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8 회)

제 2 장

1

 

《철수동무, 생각해봐요. 지금처럼 새 굴착기를 맡아 호강할바에야 왜 여기로 왔어요?》

이것은 은별이가 자기를 찾아온 굴착기운전공 강철수에게 한 지청구였다.

그들은 지금 휘영청 보름달이 밝은빛을 뿌리는 바다기슭에 앉아있었다. 파도소리가 아름다운 백설천지를 뒤흔들며 노래선률처럼 들려오고 달빛이 파도에 곱게 실린 유정한 밤이였다. 달빛이 비낀 바다의 수면은 반짝반짝 불꽃이 튕기는것 같았다. 이밤따라 불어오는 가벼운 해풍도 그들의 마음을 한껏 간지럽히는상싶었다.

은별은 철수와 류다른 인연을 맺던 석달전 일을 돌이켜보았다.

인민군대의 전연부대 고사총중대에서 복무하던 은별이가 제대명령을 받고 동림역에 도착했을 때는 하루해가 기울어가던무렵이였다. 배낭을 걸머진 은별은 몇년어간에 몰라보게 달라진 동림읍소재지를 둘러보며 역나들문을 나섰다.

즐비하게 일떠선 읍거리의 소층아빠트들, 시원하게 포장을 한 드넓은 도로, 즐겁게 이야기하며 걷는 사람들의 행복한 모습들… 짜릿한 향수와 애틋한 정회를 불러주는 아름다운 전경이였다.

이때 은별이를 찾는 소리가 등뒤에서 들려왔다.

《처녀동무, 4호방조제를 통해서 다사까지 갈수 있습니까?》

뒤를 돌아보니 체격이 좋은 한 청년이 트렁크를 손에 들고 서있었다. 키는 그리 크지 않았으나 어깨가 쩍 벌어지고 이마는 훤칠했다. 짙은 눈섭에 뭉툭한 코, 좀 클사 한 두툼한 입술, 어딘가 모르게 무던한 성격의 소유자라는것이 알렸다. 그러나 이런 인상과는 달리 치째진 눈이며 명민하게 반짝이는 눈동자는 록록치 않은감을 주었다.

《잘못 내리셨군요. 그리로 가자면 차라리 염주역이 나았을걸…》

그러자 청년은 빙그레 웃으며 자기 생각을 이야기했다.

《그런게 아니라 3호개고를 통해 다사까지 가자구.…》

은별은 놀라움을 품고 자기의 길동무가 될 그를 유심히 바라보았다. 행색으로 보아 책상물림은 아니였다. 인박힌 땀내가 풍긴다고 할지.

《나도 그리로 가려고 해요. 함께 가자요.》

《야, 이거 정말.》

그들은 동림읍을 지나 철산땅에 들어섰다. 철산읍을 앞둔 분기점에서 장송쪽으로 발길을 돌려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걷는 사이에 어느덧 장송로동자구에 이르렀다. 때는 한밤중이여서 하는수없이 수산사업소의 합숙에서 묵게 되였다.

이튿날 아침 길을 떠난 그들은 대계도의 4호제방길에 올라섰다. 대계도 270만산구역은 불도가니마냥 부글부글 끓어번지고있었다.

그 광경을 바라보던 철수가 자랑삼아 말했다.

《저길 왜 270만산구역이라 하는지 아오?》

은별이가 머리를 젓자 철수는 설명했다.

《내가 어렸을 때 어느해인가 방조제에 쓸 막돌확보를 위한 270만산대발파가 저기에서 있었소. 굉장했지. 어버이수령님의 가르치심에 따라 수천메터의 도갱이 세겹으로 뚫어지고 폭약이 렬차로 도착했는데 장진만도 옹근 3일이 걸렸다고 하오. 이렇게 하여 진행한 270만산대발파는 완전성공이였소. 그때 쓰다남은 막돌이 지금도 쓰인다던지…》

은별이도 그 내용을 아버지에게 들어서 잘 알고있었지만 내색하지 않았다.

은별은 청년의 이름이 강철수이며 아버지는 소문난 자동부림배 선장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였다.

은별은 놀랐다. 강만조선장이라면 젊은시절부터 아버지와 함께 일해온분이 아닌가.

은별은 자기들이 만난것이 우연이 아닌듯싶었다. 강철수는 수도건설장에서 다년간 자신을 단련하고 지금은 새로운 위훈을 세우려 고향인 간석지건설장으로 탄원하여온다고 자랑삼아 말했다. 그것 또한 은별의 리상과 일치하였다.

그런 의미에서 철수는 참으로 례사롭게만 생각할수 없는 청년이였다.…

은별이와 철수는 간석지건설장에서 자기들이 바라던 일터에 서게 되였다. 은별은 도갱전투대오에 서게 되였고 철수는 굴착기운전공이 된것이다.

그러나 은별은 불만스러웠다. 그에게는 철수가 새 굴착기를 맡은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물론 강만조와 각별한 사이인 김성욱지배인이 관심을 돌려주었을것이다. 그렇다고 하여 렴치도 없이 새 굴착기를 맡을건 뭔가. 조건과 환경이 좋으면야 혁신자가 못될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그래서 철수와 만나자바람으로 불만을 터쳐놓은것이다.

철수는 어쩐지 새침해보이는 은별이의 얼굴이며 솜옷을 새삼스러운 눈길로 바라보았다.

《그러니까 동문 나더러 스스로 험한 일감을 맡아나서라는거요?》

《그렇지 않구요.》

아닌게아니라 렴치없이 새 굴착기를 맡았다고 아버지의 책망을 들은바 있는 철수는 속이 께름하기도 했다. 게다가 은별이의 지청구까지 듣고보니 생각이 착잡해졌다.

《동무생각이 정 그렇다면 낡은 굴착기를 맡아보겠소.》

《내가 말한다고 해서 그럴것 있어요? 짐은 스스로 져야 무겁지 않대요.》

《그것때문만은 아니요. 참, 아버지는 무슨 일을 하시오?》

《그건 왜요?》

은별은 생글거리며 철수의 애탄 얼굴을 빤히 올려다보았다.

《우리야 남다른 사이가 아니요.》

《피, 남다른 사이라구요?》

은별은 어이가 없었던지 코웃음을 쳤다.

《우린 한날한시에 건설장에 왔구 또 꿈과 리상도 같단 말이요.》

엉터리없는 주견에 은별은 입을 싸쥐고 웃었다.

《호호, 리유가 그럴사 하군요.》

《난 3호개고공사나 끝나면 동무아버지를 찾아갈 생각이요.》

《그건 뭣때문인가요?》

《뭣때문이라니. 난 이렇게 말하겠소. 〈아버님, 저와 은별동문 꿈과 리상이 꼭 맞습니다. 그러니…〉》

은별은 철수의 토설이 어이가 없었던지 이렇게 따지고들었다.

《꿈과 리상이 꼭 맞다는건요?》

철수는 기분이 붕 떠서 자기의 속궁리를 황홀하게 펼쳐보였다.

《준마를 타고 더 빨리, 더 높이 달리자는거요. 그래야 전도문제도 멋지게 해결될거란 말이요.》

《전도문제란건?》

《그렇소, 간부양성체계를 거쳐 일군으로 되는것 말이요.》

은별은 터무니없는 생각을 하고있는 철수를 어이없이 바라보다말고 이렇게 맵짜게 쏘아붙였다.

《날개도 돋기 전에 날려는걸 보니 건설장에 뿌리를 내리긴 영 틀렸군요, 허파에 바람찬것 같이… 한생 배를 탄 아버지앞에 부끄럽지도 않아요?》

은별의 지탄은 응당한것이였다. 아버지는 한생을 묵묵히 조타를 잡고 날바다를 길들이지 않았던가. 철수는 처녀앞에 자기를 드러낸것이 수치스러웠다. 그는 서둘러 처녀의 말에 동의하는체 했다.

《옳소, 내 말이 그 말이요. 은별동무, 정말 아버지는 뭘 하시오?》

《됐어요, 뭘 꼬치꼬치 캐물어요. 특별한 일없인 다시 오지 마세요. 난 벌써 한시간나마 작업에서 밑졌단 말이예요.》

콩콩 내쏘는 은별이의 말이였으나 오히려 그것은 철수의 가슴에 애틋한 정을 불러왔다.

《은별동무, 미안하오. 왜 그런지 자꾸 동무 생각이 나서 그래.》

《피, 어떻게 하면 일을 잘할것인가, 그것부터 생각하라요. 알겠어요? 난 가겠어요.》

한손을 들어보이고난 은별은 도갱쪽으로 줄달음을 놓았다. 철수는 맹랑한 표정을 짓고 은별이 사라진쪽을 바라보았다.

그날 밤 철수는 밤늦게까지 아버지를 기다리며 잠들지 못했다.

요즈음 아버지는 자동부림배전단면투석법때문에 침식을 잊다싶이 했다. 그래서 그런지 오늘은 11시가 넘도록 집에 들어오지 않았다.

철수는 생각끝에 아버지가 일하고있는 대계도하선장에 나갈것을 결심했다. 그가 차비를 하고 집을 나서려는데 잠든줄 알았던 어머니가 잠자리에서 일어났다.

《너 어딜 가려니?》

《아버지가 들어오시지 않는걸 보니 무슨 일이 생긴것 같애요.》

《그러지 말고 래일 아침에 만나렴.…》

그러나 철수는 고집을 부리며 집을 나섰다. 굴착기문제를 락착짓기전에는 잠을 잘것 같지 않았다. 마당을 지나 대문을 열려는데 아버지의 기침소리가 들려왔다.

《아버지예요?》

《왜 자지 않냐?》

《말씀드릴게 있어서…》

《그래?》

토방에 걸터앉은 만조는 무릎이 아픈지 주먹으로 두드려댔다.

아버지와 사이를 두고 앉은 철수는 늙고 얼굴이 여윈 아버지를 측은한 눈매로 바라보았다.

그사이 아버지의 머리에 흰서리가 내렸고 얼굴에는 주름살도 늘었다. 솜옷에 얼어붙은 얼음버캐를 떼여버리고난 만조는 지나가는 소리처럼 물었다.

《무슨 일이 있었냐?》

《아버지, 아무래두 새 굴착기는 다른 동무들에게 넘기고 낡은 유압식굴착기를 맡을가 해요.》

그러자 만조는 아들의 말이 잘 믿어지지 않는지 유심히 바라보았다.

《그건 왜?》

《전 낡은 굴착기를 맡아 설비갱신도 하고 또 건설장적으로도 제일 소문난 굴착기로 만들 생각이예요.》

만조는 갑작스러운 아들의 태도가 이상한듯 미심쩍게 바라보았다.

《그건 네 생각이냐 아니면 누가 권고한거냐?》

철수는 아버지의 이 질문앞에 대답이 궁해졌다. 자기가 결심했다면 어쩐지 믿지 않을것 같았고 은별이가 권고했다면 말그대로 주대가 없어보였기때문이였다. 철수는 아버지앞에 솔직히 실토하기로 결심하였다.

《실은 함께 배치된 은별동무가 권고한겁니다.》

《은별인 대체 누구냐?》

《지금 가차도도갱건설장에서 일하고있는 동무인데…》

《처녀가 갱일을?》

《예, 남자들못지 않게 얼마나 시원시원하고 대바른지, 물론 갱밖에서 버럭처리하는 일을 하지만.》

만조는 말이 없이 호주머니에서 써레기를 꺼내더니 두툼하게 말아 피웠다. 그가 내뿜는 담배연기는 밤의 어둠속에서 순간에 흩어져버렸다. 만조는 심기가 편치 않았던지 거친 숨만 몰아쉬였다.

(오자마자 처녀부터 보다니. 아무래두 제구실을 할 녀석이 못돼. 그렇다고 다 큰 녀석앞에서 큰소리를 칠수도 없지 않는가.)

이렇게 생각하던 만조는 불만스러운 어조로 물었다.

《부모들은 대체 뭘 한다더냐?》

철수는 또다시 말문이 막히였다. 잠시 갑자르다가 생각나는대로 둘러댔다.

《아버진 2건설 로동자랍니다.》

《어머닌?》

《건 모릅니다.》

만조는 코웃음을 치며 아들에게 퉁을 놓았다.

《결심까지 바꾸는 녀석이 처녀의 부모들도 모른다.… 원, 쯧쯧. 철수야, 아무 일이나 즉흥적결심으로 되는게 아니다. 중학교를 졸업한 네가 청년조직의 추천을 받고 수도건설장으로 떠나던 일이 생각나는구나. 언제나 조직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확고한 결심을 가지고 일해야 한다. 알겠냐?》

아버지의 말에 풀이 죽은 철수는 볼이 부어 이렇게 변명했다.

《아버지도 참, 제 결심이 어떻다는거예요. 이젠 간석지땅에 발을 붙이구 아버지의 뒤를 이을 결심으로 여기로 온게 아닌가요.》

만조는 탄식조로 한숨만 내쉬였다.

《아버지, 그럼 굴착기를 바꾸는걸 반대한다는거예요?》

《아니다, 그래서 그러는게 아니다. 남이 권고했든 어쨌든 난 너의 결심을 지지한다. 자기는 힘든 몫을 맡고 남에게는 쉬운것을 맡기고, 이게 조국땅을 넓혀가는 우리 간석지사람들의 미덕이다. 알겠느냐? 그러나 명심해라, 결심이 결코 열매로 되는건 아니다. 운전공은 사계절 말그대로 굴착기의 한 부분품이 돼야 하는거다.》

만조는 이렇게 말하며 철수의 어깨에 자기의 한손을 얹었다.

 

×

 

명도는 강재를 구입하러 떠나는 섬길에게 구체적인 과업을 주고 가차도도갱건설장으로 가기 위해 승용차에 몸을 실었다.

그동안 도흥처장이 동분서주하여 강재들을 물어올수 있는 적임지들이 정해졌다. 그 적임지들을 보면 평양의 건설장들에 3개소, ㅍ철도관리국에 2개소였다. 만일 그곳에서 강재들을 끌어들인다면 대량투석법의 중요고리인 대형철방틀공법이 현실화될수 있었다.

방금 섬길에게 구체적인 과업을 주고있을 때 현장에서 용길의 전화가 왔었다.

《국장동지, 가차도도갱에서 버럭이 밀리고있습니다.》

이것은 버럭을 미처 뽑지 못하여 굴진을 못하고있다는 말이였다.

《소형광차들은 어떻게 했소?》

《굴아구리에 맞닿아 쓸수 없습니다.》

전화를 받고난 명도가 차를 타고 가차도도갱건설장으로 떠나게 된것이다.

도갱이 버럭으로 인하여 아구리가 멨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그렇다면 굴진을 중지하고 도갱을 확장하는수밖에 없었다. 이것은 20만산대발파를 제 날자에 보장할수 없다는 말이나 같았다.

(시간을 다투는 때에 버럭이 애를 먹이다니… 다른 방도는 없을가?)

갈마드는 생각속에서 명도는 출로를 찾으며 안타깝게 모대겼다.

현지에 도착해보니 용길과 성민 그리고 로하간석지건설사업소 일군들이 도갱입구에 몰켜서서 중구난방으로 떠들고있었다.

용길이 보고한 내용은 사실이였다. 굴진이 중단되다보니 굴진공들과 운반공들이 손맥을 놓고 도갱입구에서 서성거리고있었다.

명도는 성민에게 따졌다.

《도갱높이를 왜 규정대로 보장하지 않았소?》

성민은 규정대로 굴진을 진행하지 못했는지라 이렇게 변명했다.

《보장하느라고 했지만 속도에 치중하다보니…》

봄향이 명도에게로 다가와 자기의 잘못을 빌었다.

《제 책임이 큽니다. 규정대로 요구했더라면…》

《그게 어떻게 동무의 잘못이겠소, 주인이야 우린데. 기사장동무의 생각은 어떻소?》

《도갱을 확장하는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용길이나 자기나 생각은 한곬으로 흐르고있었다.

이때 은별의 챙챙한 목소리가 사람들을 놀래왔다.

《도갱확장은 더 품이 드는 일입니다. 기사장동지, 어렝이를 씁시다. 그러면 버럭은 얼마든지 뽑습니다.》

모두의 시선이 은별이에게 쏠렸다. 그 시선들은 한결같이 파악이 없는 은별의 주장을 못미더워하고있었다.

《제 말을 믿으십시오. 이건 군대에서 다 해본 일인데…》

은별은 안타깝다는듯 30미리메터환강 2대를 사람들앞에 가져다놓더니 그우에 버럭을 담은 어렝이를 놓고 밀어나갔다.

어렝이는 그야말로 얼음판에 박밀리듯 미끄러져갔다.

그러자 긴장했던 사람들의 얼굴이 삽시에 환해졌다.

《그럴듯 하구만! 될것 같소.》

성민이 은별의 어깨를 잡아 명도에게로 돌려세우며 이야기했다.

《국장동지, 이 동무가 우리 건설장의 자랑인 녀장부 채은별동무입니다.》

명도가 우정 새삼스럽다는 표정을 짓고 딸을 보자 은별은 부끄러워 얼굴을 활딱 붉혔다.

명도는 은근히 막내딸에 대한 자랑으로 하여 마음을 진정하지 못하고있다가 성민에게 소리쳤다.

《부기사장동무, 어렝이들을 준비해야겠소.》

《알겠습니다.》

그리하여 가차도의 도갱건설장에서는 어렝이로 막힌 버럭을 뽑기 위한 전투가 조직되였다. 관리국에서 달려나온 관리성원들이 운반조에 배속되였다. 또한 낡은 철선으로 어렝이를 만들기 위한 긴급조치가 취해졌다. 철판으로 만든 쓰레박까지 쓰이였다. 도갱마구리를 꽉 채웠던 버럭이 빠져나오기 시작했다. 작업능률이 나는것이 알렸다.

용길은 안도의 숨을 내쉬는 명도에게 슬며시 말했다.

《국장동지, 은별이는 건설장의 자랑입니다.》

《쉬!》

명도는 당황하여 한손가락으로 자기 입을 가리웠다.

《이제 은별이가 올겁니다.》

용길은 뜻있는 미소를 남기고 자리를 떴다.

잠시후에 은별이가 도갱입구에서부터 곧장 아버지에게로 달려왔다. 그사이 퍽 축간것이 한눈에 알렸다. 귀엽던 얼굴이 수척해진데다 눈에는 피발이 서고 입술은 조갈이 들어있었다. 그러나 눈빛만은 여전히 초롱초롱했다.

《아버지, 보고싶었어요.》

은별은 명도의 목을 꼭 껴안으며 속삭이듯 말했다.

명도는 사랑하는 딸을 품에 안고 그의 잔등을 쓰다듬어주었다. 얼마나 기특한가.

《은별아, 제대군인의 본때를 보여주어 고맙다. 정알과 정대는 받았니?》

《예, 그런데 기사장오빠가 알아차렸어요.》

《뭐라니? 친오빠나 같은 처진데.》

은별은 련민의 정이 어린 눈길로 아버지를 측은하게 바라보았다.

《아버지, 힘들지요?》

《자연을 길들이는 전투가 아니냐.》

아버지의 말을 새겨듣고있던 은별이가 자기의 생각을 토설했다.

《아버지, 어머니가 조개잡이를 하나요? 일부 사람들이 말해요, 국장의 안사람이 돈때문에 조개잡이하는것 같다구요.》

명도는 생각에 잠긴채 딸에게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안해가 조개잡이를 한다는것을 알고있었지만 무엇때문에 그런 극성인지는 캐여묻지도 않았고 또 알려고도 하지 않았다. 그가 확고하게 믿을수 있는것은 안해에 대해서 혹시 뒤소리가 돌아도 안해는 그런 리기적인 녀자가 아니라는것이였다.

《은별아, 어머닌 그렇게 사람들의 말밥에 오를 녀자가 아니다. 아버지도 아직은 모르겠지만 앞으로 두고보려무나.》

명도는 그렇게 딸을 안심시켰다. 딸에게 무엇인가 주고싶었다. 그런데 장갑밖에 없었다. 그는 작업장갑을 딸의 손에 쥐여주었다.

《너에게 줄것은 이것밖에 없구나.》

《난 아버지만 보면 돼요. 아버진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어요.》

물기어린 시선으로 아버지를 바라보며 하는 은별의 말이였다.

어쩐지 딸과 헤여져야 하는 명도의 마음은 더없이 아릿했다. 군사복무를 한 딸을 꼭 끼고 보살펴주고싶은것이 부모의 심정인데 그렇지 못한다는 생각때문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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