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23 회)
제 3 장
6
(2)
지난 조국해방전쟁의 제1차 진공때 운섭은 어느 한 사단의 운수분대장이였다. 이때 보조운전사로 배치된 동호라는 전사는 운섭이의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는 동작이 굼떴으며 창발성도 부족했다. 운섭은 자기에게 그런 둔자를 배치해준 지휘관들을 은근히 원망했다. 전사가 잘못을 저지를 때면 운섭은 그를 무섭게 다불리군 하였다. 그러나 전사는 언제나 허심하였으며 자동차를 무척 아끼고 사랑했다. 그리고 엄한 자기 상급인 운섭을 깍듯이 존경하고 따랐다.
락동강도하전투를 앞둔 1950년 8월 중순이였다.
사단 운수대대앞에는 탄약과 수류탄을 긴급수송할데 대한 전투명령이 하달되였다.
화물자동차들은 위장을 한채 조명도 켜지 못하고 험한 산길을 달렸다. 그날따라 운섭이가 탄 화물자동차의 기관상태가 시원치 않았다.
운섭은 하는수없이 다른 화물차들을 앞세우고 맨 뒤에서 자동차를 운전해나갔다. 그는 차정비를 잘하지 않은 자기자신을 원망했다.
바로 이때였다.
밤하늘에서 적기의 동음이 울리더니 주변이 대낮같이 환해졌다.
놈들이 하늘에 조명탄을 걸어놓은것이였다. 쌕쌔기들은 고도를 낮추어 급강하하면서 기총사격을 가하였다.
《분대장동지!― 적재함에 불이!》
불안한 눈길로 밖을 내다보던 전사가 웨치는 소리였다.
운섭이네 화물자동차를 발견한 적기들이 무섭게 달려드는 위급한 정황이였다.
(탄약상자에 불이 달리면 끝장이다.)
운섭이가 이렇게 생각하는 순간 보조운전사가 다급히 웨쳤다.
《분대장동지, 차를 멈추지 마십시오. 불은 제가 끄겠습니다.》
전사는 결코 둔한 축이 아니였다.
어느 사이에 적재함에 뛰여오른 전사는 위장했던 나무가지를 휘두르며 불을 끄기 시작했다.
잠시후 운섭이네 화물자동차를 향해 미친듯이 달려들던 적기들의 동음이 멀어져갔다.
참으로 이상한 일이였다.
길가의 후미진 곳에 화물차를 세우고난 운섭은 《동호! 동호!》 하고 전사를 찾았다. 그러나 전사는 어디로 갔는지 대답이 없었다.
운섭은 불안한 마음을 안고 방금 지나온 길을 따라 달려갔다. 전사는 차에서 거의 1 000메터나 떨어진 곳에 쓰러져있었다.
《동호!》
쓰러진 전사를 붙안아 일으키던 운섭은 자기의 눈을 의심하였다.
전사는 온몸이 그대로 불에 타서 알아볼수가 없었던것이다. 적재함의 불을 끄던 전사는 발화성물질이 군복에 묻게 되자 온몸이 홰불이 되여 적기들을 유인했던것이다.
운섭의 가슴은 미여지는듯 쓰리고 아팠다. 그는 전사를 따뜻이 대해주지 못하고 잘못이 있으면 욕설과 추궁을 앞세운 자신을 후회했다.
의식을 잃었던 전사가 눈을 떴다. 그리고 간신히 자기의 속마음을 터놓았다.
《제 고향은… 비단섬입니다. 우리 수령님께서… 찾아주신… 땅이지요. 전쟁이… 승리하면… 가… 보십시오.… 그리고… 이 동호가… 부끄럽지 않게 싸웠다구… 전해… 주십시오.》
전쟁이 승리한 후 운섭은 제대배낭을 메고 비단섬으로 갔다. 그러나 동호에게는 아무도 없었다. 그의 부모들은 왜정때 토질병으로 한많은 세상을 하직했고 손우형은 왜놈들의 징용에 끌려갔다가 무주고혼이 되였던것이다.
그때는 어버이수령님의 부르심을 높이 받들고 첫 간석지개간전투가 벌어질 무렵이였다.
운섭은 비단섬에 남아 전사의 넋을 지켜가리라 결심했다.
그후 혁신자운전사로 자랑떨치던 운섭은 당양성기관을 거쳐 당위원회 부원, 부비서로 사업하였고 오늘은 관리국의 당비서로 성장하였다.
그는 당위원회 부원시절에 고향인 부라벌에서 찾아온 소꿉시절 함께 자란 마을처녀 영녀와 한가정을 이루었다. 운섭이가 인민군대로 떠날때 눈물을 흘리며 렬차를 따라서던 부모없는 처녀였다. 비록 그들사이에는 사랑에 대한 약속은 없었지만 서로가 상대방을 마음속에 새겨두고있었던것이다.
당사업을 해오는 전과정에 운섭은 전사인 동호를 대하던 그런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애써왔다.…
이윽하여 은별의 뒤를 따라 머리를 푹 수그린 철수가 운섭이 앞에 나타났다.
운섭은 풀이 죽은 철수를 바라보다가 우정 반가운 기색을 지워버리고 노성을 질렀다.
《여긴 뭣하러 기신기신 찾아들어? 당장 이 간석지에서 썩 사라져!》
철수의 두눈에서는 끝없는 회오의 눈물이 뚝뚝 떨어져내렸다.
운섭은 분노를 가라앉히지 못한듯 자기의 가슴을 쾅쾅 두드려댔다.
《그래, 어디로 가고싶나? 막지 않을테니 어서 가게, 가라니까.》
철수는 눈물범벅이 된 시선을 들더니 갈린 어조로 애원했다.
《제가 가면 어딜 가겠습니까? 인젠 일하다가 감탕판에 묻혀도 다시는 초소를 뜨지 않겠습니다. 절 믿어주십시오.》
철수는 눈물을 연신 훔치며 어깨를 떨었다.
운섭은 그 눈물이 궁색한 처지를 모면하려는 눈물이 아니라는것을 잘 알았다.
진정을 대할 때처럼 감정이 여리여지는 때는 없는 법이다.
마음을 가라앉힌 운섭은 담배를 꺼내여 피워물고는 자기 자리에 가 앉았다.
《넌 간석지에서 살 자격을 잃을번 한 녀석이야.
비록 파도에 씻기고 볼맛이 없는 감탕판이긴 해두 간석지땅은 더없이 소중한 조국의 한 부분이야.
여기에 발을 붙이자면 무엇을 알아야 하는지 아나? 내 이야길 하나 하지.
이건 벌써 멀리 지나간 이야기인데 내가 여기 부비서로 사업할 때 있은 일이야.
하루는 말썽꾸러기로 소문난 한 녀석이 나를 찾아왔더구만. 로동단련도 받은 일이 있으니 인제는 정신을 차렸는가 했는데 딴데로 가겠다는거야. 사람들의 눈총이 두려워 못살겠다면서 말이야.
그때 난 정말 가슴이 막 터지는것 같았어.
아버진 전쟁때 미국놈들과의 싸움에서 희생됐고 어머니 역시 다사도부두를 복구하다가 순직한 처지였는데 기어이 간석지를 뜨겠다고 생떼를 쓰더구만. 설복하다 못해 그가 가겠다는데로 파견장을 떼주게 했소. 그때는 다사도제방공사가 한창이였는데 사람이구 설비구 자연의 광란앞에 진맥을 빼고있었지. 그래두 기발을 들고 앞장에 선것은 젊은이들로 무은 청년돌격대였소.
그런데 글쎄 뜻밖에도 간석지를 떠나갔던 그 녀석이 다시 내앞에 나타난게 아니겠나?
왜 다시 왔는가고 물으니 울면서 말하더구만.
아버지와 어머니의 넋이 깃든 간석지가 생각나서 다시 왔다고 말이야. 그러면서 자기와 같은 아이들을 데려오겠으니 청년돌격대에서 일하게 해달라고 졸랐소.
정말 생각이 많더구만. 혹시 그의 말을 믿었다가 랑패를 볼것만 같아서였소.
생각끝에 그의 제기대로 하기로 했지. 그 녀석을 방조하기 위해 이악하기로 소문난 선동원처녀도 붙여주었소. 처음엔 더러 말썽도 있었지만 그들로 조직된 소대는 후에 쇠소리가 나는 강철의 집단으로 자라났어. 돌격대생활과정에 선동원처녀와 행복한 가정을 이룬 그는 오늘 우리 관리국의 쌍두마차를 이끌고있어.
내가 왜 이 말을 하는지 아나?
간석지를 사랑하지 않는 사람은 절대로 날바다를 막지 못해. 자연의 광란을 이겨낼수가 없단 말이야.》
은별은 지금 당비서가 성민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있다는것을 알았다.
한때 당비서의 속을 무던히도 태우던 성민은 지금 간석지의 기둥으로 자라났다. 철수동무도 그렇게 될거야. 난 그렇게 믿어.
운섭은 준절하게 자기의 말을 계속했다.
《아버지를 보라구. 네 녀석이 지은 죄를 대신 씻고있어. 너에게두 량심이 있고 지각이 있다면 어떻게 아무말없이 초소를 뜨는 행동까지 할수 있는가 말이야.》
철수는 어깨를 떨며 주먹으로 흐르는 눈물을 씻었다.
《비서동지, 아버지의 얼굴을 욕되게 한 저를 용서해주십시오. 전 제가 있던 그 위치에 가서 낡은 굴착기를 개조해가지고 꼭 제가 범한 과오를 씻겠습니다.》
운섭은 철수의 이 맹세가 결코 빈말이 아니라는것을 알았다. 그는 철수에게로 다가가 손수건을 꺼내여 그에게 내밀었다.
철수는 그것으로 눈물을 닦고나서 이렇게 부르짖었다.
《절 믿어주십시오!》
이때까지 한쪽구석에 잠자코있던 은별이 운섭의 곁으로 다가서며 한마디 하였다.
《비서동지, 철수동문 사실 불도젤부속을 구하러… 지금 이 동무가 구한 부속도 함께 가지고왔습니다.》
운섭은 그러는 은별이를 의미있는 눈초리로 바라보았다.
《안다, 알아. 내가 그걸 몰라서 철수를 욕하는줄 아니?》
이제 와서 은별은 철수를 옹호하는데로 나갔다. 운섭은 능글능글 웃음을 띠고 은별에게 말했다.
《도망병인 철수보다 은별이가 더 바빠한다. 그 리유는 뭔가…》
《아이, 됐습니다. 비서동지, 그럼 저희들은 가겠습니다.》
그들은 인사하고 운섭의 방을 나섰다.
철수는 새로 건설한 부두에서 배에다 막돌을 싣고있는 아버지를 먼저 찾아갔다.
보름달이 뜬 유정한 밤이였다.
철수는 써레기를 말아피우고있는 아버지에게로 다가갔다. 보매 자기가 입힌 상처로 하여 격심한 마음속 고충을 겪고있는것이 분명했다.
철수의 가슴은 저려왔다. 한뉘 파도와 싸우는 일을 억척같이 하면서도 탈선을 모르고 살아온 아버지였다.
《아버지, 제가 왔습니다.》
그러자 만조의 손에서는 피우던 담배가 바다물에 떨어져내렸다. 그는 꿈이 아닌가 하여 멍하니 철수를 바라보더니 자리에서 일어나 아들에게로 다가왔다.
철수는 아버지가 자기를 용서하지 않을것이며 노성을 지를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아니였다.
만조는 철수가 부속까지 구해가지고 온것을 알고 포옹해주었다.
《내 그럴줄 알았다. 하지만 자의적인 행동이 다시 있어선 안되겠다.》
철수는 참고참았던 설음을 터치며 아버지의 가슴을 파고들었다.
《아버지, 비서동지한테서도 좋은 말을 많이 들었습니다.》
《됐다. 이제부터 일 잘하면 되는거다.》
바다물에 비낀 달이 늠실늠실 춤을 추는 밤이였다. 어디선가 부드럽고도 정겨운 바다바람이 불어왔다.
그날 명도는 은별이가 달아났던 철수를 데리고 돌아왔다는 기별을 받고 오래간만에 집에 들어왔다.
은별은 지금 어머니를 집에 앉혀놓고 자기가 동자질을 하고있었다. 무슨 재미있는 일이 있는지 모녀사이에는 줄곧 웃음꽃이 만발했다.
공연히 헛기침을 하고난 명도는 작업복의 먼지를 털며 토방에 올라섰다.
《아이, 아버지 오셨네.》
은별은 앞치마바람에 부엌문을 열고 달려나오더니 명도의 모자며 장갑을 받아들었다.
명도는 기특한 딸을 미덥게 바라보며 물었다.
《언제 왔니?》
《방금전에요.》
《올 때 철수를 데리고 왔다면서…》
《우연히 그렇게 됐어요. 하지만 그 동무에 대해서 새롭게 리해하게 되였어요.》
은별은 철수를 찾아다니던 일이며 그와 함께 부속을 지고오던 일, 당비서를 만났던 일까지 다 이야기하였다.
《옳다. 참대그루에서 참대가 나지 딴게 나겠냐?》
명도도 좋아하였다.
《그 동문 자기 굴착기를 새것으로 만들어 일에서 본때를 보이겠대요.》
《그래야지. 새 출발을 하자면 힘에 부칠게다. 그러나 이겨낼게다.》
《아버진 어쩌면 사람들의 마음속을 그렇게 속속들이 아세요?》
《바다에는 비물도 흘러들고 감탕물도 흘러든다. 그렇지만 어디 흐리는걸 봤니? 우리의 생활도 리치는 이와 같은거다. 믿음이 없이야 어떻게 조국땅을 넓혀나가는 일을 할수 있겠냐?》
《고마워요, 아버지.》
금선이가 미닫이를 열어젖히며 야단을 쳤다.
《아니, 토방에서 뭘 그렇게 쏙닥거리냐?》
《사업토론.》
《에구, 너까지 간부행세냐?》
《당신은 공연히 시샘을 하는구려.》
그 바람에 은별이가 까르르 웃음을 터뜨렸다.
×
봄향은 간석지병원침대에 누워 깊은 상념의 세계를 헤매고있었다.
자동투석기와 소형돌자루공법이 성공하면 마감막이구간을 점령하는데서는 막혔던 목이 터진셈이나 같았다. 그런데 자기는 지금 병원의 침상에 매여있지 않는가. 봄향의 마음은 그지없이 안타깝고 답답하기만 했다.
자동투석기를 완성하기 위해 광산기계공장을 찾아갔던 일이 생각났다.
걸린 목이 걸턱이라는것을 알자 집체적으로 토의해주던 고마운 그곳 사람들, 간석지건설에 조금이나마 보탬을 하려고 무거운 부속품배낭을 지고 령길을 넘을 용단을 내리던 일 그리고 진눈까비에 온몸을 얼구며 령을 넘던 일들이 떠올랐다.
그리고 저도 모르게 현장에서 쓰러지던 일도 생각났다. 이 모든것은 자기가 역시 간석지의 주인으로 되는 과정에 일어난 일이기도 했다.
《그 바쁜 기사장동지가 어떻게 책임부원동지를 직접 부축하여 병원에까지 왔을가요. 침대곁에 앉아 걱정하다 갔구요.》
이것은 담당간호원처녀가 봄향이에게 한 말이였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봄향의 얼굴은 빨갛게 달아오르고 입가에는 수집은 미소가 피여올랐었다. 기사장에 대한 고마운 생각과 함께 이제는 그의 마음의 대화를 읽은듯싶어 이름할수 없는 감동을 불러일으켰다.
이제는 그와 허물없이 말할수 있을거야. 앞으로의 생활에 대하여 그리고 래일의 꿈에 대하여…
봄향은 마치 소중한 보물을 얻은것만 같은 심정이였다.…
이때 호실문이 열리며 담당간호원처녀가 면회자들을 데리고 들어왔다. 아버지 류도흥과 문섬길이였다. 문섬길의 손에는 커다란 간식구럭이 들려있었다.
도흥은 일어나려고 애쓰는 딸을 만류하고나서 측은한 눈매로 봄향을 내려다보았다. 간석지일을 위해 진눈까비까지 맞으며 아글타글 하다가 몸져누운 딸의 정상이 가슴을 허비는 모양이였다.
간식구럭을 원탁에 놓고난 섬길이가 의자들을 가져다놓으며 도흥에게 자리를 권했다.
《앉아서 말씀하십시오.》
도흥이가 의자에 앉자 섬길이도 그곁에 앉았다.
도흥은 딸의 손목을 잡아쥐며 갈린 어조로 말했다.
《대체 어찌된 일이냐? 자동투석기야 여기 사람들이 어련히 하지 않으리…》
섬길이 곁에서 한마디 했다.
《보다 못해 떠났겠지요. 정말 쉽지 않은 미거입니다.》
도흥에게는 섬길의 그 찬사가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간석지건설장의 주인들도 많은데 하필 봄향이 네가 그럴건 뭐냐, 너야 그러다 시집이나 가면 그만이 아니냐 하는 속대사가 언짢은 인상에 그대로 내비껴있었다.
도흥은 인상을 풀지 않은채 자기 딸에게 따졌다.
《이건 다른 소리다. 대체 너와 기사장사이는 어떤 관계냐?》
용길의 말이 나오자 봄향은 저도 모르게 얼굴부터 붉혔다. 그리고 섬길이까지 있는데서 무례하게 묻는 아버지의 처사가 달갑지 않았다.
《관계는 무슨 관계예요?》
《그 사람이 널 데리고 병원에 왔다면서?… 와서도 장시간 앉아있고…》
《정신까지 잃었던 제가 알게 뭐예요.》
봄향은 어이가 없다는듯 톡 내쏘았다.
그제서야 자기의 실책을 느낀듯 도흥은 딸의 어깨를 손으로 두드려주었다.
《그랬으면 됐다.》
봄향에게는 아버지의 편견적인 불신감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아버진 왜 기사장동물 고깝게 생각하세요?》
딸의 심리에서 일어난 변화는 도흥에게 감정의 혼란을 가져온것 같았다. 그러니 사람들속에서 돌아가는 소문이 무근거한것이 아니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흥, 그 사람이 널 인정이나 하는줄 아니?》
《그런건 몰라요. 하지만…》
《그만해라. 사람이 그렇게 코대가 높고 자존심이 세서야 대체 뭣에 쓰겠냐?》
봄향은 기사장에 대한 아버지의 타매가 리해되지 않았다.
언제부터, 왜 이러실가?
눈앞에는 대계도의 도갱을 수정할 때 고집을 세우는 기사장을 은근히 시비하던 일이며 사고심의회의때 그의 립장에 불만감을 품던 아버지의 모습이 떠올랐다.
도흥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딸에게 못을 박았다.
《가타부타 할것 없다. 아버지의 립장에는 변함이 없다. 모든걸 심사숙고해라.》
섬길이도 도흥을 따라 일어섰다.
《치료를 잘 받거라.》
《안녕히 가세요.》
아버지와 섬길이 호실에서 나갔으나 봄향은 방금전에 받은 충격으로 하여 자기를 진정할수가 없었다. 무엇이 변함없다는건가? 그리고 무엇을 심사숙고하고?…
결국 아버지는 용길이를 좋지 않게 보고있는것이다.
그에 대한 아버지의 편견과 오해는 너무나도 지나치지 않는가.
용길은 아버지가 평가하듯이 멋없이 코대를 높이는 인간도 아니였고 남의 의견을 무자비하게 묵살하는 완고한 고집쟁이도 아니였다. 흔히 높은 지성도를 가진 인간들이 받게 되는 본의아닌 곡해가 그의 인격에 그런 흠집을 남긴지도 몰랐다.
봄향은 용길에 대한 자기의 믿음과 기대가 달리 되지 않기를 바라며 오래동안 생각을 거듭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