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5 회)

제 3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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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도는 출장을 떠나기 위해 자기의 들가방에 세면도구며 볼 책들을 주섬주섬 집어넣었다. 이번 출장길엔 평양을 거쳐 ㅍ철도국까지 갔다와야 했다.

부엌일을 하고있던 금선이가 앞치마에 젖은 손을 문대며 들어왔다.

《아니, 이밤중에 역으로 나가실려우?》

《그래야 할것 같소.》

《그런데 아버지가 자기 딸에게 처벌을 주는건 대체 몇조요? 당신이 아버지가 맞긴 맞아요?》

《그건 또 무슨 소리요?》

《그 애야 20만산대발파를 하자고 희생적으로 나선건데 당신이 꼭 그래야 국장위신이 선답디까?》

《허허 참, 그건 어떻게 알았소?》

《온 다사땅에 소문이 짜한데 내가 모를것 같소? 당비서가 그 앨 두둔하는걸 당신이 칼로 베듯 했다면서요? 제대후 험지에서 고생하는 애를 망신시켰으니 속이 시원하겠수다.》

명도는 딸에게 왼심을 쓰는 안해의 심정이 리해되였다. 그러나 할 말은 해야 했다.

《난 그 애의 아버지이기 전에 이 간석지의 국장이요.》

《됐수다, 당신에게서 다른 소리가 나오겠소?》

명도는 안해의 지청구가 한마디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에게는 후방사업이 필요하다던 섬길이의 말이 귀전에서 뱅뱅 돌아갈뿐이였다.

그는 지금 안해가 말리워 꿍져놓은 마른 조개살보따리에 눈길이 자주 가군 하는것을 어쩔수 없었다.

(저것이라도 가지고가서 일하는 사람들의 후방사업으로 썼으면…)

쉴새없이 푸념을 늘어놓던 금선은 제김에 설음이 북받쳤던지 연신 눈굽만 훔치고있었다.

좋게 맞물리기는 코집이 틀린판인지라 명도는 이마살을 찌프렸다.

덤덤히 앉아 담배만 피우고있는 남편의 거동에서 이상한 낌새를 챘던지 금선이는 눈굽을 씻고나서 머리를 들었다.

《당장 떠날것 같던 당신이 왜 그러슈?》

명도는 안해에게 사정을 실정그대로 말해야겠다고 작정했다.

《여보, 우리가 강재에 목이 멨다는거야 당신도 잘 알지 않소?》

《그래서요?》

《그게 서평양화물역에 있는데 차판이 없어 못 들여오고있소. 차판을 얻으면 싣는 작업도 해야겠는데 도움받을 사람들에게 음식 한끼라도 대접하고싶어 그러오.》

《그래서요?》

명도는 눈치가 빤한 안해가 계속 그래서요만 따지는것이 어처구니가 없었다.

《저 조개살이라도 가지고가서 반찬감으로 씁시다.》

《언젠 낯을 들고 다니지 못하겠다고 하더니 그 말이 쉽게 나와요?》

《글쎄 저게 이런데 쓰는거라면야 내가 왜 반대했겠소?》

《됐어요. 내가 뭐 돈주머니나 불구자구 그 고생을 한줄 아세요? 당신이 출장을 가셔두 그렇구 또 손님들이 와두 그렇구 아무렴 남한테 손을 내밀겠어요?》

《아, 됐소. 아는 투정은 이젠 그만하기요.》

명도는 안해의 진정을 몰라준 자신이 민망스러웠다. 그는 안해에게 다가앉아 그의 손목을 잡아쥐며 자기의 잘못을 빌었다.

《여보, 내 생각이 짧았소.》

불같은 성격인 남편이 이 정도로 나오고보니 금선이의 맺혔던 마음은 순간에 풀렸다.

금선은 자리에서 일어나 이불장우에서 말린 어물보따리를 내렸다.

거기에는 정말 별것이 다 있었다.

말린 조개살, 말린 소라, 말린 맛, 말린 새우, 말린 망둥어, 말린 전어…

그것을 본 명도는 저도 모르게 감탄했다.

《이거 대단한데.》

《그런데 국장이 배낭을 지고 다닌다구 남들이 흉보지 않을가요?》

《까짓 흉보면 뭘하오? 우리 건설장일만 잘되면 그만이지.》

금선은 가벼운 마음으로 남편이 지고갈 배낭을 꾸려주었다.

이윽하여 차비를 끝낸 명도는 배낭을 지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금선은 걱정스러운 눈매로 남편을 바라보았다.

《날이 밝겠는데 식사나 하고 가시구려.》

《시간이 없소. 거 당신 혼자만 좋은 일 하지 말구 가족들을 좀 동원하구려.》

《토론해보겠어요.》

이때 마당밖에 승용차가 와멎는 소리가 들렸다. 명도는 잘있으라는 말을 남기고 밖으로 나갔다.

이날 평양에 도착한 명도는 내각에 들려 간석지건설에 필요한 기름문제를 계획에 맞물렸다. 그다음 간석지지도국과 상사에 들려 긴급하게 제기되는 물자들을 청구하였다.

그는 때로 지하전동차나 무궤도전차를 타기도 하고 어떤 때에는 걷기도 하면서 동분서주하였다. 만나야 할 사람들이 제자리에 있으면 별문제이지만 없으면 무료하게 기다려야 했다.

이렇게 이틀동안을 꼬박 쉬지도 자지도 못한 명도는 3일째 되는 날 ㅍ철도국에 도착했다.

그의 속심은 국장과 당비서를 만나 차판문제를 해결받자는것이였다. 그러나 그들은 성에서 열리는 회의에 참가하러 가고 없었다. 그래서 참모장이라도 만날가 했더니 심장병질환때문에 병원에 입원하여 치료를 받고있다고 했다.

처음부터 일이 꼬이는판인지라 명도는 손맥이 풀렸다. 하는수가 없었다. 인제는 수송지도처에 가서 배차사령원을 만나는 길밖에 없었다.

배낭을 걸머진 명도가 배차사령실에 들어서보니 배차사령원은 그 누군가와 전화를 하고있었다.

그의 방에는 명도처럼 차판을 받으러 온 사람들이 다섯명씩이나 있었다.

배차사령원은 전화를 받으면서 배낭을 지고 들어선 명도에게 앉아서 기다리라는듯 손짓을 했다.

그의 책상우에는 전화기들만 해도 여러대나 되였다.

명도는 긴장감을 늦추지 않고 의자에 앉으면서 속으로 감탄했다.

(허, 그러고보니 배차사령원의 업무량도 대단한걸.)

전화를 하고난 배차사령원은 간절한 눈길로 자기를 쳐다보는 손님들에게 어리손을 치며 이렇게 말했다.

《이거 다들 차판때문에 오신것 같은데 예비는 단 한차량도 없습니다. 그러니 여러말 말구 돌아가주십시오.》

그러자 기다리던 손님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중구난방으로 떠들어댔다.

《난 한주일씩이나 기다렸는데 이제와서 그러면 어쩝니까?》

《동무, 내가 있는걸 안 주오? 그러게 좀더 기다리란 말이요.》

다른 손님이 비위살좋게 배차사령원에게 매달렸다.

《우린 말입니다. 이번에 왔던김에 수리할 차량을 달고가겠습니다. 3차량씩이나 말입니다.》

능청스러운 그 사람이 수선을 떠는 바람에 배차사령원의 말투는 달라졌다.

《거긴 어디든가요?》

《광명기계련합입니다.》

《아, 광명기계련합! 거 1년씩이나 끌던 전번차판수리는 끝났습니까?》

배차사령원의 이 비양조에 그 사람은 객적게 대꾸했다.

《이젠 거의 다 됐습니다.》

《그럼 그 차판을 끌고 오십시오. 그러면 주겠습니다.》

《아, 배차사령원동무, 이거야 너무하지 않소?》

《뭐가 너무합니까. 차판수리기일을 제대로 보장하기 전엔 절대로 안됩니다.》

다른 사람들도 배차사령원에게서 차판을 받으려고 말씨름을 했다.

그래도 그 사람들은 철도국과의 긴밀한 련계가 있는 축들이였다.

명도는 배차사령원과 이런 식으로 접촉해서는 차판을 보장받기가 코집이 글렀다는것을 깨달았다. 골치거리는 간석지건설장이 차판계약에 없는 바로 그것이였다.

말씨름을 하던 손님들이 하는수없이 돌아가자 배차사령원은 한마디 말도 없이 앉아있는 명도에게 시선을 돌렸다.

《거긴 어디서 왔습니까?》

《예, 전 평안북도간석지건설관리국에서…》

《무엇때문에요?》

배차사령원의 목소리는 처음부터 실무적이고 딱딱했다.

명도는 어안이 벙벙해졌다. 섬길부국장과 상종했다는 사람이 이렇게 나올수가 있는가?

《우리 부국장동무가 차판문제를 말했겠는데요?》

《말 한마디루 줄내길 하면 철도수송은 뭐가 되겠습니까? 내려가 기다리십시오. 이제 여유가 생기면 우리가 련락하겠습니다.》

이렇게 딱 잘라 말한 배차사령원은 의자밑에 있는 배낭을 들어 복도에 내놓았다.

《내 좀 바빠서 그러는데 그렇게 합시다.》

배차사령원은 두말도 못하게 출입문을 활짝 열어놓은채 문손잡이를 잡고 기다리는 판이였다.

《?…》

이럴수가 있는가. 이거야 너무하지 않는가. 명도의 얼굴에는 말할수 없는 수치와 모멸감이 스쳐지나갔다.

《전 처음이다보니 실정을 잘 몰랐습니다.》

그러자 배차사령원은 생뚱같이 짜증을 내며 두부모베듯 말했다.

《글쎄 안된다지 않습니까?》

절커덕! 하고 곽쇠를 채우고난 배차사령원은 인사말도 없이 제 갈대로 가버렸다.

쫓겨난 신세가 된 명도의 얼굴에는 락심의 빛이 어리였다.

이대로 돌아서야 하는가. 아니다. 온 간석지건설장이 강재를 목마르게 기다리고있지 않는가. 간석지건설의 운명을 책임진 내가 무슨 나약한 생각을 하는가. 절대로 물러설수 없다. 필요하다면 배차사령원의 집에라도 찾아가야 한다.

이렇게 생각한 그는 배낭을 추슬러지고 무거운 걸음으로 복도를 나섰다. 철도관리국청사의 접수실앞에 이른 명도는 경비원에게 이렇게 물었다.

《말좀 물읍시다. 방금 나간 배차사령원네 집이 어딥니까?》

경비원은 친절하게 그의 집을 가리켜주었다. 다행스러웠다. 점심시간이니 그는 분명 식사하러 집으로 갔을것이다.

그의 집은 철도국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자리잡고있었다. 보기에도 알뜰해보이는 집주변에는 여러 그루의 과일나무들이 자라고있어 유정한 기분을 자아냈다.

해볕이 제법 따스해지고 눈석이물이 개울로 졸졸 흐르는 소리까지 들려왔다.

새봄은 소리없이 찾아오고있었다. 그러나 명도의 마음은 무겁기만 했다. 그처럼 매정스럽고 단 한치의 여유도 없어보이는 배차사령원이 자기네 집에서라고 하여 양보할것 같지 않았기때문이였다.

이번에도 퇴짜를 맞으면 철도국 일군들이 올 때까지 려관밥을 먹으며 기다리는수밖에 없었다.

명도는 그 집앞에 이르자 주인을 찾았다.

《주인님 계십니까?》

여러번 찾아서야 《누구예요?》 하는 녀인의 챙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어 대문이 열리더니 온유하고 어질게 생긴 중년녀인이 얼굴을 내밀었다.

명도는 녀인에게 찾아온 용건을 설명했다.

《배차사령원동물 만나러 왔습니다.》

그러자 녀인은 따분한듯 혀아래소리를 했다.

《방금 점심식사를 끝냈습니다.》

《그래요? 그럼 밖에서 기다리겠습니다.》

《어디서 오신?》

《예. 평안북도간석지건설장 사람이라고 말해주십시오.》

녀인은 안으로 들어갔다.

명도는 배낭을 땅바닥에 내려놓고 팔짱을 지른채 간석지일을 궁리하기 시작했다. 이제 강재만 도착하면 당장 특대형철방틀제작에 들어가야 한다. 그에 필요한 설계는 제대로 됐겠는지? 아마 매사에 빈틈이 없는 용길기사장이 선행시켰을것이다. 특대형철방틀을 제작하는데 시간이 얼마나 걸릴가? 열흘… 보름… 아니, 그이상 시간을 끌어서는 안된다. 그러자면…

이때 주인집녀인이 나오며 말했다.

《미안합니다. 어서 들어갑시다.》

그는 녀인을 따라 마당을 거쳐 집안으로 들어섰다.

《그만큼 안된다고 했는데 집에까지 찾아다니면 어쩐다는거요?》

셈평좋게 방구석에 배낭을 벗어놓은 명도는 미안스럽게 되뇌이였다.

《미안합니다. 어떡하든 차판을 받아야 일이 풀리겠기에…》

그러나 배차사령원은 명도의 말을 듣고있는것이 아니였다. 그의 눈길은 바닥이 들여다보이게 꿰진 양말을 신고있는 명도의 발에 가있었다. 얼마나 안타까이 뛰고 또 뛰였으면 이 지경이 되였으랴 싶었다.

배차사령원은 느닷없이 부엌에 있는 안해를 불렀다.

《여보, 거 새 양말 한컬렐 좀 주오.》

《며칠전에 갈아신지 않았어요?》

《어서 내오래두.》

안방을 거쳐 웃방에 들어갔던 녀인이 새 양말 한컬레를 들고 내려왔다.

배차사령원은 양말을 명도앞에 밀어놓았다.

《하여간 양말이나 갈아신소.》

그제서야 자기의 발을 본 명도는 깜짝 놀라며 그것을 감추려고 했다.

《꿰진 양말이야 뭘합니까? 차판만 좀 풀어주십시오.》

배차사령원은 《갈아신은 다음에 봅시다.》 하고 고집을 썼다.

명도는 하는수없이 양말을 갈아신은 다음 낡은것은 바지주머니에 쑤셔넣었다.

배차사령원은 감심된 눈길로 명도를 바라보다가 이렇게 물었다.

《점심식사는 했소?》

《예.》

명도는 본의아니게 거짓말을 했다.

《아까 평북도간석지건설관리국이라 했던가요?》

《그렇습니다.》

《증명서를 좀 봅시다.》

명도는 군말없이 증명서를 꺼내여 그에게 보여주었다.

증명서를 본 배차사령원의 두눈은 금시 사발만 해졌다.

배차사령원은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나 깔개를 거두더니 서둘러 정복을 입었다. 그리고는 정중한 자세로 명도앞에 앉으며 자기를 사죄했다.

《왜 진작?… 버릇없이 군 절 용서하십시오.》

《원, 무슨 말씀을…》

명도는 자기의 신분이 밝혀진것이 오히려 부담스러웠다. 방금전의 그 스스럼없는 분위기가 얼마나 좋았는가.

배차사령원은 감동에 젖은 눈길로 명도를 바라보았다.

《배차사령원 20년에 국장동지처럼 발이 닳도록 뛰여다니는분은 처음입니다. 꼭 국장동지가 이렇게 해야 합니까?》

《간석지건설을 떠난 국장의 존재가 대체 뭡니까? 건설장일만 잘되면 그만이지요.》

배차사령원은 불뭉치를 삼킨것만 같아했다.

《차판이 긴장한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오늘중으로 당장 편성조직을 하겠습니다. 그러니 마음놓고 우리 집에서 푹 쉬십시오.》

명도는 배차사령원의 손을 열렬하게 잡아흔들며 고마움을 표시했다.

《정말 감사합니다.》

기쁨에 휩싸여있던 명도가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났다.

배차사령원은 의아한 낯빛으로 그에게 물었다.

《아니, 왜 그러십니까?》

《강재를 실을수 있게 련락을 하자구요.》

명도는 방안을 나서자 복도에서 신발부터 찾아신었다.

배낭을 손에 든 배차사령원이 그의 뒤를 따라섰다.

《저, 이 배낭을…》

그러자 명도는 빙그레 웃더니 활기에 넘쳐 말했다.

《사실은 우릴 도와줄 로동자들을 위해 가져왔던건데 시간이 급해서 가겠습니다. 집에서 쓰십시오.》

명도는 이렇게 이야기하며 마당에 내려섰다.

《국장동지! 국장동지!》

배차사령원이 배낭을 들고 따라나갔으나 그는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뒤미처 따라나왔던 그의 안해가 배낭을 끌러보더니 혀를 찼다.

《아이, 조개살이군요. 말린 전어도 있네.》

《여보, 이것들로 음식을 만드오. 내 아무리 바빠두 서평양화물역에 가봐야겠소.》…

이렇게 되여 간석지건설장에는 많은 량의 강재가 들어오게 되였다.

그런데 ㄴ형강은 철방틀골조로 쓸수 있었으나 회수한 철근들은 규격이 각이하여 그대로 쓰기가 힘들었다.

명도는 지체없이 이웃군 강철공장에 그것들을 보내여 전부 8~10미리메터철근으로 압연해오게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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