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0 회)
제 2 장
3
대량투석법에 대한 미련은 명도에게 있어서 결코 처음이 아니였다. 그는 이미 두차례나 대량투석법을 적용하였으나 결과가 시원치 않았다. 그러나 왜서인지 3호개고는 반드시 대량투석법으로 막아야 한다는 생각이 지꿎게 그를 괴롭혔다. 그가 처음 손을 댄것은 2년전에 진행한 특대형돌자루공법이였다. 첫 대량투석법인것만큼 사람들의 이목은 이 공법도입에로 쏠리고있었다. 3호개고 량쪽에는 팔의 길이만도 수십메터가 실히 되는 팔기중기들이 설치되고 굵은 철근으로 아구리를 만든 쇠그물돌자루가 바다물속에까지 드러워지게 하였다. 제작자들은 쇠그물이 막돌에 의해 자기의 형태를 잃을 경우를 타산하여 설치틀안에 빈 도람통 3개씩 1조로 묶어 10조를 달아놓아 부력을 조성했었다. 그때 시험은 성민이가 지휘했다. 채석장에서 달려온 중량화물자동차들이 쇠그물아구리앞에 막돌을 쏟아놓으면 불도젤과 사람들이 달라붙어 그것을 쇠그물안에 밀어넣었다. 이러는 사이에 또다시 밀물이 밀려들기 시작했다. 대계도제방바깥바다수면과 안쪽수면사이의 차이가 4메터나 되다보니 밀려드는 파도는 제방밑을 에돌면서 사나운 혀바닥을 날름거렸다.
한초 또 한초… 쇠그물안에는 막돌들이 계속 올리차고있었다. 어떻게 될것인가? 쇠그물돌자루를 붙잡고있던 팔기중기의 쇠바줄들이 무거운 중량에 못이겨 아츠러운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3호개고를 통과하는 무서운 파도가 연신 돌을 채운 쇠그물을 들이쳤다. 명도는 그때 쩝쩔한 바다물이 자기의 얼굴을 때리며 입안으로 흘러드는것도 감촉하지 못했다. 팔기중기의 쇠바줄은 극한점에서 팽팽하게 당겨진채 소리도 못 지르고 그대로 정지되여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한순간, 돌을 채운 쇠그물이 기승을 부리는 파도의 류속에 휘말려들며 드디여 꼬이기 시작했다. 순간 기중기의 팔이 부러져나가며 쇠그물돌자루는 기승을 부리는 바다물속에 풍덩 빠지고말았다.
《아, 실패구나!》
가슴을 쾅쾅 치며 울분을 토하던 성민의 고함소리가 아직도 명도의 귀전에 쟁쟁했다.
두번째로 적용한 큰돌묶음식공법은 쇠그물돌자루를 250키로그람의 철근이 들던것을 훨씬 줄인 대담하고 합리적인 방안이였다.
이 공법의 창안자는 다름아닌 명도였다.
고난의 행군의 여파로 나라가 허리를 펴지 못하고있던 때이다보니 철근사정이 무엇보다도 긴장하였다.
전투현장에 내려가 건설자들과 의논을 거듭하던 명도는 큰돌들에 착암구멍을 내고 거기에 참나무나 물푸레나무쐐기를 박은 다음 쇠고리들을 달기만 하면 적은 철근을 가지고서도 대량투석에 성공할수 있다는 착상을 하게 되였다. 그리고 큰돌묶음식공법도입에서 성공률을 높이기 위하여 자동부림배를 리용하기로 하였다.
이렇게 되여 대계도의 270만산하선장에서는 전례가 없는 큰돌착암경기가 조직되였다. 각 사업소들에서 선발된 착암수들은 같은 시간에 더 많은 착암구멍을 내기 위해 착암기들을 잡고나섰다. 큰돌의 암반을 때리는 정알소리와 함께 뽀얀 돌가루가 구름처럼 피여오르고 착암기를 후원하는 이동식압축기들의 동음이 대계도를 들었다놓았다.
착암수들이 철수한 뒤 각 사업소의 전투원들이 달라붙어 참나무와 물푸레나무쐐기들을 착암구멍에 박아넣었다. 그런 다음 그들은 그 나무쐐기들에 물을 붓고 거기에 쇠고리까지 박아넣었다. 270만산하선장에서는 자동부림배에 먼저 잔돌을 실은 다음 그우에 쇠고리들이 달린 큰돌들을 놓고 철근으로 단단히 결박하였다. 밀물때가 되자 자동부림배들은 3호개고에로 진출하여 투석작업을 진행하였다. 큰돌묶음식공법은 성공하기는 하였으나 간석지건설자들에게 만족감을 주지 못했다. 철근이 적게 든 반면에 투석량이 적고 품이 적지 않게 든것이 결함이였던것이다. 또한 물때를 맞추어야 하는 자연의 구속이 간석지건설자들에게 머리를 젓게 한것이다.
명도는 이미 진행한 특대형돌자루공법과 큰돌묶음식공법의 경험을 참작하여 특대형철방틀공법에 매달리는 길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인차 온다고 하던 섬길에게서는 소식이 없었다. 명도의 가슴은 바질바질 타다못해 재가 되는듯 했다.
(그가 무엇때문에 이렇게 늦을가?)
마음의 안정을 잃은 그는 자기 사무실에 들어가 당비서의 행처를 전화로 물었다.
《지금 당비서동지가 어디 있소?》
교환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방금전에 도당에서 전화가 왔댔는데 곧 도착하신답니다.》
명도는 사무실에서 내려와 청사앞도로로 발걸음을 다그쳤다. 마침 승용차가 그앞에 와멎더니 당비서가 차에서 내렸다. 침울한 명도의 얼굴에서 모든 사연을 읽은듯 운섭은 흔연히 이렇게 제의했다.
《국장동무, 우리 관리국기동예술선동대원들의 예술소품을 봅시다.》
대량투석법때문에 골치를 앓고있는 명도에게는 뜻밖의 제안이기도 했다. 지금과 같이 불같은 때에 언제 한가하게 노래나 들을 짬이 있는가. 하지만 로숙하고 관록이 있는 당비서의 제의다보니 거절할수도 없었다. 명도는 묵묵히 당비서를 따라 회관안으로 들어섰다.
당비서를 기다리고있던 남녀기동예술선동대원들이 손풍금반주에 맞추어 혼성중창을 불렀다.
생활의 시작도 끝없는 행복도
조국의 그 품이 안겨주었네
이내 삶을 빛내준 그 사랑 못 잊어
한생을 참답게 살아가리
피 끓는 열정도 깨끗한 량심도
조국의 품에서 받아안았네
이내 몸이 그대로 제방이 된대도
한생의 보람을 예서 찾으리
내 가는 앞길에 파도가 세차도
마음의 성새는 허물지 못하리
후대들의 물음에 부끄럼없이
조국을 받드는 초석이 되리
손장단까지 치며 기동예술선동대원들의 노래를 인내성있게 듣고있던 운섭이가 이렇게 강조했다.
《노래에서 바다냄새, 감탕냄새가 안 나오. 동무들의 노래는 중앙예술단체를 그대로 모방했단 말이요.》
명도의 기분이 한참 가라앉았다는것을 눈치챈 운섭은 자기의 궁금했던것을 이렇게 터놓았다.
《발파준비는 다됐다지요?》
《예, 그런데 강재때문에 철방틀제작이 늦어집니다.》
명도의 걱정어린 대답이였다.
운섭이 한동안 생각을 더듬다가 물었다.
《그럼 발파는요?》
《래일 오전 11시에 무조건 해야 합니다. 그리고 아무래두 섬길동무에게 갔다와야겠습니다.》
근심어린 눈길로 명도를 바라보던 운섭은 걱정부터 앞세웠다.
《이 밤중으로 평양에 다녀올수 있을가?》
《비서동지에 비하면 전 아직 청춘인걸요.》
운섭은 머리를 끄덕이며 지나가는 소리처럼 한마디 했다.
《우리 기사장이 봄향동무와 눈이 맞은것 같지 않소?》
명도는 전혀 뜻밖이라는듯 운섭을 놀랍게 바라보았다.
《글쎄요.…》
《국장동무가 나서야 성사될것 같은데…》
《에, 제 코도 못 씻는 처지에 소개자가 다 뭡니까?》
명도는 3호개고때문에 골치를 앓고있는 지금의 형편에서는 상상도 못할 일이라는듯 두손을 내저었다. 그러나 운섭은 순순히 물러설 잡도리가 아니였다.
《글쎄 국장동무가 제격이라니까.》
《제가요?》
《국장동무야 기사장동무의 친삼촌이나 같은데다가 봄향동무도 제일 따르지 않소.》
운섭의 능청스러운 이 말에 명도는 소리를 내여 웃음을 터뜨렸다.
《그 수엔 꼼짝 못하겠다니까요. 까짓거, 한번 밀어봅시다.》
무대에서 초조하게 의견을 기다리고있는 기동예술선동대원들에게 량해를 구하듯 한손을 들어보인 운섭은 명도를 따라나섰다.
명도는 웬일인가 하여 그를 바라보았다.
운섭은 차안에 들어가앉는 명도에게 간절히 부탁했다.
《국장동무, 먼길인데 조심하오.》
그 말에 명도의 두눈은 쩌릿해왔다.
《날이 찬데 어서 들어가십시오.》
운섭이가 운전사에게 이야기했다.
《운전사동무, 국장동무의 침식문젠…》
《알겠습니다.》
운섭은 어둠속으로 사라지는 승용차를 바라보며 오래도록 서있었다.
달리는 차안에서 명도는 생각에 잠겼다.
기사장의 소개자가 되라던 운섭이의 말이 귀전에 쟁쟁했다. 건설실무에 빠져 그들의 사이를 눈치채지 못한 자신이 후회되기도 했다. 봄향, 이름그대로 아름답고 강인하며 대바른 처녀다. 그런데 자기 보기엔 어쩐지 그들의 사이가 그닥 가깝지 못한듯 했다. 가뜩이나 간석지건설장의 일이 잘 진척되지 않고있는 때에 사람들의 문제에까지 신경을 쓰자니 그의 시름은 더 컸다.
명도가 평양에 도착한것은 하루해가 다 기울어갈무렵이였다. 그는 섬길이 거처를 정하고있는 보통강구역의 어느 한 다층살림집구역으로 승용차를 달리게 했다. 이해따라 대소한의 추위가 길게 끌다보니 날씨는 더없이 맵짰다.
명도는 운전사에게 기다리라고 당부하고 차에서 내렸다. 섬길의 형네집이 있는 16층까지 승강기를 타고 올라가기로 작정하였는데 승강기정비중이여서 더 기다릴것없이 그는 계단을 밟고오르기 시작했다.
(이 사람이 대체 무엇을 하길래 기별도 없이…)
생각할수록 그에 대한 울화가 걷잡을수없이 치밀어올랐다.…
섬길의 형은 안해와 함께 재외대표부에 나가있고 어머니가 대학에 다니는 손녀와 살다보니 의례히 섬길은 평양에 오면 형의 집에 와서 묵군 하였다. 밖은 령하 15도씨를 오르내리는 혹한의 계절이였지만 집안은 봄날같이 안온했다.
섬길의 어머니는 칠순을 바라보는 늙은이였다. 그는 간석지에 나가있는 섬길이가 제일 고생을 한다면서 그가 평양에 올라오기만 하면 환대를 하며 왼심을 썼다.
그러나 이번 섬길의 평양출장길은 여느때와 달랐다. 건설장의 낡은 강재들을 모아들인다면서 줄창 시퍼렇게 얼어가지고 서평양화물역이며 ㅍ철도국으로 동분서주하고있었다. 방금전에도 서평양화물역에 나가 강재들을 하차하고 들어섰는데 보기에도 처참했다. 섬길의 어머니는 큰 변이나 난것처럼 들썩했다.
《에이구나, 또 꽁꽁 얼었구나. 어서 목욕을 하고 속을 좀 덥혀라. 내 목욕물도 덥혀놓았다.》
어머니는 무작정 섬길을 독촉하여 목욕을 하게 하고는 맥주를 마실수 있게 준비하느라 서둘렀다. 한참만에 섬길은 몸이 거뜬한듯 수건을 목에 걸치고 나왔다. 아직도 그의 얼굴에서는 뜬김이 문문 오르고있었다.
《얘야, 어제 사온 맥주가 있다.》
《거 마침이군요.》
섬길은 기분좋게 식탁에 나앉았다. 어머니는 고뿌에다 맥주를 부어주며 걱정스레 물었다.
《네 고생이 말이 아니구나, 그 낡은 강재는 어디다 쓴다던?》
《새 공법도입에 쓸거예요. 일복을 타고났는지 걸음마다 고생줄이군요.》
《얘야, 전화라도 걸렴. 거기 사람들이 눈이 빠지게 기다리겠는데…》
《전활 해야 실적이 없다고 욕벌이나 하겠는데요.》
어머니가 섬길에게 세면수건을 내주며 걱정을 했다.
《머리를 잘 닦거라, 그러다 감기들라.》
《맥주나 마시고 보자요.》
섬길은 단숨에 쭉 냈다.
이때 주인을 찾는 신호종소리가 울렸다.
섬길의 어머니가 전실로 나갔다.
문앞에는 명도가 서있었다.
《안녕하십니까? 관리국장 채명도입니다.》
섬길의 어머니는 반색을 하며 면식이 있다는듯 한손을 내저었다.
《에구나, 언젠가 한번 오셨던… 그러지 않아 간석지때문에 걱정하던 참이라우.… 어서 들어오슈.》
명도는 그를 따라 전실로 들어섰다.
뜻밖에도 명도가 나타나는 바람에 맥주를 마시던 섬길이의 온몸은 돌미륵처럼 굳어졌다. 제길, 하필이면 이런 때 나타날건 뭐람. 당황한 섬길이가 부산스럽게 자리에서 일어나는 바람에 맥주병들이며 맥주고뿌가 방바닥에 떨어졌다. 유리 깨여지는 소리가 날카롭게 그들의 가슴에 와 박혔다. 방금 목욕을 한데다 맥주기운까지 오르기 시작한 섬길이의 거동을 어이없이 바라보던 명도는 이마살을 찌프렸다.
이럴수가 있는가, 일군이… 이 사람의 진심과 열정을 자로 잴수만 있다면 과연 어떤 답이 나올것인가? 명도의 가슴은 답답해났다.
하얗게 성에가 불린 명도의 차림새를 바라보는 섬길의 얼굴표정은 못할짓을 하다 들킨것처럼 굳어졌다. 흥겹던 기분은 말짱 달아났다.
어색한 분위기를 가시려는듯 섬길은 입가에 웃음을 실으며 반죽좋게 한마디 했다.
《날씨도 찬데 어서 들어오십시오.》
그에게서는 꾸며진 활기와 친절이 그대로 엿보이는듯 했다.
명도는 솟구쳐오르는 울화를 애써 누르며 이렇게 물었다.
《대체 어떻게 된 일이요?》
《강재들은 서평양화물역에 내다놓았는데 차판을 주어야 어쩌지 않습니까?》
《그 사정을 왜 보고하지 않소?》
《그럴 경황이… 있습니까? 그새 철도국에만도 두번씩이나 갔댔지만 배차사령원을 만나지 못해서…》
자기를 변명하는듯 한 섬길이와 더 대척할 마음이 없는지 명도는 결심을 내렸다.
《자, 어서 서평양화물역으로 가기요.》
섬길의 어머니가 황급히 명도의 앞을 막아나섰다.
《아니 원, 이렇게 가시려우?》
《밖에서 차가 기다립니다.》
어머니는 태도를 바꾸며 옷을 입고있는 섬길이에게 세면수건을 내밀었다. 섬길은 눈치없이 그러지 말라는듯 맞갖지 않게 눈살을 찌프렸다.
명도와 섬길을 태운 승용차는 곧장 서평양쪽으로 달렸다. 서평양화물역에 도착해보니 간석지건설장에 가야 할 기중기잔해들과 철근들이 무더기로 쌓여있는것이 눈에 띄웠다.
명도의 입가에는 웃음발이 피여났다.
《대단하구만, 이번 공법시험은 문제없겠소. 이건 어디서 끌어왔소?》
《건설장들을 싹 훑었습니다. 해체하여 운반해오느라 무릎관절이 다 물러나는줄 알았습니다.》
떼운 점수를 보충하기 위해 과장과 엄살까지 덧붙이는것 같은게 듣기에 좀 거북했다. 명도의 눈앞에는 좀전의 맥주를 마시다 당황해하던 섬길이의 모습이 다시금 상기되였다. 그런 인간이 이처럼 많은 철강재를 모아왔다는것이 믿어지지 않았다. 명도의 마음속에서는 섬길이에 대한 의문감과 불만감이 소용돌이치고있었다.
국장의 눈치가 다르다는것을 느낀 섬길은 장황하게 실태를 설명했다.
《국장동지, 철도국배차사령원을 잘 아는 사람의 말을 들어보니 만만치 않겠습니다.》
처음 듣는 소리인지라 명도의 두눈은 금시 퀭해졌다.
《만만치 않다니?》
《범접하기 힘들겠다는 소리입니다.》
명도는 어처구니가 없어 웃다말고 섬길에게 이렇게 당부했다.
《차판문제는 내 알아볼테니 동문 여기서 저것들을 실을 차비나 하오.》
《국장동지, 밤도 깊었는데 형네 집에서 하루밤…》
《그랬으면 좀 좋겠소? 대발파때문에 가야 하오. 섬길동무, 량심은 행동의 거울이라는걸 잊지 마오.》
명도의 말은 낮았으나 섬길에게는 창끝으로 가슴을 찌르는것 같았다. 공교롭기란… 그는 자기의 손바닥에 온통 땀이 내돋았다는것을 알았다.
승용차는 평양을 떠나 간석지건설장으로 달리고있었다. 섬길에 대한 생각으로 명도의 마음은 진정되지 않았다.
(병이 든 사람이야. 치명적인것은 믿음이 가지 않는 점이다.)
서평양화물역의 강재는 도흥처장의 도움으로 끌어다놓았을것이다. 지금 간석지건설자들은 전투현장에서 어떻게 일하고있는가. 변변한 식사도 못하고 추위에 떨면서도 어버이수령님과 경애하는 장군님의 원대한 국토건설구상을 꽃피우려는 불타는 일념을 안고 부닥치는 애로와 난관을 과감히 뚫고나가고있지 않는가. 나이 든 박운섭당비서나 신용길기사장 그리고 리성민과 기계화지배인 김성욱, 자동부림배선장 강만조는 물론 갓 입직한 로동자들에 이르기까지 얼어드는 손가락을 입김으로 녹여가며 악전고투하고있다. 그런데 전투의 선행공정인 자재사업을 맡은 섬길의 모습은 어떤가. 머리를 저으며 명도는 쓴입을 다시였다.
(도무지 감탕내가 나지 않거던.…)
그는 섬길에게 한마디 충고도 해주지 않고 돌아선 자기가 더없이 후회되였다. 학수고대하던 강재앞에서 쌓였던 노여움과 경멸의 감정이 순간에 봄눈 녹듯 한것이다.
명도의 심중을 눈치챈듯 운전사가 투덜거렸다.
《부국장동진 정말 너무합니다. 전화야 왜 못 건답니까?》
《그래두 실적이 있지 않나.》
《그거야 도흥처장동지에게 찰딱 붙어서 얻어낸 어부지리지요.》
《됐소, 먹을게 좀 없나?》
《이거라두 드시겠습니까?》
운전사가 내미는 종이에 싼것을 펼치니 군고구마였다. 명도는 군고구마의 껍질을 벗겨 운전사에게 내밀었다.
《전 먹었습니다. 어서 드십시오.》
명도는 군고구마를 입에 베물었다. 정말 얼음같이 찼다. 그러나 그것이 입안에서 녹자 제법 맛이 괜찮았다. 명도는 천천히 그것을 먹으며 눈앞으로 지나가는 설경을 말없이 내다보았다.
대발파준비는 어떻게 되고있는지 그리고 도갱건설은 어떻게 마무리 되였는지, 그게 걱정스러웠다.
명도의 눈치를 살피던 운전사가 한마디 했다.
《국장동지!》
《왜?》
《집일에 좀 관심하십시오. 아주머니고생이 말이 아닙니다. 한겨울에 조개잡이가 뭡니까?》
명도는 말을 못했다. 운전사의 입에까지 오른것을 보면 안해에 대해 뒤말이 있는게 분명했다.
말이 없는 국장의 괴로와하는 심중을 눈치챈 운전사는 운전대를 더욱 억세게 틀어잡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