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17 회)
제 3 장
2
(1)
《기사장동무, 대형철방틀을 다 만들어놓으면 그 체적은 둘째치고도 무게가 무려 수십톤에 달할것입니다. 이런 조건에서 제작장소를 현지에 옮기는것이 어떻습니까?》
이것은 성욱이 다사기계화사업소 특대형철방틀제작전투장에 나와있는 용길에게 한 말이였다. 다사기계화사업소와 청강기계화사업소에서는 렬차로 실어온 기중기잔해들을 해체하는 전투가 벌어지고있었다.
이제 그 해체작업이 끝나면 그것들을 다시 용접으로 이어가지고 설계도면에 예견된대로 특대형철방틀제작을 시작할판이였다.
용길이도 이 문제를 가지고 골치를 앓고있던중이였다. 지금 국장은 철근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도국에 올라가고 없었다.
성욱은 기사장이 망설이는 눈치를 보이자 다그어댔다.
《어떻게 하겠습니까? 해체작업이 끝나면 제작을 시작해야 합니다.》
한동안 궁리를 거듭하던 용길은 용단을 내리며 이렇게 지시했다.
《좋소. 동무넨 가차도공지에 조립장을 전개하오. 청강기계화는 대계도 270만산채석장에 전개하도록 하겠소.》
《알겠습니다.》
성욱은 대기상태에 있던 자기네 사람들에게 해체한 기중기잔해들을 실을것을 지시했다.
기중기잔해들을 자동차적재함에 싣고있을 때 운섭이 작업장에 나타났다. 그는 상차작업을 지휘하고있는 성욱에게 물었다.
《이건 어디로 싣고가나?》
《가차도공지에 나가 조립하려고 합니다.》
호각을 입에 물고 기중기를 지휘하고있던 성욱의 대답이였다.
운섭은 뜻밖이라는듯 주변을 둘러보다가 설계도면을 놓고 기술자들과 무엇인가를 토론하고있는 용길에게로 다가갔다.
무엇인가를 열정적으로 설명하고있던 용길은 옆사람이 주의를 환기시켜서야 당비서를 알아보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오셨습니까?》
운섭은 기술자들에게 량해를 구하고나서 기사장을 가까이로 불렀다.
《그러니까 특대형철방틀을 가차도공지에서 조립하겠소?》
용길은 별로 생각을 깊이 하지도 않고 자기의 견해를 표명했다.
《예, 덩지가 크고 또 무게도 감당하기 어려운만치…》
《내 말은 이 사실을 국장동무가 아는가 하는거요.》
《국장동지가 자리를 떴기때문에 언제 그럴새가 없습니다.》
운섭은 실망한듯 미간을 찌프리더니 머리를 설레설레 저었다.
《그래두 중요한 일인데 토론을 해야지. 간석지책임일군인 국장동무가 몰라서야 되겠소?》
용길은 당비서의 립장이 납득되지 않았던지 자기 고집을 내댔다.
《그건 저도 압니다. 그렇지만 조립전투가 시간을 다투지 않습니까?》
고집을 부리는 기사장을 바라보던 운섭이 그를 가볍게 나무랐다.
《3위1체를 보장하는데서 기본은 우리 셋의 생각을 하나로 합치는거요. 기사장동무나 나나 국장동무와 손발을 맞추는게 공사진척의 기본고리란 말이요.》
용길은 당비서가 반드시 국장의 의견을 들어보고서야 결심을 내린다는 사실을 잘 알고있었다. 그런데 자기는 그렇게 하지 못하여 당비서의 의견을 받고있는것이다.
용길은 자기가 결함을 범하고있다는것을 깨달았다. 그는 자책이 어린 시선을 들었다.
《제 생각이 짧았습니다. 조립장전개를 당장 중지하겠습니다.》
그러나 운섭은 그 의견에 동의하지 않았다.
《아니, 국장동무의 의견을 들어보고 결심합시다. 내 즉시 전화하겠소. 참, 봄향동무가 기사장동물 한번 만나겠다오. 의견을 나누어보오.》
아닌게 아니라 봄향이가 사업소정문밖에서 기다리고있었다.
용길은 당비서를 내세운 그의 처사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무엇때문에 만나자는것일가. 용길은 내키지 않았으나 정문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생각에 잠긴채 3호개고쪽을 바라보고섰던 봄향이 용길에게 미소를 지어보였다.
《바쁘시겠는데 미안해요.》
《…》
용길은 특대형철방틀공법도입을 위한 협의회때 반기를 들던 이 처녀가 무엇때문에 자기를 찾아왔는지 그 리유를 알수 없었다.
마디의 옹이처럼 자기의 주장에 배격을 가하던 매정한 그 모습이 되살아났다.
그러나 그것을 있을수 있는 충고로 감수하고있는 용길이였다. 그만큼 이 처녀의 관심속에 있다는것도 고마운 일이 아니겠는가.
봄향은 잠시 사이를 두었다가 서글픔과 자기 후회가 비낀 얼굴을 들었다.
《요전날엔… 제가 미웠을거예요. 사실 생각해보면 그렇게 하지 않고서도 의사를 충분히 전했을건데… 아직도 풀리지 않았겠지요?》
용길은 속으로 놀라면서도 처녀의 그 말에 대범하게 대답했다.
《있을수 있는 실패를 예견한 조언인데 고깝게 생각할거나 있습니까? 난 고맙게 생각합니다.》
그러자 봄향은 용길의 그 너그러움에 감심된듯 방긋이 미소를 지어보이고나서 자기의 솔직한 심정을 펼쳐보였다.
《생활을 윤색하재서가 아니예요. 어쩐지 전 가끔 기사장동무에게 미안하게 생각될 때가 많아요. 천성적인 직통배기이니 남들을 난처하게 만들 때가 드문하거던요.》
처녀의 이 고백에서 가식이라고는 전혀 찾아볼수가 없었다. 용길은 봄향이 그때일을 두고 많은 생각을 했다는것을 깨달았다. 처녀는 용모도 나무랄데없이 아름다왔지만 마음 역시 비단결같이 고운 그런 류형이였다.
진심, 이것은 아름다움중에서도 제일 고결하고 값진것이 아니겠는가.
용길은 자기가 리상적으로 그려보던 반려가 바로 봄향이가 아니겠는가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아니, 내가 무슨 쓸데없는 생각을… 용길은 저도 모르게 얼굴을 붉혔다.
그를 세심하게 살펴보고있던 봄향이 의미있게 물었다.
《뭘 혼자 재미나게 생각하세요? 혹시 절 철부지처녀라고 나무람하시는건 아니예요?》
《아, 아닙니다. 오히려 그 반대입니다.》
《예?》
처녀는 용길의 대답이 뜻밖이라는듯 고운 눈을 치떴다.
용길은 자기의 생각을 에돌지 않고 그대로 실토했다.
《오늘 동무를 대하고보니 어쩐지 미안하군요. 오히려 제가 걸음을 했어야 하는건데…》
봄향에게는 용길의 그 말이 더없이 소중하였다. 얼마나 진실한가.
그는 자기가 정말 쉽지 않은 사람과 마주했다는것을 깨달았다. 그를 진심으로 위해주고 도와주고싶은 심정이 불같이 치밀어올랐다. 물기어린 시선을 든 봄향은 부끄러움에 차서 속삭이듯 말했다.
《기사장동무에게 도움이 되겠는지… 제 생각엔 3호개고점령에서 철방틀제작도 중요하지만 자동투석기도 놓치지 말아야 할것 같더군요.》
봄향의 스스럼없는 이 조언은 용길의 정신을 버쩍 들게 만들었다.
옳다. 자동투석기, 아직 이렇다할 기술적표상도 못 가지고있는 처지가 아닌가. 그런데 촉기빠른 이 처녀는 그것을 포착하고 나를 찾아온것이다. 용길은 봄향이가 더없이 고마왔다.
명민하고 세심한 주의력이 없이는 생각할수 없는 문제이기도 했다.
《정말 고맙습니다. 봄향동무처럼 우리 일에 함께 어깨를 들이대는 사람만이 발견할수 있는 요점입니다.》
봄향은 자기에 대한 과찬에 얼굴을 살짝 붉히며 말했다.
《그런데 아직 기술적표상도 못 가졌더군요.》
《그렇습니다. 제가 덜퉁하다보니 우익계선은 놓치고 공격전을 벌리고있는셈입니다.》
《그래서가 아니라 시간적여유가 없기때문일거예요.》
봄향이의 이 비호가 마음에 없었던지 그는 도리머리를 하였다.
《이제 와서 잃은 시간을 론할 때가 아니지요. 자동투석기 역시 우리가 점령해야 할 고지입니다.》
《저도 돕겠어요. 진정으로 어깨를 들이대겠어요. 반대하지 않겠지요?》
《찬성합니다.》
《그럼 전…》
봄향은 가볍게 눈인사를 남기고 총총히 그곳을 떠났다.
용길은 봄향이가 결코 무슨 문제가 있어 찾아온것이 아니라 간석지건설의 빈구석을 놓고 의견을 말하고싶어 바쁜 걸음을 했다는것을 깨달았다.
고마운 일이였다. 이제는 그도 건설장의 주인이 되였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때 만족한 인상을 한 당비서가 용길에게로 다가왔다.
《방금 국장동무를 전화로 만났소. 동무의 결심을 전적으로 지지하더구만.》
용길은 진정이 어린 표정을 짓고 대답하였다.
《비서동지, 고맙습니다.》
《봄향동문 만나봤소?》
《예.》
《그의 제안이 어떻소?》
용길은 진심으로 자기의 실수를 인정했다.
《제가 중요한걸 놓쳤댔습니다.》
《그것 보오. 봄향동무에게서도 인젠 감탕냄새가 난단 말이요. 안 그렇소?》
《옳습니다.》
용길은 오늘 자기가 받은 충격에 대하여 곰곰히 되새겨보았다. 결국 당비서나 봄향은 모두가 자기에게 있는 치명적인 빈구석을 깨우쳐준것이다.
지도국에 올라갔던 명도는 철근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돌아왔다.
지금 온 관리국이 달라붙어 엮고있는 쇠그물돌자루에 들어가는 철근은 낡은 기중기들을 실어올 때 묻어들어온 철근들을 강철공장에 가져다 불에 달구어 8~10미리메터철근으로 압연해온것이였다. 이제 그것마저 떨어지면 간석지건설장은 말그대로 손발이 묶이우게 되여있다.
(철근문제를 어떻게 해결한단 말인가.)
명도는 무거운 마음으로 대형철방틀최종조립이 한창인 3호개고계선으로 나갔다. 정전이 될수 있는 조건도 예견하여 전기용접기는 물론 산소용접기들까지 내다놓고 치렬한 용접전투를 벌리고있었다.
이미 기본틀조립을 끝낸 대형철방틀을 해상굴착기들이 쇠바줄에 걸어서 3호개고계선으로 끌어내고있었다.
《지금 오십니까?》
성민이 철방틀토막들을 끌어내는 전투를 지휘하다가 명도를 보고 반가와했다.
명도는 철방틀제작전투장을 둘러보고나서 그에게 물었다.
《다사기계화에서 쇠그물엮는 합리적인 공구를 창안했다면서?》
《예, 능률이 배로 높아졌습니다. 철근만 있으면 쇠그물은 문제없습니다.》
생각없이 하는 성민의 말이였으나 명도는 심리적인 압박감을 느끼며 기계적으로 머리를 끄덕이였다.
성민은 국장의 그런 심정은 아랑곳하지 않고 신명이 나서 계속 설명해댔다.
《석화간석지건설사업소전투원들은 손달구지를 만들어 매 자동부림배들에 20분에 45립방씩 막돌을 상선하고있습니다. 배돌자루투석도 신심있습니다.》
명도는 3호개고에서 총조립되고있는 대형철방틀부터 보고싶었다.
그의 발걸음은 습관처럼 3호개고쪽으로 향해졌다. 거기에 이르니 다사기계화사업소에서 맡은 대형철방틀이 먼저 완성되여가고있었다.
해상굴착기가 철방틀을 잡아당기면서 제방에 단단히 고정하고있었는데 그것은 다층살림집을 꺼꾸로 매단것 같이 보였다.
저쪽 대계도계선에서도 청강기계화사업소가 맡은 대형철방틀이 완성되여가고있었다.
룡트림을 하며 3호개고를 드나들고있는 2억 5천립방의 바다물을 특대형철방틀이 차단한다고 생각하니 명도의 가슴은 절로 두근거렸다.
(이제 누가 못 견디나 어디 한번 맞서보자.)
이때 성민이 급히 명도에게로 달려왔다.
《국장동지, 배돌자루투석을 시작하겠습니다.》
배돌자루투석법은 이미 대계도제방공사때에 널리 적용한 파악이 있는 공법이였다.
명도가 머리를 끄덕이자 성민이가 손에 들었던 기발로 신호를 했다.
강만조선장이 주동이 되여 8척의 자동부림배들은 밀물을 리용하여 3호개고계선으로 접근하였다.
투석할 장소에 이르자 만조선장은 메를 들어 걸턱을 쳤다. 그러자 산더미처럼 쌓여있던 쇠그물안의 버럭이 투석되면서 물기둥이 솟구쳐올랐다. 통쾌한 배돌자루투석장면이였다.
명도는 배돌자루투석이 밀물때만 적용해야 하므로 련속공정으로 맞물리지 못하는것이 아쉬운듯 이렇게 한탄했다.
《하루 두번밖에 투석하지 못하는게 약점이거던.》
《총조립이 끝나면 특대형철방틀공법을 시험하겠습니다.》
명도는 말없이 머리를 끄덕이였다.
특대형철방틀 총조립이 끝나자 전투원들은 그안에 들어가 쇠그물을 엮기 시작하였다.
명도는 그들과 함께 쇠그물을 엮으면서 사연깊은 이야기를 했다.
《이건 지나간 이야기지만 대계도간석지 1차막이 내부망건설까지 끝내고 첫해농사를 짓게 되였을 때였소. 일부 일군들은 방대한 면적에 씨를 뿌릴 일이 아뜩하고 또 염기때문에 농사가 제대로 될가 하고 이렇게저렇게 망설이며 주저했소. 이 사실을 보고받으신 어버이수령님께서는 비행기들로 싹틔운 벼종자를 간석지포전들에 뿌리도록 하시였소. 정말 그때 굉장했지. 사람들은 발을 붙이기도 힘들었던 그 넓은 간석지논에 순식간에 벼종자가 뿌려지자 무릎을 쳤소. 바로 이거다, 신심이 있구나 하고 말이요. 그해따라 어찌나 간석지농사가 잘되였던지 벼대들이 이삭의 무게에 못이겨 막 부러지는 정도였소. 희한한것은 구수한 낟알향기에 취한 노루들까지 간석지땅에 나타난것이였소. 간석지에서는 이렇게 어버이수령님의 깊은 관심속에서 현대화농사의 첫걸음을 뗐소.》
전투원들은 모두가 래일을 그리며 감동된 표정을 지었다.
문득 애젊은 축조공청년이 명도에게 물었다.
《국장동지, 그러니까 앞으로 비행기로 농사를 짓는다는겁니까?》
《그렇소, 우리 장군님께서 구상하고계시는것이 바로 그거요.》
《히야!》
전투원들은 모두가 기뻐하며 흠썩해했다.
성민이도 그들과 함께 일하면서 기세를 더욱 높이도록 하였다.
드디여 특대형철방틀쇠그물이 전부 완성되였다.
명도는 썰물때를 리용하여 특대형철방틀안의 쇠그물에 막돌을 채워넣고 첫 돌파구를 열기로 결심했다.
《물이 찝니다.》
《폭풍!》
이어 대기중에 있던 기계화사업소의 차들이 막돌을 싣고 3호개고쪽으로 꼬리를 물고 달려왔다. 화물자동차들은 련속 특대형철방틀에 막돌을 쏟아넣었다.
제방끝에서 이 광경을 바라보고있던 성민이 붉은 기발을 들며 소리쳤다.
《막돌하차중지! 돌들을 정리해야겠소.》
막돌은 특대형철방틀안의 쇠그물에 절반이 넘게 채워져있었다.
화물자동차들이 제방 한쪽에서 그것을 쏟다보니 막돌들이 안쪽으로 치우쳐 쌓인것이다.
《전투조 진입!》
함마와 지레대를 든 젊고 팔팔한 청년들이 특대형철방틀안으로 들어가 한쪽에 쌓인 돌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돌정리작업은 바다물이 들어올 때까지 계속되였다.
《바다물이 돌아섰다!》
밀물이 시작된것이다.
그러나 용감한 다사간석지건설사업소의 전투원들은 여전히 철방틀안에서 막돌정리작업을 계속하고있었다.
명도는 긴장한 시선으로 밑을 내려다보며 밀려드는 바다물을 주의깊게 살피고있었다.
그동안 특대형철방틀공법을 도입하기 위해 얼마나 애써왔는가?
(숱한 로력과 자재가 든 저 특대형철방틀이 자연의 광란을 이겨내야 할텐데…)
이렇게 생각하는 명도의 가슴은 사정없이 옥죄여들었다.
실패냐, 성공이냐 하는 극한점에서 간석지건설자들은 제가끔 긴장감을 풀지 못하고있었다.
바다물이 3호개고를 거쳐 밀려들면서 철방틀안을 채운 막돌을 사정없이 후려치기 시작했다. 대형철방틀을 붙잡고있는 팔뚝같은 쇠바줄이 팽팽하게 힘을 받으면서 아츠러운 소리를 냈다.
(위험하다. 빨리 손을 써야 한다.)
명도는 방틀안에서 사람들을 철수시켜야 하겠다고 생각했다. 그는 여직껏 버티고있는 성민에게 고함을 쳤다.
《뭘 하오? 철수!》
그러자 성민은 일손을 다그치고있는 전투원들에게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철수하시오! 철수!》
그러나 열이 오른 전투원들은 그의 말을 듣지 못하고 일손을 놀리고있었다.
《뭣들 하는거야, 철수하라는데. 빨리!》
그제서야 전투원들은 공구들을 거두어가지고 제방으로 올라왔다.
특대형철방틀은 횡포한 자연의 광란앞에 몸체를 부르르 떨고있었다.
성민은 구경하러 모여든 사람들에게 청을 높여 고함을 쳤다.
《죽자고 그래, 뒤로 물러서라!》
무시무시한 시각이였다.
사람들은 그제서야 사태를 깨닫고 안전계선으로 물러섰다.
《툭!》 하고 기중기의 권양기에서 쇠바줄이 끊어져나가더니 막돌이 반나마 찬 쇠그물은 파도에 엿가락 꼬이듯 하면서 둔중한 철방틀본체가 쇠바줄들을 걷어안고 파도속에 수장되고말았다. 그런데 철방틀에 매달린 마지막쇠바줄이 무섭게 태를 치며 기중기의 동체를 때리더니 전투를 지휘하고있던 명도의 허리를 후려갈겼다.
눈깜짝할 사이에 벌어진 일이였다.
《앗!》
외마디비명을 지른 명도는 그만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명도가 눈을 떴을 때 그는 방송차에 실려 병원으로 가고있었다. 명도는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모지름을 썼으나 허리에서 오는 동통으로 하여 미간을 찌프린채 다시 쓰러지고말았다.
부비서가 그를 부축해주며 이렇게 말했다.
《국장동지, 진정하십시오. 지금 당비서동지랑 기사장동지랑 작업장을 수습하고있습니다.》
《동문 도대체 뭘하는 사람이요? 방송차를 끌고 어디로 가는가 말이요?》
《아니, 그건?…》
《방송차는 환자후송차가 아니요. 세우시오. 그리고 빨리 차를 돌리시오!》
《국장동지, 안됩니다.》
《이건 명령이요, 명령!》
방송차는 그 자리에 멎었다. 그리고는 방향을 돌려 3호개고전투장으로 달려갔다.
당비서가 방송차에로 달려왔다.
《국장동무, 어쩌자고 그러오?》
《비서동지, 지휘관들을 좀 모이게 해주십시오.》
얼마후 관리국의 일군들이 방송차에로 모여들었다. 대계도에서 건너온 용길을 비롯한 그곳 일군들의 얼굴도 보였다.
명도는 일군들을 둘러보며 저력이 있고 갈린 어조로 입을 열었다.
《동무들, 우리는 세번째 시험에서도 실패했습니다. 그러나 눈물만 흘리고 비관하는것은 우리 간석지건설자들의 일본새가 아닙니다.
우리에게는 물러설 자리가 없습니다.
특대형철방틀공법이 실패하면 철도짐함공법을 들이대고 그것도 안되면 다음공법을 들이대서라도 우리는 기어이 3호개고를 막아야 합니다.》
박운섭당비서가 눈물을 머금은채 마이크를 잡았다.
《동무들! 경애하는 장군님만 계시면 우리는 꼭 이깁니다. 이 결사전에서 뒤로 물러서는 사람은 먼 후날에 가서도 자기를 후회하게 될것입니다.
잘 부르지는 못하지만 제가 노래 한곡 부르겠습니다.》
민중의 기 붉은기는
전사의 시체를 싼다
시체가 식어 굳기 전에
혈조는 기발을 물들인다
높이 들어라 붉은 기발을
그밑에서 굳게 맹세해
비겁한자야 갈라면 가라
우리들은 붉은기를 지키리라
명도의 눈에서도, 용길이와 성민, 성욱의 눈에서도 뜨거운 눈물이 줄지어 흘러내렸다.
명도는 성민이와 성욱의 어깨를 와락 그러안았다. 그리고는 당비서의 목소리에 합치여 노래를 불렀다.
지휘관들이 모두 서로서로 어깨를 겯고 주먹을 흔들면서 노래를 합창했다.
세번째 실패는 오히려 이들에게 꺾이면 꺾일지언정 굽히지 않는 백절불굴의 투쟁기세를 안겨주었다.
명도는 섬길을 자기의 곁으로 불렀다.
《자재부국장동무, 다음공법을 시험하자고 해도 철근이 있어야 하오.》
평양에서 독감에 걸렸던 섬길은 아직까지도 코맹맹이소리를 했다.
《철근이 없습니다. 특대형철방틀공법에 죄다 썼습니다.》
《바줄과 포장끈은 좀 있을가?》
《그것도 없어진지 오랬습니다.》
명도는 미간을 찌프린채 무거운 생각을 거듭했다.
(철근이 있어야겠는데, 이젠 어떻게 해야 하는가?)
명도의 눈앞은 캄캄해왔다.
철근이 없으면 온 공사장이 숨이 죽는판이다.
이때 성민이 명도에게로 달려왔다.
《국장동지, 도당책임비서동지가 오셨습니다.》
도당책임비서가 작업복을 걸친채 차에서 내려 이쪽으로 다가왔다.
그는 명도가 허리를 다쳤다는 말을 운섭당비서에게서 듣고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는 명도를 붙안았다.
《국장동무, 허리를 다쳤다는게 사실이요?》
《괜찮습니다. 좀 안정하면 나을겁니다.》
도당책임비서는 현지일군들의 인사를 받더니 미안스럽게 말을 했다.
《정말 고생들이 많소. 그러지 않아 한번 나오려던것이 이렇게 늦었소.》
그는 수척해진 명도의 얼굴을 보며 걱정을 했다.
《일이 힘들지?》
명도는 솔직하게 대답했다.
《힘듭니다.》
《동무의 전화를 받고 제철소에 올라갔댔소. 그래도 그 동무들이 용터구만. 이 어려운 조건에서도 새 강철생산법에 성공해서 강을 뽑더란 말이요. 겨우 네차분의 철근을 실어왔소. 동무들에게 목추김이나 되겠는지 모르겠소.》
도당책임비서는 미안한 어조로 말하고나서 자동차들이 있는 곳을 손으로 가리켜보였다.
철근 네차분이래야 또 한차례의 공법이나 시험할수 있겠는지 말겠는지 했다.
그러나 명도는 직접 철근을 싣고나온 도당책임비서가 더없이 고마왔다.
《요긴하게 쓰겠습니다. 정말 고맙…》
책임비서가 팔을 내저으며 급히 그의 말을 제지시켰다.
《아니요, 내가 인사를 받을게 아니요.》 하고 책임비서는 어째서인지 가책어린 무거운 어조로 말했다.
《실은 위대한 장군님의 뜻에 의한것이였소.》
《예?!》
《전선시찰에 계시던 위대한 장군님께서 며칠전 또다시 이곳 실태를 료해하시였소.
대계도간석지건설자들이 부닥치는 애로와 난관을 이겨내면서 견인불발의 의지로 3호개고전투를 벌리고있다는 보고를 받으신 그이께서는 간석지로동계급은 어려운 조건에서도 타발없이 일을 잘하는 성실한 사람들이라고, 시간을 내여 그들을 찾아가 꼭 만나봐야겠다고 하시였소. 그러시면서 자신을 대신하여 자주 나가 걸린 문제도 풀어주고 로동자들의 생활에도 관심해주라고 뜨겁게 말씀하시였소!》
《장군님!…》
명도는 목이 꽉 메여오고 눈굽이 젖어들었다.
죄스러웠다. 분망하신 위대한 장군님께 걱정을 끼쳐드렸던것이다.
그이의 사랑이 어린 귀중한 륜전기재를 받아안은것이 불과 얼마전 일인데 또다시 간석지일로 마음을 쓰시게 한것이다.
이 죄책을 무엇으로 보상하랴. 언제면 우린 위대한 장군님 어깨우에 쌓인 짐을 남먼저 덜어드리는 철든 자식이 된단 말인가!
《책임비서동지, 우리들은 이 한몸 그대로 돌자루가 되여서라도 기어이 3호개고를 점령하겠습니다.》
명도는 가슴속에 고패치는 감정을 어떻게 달리 표현할길이 없었다.
《동무들을 믿소.》
도당책임비서는 명도의 손을 힘껏 잡아주고나서 현장을 떠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