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6 회)

제 3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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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국에서는 군중적으로 창안한 기술혁신안중에서 특대형철방틀공법을 먼저 도입하기로 하였다. 이와 관련한 협의회가 국장방에서 열렸다. 거기에는 명도와 운섭, 용길, 성욱, 성민, 봄향과 선박사업소 강만조선장을 비롯한 관계부문 일군들과 지도국을 대표하여 류도흥처장이 참가하였다.

먼저 용길이 자리에서 일어나 특대형철방틀공법의 기술적특성과 경제적효과성에 대하여 직관물을 가리키면서 설명해내려갔다.

그의 말이 끝나자 먼저 봄향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물론 대량투석법을 실용화한다는 점에서는 저도 이 공법을 지지합니다. 그러나 이미 다른 공법시험에서도 체험하였지만 초당 7~8메터나 되는 류속을 이겨낼수 있겠는가 하는것이 초미의 문제입니다. 만일 철방틀에 들어간 막돌이 자체중량은 물론이고 단면이 받는 물압을 이겨낼수 없다면 이 공법 역시 지상공론에 지나지 않습니다. 치명적인것은 위험한 사고를 낼수 있다는 바로 그것입니다.》

사리정연한 봄향의 론박앞에 방안에는 무거운 침묵이 흐르고있었다. 생소한 공법이였으므로 선뜻 그 안전성을 담보하는 사람은 없었다.

용길은 공사의 전반을 책임진 참모장으로서 확고한 자기의 주장을 내놓아야 한다는것을 페부로 느끼고있었다.

봄향의 론거는 전적으로 옳았다. 자기가 제일 우려하고있는 문제를 정확히 포착했던것이다. 그렇다고 하여 새 공법을 도입하기 전부터 피동에 빠질수는 없었다. 주견을 세워야 한다, 주견을!

자리에서 일어난 용길은 침착하게 자기의 견해를 주장하기 시작했다.

《철방틀이 받는 중량은 정확히 1 900톤입니다. 때문에 우리는 제방량쪽에 팔기중기들을 설치하고 쇠바줄로 단단히 고정하여 철방틀의 자체중량은 물론 바다물의 류속과 단면물압을 이겨내자는겁니다.》

그의 설명을 듣고있던 봄향이 다시 일어나 랭담하게 반론했다.

《그 의도는 충분히 리해가 됩니다. 그렇지만 그것이 바다물의 류속이나 철방틀이 받는 단면물압을 이겨낼수 있는 신통한 방안으로는 생각되지 않는군요.》

궁지에 빠진 용길은 자기의 계획을 상대방에게 납득시키려고 애썼다.

《그렇기때문에 우리는 바다물의 류속이나 물압의 영향을 받지 않는 썰물때를 리용하자는겁니다.》

봄향의 입가에는 어이없어하는 미소가 스쳐지났다.

《그게 말처럼 될가요? 밀물과 썰물의 차이가 매일 달라지는데다가 우리는 35메터나 되는 곳에서 작업을 해야 합니다. 그 높이에서 기중기들이 철방틀을 붙잡고있을것 같은가 말이예요. 또 10미리메터철근으로 엮은 돌자루가 터져나가지 않는다는 담보도 없지 않나요.》

봄향의 주장은 역시 론리적인 힘을 가지고있었다.

용길은 듣다못해 자기의 반작용심리를 펼쳐보였다.

《동무의 주장대로 한다면 특대형철방틀공법은 시험자체가 무모하다는건데 그 누구도 해보지 않은 공법이 아니요. 시작전부터 그렇게 겁을 먹고서야 어떻게 대량투석법에서 성공할수 있겠소. 시작이 절반이라고 이제 도입하는 과정이면…》

봄향은 담벽도 문이라고 내미는 용길의 고집에 심한 모욕감을 느꼈던지 얼굴을 붉힌채 맵짜게 말했다.

《전 기사장동무가 주관적인 욕망에 매달릴것이 아니라 공사의 운명을 기술적으로 담보해야 할 참모장으로서 실수가 없기를 바랄뿐입니다.》

그들의 론난을 말없이 듣고있던 도흥이 한마디했다.

《기사장동무, 내가 보기에도 특대형철방틀공법은 기술적안전성이 담보되지 않은것 같소.》

그의 말을 듣고있는 명도에게는 도흥의 이 립장이 천만뜻밖이였다.

믿던 도끼자루가 부러진셈이라고 할지. 어쩌면 이럴수가 있는가. 뭔가 달라졌다. 지심깊이 뿌리내린 거목인줄 알았더니 잡관목에 불과했어. 언제부터인가? 옳다. 외국대표단이 왔다간 이후부터였다. 그렇다면 신념이 무디였는가?

여기까지 생각하던 명도는 자리에서 일어나 자기의 주장을 내댔다.

《처장동지, 어쨌든 시작은 떼고봅시다.》

《국장동무의 립장이 정 그렇다면 한번 해보오. 난 될것 같지 않아 그러는거요.》

이번에는 성욱이 자리에서 일어나 자기의 의견을 말했다.

《우리 기계화사업소에서는 어떤 일이 있어도 10일동안에 특대형철방틀을 만들며 쇠그물돌자루도 만들겠습니다. 그런데 철근이 엄청나게 모자랍니다. 처장동지, 말이 난김에 철근을 좀 도와주십시오.》

거기 모인 사람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도흥이 성을 발끈 내며 혀까지 찼다.

《기계화지배인동문 도대체 뭐요? 이건 제 에미의 주머니가 빈것을 알면서도 생투정을 부리는 철부지나 한가지란 말이요. 에, 쯧쯧…》

말이 없이 그들의 대화를 듣고있던 운섭이 앉은 자리에서 힘주어 말했다.

《철근으로 돌자루를 엮는것은 기계화사람들만 가지고서는 어림도 없소. 온 관리국이 달라붙읍시다. 밥술을 드는 사람은 누구나 다 말이요.》

명도는 자리에서 일어나 이렇게 강조했다.

《철근이 없으면 바줄이나 그 비슷한 포장재질도 리용해봅시다.》

그러자 일군들은 서로가 얼굴들을 마주하고 론의들을 거듭했다.

사실 명도의 이 방안은 너무나도 속이 상한김에 내놓은 안이기도 했다. 맨 구석에 아무말없이 앉아있던 선박사업소 지배인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우리 선박사업소에서는 8척의 자동부림배를 되살려 최단기한안에 자동부림배전단면투석을 진행하겠습니다. 물때만 잘 맞추면 하루에 1 200톤의 막돌을 투석할수 있습니다.》

시원시원한 이 말에 일군들은 신심과 활기를 되찾고 기뻐들했다.

도흥이 흥미를 가지고 그에게 물었다.

《동문 그 투석법에 경험이 있지?》

《예.》

확실히 그것은 전망이 내다보이는 투석법이였다.

그만하면 토의가 충분히 되였다고 생각한 명도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렇게 합시다. 지금 이 시각부터 기계화사업소들에서는 특대형철방틀제작에 들어가겠습니다. 그리고 쇠그물돌자루제작은 온 관리국이 달라붙읍시다. 선박사업소 지배인동무.》

《예.》

풍채좋은 선박사업소 지배인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자동부림배수리에 기능공들이 더 필요하지 않을가?》

《모두 긴장한 땐데 자체로 하겠습니다.》

《좋소. 오늘협의회는 이만하겠습니다. 기사장동무와 성민동문 좀 남소.》

사람들이 헤여져가고 기사장과 성민이 남았을 때 명도는 이렇게 강조했다.

《새 공법도입 역시 동무네 두사람이 기본이요. 기사장동문 대계도계선에서 그리고 성민동무는 가차도계선에서 냅다 밀어야겠소.》

용길이와 성민은 《알았습니다.》 하고 동시에 대답했다.

명도는 앞으로의 일을 예상해보는듯싶더니 이렇게 부탁했다.

《이제부터는 3호개고만이 아니라 철방틀제작과 쇠그물돌자루엮는것까지 보아주어야 하니만치 눈코뜰새가 없을거요. 동무들을 믿겠소.》

국장방에서 나오던 용길은 운섭의 뒤를 따라 들어오는 성민의 안해 순영을 보고 이렇게 물었다.

《아주머니가 웬일이십니까?》

순영은 웃음을 짓고 용길에게 짤막하게 설명했다.

《가족지원대 책임자로 추천되였어요.》

《학교일은 어떻게 하구?》

국장에게 할 말이 있어 남았던 성민이 용길의 뒤를 따라가며 묻는 말이였다.

순영은 눈웃음을 짓더니 미소를 머금고 대꾸했다.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해야지요.》

《쟈 이런, 누굴 망신시키자구 그래?》

성민은 대뜸 두눈부터 부릅뜨며 난감한듯 어성을 높였다.

《당신은 어제날 청년돌격대의 선동원을 어떻게 보고 그래요?》

앞서 들어갔던 운섭이 그들부부의 대화를 재미있게 듣고있다가 간참을 했다.

《아하, 부기사장이 밖에 나와서두 세대주행세를 한다.》

그 바람에 자라목이 된 성민은 《아, 아닙니다.》 하고 꽁무니를 뺐다.

이 광경을 지켜보는 순영의 눈앞에는 성민이와 첫 인연을 맺던 일이 떠올랐다.

사실 성민을 바른 길로 돌려세운것은 운섭이였다.

당시 간석지내부망공사를 맡은 청년돌격대 대원이였던 순영은 뜻밖에도 당위원회의 부름을 받게 되였다. 순영은 당위원회앞에 당도하자 돌격대제복을 공연히 쓸어만지며 자세를 수습했다.

그는 손거울을 꺼내여 자기의 얼굴모양을 비쳐보았다. 해볕에 탄 검실검실한 얼굴, 씻은 팥알같이 반짝이는 눈동자, 주근깨가 널린 오똑한 코 그러나 직선모양의 눈섭이나 작으면서도 두툼한 입술 등은 순영이의 고집과 강단을 그대로 강조하고있었다. 순영은 키가 보통키보다 조금 작았으며 몸도 체소했다. 그런 그가 내부망공사를 맡은 청년돌격대의 선동원으로 이름을 날릴수 있은것은 전적으로 그의 피타는 노력과 이악성의 결과였다.

당위원회 접수실 직일을 서던 일군이 순영을 당비서의 방으로 안내해주었다.

당시 운섭은 당위원회 부비서로서 당학교에 강습을 간 당비서를 대신하여 당위원회사업을 주관하고있었다.

《부비서동지, 안녕하십니까? 청년돌격대 2소대 선동원 김순영입니다.》

운섭은 미소를 짓고 당돌하게 여물어진 순영을 바라보더니 그를 가까이로 불렀다.

《이리와 앉소.》

운섭은 순영이가 자리를 잡고앉자 이렇게 물었다.

《일이 힘들지?》

《괜찮습니다.》

머리를 수그린채 긴장하게 앉아있는 순영을 바라보던 운섭은 한참만에 이렇게 서두를 뗐다.

《이렇게 동무를 부른건 청년돌격대에 이곳 간석지청년들로 무은 소대가 새로 생기기때문이요. 우리 당위원회에서는 동무를 그 소대의 선동원으로 배치하기로 했소.》

순영은 의문을 품고있다가 물었다.

《소대장은 누굽니까?》

《리성민이요.》

성민이라는 이름이 나오자 순영의 두눈은 둥그래졌다. 온 간석지땅에 소문이 난 말썽꾸러기, 그가 소대장이라니?

처녀의 얼굴빛을 통해 그의 심리적불안감을 눈치채고 운섭이가 한마디했다.

《왜, 자신이 없나?》

순영은 자리에서 일어나 자기의 속생각을 솔직히 고백했다.

《예. 자신도 없지만 난 그 사람 싫습니다.》

그러자 운섭은 말없이 빙그레 웃더니 이렇게 설명해주었다.

《그 동무의 아버지는 그가 어머니배속에 있을 때 전선에 나가 싸우다가 희생됐소. 어머니는 그를 업고 부두복구건설장에서 일하다가 순직했구. 굶어서 말이요. 이런 그를 버려야 하겠는가.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난 차마… 그렇게는 못하겠소. 인젠 본인도 결심했구 또 말썽군들이 그를 따라나섰는데 성민이가 싫다니… 할수 없구만. 알겠소. 돌아가보오.》

순영은 운섭의 얼굴에 비낀 어두운 그림자를 보았다. 그리고 서운해하는 마음도 읽었다. 얼마나 안타까왔으면 저럴가. 과업―그것은 믿음이 아닌가. 순간 처녀의 마음속에서는 변화가 일어났다. 그는 물기로 번쩍이는 눈길을 들었다.

《제 생각이 짧았습니다. 그 소대로 가겠습니다.》

《고맙소, 내 그럴줄 알았소.》

자리에서 일어난 운섭은 순영의 손을 뜨겁게 잡아주었다.

순영이가 운섭의 권고에 동의한것은 다른데도 원인이 있었다.

순영이네 부모는 간석지마을에 잠입한 간첩놈들과 혈투를 벌리다가 한날한시에 잘못되였다. 그때 외삼촌네 집에 가있던 순영은 다행히 화를 면하게 되였다. 그후 그는 애육원과 중등학원을 거쳐 오늘 어엿한 돌격대원으로, 선동원으로 자라난것이다.

서로의 공통성으로 하여 순영은 성민에 대한 생각을 달리하게 되였다.

그러나 어제날의 말썽꾸러기들로 무어진 이 소대는 조용한 날이 별로 없었다. 그 모든것은 소대장으로 임명된 성민이와 관련되여있었다.

때없이 벌어지는 내부의 불화, 다른 소대에 대한 시기심, 거친 생활습성과 언행… 이런 불협화음이 일어날 때마다 순영은 그것을 바로잡으려고 무진 애를 썼다. 소대원들의 바느질과 빨래는 자기가 도맡아했고 그들이 자연의 광란앞에 주저할 때면 연약한 처녀의 몸으로 서슴없이 감탕판에 뛰여들기도 했다.

어느덧 순영이의 존재는 소대원들의 심장속에 깊이 자리잡기 시작했다. 키도 작고 몸집도 보잘것 없는 선동원처녀의 헌신은 어제날의 말썽군들을 울리군 했다. 땀과 눈물은 다같이 짜다고 하지 않았던가.

그 눈물속에서 이지러졌던 소대원들의 생활관이 정립되기 시작했다.

그것은 마치 부지런한 실농군이 말라들던 농작물을 실하게 가꾸는 과정과 비슷했다. 순영이의 손길이 닿으면 어제날의 말썽꾸러기도 멋진 혁신자로 비다듬어졌다.

그 소대는 점차 강철같은 집단으로 변모되여갔다. 그후 성민이와 순영이는 당원으로 자라나게 되였고 한가정을 이루게 되였다.

운섭을 비롯한 간석지일군들은 그들을 위해 결혼식상도 차려주고 새집도 마련해주었다.

이후 성민은 조직의 추천으로 함흥수리동력대학을 졸업하고 어엿한 관리국부기사장으로 등용되였으며 순영은 사범대학을 거쳐 중학교 수학교원으로 일하고있다.

이들의 성장은 간석지건설장에 생겨난 전설같은 이야기이기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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