이였다. 아름다움은 사람을 감동시킨다.

《그 친구, 괜찮아.》하고 기병들은 궁예를 평가했다.

장마철이 지난 어느날 밤에 궁예는 이상한 감촉을 느끼고 잠에서 깨여났다.

새벽인데 《범》이 바투 맨 고삐를 팽팽히 당기고 혀를 내밀어 궁예의 얼굴을 핥아주고있는것이였다.

《엉?! <범>! 너로구나!》

궁예는 《범》의 긴 주둥이를 그러안았다. 《범》은 말큰한 입술을 벌리고 궁예의 귀바퀴를 가볍게 물어주었다.

《우린 끝내 친구가 되였구나, 그렇지?》

궁예의 한눈에서는 납빛물기가 번쩍이며 흘러내렸다. 궁예의 순탄치 않은 생애에서 울었다고 한것은 이때가 처음이였다.

아침에 궁예는 《범》을 마구간에서 풀어냈다. 안장을 얹었다. 《범》은 꼬리를 흔들며 투레질을 했다.

기병들이 웬 일인가 해서 모여들었다.

궁예는 《범》의 주둥이를 쓸어주고 안장에 올랐다. 《범》은 고르롭게 네발을 굴렀다.

기병들은 눈이 휘둥그래졌다.

《궁예형, <범>하고 친해졌구려!》

모흔이 웃으며 말했다.

《아직 멀었네. 듣자니 옛날 고구려시조 추모성왕님도 말먹이군이였다누만.》

궁예는 감각이 발달된 사람이여서 말타는 기교를 빨리 익혔다.

모흔이 많이 도와주었다.

어느덧 석달이 되면서부터 궁예는 모흔과 함께 말을 달리게 되였다.

궁예가 이렇듯 기를 쓰고 말타기를 배운것은 무엇때문일가? 그의 말마따나 처음 만난 모흔과 대검이 좋고 그의 성미가 또한 말타는걸 좋아했기때문인가? 궁예가 스승이 그걸 바란다는 말은 고마를 념두에 두고 한 말이였다.

궁예는 고마의 금새를 옳게 알아보고 그가 자기를 도와주겠다는걸 뿌듯이 여겼지만 한편 그의 존재가 부담스럽기도 하였다. 제 홀로 잘난 멋으로 이때까지 세상을 비웃으며 살아온 궁예에게 고마의 말을 고분고분 따르는것은 어딘가 언짢았다. 고마의 말이 틀려서가 아니였다. 열번, 백번 맞는 말이다. 어떤것은 궁예가 도저히 생각지도 못하던것이다. 스승이다 하고 생각하는데는 다름이 없었다. 그러면서도, 바로 그러면서도 엇드레질을 버리지 못한다.

옳다 하고 따르면서도 때로는 엇드레질을 하고 그러면서도 따르는 이것이 고마와 궁예였다. 아이 같은데가 있다고 고마는 여러번 생각했다. 고마와 궁예사이에 별로 꼭 맞는 때가 없었지만 한번은 그랬다.

지금은 어지러운 세상이다. 어지러운 세상에서 자기를 지켜내고 목적을 이루자면 힘이 있어야 한다. 힘이란 곧 군사다. 세월이 편안할 때는 리치를 가지고 살수 있지만 세월이 어수선할 때는 완력에 의거할수밖에 없다. 그러니 군사를 쥐여야 한다.

궁예와 고마는 이런 의견에는 꼭같이 맞추었다.

그런데 군사를 쥐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의논했다. 궁예가 기를 쓰고 말타기를 배우는것은 바로 그런 의논끝에 나온것이다. 어떤 흥미나 성격때문이 아니라 목적의식적이였다.

아직은 이것을 모흔이나 다른 사람이 몰랐다.

군사를 쥐자면 말타는것을 배워야 한다. 이것이 고마의 생각이고 궁예의 결심이였다. 옳았다. 왜 그런가를 알자면 잠간 신라라는 나라와 그 군사가 어떻게 변천되여왔는가를 알아야 한다.

옛 박달겨레의 나라는 불함산(백두산)을 조종의 산으로 하여 뻗어내린 만리강토였다. 이 나라가 수천년 지나서 여러 후국들로 갈라졌다. 이런 현상은 서쪽의 주라는 나라에서도 일어났다. 동주니, 서주니, 전국 7웅이니 하는 말들이 생겨나고 나중에는 진으로 통합되는 과정이 그런것이다.

그건 그렇고 박달나라라는 거대한 나무가 열매를 사방에 뿌리고 그 존재를 마쳤을 때 그 열매들이 다시 그 땅에서 뿌리를 내리고 자라난것이 부여니, 고구려니, 백제, 신라 등등의 나라들이였다.

여러 나라들가운데 불함산(백두산) 북쪽의 부여가 제일 컸는데 어째서인지 쇠퇴하고 고구려가 차츰 옛 박달겨레의 강토를 통합하여 자라났다.

이 고구려가 불함산(백두산)자락의 옛 박달나라의 넓으나넓은 땅을 되찾고 박달겨레의 기개를 떨치며 천하를 호령치던무렵 신라는 박달나라 한쪽 조그마한 구석을 차지하고있는 아이였다. 박달나라의 끄트머리변방에서 태여난 사로국(신라)은 박달나라의 겨레들이 조선유민 6부로 태줄을 잘랐다.

그때의 6촌(6부)은 양산촌(급량부), 고허촌(사량부), 대수촌(모량부), 가리촌(한기부), 진지촌(본피부), 고야촌(습비부)이다.

박혁거세를 시조로 내세워 나라라 하니 나라에 군사가 없을수 없다.

6촌(6부) 주민들로 군사가 무어졌다. 이들이 6부병, 6부정병 이다.

이 부대들이 곧 국가의 무장력이였으며 6부군밖에 또 다른 군사라는게 있을수 없었다. 신라는 처음 오늘날 한두개 군만 한 령토(경주)에서 생겨나 이 6부병에 의거하여 이웃같은 소국들을 무력으로 정복하거나 투항을 받아들여 조금씩 령토를 넓히였고 위협하여 병합하기도 하였다.

2-3세기에 이르러 오늘의 경상북도땅을 거의나 차지하였고 일부 충청도지경까지 이르렀다. 이에 따라 6부는 통치의 중심이 되고 6부의 군사는 서울(경주)의 중앙군으로 되여갔다.

경주를 중심으로 6정이 생겼다. 그것이 도품혜정(남기정), 근내정(중기정), 두량미지정(서기정), 관아량지정(막야정), 우곡정(북기정), 모지정(동기정)이다.

경상북도와 일부 충청도지경까지 커진 신라는 그후 200년기간 령역이 크게 늘어나지 못하였다. 백제, 가야, 왜의 련합세력에 맞서 고구려의 정치, 군사적비호에 의하여 그 존재를 겨우 유지해나가는 형편에서 대외적인 팽창은 엄두도 못 냈다. 그러다가 5세기 말엽 강대한 고구려의 남진을 제지시키는데 골몰한 백제가 가야에 대한 지원을 줄수 없는 틈을 타서 6세기 전반기 가야를 통합하여 령토를 락동강 서쪽으로 확대하였고 551년에는 죽령이북 고구려의 10개 군을 점령하였고 553년에는 백제의 한강하류류역을 불의에 공격하여 차지하였다.

그리하여 신라는 경상도 한 모퉁이의 작은 소국으로부터 오늘의 경상남북도와 충청북도, 경기도와 강원도의 많은 부분을 차지한 국가로 성장하였다.

군사력도 커졌다. 6부정병으로부터 왕기의 6기정으로 발전한 신라군은 이무렵 《정》을 왕기로부터 지방으로 확대하였다.

6세기에 들어와 전국의 중요한 지점에 배치된 6정은 이미 편성된 지방군에 토대하여 새로 설치된 큰 주를 단위로 하여 조직된 군사력이였다.

왕경에 배치된 대당, 경북 상주와 왕경에 배치된 귀당, 경기도 한성에 배치된 신주정(한산정), 강원도 안변에 설치된 비렬홀정(우수정), 강원도 삼척에 설치된 실직정(하서정), 경남 창녕에 설치된 하주정(완산정)이 그것이다.

병력주둔지, 병영을 이르다가 결국은 군사, 그자체를 가리키는 이름으로 된 《정》이 이렇듯 지방군으로까지 확대된 이무렵 신라무력에서 《당》이라는 이름이 붙은 부대가 나타난다. 《당》은 고구려를 본받아 내온 부대이다.

《정》이 생겨나고 커진것과 마찬가지로 《당》도 중앙군 수도방위부대에서부터 먼저 나타났다. 554년에 수도부근에 설치된 자색, 백색옷깃의 대당이 그것이다. 신라고유의 군사, 부대명칭으로서의 《정》은 이것으로 쇠퇴되고 고구려를 본딴 《당》이 생겨나게 된것이다.

백제, 고구려가 그 화려한 활약의 숨을 거두고 당나라와 야합한 신라가 마침내 고구려, 백제의 땅에서 이겼다고 만세를 부른 뒤에 신라무력에 9개 서당이 생겼는데 그것은 고구려 일부와 백제의 유민들로 구성된 무력이였다. 9서당은 후기신라의 중앙군을 대표하는 가장 중요한 무력이였다.

이렇게 중앙군으로서의 9서당이 생겨나면서 지방군으로서는 6정, 10정이 생겼다.

6정은 주로 보병이였고 10정은 기병이였다.

그 전투력이 진성녀왕때 이르러서 형편없이 약화되기는 하였으나 어쨌든 지방주둔군으로서의 《정》의 기본무력이 기병이라는데 바로 궁예가 기어코 기마술을 배우게 된 까닭이 있었다.

한낱 객승으로 세상에 나와 천하를 쥐려는 야심을 품었던 궁예로서는 개산의 기훤과는 달랐다. 기마술을 익히는것은 장차 란세의 무력을 쥐는가 못 쥐는가를 크게 좌우하는 열쇠였던것이다. 북원의 량길에게 온 뒤 궁예는 서너달동안 기마술을 죽자꾸나 하고 익혀 장마가 끝날무렵에는 대검, 모흔, 장귀평, 장일 등에 못지 않게 말을 잘 타게 되였고 그로 하여 그들의 친근감을 얻을수 있었다.

워낙 창검술에 능한데다가 말까지 타게 되면서부터 궁예는 누구나 함부로 대할수 없는 군사로 되였다. 맨머리스님으로부터 란세의 군사로 극적변화를 이룩한 궁예의 모습이였던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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