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6 회)
제 1 장
4
은별은 소원대로 로하간석지건설사업소에 배치되였다. 그가 이 건설사업소에 도착하여 처음 만난것은 지배인이였다.
지배인은 이 기업소의 직장장을 거쳐 기사장으로 일하던 나이든 일군이였다.
《아버지에게서 얘길 다 들었다.》
은별은 지배인의 입에서 아버지가 화제에 오르자 얼굴부터 붉혔다. 그만큼 비밀에 붙이자고 했는데 벌써부터 소문을 내는것이 마음에 없었던것이다.
그 눈치를 챘던지 지배인은 웃음을 지었다.
《왜? 비밀이 새는게 마음에 없냐?》
은별은 자리에서 일어나 자기의 심정을 솔직하게 고백했다.
《그렇습니다.》
《걱정말라구, 내 단단히 못을 박지. 그런데 굴진공이 아니면 발파공을 희망한다지?》
은별은 좀 뻐기는 투로 지배인을 납득시키려고 애썼다.
《전 굴진도 발파도 다 할수 있게 준비되였습니다.》
그러자 지배인은 빙그레 웃으며 머리를 저었다.
《우리 나라 로동법에는 녀성들의 그런 갱작업은 금지되여있어.》
《그럼 운반공은 어떻습니까?》
《그건 가능해. 갱밖으로 나오는 버럭을 처리하도록 하자구.》
《고맙습니다.》
은별은 너무나도 기뻐 웃음을 감추지 못하며 지배인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지배인은 진취적인 은별이가 더없이 기특하고 돋보이는 모양이였다. 은별은 자기의 소원이 이루어지자 이렇게 물었다.
《참, 우리가 가차도 20만산대발파를 맡았습니까?》
《그건 왜?》
《저도 거기 가겠습니다.》
지배인은 정색해지더니 은별이의 제안을 딱 잘랐다.
《안돼, 우선 로동부원한테서 로동안전교양부터 받으라구.》
《그건 현지에 가서 받겠습니다.》
지배인은 입을 딱 벌리고말았다. 사실 그는 로동부원에게 후방물자를 맡겨 그리로 내보내려던 참이였다. 그런데 언제 냄새를 맡았는지 은별이가 성화를 먹이고있지 않는가. 지배인은 저도 모르게 은별이의 잔등을 두드려주었다.
《하하… 괜찮아. 역시 그 아버지에 그 딸이거던.》
그리하여 은별은 가차도의 도갱건설장으로 떠나게 되였다.
로하간석지건설사업소에서는 화물자동차에 작업공구들과 착암기, 화식기재들과 후방물자들을 실은 다음 1직장과 2직장 인원들을 태우고 가차도를 향해 출발하였다.
첫서리가 내린 마가을이다보니 날씨는 쌀쌀했다. 그러나 간석지건설자들은 노래를 부르면서 새로운 전투진지를 차지하기 위해 즐거운 마음으로 가고있었다.
은별이는 건설자들과 함께 노래를 부르면서 이렇게 생각했다.
(도갱건설전투는 적들에게 빼앗긴 무명고지를 탈환하는 전투나 같을거야. 하나밖에 없는 조국을 위하여 둘도 없는 목숨을 서슴없이 바쳐 싸운 리수복영웅처럼 살자. 이 길에서 나의 희망, 나의 청춘을 꽃피우자.)
로하간석지건설사업소의 도갱건설자들은 가차도에 도착하자바람으로 거처할 집건설에 착수하였다. 간석지건설자들은 그 어디를 가든 조건과 환경에 구애되지 않고 자기들이 거처할 집을 최단기한안에 맵시있게 지을줄 알았다. 집은 현장지휘부, 1직장, 2직장, 녀성호실 순서로 지었는데 녀성호실은 남자들이 동원되여 건설하고있었다.
녀자들은 돌을 날라준다, 진흙을 이겨준다 하면서 남자들을 조력해주었다.
은별이도 역시 진흙이김조에 망라되여 부지런히 삽질을 하고있었는데 돌을 쌓는 남자들의 일솜씨가 눈에 차지 않았다. 하기는 남자들의 집을 짓는데 기능공들을 다 떼놓고 왔으니 그럴만도 했다. 은별은 보다못해 《내가 한번 해보자요.》 하고 팔소매를 걷어붙이고 나섰다. 은별의 돌쌓는 솜씨가 여간이 아니였다. 미처 진흙이긴것을 보장하기가 힘들 정도로 돌을 쌓았다. 《뭘해요, 빨리!》 하는 은별이의 독촉바람에 조력공들의 팔다리에서는 쥐가 다 일 정도였다. 조력공들은 은별이와 손발을 맞추느라고 진땀을 뺐다. 은별은 벽체쌓기가 끝나자 흙매질까지 매끈하게 한 후 부뚜막을 쌓고 구들을 놓았다.
언제 소문이 퍼졌는지 남자호실건설자들이 구경을 왔다. 그들은 은별이의 걸싼 일본새를 보고 모두들 혀를 찼다.
《어디서 온 처년가?》
《글쎄, 제대군인이라는데 정말 정신이 버쩍 드는구만.》
이날 녀성호실이 제일먼저 완성되였다.
현지에 나왔던 지배인은 사업소 지휘관들을 데리고 녀성호실참관을 왔다. 완성된 녀성호실을 돌아본 지휘관들이 모두 입을 딱 벌렸다.
일매지게 흙매질을 한 부뚜막과 침실벽체, 비닐박막을 댄 천정, 창가에 놓인 화분이며 규격화된 복도, 인민군대식으로 정돈해놓은 침구류들…
지배인은 흡족하여 은별이를 지휘관들앞에서 칭찬했다.
《다들 듣소. 다른 호실들도 다 이렇게 꾸려야겠소. 모를것이 있으면 이 은별동무에게 도움을 청하오.》
은별은 부끄럼을 타며 얼굴을 다소곳이 수그렸다.
집들이 다 되자 로하간석지건설자들은 도갱건설에 착수하였다. 먼저 갱도입구구조물이 도착하고 이어 이동식압축기가 현지에 도착하였다. 아직까지는 도갱건설장에 전기가 들어오지 않았으므로 굴진에 필요한 압축공기를 보장하기 위해서였다.
가차도에서는 청돌을 때리는 착암기소리가 울리기 시작했다.
은별이가 속한 운반조에서는 광차가 다닐 소형레루를 놓는 작업을 하였다. 은별은 남자들과 함께 레루를 놓으면서도 줄곧 착암기에 눈을 팔았다. 착암기를 다루는 착암수들의 일솜씨가 그에게는 별로 눈에 차지 않았던것이다.
(나도 착암기를 잡았으면…)
갱입구의 형태를 잡는 첫 발파(일명 두꺼비발파)가 진행되였다.
첫 발파를 하자 은별이네는 버럭을 걷어내기 시작했다. 도갱은 벌써 자기의 체모를 갖추기 시작했다.
착암수들은 직장별로 2개조씩 갈라서 착암작업을 들이댔다. 하지만 첫 굴진에서부터 2직장은 1직장에 비하여 굴진속도가 엄청나게 뒤떨어졌다.
은별은 자그마한 광차에 발파한 버럭과 막돌을 담아주는 작업을 했다. 그와 함께 일하는 운반공은 2년전에 중학교를 졸업한 처녀였다. 그는 울상을 한채 버럭을 광차에 담고있는 은별에게 이렇게 불평을 부렸다.
《아무리 앞서면 뭘해요. 굴진에서 떨어지는데…》
《됐어, 곁가마가 끓으면 되니?》
그 처녀는 하는수없이 입을 다물어버렸다.
은별은 지금 한교대쯤 남몰래 착암기를 잡아볼 엉뚱한 궁리를 하고있었다. 그렇지만 경쟁이 붙은 상태이니 끼여들 틈이 없을것 같았다. 은별은 밤교대때 착암수들과 그 문제를 토론해보기로 하였다.
다음날 밤 은별은 남몰래 퍼그나 깊어진 갱안으로 들어갔다. 굴진준비를 하고있던 착암수들은 갱안에 나타난 은별이를 보자 이렇게 물었다.
《동무가 웬일이요?》
《사실은 착암때문에 왔어요.》
눈치를 챈 착암수들은 펄쩍 뛰는것이였다.
《생벼락을 맞자구 그래? 녀자가 착암이 뭐요? 착암이… 뉘집 애들 이름인가?》
《너무 으시대지 말아요. 제가 있던 부대엔 우리가 건설한 갱도가 있단 말이예요.》
착암수들은 서로 마주 바라보기만 했다. 동요하는 기색이 보이자 은별은 바싹 그들의 마음을 잡아챘다.
《난 1직장한테 눌리우는게 분해서 그래요.》
책임착암수가 힐난하는 투로 동의했다.
《정 그러면 지도나 해주오. 동무의 착암솜씨를 우리도 좀 배웁시다.》
《좋아요.》
교대시간이 되자 2직장 착암수들은 1교대 착암수들에게서 막장을 넘겨받았다.
은별은 청돌의 결을 따라가며 착암기를 댈 합리적인 위치를 잡아주군 했다. 착암기를 잡는 자세며 이동하는 솜씨에 대해서도 간참하는데 정말 놀랄 정도로 솜씨를 발휘하는것이였다. 은별의 도움이 컸었는지 어쨌든 2직장사람들은 부쩍 능률을 내서 그날 밤 두교대분의 발파구멍을 뚫었다.
이튿날 아침 갱주변에 모여있던 2직장건설자들이 착암수들에게 꽃다발을 안겨주고 박수갈채를 보냈다.
입이 함지박만 해진 직장장이 은별이가까이로 다가가 그의 잔등을 두드려주었다.
《축하하오, 은별동무. 우리 직장이 1직장을 누르게 됐소.》
은별은 얼굴을 붉히며 속삭이듯 말했다.
《그러지 마세요. 그게 어디 제가 잘해 거둔 성과입니까. 착암수들이 일을 제껴 그렇지.》
《동무가 그 능률의 비결을 대주고 힘을 줘서 그렇다구들 말하누만.》
《자요, 착암수들과 함께 이 꽃다발을 받아요.》
은별이와 같이 일하던 처녀가 은별에게 꽃다발을 안겨주었다.
《같이 일하면서 짝패에게 꽃다발을 주는건 또 뭐야요. 자, 우린 착암수들의 기세에 뒤지지 말고 버럭처리작업에서도 혁신을 일으켜 우리 몫으로 꽃다발을 받자요!》
그러던 어느날이였다.
착암수들을 보조해주는 일을 하는 애젊은 청년이 울상을 한채 막장안에서 나왔다.
은별이 청년을 멈춰세우고 물었다.
《왜 그래요?》
《이게 마지막정알이야요. 그것도 재생정알.》
그때 로하간석지건설사업소에서는 자전거바퀴를 리용하여 정머리 가는 기구장치를 만들어 쓰고있었다. 모름지기 재생정알은 인차 못쓰게 될것이다.
은별은 난감한듯 그 정알을 바라보며 착잡한 생각을 굴리였다.
(정알이야 만들수 없지 않는가? 이제 마지막재생정알까지 못쓰게 되면 굴진작업은 중단될것이다!)
은별은 이 문제만은 아버지의 방조를 받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버지를 어떻게 만날가. 격전이 한창인 때에 아버지를 만난다는것은 생각처럼 쉬울것 같지 않았다.
(어쨌든 만나야 해. 다른 방도가 없지 않는가?)
은별은 생각끝에 협의회가 진행되는 오후 5시를 만날 시간으로 정하였다. 시간이 되자 은별은 못쓰게 된 정알을 5개씩이나 모아쥐고 현장지휘부로 달려갔다. 마침 거기에서는 명도와 운섭, 용길, 성민, 섬길 등이 이마를 맞대고 공사진행방도를 토의하고있었다.
은별은 방에 들어서자바람으로 군대식으로 거수경례를 붙였다.
《국장동지, 로하간석지건설사업소 제2직장 채은별 만날수 있습니까?》
명도는 귀에 익은 딸의 목소리에 놀라 얼굴을 들었다. 협의회참가자들의 시선은 일시에 은별이에게로 쏠렸다.
그제서야 은별은 자기의 옷차림을 새삼스럽게 훑어보았다. 지금 도갱건설장에서는 습식착암을 할 형편이 못되여 건식착암을 하고있었다. 그러다나니 갱안팎 작업장에 먼지가 끼고 운반공들의 작업복에도 먼지가 올라 어지러웠다.
또한 피곤이 실린 충혈된 눈길이며 조갈이 들어 터진 입술은 도갱전투가 얼마나 간고한가를 보여주고있었다. 딸의 정상은 명도의 가슴을 아프게 했다.
그러나 영문을 모르는 섬길은 경원의 뜻이 어린 말투로 은별을 신칙했다.
《동무, 긴급협의횐데 이건 뭐요?》
《뭔지 말하오.》
은별은 난처해하던 아버지가 따뜻한 어조로 묻자 머리를 들었다. 그리고 목젖을 삼키고나서 용기를 가다듬으며 찾아온 용건을 설명했다.
《지금 도갱건설장에는 정알이 떨어졌습니다. 정알때문에 애를 쓰지만 종시 착암이…》
은별은 자기의 목소리가 가볍게 떨리는것을 느끼며 아버지를 유심히 바라보았다.
피발이 선 눈길, 수척해진 얼굴, 손에 감겨진 붕대, 터갈린 입술… 그런 아버지의 어깨우에 자기마저 덧짐을 지워준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알찌근했다.
《동무, 그런건 직장장이나 지배인에게 제기해야지.》
섬길의 이 설복이 듣기 멋했던지 명도는 그의 말을 중단시켰다.
《정알이 몇개면 될가?》
《최소한 50개는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정대도 6개는…》
명도는 심중한 어조로 섬길에게 일렀다.
《부국장동무, 실태는 이렇소. 어떻게 하겠소?》
자신이 없었던지 섬길은 맥풀린 어조로 중얼거렸다.
《한주일만 시간을 주십시오.》
늘어진 섬길의 이 말에 은별이가 콩콩 내쏘았다.
《한주일이 뭡니까? 그동안이면 도갱건설이 끝나겠는데.》
명도는 딸에게 빚을 지기 싫었던지 다른 사람들의 말을 밀막듯 한마디 했다.
《좋소, 어떤 일이 있어도 보장할테니 그리 아시오.》
《고맙습니다, 국장동지.》
은별은 활짝 웃으며 거수경례를 붙이고 밖으로 나갔다.
은별이가 방에서 나가자 명도는 흐려졌던 협의회분위기를 바로잡으려는듯 이렇게 말했다.
《자, 대량투석법토의를 계속합시다. 특대형철방틀공법을 도입하자면 많은 량의 ㄴ형강이 있어야 하오.》
섬길은 국장의 이 말이 자기를 견주고 하는 소리라는것을 잘 알았다. 그러나 어디 가서 그 많은 ㄴ형강을 해결한단 말인가.
명도는 답답하다는듯 옷깃을 터쳐놓았다.
《ㄴ형강뿐이 아니요. 많은 량의 철근도 있어야 하오.》
여직껏 말없던 성민이 자기의 견해를 내비치였다.
《유휴자재를 수집하는것이 어떻습니까?》
그것도 신통한 방안은 못되였다.
모두가 난감해하는데 명도가 자기의 속궁리를 터놓았다.
《전날 지도국에 회의갔을 때 어느 건설장에선가 페기된 기중기를 본 생각이 나오. 기중기뿐아니라 철도역에 사장되여있는 짐함같은것도 좋을것 같소.》
그러자 운섭이 미소를 지으며 그에 동의해나섰다.
《그것 참 좋은 생각이요. 뭐나 대량투석법에 도움이 될수 있는 강재라면 다 모아들입시다.》
용길이도 한마디 했다.
《낡아서 거덜이 난 자동부림배도 대량투석에 리용할수 있을것 같습니다.》
섬길은 그 모든 주장들의 현실성이 부족해보였다. 정품도 아닌 페기품들이 어떻게 제구실을 하겠는가. 이런 생각을 하고있는데 국장이 그를 불렀다.
《부국장동무, 래일부터 지도국과 철도성에 알아보오. 강재가 있어야 새 공법도입이 가능하다는걸 잊지 마오.》
《알았습니다. 그런데 당장 필요한 철근은?…》
《그건 내가 맡겠소.》
현장을 떠나 자기 사무실로 돌아오는 섬길의 머리속에서는 맹렬한 타산의 수판알이 튕겨지고있었다. 문득 그는 도흥의 방조를 받는것이 어떨가 하는 생각을 했다. 그에게 부탁하면 기꺼이 도와줄것 같았다. 그리하여 섬길은 의례 그가 저녁이면 나타나군 하는 현장지휘부식당을 향해 떠났다.
(가만, 맨숭맨숭해서야 안되지.)
이렇게 생각한 섬길은 배수구의 수로에서 물고기잡이를 하고있는 낚시군들에게로 가서 말을 걸었다.
《이거 날씨도 쌀쌀한데 수고들이 많수다.》
섬길은 낚시군들이 낚아놓은 물고기들을 들어보며 마음에 드는것을 고를 잡도리를 했다. 마가을이다보니 숭어들도 볼만 했고 망둥어들은 명태만 한것도 있었다.
《이크, 이건 우레기구만.》
중년의 낚시군은 우레기만도 2마리에 크고작은 숭어는 10마리, 명태새끼만 한 망둥어는 열댓마리 낚은 상태였다.
섬길은 물고기구럭을 들었다놓았다하며 낚시군을 올려추기 시작했다.
《여기 솜씨가 제일인데요. 낚신 어떤걸 쓰오?》
신명이 난 낚시군은 《난 중것을 씁니다. 그래야 큰 고기, 중고기 다 잡지요.》라고 대답했다.
《난 여기 자재부국장인데 그 솜씰 좀 배워주겠소?》
그러자 낚시군은 버쩍 마른 섬길을 놀랍게 바라보더니 송구해하며 응수했다.
《솜씨랄게 있나요? 시간을 내서 한번 나오슈, 아는껏 대드릴게.》
상대방을 어지간히 주물렀다고 생각한 섬길은 슬쩍 화제를 돌렸다.
《이 고길 팔지 않겠소? 꼭 쓸데가 있어 그러는데.》
그러자 낚시군은 펄쩍 뛰며 섬길이를 나무라는것이였다.
《절 뭘로 보고 이러십니까? 그냥 가져가슈.》
낚시군은 비닐봉지를 꺼내여 잡은 물고기를 쏟아주기까지 했다.
섬길은 낚시군에게 고맙다는 인사말을 하고 그의 주소를 알아보고서야 자리를 떴다.
섬길은 일이 착착 사개가 맞물리는것이 더없이 기뻤다.
(이거 오늘 수확이 괜찮은데.)
섬길은 흥얼흥얼 코노래까지 부르면서 가차도에 전개된 지휘부식당으로 찾아갔다.
몸집이 풍만한 취사원녀인이 그에게 인사를 했다.
《도흥처장동지 계시오?》
《방금 현장에서 전화가 왔는데 좀 늦어질것 같답니다.》
《하, 얼마나 늦겠나.》
머리를 기웃거리던 섬길은 물고기를 내놓으며 그릇을 가져오라고 했다. 자기가 하겠다며 팔소매를 걷고나서는 취사원녀인을 만류하고 섬길은 직접 자기가 밸을 따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제딴의 론리를 펼쳐보였다.
《이 생선탕은 기본이 음식조리야. 손질과 조리법이 안성맞춤해야 제맛이 나거던.》
《부국장동진 아시는것도 많군요, 호호…》
풍만한 몸집을 요란스럽게 흔들며 웃는 녀인을 바라보면서 섬길은 허거프게 웃었다.
(에익, 뚱뚱간살이라더니.)
도흥은 날이 저물어서야 식당에 나타났다. 그는 지금 기관선을 타고 대계도도갱건설장에서 넘어오는 길이였다. 거기서는 전기가 제대로 보장되지 않아 손으로 도갱을 뚫고있었다.
건설자들속에 섞여 버럭도 나르고 삽질도 해본 도흥은 온몸이 뻐근하고 머리가 지끈지끈했다.
취사원녀인이 반색을 하며 그에게 귀띔을 했다.
《저, 취사원방에 섬길부국장이…》
《?!…》
도흥은 의문을 안고 그리로 넘어갔다.
취사원방에는 이마에 주름살을 그린 섬길이 펄짝지근하게 앉아있다가 반색을 했다.
《대계도에서 오십니까?》
도흥은 말없이 머리를 끄덕이며 더운 아래목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거긴 어떻습니까? 여기보다 앞섰겠지요?》
《별로 뭐… 이렇게나 해가지고 3호개고를 꽤 막겠는지, 원…》
섬길은 별로 심각해하는 도흥을 바라보며 선웃음을 쳤다.
《우리 건설장이야 늘 그렇지요. 방금전에도 특대형철방틀공법도입을 위한 협의회를 했는데.》
《특대형철방틀공법?》
도흥은 두눈까지 흡뜨며 놀랍게 물었다.
《그런게 세상에 있긴 있습니까?》
《글쎄…》
《아, 세상에 없는걸 타산도 없이 내밀내기면 죽어나는건 나밖에 더 있습니까?》
이때 취사원녀인이 설설 끓는 생선탕을 남비채로 들고 들어왔다. 이어 따끈한 밥도 뒤따랐다.
섬길은 충격을 받고 심란해하는 도흥에게 권했다.
《자, 뜨끈한데 어서…》
춥고 시장했던 참인지라 도흥은 생선탕을 맛있게 들었다. 좌석이 흥그러워지자 섬길은 각박한 자기의 처지를 통사정했다.
《처장동지, 우리 국장은 새 공법때문에 수백톤의 낡은 강재를 보장하라는건데… 좀 도와주십시오.》
《낡은 강재라니?》
도흥은 신경이 날카로와져서 눈길에 힘을 주었다.
《이를테면 못쓰게 된 기중기와 철도짐함 같은것 말입니다. 시야가 넓은 처장동지에 비하면야 전 우물안의 개구리지요.》
《음.》
한동안 말이 없던 도흥이 단호하게 결심을 내렸다.
《내 전화로 련계를 취해줄테니 한번 뛰여보오.》
《알겠습니다.》
섬길은 자기의 속궁리가 목표를 명중했다고 생각하니 기쁨을 억제할수가 없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