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29 회)
제 4 장
5
명도는 지금 채석장을 돌아보기 위해 걸음을 옮기고있었다.
방금전에 자기에게 왔던 성욱이 한 말이 아직도 귀전에 쟁쟁했다. 그의 말에 의하면 자동부림배에 의한 전단면투석법으로 35메터나 패웠던 개고바닥을 다 높인 후 만조선장이 철수를 돕기 위해 채석장에 찾아왔더라는것이였다.
그런즉 관리국적으로 소문난 혁신자선장인 만조가 아들의 일때문에 마음을 놓지 못하고있는것이다.
명도의 눈앞에는 문득 만조와 성욱이와 함께 첫 간석지를 개간하던 나날에 있었던 일들이 떠올랐다. 선원학교를 졸업한 명도가 비단섬간석지건설장에 왔을 때 만조는 한다 하는 선원이였고 성욱은 갓 배치된 화물차운전사였다.
만조는 배의 물계를 모르는 명도에게 첫 신발을 신겨준 스승이였다.
명도는 만조에게서 바다일을 하나하나 배웠다. 천성이 무던하고 말이 없는 만조는 간혹 명도가 실수를 하거나 잘못한 일이 있는 경우에도 짜증을 낼줄 몰랐으며 진심으로 명도를 위해주군 하였다.
그후 그들은 함께 선장이 되였으며 간석지건설장에서 쌍벽을 이루는 혁신자들로 자라났다.
해상굴착기 선장으로 일하던 명도가 다사간석지건설사업소 지배인으로 발표된 날 만조는 어디서 구했는지 가재미를 한두름 들고 명도네 집을 찾아왔다. 지배인으로 발전한 명도를 축하해주기 위해서였다.
그날은 정말 명도네 집이 명절같았다. 명도와 만조는 술이 몇순배 돌아가고 취기가 오르자 그동안 함께 일하면서 있었던 인상깊던 일을 추억했다. 그리고나서 명도는 만조에게 이렇게 말했었다.
《어쩐지 배에서 내린다고 생각하니 섭섭하구만.》
《뭘 그러나? 간석지개간도 바다일인데. 사업소를 본때있게 추켜세우게나. 소문난 선장출신의 지배인답게 말일세.》
《고맙네. 그런데 자넨 계속 바다를 지킬셈인가?》
《난 한생 조타를 놓지 않겠네. 나마저 떠나면 바다가 통곡할게 아닌가?》
그들은 한바탕 즐겁게 웃음을 터뜨렸었다.
그런데 롱담으로 흘러넘겼던 그때 일이 현실로 된것이다.
간석지의 첫 개간자들인 명도와 운섭, 성욱이가 발전을 하여 자리를 옮겼지만 만조만은 여전히 조타를 틀어잡고있었다. 그는 다른 사람들의 영광속에 자신의 기쁨이 있다고 생각하면서 사나운 파도를 맞받아 변함없이 한길을 걸어왔던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아들 철수로 하여 인생의 쓰거운 고배를 맛보고있다.
명도는 이것이 못내 가슴에 걸렸다.
채석장어구에 들어서던 명도는 문득 만조선장과 철수가 굴착기를 정비하고있는것을 발견했다. 무엇을 하는지 그들은 지금 굴착기의 배밑에 들어가 열심히 일손을 놀리고있었다. 만조가 걱정스러운듯 철수에게 말했다.
《얘야, 아무래두 고압호스가 미타하다.》
《부속들을 가져오면서 그걸 왜 놓쳤을가요.》
《그럼 내라도 락원에 갔다오련다.》
《아버지, 그러지 않아도 삼촌에게 전화를 걸었어요. 그러니 집에 들어가 좀 쉬세요.》
《개고전투가 마감인데 쉴 겨를이 됐냐? 자, 이젠 한번 발동을 걸어보자.》
굴착기배밑에서 나온 그들은 함께 운전칸안에 올랐다.
명도는 그 자리에 굳어진채 흥미어린 시선으로 굴착기의 시동상태를 바라보았다.
발동을 거는 소리가 들리더니 굴착기가 움씰 자리를 떠서 채석장 한쪽으로 전진했다. 이어 굴착기는 채석장으로 달려온 화물자동차들에 막돌을 퍼담아주기 시작했다.
명도가 보건대 그사이 철수가 퍽 안착되였다는것이 한눈에 알렸다.
거기에는 만조의 숨은 공력이 깃들어있는것이다.
(됐어, 만조의 아들이 달리 돼서야 안되지.)
이렇게 생각하며 굴착기로 다가가려던 명도는 갑자기 은별이가 채석장에 나타나는 바람에 무춤 발걸음을 멈추었다.
기쁨의 미소를 함뿍 머금은 은별이가 철수에게 손을 흔들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돌아가던 굴착기가 그 자리에 멎더니 만조가 운전칸에서 내리고 대신 은별이가 거기로 오르는것이 아닌가. 저런 변 봤나.
은별은 미안한듯 만조에게 눈웃음을 지어보였다.
굴착기에서 내려선 만조는 자동차길에서 뒹구는 버럭들을 무지에로 옮겨놓기 시작했다.
운전칸에서 철수와 은별은 무슨 말을 주고받는지 서로 웃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명도는 그들의 사이가 여간이 아니라는것을 눈치챘다. 언젠가 안해가 하던 지청구가 귀전에 쟁쟁했다.
《여보, 가만 눈치를 보니 우리 은별이가 만조선장의 아들을 좋아하는것 같애요. 그쪽이 짝이 기울지 않을가요?》
《짝이 기울긴… 지금은 철이 없어 그러지만 이제 두고보오. 우리 은별이가 멋지게 개조해놓지 않나.》
그런데 작업이 한창인 때에 련인을 찾아와 방해를 하는것은 잘된 일 같지 않았다. 그러나 명도는 자기 생각이 짧았다는것을 깨달았다.
은별이가 운전칸에 《충실성》이라는 수예품을 걸어주고나서 거기에서 내리는게 아닌가. 은별의 챙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운전공 철수동무, 임무수행중에는 절대로 자리를 리탈하지 말것!》
한손을 흔들어보이고난 은별은 은연중 아버지를 발견하고는 부끄러운듯 얼굴을 가리우며 어쩔바를 몰라했다.
《어마나, 이를 어쩌니…》
명도는 자기의 품에 안기는 은별에게 시치미를 떼고 물었다.
《너 여긴 어떻게 왔댔냐?》
《아버진 다 아시면서도… 아버지에게 무거운 전투과제를 하나 주겠어요.》
《뭔데?》
《철수동무의 굴착기에서 고압호스가 좀 애를 먹인대요. 난 래일까지 보충해주겠다고 약속했어요. 아버지를 믿고 말이예요.》
《알겠다. 그런 부탁이라면야 백번인들 들어주지 못하겠느냐? 그런데 얘야, 너 정말 철수를 사랑하냐?》
은별은 얼굴을 빨갛게 물들이며 머리를 숙였다.
《난 저 동무의 결심을 지켜주고싶어요. 비록 결함은 있지만 두고보세요. 아버지 못지 않은 큰사람이 되지 않나.》
《그건 옳다. 그러니 넌 그를 위해 늘 마음을 쓰고있구나. 난 너의 생각을 지지한다. 단합속에서 굴함을 모르는 힘이 생기는거란다.》
《난 아버지가 정말 좋아.》
은별은 철부지처럼 아버지의 팔을 붙들고 더없이 기뻐했다.
딸과 헤여진 명도는 채석장을 돌아보고있는 만조에게로 다가갔다.
《요새 철수를 돕는다지?》
《마음뿐이지 굴착기를 모르다보니 애를 먹습니다.》
명도는 진심으로 만조를 걱정하며 이렇게 당부했다.
《우리끼린데 말을 낮추게나. 허리증이 도지지 않게 몸을 돌보면서 일하게.》
《국장동지, 이건 내 생각인데 우리 철수 굴착기를 저쪽앞으로 좀 돌려주시우.》
명도는 의아한 시선으로 만조에게 물었다.
《거긴 버럭밭이 험해놔서 누구도 가지 않겠다는 곳인데?》
《그래서 부탁하는겁니다.》
명도는 진정이 어린 눈길로 만조를 바라보았다.
《알겠네. 내 성욱지배인과 토론해보겠네.》
명도는 남들이 꺼려하는 험한 버럭밭을 타고앉게 하려는 만조의 마음이 더없이 돋보였다.
(역시 만조선장은 쉽지 않은 사람이야.)
채석장을 벗어난 명도는 3호개고마감구간을 향해 걸으며 불도가니마냥 부글부글 끓고있는 간석지건설장의 전경을 뜻깊게 바라보았다.
쉬임없이 달리고있는 다사기계화사업소의 대형화물자동차들이며 불도젤과 해상굴착기들의 동음… 3호개고마감구간에서는 간석지건설자들이 대형화물자동차로 실어온 막돌을 넣을 소형돌자루를 만들기에 여념이 없었다. 다사간석지건설사업소와 주택보수사업소전투원들은 제방에 각기 자동투석기들을 설치하고 막돌을 소형돌자루그물안에 밀어넣는가 하면 그것이 다 차면 철근으로 마무리하여 바다에 처넣고있었다.
돌자루쇠그물을 엮는 사람, 함마로 큰 돌을 깨는 사람, 지레대로 버럭을 쇠그물안에 밀어넣는 사람, 철근을 펴는 사람, 나르는 사람 말그대로 백병전을 방불케 하는 전경이였다. 어느 전투원들이나 3호개고마감구간을 점령하기 위해 뛰고 또 뛰고있었다. 전투장에서 세차게 나붓기는 붉은 기발, 방송차의 호소성 높은 선동방송…
그런가하면 전투장을 찾아온 녀맹원들과 기동예술선동대원들의 노래와 춤은 또 어떤것인가. 거창한 간석지건설장의 드세찬 숨결에 놀란듯 푸른 하늘을 날아예는 갈매기들과 따오기들의 울음소리가 정겹게 들려왔다. 날바다를 가로질러 성벽마냥 뻗어나간 대계도의 제방을 때린 검푸른 파도가 뽀얀 물갈기를 일구고있다. 명도는 하늘땅을 진감하는 전경, 이 자체가 선군시대의 들끓는 모습이고 축도이라고 생각했다.
《국장동지가 나오셨군요.》
더운 김이 문문 오르는 고구마며 감자들을 건설자들의 손에 쥐여주고있던 성욱의 안해 도순이가 반색을 하며 명도에게 인사말을 건늬였다. 명도는 상혈된 그의 얼굴에서 류다른 생활의 랑만과 정서를 느꼈다. 처녀시절에는 무던히도 총각들의 애간장을 태웠다는 방산상점 판매원이였던 이 녀인도 인제는 간석지물을 먹어 그런지 얼굴이 타서 가무스름해졌다. 그는 풍만한 몸을 흔들며 같이 나온 녀인에게 설레발을 쳤다.
《돌이 엄마, 제일 크고 먹음직한것으로 두개만…》
돌이 엄마가 도순이의 지령에 잽싸게 반응하며 함지안에서 커다란 고구마들을 골라 제꺽 넘겨주었다.
《국장동지, 이건 간석지녀인들의 표창입니다.》
《표창이라니요?》
《아, 소형공법으로 돌파구를 열지 않았나요.》
《고맙습니다.》
명도는 반죽좋은 도순의 말을 제꺽 받아넘기며 고구마를 받았다. 아직도 고구마는 따끈따끈한게 녀인들의 정성이 다심하게 느껴졌다. 도순은 명도가 그 고구마들을 건설자들에게 넘겨주려고 하는것을 보더니 야단을 쳤다.
《그러지 말고 잡숴보세요. 우리의 성의를 깨서야 되겠나요?》
명도는 사람좋게 웃으며 고구마의 허리를 분질러 껍질을 벗기고는 입으로 가져갔다. 아닌게 아니라 입안에서 감겨돌아가는게 정말 꿀맛이였다.
《하, 이거 정말 기막힌데요. 한데 령감몫은 내놓았소?》
《에구, 그 령감소린 하지두 마슈. 내 무슨 정신에 그런 뚝바우한테 일생을 맡겼겠나요.》
《아하, 고자질하겠습니다.》
《맘대로 하시라요. 인젠 무섭지 않수다.》
그바람에 건설자들은 배를 그러안고 폭소를 터쳤다. 명도는 진심으로 간석지녀인들에게 감사를 표했다.
《이렇게들 나오셔서 힘을 주니 제방 절반몫은 우리 녀인들겁니다.》
도순이가 간석지녀인들을 대표하여 사례를 했다.
《그래두 우리 마음을 알아주는건 국장동지라니깐요.》
건설자들은 또다시 한바탕 웃음을 터치고나서 다시금 일손을 잡았다.
녀인들이 힘을 준 덕에 그들의 일손에서는 불이 번쩍 일 지경이였다.
명도가 큰 돌을 가슴에 안으려는데 《국장동무!》 하는 귀익은 부름소리가 들려왔다.
평양에 올라갔던 도흥처장이 전투현장에 나타난것이다.
《왜 쉬지 않고 나왔습니까?》
《어디 쉴새가 있소? 3호개고가 마무리되여가는 판인데. 이번에 지도국에 올라갔던 길에 당조직을 찾아가 자기비판을 했소. 수령님께서 그어주신 법선을 변경하려고 한것은 전적으로 신념이 부족했기때문이요.》
명도는 자기를 허심하게 반성하는 도흥이 돋보였다.
확고한 신념이 부족할 때 그런 실책을 범할수 있는것이다. 그는 자기의 오유를 제때에 바로잡고있는 도흥이의 처사가 무엇보다 기뻤다.
《불미스러운 일이지만 바로잡히지 않았습니까.》
《…》
도흥은 아무 말도 없이 명도의 말뜻을 깊이 새기는것 같았다. 교훈이 큰만큼 결심도 클것이다.
명도는 내친김에 자기의 속심을 계속 피력했다.
《우리 간석지건설장은 일에서도 불도가니지만 사상단련에서도 용광로나 한가지지요. 우리 새 출발을 합시다.》
《알겠소.》
《참, 봄향동무의 국수는 언제 먹일 생각입니까?》
도흥은 멋적은듯 입맛을 다시더니 해빛을 받아 더더욱 빛나는 머나먼 수평선을 바라보았다. 파도는 마치도 그 수평선너머에서 달려와 기슭을 치는것처럼 보였다. 해풍에 옷자락을 날리며 섰던 도흥은 허심한 태도로 입을 열었다.
《국장동무의 말이 옳았소. 내가 확실히 사람을 잘못 보았던것 같소. 하지만 마음은 쉽게 돌아서지 않는구려.》
《하하… 그러니 과도기란 말이군요. 인젠 됐습니다. 3호개고나 마무리하군 국수를 먹읍시다.》
명도는 도흥이 그 정도나마 돌아선것이 다행스러웠다. 그처럼 어려워보이던 기사장의 혼사문제가 앞이 열린셈이였다.
명도는 신명이 나서 도흥에게 물었다.
《현장지휘부로 가시는 길이 아닙니까?》
《그렇소. 언제나 여기 나와봐야 속이 편하단 말이요.》
《그래요? 인젠 여기사람이 다 됐군요.》
그들은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소연동도의 도래굽이를 지나 가차도에 있는 현장지휘부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3호개고에 막돌을 부리우고난 화물자동차들이 이따금씩 지나가다가 멎어서며 운전사들이 머리를 내밀고 《국장동지, 타십시오.》 하고 권고하군 했다. 그럴 때마다 명도는 어서 가라고 손을 흔들어보이였다.
그는 지금 도흥에게 이제 3호제방마감막이구간을 점령한 다음 보강공사를 어떻게 진행하겠는가를 이야기하고있었다.
그들이 가차도에 이르렀을 때였다.
명도는 대계도계선에 있어야 할 기사장이 이쪽으로 넘어와 성민이와 무엇인가를 토론하고있는것을 띠여보고는 그에게로 다가갔다.
《어떻게 넘어왔소?》
《당비서동지가 가족지원대예술소품공연을 구경하라기에 넘어왔습니다.》
그 말을 듣고보니 제방 한쪽에 방송차가 서있었는데 지금 관리국예술선동대원들이 야외무대를 꾸리느라 분주탕을 피우고있었다. 거기에는 운섭당비서와 부비서의 모습도 보였다.
명도는 용길을 따로 데리고나와 이렇게 일러주었다.
《도흥처장동무의 마음이 차츰 돌아서는것 같은데 너무 뻣뻣하게 그러지 말구 좀 곰살궂게 대해야겠소.》
그러자 용길은 제켠에서 우둘렁거리며 투정질을 했다.
《전 없는 도섭은 부릴줄 모릅니다. 까짓 그럴테면 그러라지요. 아무리 그래야…》
명도는 안타까운듯 용길의 팔굽을 부여잡으며 설명을 했다.
《글쎄 내 말대로 하라니까. 다 성사된것을 깨버리자고 그러오?》
《알겠습니다. 그렇게 해보겠습니다.》
《동물 믿겠소.》
이윽하여 전투장에 휴식이 선포되고 가족들이 준비한 예술소품공연의 무대가 펼쳐졌다.
그사이 순영의 지도로 부단한 련습을 거친 녀인들의 공연은 처음부터 전투원들의 심금을 틀어쥐였다. 녀인들의 북제창과 영녀와 순영의 2인무 그리고 분옥의 기타독주, 도순의 만담 등 공연소품들은 전투원들의 절찬을 자아냈다.
뒤늦게야 이곳에 도착한 건설자들은 목을 빼들고 먼발치에서 희한한 구경을 하느라고 야단법석이였다.
공연이 끝났을 때였다.
문득 한 청년이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이렇게 제의하는것이였다.
《동무들! 지금 저 아주머니들의 세대주들도 여기에 참가했는데 부부2중창경연을 하는것이 어떻습니까?》
《좋습니다!》
건설자들이 열렬한 박수갈채를 보내며 부부2중창이 나오기를 기다렸다. 당황해난것은 명도와 운섭이였다. 하지만 맨먼저 명도와 금선이가 무대에 이끌려나왔다. 전투원들이 환성을 올리며 열렬히 환호했다.
이어 운섭당비서와 영녀, 성민이와 순영, 나중에는 섬길이와 분옥이 무대로 나와 서로들 약속하고 부부2중창을 했다.
사람들은 노래가 끝날 때마다 힘껏 박수를 쳤다.
운섭이 결속을 하려고 무대에 나서려는데 또다른 청년이 이렇게 소리치는것이였다.
《이번에는 온 건설장이 존경하는 기사장동지의 노래를 듣는것이 어떻습니까?》
이 제의에 용길은 당황해져서 얼굴을 붉혔다.
부부들의 노래가 펼쳐지는 판에 독창은 또 뭔가? 그러나 그는 여유있는 걸음으로 무대에 나가섰다. 순영이가 반주를 하기 위해 그의 곁에 나와섰다. 공연히 헛기침을 하고난 용길은 호기심어린 관중의 눈길을 받으며 이렇게 말했다.
《이 무대에 저를 청해준것을 매우 고맙게 생각합니다. 그럼 전…》
능청스러운 그 청년은 다시 일어나 이렇게 말했다.
《안됩니다. 짝패와 함께 불러야지 불합격이란 말입니다.》
《와―》 하고 관중들이 폭소를 터치며 열렬하게 박수를 쳤다.
이때 관중속에 끼여앉아 안절부절 못하는 처녀가 있었다. 봄향이였다. 봄향은 슬그머니 얼마쯤 떨어져앉은 명도에게로 눈길을 가져갔다. 명도도 봄향을 바라보다가 눈길이 마주치자 두눈을 겁석하며 나가라는듯 턱짓을 하였다.
이것을 눈치챈 누군가가 봄향의 팔을 잡아 일떠세우며 소리쳤다.
《기사장동무의 짝패가 여기 있습니다.》
그러자 전투원들은 웃음을 감추지 못하며 손목이 아프도록 박수를 쳤다. 이윽하여 용길의 곁에 봄향이가 나와섰다. 나란히 서고보니 정말 이를데 없는 리상적인 짝패였다.
순영의 손풍금반주가 인상깊게 울렸다.
그들이 부른 노래는 《우리는 잊지 않으리》였다.
얼마나 준엄한 날이 이 땅에 흘렀던가
얼마나 험난한 길을 우리가 걸었던가
피눈물언덕에서 장군님 시작하신
고난의 그 행군을 우리는 잊지 않으리
3절부터는 전투원들모두가 박수를 치며 노래를 불렀다.
장군님 없었다면 조선은 숨졌으리
그이가 계시였기에 우리는 승리했네
총대를 앞세우고 언제나 그날처럼
장군님 한분만을 우리는 믿고 따르리
장군님 단신으로 붉은기 지켜주신
불멸의 그 업적을 우리는 잊지 않으리
노래를 부르는 전투원들의 두눈에서는 뜨거운 눈물이 흘러내리고있었다.
명도는 의미있는 눈길로 운섭을 바라보았다.
당비서는 오늘 참으로 많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 무대를 펼친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