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지막회)
종 장
세월이 흐른 뒤
3
대회를 하루 앞둔 날, 리승기는 안해와 아들과 함께 승용차에 앉아 평성으로 갔다.
과학자들속에 계시는 수령님의 동상이 지식인대회를 앞두고 제막되였으나 그때 며칠간은 다리상태가 더 나빠서 의사들이 절대로 안된다고 막아나서는 바람에 오지 못했던것이다.
리승기는 승용차를 멀찌감치에 세워놓고 차에서 내려 서기와 아들의 부축을 받으며 걸음을 옮겼다.
그는 동상앞에 섰다. 부축을 받으면서도 오래 서있을수 없었다. 그때 마침 관리원처녀가 의자를 가져와서 거기에 앉게 되였다. 리승기는 그앞에서 얼른 떠날 차비가 아니였다.
12월이지만 한낮의 날씨는 고요하고 지어 따스하기까지 하였다.
동상은 해빛속에서 찬연히 빛나고있었다. 수령님동상의 주위에는 그이를 따라 당의 동행자로 걸어온 과학자들의 군상이 서있었다.
수령님가까이에 안경을 쓴 과학자의 형상이 보였다.
아들이 아버지의 귀에 대고 속삭이였다.
《아버지, 저 안경을 쓴 학자는 꼭 아버지 비슷해보입니다.》
《내 어찌 저 영광스러운 대우에 수령님과 나란히 서있을수 있겠느냐.》
그는 안경을 쓴 학자가 한둘이 아니라고 그리고 학자는 안경을 쓴 사람이 많다고 말해주고싶었다.
허나 그 순간 그는 저 안경을 쓴 학자가 자기였으면 하는 념원을 버릴수가 없었다. 수령님가까이에 언제나 저렇게 가까이 있고싶은것을 어찌하랴.…
그는 아들에게 말했다.
《저 안경 쓴 학자가 나와 비슷해보인단 말이지.》
안경이라는것이, 이 흔히 있는 하나의 공통점이 이때처럼 기쁘게 보인적은 없었다.
《만일에 저 학자가 나라구 한다면 말이다. 그렇다면 난 이제 죽는다 해두 영원히 수령님곁에 있는셈이 아니냐?》
《아버지!…》
아들은 울먹이며 더 말을 못하고있었다.
그런데 이때 부랴부랴 세사람이 과학원청사에서 나와 이쪽으로 걸어왔다. 앞장에 선 사람은 과학원의 책임일군인 김용석이였다.
김용석은 급히 다가오며 말했다.
《우린 한시간후에 오시는줄 알았습니다.》
리승기는 고개를 끄덕였다.
《마음이 급해 견디겠더라구. 제막식때 왔어야 하는건데.》
김용석은 이제 나이가 70이 가까와 그 시커먼 눈섭도 희슥희슥해졌다.
《저희들은 제막식때 선생님을 기다렸습니다. 건강때문에 못 오시니 섭섭했습니다.… 선생님, 저 동상을 보십시오. 친애하는 지도자동지께서는 이 동상초안을 봐주시면서 어버이수령님을 항상 몸가까이 모시고싶어하는 학자들의 소망을 헤아리시여 수령님곁에 과학자들을 세우도록 하시였습니다. 로학자와 중년, 청년, 녀성학자까지 말입니다. 저 안경을 쓴 과학자는 선생님과 같으신 로학자들을 대표하고있습니다.》
이 순간 리승기는 자기가 저 안경을 쓴 로학자처럼 위대한 수령님의 가장 가까이에 서있다는 크나큰 행복감과 자부심을 느끼였으며 자기와 같은 로학자들을 아끼고 내세워주시는 친애하는 지도자동지의 그 믿음과 사랑에 뭐라고 말을 할수가 없어 자기한테로 몸을 굽히는 김용석의 두손만 꽉 부둥켜잡았다. 그는 고개를 들지 못한채 김용석의 손등우에 뜨거운 눈물방울을 떨구고야말았다. 얼마후에 그는 머리를 쳐들고 동상을 바라보았다. 눈물에 젖은 망막과 안경알은 그저 부옇기만 하였다. 그 순간 친애하는 김정일동지의 영상이 눈물의 장막을 헤치고 눈앞에 우렷이 떠올랐으며 바로 그이께서 위대한 수령님과 나란히 높은 대우에 서계시는것만 같았다. 어버이수령님의 뜻을 이어 과학자들을 뜨거이 한품에 안아주시는 친애하는 지도자동지.… 김정일동지는 과학적탐구의 길로 거침없이 이끌어주시는 지식인들의 위대한 스승이 아니신가. 어떤 폭풍속에서도 그이께서 계심으로 하여 자기 삶의 항로가 말년까지 영광의 한길로 되고있다는 이 명백한 진리를 우리 어찌 소리높이 자랑하지 않을수 있으랴! 한낱 백면서생에 불과했던 자기를 조국을 알고 민족을 알고 인민을 알도록 이끌어주신 어버이수령님과 친애하는 김정일동지…
시간이 퍼그나 흘렀으나 언제까지나 동상앞에서 떠날수 없었던 리승기였다.
하여 그는 다시 평양의 고려호텔로 돌아와 제 방에 앉았을 때 더는 경애하는 그분께 걱정을 끼치지 말아야 한다는 불같은 마음에 다급해졌다. 그는 대회장의 어느 곁방 시청실이 아니라 여기 려관방의 텔레비죤앞에 마주앉아있어도 된다는 생각을 했으며 나중에는 이것마저도 과분하게만 생각되였다.
그런데 이때 옆방에 나가있던 서기가 거의 뛰다싶이하며 급히 방으로 들어왔다. 다른 방에 있던 안해와 아들도 거의 동시에 뒤따라 들어섰다. 세사람의 낯빛은 다 흥분되여있었다. 그들은 리승기가 앉은 쏘파에 바투 다가왔다.
서기가 급히 《선생님.》 하고 부르더니 미처 흥분을 누르지 못하다가 말을 이었다.
《선생님, 글쎄… 경애하는 김정일동지께서 친히 대회준비위원회에 전화를… 이 밤중에… 선생님, 그이께서는 선생님을… 주석단에 앉게 해야 한다구 사륜차에 태워서라두 앉게 해야 한다구…》
《뭐라구? 주석단에?》
그 순간 그 어떤 초인간적인 힘에 의해 리승기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곁에서 안해와 아들이 얼른 다가서며 급히 부축해주었다. 그것은 순간적인 일이였다. 리승기는 다시 자리에 펄썩 주저앉지 않으면 안되였다.
서기는 두손을 모두어잡고서 경애하는 김정일동지의 말씀을 전달하는 정중한 자세를 애써 잃지 않는다.
《그이께서는 조선지식인대회 주석단에 리승기선생을 앉히지 않구 누구를 앉히겠는가구 하셨답니다. 그리구 말씀하시기를 리승기박사는 주체과학의 선구자이고 조선지식인들의 상징이나 다름없는데 그 선생이 주석단에 없으면 위대한 수령님께서 얼마나 섭섭해하시겠는가구…》
서기는 더 말을 잇지 못한다. 감격에 북받친 그의 목소리.…
리승기는 갑자기 맥이 탁 풀린 사람처럼 아무 말도 못하고 그저 앉아만있었다.
서기는 격정을 터뜨리듯 말을 계속하였다.
《오늘 밤으루 사륜차를 마련하여 래일 아침은 거기에 앉아 주석단에 앉도록 해야 한다구 하시였습니다.… 선생님!》
리승기는 그저 멍하니 앉아있다. 아들이 급히 아버지의 얼굴에서 안경을 벗겨들었고 안해는 손수건으로 남편의 눈에서 눈물을 훔쳐내준다. 그러다가 안해는 제사 더 큰 감격의 흐느낌을 터뜨리며 돌아서서 그 손수건에 얼굴을 묻는다.
서기는 그제야 펀뜩 정신이 든듯이 말했다.
《내 2. 8문화회관(당시)에 갔다와야 합니다. 그리루 급히 오라는 준비위원회의 련락입니다.》
그리하여 서기는 승용차로 문화회관을 향해 달리였다. 밤이 깊었으나 거기서는 전례없는 일이 벌어지고있었다. 주석단으로 사륜차가 올라갈수 있게끔 어디서 급히 가져온 다듬은 널판자를 까는 작업이 한창 진행중이였던것이다. 한쪽에서는 무대바닥과 색갈을 같이하느라고 도색작업을 하고있었다.
서기가 어리벙벙해 서있는데 한 호위군관이 그를 데리고 가더니 방금 특별히 마련해온 사륜차를 보라고 하였다. 두사람은 서로 앉아보면서 각기 뒤에서 밀어보았다. 손에 익히려는것이다.
서기는 거기서 얼른 떠나지 않았다. 퍼그나 오래 기다렸다가 널판자를 깐 경사지를 따라 그 사륜차를 밀어올리고 내리는 동작을 숙련시켜보았다. 그러는 그의 가슴은 자꾸 뜨거워오르기만 하였다.
한밤중에 이런 일이 벌어지고있음을 아직은 몇사람밖에 몰랐다.
온 평양시민이 잠들고 대회에 온 대표들도 래일의 회의를 위해 푹 쉬라고 해서 모두 깊이 잠들었을터인데 이밤 여기서는 이런 류다른 준비사업이 벌어지고있었다.
지식인대회의 전날 밤은 이렇게 깊어갔다.
4
리승기는 제가 꿈을 꾸고있는것만 같았다. 흥분과 격동으로 지난밤 얼마 눈을 붙이지 못했지만 원기는 왕성하고 기분은 날듯이 가벼웠다. 내처 몇밤을 지샌들 아무렇지도 않을듯싶다.
대회장의 맨 뒤줄에서나마 참가하면 그이상 원이 없겠다고 바라다가 그게 이루어질수 없게 되자 다른 사람들을 더는 걱정시키지 말고 휴계실에서 텔레비죤으로 시청하게 되여 다행이라싶었는데… 아, 그런데 글쎄 갑자기 가장 영광스러운 주석단자리에 위대한 수령님과 경애하는 김정일동지를 몸가까이 모시고 앉을수 있다는것을 어찌 상상이나 할수 있었으랴.…
경애하는 수령님께서는 대회의 시작을 앞두고 휴계실에서 당중앙위원회 정치국 위원들을 둘러보시며 《리승기박사가 왔습니까?》 하고 물으시였고 누군가 왔다고 보고를 드리자 《그럼 대회를 시작해봅시다.》 하고 말씀하시였다.(이것은 물론 리승기가 후에 안 일이다.)
김일성동지께서와 김정일동지께서 대회주석단에 나오시자 폭풍같은 환호성이 장내를 진감하였다. 장엄한 애국가의 선률이 울리였다.
리승기는 제가 앉은 사륜차가 움직인다는것을 알고 더욱 긴장하게 몸을 곧바로 세우느라 애를 썼다. 사륜차가 멈춰서며 장내쪽으로 방향이 돌려졌다. 일순 장내의 수천명 눈길이 자기한테로 쏠리는것 같았다. 너무나도 이례적인 일에 그들이 왜 놀라지 않으랴.
리승기는 아래를 내려다보아도 눈앞에 아무것도 가려볼수 없었다. 나라의 방방곡곡에서 모여온 지식인들이 대회장에 꽉 차있다는 느낌뿐이였다.
그는 눈으로 주석단앞줄에 앉으신 위대한 수령님과 경애하는 김정일동지의 모습만을 뒤에서 열렬한 흠모의 눈길로 바라보고있었다.
김일성동지께서 뒤를 돌아보시였다. 부관이 얼른 허리굽혀 뭐라고 말씀드리자 수령님께서는 고개를 약간 끄덕이시였다. 잠시후에 그이께서는 또다시 리승기가 앉은 세번째줄 끝좌석을 돌아보시였다. 그이께서는 보고도중에도 돌아보시였다.
경애하는 김정일동지께서는 더 자주 리승기가 앉은 뒤를 돌아다보시였다. 한시간남짓한 동안에 무려 일곱번이나 돌아보시였다. 걱정이 되신듯, 격려해주시는듯 또는 무척 대견하신듯…
장내에서 구호가 울리였다. 선창에 뒤이어 화답하는 수천대표들의 우렁한 합창소리…
《과학에는 국경이 없지만 우리에게는 주체의 사회주의조국이 있다!》
리승기도 같이 웨치였다, 그 신념이 바로 자신의 일생의 총화라는것을 뜨겁게 느끼면서.…
…감격의 선풍은 그를 미처 정신을 못 차리게 하였다.
이번에는 위대한 수령님과 친애하는 지도자동지를 모시고 기념사진을 찍는 촬영장에도 사륜차에 앉아 들어갔다.
한데 자기가 서있어야 할 맨 앞줄에 어떻게 서있을수 있으랴. 곁의 사람들의 부축을 받으며 서서 기념사진을 찍을수는 없지 않는가.
허나 거기에는 선의자가 준비되여있었다. 키높은 의자여서 앉아도 선것 같이 보이지만 어쨌든 그것이 의자는 의자였다. 10분만 서있을수가 있다면! 평생 그보다 더 큰 소원은 없었던것 같다. 가슴속에서는 경애하는 수령님과 친애하는 지도자동지를 기다리는 열애의 정이 끓었으나 행동의 의지는 오직 곁에서 누가 이끄는대로 움직여지는것이다.
촬영장에 만세소리, 환호성이 높이 울린다.
위대한 수령님께서는 촬영장에 들어서시자 벌써 출구에서부터 보시였는지 곧바로 리승기한테로 걸어오시였다.
수령님께서 다가오시자 리승기는 몸을 앞으로 숙이려 하였다. 그는 제가 어떤 의자에 올라앉아있는가를 하마트면 잊을번 하였다. 높은 의자에서 빗나갈가봐 곁의 사람이 팔을 잡는것도 느끼지 못하였다.
리승기는 어버이수령님의 두손을 부여잡으며 말했다.
《수령님의 만수무강을 축원합니다.》
주위에서 너무나 만세소리가 높아서 들리지 않는지 수령님께서는 바투 다가오시여 귀를 리승기의 입가까이 가져오시였다. 리승기는 다시 《수령님의 만수무강을 축원합니다.》 하고 격정에 목메이며 인사를 드렸다.
그러자 위대한 수령님께서는 미소를 지으시며 이번에는 리승기의 귀가까이에 대고 말씀하시였다.
《감사합니다.… 참 오래간만입니다. 그런데 왜 그새 이렇게 늙으셨습니까? 우리가 잘 돌봐드리지 못한것 같습니다.》
만세소리속에서도 분명히 알아들을수 있는 변함없이 다정한 음성.…
《아닙니다, 아닙니다.》 하고 리승기가 당황히 말을 하자 어버이수령님께서는 리승기의 얼굴가까이에 더 귀를 기울이시였다.
리승기는 가장 경건하고도 뚜렷한 목소리로 말했다.
《수령님, 더 늙지 않겠습니다. 제가 90나이에 이런 대회에 참가해서 주석단에까지 오를수 있게 된것은 경애하는 김정일동지의 덕분입니다. 그분께선 정말 저를…》
리승기는 말을 더 이을수가 없었다.
수령님께서는 알겠다는듯 크게 고개를 끄덕이시고나서 허리를 쭉 펴시였다. 그이의 표정은 만족한 웃음으로 더욱 환해지시였다. 그 밝은 미소를 바라보며 리승기는 자꾸만 감격에 목이 메인다.
만세의 환호성은 그칠줄 모른다.
뒤따라 다가오신 경애하는 김정일동지께서는 리승기의 손을 뜨겁게 잡아주시였다. 자기로서는 상상도 못했던 주석단에까지 내세워주시였으며 촬영장에 서낼수 없는 몸인데도 어떻게 하나 이 영광의 앞자리에 세워주시려고 온갖 심혈을 기울여주시는 인간사랑의 최고화신이신 경애하는 김정일동지이시다.
리승기는 이 감격의 순간이 끝없이 계속되였으면싶었다. 자기는 지금 영광의 상상봉, 진리의 상상봉, 삶의 상상봉에 서있다는것을 소리쳐 말하고싶었다. 돌이켜보면 인생의 전반 40여년은 험난하고도 고통에 찬 행로였으니 어버이수령님의 품만 아니더라면 자기는 그때 벌써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멸망하고말았을것이였다. 자기를 인간으로 구원해주시고 제 나라, 제 민족을 위한 탐구의 길로 이끌어주신 어버이수령님은 삶의 태양이신데 바로 태양의 가장 가까운 궤도를 따라 탈선없는 삶의 항로를 이어가게 해주시는분은 친애하는 지도자 김정일동지이시다!
(아, 태양의 가장 가까운 궤도를 따라 나는 가고있구나.… 나의 삶의 태양, 두분의 은인을 우러르는 이 순간이 천년만년 끝없이 계속되기를, 계속되기를.…)
대회가 끝났어도 리승기의 가슴에서 내려가지 않는 다른 한가지 생각은 제가 앉은채로 위대한 수령님과 경애하는 김정일동지를 맞이하였다는 그 죄스러움이였다. 10분만 서있었더라면 그런 무엄한 일은 없을게 아닌가. 수령님을 앉은채로 맞이하면서도 그이한테서 건강을 축원하는 인사까지 받다니… 그리하여 인생의 마지막목표인듯 10분간만이라도 서서 이제 위대한 수령님과 경애하는 김정일동지를 만나뵈울수 있다면…
그 이튿날로 집에 돌아온 리승기는 담당의사한테 치료체육의 요구성을 높여달라고 자청했다. 서있는 훈련을 하자고, 10분만 서있게 해달라고 하였다. 10분만이라도 서있으면 이제 어버이수령님과 경애하는 김정일동지를 만나뵈올 때 서서 인사를 드릴수 있지 않겠느냐는것이다. 그것은 간절한 소망이였다. 마치나 90이 가까운 그 기나긴 인생행로가 그 10분을 위해 존재해온듯 하였다. 그리하여 리승기는 걸음마를 떼는 어린 아기가 처음 서보듯이 1분 1초를 더 연장해 서있으려고 무진 애를 쓰며 훈련을 했다.
그 10분동안이라는 짤막한 시간에는 어버이수령님과 위대한 령도자 김정일동지의 품속에서 영생하고저 하는 그의 삶이, 그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다 깃들어있는것이였다. 진리의 상상봉으로 오르는 길은 끝날수 없다.
(우산장에서 1994. 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