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8 회) 

 

5. 차사고

 

술은 건강을 위해 한잔 들면 약으로 되련만 무슨 조화인지 사내들은 그것을 어기고 자신의 육체를 혹사하면서까지 마셔댈 때가 있다. 그것이 과연 사내인지.

지금 이 좌석에 마주앉은 사람들은 한계를 오락가락하고있었다. 그것이 바로 기계아닌 인간이라고 볼수는 있을지 모르겠지만.

《술을 제조한 사람에겐 영웅칭호를 줘야 하네.》

와이샤쯔소매를 걷어올린 유리 뻬뜨로브가 거나해진 눈길로 동료들을 둘러보며 하는 말이였다.

《옳소, 옳소.》

그들은 모두 술을 제조한 사람에게 영웅칭호를 주는데 동의하였다.

《그런 의미에서 자!》

그는 또다시 잔을 높이 쳐들었다. 그들은 잔을 짓쫗으며 또 마시였다.

시간은 새벽 1시를 넘어서고있었다. 이들은 지금 뉴델리에서 25키로메터 떨어져있는 홀로디인식당에 앉아있는것이였다.

오늘 유리 뻬뜨로브가 왔다. 모스크바친구는 상품전시회차로 뉴델리에 온것이였다. 오랜 친구이며 동업자인 뻬뜨로브의 방문을 에피모브와 비슈와나스가 어찌 가만앉아 맞이할수가 있으랴. 뻬뜨로브가 더했다. 그는 만나자바람으로 포옹하며 로씨야식으로 어디론가 가자는것이였다. 마실수 있는 곳으로!

그런데 이 일을 어찌하랴. 당시 뉴델리에서는 그 어느 호텔이나 상점들에서 위스키의 판매가 일체 금지되여있었던것이다. 하지만 그런것에 구애될 이들이 아니였다. 《생명의 물》(위스키란 말은 켈트어로 《생명의 물》에서 유래되였다고 한다.)을 찾는 이들에게 조건이나 환경따위가 무슨 상관이랴.

이렇게 되여 이들은 승용차를 달려 뉴델리에서 멀지 않은 하리아나주의 타리다바드시로 왔던것이다. 이 도시에서 홀로디인식당은 그만하면 괜찮게 마실만한 곳이였다.

《로씨야에서는 술마시는 사람들이 제일 선량한 사람들이거든.》

유리 뻬뜨로브는 이렇게 중얼거리며 또다시 잔들에 가득가득 술을 부었다. 이윽하여 이들 셋은 다같이 비틀거리며 일어섰다.

《자, 이젠 집으로 가야지.》

《가야 하구말구.》

그들은 혀꼬부라진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며 홀로디인식당의 정문을 나섰다.

비슈와나스는 취중에서도 값을 지불하는것을 잊지 않았다. 또한 자기가 유일한 본국의 사람임을 자각이나 한듯이 두 친구를 부축하려고 하였다.

《아니, 우리는 취하지 않았어.》

《여기에는 취한 사람이 아무도 없어.》

그들은 비슈와나스의 부축을 거절하며 비칠거리면서도 식당정문앞의 층계를 내려 도로에 세워둔 차앞으로 제법 걸어가는것이였다.

그래서 취했다고 하는 사람이 없는것인지.

그러나 웬걸, 뻬뜨로브는 승용차뒤문을 열고 들어가더니 두 좌석을 다 차지하고 벌렁 드러눕는것이였다. 집에 다 온것이였다. 집에 다 온것과 동시에 혀꼬부라진 노래소리도 뚝 멎었다.

비슈와나스는 에피모브와 함께 앞좌석에 앉았다.

운전대를 잡은 비슈와나스의 정신도 가물가물하였다. 대체로 그는 운전을 하지 않았지만 오늘은 로씨야친구들을 태우고 자기가 직접 차를 몰고 나왔던것이다.

가야 했다. 정신을 차리고 집까지 가는것이 그의 본분이였다. 하루의 사명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전조등을 켰다. 앞길이 환히 바라보이자 정신이 좀 드는것 같기도 하였다. 그는 발동을 걸며 차를 앞으로 몰아나가기 시작하였다.

차는 삶과 죽음의 길을 달리기 시작하였다.

에피모브도 잠들지는 않았다. 그는 눈을 떴다감았다 하면서 정신을 가다듬으려고 애쓰고있는듯 했다. 그는 어디까지나 대국의 모자를 쓴 외교관인지라 자기의 체모를 잃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하고있는것인지도 몰랐다.

고요한 새벽공기를 가르며 울리는 엔징소리가 잠을 자지 않고 움직이는 광열적인 사내들의 존재를 세상에 소리치며 알리는듯싶었다. 하지만 그 알림이 없었던들 얼마나 좋았으랴.

이 시각 그 소리, 그 알림을 초조히 기다리며 어떤 괴한이 그들의 길목을 지키고있을줄이야 귀신인들 알았으랴.

숨은 화살은 피하기 어렵다.

갑자기 앞에서 화물차가 불쑥 불을 켜고 마주오기 시작하였다. 전혀 예상치 않았던 정황이였다. 길은 좁았다. 충돌이라는것을 생각할사이도 없이 화물차는 그냥 불을 켜고 산악처럼 왕― 달려들었다.

비슈와나스는 꿈속같은 환각에 사로잡혀 본능적으로 조향륜을 왼쪽으로 콱 돌렸다.

그런데?!

그 왼쪽에 또하나의 어떤 괴물이 소리없이 떡 버티고있을줄이야 상상인들 했으랴.

승용차는 거기에 불도 안켜고 서있는 또 한대의 화물차를 들이받으며 나딩굴었다. 그 차는 사람이 없는 빈차였다. 미리 작성한 대본이 아니라고 누가 말할수 있으랴.

일은 어찌 되였는가.

머리받기를 한 승용차는 형체없이 찌그러졌으며 사람들은 그속에서 살았는지 죽었는지 가늠할수가 없었다.

대기를 가르던 발동기소리는 사라져갔다.

사위는 쥐죽은듯.

이러한 속에서 날이 밝았다. 지나가던 차들이 멈춰서고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하였다.

이들을 꺼내는데 2시간이나 걸리였다. 차문이 열리지 않았던것이다. 사람들은 조심조심 차체를 뜯어냈다. 건장한 이들은 다행히도 죽지 않고 정신은 붙어있었으나 차와 함께 찌그러진 몸은 도저히 움직일수 없었다.

이들은 정신을 잃은채 고스란히 병원으로 실리여갔다. 모두가 크게 다치였는데 운전대를 잡았던 비슈와나스가 제일 많이 상하였다.

그는 가슴부위에 커다란 타박상을 받았으며 오른쪽다리의 관절부위가 마사져 대수술을 하지 않으면 안되게 되였다. 그 다리에 긴못을 박아넣었다. 그는 다리를 천정에 매달고 누워있게 되였다. 머리가 깨여져나가지 않은것이 다행이였다.

정신이 들수록 온몸이 쑤셔났다. 그의 얼굴에는 지옥같은 고통이 짙게 어리였다. 그 고통은 단순히 육체의 아픔에서 오는것만이 아니였다. 그는 이를 악물고 아픔을 참으며 소년시절 실책을 범했던 그때처럼 잠못들고 자기자신을 준렬히 꾸짖었다.

아, 비슈! 너는 어디로 가려니?

어찌하여 내가 다시 이런 엄청난 실책을 범하고 그날의 그 번민속에 잠기게 되였단 말인가.

비슈! 정녕 너는 어디로 가려니? 낭떠러지인가?

그는 처음으로 죽음이라는것을 생각하게 되였고 기어이 다시 일어나서 가던 길을 끝까지 가야 하겠다는 강렬한 삶의 충동으로 자기자신을 끝없이 채찍질하게 되는것이였다.

비슈야, 일어나라, 일어나라, 갈 길을 앞에 두고 쓰러지면 안된다.

그는 이렇게 자기 마음속에 웨치면서 일어서려고 모지름을 썼다.

사회주의나라 대표부들을 비롯한 국내외의 많은 사람들이 그들에게 수시로 면회를 왔다. 장경일을 비롯한 조선총령사관의 일군들도 자주 왔다.

어느날 파키스탄에서부터 알따브 후쎄인과 아브둘 말라크가 면회를 왔다.

비슈와나스는 친구들에게 무엇이라 할 말이 없었다. 모든것이 다 자기의 불찰로 이루어진것이기때문이였다. 하지만 그의 속생각은 끓고있었다. 그는 무엇을 생각했는지 친구들에게 한가지 부탁만은 절절히 하였다.

《자네들은 나의 친구지! 진정으로 나의 친구들이라면 조선에 대해, 김일성원수에 대해 글을 써주게. 부탁이네.》

알따브 후쎄인과 아브둘 말라크는 주로 맑스―레닌주의를 해설한 글들과 쏘련을 소개하는 글들을 쓰고있었던것이다. 그들은 조선총령사관에 찾아가 책들을 요구하여 한보따리 싸가지고 돌아갔다. 그때부터 파키스탄에서도 사회주의조선에 대해 소개하는 글들이 나가기 시작하였다.

전시회차로 1주일 출장왔던 뻬뜨로브는 4개월간 병원신세를 지고 돌아가지 않으면 안되였다. 에피모브 역시 5개월간 병원신세를 졌다.

비슈와나스는 10개월후에야 완치되였는데 수술한 오른쪽다리는 2센치메터 짧아져 완전히 구부리지 못하게 되였다. 그때부터 그는 오늘까지도 그 다리가 그렇게 고착되여 평지나 내리막길은 일없지만 올리막길만은 매우 힘들어하고있다.

크리스마스명절을 며칠 앞둔 날에 사고가 났는데 그는 그 다음해 10월말에 퇴원하였다. 퇴원하여 11월 7일 쏘련국경절행사에 태연하게 나타난 그를 보고 각국의 외교관들이 지옥에 갔다왔기때문에 오래 산다고 하며 저마다 인사를 했다.

비슈와나스는 웃으며 말하였다.

《정말 나는 오래 살아야겠네. 그래서 나의 앞길을 가로막는자들에게 내가 어떻게 사회주의의 길을 끝까지 가는가를 보여주어야겠네.》

그의 이 말은 박수갈채를 받았다.

사실 비슈와나스는 지금까지 목숨이 귀중하다는것을 별로 생각해본적이 없었다. 죽음에 대해 별로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이 그러하듯이 그도 영원히 살아서 할수 있는 모든 일을 다 할수 있으리라는 락관속에 인생길을 걸어가고있었다. 하지만 처음으로 죽음의 고비를 넘긴 그의 내부에서는 살아서 끝까지 이 세상을 걸어가야 하겠다는 강렬한 삶의 욕구가 새롭게 꿈틀거리기 시작하였다.

그의 회복을 누구보다 기뻐한것은 에피모브와 뻬뜨로브였다. 뻬뜨로브는 비슈와나스도 만나고 전시회도 더 크게 다시 조직할겸 인디아에 재차 왔던것이다. 그후 그는 술잠에서 영원히 깨여났는지 다시는 그렇게 잠들지 않고 비슈와나스와 맑은 정신으로 많은 일거리들을 성사시켜나갔다.

술이 깬 다음에 취했던 일을 상기해봄은 괴로운 일이 아닐수 없었다. 술은 잘못 마시면 인생의 독소인듯싶었다.

비슈와나스는 다시는 그렇게 술을 마시지 않으리라 마음속에 맹세를 다졌다.

그는 실지 술을 좋아하였다. 보통 좋아하는 정도가 아니였다.

감춰놓고 몰래 먹는 정도였다. 술을 너무 좋아하여 처의 통제가 말이 아니였던것이다. 큰 집의 이방저방 곳곳에 감춰놓은 술을 싼또쉬 꾸마리는 모조리 찾아내군 하였다. 녀자의 눈에 술이란것은 도깨비장물과도 같은것이였다.

생각던 끝에 그는 목욕실에 위스키를 감춰놓았다. 설마 거기까지 감출줄이야 생각이나 하였겠는가.

거기서 한모금씩 마시는 재미란!

참으로 그 재미란 이를데없이 고소한것이였다. 이 비밀을 동생에게만 말했었는데 병원에 입원해있는 사이 그가 그것을 온 집안에 폭로할줄이야.

가정에서는 눈속임이 오래 숨어있을 자리가 없는듯싶다.

그의 술비밀은 들짱났다. 이제는 집안에서 그렇게도 마실수 없게 되였다. 일이 이렇게 된바에는 차라리 이번 기회에 아예 술을 끊는것도 나쁘지 않을것이였다. 하지만 단번에 끊는다는것은 좀 불가능한 일이라고 생각되기도 하였다. 그러나 어쨌든 그는 이번 사고를 계기로 술을 끊는 방향으로 나가자고 스스로의 마음속다짐을 하였다.

그날의 차사고는 비슈와나스의 한생에서 제일 큰 사고였다.

그 사고의 흑막은 오늘까지도 밝혀지지 않고있다. 마주오던 화물차는 그렇게 종적을 감추었고 빈틈없이 대기시켰던 화물차의 주인은 종시 나타나지 않았던것이다.

이 세상은 밝혀지지 않은 크고작은 흑막들의 천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것이다. 생활은 보이는 적, 보이지 않는 적과의 끊임없는 암투였다.

평화로운 때에도 적은 있는 법이였다.

그 누구의 각본일가?

각본치고는 완전히 째인 작품이였다. 그 작품은 성공한 작품이였으며 또한 성공하지 못한 작품이기도 하였다. 바위같은 비슈와나스의 육체가 종내 부스러지지 않고 더욱 굳세게 두다리를 뻗치고 일어섰기때문이였다.

비슈와나스는 그 누구를 걸고늘어질수도 없었다. 단서가 없었던것이다. 하지만 그는 보이지 않는 검은 마귀의 손이 자기의 목을 노리고있었음을 직감하였다.

싼또쉬 꾸마리는 《쉬바신》에게 악을 징벌해달라고 빌었다.

비슈와나스는 부모들에게 그리고 처에게, 자식들에게 미안하였다. 그들은 모두가 크게 놀랐던것이다.

그날의 사고에 대해서는 그 이후 한마디의 말도 하지 않았지만 드놀지 않는 비슈와나스의 가슴속에 그날의 쓰디쓴 회오는 강렬한 불씨로 깊이 심어져 한생토록 꺼지지 않는 열화로 타오르기 시작하였다. 그 불길은 타오를수록 한번 택한 길을 끝까지 가고야말겠다는 그의 신념의 촉매제가 되여 그의 걸음을 앞으로 더 빨리 떠밀어갔다.

자기를 해치려고 마귀의 손길을 뻗치고있는자들에게 답례하는 길은 오직 가던 길을 부지런히 더 빨리 달려감으로써 뛰여난 성과를 올리는 그것이였다.

불타는 증오심에 의지되여 비슈와나스의 마음속 깊은 곳에서 강력한 생명력이 솟아나기 시작하였다.

그는 정의의 붓대를 더 억세게 틀어잡았다. 정의가 멸망한다면 그런 세상에 더는 살 필요가 없을것이다.

뜻을 품은 사람은 죽음을 겁내지 않는다.

정의의 앞길에 도전은 필수적인가.

그렇다. 무지개는 번개와의 격전끝에 비껴지고 리상은 투쟁속에 실현되는것이다.

력사는 바로 그 모든 도전을 물리치면서 자기 발전의 정의의 길을 가고있는것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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