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2 회)
제 2 장
5
드디여 20만산대발파를 하는 날이 왔다.
명도가 제일 신경을 쓴것은 침수되고있는 가차도의 도갱이였다. 그는 대계도의 발파를 용길에게 맡기고 자기는 가차도에서의 발파를 맡아가지고 현지에 나와 도갱장진작업을 지휘했다.
당비서도 마음이 놓이지 않았던지 가차도에 나와 발파준비를 서둘고있는 로하간석지건설사업소 사람들의 일손을 거들어주었다.
명도는 미타한 시선으로 성민을 바라보며 이렇게 물었다.
《이 지하수만 뽑으면 일없을가?》
《글쎄 장담한다는데 그러십니다.》
《좋소. 장진을 시작합시다.》
명도의 지시가 떨어지자 그들은 물이 생기는 곳에 판자와 비닐박막을 편 다음 폭약을 장진하기 시작했다. 폭약마대들이 전투원들의 손과 손을 거쳐 도갱안으로 운반되기 시작했다.
운섭이도 그들속에 섞여 우스개소리를 해가며 폭약마대들을 받아 다음사람에게 넘겨주었다.
《해방되기 며칠전에 저 대계도 앞바다에서 물동을 잔뜩 실은 왜놈배 한척이 풍랑을 만나 수장된적이 있었소. 아마 룡암포부두에서 떠난것 같은데 보나마나 조선에서 긁어가는 보물을 잔뜩 실었댔겠지. 한데 거기에 물고기먹이감도 많았던지 서해의 명물은 다 모여든단 말이요. 도미, 조기, 광어, 가재미, 가오리, 농어 등 고급어족만 잡히는데 이거야말로 귀신이 곡할노릇이 아니겠소? 내 전마선을 타고 거기로 나갔던 대계도 장송사람들의 말을 들었소.》
여기까지 말한 운섭은 갑자기 목이 개키는지 기침을 련발했다. 로하간석지건설사람들이 운섭을 만류해나섰다.
《비서동지, 작업은 그만하시고 얘기만 하십시오.》
《야, 어서 마저 들읍시다.》
조바심이 난 꼬마의 불평이였다.
운섭이가 능청스러운 눈길로 건설자들을 바라보며 말을 계속했다.
《이거 왜들 그러나. 그때 맛본 왕농어소증이 나서 그러는데…》
《그게 정말입니까?》
《정말이 아니면. 너무 커서 장정 둘이서 목고를 했는데 꼬리가 땅에 질질 끌렸어. 잡을 땐 얼마나 혼이 났다구. 그놈이 요동을 쓰는통에 전마선이 뒤집힐번 했다니까. 그걸 토막내서 어느 식당에서 생선국을 끓였는데 가마에 기름층이 한뽐은 쭉 깔리더구만.》
한 꼬마가 마른침을 꿀꺽 삼키더니 흥미진진한 어조로 말했다.
《비서동지, 3호개고나 막고는 거기서 낚시경기를 조직하지 않겠습니까?》
그러자 전투원들은 웃음을 터뜨렸다.
어떤 축은 이렇게 핀잔했다.
《꼬마가 낚시질을 할줄 아나?》
《챠, 왜 그래요? 누가 더 많이 잡나 내기해볼가요?》
운섭은 사람들의 웃음을 누르며 너그럽게 응수했다.
《그날엔 나와 함께 겨루어보자구. 동무들, 내가 이 말을 하는것은 간특하고 악착한 왜놈들을 잊지 말라는거요. 놈들은 아직 옛꿈을 버리지 않고 칼을 갈고있소. 그러니 그놈들과 피의 결산을 하는 기세로 일해야겠소? 안해야겠소?》
《일해야 합니다!》
전투원들이 일시에 소리치는 웨침이였다.
운섭은 그들에게 미더운 눈길을 보내며 폭약마대운반을 계속했다.
명도는 통속성이 있는 운섭의 화선식선동을 들으며 군중속에 뿌리를 내린 그를 존경심이 어린 눈길로 바라보았다. 명도를 국장으로 키워준것은 운섭이나 다름이 없었다.
그러나 그는 국장앞에 자기가 나서는 일이 절대로 없었다. 운섭은 언제나 앞자리를 명도에게 양보하고는 그를 말없이 도와주는것을 당일군의 도리로, 생리로 삼아왔다. 오늘도 그는 국장이 침수되는 가차도도갱을 붙안고 씨름을 하는것이 우려되여 현지로 나온것이다.
도갱에 갑자기 이런 전달이 왔다.
《운반을 중지하고 모두 갱밖으로 빠질것!》
전투원들은 의문을 안고 허리를 굽힌채 도갱밖으로 빠져나왔다.
도갱밖에는 먼저 나온 명도와 성민이가 서있었다.
운섭은 그들에게 다우쳐물었다.
《무슨 일이요?》
성민이 침울한 기색으로 대꾸했다.
《소형뽐프에서 물이 나오지 않습니다.》
사실이 그렇다면 이때까지 운반해넣은 폭약을 다시 끌어내야 했다.
만일 그렇지 않다가는 도갱이 침수될 위험이 있었기때문이였다.
착잡한 생각을 굴리고있던 성민이가 머리를 버쩍 들었다.
《제가…》
명도도 그를 따라나서며 비상한 의미를 안고 단호하게 말했다.
《함께 들어가기요.》
명도와 성민은 전지불을 비치며 도갱안으로 다시 들어갔다. 도갱안에서는 폭약냄새가 코를 찔렀고 폭약마대들이 만장진되다보니 몸 하나를 빼기도 힘들었다.
명도는 지금 비닐관을 늘인 도갱벽을 비쳐보며 앞서걷고있었다. 그의 뒤를 바싹 따르던 성민이 갑자기 소리쳤다.
《국장동지, 이게 뭡니까?》
《?…》
그 사이에 성민은 날쌔게 앞자리를 차지하고나서 이렇게 말했다.
《이런데선 제가 나을겁니다.》
《에끼, 이 사람.》
성민의 엉큼한 수에 속은 명도가 그의 잔등을 철썩 때렸다. 이윽하여 그들은 곁굴막장에 이르렀다. 전지불로 비쳐보니 폭약마대가 비닐관을 짓누르고있었다. 성민이가 뚝심을 쓰며 비닐관을 짓누른 폭약마대들을 명도에게 넘겨주었다. 명도는 그것을 받아 폭약마대우에 덧쌓았다.
(침수되기 전에 퇴치해야 할텐데…)
이렇게 생각하는 명도의 마음은 더없이 초조하고 착잡했다.
대계도도갱에서도 지금 도갱폭약장진이 한창일것이다. 동시에 하자던 20만산대발파가 아무래도 가차도쪽에서는 늦어질것 같았다.
이때 전조등을 비치며 누군가 도갱안으로 들어왔다. 봄향이였다. 아마도 도갱안의 일이 걱정되여 들어온 모양이였다. 명도는 무등 반가와하며 그에게 소리쳤다.
《봄향동무, 빨리 나가서 뽐프스위치나 넣소.》
《알았습니다.》
봄향은 다시 도갱밖으로 나갔다. 이윽하여 도갱에서는 물이 빠지기 시작했다.
《물이 빠집니다.》
얼굴의 땀을 훔치며 기쁨에 넘쳐 성민이 소리쳤다. 명도도 한시름 놓으며 감시인원을 붙여야겠다고 이르고나서 함께 갱밖으로 나왔다.
또다시 가차도도갱에서는 폭약이 장진되기 시작했다. 간난신고를 겪으며 폭약장진을 계속하고있을 때 명도의 허리춤에 찬 손전화기에 신호가 왔다. 명도는 상대방의 호출신호에 응답했다. 용길에게서 온것이였다.
《방금 도갱장진이 끝났는데 거긴 어떻습니까?》
《장진중이요.》
《기다리랍니까?》
명도가 손목시계를 들여다보니 정확히 11시였다. 대계도에서 먼저 발파를 해야 이곳 건설자들에게 힘이 될것 같았다.
《먼저 발파하시오.》
《알았습니다!》
운섭이 명도에게로 다가와 근심어린 어조로 물었다.
《일없겠소?》
《걱정마십시오.》
성민이 장담해나섰다.
백설이 뒤덮인 대계도쪽에서는 여전히 차거운 해풍이 불어와 날씨는 맵고도 랭혹한감을 주었다. 그러나 그 누구도 추위를 느끼는 사람은 없었다. 손전화기에서 다시 신호가 왔다. 거기에서 용길이의 목소리가 울려나왔다.
《국장동지, 시작하겠습니다!》
《그렇게 하오.》
이제는 가차도도갱에서도 폭약장진이 거의 끝나가고있었다.
《뽐프가 또 멎었습니다.》
성민의 이 말에 모두의 눈이 굳어졌다.
아닌게아니라 물이 콸콸 쏟아지던 비닐관에서 물이 나오지 않았다.
명도는 그만 눈앞이 캄캄해졌다. 종시 실패란 말인가? 그는 난감해지는 생각을 거두며 성민에게 지시했다.
《빨리 원인을 알아보오.》
이때 도갱에서 한 청년이 뛰여나와 소리쳤다.
《침수된 물이 죄다 빠지고 비닐관에 공기가 찼습니다.》
순간 번개치는듯 한 생각에 명도는 몸을 떨었다.
(이 기회를 놓쳐서는 안된다!)
명도는 초조한 낯빛을 하고있는 성민에게 소리쳤다.
《발파준비!》
《발파준비! 전체 성원들은 빨리 2키로메터밖으로 피신하시오. 소형뽐프도 해체할것!》
그의 구령에 따라 발파수들이 도화선과 뢰관을 가지고 달려왔다. 거기에서 은별이를 발견한 명도는 두눈을 슴벅이며 그를 격려했다.
소형뽐프가 해체되고 발파수들이 도갱안으로 달려들어갔다. 로하간석지건설사업소 사람들은 공구들과 굴진설비들을 자동차에 싣고 철수하기 시작했다.
이 순간 대계도쪽에서 누런 먼지구름이 하늘로 치솟아오르더니 《꽝, 꽈르릉!》 하는 폭음이 들려왔다. 철수하던 로하간석지건설사업소 건설자들은 부러운듯 목을 빼들고 그쪽을 바라보았다.
《쟈, 저 친구들이 선코를 떼는데…》
《젠장, 침수만 없었어도 동시발파는 먹어놓은 떡인데…》
명도도 대계도쪽을 바라보며 기쁨을 금치 못하는데 무선전화기에서 다시 신호가 왔다. 거기에서 흥분에 열뜬 용길이의 목소리가 울려나왔다.
《국장동지, 완전성공입니다!》
《수고했소, 뒤수습을 잘하시오.》
《알았습니다!》
성민이가 전화를 끝낸 명도에게로 다가왔다.
《국장동지, 당비서동지와 함께 철수하십시오.》
명도는 그곳을 떠나면서 걱정을 놓지 못했다.
《도갱이 침수된다는걸 잊지 마오.》
《알고있습니다.》
명도와 운섭은 생산지휘용차에 올라 1호방조제쪽으로 달렸다. 먼저 철수하기 시작한 로하간석지건설사업소의 화물자동차들이 언뜻언뜻 차창으로 지나갔다. 조급한 마음을 눅잦히지 못하던 명도가 운전사에게 일렀다.
《차를 멈추오.》
《안전계선까지는 좀더 가야 하오.》
운섭이가 명도의 한손을 꽉 잡아쥐며 두눈을 겁썩했다. 너무 성급하게 독촉하지 말라는 뜻이였다.
명도와 운섭은 안전계선에서 차에서 내렸다.
어느새 알았는지 발파소식을 들은 간석지 녀자들과 아이들까지 떨쳐나와 제방에 하얗게 붙었다.
운섭의 안해 영녀가 명도에게 인사를 했다.
봄향이와 함께 나와섰던 도흥이가 명도에게 말을 건늬였다.
《내 철도국에 알아봤는데 인차 차판을 맞물리겠다오.》
명도가 미소를 지으며 미타한듯 이렇게 말했다.
《목마른 사람이 우물을 판다구 우리가 직접 가붙어야지 세월이 없습니다.》
《일리가 있는 말이요. 참, 서평양화물역에 나갔던 섬길동무가 독감에 걸려 꼼짝 못한다오.》
명도는 목욕을 한 섬길을 화물역에 조급하게 끌어냈던것이 후회되였다.
뒤미처 성민이가 탄 차가 안전계선에 도착했다. 그는 차에서 내리자바람으로 명도에게 정황을 보고했다.
《방금 도화선에 불을 달았는데 이제 4분 있으면 신호뢰관 터지는 소리가 들릴겁니다. 또 4분후에는 기본발파소리가 들릴거구요.》
명도는 성민이와 함께 차에서 내리는 청년들속에 은별이가 보이지 않자 《은별인 어떻게 됐나?》 하고 물었다.
한 발파수가 자초지종 설명했다.
《지명받은 발파수와 함께 떨어졌습니다.》
그러자 운섭이가 화를 내며 그를 추궁했다.
《바지입은 녀석들이 거기다 녀자를 떨궈?》
발파수가 운섭이에게 이야기했다.
《고집이 보통이 아닙니다. 자기는 녀자가 아니랍니다.》
《녀자가 아니면 뭐요?》
《처녀라는겁니다. 처녀란 곧 청년이기때문에 자기는 청춘의 심장이 가리키는대로 행동한다는겁니다.》
《거참 그럴듯한 삼단론법이군, 청춘의 심장이라!》
명도는 그 말을 들으며 저도 모르게 빙그레 웃음을 지었다. 아버지의 사랑을 독차지해온 막냉이였지만 건설장에 나와선 억센 청년의 기질을 갖추며 힘든 일에만 투신하려 애쓰는것이 아닌가.
녀장부로 자라는 딸을 보는것 같아 흐뭇한 심정을 어쩔수 없었다.
사람들은 연신 손목시계를 들여다보며 초조하게 예비발파가 진행되기를 고대하고있었다.
누구보다도 명도의 가슴은 긴장감으로 옥죄여들었다.
(발파가 제대로 돼야 하겠는데…)
이렇게 생각하며 그는 멀리 바라보이는 도갱아구리에 시선을 집중했다.
보안원이 명도의 곁으로 다가서며 이렇게 물었다.
《도갱이 침수된다지요?》
명도는 말없이 머리를 끄덕이며 한숨을 지었다.
을씨년스럽던 날씨가 개이기 시작했다. 하늘이 열리며 해빛이 밝게 비쳤다. 바다수면에서는 해빛을 받은 파도가 정답게 출렁이고있었다.
이윽하여 가차도도갱쪽에서 신호뢰관 터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쾅!》
《신호뢰관이 터지는 소리다!》
사람들은 누구나 다 기뻐하며 환성을 올렸다.
성민이가 누구에게라없이 소리쳤다.
《이제 4분만 있으면 기본발파가 진행됩니다.》
사람들은 모두 손목시계를 들여다보았다.
정확히 12시 56분이였다. 그러니 13시정각에는 20만산대발파가 진행된다는것을 의미했다. 한초 또 한초 긴장한 순간이 지나갔다.
명도는 가슴을 조이며 말썽많던 발파가 무사히 진행되기를 바라고있었다.
정각 13시! 그러나 폭음은 울리지 않았다.
명도의 이마에서는 저도 모르게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실패구나. 그러니 종시 말썽인가? 침수? 아니다, 그럴수 없다.)
운섭이 참다못해 성민에게 따져물었다.
《부기사장동무, 정확히 불은 달았소?》
《신호뢰관이 터지지 않았습니까?》
보안소장이 운섭에게 다가서며 자기의 견해를 이야기했다.
《혹시 도화선이 젖은게 아닐가요?》
《둘씩이나 늘인 도화선이 다 젖었겠소?》
사람들의 의견은 분분했다.
성민은 급변한 정황속에서 자기의 책임을 느끼는것 같았다. 어쨌든 불을 단것은 자기가 아닌가. 그는 발파수에게 물었다.
《어디가 사달일가?》
《점화뢰관이 미타합니다. 성능이 좋기는 하지만 보관기일이 6개월 지난만큼…》
그러자 성민의 두눈은 사발만큼 커졌다.
《그걸 왜 인제야 말하오?》
발파수는 얼굴을 붉히며 대답했다.
《대계도에 나간것두 그 뢰관입니다.》
《그것도 말이라고 하오?》
사태는 엄중했다. 이제 일을 바로잡자면 막아놓은 도갱을 터치고 뢰관들을 다시 설치해야 했다.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누군가 목숨을 내대고 도갱앞계선에 뛰여들어야 했다.
누가 가야 하는가? 성민이가 명도앞에 나섰다.
《아무래두 제가…》
그러자 발파수가 명도앞으로 한걸음 나섰다.
《아닙니다. 제가 가겠습니다.》
명도는 뜨거운 눈길로 그들을 바라보다가 《고맙소, 동무들!》 하고 말했다.
이때 《안돼! 30분전에는 누구도 도갱에 접근할수 없어!》 하는 운섭의 날카로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는 성민의 앞으로 나서며 준절한 어조로 책망했다.
《아무리 발파가 중해두 동무들의 목숨과는 바꾸지 못해!》
당비서가 막아나서는 바람에 성민이와 발파수들은 그 자리에 굳어졌다.
여기에 인간의 운명을 책임진 당일군의 진심이 있었다.
명도는 곧 자기의 실책을 깨달았다. 20만산대발파를 보장해야 한다는 생각에만 포로되다보니 저도 모르게 그런 오유를 범한것이다. 있을수 있는 정황을 간파 못한 지휘관이 일을 하면 얼마나 잘하겠는가. 자기의 잘못을 두고 자책에 잠겨있던 명도는 성민이가 잡아흔드는 바람에 정신을 차렸다.
《국장동지, 저기 도갱앞으로 누가 달려갑니다.》
아닌게아니라 웬 사람이 총알같이 도갱앞으로 달려들어가고있었다.
보안소장이 보다못해 안타깝게 소리질렀다.
《저러다 폭약에 불이 달리면 어쩌자구.》
운섭은 불길한 예감이 비낀 눈길로 명도를 바라보았다. 명도는 그 눈길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너무나도 잘 알고있었다. 그것은 위험에 처한 자식을 걱정하는 어머니와 같은 그런 눈빛이였다.
도흥이 도갱입구를 바라보다말고 성민에게 물었다.
《저게 누구요?》
성민을 대신하여 발파수가 대답했다.
《로하건설의 그 제대군인처녀입니다.》
《발파수란 말이요?》
《저… 발파수는 아니지만 우리 못지 않게 발파기능이 높습니다.》
그러자 도흥이의 입에서는 개탄하는 목소리가 터졌다.
《한심하오, 가장 중시해야 할 발파작업에 처녀가 끼여들다니.》
명도는 첫눈에 그가 은별이라는것을 알아차렸지만 도흥의 이 빈정거리는 소리가 거슬리게 들렸다. 하지만 자기도 딸의 신상이 걱정되는것을 어쩔수 없었다.
이때 사람들이 《나타났다.》 하고 소리쳤다. 불비개소를 퇴치한 모양 은별은 쏜살같이 대피소가 있는 곳으로 달려올라갔다.
사람들이 은별이를 격찬하는 목소리들이 들려왔다.
《히야, 사내대장부 찜쪄먹겠는걸.》
《착암기술도 보통이 아니래.》
이윽하여 자전거를 탄 한사람이 2호제방의 안전계선까지 달려왔다. 폭약창고장이였다.
명도앞으로 달려온 그는 불발원인을 설명했다.
《사달은 점화뢰관에서 일어났습니다. 그걸 저 은별동무가 간파하고 제꺽…》
보안서장이 결이 나서 성민이를 추궁했다.
《부기사장동무, 처녀에게 누가 발파일을 시켰소?》
《처녀에게 그 일을 시킨건 누구도 없습니다. 그는 심장이 가리키는대로 행동한다는 처녑니다.》
성민이 거침없이 대꾸했다.
그 말에 웃는 사람까지 있었다.
도흥이가 목소리를 높이며 짜증을 냈다.
《이게 웃을 일이요? 이번 발파뒤끝에 사고심의를 해야겠소.》
도흥이의 이 말에 흥그럽던 분위기가 단번에 식어버렸다.
한켠에서 이 광경을 지켜보고있던 봄향은 아버지를 원망스럽게 바라보았다. 아버진 너무해, 대계도사람들의 열의에 찬물을 끼얹고있어.…
잠시후 둔중한 점화뢰관 터지는 소리가 들렸다. 또다시 4분후에는 장엄한 20만산대발파가 진행되였다.
《만세!》
사람들은 붉은기를 흔들며 서로가 부둥켜안고 돌아갔다.
명도는 손수건을 꺼내여 자기의 눈굽을 닦았다.
(은별아, 장하다, 장해. 과시 간석지의 딸답다.)
×
다음날 관리국에서는 도흥처장의 주장대로 사고심의회의가 열리였다. 여기에는 관리국일군들과 지도국일군들, 봄향이와 보안소장 그리고 은별이와 발파수들이 참가하였다.
먼저 명도가 가차도 20만산대발파에서 나타난 엄중한 사고요소에 대하여 보고를 제기하였다. 그는 보고에서 현장일군들이 무책임하게 일하고있는데 대하여 지적하였다. 특히 부기사장 리성민은 사용기일이 6개월씩이나 지난 점화뢰관이 반출되였는데도 그 사실을 모르고있다가 사고현장에서야 안 사실과 은별이 자의대로 30분도 되기 전에 사고현장에 뛰여들어 불발된 점화뢰관을 해체함으로써 엄중한 인명피해를 낼번 한데 대하여 강조하였다.
이어 뢰관을 잘못 써서 불발사고를 초래한 리성민부기사장과 발파수들이 일어나 토론들을 했다.
그들에 대한 질문과 비판들이 진행되였다.
순서가 되자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른 은별이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는 눈물이 글썽한 시선으로 장내를 둘러보고나서 자기비판을 했다.
《군사복무의 나날 엄격한 규률과 질서를 지켜온 제가 어제 그처럼 로동안전규률을 심히 어긴것은 오직 20만산대발파를 성과적으로 보장해야 한다는 욕망에만 사로잡혔기때문입니다. 만일 저처럼 오직 제 생각만 하면서 로동안전규률을 어긴다면 간석지건설전투가 어떻게 되겠습니까? 전 어떤 처벌도 달게 받겠습니다.》
시무룩하게 앉아 은별이의 토론을 듣고있던 도흥처장이 먼저 한마디 했다.
《동문 언제 제대됐소?》
은별은 얼굴을 붉힌채 대답을 했다.
《지난해 9월초에…》
《그런데 어떻게 되여 착암작업, 심지어 발파일에까지 뛰여드오?》
《원래 제가 그런 일을 시켜달라고 자원했댔습니다.》
《자원했다? 바로 거기에 문제가 있단 말이요. 녀성들이 착암작업이나 발파수 같은 위험한 일을 할수 없다는거야 국가규정이 아닌가. 지금이 어느때요. 모두가 자기 맡은 초소에서 일을 더 잘, 지체없이 하자고 뛰는 때가 아닌가. 그런데 이렇게 무질서해서야 어떻게 3호개고를 막겠는가 말이요.》
도흥이 문제를 세우며 기염을 토하는 바람에 사고심의회의장안은 금시 얼음물을 퍼부은듯 싸늘해졌다.
보안소장이 은별에게 따지고들었다.
《동무에게 착암작업이며 발파수일에 관계하도록 한게 누구요?》
그러자 구석에 앉아있던 로하간석지건설사업소 지배인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착암원리를 잘 알기에 착암수들을 도와주라고 제가 말했습니다.》
보안소장은 코웃음을 치며 그를 비판했다.
《처벌을 받아야 할건 동무구만. 동무에겐 로동안전규정도 안중에 없소?》
회의흐름에 불만을 품고있던 용길이 참다못해 자리에서 일어났다.
《물론 은별동무가 위험한 도갱입구에 뛰여든것은 규정위반입니다. 그렇지만 그 정황에서는 누구든 나서는 사람이 있어야 했습니다.》
도흥이 용길의 주장을 반박했다.
《기사장동무, 그렇다고 하여 규정을 흥정할수야 없지. 그렇지 않소?》
《전 로동안전규정을 무시하자는게 아니라 오늘의 회의가 희생성을 발휘한 동무를 무조건 타매하는 방향으로 흘러서는 안된다는 립장입니다.》
회의장엔 잠시 침묵이 흘렀다.
명도는 더우기 할 소리가 없었다. 립장이 딱할뿐이였다. 한편으로는 딸이 대견스러웠다.
이때 당비서인 운섭이 그를 더 큰 곤경에 몰아넣었다.
《말이 난김에 툭 털어놓겠소. 저 채은별동무는 사실 우리 국장동무의 막내딸입니다!》 하고 운섭이 말하자 장내는 술렁거렸다.
운섭은 말을 이었다.
《은별동무는 군사복무를 마치고와서 스스로 여기 로하간석지건설사업소에 제대배낭을 풀었습니다. 그리고 아버지가 국장이라는것을 숨기고 일했습니다. 왜 그랬겠습니까. 자식가진 일군들은 모두 깊이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 은별동무가 다른 처녀들처럼 곱게 치장을 하고 네거리를 활보할줄 몰라서 착암기를 잡겠다고까지 했겠습니까. 또 그처럼 위험한 도갱에 육탄이 되여 뛰여들었겠는가 말입니다. 과연 이런 동무에게 처벌을 주어야 하겠는가. 나는 이 문제를 고려하자는 의견입니다.》
도흥은 너무나도 뜻밖의 사실앞에 아연해져서 명도를 바라보았다. 그의 얼굴에는 저 사람은 과연 어떤 인간인가. 어떻게 되여 사지판에 자기의 딸을 내세운단 말인가 하는 놀라움의 표정이 그대로 어려있었다.
보안소장도 멋적은듯 두손을 모두어쥔채 그 자리에 굳어져있었다.
방안에는 무거운 침묵이 흐르고있었다.
명도는 자기가 말할 때가 왔다는것을 깨달았다. 무거운 마음으로 자리에서 일어난 그는 갈린 음성으로 띠염띠염 말하기 시작했다.
《간석지건설장에는 국장을 위한 규정과 로동자들을 위한 규정이 따로 있을수 없습니다.
나는 로동안전규정을 위반한 발파수동무와 채은별에게 무보수로동 3개월을 적용하며 목장관리공으로 보내자는것을 제기합니다.
또한 무규률적으로 놀아난 이 동무들의 행동을 조장시켜왔다고도 볼수 있는 용길기사장동무도 자중할것을 경고합니다.》
의견을 가지고 자리에서 일어나려는 그 누군가를 만류한 명도는 이렇게 선포했다.
《이 제기는 최종적입니다.》
사람들은 놀라운 시선으로 명도를 바라보았다.
그러나 그 누구도 국장의 이 제안을 막아나설수 없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