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 회)

제 1 장

2

(1)

 

《국장동지, 벌써 수천립방메터의 막돌이 3호개고에 들어갔지만 제방은 1메터도 전진하지 못했습니다.》

자기 방에서 화물자동차들과 굴착기들의 실동정형을 집계하고있던 명도는 성민을 놀랍게 치떠보았다.

성민은 안타까운듯 실태를 구체적으로 설명하기 시작했다.

《7~8메터의 류속을 이기자면 적어도 막돌의 중량이 5. 2톤은 돼야 합니다. 명백한것은 대량투석법을 도입하든가 해야지 이건 정말 밑빠진 독에 물을 붓는 격이란 말입니다.》

명도는 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그 역시 이 문제를 생각하지 않은것은 아니였다. 그러나 지금에 와서 수천립방메터의 막돌이 3호개고에 들어갔다는 말이 명도에게는 사형선고처럼 들렸다. 그는 대량투석법에 대한 어떤 방안도 가지고있지 못하고있는 자신이 불만스러웠다. 그렇다고 하여 아래사람들이 우는 소리만 하게 놓아둘수는 없었다.

《부기사장동무, 대량투석법의 주인은 우리요. 남이 창안해주지 않는단 말이요. 나가보오.》

볼부은 투정질을 하던 성민은 자기 모멸감에 사로잡힌채 풀이 죽어 방에서 나갔다.

명도는 자기 사업에서 커다란 빈구석이 있다는것을 깨달았다.

(현실은 3호개고전투의 지휘관인 내가 아무런 묘술도 없이 무모한 싸움을 벌리고있다는것을 보여주지 않는가?)

모든것이 부족하고 어려운 때인만큼 건설장에서 쓰고있는 세멘트와 목재, 폭약, 철근, 연유 그리고 막돌은 모두 귀물처럼 계산하면서 써야 할것들이였다. 그런데 수천립방메터의 막돌을 소비하면서도 1메터도 전진하지 못하다니… 이것은 나라와 인민앞에 씻을수 없는 죄를 짓는것으로 되는것이다. 착잡한 생각은 계속 아지를 치며 명도의 머리속으로 갈마들었다.

이때 문이 열리며 국가검열성 책임부원인 봄향이가 방으로 들어섰다. 봄향은 얼마전에 간석지건설장으로 파견되여왔다. 그는 현지에 나와있는 간석지건설지도국 처장 류도흥의 딸이였다. 함흥수리동력대학을 졸업한 그는 온 건설장의 선망의 대상으로 되고있는 청수하고도 아릿다운 처녀였다. 처녀는 늘씬한 키에 크고 시울진 눈매로 하여 생김생김이 시원스러워보였다. 특히 쌍덧이가 들여다보이는 그의 웃음은 사내들의 애간장을 녹였다.

그러나 아름다운 장미꽃에 가시가 있는것처럼 봄향은 성격이 차고 맵짰으며 규정에서는 한치의 에누리도 몰랐다. 그는 건설자들에게 표준조작법의 요구대로 작업할것을 요구하였으며 만일 자기가 지적한것을 조금이라도 에누리할 때에는 절대로 용서하지 않았다. 그리하여 시샘이 나도록 아름다운 그에게는 어느 사이에 《장미가시》라는 별명까지 붙었다.

명도의 앞에 와선 봄향은 억눌린 감정으로 하여 아프게 혀를 깨물더니 총알같이 내쏘았다.

《국장동지, 용길부기사장동무가 왜 그렇습니까?》

명도는 느닷없는 처녀의 항의에 미소를 짓더니 의자를 가리켰다.

《책임부원동무, 자리에 앉소.》

봄향은 의자에 앉자 알짝지근한 자기의 억울한 심정을 토설했다.

《지금 3호개고에 많은 막돌이 들어가고있는거야 사실이 아닙니까. 그래서 작업을 중지하라는건데 그 동문 저더러 손님격이라고 몰아대고있습니다. 국가가 뭐 젖짜는 염소입니까? 전 정식 성에 상정시키겠습니다.》

안타까움에 차서 울분을 토하는 처녀의 두볼을 지지며 눈물이 흘러내렸다.

명도는 돌처럼 굳어졌다. 그리고 자기의 몸이 굵은 바줄에 칭칭 얽매여있는감을 느꼈다.

역시 3호개고가 문제구나. 애달픈 심리가 그의 심장을 집게처럼 꽉 문듯 했다. 대량투석법때문에 지금 사람들의 신경은 극도로 팽팽한 상태에 있는것이다. 그렇지만 난관을 타개할 아무러한 대안도 가지고있지 못한 그로서는 처녀를 설복할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명도의 가슴은 얼어들었다. 명도는 두서없이 설명하기 시작했다.

《봄향동무, 모든 책임은 나한테 있소. 나나 용길동무나 국가에 손해를 주는줄 뻔히 알면서도… 그렇게 하는것은 그 계선을 고수하지 못하면 또 다음계선으로 물러서야 하기때문이요. 그렇게 되면 지금의 정도가 아니라 몇십, 몇백배의 대가를 치르어야 하오.》

봄향의 온몸은 굳어졌다. 현실적인 감각은 맹렬한 가책의 회오리를 불러왔다. 그래서였구나. 그래서 손님격이라고 했구나. 하지만 무모한 노릇을 계속할수는 없지 않는가.

《국장동지, 타개책은?…》

명도는 말이 없었다.

봄향은 자기의 협애한 생각과 경솔한 태도가 원망스러웠다. 결국 국장에게 심리적타격을 준것이다. 명도는 사무실 한구석을 바라보면서 목젖을 삼키더니 이렇게 되뇌이였다.

《만일 3호개고를 막지 못하면 내가 법앞에 나서겠소.》

청천벽력같은 심장의 웨침이였다. 온유하고 강직하게 생긴 명도의 얼굴에는 결단의 빛이 흐르고있었다.

봄향은 자기의 행동이 지나치게 날이 서고 무리하다는것을 깨달았다. 그는 진심으로 사죄했다.

《국장동지, 미안합니다. 가뜩이나 일이 꼬이는데 저까지…》

명도는 자기의 립장을 철회하는 봄향이를 보기가 더없이 면구스러웠다.

《아니, 잘못을 빌어야 할 사람은 우리들이요. 매를 들어주어 고맙소.》

봄향은 말없이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가볍게 인사를 하고 밖으로 나갔다.

(원, 총각이 저런 처녀를 리해시키지 못하다니…)

용길을 책망하는 명도의 마음은 더없이 허전하고 쓸쓸했다. 그에게는 사무실안의 책상들과 의자들 그리고 서류장이며 전화기 등 모든 비품들이 답답하게만 안겨왔다.

사무실을 나선 그의 걸음은 저도 모르는 사이에 3호개고쪽으로 향해졌다. 3호개고까지 가자면 적지 않은 시간이 걸려야 했다. 그러나 어쩐지 그는 걷고싶었다.

주민지구를 거쳐 현대미가 나게 건설된 청년양어장과 오리목장을 지나니 1호방조제와 잇닿은 이도포의 길이 눈앞에 시원하게 펼쳐졌다. 습하고 염기가 내밴 해풍이 불어왔지만 명도는 그것을 느끼지 못한채 경황없이 걸음을 재촉했다.

(우리는 이미 두차례씩이나 대량투석법을 도입하다가 쓴맛을 보지 않았는가? 그런데 또… 그러자면 무엇이 필요한가?)

그의 눈앞에는 당의 전투적호소를 높이 받들고 비단섬간석지건설장으로 달려나가 로동생활의 첫 자욱을 떼던 지난날의 일이 생각났다. 청년들이 가장 어렵고 힘든 부문인 탄전과 어장, 농촌과 산판, 용해장과 철길건설장으로 달려가는것을 자랑과 긍지로 여기던 시절이였다.

중학교를 갓 졸업한 명도는 키도 채 자라지 못했고 몸집도 체소하여 간석지건설장에 들어선 첫날부터 꼬마대원취급을 받았다. 지원자건설련대에 속하게 된 명도는 대렬과에서 배치를 기다리고있었다. 그의 기분을 잡치게 한것은 그 어느 지휘관도 자기를 받으려고 하지 않는것이였다. 인원선발때문에 대렬과를 찾아온 돌격대의 지휘관들은 작고 체소한 명도를 보고는 이런저런 핑게를 대고 데려가지 않았다.

맨 나중에 나타난것은 지원자건설련대에서도 내밀성있기로 소문났다는 3대대장이였다. 그때 배치에서 밀려난 명도또래의 청년들이 너덧명 되였는데 무슨 일때문인지 한발 늦은 3대대장은 이마살을 잔뜩 찌프리고 남아있는 명도네를 억이 막혀 바라보는것이였다.

대렬참모가 미안한듯 3대대장을 설복하려고 왼심을 썼다.

《다 골라가고 남은 동무들이라고 탓하지 말게. 이제 간석지물을 먹으면 억대우같은 장정들로 자랄테니까…》

3대대장은 맨구석에 주접이 들어 앉아있는 명도에게로 다가왔다.

《너의 이름은 뭐냐?》

명도는 3대대장에게까지 퇴짜를 맞아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에 자리에서 일어나 챙챙한 목소리로 대꾸했다.

《채명도입니다.》

《몇살이게?》

《17살입니다.》

있는 용기를 다 낸 명도의 이 대답은 오히려 대대장에게 실망감만 더해준것 같았다. 분명 애티를 벗지 못한 명도의 그 목소리는 자연의 광란을 맞받아나가야 하는 간석지건설전투의 재목감으로 보기에는 적중치 못해보인듯싶었다. 대대장은 애절한 눈길로 자기를 지켜보는 명도를 바라보더니 이렇게 말하는것이였다.

《넌 아직 일러. 된장 두독은 더 축내고 오라구.》

명도의 두눈에서는 억울한 눈물이 솟아올랐다. 간석지건설장에 와서 축에 들지 못하는것이 분했고 소문을 잔뜩 내고 떠나온 정주 고읍에 다시 들어설 생각을 하니 눈앞이 아뜩했던것이다. 부모님들은 얼마나 실망할것인가. 명도는 울음을 머금은채 눈섭이 짙고 눈부리가 사나와보이는 대대장에게 매달렸다.

《대대장동지, 제발 절 데려가주십시오. 전 뭐나 다하겠습니다. 정말입니다.》

그러나 대대장에게는 명도의 이 애걸이 마음에 들지 않는 모양이였다.

《사내의 눈물이 그렇게 헤퍼선 못써!》

그 바람에 명도는 팔소매로 눈물을 닦고 그를 긴장하게 바라보았다.

대대장은 남아있는 졸망구니들을 난감해서 바라보더니 담배를 꺼내 피우는것이였다.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그를 지켜보던 명도네 졸망구니들은 이 대대장에게서도 퇴짜를 맞았다고 생각했다. 대대장의 입에서 뿜어져나온 담배연기는 졸망구니들을 조롱하듯 림시건물로 지은 대렬과의 허공에서 늠실늠실 춤을 추었다.

이윽하여 담배꽁초를 재털이에 버리고난 대대장은 머리를 버쩍 드는것이였다. 그리고는 대렬참모에게로 다가가 두툼한 손을 내밀었다.

《이들을 모두 내가 데려가겠소. 배치장이나 내놓소.》

이 말을 들은 청년들은 서로서로 부둥켜안고 《야!》 하고 환성을 올렸다.

명도의 간석지생활은 이렇게 시작을 떼였다. 대대장은 명도를 기본돌격서렬이 아니라 취사원으로 배치하였다.

(흥, 내가 식당근무나 서자고 여기로 왔단 말이야?)

명도는 앞으로 대대장에게 작업장으로 나가겠다고 제기할 결심을 품고 당장은 취사원일을 시작했다.

폭우가 억수로 쏟아지던 을씨년스러운 어느날 이른새벽이였다. 직일관이 어깨를 잡아흔드는 바람에 눈을 비비며 단잠에서 깨여난 명도는 식당칸으로 나갔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전날 저녁에 준비해놓았던 나무가리가 비가 새는 바람에 온통 젖어있는것이 아닌가.

(야, 이거 큰일났구나.)

만일 식사를 제대로 보장하지 못하면 호랑이같은 대대장의 눈밖에 나는것은 물론이고 현장진출은 꿈에도 바랄수 없지 않은가. 명도는 아궁에 불을 살구기 위해 안달복달하며 돌아갔다. 코물, 눈물이 걷잡을새없이 흐르는데다 검댕이칠을 한 얼굴은 교예단의 광대를 방불케 했다. 식당안은 곰을 잡을것 같이 연기가 새뽀얬다.

이때 누구인가 식당칸안에 나타났다. 연기속에서 기침을 련발하는 명도를 한심하게 바라보던 그 사람은 손에 들고왔던 기름걸레를 아궁안의 나무밑에 밀어넣었다. 여직껏 애를 먹이던 아궁안의 나무가지들에 불이 당겼다. 그제서야 명도는 그가 대대장이라는것을 알았다. 차츰 식당칸안에 찼던 연기가 빠지기 시작했다. 대대장은 식당안을 휘둘러보더니 국거리준비가 늦었다는것을 알자 팔소매를 걷어붙이고 나섰다. 일밖에 모른다고 생각했던 대대장의 식당일솜씨는 정말 경탄할 지경이였다. 그중에서도 쌀뜨물을 남겨두었다가 국물로 잡는것은 명도가 처음보는 국끓이기방법이였다.

대대장의 도움으로 그날 아침식사를 무난히 보장하였건만 명도의 마음은 허전하기짝이 없었다. 손탁이 센 대대장에게 식당근무도 바로 서지 못한다는 약점을 보였으니 전투현장에 보내달라고 제기하기는 코집이 글렀기때문이였다.

그로부터 며칠이 지난 어느날 저녁이였다. 저녁식사를 보장하고 그릇을 가시고있던 명도는 뜻밖에도 대대장의 부름을 받게 되였다. 명도는 요전날 일로 추궁을 하려나 하고 걱정부터 앞세웠다. 대대부에 도착하니 대대장은 무슨 잘못을 저지른것 같은 소대장 2명을 다불러대고있었다. 멋도 모르고 대대부에 들어섰던 명도는 되돌아나오려고 했다.

《명도, 나가지 말라구.》

대대장은 소대장들에게 대오관리를 잘하라고 충고하여 내보내고나서 명도를 가까이로 불렀다. 대대장의 눈길은 그사이 사내꼴이 잡히기 시작한 명도를 올리훑고 내리훑고 하며 유심히 살펴보는것이였다.

명도는 대대장의 입에서 불호령이 떨어질것이라고 생각하며 가슴을 조이였다. 그러나 그의 입에서는 뜻밖에도 《이리 가까이 오너라.》 하는 친절한 말마디가 울려나왔다. 명도가 좀더 가까이 다가가자 대대장은 그의 손을 쥐여보는것이였다. 마음이 흠썩한듯 미소를 짓던 대대장은 책상서랍에서 학습장 몇권과 만년필을 꺼내놓는것이였다.

《명도, 앞으로 명도는 일선에 나설수 있을것 같애. 내 그래서 선원양성소대상을 하나 받아왔는데 어때? 앞으로 날바다를 가로막아 조국땅을 넓히자면 뭐니뭐니해도 바다의 용사가 돼야 한단 말이야, 알겠나?》

《?!…》

명도는 너무나도 고맙고 놀라와 대대장을 멍하니 바라보기만 했다. 그러나 대대장은 그의 이 태도를 달리본것 같았다.

《왜, 마음에 없나?》

《아닙니다! 마음에 꼭 듭니다.》

《좋아, 가면 공불 잘하라구. 학습도 전투라는걸 잊지 말게.》

그리하여 명도는 선원양성소에 가게 되였으며 그후에는 어엿한 선원이 되여 간석지건설전투장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그때 그 고마운 대대장은 간석지건설전투장에 없었다. 명도가 선원양성소에 간 사이 무너지는 간석지제방을 막다가 희생되였던것이다. 명도에게는 그 대대장이 삶의 궤도를 바로 정해준 동지였고 은사였다. 섬약한 명도의 육체적발육을 위해 식당근무를 서게 했고 선원양성소에 보내여 바다의 용사로 키워준 고마운 대대장, 그는 자기의 죽음으로 간석지건설자의 자세는 어떠해야 하는가를 말없이 가르쳐주었다.

다사도간석지건설공사때 명도는 어엿한 해상굴착기선장이였다. 어버이수령님의 웅대한 구상에 따라 각이한 부재를 다량 생산하여 간석지제방을 쌓던 일이 지금도 명도의 눈앞에 선했다. 그때에는 굴착기로 버럭과 막돌을 자동부림배에 만재해주고 필요한 곳에 가서 대량투석하면 그만이였다.

그때로부터 근 20년의 세월이 흘렀다. 그사이 명도는 금선이와 행복한 가정을 이루고 세 자식의 아버지가 되였으며 당원으로 자라났다. 또한 해상굴착기선장으로부터 다사간석지건설사업소 지배인을 거쳐 오늘은 대계도간석지건설전반을 맡아보는 관리국장으로 성장하였다. 너무나도 섬약하고 체소하여 사람들의 눈에 차지 않던 졸망구니의 이 놀라운 변화속에는 그에게 생활의 첫 신발을 신겨준 고마운 대대장의 숨은 노력도 깃들어있었다.

이 나날 조국은 미제를 비롯한 제국주의련합세력의 악랄한 반공화국고립압살책동을 짓부시며 21세기에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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