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54 회) 

 

10. 여담

 

바쁜 사람에게도 지난날을 추억하며 여담을 나눌 때가 있는것이다. 그런 사람의 여담은 보다 진실하고 인간적이다. 그것은 바쁜 사람일수록 그 누구보다 생활을 뜨겁게 안고 몸부림치는 인간이기때문이다.

2011년 9월 15일.

이날은 비슈와나스가 생일 85돐을 맞는 날이다. 이날은 또한 내가 그와 마주앉아 밤새도록 여담을 나누는 날이기도 하다.

비슈와나스는 울란바따르로 가는 길에 평양에 들린것이다. 40차로 되는 그의 조선방문이였다. 위대한 수령님의 탄생 100돐을 맞으며 평양에서 개최될 주체사상세계대회를 뜻깊게 맞이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있는 비슈와나스였다.

주체사상국제연구소 리사회 집행위원회 제13차확대회의 결정이 채택된 후 주체사상세계대회를 지지하는 목소리가 세계의 곳곳에서 울리며 다채로운 행사들이 련이어 진행되고있었다.

비슈와나스는 장엄한 시대의 그 노래가 울리는 곳곳을 찾아 대륙과 대륙을 넘나들며 연구조직들을 돌아보고있었다.

그가 가는 길이 어찌 탄탄대로일수만 있으며 년로한 그의 신상이 어찌 좋을리 있으랴.

그는 올해 7월 11일 심장수술을 받았다.

동아시아주체사상토론회를 울란바따르에서 진행하기 위해 그 조직사업으로 동아시아의 몇개 나라를 방문하고 자기 계획에 따라 런던으로 갔을 때 심장발작이 일어나기 시작하였다. 년로한 나이에 과로한 피로가 겹쌓였기때문이라고 해야 할것이다. 수백년을 서있는 무성한 나무에도 세월의 년륜이 감겨져 락엽이 깃들 때가 있으니 사람의 한생인들 어찌 세월의 흐름에 실려가지 않을수 있으랴.

병원으로 실려간 그는 검사를 받고 곧 수술대에 오르게 되였다.

수축된 피줄에 스탠드를 넣는 심장수술이였다.

주변에 있는 그의 벗들과 세계의 주체사상신봉자들이 런던에서 사는 그의 넷째아들 나비쉬 취바에게 자기들이 도울것이 있으면 무엇이든 부탁하라고 매일같이 전보문을 보내왔다.

주체로 맺어진 뜨거운 인간들의 그 정에 떠받들려선가 고령의 몸은 서서히 회복단계에 들어서기 시작하였다.

비슈와나스는 자기에게 온 수북이 쌓인 전보문들을 보면서 주체의 벗들이 갑자기 많아진듯한감을 느끼였다. 그것은 사실이였다. 신봉자들과 연구조직들은 급속한 속도로 늘어나고있는것이였다.

비슈와나스는 자산에 의해서 갑부가 되는것이 아니라 주체의 벗들이 많아 갑부가 되는듯한 심정이였다. 참으로 주체사상은 음미해볼수록 따를수록 심장이 이끌리는 인류의 위대한 사상이였다.

비슈와나스는 자기의 인생길에 또 한번 빨간불이 가로막았다가 다시 파란불이 켜진 이상은 마음속의 가속답판을 더욱 힘있게 밟아야 한다고 생각하였다. 하여 그는 비행기려행을 하기에는 아직 불충분한 몸이였지만 병원에서 서둘러 나와 아버지조국으로 향했던것이다.

금수산기념궁전을 찾아 위대한 스승이신 김일성동지께 마음속의 보고를 드리고 그는 울란바따르로 떠날 계획이였다.

이처럼 뜨겁고 열렬한 참인간에 대해 내 어찌 붓을 달리지 않을수 있으랴. 분망한 사업의 짬짬에 나는 써왔다. 다년간 그와 함께 걸어가며 보고 듣고 생각되는것들을 무디여도 서툴어도 나는 써왔다.

그렇게 쓴 글을 나는 이번 기회에 그앞에 내놓았었다. 교열이라도 받으려는듯 조심스럽게…

지금 그는 머리를 숙이고 울고있다. 늙은이답지 않게 손수건을 꺼내여 눈굽을 훔친다. 침묵속에 벌써 몇분이 지나갔다. 그는 금방 《인생렬차》의 마지막페지를 넘긴것이였다. 물론 《여담》이 없는 원고였다.

드디여 머리를 쳐드는 비슈와나스.

《나는 쉽게 눈물을 흘리지 않는 사람이요. 하지만 나는 이 원고를 보고 우오.》

원고의 집필자인 나는 그앞에 무엇이라 할 말이 없었다. 나는 다만 사실을 써넣으려고 노력했을뿐 실지 이 원고는 빈구석이 너무도 많은 글이기때문이다. 력사적인 측면에서도 그래, 형상적인 측면에서도 그래.

그러면 무엇이 그의 심금을 울리였단 말인가.

서툴었어도 그리고 구체적이진 못했어도 그속에서 보여오는 경건했던 소년시절과 지난날의 모든것에 대한 추억이였으리라.

그것을 증명이나 하듯이 띠염띠염 내뱉는 그의 말.

《나에게는 어린시절이 귀중하오. 잊을수 없는 나날들을 되살려주어 감사하오.》

인간에게 있어서 추억처럼 고귀한 감정이 어데 있으랴. 아름다운 추억은 힘이 있는것이다.

동안을 두었다가 그는 다시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실지로 나는 첫 원고료를 타고 울었소. 울면서 피. 엘. 쏜디를 찾아갔고 학장을 찾아갔소.》

이렇게 말하는 비슈와나스는 그 시절로 정말 되돌아간듯 눈물을 흘리고있다.

역시 인간에게는 유년시절, 소년시절이 제일 추억깊은듯싶다.

그는 품안에서 한장의 사진을 꺼냈다.

젊은 녀인이 아기의 볼에 입맞춰주는 연필화와도 같은 흑색사진이다.

나는 놀랐다. 85살에 이르고 손자, 증손자들을 줄줄이 거느린 그가 생애의 말년까지도 어린 자기를 안고있는 어머니의 사진을 이처럼 소중히 품고다니다니…

그 사진을 보니 아기의 볼에 입맞추는 어머니의 모습처럼 이 세상에 아름답고 신성한 세계는 없을듯싶다.

누구에게나 조국과 어머니앞에 지닌 영원한 의무가 있다.

어머니의 모습, 어머니의 노력은 누구에게나 한평생 아름다운 기억으로 남아있으며 사람의 마음속에 가장 숭엄하고 고귀한 추억의 노래를 불러주고있는것이다.

역시 인간의 감정은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그 무엇이였다.

그는 속삭이듯 말한다.

《나의 어머니가 살아 이 글을 볼수 있다면…》

나의 가슴에 젖어드는 그 목소리는 정말로 작품의 주인공의 독백이였다.

그러하리라. 좋은 일을 해놓고 어머니에게 기쁨을 드리고싶음은 누구나 품고있는 생각이리라. 어린 날에도, 고령이 된 오늘날에도…

하지만 그런 날이 오면 선친들은 벌써 이 세상에 없는것이다. 그래서 우리모두는 더 빨리 인생을 다그쳐살아야 하지 않을가.

인생은 학교다.

아, 인간이 다시 태여날수만 있다면 걸어온 날들을 추리여 보다 멋진 인생의 날들을 수놓아보련만! 인생은 이생이 아니라 일생이렷다.

말하던 도중에 비슈와나스는 갑자기 자기 침실로 들어가더니 무엇인가 꾸레미를 들고나와 펴놓았다. 마치 자기 상념에만 잠겨있어 미안하다는듯이.

그가 내놓는 과자는 멋부려 그림과 글자들을 쓴 포장으로가 아니라 그저 기름종이에 싸있었다.

어서 들라고, 들어보라고 그는 나에게 재삼 권했다.

나는 한개를 집어들었다. 싸하고 특이한 냄새가 코를 자극했다. 카레냄새인가고 물었더니 그는 아니라고 했다.

내가 잘 모르겠다는듯 고개를 기우뚱하니 그는 그것은 자기 로친이 여러가지를 섞어내는 향이라고 말하는것이였다. 그러면서 하루일을 끝내고 저녁 7시경에 퇴근하여 자기는 로친과 함께 이 과자를 한고뿌의 차와 함께 먹는다고 했다.

또한 그는 덧붙여 설명하기를 자기가 집을 떠날 때에는 로친이 오래 건사하고 먹을수 있게 여기에 사탕가루를 넣지 않는다는것이였다.

그러고보니 이 과자는 달지 않았다. 또한 공장에서 만든것이 아니라 집에서 밀가루를 반죽하여 과자만하게 뜯어 구운것들이라는것이 확연히 알리였다.

하지만 이처럼 귀한 보물이 어디 있으랴.

비슈와나스는 자기는 이것을 제일 좋아한다는것이였다.

그럴수밖에! 아마도 그것은 제일 가까운 사람이 자기의 구미에 맞게 조리했기때문이든가 아니면 그와 살면서 그 맛이 온몸에 물들었기때문이리라.

그렇지 않다면야 비행기를 타고 수시로 대륙을 넘나드는 사람이 값진 포장으로 눈을 끄는 이 세상의 모든 진미를 놔두고 어찌 기름종이에 꾸린 이것을 귀하게 트렁크에 넣고 다닐수 있으랴.

진정이였다. 이 세상 그 어디에 려장을 풀어도 이 과자를 들며 한평생을 함께 살아오는 로친의 손길을 뜨겁게 느끼는 늙은이의 그 마음은.

소박하였다. 이럴 때 보면 그는 로친이 정성스레 꾸려주는 주먹밥을 싸들고 도시에 나들이온 농촌의 수수한 늙은이처럼 보여오기도 하였다.

허물없이 나는 말했다. 잘못 쓴것이 있으면 그대로 말해달라고.

그는 원고를 번지며 일부 틀린 지명이름들과 정확치 않은 수자들을 정정하였다. 나는 그자리에서 더 고칠것이 없는가고 물었다. 그는 웃으며 자기 로친네가 보고 기분상할수 있는것을 빼라고 했다.

그런것이 어데 있는가?

실지 여기에는 그런것이 없다. 있다면 어떻게 보는가에 따라 혹 그렇게 생각하게 되겠는지. 설사 그렇다한들 90고개를 바라보는 오늘에 와서야 그야말로 모든것이 여담으로 되겠는데…

하지만 할아버지는 할머니의 감정이 손상될가봐 이상으로 끔찍이도 생각하였다. 하긴 결혼 60여년이라는 세월이 어디 짧은가.

짧지 않은 그 세월을 파동없이 화목하게 흘러온 순결한 사랑의 물결은 마지막까지 그렇게 날과 날을 흐르리라.

사랑은 늙음을 모르는가보다. 그렇다. 사랑을 하면 영원히 젊어지고 사랑을 하지 않을 때에 사람의 마음은 늙는것이다.

누구나 사랑을 하면 세계는 보다 화목해질것이다.

사랑은 삶의 목적이며 산다는것은 곧 사랑한다는것을 의미한다.

얼핏 보면 엄엄해보이기도 하고 어찌보면 무섭게도 보이는 인상이지만 실지 그는 착하고 다심한 인간이였다. 명성과 재부로 보아 그의 생활은 요란할것 같지만 실지 그의 의식주는 검소했고 그의 시간은 근면한 사람들과 다름이 없었다.

그는 한생 자기 감정, 자기 리념에 충실하였다. 그는 그처럼 진실한 사람이였다.

그런 사람들이 큰일을 하는듯싶다.

나는 마음속으로 그에게 량해를 구한다. 둘이 앉아 여담삼아 나눈 오늘의 이야기까지 여기에 덧붙이는 이 필자의 체면없는 행위에 대해.

그러나 오늘의 이야기가 어찌 여담으로만 되랴.

나는 리해하고 감심하리라고 생각한다. 싼또쉬 꾸마리할머니가 이 글을 읽으면 오랜 세월 함께 살아갈수록 더더욱 로친을 끔찍이 생각하는 무뚝뚝한 령감의 사려깊은 그 마음을.

나는 마음속으로 바란다. 착하고 부지런하고 그리고 또 과감하고 강렬한 나의 주인공들이 자유와 평화를 위한 성스러운 그길에서 더욱더 젊어져 사랑의 불길이 영원히 타오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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