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51 회)
7. 아름다운 산천에서 울다 한폭의 그림과도 같이 아름답다. 멀리 수평선우엔 서서히 움직이는 고기배들, 가까이 기슭엔 각이한 모양의 기암괴석들… 특히 그 생김새도 곱거니와 허리와 절정에 몇그루의 늙은 소나무가 자라고있는 립석(선돌)의 모습은 볼수록 황홀하다. 그 주변에는 소나무가 우거져있는 바위섬들, 머리우엔 끼르륵 끼르륵 울며 날아예는 갈매기떼… 오, 아름다워라, 해안과 바다의 절경이여! 여기서 해수욕을 하며 섭조개를 줏고 꽃게를 잡고 그것으로 어죽을 쑤어먹는 그 즐거움이란! 비슈와나스는 젊은이들처럼 바다물에 첨벙 뛰여들순 없어도 자맥질하는 사람들을 보며 빙그레 웃고있다. 마음속에 아름다운 시줄이 흐르는가. 얼마나 즐거운 일인가 물속에서 솟구치며 조개잡은 두손을 하늘에 쳐든다는것은 아― 아― 환희에 넘친 나의 목소리가 수평선 한끝으로 울려간다는것은 얼마나 즐거운 일인가 저마다 붐비며 가마를 걸고 숯불을 피우며 돌아간다는것은 흰바위에 걸터앉아 한껏 마시며 서로서로 말하고 즐겁게 웃는다는것은 쟁글쟁글 내려쪼이는 해볕을 받아 은구슬 금구슬로 반짝이는 물결이여 가없는 너의 품에 안겨 젊어진 이 모습 사진에 담는것도 즐거운 일 얼마나 즐거운 일인가 소란스런 도시를 떠나 이 세상 명산중에 명산에 안긴다는것은 내 이미 한생을 걸어온 존재이지만 꽃과 같은 처녀들을 바라봄이 죄될것이 무엇이랴 … 노래가 흐르고 웃음이 피여나는 해금강이다. 예로부터 바다명승이라더니 그것은 이 해금강을 두고 한 말이런듯싶었다. 날씨도 쾌청한 2010년 9월 18일이다. 오늘아침 금강산호텔에서는 수백명의 외국관광객들이 자기들의 일정에 따라 비로봉, 만폭동, 구룡연, 해금강 등 여러 방향으로 흩어져갔다. 하늘을 찌를듯이 톱날처럼 늘어선 1만 2천의 봉우리들과 각양각색의 모양을 닮은 기암들, 거대한 층암절벽들과 서로 다른 깊은 계곡들 그리고 여기에 이루어진 수많은 담소와 못들, 절벽과 바위들을 감돌아 흘러내리는 구슬같은 맑은 물, 무지개를 이루며 쏟아져내리는 무수한 폭포들을 며칠이면 다 볼수 있으랴. 슬기로운 인민의 지혜와 예술적재능을 보여주는 수많은 절간들과 불상조각들, 탑, 비, 부도를 비롯한 문화재들은 얼마이며 명산에 깃든 전설과 시, 노래, 회화작품들은 또 얼마! 예로부터 경치가 특출하게 뛰여난 명승지로 알려져있는 금강산은 7세기 말엽부터 내외에 더욱 소문나게 되였다. 《금강산을 보기 전에는 산수의 아름다움을 말하지 말라.》라는 말이 세상에 떠돌고 어느 나라의 시인은 조선의 금강산을 한번 보았으면 죽어도 원이 없겠다고 하였다하거늘 어찌 세계의 관광객들이 여기를 스칠수 있으랴. 오랜 세월에 걸치는 구조운동과 풍화작용, 침식작용, 해식작용 등에 의하여 이루어진 금강산의 장엄하고 수려한 풍경은 그 어떤 인위적인 손질로써는 도저히 흉내낼수 없는 자연미의 절정이라 하지 않을수 없다. 여기 해금강에도 관광객들로 붐빈다. 그들은 저마다 웃고 떠들며 사진기를 번쩍인다. 탐승의 길에 오른 그들의 얼굴마다에 비껴흐르는 아름다움과 평화의 웃음을 나는 본다. 나는 그들과 무랍없이 마주앉았다. 한가운데 숯불이 피여나고 바다망둥어가 구수히 구워지는 자리는 물론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 그들모두는 말하였다. 금강산은 천하절경이라고. 조선팔경(예로부터 전해오고있는 조선의 8개의 절경. 백두산, 평양, 금강산, 묘향산, 부전고원, 지리산, 해운대(부산), 불국사(경주))은 정말 아름답다고. 세상사람들은 분렬된 조선의 남쪽지역에도 오가고있었다. 일본의 한 교수는 2년전에 남조선에 갔다왔다고 하며 다른 한 교수는 바로 열흘전에 갔다왔다고 한다. 비슈와나스는 침묵이다. 세계를 돌아봄은 누구에게나 차례진 자유이다. 그것을 가지고 말할것은 없다. 물론이다. 나는 생각해본다. 한민족을 수십년이나 분렬시켜오는 무정한 세월이 아마도 호기심많은 세상사람들을 이쪽저쪽으로 다 부르게 한것인지. 분렬된 나라의 량쪽을 다 돌아보고 자기의 의사를 표명하는것도 누구에게나 차례진 자유이다. 물론이다. 모든 곳을 다 돌아보고 세상의 옳고그름을 정확히 말하기를 나는 바란다. 이 땅에 그 누가 진정으로 아름다운 이 산천을 지키고 평화를 원하는가? 조선의 남단은 외세가 틀고앉은 땅이다. 조선의 통일문제는 제2차 세계대전의 종결과 함께 바로 그 외세에 의하여 국토가 량단됨으로써 생겨난 문제이다. 평화를 사랑하는 인류여. 나라의 존엄을 지켜, 세계의 평화를 지켜 선군의 기치를 높이 든 영웅적조선인민이 자기 조국의 분렬을 두고 터치는 이 목소리를 들어달라. 《조선민족의 통일을 가로막는 기본장애물은 미국이다.》 나와 마주앉은 이들은 력사의 이 사실을 인정하고 조선의 통일을 지지하지만 이 가슴속에는 눈물이 흐른다. 산천도 입이 있다면 말하리라. 한 나라, 한강토, 한민족이 이렇듯 장장 반세기를 넘어 언제까지 둘로 갈라진채 세계의 참관지로 되여야 한단 말인가. 자주의 목소리가 세계를 진감해가는 이 21세기에 외세에 의해 갈라져 신음하는 민족이 이 세상 그 어느 대륙에 또 있단 말인가.
분렬된 나라의 량쪽을 오가며 명승지들을 다 돌아보는 그네들의 가슴속에 과연 이 민족이 안고있는 분렬비극의 쓰린 눈물이 얼마만큼이나 흐르고있는지. 보라, 저기 저 글발을. 《금강산관광객들을 동포애적심정으로 환영한다!》 사상과 제도의 차이를 초월하여 언제나 동포들을 기다리고 기다리는 우리 마음의 글발이다. 하지만 지금은 모든것이 차단된 강산. 얼마전까지만 해도 남녘의 동포들이 붐비던 산천이다. 남조선에서 반통일적인 보수정권이 출현함으로써 북남사이의 모든 대화와 협력은 파탄되였다. 가슴아프다. 이 땅에 흐르는것은 불신과 대결의 감정, 언제 전쟁이 터질지 모를 초긴장… 바로 이런 산천에 그 아름다움으로 하여 세계의 관광객들이 모여드는것이다. 허리가 잘린 강토에도 년년이 계절은 오고 꽃은 피고 단풍은 물든다. 여기 해금강의 해안을 따라 조금 걸어나가면 남쪽에 닿으련만 왜서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한지맥으로 잇닿은 이 나라의 북남을 걸어서 오가지 못하고 다시 본국에 갔다가 다른 나라에 가듯이 비행기를 타고 와야 한단 말인가. 볼수록 아름다운 세계의 명승이여! 정녕 여기에 세계의 평화가 깃들었는가. 수려한 이 산천의 설레임은 나의 귀전에 허리잘린 몸을 붙안고 통일을 애타게 부르는 겨레의 목소리로 들려온다. 민족이 바라는것은 북남관계의 파국상태해소이다. 6. 15공동선언의 기치밑에 우리 민족끼리 힘을 합쳐 자주통일을 이룩할 겨레의 신념과 의지는 더욱 확고부동해지고있다. 산천은 설레이고 관광객들은 웃고있는데 나의 마음은 운다. 강산의 아름다움처럼 맑고 깨끗한 이 나라 사람들의 가슴속에 민족분렬의 아픈 눈물이 흐르고있다. 자기의 사상을 가지고 자기의 힘으로 이 땅우에 거연히 일떠세운 인민대중중심의 사회주의모습을 만방에 떨치며 자주적삶을 당당히 누려가는 이 나라 사람들의 가슴속에 이런 민족비극의 피눈물이 흐르고있음을 세계의 량심이여, 절규해다오. 저녁. 낮에는 줄곧 말이 없던 비슈와나스의 말문이 열렸다. 금강산호텔의 창문을 열어젖히고 높아진 가을날의 밤하늘에 총총히 내돋기 시작하는 별들을 바라보는 그의 눈길은 자못 숙연하다. 《지난 6월 중순이였지.…》 그날도 그는 주체사무실에 앉아있었다. 정문에서 전화가 왔다. 손님이 찾아왔다는것이다. 누구라구? 조선대사관사람이라는 말에 그는 대뜸 들여보내라고 하였다. 그러나 맞고보니 그는 남조선《대사관》의 참사였다. 그는 웃으며 《로얄쎌로르위스키》2병을 내놓았다. 그것은 아주 고급위스키였다. 그가 하는 말. 《비슈와나스선생, 나와 함께 대한민국을 방문해보지 않겠습니까? 모든 요구조건을 들어주겠습니다.》 참으로 끈질기다. 50여년전부터 주위를 감돌며 범접해오는 한국이다. 기업을 한창 펴던 그 시절엔 남조선을 방문하면 요구하는 자본을 다 대주며 도와주겠다던 그들이다. 그럴만도 한 일이다. 세계광고업의 일환인 《인터라즈》총사장으로, 유명한 정치신문인 《인디안 타임스》주필로 내외에 명망이 높은 그는 끌어당길만한 인물이였던것이다. 그리고 지금은 국제김일성상리사회 서기장이며 주체사상국제연구소 리사장! 하지만 그들은 몰랐다. 신념을 안고사는 한 인간의 심장속에 깊이 간직된 뼈아픈 추억은 세월의 흐름으로도 결코 뺏을수 없다는것을. 이제는 근 반세기전의 일로 되였지만 아차 실수하여 보기좋게 쓰러졌던 그날을 정녕코 잊지 않고있는 비슈와나스였다. 충돌하여 나딩굴었던 그의 자동차는 그후 그의 마음속에서 오늘까지 더욱 용을 쓰며 가속도로 달리고있는것이였다. 마음속의 그 가속답판을 한시도 늦춤없이 한생을 꽉 밟고사는 열정의 인간! 무진한 힘으로 쉬임없이 몰아가는 그 인생렬차를 그 누가 감히 멈춰세울수 있으랴. 짐짓 침묵속에 있던 비슈와나스는 그 근엄한 표정을 조금도 달리하지 않고 물었다. 《당신 정말인가?》 이외에도 자기 말을 확인하는 비슈와나스의 목소리를 듣는 순간 그자의 눈과 온몸에 생기가 도는것이 확연히 알리였다. 《예, 예. 말씀만 하십시오.》 어떤 요구든지 받아들일 자세를 충분히 보이느라고 그자는 노상 갑삭갑삭하며 머리를 숙이였다. 《좋아, 그렇다면 내 말하지. 당신들, 남조선에서 미군을 철거시키라.》 삽시에 그자의 얼굴빛이 수수떡처럼 되였다. 《그거야…》 《그거야가 뭔가. 이자 방금 당신 나에게 뭐라고 했는가?》 그자는 당황해하였다. 그러거나말거나 비슈와나스는 성격그대로 소리쳤다. 《자기 나라 땅에서 자기 마음대로 하지 못하는 당신들의 말은 들어볼것이 없어!》 사실이 그렇지 않은가. 북남이 마주앉아 공동선언을 채택하고도 외세에 눌리워 그것을 리행못하는 남쪽이다. 조국통일기운이 고조되는것 같으면 강한 친미보수세력으로 《정권》의 자리를 갈아앉혀 나라의 통일을
한사코 가로막고있는 외세가 수십년세월 틀고앉은 남조선이였다. 젊은 시절에 《나를 돈으로 살수 없다.》고 웨치던 비슈와나스의 입에서 다른 말이 나올수는 없었다. 《나에겐 남조선을 방문할 생각이 없어!》 거쿨진 몸집을 일으키며 비슈와나스는 수화기를 들었다. 그리고는 힌두어로 말하였다. 《남조선도 모르고 들여보내? 당장 끌어내가!》 곧 정문지기들이 달려왔다. 단번에 들어내칠 그들의 태도에 겁을 먹은 그자는 비실비실 달아나버렸다. 얼마나 뻔뻔스러운지 그렇게 쫓겨간 처지에서도 그자는 몇번 전화를 걸어왔다.
남조선에 가지 않겠으면 주체사상신봉자들의 전화번호라도 알려달라고. 어리석은 놈들, 회유와 기만으로는 정의와 진리의 길을 가는 사람들의 걸음을 돌려세울수 없다. 돈으로는 결코 이 세상의 모든것을 가리울수 없다. 이 세상의 어느곳에 가보는가 하는것은 자유이다. 특히 랭전이 종식되고 사람들의 사고와 리해에서 새로운 변화들이 일어나고있는 오늘의 시점에서는 더욱 그러하리라. 하지만 반세기이상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지지하고 따라온 주체사상신봉자들의 1세들에게 있어서 저울질이란 있을수 없는것이다. 세상이 어떻게 변하든 그들에겐 오직 한길뿐이다. 주체사상의 창시자이신
김일성주석과 그 위업의 계승자이신 김정일장군님을
따라가는 그 한길뿐. 비슈와나스는 나에게 이런 이야기를 하면서 자기는 조선이 통일되는 그날에 백두산에서 한나산까지 걸어가겠다고 했다. 나는 고령의 그가 한없이 돋보였다. 무엇이 사람을 돋보이게 하는가. 그것은 자기가 믿는것에 대한 불변의 신념을 안고 끝까지 한길을 걸어가는 그사람의 정신력이다. 그렇다. 인간에게 있어서 최대의 재부는 정신력이다. 세계의 정직한 사람들이여, 확신하라! 하나된 이 나라 수려한 삼천리강토를 북단에서 남단까지 자유로이 오고갈 그날은 반드시 올것이다. 그날을 기다려 산천은 설레인다. 나도 그날을 보며 울며 웃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