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8 회) 

 

8. 불씨를 찾는 두사람

 

고마는 왕륭을 찾아왔다. 왕륭이 영안성으로 떠난 그날 밤이였다.

집사는 눈이 뗑그래지였다.

이 사나이가 심마니인가?!

얼떠름해졌다. 사연을 모르니 고마가 왕륭을 찾아온것이 이상하게 여겨질수밖에 없었다.

고마도 마찬가지였다. 집사가 어떻게 자기를 알고있는지 모를 일이였다.

집사는 호기심이 적은 사람이였다. 제가 맡은 일밖에 꼬치꼬치 알려고 하지 않았고 그런체도 안했다.

다만 고마를 보며 이 사나이와 사찬 왕륭이 묘하게도 술래잡이를 한다고 우습게 생각했다.

왕륭이 심마니 고마에 대해서 정작 알아보자고 하니 고마는 달아났다. 거꾸로 고마가 왕륭을 찾아왔다. 그런데 왕륭은 영안성으로 갔다. 마치 닭쫓던 개처럼 되여버렸다. 두사람은 팽이와 같은 모양이다. 서로 같은 방향으로 돌긴 하지만 부딪쳐버리는 팽이와 같지 않는가.

《나는 다지실(영풍)샘골에 사는 고마라고 하오이다. 미륵사의 운각스님 권고로 찾아왔소이다.》

제가 오고싶어 온것이 아니고 누가 가보라고 해서 왔다는것이다.

(주제에 쓸데없는 자존심을 세운다, 이 작자가…) 하고 집사는 생각했다.

《그런데 사찬어른은 지금 없소이다. 영안성에 가셨소이다.》

집사는 버릇처럼 약간 우쭐해졌다.

《그럼 가겠다.》하고 고마는 거 마침 잘됐다 하며 벌써 걸음을 돌렸다.

집사는 바빠났다.

《가만!》 하고 집사가 소리쳤다.

《거 성미가 꽤 급하시그려. 덤비다가 물에 빠져죽은 사람이 더 많다우다. 조금 기다리시오이다. 내 곧 사찬어른께 소식을 띄울테요.》

《기다릴가?》

고마는 머뭇거렸다. 꼭 왕륭을 만나고싶은것은 아니다. 파리손 부치는게 싫었다. 다른 때라면 모르지만 지금처럼 궁한 처지에…

스승은 왕륭의 무엇을 보았을가. 한주 제일의 호족이기때문일가, 아니면 한주 도독도 어쩌지 못한다는 잘난 사찬벼슬? 꼭 이런 사람의 도움을 받아야 한단 말인가. 하여튼 기다려보자.

고마는 문안으로 들어갔다.

한편 왕륭은 영안성에서 속이 까맣게 탔다. 등주에서 이틀 늦게 떠난 배들도 들어왔다는 소리를 들으니 더했다.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가?

왕륭은 사람을 띄워 여기저기 알아보게 하였다. 바로 그때 집사의 소식이 왔다. 달가울리 없었다. 그럴 겨를이 왕륭에겐 없었다.

《기다리게 하라.》 하고 왕륭은 손을 내저었다.

그대로 고마에게 전해졌다.

《나를 하찮게 보는구나. 속이 좁은 사람이다, 생각보다는…》

고마는 왕륭이 어떤 사람인지 잘 몰랐다. 기다리라고 하는 왕륭에 대해서 벌써 마음이 없었다.

《아들때문에 속이 타는건 사실이겠지. 하지만 나라면…》하고 아직 새파란 이 사나이는 으쓱거렸다.

그러나 기다렸다. 별로 급하게 갈 일도 없었다.

며칠이 되도록 왕륭은 나타나지 않았다.

《때를 잘못 만났구나.》하며 고마는 가겠다고 다시 말했다. 그의 마음은 동쪽하슬라쪽에 달리고있었다. 신라라는 이 해묵은 잡초를 태우는 불길은 어쨌든 동쪽에서 일어날것이다라는 고집이 한시도 떠나지 않았다.

고마가 그러니 괜히 딱한건 집사였다. 두 망돌짬에 끼운 보리알 신세다.

마침 다음날 왕륭이 돌아왔다. 하지만 낯빛이 여전히 어두웠다. 아직 아들의 소식을 모른다는것이다. 아들에게 미친 사람이다. 까마귀같다, 새끼를 잃으면 저도 죽는 까마귀. 그래서 새끼에게 극성인 까마귀와 같다.

이런 사람이…

고마는 왕륭을 필부로 보았다. 아직 왕건이라는 아들은 어린데다가 고마가 직접 만나보지도 못했기때문일것이다. 설사 만나보았다고 하더라도 고마는 당장 불길이 일어난다고 여겼기때문에 눈여겨보지 못했을것이였다.

《어떻게 도와주면 되겠소?》하고 왕륭은 성의없이 물었다. 누구에게나 마지못해하는 태도가 알렸다.

고마는 코웃음쳤다.

《도와줄것이 없소이다.》하고 고마는 꼬집었다.

왕륭은 그제야 당황해났다.

《아, 안됐소.》

리해해달라, 또 도와달라고 왕륭은 말했다.

고마보다는 왕륭이 아량을 베풀어야 하였다. 적어도 도선스님을 숭배하고 그의 말을 따랐으면 말이다. 그는 운각스님과 그의 제자 심마니에 대해서 이미 알고있지 않았던가. 하지만 아들에 대한 지나친 심려로 눈앞이 흐려져있었다. 왕륭은 당장 눈앞의 리익에 전전긍긍하는 사람이 아니였으나 이번만은 실수하였다. 고마는 어쩔수 없어 그랬다고 하더라도 왕륭과 그의 아들을 크게 도와줄수 있는 첫 사람이였다. 그런 사람을 왕륭은 제 감정때문에 소홀히 대한것이다. 이렇게 보면 속이 좁다는 인상을 받은 고마의 생각이 틀리지 않았다. 적어도 지금은 그랬다.

왕륭은 고마에게 속을 터놓지 않았다. 이것이 실수였다.

고마도 왕륭에게 속을 터놓지 않았다. 첫인상이 좋지 않아서도 그랬지만 그가 찾는 영웅의 모습을 왕륭에게서 보지 못했기때문이였다.

《산삼을 캐신다지요?》

그렇다고 고마는 순순히 대답했다.

(이 사람이 산삼장사를 하는거로구나. 그러니…)

일이 참 재미있게 됐다고 생각하며 고마는 속으로 쓰겁게 웃었다. 역시 장사치다 하고 고마는 이마살을 찌프렸다.

《나를 위해 산삼을 잡아주지 않겠소? 값은 후히 드리리다.》

왕륭은 그렇게 고마를 도와주겠다고 에둘러댄것이다.

그러나 고마는 더욱 왕륭을 비웃었다.

《그러지요.》

흥정이였다.

좋다. 왕륭의 옷을 빌려 입어보자. 때가 오면 돌려주고 사례를 하면 그만이다 하고 고마는 생각했다.

하슬라로 가자. 가되 왕륭의 옷을 빌려입고 가자. 그게 알몸뚱이로 가는것보다 나을것이다.

왕륭은 고마의 속을 몰랐다. 그러나 알았다고 여겼다.

두사람은 서로 비슷한데가 있었다. 장차 나라를 뒤집어엎으려는데서도 그래, 제가 못되니 누굴 내세워서 하려는것도 그래…

하지만 조금씩 달랐다. 왕륭은 자기의 아들이요, 고마는 영웅을 찾는것이다.

왕륭은 고마의 길차비를 넉넉히 해주었다.

고마를 바래워주며 왕륭은 아차, 무언가 놓쳤구나 하는 생각이 얼핏 들었다.

그것이 무엇일가?

왕륭은 아무리 생각해도 알수 없었다.

바다건너간 아들때문에 그랬을것이다 하고 그는 자기를 위안했다.

이녀석은 대체 어떻게 됐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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